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7054916/16/17 에 이어서
낯선 천장이다. —같은 말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진한 소독약 냄새와 하얀 타일 천장. 분주하게 오가는 의료인들의 발소리와 간호 안드로이드가 복도를 지나가는 소리. 똑, 똑... 링겔에서 약이 떨어지는 소리, 소리, 소리들. 다미는 주변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되짚으며 현실감각을 되살린다. 그러니까 여긴.
"천국인가?" "유감이지만 인첨공이다."
거대한 착각을 단박에 끊어준 익숙한 목소리에 어떤 감상이나 의견보다 실없는 웃음이 먼저 튀어나왔다. 다미는 고개를 돌려 그를 내려다보는 시현을 마주 바라본다. 햇빛이 드는 창가를 등진 채 앉은 그의 얼굴은 그림자가 덮여 어둡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무겁게 눌러붙은 눈 아래의 그늘은 가려지지 않았다.
"큭큭, 풉! 와, 시현 쌤 얼굴 대박이다. 못 잤어요? 상태가 왜 이래? 아하하... 하... 악, 아악! 아파 아파! 저기요! 나 환자거든요?!" "나도! 알아! 이 자식아! 웃음이 나오냐? 어? 지금 웃음이 나와? 주다미! 너 죽을 뻔했어! 그러게 내가 뭐랬냐, 낌새가 이상하댔잖아. 가지 말라는데 말을 안 듣고 왜 이만한 사단을 내!" "아니... 어쩔 수 없었잖아요. 성탄절 한창 기대하던 애기들을 그냥 냅두나, 그럼... 그래도 안 잡히고 잘 살아 돌아왔는데." "지랄. 잘 살아 돌아온 사람이 3일이나 뻗어있냐." "그러게요. 저 3일 내내 잤어요?"
시현은 다미의 귀를 쥐어뜯을 듯 당기던 손을 거둬들여 피로에 절은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렸다.
"잔 게 아니라 의식불명이었지. 중간중간 깨긴 했는데 제정신은 아니었고. 아오, 지금도 딱히 제정신 아닌 것 같은데 그냥 더 잘래?" "말이 너무 심하시네. 저 지금 정신 완전 맑거든요?"
그렇게 대답한 다미는 머릿속에 파편적으로 하나 둘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을 조합한다. 낯설지 않은 얼굴, 대담한 방식의 접근과 공격, 속수무책으로 당한 자신. 거기까지 되짚고 나면 한쪽 팔에 감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사실 이건 감각만 없다기보다는...
부스럭. 환자용 이불이 걷혀진다.
"쩐다. 겨울 병사 반즈 씨가 됐네." "센터 이사직이 아니라 스탠드업 개그맨을 시켰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이직할래?" "코는 시현 쌤이 꿰어놨으면서 이제 와서? 해도 나중에 해야죠. 와... 맞네, 나 팔 썰렸지. 근처에 떨어진 건 없었대요?" "없었대. 그래도 너 운 좋은 줄 알아. 마침 그 근처 지나가던 어떤 분이 신고해줘서 산 거야, 너. 아니었으면 얄짤없었어." "그러게요. 신고라... 보상이라도 해 주고 싶은데, 혹시 연락처 받아둔 거 있어요?" "그것도 없어. 앰뷸런스 도착했을 땐 너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고 하더라고." "아하."
침묵. 다미는 낮선 팔을 가만히 움직여보았다. 인천첨단공업단지의 가공할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기계 팔은 그의 온전한 다른 쪽 팔만큼이나 정밀하게 움직였으나, 이질적인 것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뭐, 센터 애들은 좋아하겠네요. 딱 보기에 멋있잖아요." "누구였어? 3일 전. 네가 본 놈." "......아, 그... 시현 쌤도 아는 애인데, 기억나세요? 다현이." "하... 이 미친 양귀비 새끼들..."
부러 밝게 군다 한들 저변에 깔린 그림자를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다. 다미는 양손에 얼굴을 파묻은 시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직 어색한 의수를 들어 상대의 어깨를 토닥인다.
"새삼요. 아무튼 앞으로는 더 조심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센터 사람들도 더 조심히 지켜야 할 것 같고요. 우리 때문에 거기까지 죄다 타겟으로 묶인 모양이에요." "그랬겠지. 얼마나 거슬리겠냐, 그것들 눈에는." "......죄송해요, 말 안 들어서." "됐다 인마. 살아서 돌아왔잖아. 그럼 됐어... 된 거야... 아무튼, 이따 리라도 선경 선생님이랑 병문안 온다니까 알고 있어라. 어디서 들었는지 너 안 다쳤다고 잡아떼려고 해도 늦어서, 대충 스킬아웃한테 잘못 엮였다고 둘러댔어."
응! 약먹고 계속 누워있었다! 아마 오늘도 그렇게 될 거 같고 (...) 그래도 머리는 덜 아파서 괜찮아! 내일이면 더 괜찮아질듯 ☺️ 랑주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 거 베리굿이에요 한국 많이 춥다는 거 들었어 8ㅁ8 (복복복복) 난로랑 잘 켜고 길 얼었으면 미끄럼 주의하고 따숩게 있기!
