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서휘, '어르신'은 당신의 눈물을 그저 바라보기만 합니다. 누군가의 눈물을 처음 보는 보석인 듯인 양 관찰하는 눈이었습니다. 당신과 같이 깊이 침잠한 자는 쉬이 깨닫습니다. 오래 전에 감정이 크게 마모된 자들만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이었습니다. 두 존재가, 이리 망가져있습니다.
"……태오가 류시원과 윤 선생을 접선시켰답니다."
그는 느릿하게 웃었습니다. 현태오, 그 앙칼진 고양이가 류시원가 윤 선생을 접선시켰다고. 그리고 가만히 입을 다물다, 눈을 휘었습니다.
"……할 수 없던 것."
어디부터 말을 해야 할까. 그는 깍지를 끼며 턱을 괴더니, 붉은 눈을 굴려 혜우의 기침이 멎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리라를 바라봅니다. 새로운 학생이 왔구나? 라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리도 섬뜩할 수 없습니다. 서휘는 손가락 3개를 듭니다.
"첫째, 복수는 스스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는 것이 예의라서."
복수.
"둘째, 나는 바즈라와 엮이면 안 되기 때문에."
……그가? 천하의 어르신이?
"마지막으로, 너희는 심증을 가지고 바즈라로 향할 수 있지만…… 우리에겐 명분이 없기 때문에. 우리 처제같은 저지먼트는 에어버스터의 힘을 빌려 '이러한 소란이 있었다'는 정도의 사과로 끝나겠지만…… 우리 같은 밑바닥 개새끼는 명분 없이 들이닥치면 외려 태오를, 나아가 데 마레를 잃을 수 있거든요. 아무리 인권을 말아먹었다 한들 스트레인지 집단과 연구소가 싸우면 안티스킬은 연구소의 편을 들어주기 마련이니, 바즈라와의 정치싸움 탓이죠."
그는 입을 잠시 다물다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짓습니다.
"…나도 마음 같으면 '내 방식'대로 처리하고 싶은데, 그러기엔 너무 많은 게 엮여있지 뭐야."
situplay>1597054774>748 철현
라바나는 깔깔 웃더니 나지막이 속삭입니다.
"……그러면 우리 어르신 미친 개새끼라 꼰대들 잔소리 듣는다? 어휴, 미친 양반. 내가 빨리 그만 두든지 해야지."
그리고 라바나가 눈치도 없이 가위바위보 3연승을 기어이 달성하고 맙니다! 빨리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여기까지 닿는군요.
"어머, 어머, 설마 너~ 어머머, 그런 거야? 예쁜 아가씨~? 행복하겠네~"
키득키득 웃던 라바나는, 당신에게 어깨를 으쓱입니다.
"뭐, 윗선에서 이미 아가씨한테 말해준 것 같으니 우리도 말해줄게. 도련님이 나보다 직급이 높거든."
엥?
"도련님은 여기 메트로폴리스의 수석 엔지니어셔. 동시에 우리 어르신이 후견인으로 계시고. 그러니 우리는 함부로 그분에 대해 말할 순 없어. 뒷담은 몰라도? 그렇지만 네가 바라는 건 이게 아닐 것 같고…… 아, 그래. 도련님께서는 바즈라에 계시는데…… 우리는 지금 음지에서 2학구로 갈 명분이 없거든. 우리가 범죄자라도 제법 젠틀한 범죄자거든! 감방 갈 정도로는 아니고, 적당히 뒷공작 하는 젠틀한 집단."
묘하게… 납득이 가!
situplay>1597054774>843 리라
인생이란 본디 자기 마음대로 되는 법이 아닙니다. 가령 인간의 소문이 그러하고, 침묵이 그러하며, 누군가의 그리움이나 공허함이 그런 법입니다.
