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 이 방송을 부디- (치지직) 주의 깊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전달-되는 내용은, 국가의 비상 상황에 관한 중요한 안내입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 있습니다. The Annihilator Of Mankind, 약칭 TAOM으로 통하는 질병-(치직)-은 이미 각국으로 확산되어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상황입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이어질 방송 내용을 즉시 숙지하고, 반드시 지-지-지침을- 준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TAOM은 감염자와의 접촉을- 통해 빠-빠르게 전파되며, 일부 동물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 또한 존재합니다. 이는 약 3개월의 잠복기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한 번 증상이 나타날 시 48시간 이내에 급격히 악화되며, 이는 발열, 심한 기침, 호-흡 곤란, 붉은 반점, 두드러기 등을 포함합니다. 사망률은-(치지직) 90% 이상으로, 현재까지 치료법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병원은 과부하 상태에 있으며, 의료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치직) 따라서 시민 여러분께서는 본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할 때까지 모든 외출을 자제하시고,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며, 증상이 나타날 시 즉시 격리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현재 통-통-통신망이 다소 불안정할 수 있으며, ...(치지직) 긴-급 상황에서는 긴급 연락망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은 국가재난통합-관-리센터 혹은 보건복지부에서-(치지직) 제공하는 대체 연락망을 통해 정보를 확-확보해 주십시오...
국가-재난-방송은-(치지직)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드시 모든 국민들이 방송 내용을 주의 깊게 청취하고, (...) 지침을 준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정부 또한 해당 재난- 상-상-황에 대해 세계 각국과 협력하여, (치지직) ... 총력을 다해 이 위기를 헤쳐 나갈 것을 약속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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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xxx.xxx.xxx. 누구든지 이 전파를 듣는다면 응답바란다. (치직...) 반복한다. 여기는 xxx.xxx.xxx. 생존자 한 명. 누구든지 이 것을 듣는다면... (...) 응답하라. 이상. ]]
[[ ...아, 이젠 아무래도 상관 없겠지... 젠장. 현 좌표 xxx.xxx.xxx. 벙커 내 잔류 인원, 한 명. ...특이사항, 당신이 취약한 벙커를 노리는 도끼 살인마가 아니길 바라고 있다. ]]
“현 좌표, xxx.xxx.xxx. 벙커 내 잔류 생존자… 한 명. 반복한다, 현 좌표는 xxx.xxx.xxx… (...) …거기 있어?”
이름: 조엘 나이: 27세(추정) 성별: 시스젠더 여성
외형: (픽크루와 다른 부분 일부 있음… 픽크루보다 좀 더 피곤하게 생긴 상이라고 생각하자!!) 가르마를 타고 넘긴 긴 흑발. 채 정리하지 못한 머리칼이 이따금 얼굴을 가로지른다. 눈 아래로 퀭하니 내린 다크서클은 옅어질 기미가 없다. 가만 있자면 제법 엄해 뵈는 인상. 뺨에서부터 눈 아래에 이르는 흉터가 있다. 팔이나 손, 몸 구석구석에 크고 작은 흉터들이 많지만 가장 길게 피부를 가로지른 상처는 그것.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안경과 검은색 반장갑이 악세사리라고 할 만한 것의 전부다.
그 외로는, 터틀넥. 품이 넓은 코트. 아직 가벼워지지 않은 배낭- “좋아, 당분간 비는 일이 없기만을 바라자.” -. 억센 카고 팬츠. 무릎 위로 덧댄 보호대와 조여 신은 로퍼. 169cm, 마른 체형이지만 만져 보면 팔다리에는 얼마간 마른 근육이 붙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성격: 차분 / 옅은 통제만능주의… FM / 다소 예민 / 이따금 관대 / 똘끼…
아무리 좋게 봐 준대도 수더분하고 털털한 성격은 못 되었다.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기피하고, 또 그네들을 제 통제 아래에 두려는 성향 탓이다. 본인의 통제, 라는 말에는 다소 어폐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메뉴얼의 통제, 라고 밝혀 두는 편이 차라리 진실에 가까울 것.