오늘 바빴구나 고생 많았써용 🫳🫳🫳 푹 쉬고 무리하지 말고! 주말에는 조금 시간 나서 푹 쉬고 그랬음 좋겠다 ☺️ 잘쟈!!
드르륵 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미닫이 문 뒤로 반쯤 눈물에 젖은 얼굴이 나타났다. "얌마 병원에선 조용조용 다녀야지 문을 아주 부숴라 부숴." 하고 타박하는 시현의 등 뒤에서 문간을 넘어오는 리라와 선경을 바라보던 다미는 이윽고 새로운 객들과 눈이 마주치자 새로운 팔을 흔들어보이며 웃었다. 태평할 정도로 한갓진 반응이었다.
"다미 선생님, 아픈 덴 좀 어때요?" "이제 괜찮아요. 며칠 푹 자고 일어나니까 아무렇지도 않네요! 그간 센터는 별 일 없었죠? 경훈 쌤은 연말이라 더 바쁘시고, 사실상 경 선생님이랑 시현 쌤 두 분이서 어려운 일은 전부 도맡으셔야 했을 텐데... 어휴, 제가 다쳐가지고."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보조 선생님들이 계시니까 운영에 큰 문제는 없어요. 다미 선생님은 당분간 회복에만 집중하세요."
선경과의 대화는 언제나 그랬듯 포근했고 편안했다. 하지만 그 뒤에서 핏발 선 눈을 내리깐 채 붉어진 눈가를 숨기지도 못하는 센터 학생의 존재는 다미의 심경을 다시금 어지럽게 한다. 놀랐겠지. 심지어 얼마 전에 큰일을 치룬 아이인데.
"리라야." "......" "이리라 학생~ 선생님 괜찮아요~ 이것 봐, 대박이지? 엄청 정교해. 위에 인조 피부만 입히면 원래 팔이랑 똑같을 거라고 하더라. 근데 그럴지 말지는 아직 좀 고민 중~ 씌우는 게 더 자연스럽긴 하겠지만 솔직히 로봇 팔 멋있잖아. 이럴 때가 아니면 살면서 언제 이런 번쩍거리는 걸 달아보겠ㅇ—" "어떤 놈이에요?" "어?" "스트레인지라고 하셨죠. 얼굴 보셨어요? 누구에요? 기억나는 인상착의 같은 거 있으세요? 목소리는요? 아니, 아니다. 기억 안 나셔도 괜찮아요. 저지먼트에 사이코메트리 5레벨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한테 부탁할게요. 그 친구가 어렵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도 도와줄 수 있으니까, 저 발 넓은 거 아시죠. 어떻게든..." "리라야아~..." "......흐윽, 흑! 윽... 왜, 왜 또 이런 일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 다칠 일은 이제 끝인 줄로만 알았는데. 왜... 어째서... 왜 끝나질 않는 거예요? 난 대체 언제까지 불안해야 하냐고요..."
핏발 선 눈에서 와르르 쏟아지는 눈물에 다미는 뻗던 손마저 거두고 이불 끝을 말아쥔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아무리 포장한들 이건 내 부주의의 결과였으므로.
"울지 말고... 쌤 진짜 괜찮아. 인첨공 의료기술이 어디 웬만큼 좋니? 병실도 봐, 경훈 선생님이 잡아줘서 완전 VIP실. 잘 쉬고 나가면 예전이랑 똑같아질거야.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그게 문제에요? 선생님이 봉사활동 나갔다가 팔이 잘리고 죽음 문턱에서 겨우 살아돌아오신 게 문제죠. 부상의 경중도 경중이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라는 게 문제라고요... 난, 나는... 또 지키지 못했어..."
후드득 떨어지는 눈물방울이 가차없이 병상의 이불을 적신다. 시현은 그런 리라와 어쩔 줄 모르고 버벅거리는 다미를 번갈아 보다가, 이내 한숨을 쉬며 리라를 붙잡고 병실 밖으로 잡아끌었다.
"뭘 또 지켜 지키긴. 이리라야, 남 좀 그만 지키고 네 정신머리나 지켜라. 따라와. 음료수 뽑아오게." "훌쩍." "경 선생님, 커피 하시겠습니까?" "아, 그래요. 어디... 다미 선생님은 사이다?" "헉? 아! 네네네. 사이다 좋죠. 시현 쌤, 저는 사이다!" "환자가 뭔 탄산이야? 물이나 마셔! 갔다 온다." "아니 왜! 내가 내상을 입은 것도 아닌데!" "시끄러!"
타가당 탕탕. 캔 음료가 자판기 아래로 굴러떨어지며 부딪는 소리가 고요한 병원 복도를 청량하게 울렸다. 캔커피 두 개에 생수 두 병. 시현은 커피 캔 하나와 생수 한 병을 한 손에 쥐고 남은 손으로는 다른 커피 캔을 단숨에 뜯어 들이켰다.
"하아아아... 이제야 좀 살겠네. 이리라야, 너도 물 좀 마셔."