희야는 차가운 손으로 얼굴을 감싸자 자기도 모르게 "므에."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다, 토닥이는 손길에 머뭇거리다 두 팔을 쭉 뻗었습니다. 이거 선배 아닐지도 몰라……. 태휘는, 글쎄요. 그 당시엔 자신도 무례했다며 사과하고는 리라에게 착 달라붙은 희야를 떼어내느라 바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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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어르신이란 존재는 누구일까요? 당신에게 랑이라는 존재는 무엇인가요? 당신은 데인저 센스가 없지만, 초능력이란 기류가 있는 법. 당신이 느끼는 랑의 기류는 무엇이었나요?
당신을 붉은 눈으로 쳐다보는 남성은, 랑과는 정반대의 느낌을 주었습니다. 옭아매는 거대한 뱀. 혹은 자신을 씹어 삼켜 어금니로 도륙할 야수같은 존재.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동시에, 눈썰미가 좋은 당신은 알아챕니다. 저 사람, 강렬한 머리와 눈 색에 가려졌지만, 한결 선생님을 닮았습니다.
"우리 학생은, 무얼 묻고 싶을까? 아저씨는 다 안답니다. 그리고, 지금은 호의적이고 배부른 상태니 괴롭히지 않아요."
어, 배고팠으면 죽였단 거임? 음, 그 배가 아니겠지만? 일단은? 제정신이심?
situplay>1597054774>921 혜성
야! 두바이 초콜릿!!!! 네 사생활 좀 뜯는다!!!!!!!
네, 뜯어가세요.
당신은 공용 클라우드에 접속을 시도합니다. 수상하리만치 잘 열립니다. 보안 검사도, 2단계 인증도 없는 걸 보니 현태오의 자아가 얼마나 비대한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늘 아래 나같은 천재 없다. 재수 없는 새끼.
아웃 카운트 값을 해야겠죠?
3개 드릴 테니, 2개 고르게 해줄게. 뭘 볼래 밈미야?
[암리타 프로젝트] [실험 기록 - 필리] [계획서 - 20xx.10.xx]
계획서는 참고로 최근 거지롱!
<데 마레>
situplay>1597054774>761 윤 금
어어, 바라보면 안 됩니다. 당신도 끌려간다고요! 뭐라고요? 당신은 결코 그럴 일이 없다고요? 데 마레는 활짝 열려있습니다……. 성훈은 안절부절못하듯 손을 꼼지락거리다, 숨을 합 참습니다. 성훈도 잘 압니다. 본인에게 말을 빨리 하는 버릇이 있어서 잘 컨트롤을 해야 한다는 것을요.
"……어제, 2학구에서. 연구원 하나랑 같이 다녔어요. 그, 그, 그런데."
성훈의 손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눈이 핑핑 돌기 시작합니다.
"나 그 사람 알아. 같이 다니는 사람, 다른 사람으로 위장했어도 예전에 부소장님이랑 대화하는 걸 몰래 봤어. 그 사람, 유, 윤찬혁이잖아."
윤찬혁. 그 말에 한결의 표정이, 나아가 데 마레 전체가 싸늘해집니다. 금기시되는 이름, 변절자, 산업 스파이, 15년의 역사의 유일한 오점….
"그 사람이, 혀, 형님이랑 같이 다녔어요. 형님은 그게 익숙하다는 듯 다녔고, 누, 눈이, 평소에는 나를 봐도, 뭔가 먼 곳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나를 낮잡아보는 모습이, 부, 부소장님이랑. 똑같아서."
성훈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뚝뚝 흐릅니다.
"그건 형님이 아니야."
[힌트 발견: 태오의 현재 위치소재 파악, 그리고 태오의 태도가 심히 이상하다는 증언 확보.]
