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겸 설명! 리라주 집 근처에 불이 나서 새벽에 대피하고 지금은 타지역에 피난 나와있습니다! 그러나 몸은 전혀 문제없고 급하게나마 필요한 거 다 잘 집어서 나왔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용 ☺️☺️
지금 유일한 문제는 나 너무... 지루해 < 철딱서니 ㄹㅈㄷ
여기 인터넷이 너어어어어어어무 안잡혀서 아무것도 못해 🫠 하다못해 산불현황 뉴스를 실시간으로 봐야하는데 잘 안잡혀서 그마저도 드문드문 보는 중... 그래도 아까보다 공기질도 좋아졌고 바람도 덜 불어서 소방헬기랑 슬슬 뜬다고 하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직 긴장 놓으면 안되지만~
랑주도 목요일 화이팅이야! 밥 잘 챙기고 한국 많이 춥다는데 추위 조심하고!!! 옷 따숩ㄱㅔ 입어!!!
>>35 랑주 안 양... 🫠 ㅋㅋㅋㅋㅋㅋㅋ 그런일이 있었다네요~ 살면서 이런 긴급대피 첨해봤는데 신기했다 (?) 그래도 잘 도망쳐왔으니까! 맞아 지금 할 수 있는 건 집이 멀쩡하기만을 기도하는 거지... 랑주 따뜻하게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다! 남은 하루도 편안히 보내길...!
리라: 125 아프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 이성이 남아있을 정도로 아프면 병원도 가고 약 타오고 할 수 있는 정석적인 대처를 하는데, 이성이 흐려질 만큼 아프면 그냥 집에 있는 진통제 마구 때려넣고 (이것도 못할때가 있음) 죽은듯이 잠. 안 깨우면 안 일어남. 깨워도 일어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듯... 평상시에 얼리버드 바른생활 하는 사람 치고는 이례적인 반응이죠 🤔
174 캐릭터는 살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얼마나 했을까요? : 미안하다는 말은 필요한 만큼 넉넉히, 고맙다는 말은 충분히! 당장 랑이한테는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하루 한번씩 고맙다고 하지 않을까! 오늘도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요~ 언니랑 같이 집에 가는 길 최고로 좋아요! 고마워요~ 하고!
319 지금대로 생활하면 어떤 병에 걸릴 가능성이 클까요 : 진단이 캐가 아니라 오너를 때린다 그만 팰 것을 제안한다 리라가... 음... 글쎄... 사실 나름 건강히 살고 있는 것 같긴 해서 (아닐지도) 다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항상 좀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려고 하는 감이 없잖아 있으니까, 어느날 갑자기 뭐가 걸려도 별로 이상하진 않을지도... 신경쇠약? (이건사실지금도조금) 과로로 인한 면역력 악화로 각종 유행병에 취약해진다? 독감? 같은거?
이리라: 338 자기 직전, 잘 준비를 모두 마쳤을 때의 모습은? : 얇은 재질의 하늘하늘한 흰색 원피스 잠옷. 같은 라인의 샴푸와 바디워시, 부드러운 바디로션 냄새. 물기가 살짝 덜 마른 머리 끝. 막 씻어서 뽀송하고 따끈함. 그대로 랑이한테 다이빙!
293 자주 짓는 표정 : 웃으면 행복해진답니다 ☺️ < 이 표정
297 기쁨을 숨기는 방법 : 숨겨야 되는 상황이 있으려나? 늘 가감없이 표현하는 편이라서 흐으으음... 보라랑 음방 1위 경쟁할 때 리라가 1위해버리면 좀 자제해야 하나? 근데 보라는 그런 거 신경 안 쓸 것 같아서 🤔🤔 어떤 상황이든 그냥 아역배우 시절 만들어둔 연기자 자아 장착하고 포커페이스 해버릴 것 같다!
>>47 응!! 며칠 전까지는 약간... 임시거처? 같은 곳에 있었는데 이젠 침대도 있고 뜨신물도 잘 나오는 숙소에 있답니다 ☺️ 맞아맞아, 원래 이맘때 산불이 나긴 하는데 보통 비가 오는 시기랑 겹쳐서 크게 번지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비 안옴+강풍 콜라보로 활활이 되어버렸네 🥺 ㅋㅋㅋㅋㅋㅋ 그런가! 일단 우리집 근처에 달려있던 겨우살이 장식들은 바람에 날아가서 활활 탔을지도 (?)