당연하게도, 남은 생수 하나는 리라의 몫으로 돌아간다. 차가운 생수 표면에 맺힌 물기가 손가락 틈새로 촘촘히 스미고 냉기를 전달하지만 정작 그것을 쥔 사람의 표정은 한도 없이 허하기만 하다. 시현은 그런 리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학생의 부어오른 눈가에 대뜸 제가 들고 있던 생수병을 갖다대었다.
"...앗 차거." "물 마시고 정신 차려라, 얼이 다 빠져서는." "......시현 쌤은 이게 정확히 무슨 일인지 아세요?" "내가 어떻게 알겠냐. 난 스트레인지나 스킬아웃들 쪽 사정은 잘 몰라."
새빨간 거짓말이지만.
"저도 그래요. 그쪽 사정,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알 일이 없으면 없을수록 좋지... 엮여서 좋은 꼴 본 사람을 만난 적이 없는데 뭘 자꾸 궁금해하고 그래." "그러게요. 다들 위험하다고 해서 적당히 관심 두지 않고 멀리했는데, 저지먼트 순찰 관할도 아닌 구역이니까 일부러 들여다보지는 않으려고 했는데, 그런데 왜 자꾸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들어가고 엮이다가 끝내는 다치게 될까요."
시현의 시선이 리라에게로 곧게 꽂혔다.
"......그래서 뭐. 뭘 어쩌겠다는 건데." "뭘 어쩌겠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냥... 속상하다고요. 내가 모르는 것도, 내 사람들이 내가 모르는 일로 다치는 것도... 전부 다..." "네가 모든 걸 다 해결할 수는 없어. 저지먼트가 인첨공의 모든 일을 다 해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뭘 모른다는 게 언제나 나쁜 일은 아니라는 것도 알려주고 싶다.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거든." "전 그 말에 동의 안 해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을 진리 삼기엔 우리는, 인첨공은 너무 많은 길을 돌아왔다. 모르고 지낸 세월은 멸망에 가까운 시나리오로 얼굴을 들이밀었으니 이제는 더 이상 모르는 게 있으면 안 됐다. 적어도 리라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게 또 다른 강박이 될 것임을 모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그래...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알았고... 뭐라 안 할 테니까 일단 마음 좀 가라앉혀. 너 요즘 상담은 가냐?" "못 간 지 조금 됐는데... 아시잖아요, 최근에 저지먼트가 한 일..." "이제라도 꾸준히 가. 지금이 제일 필요한 때야. 너 많이 불안정해보인다. 큰일 치른 다음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 병원으로 안 되면 윤정인이 뭐라 하든 무시하고 다시 센터 병행하고. 어차피 인첨공 19위인데 네가 뻐기면 걔도 별 수 없겠지." "......아하하, 레벨로 밀어붙이라고요? 그거 갑질." "하고 살아 좀. 호구 잡히는 것보다 못된 놈 되는 게 낫다." "봐서요."
그렇게 이번 주제는 얼렁뚱땅 마무리되었지만, 시현은 예감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 애에게 인첨공과 연구소의 역사에 대한 자료를 넘겨주기 시작했을 때부터, 윤정인이 이 애의 담당 연구원임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리고 그쪽이 이쪽을 동시에 인식하게 되었을 때부터— 어떤 운명의 수레바퀴는 정해진 길을 타고 구르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뜌어어어... 좋은 오후야 랑주! 게시판이... 뉴튜나로 옮겨가게 된다는 소식을 전해오며... 자세한 일시는 불명이지만 다 옮겨가면 여기는 읽기 전용으로 남는대. 바로 옮길 필요는 없지만 알아는 둬야 할 거 같다! 🫠 솔직히난좀무섭지만 갈때가되면가야겟지. 문제없겟지. < 집 옮기는 데 안좋은 기억 있는 사람
아홉 시! 🥱 그리고 나는 이른 기상... 여기 갑자기 강풍이 막 분다... 창문 떨어지는 줄 알았네... 다행히 토네이도 같은건 아니고 그냥 바람이 센가 봐. 아침쯤엔 마당이 난리가 나 있겠군... 한국은 눈 많이 온 것 같던데 랑주 있는 데는 어떠려나? 이동에 문제 있을 만큼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 쫀밤이야!!