1. 윤찬혁이라 불리는 백발금안의 남성은 인첨공 설립 당시부터 데 마레에 함께 했던 연구원이나, 실제로는 연구 자금을 빼돌리고 연구 기밀을 훔친 산업스파이로, 실제로는 차일드 에러 후원 재단을 가장한 불법 커리큘럼과 차일드 에러 인신매매를 벌이던 연구 단체의 실세였다. 2. 해당 후원 재단은 '태양의 아이들'로 불렸으며, 내부에 자체적인 종교가 있어 해당 재단 소속 아이들은 종교관에 자연스럽게 세뇌되어 실험을 받아왔다. 3. 이 차일드 에러들은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스킬아웃 테러 단체로 변질되었으며, 인첨공에서 리버티 사건이 있기 전 그들과 비슷한 성향을 보였지만, 목표가 연구원이 아니라 엘리트였다.
situplay>1597054774>680 새봄
"모순적이지요."
그렇기에 인간은 존재하는 법입니다. 음? 아니라고요? 제가 N이라서 잡생각이 많습니다. 뭐? 잡생각? 너 T야? ……일단 저는 T도 맞습니다.
당신은 홀로그램 스크린을 켭니다. 그리고 당신이 발견한 것은, 여러 개의 영상 자료입니다. 수천 개는 되는 것 같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본 것들이 있습니다.
[기록 1일차.]
영상을 플레이하자, 조그마한 소년이 보입니다. 분홍색의 똑단발 머리, 옅은 옥색의 눈동자, 세로로 쭉 찢어진 동공……. 아직 볼살이 통통하지만, 분명 태오입니다.
[나를 팔아넘기려는 사람들한테서 도망쳤다가 도박장에 도착했다. 어르신께서 나를 거둬주셔서, 오늘부터 나도 일을 시작한다. 사실은 내가 일을 하게 해달라고 떼를 썼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드로이드와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여기는 안드로이드가 가득해서 좋다. 영상 일기도 많이 쓰고, 안드로이드랑도 놀 것이다.]
이 선배, 순수하긴 했군요.
[기록 97일차.]
아 급발진 자제좀요!
[나리와 나는 지금부터 함께 일한다. 바깥 사람들은 내가 끔찍한 가스라이팅에 당했다 생각하겠지만, 나는 사람들의 속을 읽을 수 있으니까 안다. 나리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계셨다. 연구소에서 나를 찾고 있다는 것도. 나는 그곳에서 죽어가던 사람들의 소리를 잊지 못한다. 여전히 귀를 기울이면 그 사람들의 원성이 들린다. 여기는 약을 먹이지 않는다.]
희야의 안색이 창백해집니다. 형제가 데 마레를 떠나고 겪은 수모를, 희야는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내게 약을 먹이고, 때로는 주사하면서 방에 가뒀다. 그건 싫다. 그 사람들의 주사를 맞으면 정신이 멍하고 이상한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데, 그 사실을 얘기하면 이래서 필리가 아닌 것들은 쓸모가 없다고, 너는 쓸모가 있으려면 생각을 읽는 법을 평생 고정해야 한다면서 주먹을 들지도 않는다. 스트레인지 내부에서는 패배자들이 나를 쫓고 있다. 나는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한다. 그곳이 사자굴이라도. 나는 꼭 살아서 동생과 형제를 만날 것이다.]
이번 영상의 태오는 중학생 정도 되어 보입니다. 점차 머리가 길고, 우리가 아는 퇴폐적인 인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기록 871일차. 혜우가 스트레인지에 왔다. 나리께 잘못했다 빌었다. 뭘 그렇게 두려워 하냐면서, 내가 소중히 여기는 아이니까 살려주신댔다. 믿어도 되나? 믿어야만 한다. 불신하면 그 즉시 신뢰를 증명케 하실 것이다…. 나는, 나,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그 애는 왜 여기에 와서, 아니야, 나 때문이야. 아, X발. 진짜 어쩌지. 내보내야 한다, 그 애가 여기 발 담그면 안 돼. 그런데 왜 안 되더라, 내가 뭘 해야 했더라, 내가……. 혜우야, 혜우야……. 미안해. 내가 형제를 해쳤어. 미안해. 미안해…….]