최근에는 미안하다 고맙다 하는 말이 조금 늘은 랑이... 기본 설정 배경에서 리라랑 같이 찍은/리라가 찍힌 사진으로 배경화면 바꾼 랑이... 정말... 정말 좋은 변화고 막 가슴이 벅차오르고 아기대장늑대진짜백번뽀뽀해버려 이 귀여운 랑이 누구 랑이야!! 후... 리라도 커플 배경화면 해버려야지 각오해랏
짧고 명확한 대화 선호하는 거랑 모르는 사람이 붙잡으면 일단 붙잡은 손 떼어내고 상황에 따라 맡기기도 한다는 거... 랑이 성격을 잘 드러내는 답변이라고 생각하고... 이마저도 너무 좋고 🫠 맑은 육수 베이스에 후추+파+버섯 등 넣어먹는 쪽 << 이거 어째 많이 끓여본 사람의 답변같아서 좋다 (뭔) 리라는 랑이가 끓이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라면도 다르게 끓이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갈거예요... 이리라=뒷면 레시피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파멸의 라면 되어버리는 사람 🫠🫠 많이 보면서 배우자... 근데 이 라면도 좀 매우려나 후추 추가하면 당연한가
진단이 이러니 어쩐지 랑이 손톱 깎아주는거 해보고싶구나 🤔 김에 네일아트도... 랑이 왠지 어색해하거나 약간 불편해할 것도 같지만 ㅋㅋㅋㅋㅋ
저지먼트로서 첫 해를 보내고 새로이 맞이한 1년은 2학년 때에 비해서 확실히 여유롭고 평화로웠지만, 그렇다고 그게 바쁘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지난 해의 사건사고들로 쌓인 피로를 완전히 해소하기도 전에 두 가지 동아리의 부부장직과 레벨 5의 이명, 그리고 미래를 위한 어떤 준비를 어깨에 얹고 맞이한 새해는 보람찬 만큼 지쳤고 즐거운 만큼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여야 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해가 그 이전의 모든 해보다 풍족하게 느껴졌다는 거다. 그건 분명 제 주변을 채워준 친구들, 동료들, 낯익고 낯선 여러가지 인연들 덕분일테지. 그리고 무엇보다 분명하게—
- 리라 선배님! 수능 고생하셨어요! - 리라 언니~ 고생하셨어요! 제 찹쌀떡 드셨죠?! - 야, 이리라! 왜 이렇게 급하게 가? 반 애들끼리 모여서 저녁 먹을 건데!
"응! 고마워, 고마워! 아! 찹쌀떡은 이미 먹어봤어~ 딸기 모찌 맞지? 그거 맛있더라! 아참참, 저녁 약속 말인데 나는 오늘 못 가! 월말에 있는 약속은 간다고 해뒀으니까 그때 보자!" - 아 왜에! "왜긴 왜야! 데이트!"
상큼하고 간단한 대꾸를 뒤로 한 채 목화고등학교의 중앙 현관을 박찬 리라는 '옆구리 시리게 하는 데 뭐 있네 진짜. 그래, 잘 놀아라~ 멀리 안 나간다!' 하는 동급생의 말을 뒤로 한 채 곧장 빗자루를 꺼내들고 차가운 공기 속으로 날아올랐다. 수능 한파. 일년, 또는 다년간 쌓인 수험생들의 한이 얽히고 설켜서 고드름처럼 차갑게 피어오르는 기후현상. 큰 시험을 앞둔 선배들을 장난스레 놀리고 격려하고 응원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제 일이 되니 이 추위가 더욱 뼛속까지 와닿는 것 같다. 단순하게 추운 걸 떠나서... 조금은 허무하다는 감각으로.
새로운 1년도 거의 다 지나갔다. 내년이면 이리라는 목화고등학교를 졸업할 것이다. 그리고, 그리고...