영하????? 갑자기 기온 훅 떨어졌다곤 들었는데 대체... 내일은 더 춥다고요 이게 무슨 소리요 크아악 아무리 1월이라지만!! 랑주 따뜻하게 입고 따뜻한거 많이 마시고 감기 조심해!! 🥺 (마구마구 껴안아서 온기 전달해주기) 날씨는 눈ㄴ치를 챙기도록 하거라 제발 평일에는 춥지말란말이다 (자연: (콧방귀))
>>28 간간히 가서 사전 테스트 하고 있는데 일단 자동 새로고침(F5 안 해도 자동으로 레스 올라오는 거 보여줌) 은 확실히 괜찮은 기능 같고, 이미지랑 영상 업로드도 이제는 되는 것 같아. 자잘한 오류는 있지만 빠르게 수정되는 것 같구... 🤔 옵션란에 배경색 바꾸기도 추가됐네. 그치그치 막 갑자기 짬뽕되는 상황만 아니면 괜찮을 것이야 😌😌 당장은 좀 느긋하게 생각해보는 것으로... 벌써 옮겨가는 사람들도 있긴 한데 넘어간다면 좀 더 정리된 후에 넘어가는 편이 나을 거 같기도 해서🤔
여기 바람은 이제 좀 괜찮아! 물론 지금도 많이 불긴 하는데 간밤처럼 창문이 흔들리진 않고~ 대신 마당의 의자들이 다 넘어지고 튜브 하나는 담장 밖으로 탈출해서(...) 주우러 가야 한다... 일단 창문으로 안 날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근황! 겸 설명! 리라주 집 근처에 불이 나서 새벽에 대피하고 지금은 타지역에 피난 나와있습니다! 그러나 몸은 전혀 문제없고 급하게나마 필요한 거 다 잘 집어서 나왔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용 ☺️☺️
지금 유일한 문제는 나 너무... 지루해 < 철딱서니 ㄹㅈㄷ
여기 인터넷이 너어어어어어어무 안잡혀서 아무것도 못해 🫠 하다못해 산불현황 뉴스를 실시간으로 봐야하는데 잘 안잡혀서 그마저도 드문드문 보는 중... 그래도 아까보다 공기질도 좋아졌고 바람도 덜 불어서 소방헬기랑 슬슬 뜬다고 하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직 긴장 놓으면 안되지만~
랑주도 목요일 화이팅이야! 밥 잘 챙기고 한국 많이 춥다는데 추위 조심하고!!! 옷 따숩ㄱㅔ 입어!!!
>>35 랑주 안 양... 🫠 ㅋㅋㅋㅋㅋㅋㅋ 그런일이 있었다네요~ 살면서 이런 긴급대피 첨해봤는데 신기했다 (?) 그래도 잘 도망쳐왔으니까! 맞아 지금 할 수 있는 건 집이 멀쩡하기만을 기도하는 거지... 랑주 따뜻하게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다! 남은 하루도 편안히 보내길...!
리라: 125 아프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 이성이 남아있을 정도로 아프면 병원도 가고 약 타오고 할 수 있는 정석적인 대처를 하는데, 이성이 흐려질 만큼 아프면 그냥 집에 있는 진통제 마구 때려넣고 (이것도 못할때가 있음) 죽은듯이 잠. 안 깨우면 안 일어남. 깨워도 일어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듯... 평상시에 얼리버드 바른생활 하는 사람 치고는 이례적인 반응이죠 🤔
174 캐릭터는 살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얼마나 했을까요? : 미안하다는 말은 필요한 만큼 넉넉히, 고맙다는 말은 충분히! 당장 랑이한테는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하루 한번씩 고맙다고 하지 않을까! 오늘도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요~ 언니랑 같이 집에 가는 길 최고로 좋아요! 고마워요~ 하고!
319 지금대로 생활하면 어떤 병에 걸릴 가능성이 클까요 : 진단이 캐가 아니라 오너를 때린다 그만 팰 것을 제안한다 리라가... 음... 글쎄... 사실 나름 건강히 살고 있는 것 같긴 해서 (아닐지도) 다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항상 좀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려고 하는 감이 없잖아 있으니까, 어느날 갑자기 뭐가 걸려도 별로 이상하진 않을지도... 신경쇠약? (이건사실지금도조금) 과로로 인한 면역력 악화로 각종 유행병에 취약해진다? 독감? 같은거?
이리라: 338 자기 직전, 잘 준비를 모두 마쳤을 때의 모습은? : 얇은 재질의 하늘하늘한 흰색 원피스 잠옷. 같은 라인의 샴푸와 바디워시, 부드러운 바디로션 냄새. 물기가 살짝 덜 마른 머리 끝. 막 씻어서 뽀송하고 따끈함. 그대로 랑이한테 다이빙!
293 자주 짓는 표정 : 웃으면 행복해진답니다 ☺️ < 이 표정
297 기쁨을 숨기는 방법 : 숨겨야 되는 상황이 있으려나? 늘 가감없이 표현하는 편이라서 흐으으음... 보라랑 음방 1위 경쟁할 때 리라가 1위해버리면 좀 자제해야 하나? 근데 보라는 그런 거 신경 안 쓸 것 같아서 🤔🤔 어떤 상황이든 그냥 아역배우 시절 만들어둔 연기자 자아 장착하고 포커페이스 해버릴 것 같다!
>>47 응!! 며칠 전까지는 약간... 임시거처? 같은 곳에 있었는데 이젠 침대도 있고 뜨신물도 잘 나오는 숙소에 있답니다 ☺️ 맞아맞아, 원래 이맘때 산불이 나긴 하는데 보통 비가 오는 시기랑 겹쳐서 크게 번지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비 안옴+강풍 콜라보로 활활이 되어버렸네 🥺 ㅋㅋㅋㅋㅋㅋ 그런가! 일단 우리집 근처에 달려있던 겨우살이 장식들은 바람에 날아가서 활활 탔을지도 (?)