[기록 880일차. 나리께서는 내가 재단에서 주사만 맞는 줄 아신다. 나도 수술을 받고 다닌다는 걸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괜히 말해서 일을 그르치고 싶지 않다. 그분의 성격이라면 여기를 다 엎고 선지자도 폐기해 '혈청'을 모두 없던 일로 하실 수도 있다. 우리는 그렇게 자랐으니까. 그건 안 된다. 혜우의 가족이다. 내 가족이기도 했다. 동시에 우리의 '숙원'이기도 하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데 마레는 내게 연락이 없다. 인첨공은 믿을 수 없다. 안티스킬도 한통속이다. 나만, 나만 버티면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태오가 보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요.
[나리께서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에 잠입하라 명하셨다. 선지자의 동태를 파악할 겸 에어버스터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솔리스 뒤에 있음을 눈치채서는 안 된다. 검정고시를 쳐야 하는데…… 그렇게 떨리지는 않는다. 늘 그랬다. 모 아니면 도. 죽거나, 살거나.]
……어라, 이건 2주 전이네요.
[머리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야자가 요즘 나만 보면 짖는다. 칭하가 내 곁에 오지 않는다.] [머리가, 머리가 너무 아파.] [혈청을 맞아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왜……?]
시간이 흘러, 어제 기록입니다.
[아, 이런 걸 또 찍고 다녔네. 머저리 새끼. 뭐가 그렇게 좋다고 찍고 다닌거래?]
태오는 히죽, 웃으며 다리를 꼽니다.
[암리타는 성공했다. 이렇게 말하면 되나? 봐, 데 마레 보다 우리가 더 낫다니까. 차일드 에러 좀 갈아넣고, 형제랑 같은 피로 혈청 맞아가면서 인체실험 좀 하고. 바즈라로 돌아가자아.]
그리고, 백발의 남성(윤찬혁)이 능숙하게 기록을 마칩니다.
[공통] 그리고, 희야는 쫄래쫄래 따라갑니다. 태휘와 희야는 잠시 서로의 시선을 교환합니다. 태휘는 입을 잠시 다물다 끙, 하고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서연의 머리카락 끄트머리에 손을 댔습니다. ……이거 설마 매너손인가요? 미치도록 소심한 인간 같으니라고.
잠복은…… 미안합니다. 학생도 연구소에 소속이 되어있지요…?
아, 설마.
저는 일렉트로키네시스고, 바즈라에서 커리큘럼을 받습니다. 최근 커리큘럼이 끝난데다, 전 부소장이 '제게 나가라'고 명령한 탓에 제발로 들어가기 어려워, 저 혼자 잠복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안티스킬이 그게 왜 무섭단 거죠? 무적이 아닌가?
부소장의 능력은 킬러 인스팅트라고 합니다. 작게는 사고, 크게는 손에 쥔 젓가락으로도 사람의 약점을 알아내고 단숨에 죽이는 법에 대해 본능적으로 깨닫는 능력이고, 학생들의 잠복이 들켰다가는 죽을 수도 있습니다.
희야는 조심조심 서연의 손가락을 꼭 잡습니다. ……얘는 매너손 왜 안 해요?
초롱초롱한 친구야, 우리가, 전부 봤잖아…….
희야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습니다.
이미 잠복 말고 확실한 명분이 하나 있는데…….
우리끼리 가지 말고, 다른 애들도 전부 모아서 동시에 코뿔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아! 이 새끼 귀엽고 말랑한데 사실은 3학년이지 맞다!
[히든 힌트 발견! 현재 태오가 '바즈라'에 있음이 명확해졌습니다. 명분 하나를 찾아내어, 진행이 다음턴에 종료될 예정입니다. 난이도가 쉬웠다고요? 나도 문 바로 딸 줄은 몰랐지...] [지금부터 태오의 집을 선택한 플레이어들은 2가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1. 우리 아기무너는 아주 강력해! 렛잇고엘사페르시안크툴루캣 희야를 데려간다. 2. 우리 아기무너는 좀 쉬어야 한다고 봐. 희야를 두고간다.