"찡찡아, 언니 갔다올게? 밥 잘 먹고 잘 자고 있어야 해~ 알았지?" - 애우우웅... "오늘은 조금 늦을지도 몰라. 심심하면 도우미 요정한테 놀아달라고 하고. 저번처럼 찢어버리면 안된다?" - 우우우우웅. "너도 랑이 언니 보고싶다고? 나도! 나도 엄청 보고싶어! 아 정말, 고3은 왜 이렇게 자잘하게 바쁜지 몰라~ 작년 우리 선배님들은 대체 어떻게 그 일에 수능 준비까지 같이 하신거야? 아아, 존경합니다..." - 애옹! "헉 맞다, 나가야 돼! 아무튼 언니 진짜 진짜 갔다올게! 푹 쉬고 있어!"
차갑고 건조한 겨울 공기가 코끝을 얼린다. 가디건에 코트를 껴입고 도톰한 스타킹을 신었지만 이 시기 대한민국의 추위는 고작 천 몇 장 덧댄다고 온전히 피해갈 수 있는 종류의 고통이 아니다. 하지만 즐거운 기다림은 자연이 전해오는 날것의 고통마저도 말끔히 완화시킨다. 약속시간 15분 전. 3학구 중앙로의 번화가에 도착한 리라는 붉은 장미꽃 한 송이와 레몬박하맛 막대사탕 하나를 샀다. 기왕 하는 거 부케로 할까 싶었지만... 그건 크리스마스에도, 졸업식에도 줄 거니까. 피곤한 시험을 치른 오늘은 들고 다니기 무겁지 않은 선물을 건네며 온종일 당신의 손을 맞잡고 있을 것이다.
"에츄! 추, 추워어...!"
그나저나 바람이 너무 부네. 코트 말고 패딩을 입었어야 했나? 하지만 예쁘게 입고 싶었는걸. 얼마 서 있지도 않았는데 코끝도 뺨도 빠르게 빨개진다. 리라는 양쪽 주머니의 핫팩을 꾹 쥔 채 사거리 중앙에 놓인 시계탑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는 약속시간, 몇 분 전?
랑주 안뇽!!! (꼬오오오옥 껴안기) 아이구 일 많이 피곤하구나 8ㅁ8 아냐아냐 새로운 일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니깐... 일댈의 장점은 느긋하게 가도 괜찮다는 거지. 그러니까 넘 맘 쓰지 말어요 (뾱뾱 쓰다듬기) 난 그냥 랑주가 덜 피곤했으면 좋겠다 크아악 내가 랑주 피로 뽑아갈래 (커비처럼흡수해서피로savage)
응!! 편하게 주셔요 🥰 집은... 진짜제발... 새해 액땜이 과합니다 올해 얼마나 잘 되려고 이러니 (?)
날씨는 여전히 춥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공중에 흩어지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럼에도 랑은 지금 바깥에 나와 있었다. 추운 걸 좋아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이렇게 나왔다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겠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라면 한 번 정도 거치기 마련인 수능을 보는 날이다. 그렇다고 해서 랑이 수능 때문에 외출을 감행했느냐 하면... 글쎄, 어쨌거나 수능을 보기는 했으니까 이유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는 다른 이유가 더 중요했다.
" 그럼 가볼까. "
잠깐 동안 별관을 쳐다보던 랑은 발걸음을 한 걸음씩 내딛었다, 약속 장소에 약속 시간까지 가려면 이제는 슬슬 움직여야 했으니까.
폴라 셔츠 위에 스웨터, 그 위에 코트를 걸치고, 도톰한 스타킹에 부츠, 롱스커트를 입은 그녀가 한 걸음 내딛으며 숨을 내쉴 때마다 흰 입김이 앞으로 나아가다가 힘을 잃고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진다. 살짝씩 부는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머리카락,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저벅거리는 소리를 내며 약속 장소로 향하던 랑은, 그러다 잠깐 근처에 서 있는 포장마차 앞에 멈춰 섰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약속 장소 주변있는 시계탑이 눈에 들어온다. 약속 시간까지는 5분 정도 남았지만 이미 약속 장소에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랑은 숨을 한번 후, 하고 길게 내쉬곤. 숨을 죽인 채로 천천히 그 누군가에게로 다가갔다. 이쯤 되면 인기척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을 때, 랑은 따뜻한 손을 들어올려,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을 당신의 눈을 살짝 가렸다.