최근에는 미안하다 고맙다 하는 말이 조금 늘은 랑이... 기본 설정 배경에서 리라랑 같이 찍은/리라가 찍힌 사진으로 배경화면 바꾼 랑이... 정말... 정말 좋은 변화고 막 가슴이 벅차오르고 아기대장늑대진짜백번뽀뽀해버려 이 귀여운 랑이 누구 랑이야!! 후... 리라도 커플 배경화면 해버려야지 각오해랏
짧고 명확한 대화 선호하는 거랑 모르는 사람이 붙잡으면 일단 붙잡은 손 떼어내고 상황에 따라 맡기기도 한다는 거... 랑이 성격을 잘 드러내는 답변이라고 생각하고... 이마저도 너무 좋고 🫠 맑은 육수 베이스에 후추+파+버섯 등 넣어먹는 쪽 << 이거 어째 많이 끓여본 사람의 답변같아서 좋다 (뭔) 리라는 랑이가 끓이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라면도 다르게 끓이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갈거예요... 이리라=뒷면 레시피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파멸의 라면 되어버리는 사람 🫠🫠 많이 보면서 배우자... 근데 이 라면도 좀 매우려나 후추 추가하면 당연한가
진단이 이러니 어쩐지 랑이 손톱 깎아주는거 해보고싶구나 🤔 김에 네일아트도... 랑이 왠지 어색해하거나 약간 불편해할 것도 같지만 ㅋㅋㅋㅋㅋ
저지먼트로서 첫 해를 보내고 새로이 맞이한 1년은 2학년 때에 비해서 확실히 여유롭고 평화로웠지만, 그렇다고 그게 바쁘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지난 해의 사건사고들로 쌓인 피로를 완전히 해소하기도 전에 두 가지 동아리의 부부장직과 레벨 5의 이명, 그리고 미래를 위한 어떤 준비를 어깨에 얹고 맞이한 새해는 보람찬 만큼 지쳤고 즐거운 만큼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여야 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해가 그 이전의 모든 해보다 풍족하게 느껴졌다는 거다. 그건 분명 제 주변을 채워준 친구들, 동료들, 낯익고 낯선 여러가지 인연들 덕분일테지. 그리고 무엇보다 분명하게—
- 리라 선배님! 수능 고생하셨어요! - 리라 언니~ 고생하셨어요! 제 찹쌀떡 드셨죠?! - 야, 이리라! 왜 이렇게 급하게 가? 반 애들끼리 모여서 저녁 먹을 건데!
"응! 고마워, 고마워! 아! 찹쌀떡은 이미 먹어봤어~ 딸기 모찌 맞지? 그거 맛있더라! 아참참, 저녁 약속 말인데 나는 오늘 못 가! 월말에 있는 약속은 간다고 해뒀으니까 그때 보자!" - 아 왜에! "왜긴 왜야! 데이트!"
상큼하고 간단한 대꾸를 뒤로 한 채 목화고등학교의 중앙 현관을 박찬 리라는 '옆구리 시리게 하는 데 뭐 있네 진짜. 그래, 잘 놀아라~ 멀리 안 나간다!' 하는 동급생의 말을 뒤로 한 채 곧장 빗자루를 꺼내들고 차가운 공기 속으로 날아올랐다. 수능 한파. 일년, 또는 다년간 쌓인 수험생들의 한이 얽히고 설켜서 고드름처럼 차갑게 피어오르는 기후현상. 큰 시험을 앞둔 선배들을 장난스레 놀리고 격려하고 응원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제 일이 되니 이 추위가 더욱 뼛속까지 와닿는 것 같다. 단순하게 추운 걸 떠나서... 조금은 허무하다는 감각으로.
새로운 1년도 거의 다 지나갔다. 내년이면 이리라는 목화고등학교를 졸업할 것이다. 그리고, 그리고...
"찡찡아, 언니 갔다올게? 밥 잘 먹고 잘 자고 있어야 해~ 알았지?" - 애우우웅... "오늘은 조금 늦을지도 몰라. 심심하면 도우미 요정한테 놀아달라고 하고. 저번처럼 찢어버리면 안된다?" - 우우우우웅. "너도 랑이 언니 보고싶다고? 나도! 나도 엄청 보고싶어! 아 정말, 고3은 왜 이렇게 자잘하게 바쁜지 몰라~ 작년 우리 선배님들은 대체 어떻게 그 일에 수능 준비까지 같이 하신거야? 아아, 존경합니다..." - 애옹! "헉 맞다, 나가야 돼! 아무튼 언니 진짜 진짜 갔다올게! 푹 쉬고 있어!"
차갑고 건조한 겨울 공기가 코끝을 얼린다. 가디건에 코트를 껴입고 도톰한 스타킹을 신었지만 이 시기 대한민국의 추위는 고작 천 몇 장 덧댄다고 온전히 피해갈 수 있는 종류의 고통이 아니다. 하지만 즐거운 기다림은 자연이 전해오는 날것의 고통마저도 말끔히 완화시킨다. 약속시간 15분 전. 3학구 중앙로의 번화가에 도착한 리라는 붉은 장미꽃 한 송이와 레몬박하맛 막대사탕 하나를 샀다. 기왕 하는 거 부케로 할까 싶었지만... 그건 크리스마스에도, 졸업식에도 줄 거니까. 피곤한 시험을 치른 오늘은 들고 다니기 무겁지 않은 선물을 건네며 온종일 당신의 손을 맞잡고 있을 것이다.
"에츄! 추, 추워어...!"