주체할 수 없었던 눈물에 날 선 비아냥이라도 날아올까 했으나, 그녀는 의외의 시선을 느꼈다. 시선을 따라가 마주한 눈빛을 보고 그녀는, 결이 다른 동질감을 느꼈다. 어째서 당신이, 라는 반감과 함께.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중요치 않았다.
그녀는 언뜻,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실 확신에 가까운 예상이었지만 그것을 현실로 확인받았을 때, 잘못 꿰어진 단추의 시작을 발견한 것처럼 이루 말할 수 없는 충동을 받았다.
그 둘을 접선이라니. 어째서.
그 반응을 드러내기 전에 뒤늦은 인기척을, 돌아보았다. 소매로 입을 가린 채.
"......"
퀭하고 붉게 터진 눈이 리라를 보았다. 잠시 응시하다가 서휘를 향해 돌아갔다. 기침은 멎었지만 손은 여전히 입 위로 덮여 있었다.
적막한 분위기 가운데, 세 개의 손가락이 들어올려지고 세 가지 이유가 들려왔다.
기어코 미소짓는 그를 물끄러미 보던 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조금 전까지 창백하던 입술은 이제 붉었고 내린 소매의 끝은 검고 축축했다. 바르다 만 루즈가 번진 듯한 입술을 지그시 깨문 그녀는, 곧 나즈막히 내뱉었다.
"현태오, 이 멍청이,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해서, 이게 뭐하자는 거야. 천하에 똑똑한 척은 다 하더니, 멍청이, 바보, 모지리에 등신..."
그녀는 중얼거림의 끝을 흐리며 둥글게 쥔 손으로 미간을 꾹 눌렀다. 손과 소매 사이로 보이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무언가 참아내듯.
잠시 후에, 그녀는 처음 들어섰을 때의 낯빛으로 돌아와 조금 중얼거리다가, 서휘를 향해 물었다.
"지금쯤이면, 다른 조사팀에서 적당한 명분을 건졌을 테니, 이제 바즈라로 가기만 하면 되겠네요. 들어갈 수만 있으면, 밀어버릴 수만 있으면 게임 끝이지. 그렇지... 그런데, 그렇지만 그 전에, 가기 전에 하나 더, 어째서 당신께서 바즈라와 엮이면 안 되나요? 혹여, 바즈라 출신에 류시원과 연이 있다던가- 그런 이유인가요?"
이리라는 그의 연인처럼 위험을 예지하지 못하지만, 평범하기 짝이 없는 직감만으로도 하나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눈 앞에 선 백발에 붉은 눈을 가진 남자— 여기서 어르신이라고 불리는 듯한, 메트로폴리스의 오너는 불길할 정도로 위험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는 걸. 독니를 숨긴, 아니 숨길 생각도 없는 뱀처럼. 그 말대로 배가 불러서 자비를 베풀 뿐인 야수 같은 느긋한 살기를 풍기며 하나하나 말을 이어가는 상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어쩐지 손끝이 차가워지는 것 같다. 가장 편안하게 여기는 상대와 상극인 서휘의 기운은 자연스레 리라를 긴장시킨다.
그렇다 해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지만.
"바즈라와 왜 엮이면 안 되는지는 혜우 후배님이 질문해주었으니 넘기고, 제가 궁금한 건 이거예요. 사실 여기 올 때까지만 해도 태오 선배님이 이곳과 잘못 엮인 건 아닐까. 그래서 행방불명이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없잖아 있었거든요. 하지만 직접 와보니 아닌 것 같아요. 그보다는..."
스트레인지를 제대로 파고들어본 적도 없을 바깥 출신 주제에 메트로폴리스라는 장소가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맹랑한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현태오에게 이곳과 이곳의 사람들은, 마냥 적대하는 관계나 껄끄러운 관계만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는 듯했으니까.
