주의사항 ※최대 18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품에 고개를 묻고 나니 그제야 실감이 난다. 당신이다. 적적한 품을 채워주는 따스한 온기도, 굳은살 탓에 투박한 손도, 옅은 흙과 쇠 내음이 나는 체향도 모두 당신의 것이다. 재하는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당신의 품을 만끽했다. 머리를 쓰다듬는 조심스러운 손길이 익숙하다. 더 쓰다듬길 바라는 듯 재하는 고개를 편히 가누며 감은 눈을 가늘게 떴다. 품에서 흘끔 바라본 당신의 눈은 가라앉아 있었다. 애석하게도 기녀 흉내 내던 유년 시절의 눈치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에, 괜히 당신의 눈치를 살피듯 시선을 피하다 눈을 홉떴다. 당신이라면 하지 않을 이야기가 귀를 찌른 탓이다.
"……무엇이 두려웁겠사와요. 이미 세간에 미움받을 대로 받았으면서."
재하는 괜히 중얼거리곤 당신의 품에 조금 더 바짝 붙었다. 그리고 단어를 여러 번 곱씹듯 침묵했다. 미움받는 것이 두려운 겁쟁이라 하였지만 당신은 이미 세간의 시선에서도 마님을 받아주었고, 원성을 받아주었으며, 지금도 노심초사하면서도 결국 자신을 받아주었지 않았나. 평소 같으면 그럴 리가 없노라며 절절매고, 울고, 당신의 편이 되어주며, 제발 자신을 버리지만 말아달라 할 터인데 지금은 무언가 달랐다. 내면의 평화가 기이하게 자리한 탓일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감정을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
"아뇨."
외려 재하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당신을 사랑한다며 추잡하게 울어대던 내게 실망하면 어쩌나, 당신에게 매달린 내 모습에 실망했더라면, 겉모습을 사랑한 나머지 속내를 보고 실망했으면 어쩌나 싶었던 생각까지. 당신도 비슷한 고민을 떠안고 있었음을 깨닫자, 재하는 당신의 품에서 천천히 떨어지더니 팔을 뻗어 뺨을 더듬듯 감싸려 했다.
"오히려…… 잘 선택하셨사와요. 이 옥아가 이리 상공을 만날 수 있게 되었지 않사온지요. 필경 천마 님께서 상공을 위해 그리 점지하여주신 것일 테지요."
차라리 폐관하는 것이 나았다. 물론 교인인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면 발칙한 말이긴 하다. 파마전율이 정파와 사파의 싸움에 끼지 않는다면 그 사이에 이득을 보는 것은 교국일 터이니!와 같은 의도로 보일 수도 있지 않나. 그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어쩌다 보니 말이 그리 나와버렸다마는. 아닌가? 뭐, 그래도 당신이라면 이런 자신도 사랑해줄 거란 마음이 있었다. 재하는 조심스럽게 까치발을 들고는 귓가에 입술을 바짝 붙였다.
"…그리고, 소마는 겁쟁이인 도련님도 사랑스럽다 생각하고 있사와요."
재하는 자그맣게 숨결에 가까운 웃음을 흘리곤, 뺨을 더듬던 엄지로 볼을 가볍게 누르려 들었다. 한 가지는 확실했다. 오늘은 재하가 퍽 얌전한 날이로구나.
세간에 미움을 받을 대로 받았다는 말에 쓰게 웃었다. 그 말이 사실이지만, 재하에게서 직접 들으니 꽤나 아프게 다가온 탓이었다. 더 쓰다듬어주기를 바라는 눈치에 보답하듯 재하를 한껏 더 강하게 끌어안듯이 쓰다듬으면서, 지원은 나지막히 속삭이듯 말했다.
"세간의 미움보다 당신에게 미움받는 것이 더 무서우니까요."
사람들이 아무리 손가락질 해도 상관 없거늘. 유독 재하와 예은에 한해서는, 혹은 두 사람의 미움은 다르게 다가왔다. 두 사람이 손가락질 받는 것은 자신이 그리 당하는 것보다 더 아팠으며, 두 사람의 미움은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두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지나쳐 때로는 더 크게 실망시켰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것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하는 오늘은 조금 달랐다. 마음에 평화가 있는 것인지 여유가 생긴 것인지, 지원보다도 더 고요해보였다.
뺨이 고운 손길로 덮이자 묘한 안정감이 다가왔다. 마치 자신을 포용해주는 것 같지 않은가. 아니, 이어진 말을 들어보면 실제로도 그런 듯 했다. 지원은 순간 이 부드러운 손길에 어리광 부리고 싶어지는 욕구를 애써 참았다. 오늘의 재하는 어쩐지, 평소와는 다르게 무엇이든 받아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욱 약해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고, 더욱 위험하다고 느꼈다. 지원은 조용히 재하의 손 위에 손을 올려놓고 가느다란 손을 덮듯이 감싸쥐고는 입을 떼었다.
"공자께서 그리 말하시니 너무나 무섭습니다."
겁쟁이인 자신보다 사랑스럽다 느낀다니. 정말이지 무서운 말이다. 이대로 주저앉아버리고 싶을 만큼 달콤한 말이기도 했다. 허나 그것은 재하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겠지. 그러니 눈을 감고 그저 이 순간 그가 자신을 받아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천마라는 것이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이 기회를 주었다면 기꺼이 감사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저는 잠시 휴식을 취할까 고민중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요."
자신의 볼을 누른 재하의 손을 쥔 채 가볍게 입술로 가져가 입술로 재하의 손길을 느끼고는 장난스레 웃었다. 마냥 약한 모습을 보이기보단, 어느정도 어리광을 그는 이런 식으로 스킨십을 늘리는 쪽으로 표출하고는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