그는 으레 세상 모든 상황에 해답이, 해설지가, 지침서가 있는 것처럼 굴곤 했다. 근 10년 간 홀로 메뉴얼을 따라 살아온 배경이 그를 그렇게 키워냈다. 벙커 내 누수가 있을 때에는 7번 물탱크를 우선으로 의심할 것. 환기구 고장 시에는 3번 통로에 가장 먼저 오염물질이 쌓이니 4번 통로를 이용할 것, 번개가 칠 때에는 피뢰침을 설치할 것, 주기적인 비타민 섭취를 잊지 말고, 숨이 가쁘고 정체 모를 공포감이 엄습할 때엔 항불안제를 섭취- “다 떨어진 지가 언제인데! 젠장, 이젠 천장의 무늬나 세어야 한다.” -할 것… 따위를 철칙으로 살아온 삶이란. 유연한 사고에 능하지 못한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벙커 생활 10년, 수천 번의 강박증을 겪으며 예민한 성정은 조금 누그러졌다. 누그러뜨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5년 전 즈음의 어느날, 온몸을 짓누르는 불안감을 견디며 바닥에 누워 천장의 무늬를 세던 그때.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머리가 잡음으로 어지러워 심근경색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때에, 뇌가 불현듯 사고의 퓨즈를 내려버렸다. 이러다간 조만간 편집증으로 죽게 될 거다!
그러므로 통제하지 않아도 될 사항, 혹은 자신이 아예 통제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해서는 외려 방임에 가까운 관대함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 내일 눈이 많이 오는가 보네. 그럼 히터 시스템 점검하고, 배기구 확인한 다음… 뭐. 여차하면 얼어 죽어야지.
이렇게. …유연한 사고는 하지 못할지언정 이따금 파격적인 결론으로 뛰어넘곤 한다.
기타:
1. 생활했던 지하벙커는 과거에 밀주 공장이었던 것을 정부가 압류하고 벙커로 개조한 것. 옥수수 수경재배 시설과 증류 기계가 그대로 남아 있던 까닭에, 수경재배 시설이 모조리 고장나기 전까지만 해도 남아돌던 옥수수-본래 20명을 먹여살릴 수 있던 재배시설을 혼자 사용하던 때가 있었으므로-를 문샤인으로 만들어 보관하곤 했다. 1-1. 그렇게 만들어진 문샤인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자명한 일이다. 상당한 애주가.
2. 의미 없는 전파를 자주 흩뿌리곤 했다. 오늘도 마른 옥수수에 비타민제만 씹었다. 방금 막 방을 치웠다-어두침침해서 티도 안 나지만-. 못 참겠어서 아껴둔 사탕 한 알을 먹었다. 설탕은 옳다. 술이 5병밖에 남지 않았다… 어, 이제 4병 남았네. …따위의.
3. 모친의 말에 의하면 벙커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한데, 본인이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오래 전의 기억은 좌우간 벙커에서부터 시작한다. 높게 솟은 빌딩숲이나 아스팔트 도로,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신호등, 사람들의 왁자한 소리… 따위를 아주 가끔 꿈으로 꾸기는 하지만, 그 모든 게 본인의 실제 기억인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상상해낸 것인지는 구별하지 못한다.
4. 네 살 즈음부터 벙커에서 모친과 본인을 포함한 20명과 함께 지냈다. 17살이 막 되었을 무렵 모친과 함께 벙커에서 나왔다가, 3개월 후 모친이 사망, 그 후 3개월을 더 바깥에서 어영부영 떠돌다가 본래 있던 벙커로 돌아갔다. 그 무렵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고. 이후로는 벙커 바깥으로 외출한 적이 거진 전무하다.
5. 벙커 내 각종 시설에 한해서라면 설계도를 닳도록 읽었고, 수도 없이 고쳤다. 실전으로 다져진 실력이니, 바깥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아마도.
6. 가볍지 않은 배낭 속 특기할 만한 소지품으로는 문샤인 두 병과 소형 배터리팩 하나가 있다. 배터리팩의 경우 그나마 멀쩡히 제 역할을 하던 온도 조절기에서 분리해낸 전지인데, 마찬가지로 그나마 멀쩡히 남아 있던 태양광 패널에 연결해 두었다.
"Roger that. (...) 좌표, xxx.xxx.xxx. 생존자, 한 명. 날씨, 어제와 같음. 특이사항, 없음... ... ... 답변, 여기에 있어."
이름: 카밀라 나이: 26 성별: 여
외형: 178cm의 적당한 근육 체형. 오랜 시간 다진 근육은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유지된다. 약간 곱슬거리고 짧은 검은색 머리를 대충 넘기고 다니며 가끔 고무줄로 뒷머리를 묶기도 한다. 군데군데 잔흉터들이 몸을 덮고 있고 한쪽 이마를 가로지른 흉터 때문에 눈썹 끄트머리가 까끌까끌하다. 쌍커풀 아래로 푸른 눈이 자리잡고 있으며 눈꼬리가 약간 올라가 있지만 사나워보이진 않는다. 주로 군복을 입고 다닌다. 벙커 내에 가장 많은 옷이 군복이었기 때문. 보통은 검은색 나시 티에 군복 바지에 군화 차림. 주변으로 탐색을 나갈 때는 군용 배낭까지 메고 다녀 누군가 본다면 군인으로 오해하겠지만 군인은 아니다.