게다가.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일단 사장님, 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사장님께서는 태오 선배님의 편이신가요? 태오 선배님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시지만 모종의 이유로 직접 바즈라에 갈 순 없으니 저지먼트에게 구출을 맡기겠노라 말씀하시는 게, 맞을까요?"
'내 방식' 이라는 말은... 굳이 지적하지 말자. 여긴 스트레인지의 심장부다. 무엇보다 저 자는 스스로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으니 그 방식이라는 게 실현될 일도 없을 것이고. 아마도... 지만.
잠시 헛돌던 리라의 시선이 혜우를 향해 간다. 핏물 묻은 입술이 보이면 형태 잡히지 못한 말이 혓바닥 위를 감돌다가 사그라든다. 정말이지 어째서 이 사람들이 울어야 하고 고통스러워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머뭇거리던 리라는 한발짝 더 혜우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 자리에서 다시 고개를 돌려 서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보니 더 닮았구나. 어쩌면 이 사람은.
"저지먼트가 일을 해내면 태오 선배님은 저지먼트로 돌아가게 될 거에요. 저 또한 그렇게 되길 바라고요. 사장님도 그렇게 되도록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스트레인지에 어울리지 않는 학생 집단에게 이만큼 알려주시는 걸 보면 구태여 막진 않으실 거라고 예상하지만... 태오 선배님을 포함한 제 친구들이 이 이상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요. 괜히 말이 길어졌네요. 그냥, 그렇다는 거예요."
애매모호한, 당부도 아니고 부탁도 아닌데 그렇다고 협박이라기엔 하잘것 없는 문장을 늘어놓은 리라는 주머니를 뒤적여 혜우에게 휴대용 티슈를 건네주고자 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혜우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려 주고자 했을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피를... 피를 토했잖아...!
아스팔트에 길게 남아버린 피의 흔적은 어느 순간부터 직선을 그리는 대신 한 곳에 모여 고이면서 상처 입은 인간의 몸을 기준으로 원을 형성했다. 비릿한 냄새는 차갑고도 상쾌한 새벽 공기에 묻혀서 충분히 퍼져나가지 못한다. 주다미는 이를 악물고 아직 남아있는 한쪽 팔로 무겁기만 한 몸을 끌며 스트레인지의 골목을 기어나가다가 헉, 하는 거친 호흡을 뱉으며 다시금 무너졌다. 낭패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하얗게 쌓인 눈 위로 붉은 피가 융단처럼 번져나간다. 끈적해진 얼굴과 옷자락의 감촉이 불쾌하기 짝이 없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안전한 루트로 다녔고,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고, 군데군데 꾸려둔 간이 쉼터에 들러서 스트레인지의 추운 겨울을 맨몸으로 나야만 하는 아이들에게 음식과 방한용품만 챙겨주고 돌아올 예정이었다. 단지 그뿐이었는데, 그동안은 괜찮았는데. 이렇게. 이런 식으로 접근할 줄이야.
- 아, 정말 겁도 없다. "너 이 자식, 윽!" - 어머! 깜짝이야. 프리드웬 언니, 주제를 좀 알아! 이 상황에서 나한테 더 덤비면 안 되지! 남은 팔다리까지 싹 다 날려먹고 싶은 거야? 뭐~ 굳이 덤비지 않아도 그렇게 할 작정이지만.
그림자 진 뒷골목. 그나마 도심지를 통해 넘어오는 미약한 빛무리마저 등진 탓에 상대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이명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체야 뻔하지. 다미의 얼굴이 구겨졌다. 설마하니 쉼터 아이로 위장해있었을 줄이야.