그나저나 바람이 너무 부네. 코트 말고 패딩을 입었어야 했나? 하지만 예쁘게 입고 싶었는걸. 얼마 서 있지도 않았는데 코끝도 뺨도 빠르게 빨개진다. 리라는 양쪽 주머니의 핫팩을 꾹 쥔 채 사거리 중앙에 놓인 시계탑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는 약속시간, 몇 분 전?
랑주 안뇽!!! (꼬오오오옥 껴안기) 아이구 일 많이 피곤하구나 8ㅁ8 아냐아냐 새로운 일 적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니깐... 일댈의 장점은 느긋하게 가도 괜찮다는 거지. 그러니까 넘 맘 쓰지 말어요 (뾱뾱 쓰다듬기) 난 그냥 랑주가 덜 피곤했으면 좋겠다 크아악 내가 랑주 피로 뽑아갈래 (커비처럼흡수해서피로savage)
응!! 편하게 주셔요 🥰 집은... 진짜제발... 새해 액땜이 과합니다 올해 얼마나 잘 되려고 이러니 (?)
날씨는 여전히 춥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공중에 흩어지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럼에도 랑은 지금 바깥에 나와 있었다. 추운 걸 좋아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이렇게 나왔다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겠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라면 한 번 정도 거치기 마련인 수능을 보는 날이다. 그렇다고 해서 랑이 수능 때문에 외출을 감행했느냐 하면... 글쎄, 어쨌거나 수능을 보기는 했으니까 이유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는 다른 이유가 더 중요했다.
" 그럼 가볼까. "
잠깐 동안 별관을 쳐다보던 랑은 발걸음을 한 걸음씩 내딛었다, 약속 장소에 약속 시간까지 가려면 이제는 슬슬 움직여야 했으니까.
폴라 셔츠 위에 스웨터, 그 위에 코트를 걸치고, 도톰한 스타킹에 부츠, 롱스커트를 입은 그녀가 한 걸음 내딛으며 숨을 내쉴 때마다 흰 입김이 앞으로 나아가다가 힘을 잃고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진다. 살짝씩 부는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머리카락,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저벅거리는 소리를 내며 약속 장소로 향하던 랑은, 그러다 잠깐 근처에 서 있는 포장마차 앞에 멈춰 섰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약속 장소 주변있는 시계탑이 눈에 들어온다. 약속 시간까지는 5분 정도 남았지만 이미 약속 장소에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랑은 숨을 한번 후, 하고 길게 내쉬곤. 숨을 죽인 채로 천천히 그 누군가에게로 다가갔다. 이쯤 되면 인기척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을 때, 랑은 따뜻한 손을 들어올려,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을 당신의 눈을 살짝 가렸다.
여기도 날씨 좀 오락가락해서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다ㅋㅋㅋㅋ 한국만큼 한파가 몰려오진 않지만 더웠다가 갑자기 춥고 바람불고 이래서 (...) 일교차 멈춰! 답레! 좀 이따 저녁 먹구 느긋하게 남겨둘게!! 랑주도 점심 맛나게 먹고 하루 즐겁게 잘 보냅시다~!!! (꾸와아압)
찬바람에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흔들려 얼굴을 간지럽힌다. 정말이지, 기껏 다 세팅했는데 이제 와서 묶기도 그렇고... 그런 식의 잡생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저벅, 하고 가까워지는 발소리. 분명하게 느껴지는 인기척. 그러나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두 눈이 가려지고 시야가 어두워졌다.
"잉? 익? 어? ......아! 헤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식겁하기 딱 좋았겠지만, 지금이 어떤 기다림의 시간인지를 다시 상기하고 나면 입에서 나오는 건 새된 비명이 아닌 태평하고 장난스런 웃음소리다. 리라는 핫팩을 쥐고 있느라 마찬가지로 따뜻한 손을 더듬더듬 올려 눈가를 덮은 따스한 손을 살짝 쓰다듬었다.
"으음~ 어어~ 누구지? 누구세요? 누구인지 모르겠네~ 약속한 거요? 무슨 소리일까~ 제가 오늘 약속한 건 사랑하는 여자친구와의 데이트고, 가져온 건 그 여자친구에게 줄 장미꽃, 사탕, 맛집 정보, 그리고 입맞춤밖에 없는데요~"
미안하지만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줄 건 없어요! 하고 웃음 섞인 목소리로 대꾸한 리라는 이내 무게중심을 살짝 뒤로 기울이며 랑에게 제 몸을 기대려 했다.
"아~ 따뜻해. 그래서 정말 누구세요? 오늘 제가 만나기로 한 사람이 맞나요? 이 따뜻한 손도 샴푸 냄새도 전부 제가 기다리던 사람이랑 똑같긴 한데, 보이질 않으니까... 당신이 코드네임 배드울프라는 걸 증명해보세요. 그럼 가지고 온 걸 전부 드리도록 하죠."
그리고는 랑의 손등 위에 제 손을 겹치면서, 고개를 살짝 틀어보이는 것이다.
"자, 그럼 문제 나갑니다. 이 세상에서 나 랑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정답으로 생각되는 사람의 입술에 사랑의 뽀뽀를 남겨주세요!"
