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8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무명! 오늘도 객잔에서 이야기를 수집하고 한 몸 뉘어보려고 한다. 고급 술과 기름진 음식도 아니고 싸구려 탁주와 채소 안주지만 하루를 위로하기엔 더할나위 없었다. 어딘가의 무림인들은 값비싼 음식들을 턱턱 시키며 쌓아두고 먹지만 무명에겐 상관 없는 일이다.
그렇게 술을 마시며 주변의 소문을 찾는 와중 왠 꼬마 아이가 술을 마시는 것을 보았다. 농삿일을 하면서 술은 빼놓을 수 없는 친구다. 어른아이 상관 없이 하루를 이기기 위해 탁주와 함께 새참을 먹는다.
그런데 저정도 나잇대 아이가 술이라니, 아직은 조금 이르지 않은가? 반로활동을 한 무림 고수가 아닌 이상...
세간의 일들이 사방팔방으로 퍼지기까지는 생각보다도 며칠에서 몇 주의 유예가 존재한다. 아무리 말에 무게가 없어 어디든 떠날 수 있다곤 하지만 결국 입에서 입으로 퍼지는 것이기에 어떤 정보는 왜곡되며, 어떤 정보는 닿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그런 객잔에 한 소년이 입에 술을 흘려보내더라도, 누구도 그것을 탓하거나 훈계하는 척 돈을 뜯어낼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정도로 무뢰배가 아닌 이들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소년의 외형과 그 뒤에 덧붙는 이야기들은 아닐 때 얻을 수 있는 몇 푼의 돈에 눈이 멀어 도박을 해보기에는 별로 큰 이득을 점치기 어려운 점 때문이었다. 한 팔의 의수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어떤 나무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잿빛의 검은 나무로 만들어진 의수라던지, 몸에 입은 검은 갑주에서 은은한 황금빛이 이따금 비쳐지고 나가는 것. 거기에 더해 이런 싸구려 객잔에는 어울리지 않을 고급 술을 마시며 간단한 안주를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삼켜대는 것에서 소년은 제 정체를 이미 드러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제 곧, 자신은 자신의 할아버지의 목을 치러 가야만 했다. 맹의 관심에서 잠시 벗어나 발 닿는 곳에서 시킨 비싼 술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안주들을 먹고 있는 까닭은 과거의 그가 스스로 어느 선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맺은 약속에 따라 취할 정도가 되지 않을 이유가 이제는 없었다. 곧 자신은 이 일을 마치고 모용세가의 가주직에 오를 것이고, 그 날이 오거든 사람들은 자신의 의와 협을 존중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술은 잔을 모두 채우지는 못한다. 이런 싸구려 객잔에라도 비싼 술들이 한 두가지는 있었는데 중원이 마시는 술은 백선향栢璇香이라 부르는 술이었다. 향이 나는 병에다 술을 가득 채우곤, 그것이 숙성되기까지 몇 년 기다렸다가 꺼내어 마시는 술로 그 향이 비오는 날 숲에서 나는 향과 같다고 하여 그 이름이 붙었지만 어떤 술꾼이 특정한 술을 조합하여 그것을 잘 데우면 비슷한 향이 난다는 것을 세간에 알렸고, 세상에는 진짜 백선향과 가짜 백선향이 서로를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것이 흔한 세월이 되었다. 이 객잔의 백선향은 후자의 것으로 추운 날 몸을 데우라는 이유로 따뜻하게 술을 데워왔다곤 하지만 그 실상은 앞의 이유로 비싼 술을 올려보려 한 것이다. 그 악명 높은 소가주의 술에 장난질을 한다면 평소라면 이 객잔을 뒤집어 엎어줬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아니, 독하게 취하고 싶었기에 그 혼탁히 섞여 데워진 술을 잔에 채워 삼켰다. 그 꼴이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머리에 열 오른 나를 닮았다고 하면서.
" 흐흐... "
하고 허탈한 웃음을 내뱉는다. 취기가 확 올라오며 코끝에 뜨거운 열기가 맺혔다 사라졌다. 안주를 몇 점 집어넣으면서 중원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허름한 무복의 사내를 바라봤다. 그 차림새와 눈끝에 있는 호기심에 경계를 조금 누그려뜨렸단 사실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