"미친 새끼들... 이런다고 너희 마음대로 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진심으로 나 하나 잡는다 해서 입막음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 응응, 당연히 아니지. 내가 언제 언니만 잡는대? 언니도 언니지만 스피커는 따로 있잖아. 우리 잘생긴 엄시현 선생님~ 프리드웬 언니가 보물처럼 싸고 돌아서 그쪽은 번번히 실패했다 뿐이지 잊어버린 건 아니랍니다? 너 죽이고 시현 선생님도 죽일 거야. 그 다음에는 글쎄, 둘이 몸 담은 그 센터 상담사 아줌마랑 후원자인 난새 사장님도 죽여버릴까? "......" - 왜 말이 없어, 벌써 힘들어?
검은 신발이 팔이 붙어있었던 부분을 짓이긴다.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 에이, 이렇게 아파할 거면서 괜히 뻐기기는. 언니. 근데 진짜 이대로 죽을거야? 목숨 아까운 줄 누구보다 잘 알잖아. 그냥 나랑 같이 가자. '수석 연구원 님' 이 그랬거든? 프리드웬이 자기 발로 돌아오면 다 잊고 극진하게 대접해주겠다고. 너도 시화 소장님한테 받은 은혜는 갚아야지, 언제까지 철없게 굴 거야? "......은혜?" - 다 죽어가는 거렁뱅이 주워다 살려놓은 게 은혜가 아니면 뭐지? 언니나 나나 시화 소장님한테 얼마나 큰 빚을 졌는데. 그럼 갚아야지. 잘생긴 얼굴로도 커버 안 되는 중대한 배신을 저지른 엄시현 선생님한테 붙을 게 아니라 죽은 시화 소장님 소원을 이뤄드려야지. 안 그래? "정말 그걸 은혜라고 생각해? 너, 너... 그때 어땠는지 기억 안 나? 그 고통스러웠던 기억들... 의미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는 고문이나 다름없던 커리큘럼, 하루 종일 호스를 타고 혈관에 꽂히던 정체 모를 합성 약물들, 시간이 얼마나 가는지도 모르는 채 시험관 속에만 갇혀있던 나날들, 그 모든 것을 견뎌서 레벨을 올리고 계수를 깎아도 절대 변하지 않던 실험쥐 취급... 인간 대접조차 못 받았잖아. 그게 은혜라고 생각해? 진심이야?!"
깜빡. 어둠 사이로 눈이 감았다 뜨이는 게 보였다. 동시에 다미는 직감했다. 뭐라고 지껄여도 통하지 않겠구나.
- 그럼 부모한테 버려진 채 밖으론 나가지도 못하고 인첨공 길바닥에서 굶어죽는 편이 좋았어? 흠, 너는 스트레인지 골목길에서도 잘 빌어먹고 살았으니까 그럴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배신 행위가 배신 행위인 건 여전히 변함이 없단 말이지...
반짝. 날카로운 금속이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 흠, 잘 알았어~ 그냥 죽여야겠다. 잘 가? 너무 걱정은 말고. 머리카락 한 줌 정도는 예쁘게 포장해서 엄시현 선생님한테 보내줄게.
그 순간, 문득 시현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치는 듯하다.
'요즘 그것들 동태가 이상해. 바닥에 저 편지들 보이냐? 2학구 연구소로 배달 왔다는데,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죄다 협박장. 메일 주소도 테러당해서 한 달 안에 몇 번이나 바꿨어. 숨어있는 나한테도 이 난리를 치는데 하물며 나다니는 넌 어떻겠냐고.'
'말 좀 들어, 위험하다니까?!'
'그래, 주다미. 너 강하지. 근데 그 새끼들 손아귀에도 강한 놈들은 차고 넘쳐. 거기다가 수가 더럽고 영악하지. 넌 아니잖아. 개싸움에서 힘이 비슷하면 무조건 비겁한 놈이 이기는 것도 알잖아?'
이거 뭐에요? : 멘탈이슈로 못 썼던 남은 떡밥 털이. 다 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올해(겨울 시즌)에 일어났던 사건은 쓰고 가야 할 거 같아서 씀. 이게 끝일지도? << 이게요?