......그런데 분명 조용히 들으라고 하지 않았나? 아무래도 이리라는 목소리만 낮추면 대충 조용한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위로해 줘." 리라: (바로 와락 껴안고 토닥토닥) 오늘 힘든 일 있었구나. 지쳐 보여요. 표정도 나쁘고. 뭐가 우리 언니 속상하게 했을까... 무슨 일인지 나한테 얘기해줄 수 있어요?
"자기 집의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고 싶어?" 리라: (주섬주섬 북마크를 뒤져서 보여줌) 이렇게! (전체적으로 따뜻한 화이트톤, 베이지톤인 걸 제외하면 딱히 공통점이랄 게 없는 중구난방한 인테리어 참고 이미지들이다.) 아 그리고 귀여운 캣타워! 창문 옆에! 아아, 그리고 줄 전구로 벽 꾸미기도 하고 싶고... 그리고, 그리고...!
"믿음, 소망, 사랑. 이 셋 중 제일 중요한 가치는?" 리라: 언젠가 이뤄질 거라는 일말의 믿음도 없는 소망과 상호 간의 믿음이 없는 사랑은 유통기한이 짧은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지속될 수 없는 것들은 결과적으로 덧없는 법이죠. 그래서 저는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감정은 기반되는 신뢰가 있어야 싹틀 수 있는 법이니까.
"배우고 싶은 외국어 있어?" 리라: 룬 문자요. (진심?) 그럼 진심이죠! 아니, 원래는 관심 없었는데... 뭐랄까... 기왕 굿위치니까 이름값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진짜 마녀도 아니니까 당연히 실용성은 없겠지만요. 그 외에는 중국어나 스페인어 정도려나... 독일어도 좋고, 아! 프랑스어도! < 욕심 많음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나요? 라는 멘트에 대응하는 방식은?" 리라: 흐음... 어? 으음~? 아, 혹시 최근 화보 촬영 때 뵀었나요? 아닌가? 팬사인회? 하이터치회? 헤헤, 죄송해요. 요즘 일정이 많아서. 아! 직접 마주친 게 아니라면 지하철역에 걸린 광고를 보셨을지도...? (직업 특성상 일방이든 쌍방이든 진짜 어디서 본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서 '누구세요?' 처럼 직설적인 말은 되도록 안 함)
"행운, 불행, 평범함. 이 세 가지를 각자 어떤 사람에게 전해 주고 싶어?" 리라: 행운은 랑이 언니에게, 불행은 언니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게, 평범함은... 음, 7개로 나눠서 퍼스트클래스들에게 주고 싶어요. 그들이 원한다는 가정 하에 말하는 거지만. 아니면 상자에 잘 넣어뒀다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건네줘도 좋고?
입술 위에 와닿는 부드러운 감촉. 부쩍 가까워진 상대의 체향. 랑의 손바닥에 가려진 눈꺼풀이 조심스러운 접촉에 움찔 떨린다. 이내 손바닥이 떨어지면 보이는 얼굴에 리라는 저도 모르게 질끈 감았던 눈을 살짝 뜨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래서 좋죠?"
이게 무슨 자신감.
"아니, 별로 오래 안 기다렸어요. 지금도 약속시간 좀 남았고... 언니도 언제나 일찍 나온다니깐. 게으름 피울 수가 없어."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지만. 당신을 만나러 오는데 어떻게 게으름을 피울 수 있을까. 약속이 잡히면 하루이틀 전부터 약속된 시간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몸인데. 리라는 랑에게 기댄 머리를 가볍게 부비며 웃음을 흘리다가 이내 몸을 바로 세우고 방향을 돌려 랑을 마주보았다.
"안 추웠어요? 어휴, 진짜 수능 한파 너무 심해~ 수험생의 한은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린다더니..."
그리고 짧게 툴툴대나 싶더니 발뒤꿈치를 들어올려 랑의 입술에 다시금 입을 맞추려 하는 것이다. 조금 전 랑이 그랬듯이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하지만 약간 더 길게. 맞닿은 입술이 떨어질 즈음에는 어딘가에 숨겨놓았던 붉은 장미꽃이 두 사람 사이에 등장할 것이다.
"추우니까 얼른 실내로 가요. 으음~ 그러니까... 어떻게 말해야 되더라... 아! 큼큼. 저에게 나랑 씨를 식당까지 에스코트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그 다음엔 네컷 사진도 찍고, 노래방도 가고, 카페도 가고, 이야기를 나누고... 이 저녁이 다할 때까지 많은 것들을 하고 싶다. 그 다음에는 당신의 집이나 우리 집에서 함께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 햇살을 함께 받고 싶었다. 벅찬 욕심으로 가득 찬 마음이 두근두근 울린다.
아. 안 돼, 일단 하나부터 천천히.
"사탕은 후식이니까 이따 드릴 거예요~ 자, 그럼 출발 전에 선택지를 드리죠. 레이디. 첫번째는 예전에 같이 호캉스 갔던 호텔의 디너 뷔페, 두번째는 어린 랑이 언니와 갔던 돈가스 맛집. 세번째는 인첨공 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바닷가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어느 쪽이 좋아요?"