소지품은 단검, 물, 생존 식량, 방한용품, 라이터, 손전등, 응급 키트 등. 탐험에 필요한 물품들을 들고 다닌다. 악세사리는 딱히 없지만 목에 군번줄 두개를 엮은 짧은 목걸이를 걸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부모님의 것이라 딱히 애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걸고 다녔기 때문에 없으면 허전하다.
성격: 능동적 / 호전적 / 털털 / 이타적 / 가끔 시니컬
- 털털하고 유연한 성격으로 매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벙커 이전의 기억은 없고 다양한 이유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그런걸까,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의외로 죽음을 두렵지 않게 해주었다. '어차피 죽으면 끝나니까'식의 염세적인 태도가 아닌, '죽음 별 거 아니고, 살아있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을 하자'에 가깝다. 어찌 보면 일종의 방어의식이지만, 본인은 인지하지 못한다. / "죽거나 살거나. 어차피 둘 중 하나니까 살아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죽는다면 미련없이."
- 인내심이 뛰어난 편. 적은 양의 식량으로도 꽤 오래 버틸 수 있고 사냥감을 끈질기게 기다릴 수 있으며 고통을 잘 참는다. 머리를 굴리는 것보단 몸으로 때우는 것을 선호하며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멸망 이전의 사회였다면 상명하복 군인이 천직이었겠지만, 지금은 뭐. 그럴 수 있던 적이 거의 없었지만 식사량을 조절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면 한번에 꽤 많이 먹을 수 있다.
-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 도와주는 편...이었다(지금은 사람이 없으니). 다른 이들보다 힘이 세고 튼튼해서 몸을 쓰는 일은 대신 해주거나 적극 참여했었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었다. 그것도 벌써 10년이 더 된 일이니, 가물가물하긴하지만.
기타: - 태어난 지 만 1년이 되지 않았을 때 모친과 벙커에 들어왔다. 벙커는 방공호 목적으로 지어진 거대 군부대 시설 중 하나였고 퇴역 군인과 군인의 가족들을 우선 격리시킨 곳이었다. 퇴역 군인은 후방 지원이나 현역 다음으로 동원될 수 있는 전력으로, 군인의 가족들은 현역들의 충성을(도망치지 말라고) 위해 들여보냈고 방공호 관리를 위한 극소수의 현역 외엔 군인은 들어갈 수 없었다. 그의 부모님은 둘 다 직업군인이었고 그의 모친은 임신하고 군을 은퇴한 상황이었으며 부친은 군에 남았지만 그 이후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아 모친은 사망했다.
- 벙커의 첫 격리자의 수는 100여명, 이후 근처 민간인들을 받아 300명 가까이 인원이 늘어났다. 애초에 방공호를 목적으로 지어졌던 곳이라 자원은 충분했지만 이미 감염된 자들의 사망, 길어지는 격리, 더욱 악화되는 세계 상황 등으로 벙커 내부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내란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으며 생존자가 50명쯤 남았을 때에야 멈췄다. 그때 그는 아직 어린아이였기때문에 보호받았고 벙커 내 상황이 안정되자 남은 이들에게 군사 훈련 및 생존 훈련을 받으며 자랐다. 이후 생존자들은 각자의 역할을 철저하게 분담해 바깥 상황을 탐색하며 일지를 기록해나갔는데, 감염으로 사망하는 자가 늘었고 그가 15살이 되던 해에 마지막 생존자를 묻어야 했다.
- 벙커에 머무는 시간이 적다. 보통은 혼자 주변을 돌아다닌다. 사냥을 위해 덫을 놓거나 직접 사냥을 하거나, 생존자 탐색을 하거나. 우연히 전파 통신을 한 다음부터는 멀리까지 나가지 않고 하루이틀정도 거리의 주변만 탐색한다. 전파로는 벙커 내의 통조림 갯수를 말한다거나(-웩, 렌틸콩통조림 같은 건 없어져도될텐데-) 주변 탐색 결과를 말해준다거나(-녹색이랑 보라색이 섞인, 누가봐도 수상한 과일은 먹지 말 것,...- -...4,xxx일 째 생존자 발견, 0...-) 시시콜콜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며칠씩 자리를 비울 때에도 일주일정도 걸릴 거 같다는 둥, 보고 형식으로 전파를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