여기도 날씨 좀 오락가락해서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다ㅋㅋㅋㅋ 한국만큼 한파가 몰려오진 않지만 더웠다가 갑자기 춥고 바람불고 이래서 (...) 일교차 멈춰! 답레! 좀 이따 저녁 먹구 느긋하게 남겨둘게!! 랑주도 점심 맛나게 먹고 하루 즐겁게 잘 보냅시다~!!! (꾸와아압)
찬바람에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흔들려 얼굴을 간지럽힌다. 정말이지, 기껏 다 세팅했는데 이제 와서 묶기도 그렇고... 그런 식의 잡생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저벅, 하고 가까워지는 발소리. 분명하게 느껴지는 인기척. 그러나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두 눈이 가려지고 시야가 어두워졌다.
"잉? 익? 어? ......아! 헤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식겁하기 딱 좋았겠지만, 지금이 어떤 기다림의 시간인지를 다시 상기하고 나면 입에서 나오는 건 새된 비명이 아닌 태평하고 장난스런 웃음소리다. 리라는 핫팩을 쥐고 있느라 마찬가지로 따뜻한 손을 더듬더듬 올려 눈가를 덮은 따스한 손을 살짝 쓰다듬었다.
"으음~ 어어~ 누구지? 누구세요? 누구인지 모르겠네~ 약속한 거요? 무슨 소리일까~ 제가 오늘 약속한 건 사랑하는 여자친구와의 데이트고, 가져온 건 그 여자친구에게 줄 장미꽃, 사탕, 맛집 정보, 그리고 입맞춤밖에 없는데요~"
미안하지만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줄 건 없어요! 하고 웃음 섞인 목소리로 대꾸한 리라는 이내 무게중심을 살짝 뒤로 기울이며 랑에게 제 몸을 기대려 했다.
"아~ 따뜻해. 그래서 정말 누구세요? 오늘 제가 만나기로 한 사람이 맞나요? 이 따뜻한 손도 샴푸 냄새도 전부 제가 기다리던 사람이랑 똑같긴 한데, 보이질 않으니까... 당신이 코드네임 배드울프라는 걸 증명해보세요. 그럼 가지고 온 걸 전부 드리도록 하죠."
그리고는 랑의 손등 위에 제 손을 겹치면서, 고개를 살짝 틀어보이는 것이다.
"자, 그럼 문제 나갑니다. 이 세상에서 나 랑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정답으로 생각되는 사람의 입술에 사랑의 뽀뽀를 남겨주세요!"
......그런데 분명 조용히 들으라고 하지 않았나? 아무래도 이리라는 목소리만 낮추면 대충 조용한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위로해 줘." 리라: (바로 와락 껴안고 토닥토닥) 오늘 힘든 일 있었구나. 지쳐 보여요. 표정도 나쁘고. 뭐가 우리 언니 속상하게 했을까... 무슨 일인지 나한테 얘기해줄 수 있어요?
"자기 집의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고 싶어?" 리라: (주섬주섬 북마크를 뒤져서 보여줌) 이렇게! (전체적으로 따뜻한 화이트톤, 베이지톤인 걸 제외하면 딱히 공통점이랄 게 없는 중구난방한 인테리어 참고 이미지들이다.) 아 그리고 귀여운 캣타워! 창문 옆에! 아아, 그리고 줄 전구로 벽 꾸미기도 하고 싶고... 그리고, 그리고...!
"믿음, 소망, 사랑. 이 셋 중 제일 중요한 가치는?" 리라: 언젠가 이뤄질 거라는 일말의 믿음도 없는 소망과 상호 간의 믿음이 없는 사랑은 유통기한이 짧은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지속될 수 없는 것들은 결과적으로 덧없는 법이죠. 그래서 저는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감정은 기반되는 신뢰가 있어야 싹틀 수 있는 법이니까.