>>75 헉 다행이다!! 8ㅁ8 아픈 것만 사라져도 훨씬 낫지... 기침은 보통 오래 붙어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일찍 통증 사라졌으면 기침도 비교적 빨리 가라앉을거야! 랑주의 면역체계. 힘냈다. 훌륭. (면역체계를 칭찬해요) 응! 나도 오늘 하루 힘낼게~! 랑주는 곧 점심시간인데 점심 맛있게 먹고!!
부드러운 시선과 은근한 미소를 마주하고 있으면 주변이 얼마나 춥든 말든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다. 꼭 유리 덮개를 씌운 것처럼 주변과 유리되고 둘만이 남는 감각이 퍽 기껍다. 차분하고 간결하게 선택지를 고른 랑을 향해 마주 활짝 웃어보이던 리라는, 이어지는 문장에 입술을 살짝 삐죽거렸다.
"그래도 어딜 가는지 정도는 제대로 알아야죠! 이왕이면 언니가 좋아하는 데로 가고 싶단 말이에요~ 물론 랑이 언니도 제가 가고 싶다는 곳으로 가는 게 좋으니까 그러는 거겠지만..."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역시 이런 건 제대로 말해주는 편이 좋으니까. 가고 싶은 데라면 어디든 함께 가주는 것도 싫지는 않지만, 아니 좋지만, 그건 너무 나 하고 싶은 대로만 당신을 끌고 다니는 것 같아서. 다만 이어지는 다정한 손길들에 자잘한 상념은 바람 앞 낙엽처럼 날아간다. 리라는 제 손을 붙잡은 랑의 손을 꼭 마주 잡으며 다시금 웃어보였다.
"좋아요, 가요!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윽고 그는 이게 버틀러인지 내비게이션인지 모를 애매하기 짝이 없는 묘한 말투로 당신을 잡아끈다. 이전에는 학교에서부터 출발하느라 버스를 타고 가야 했지만 지금은 정말 조금만 걸으면 된다. 오늘의 만남 장소와 추억이 깃든 돈가스 맛집, '밤나무 식탁' 은 같은 3학구 중앙로에 위치해있었으니까. 덕분에 두 사람이 추위에 오래 떨 일은 없게 되었다. 방문 전적이 있다고 조금 익숙해진 골목을 걷다 보면 따스한 빛을 내는 식당이 바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 어서오세요, 몇 분이세요? "안녕하세요! 두 명이에요!" - 네.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첫번째 럭키. 수능 당일의 저녁시간인데도 대기 없이 입장이 가능했다! 그것도 학생들이 바글바글할 3학구 중심가에서! 예상치 못한 행운에 리라는 조금 놀란 눈으로 랑을 돌아보며 '우와, 대박.' 하고 입을 뻐끔거린다.
- 물 준비해드릴게요~ 주문은 패드로 부탁드려요!
머잖아 깨끗하게 치워진 2인용 좌석이 준비되었다. 출입문으로부터 멀어서 바람에 추워지지 않고, 어느 정도 중앙에서 벗어난 자리라 지나치게 소란스럽지 않았다. 잠깐, 그러고 보니 여기...
"어, 우리 전에 왔을 때도 이 자리에 앉았던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우연이람. 두번째 럭키, 추억의 자리에 배치되었다!
"뭔가 신기하네요~ 고생했다는 의미로 우주의 기운이 축복이라도 내려주나? 아 참, 아까 들어올 때 보니까 결제할 때 수험표 보여주면 할인해준다는데... 역시 이게 수능 끝난 고삼의 진정한 권력인가 봐요."
그리고 이로서 세번째 럭키. 대망의 수험생 할인...! 신이 난 채로 종알거리던 리라는, 문득 무심코 입에 올린 수험표 이야기에 한쪽 어깨에 맨 작은 핸드백 표면을 슬쩍 매만지다가, 이윽고 물병을 들어 물컵 두 개에 각각 물을 따랐다. 그러면서 넌지시 묻는 거다.
"......랑이 언니는 시험 어땠어요? 안 어려웠어요?"
수험표가 있다는 건 무슨 뜻인가. 수능 본 수험생이라는 뜻이다. 즉, 조금 전까지 하루종일 책상에 발이 묶여있다 온 사람들.
"전 어려웠어요... 아까 하교 전에 가채점 했는데... 망한 것 같... 아..."
그래. 그런 존재로서 당연하게 느끼는 다가올 등급에 대한 압박감이 살살 밀려온다...! 물론 이리라야 망해도 그만인 직종으로 가버릴 예정이긴 하지만! 그래서 수능 공부도 중간쯤에 슬쩍 놓고 재데뷔 준비에만 올인했지만! 그래도! 고등학생이라면 멘탈적으로 좀 그게 그것이!
"사실 수능 칠 줄 몰랐는데, 그래도 해놓고 나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생각보다 더 못 본 것 같고... 으윽... 하지만 끝났다고 속은 후련하구... 뭔가 허전한 것도 같고..."
데이트 중에 이런 말 하는 게 맞나? 하지만 이미 터진 둑이다... 리라는 랑의 몫으로 따른 컵을 넘겨준 후 제 몫의 물을 깨작깨작 마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