"배우고 싶은 외국어 있어?" 리라: 룬 문자요. (진심?) 그럼 진심이죠! 아니, 원래는 관심 없었는데... 뭐랄까... 기왕 굿위치니까 이름값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진짜 마녀도 아니니까 당연히 실용성은 없겠지만요. 그 외에는 중국어나 스페인어 정도려나... 독일어도 좋고, 아! 프랑스어도! < 욕심 많음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나요? 라는 멘트에 대응하는 방식은?" 리라: 흐음... 어? 으음~? 아, 혹시 최근 화보 촬영 때 뵀었나요? 아닌가? 팬사인회? 하이터치회? 헤헤, 죄송해요. 요즘 일정이 많아서. 아! 직접 마주친 게 아니라면 지하철역에 걸린 광고를 보셨을지도...? (직업 특성상 일방이든 쌍방이든 진짜 어디서 본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서 '누구세요?' 처럼 직설적인 말은 되도록 안 함)
"행운, 불행, 평범함. 이 세 가지를 각자 어떤 사람에게 전해 주고 싶어?" 리라: 행운은 랑이 언니에게, 불행은 언니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게, 평범함은... 음, 7개로 나눠서 퍼스트클래스들에게 주고 싶어요. 그들이 원한다는 가정 하에 말하는 거지만. 아니면 상자에 잘 넣어뒀다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건네줘도 좋고?
입술 위에 와닿는 부드러운 감촉. 부쩍 가까워진 상대의 체향. 랑의 손바닥에 가려진 눈꺼풀이 조심스러운 접촉에 움찔 떨린다. 이내 손바닥이 떨어지면 보이는 얼굴에 리라는 저도 모르게 질끈 감았던 눈을 살짝 뜨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래서 좋죠?"
이게 무슨 자신감.
"아니, 별로 오래 안 기다렸어요. 지금도 약속시간 좀 남았고... 언니도 언제나 일찍 나온다니깐. 게으름 피울 수가 없어."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지만. 당신을 만나러 오는데 어떻게 게으름을 피울 수 있을까. 약속이 잡히면 하루이틀 전부터 약속된 시간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몸인데. 리라는 랑에게 기댄 머리를 가볍게 부비며 웃음을 흘리다가 이내 몸을 바로 세우고 방향을 돌려 랑을 마주보았다.
"안 추웠어요? 어휴, 진짜 수능 한파 너무 심해~ 수험생의 한은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린다더니..."
그리고 짧게 툴툴대나 싶더니 발뒤꿈치를 들어올려 랑의 입술에 다시금 입을 맞추려 하는 것이다. 조금 전 랑이 그랬듯이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하지만 약간 더 길게. 맞닿은 입술이 떨어질 즈음에는 어딘가에 숨겨놓았던 붉은 장미꽃이 두 사람 사이에 등장할 것이다.
"추우니까 얼른 실내로 가요. 으음~ 그러니까... 어떻게 말해야 되더라... 아! 큼큼. 저에게 나랑 씨를 식당까지 에스코트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그 다음엔 네컷 사진도 찍고, 노래방도 가고, 카페도 가고, 이야기를 나누고... 이 저녁이 다할 때까지 많은 것들을 하고 싶다. 그 다음에는 당신의 집이나 우리 집에서 함께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 햇살을 함께 받고 싶었다. 벅찬 욕심으로 가득 찬 마음이 두근두근 울린다.
아. 안 돼, 일단 하나부터 천천히.
"사탕은 후식이니까 이따 드릴 거예요~ 자, 그럼 출발 전에 선택지를 드리죠. 레이디. 첫번째는 예전에 같이 호캉스 갔던 호텔의 디너 뷔페, 두번째는 어린 랑이 언니와 갔던 돈가스 맛집. 세번째는 인첨공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바닷가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어느 쪽이 좋아요?"
>>75 헉 다행이다!! 8ㅁ8 아픈 것만 사라져도 훨씬 낫지... 기침은 보통 오래 붙어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일찍 통증 사라졌으면 기침도 비교적 빨리 가라앉을거야! 랑주의 면역체계. 힘냈다. 훌륭. (면역체계를 칭찬해요) 응! 나도 오늘 하루 힘낼게~! 랑주는 곧 점심시간인데 점심 맛있게 먹고!!
부드러운 시선과 은근한 미소를 마주하고 있으면 주변이 얼마나 춥든 말든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다. 꼭 유리 덮개를 씌운 것처럼 주변과 유리되고 둘만이 남는 감각이 퍽 기껍다. 차분하고 간결하게 선택지를 고른 랑을 향해 마주 활짝 웃어보이던 리라는, 이어지는 문장에 입술을 살짝 삐죽거렸다.
"그래도 어딜 가는지 정도는 제대로 알아야죠! 이왕이면 언니가 좋아하는 데로 가고 싶단 말이에요~ 물론 랑이 언니도 제가 가고 싶다는 곳으로 가는 게 좋으니까 그러는 거겠지만..."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역시 이런 건 제대로 말해주는 편이 좋으니까. 가고 싶은 데라면 어디든 함께 가주는 것도 싫지는 않지만, 아니 좋지만, 그건 너무 나 하고 싶은 대로만 당신을 끌고 다니는 것 같아서. 다만 이어지는 다정한 손길들에 자잘한 상념은 바람 앞 낙엽처럼 날아간다. 리라는 제 손을 붙잡은 랑의 손을 꼭 마주 잡으며 다시금 웃어보였다.
"좋아요, 가요!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윽고 그는 이게 버틀러인지 내비게이션인지 모를 애매하기 짝이 없는 묘한 말투로 당신을 잡아끈다. 이전에는 학교에서부터 출발하느라 버스를 타고 가야 했지만 지금은 정말 조금만 걸으면 된다. 오늘의 만남 장소와 추억이 깃든 돈가스 맛집, '밤나무 식탁' 은 같은 3학구 중앙로에 위치해있었으니까. 덕분에 두 사람이 추위에 오래 떨 일은 없게 되었다. 방문 전적이 있다고 조금 익숙해진 골목을 걷다 보면 따스한 빛을 내는 식당이 바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 어서오세요, 몇 분이세요? "안녕하세요! 두 명이에요!" - 네.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첫번째 럭키. 수능 당일의 저녁시간인데도 대기 없이 입장이 가능했다! 그것도 학생들이 바글바글할 3학구 중심가에서! 예상치 못한 행운에 리라는 조금 놀란 눈으로 랑을 돌아보며 '우와, 대박.' 하고 입을 뻐끔거린다.
- 물 준비해드릴게요~ 주문은 패드로 부탁드려요!
머잖아 깨끗하게 치워진 2인용 좌석이 준비되었다. 출입문으로부터 멀어서 바람에 추워지지 않고, 어느 정도 중앙에서 벗어난 자리라 지나치게 소란스럽지 않았다. 잠깐, 그러고 보니 여기...
"어, 우리 전에 왔을 때도 이 자리에 앉았던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우연이람. 두번째 럭키, 추억의 자리에 배치되었다!
"뭔가 신기하네요~ 고생했다는 의미로 우주의 기운이 축복이라도 내려주나? 아 참, 아까 들어올 때 보니까 결제할 때 수험표 보여주면 할인해준다는데... 역시 이게 수능 끝난 고삼의 진정한 권력인가 봐요."
그리고 이로서 세번째 럭키. 대망의 수험생 할인...! 신이 난 채로 종알거리던 리라는, 문득 무심코 입에 올린 수험표 이야기에 한쪽 어깨에 맨 작은 핸드백 표면을 슬쩍 매만지다가, 이윽고 물병을 들어 물컵 두 개에 각각 물을 따랐다. 그러면서 넌지시 묻는 거다.
"......랑이 언니는 시험 어땠어요? 안 어려웠어요?"
수험표가 있다는 건 무슨 뜻인가. 수능 본 수험생이라는 뜻이다. 즉, 조금 전까지 하루종일 책상에 발이 묶여있다 온 사람들.
"전 어려웠어요... 아까 하교 전에 가채점 했는데... 망한 것 같... 아..."
그래. 그런 존재로서 당연하게 느끼는 다가올 등급에 대한 압박감이 살살 밀려온다...! 물론 이리라야 망해도 그만인 직종으로 가버릴 예정이긴 하지만! 그래서 수능 공부도 중간쯤에 슬쩍 놓고 재데뷔 준비에만 올인했지만! 그래도! 고등학생이라면 멘탈적으로 좀 그게 그것이!
"사실 수능 칠 줄 몰랐는데, 그래도 해놓고 나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생각보다 더 못 본 것 같고... 으윽... 하지만 끝났다고 속은 후련하구... 뭔가 허전한 것도 같고..."
데이트 중에 이런 말 하는 게 맞나? 하지만 이미 터진 둑이다... 리라는 랑의 몫으로 따른 컵을 넘겨준 후 제 몫의 물을 깨작깨작 마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