다미쌤 죽었나요? : 글쎄? 일단 암살자는 잘 처리했대요👍
리라 행복해지는 거 맞죠? 왜 다 끝나고 이런 불길한 글을 쓰는거임? : 당연히행복하지그건걱정안해도됨 진짜로! 진짜로 (중요해서 두번 말함) 굳이 따지자면 인첨공이 변화하기 전에 앓는 몸살? 의 일부입니다 (and... 내가 저지른 떡밥은 일부라도 회수해야 하니까...) 리라는 아마 영향 없을걸... 영향 있어도 뭐 나름 굿위치인데 무슨 걱정입니까 수틀리면 안티스킬이랑 협력해서 다 엎으면 되는 일이다 유니온이랑 그림자에 비하면 잡졸이고 🤔
"리버티 같은 대형 조직이 해체 되었는 데, 그 의지를 잇겠다는 놈들이 몇명 쯤 있어도 이상한 건 아니죠." "특히 이전부터 주 테러 대상이었던 바즈라 같은 나쁜 놈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이면 말이에요"
묘하게 키득거린다.
"스킬아웃은 사회적으로는 불량배 집단, 폭력배들, 역겨운 사회의 쓰레기죠." "어디까지나 낙제생들의 모임, 리버티에 사상에 감화된다고 해도 이상할게 없는 집단" "저지먼트의 활약으로 리버티가 붕괴되자 이에 분노한 쓰레기들이 우발적으로 리버티의 정신을 잇겠다며 바즈라로 쳐들어갔다."
물론 어디까지나 아무것도 모르는 철현만의 망상에 불과하다. 시행 할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알 수 없다.
"누군가를 빼오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저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이 목적." "리버티의 못 이룬 이상을 이루기 위해. 레벨0의 권리를 위해" "모든 것을 파괴하다가 우.연.히. 이상한 녀석을 찾아버렸네?"
그리고 침묵을 유지했다.
"뭐, 이런 망상을 했습니다." "사실 저도 바즈라에 갔으면 벌써 리버티에 합류했을 껄요?"
"아니. 이 정도는 세은이도 금방 눈치챌 것 같은데. 일단 좋은 평가는 고맙게 받을게. 아무튼... 갑자기 늙는 것이 무서워지기라도 한 거야? 인첨공 안에서 그러는 이가 한둘은 아닐 것 같긴 하다만."
불로불사. 불사는 불가능하다고 치더라도 인첨공의 과학력을 이용하면 불로는 얼마든지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은우는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명이 무제한으로 늘어날 것 같진 않지만 그 관련은 자신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는 그 부분은 말을 아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그러려고 하는걸까? 그런 의문이 문뜩 떠올랐고 은우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혜우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네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거야? 초능력을 능력자가 아닌 기술이라... 아니. 뭐, 가능하긴 할걸? 우리들이 하는 초능력은 일단은 과학 이론에 기반하는 거니까. 물론 그걸 수식으로 그리라고 하고, 이론으로 구상하라고 하면 엄청 머리가 아프겠지만... 아마 가능하긴 할 거야."
적어도 자신이 아는 바로는 그랬다. 환경과 조건이 맞춰지면 컴프레스 볼을 자신과 같은 출력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걸 실제로 해낼 수 있을지는 별개의 이야기였다. 어디까지나 이론만 가능하다는 이야기지.
"뭐, 어느 쪽이건... 네가 하고 싶은 거라면 잘해봐. 대신에 네 몸을 해치는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고. ...세은이가 엄청 걱정할 거야. 그런 거라면. 뭐, 나도 일단은 동생의 친구니까 조금 신경쓰일 것 같고."
생각해보면 세은이의 친구 3명과는 뭔가 친근한 관계는 아니라는 것을 떠올리며 그는 어릴 적 세은이에게 불평을 속으로 퍼부었다. 내가 걔들 뭐 어떻게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만나는 것도 막는 거야. 이거 참. 물론 과거의 세은에게서 답이 올 일은 없겠지만.
"나? 대학 다니지. 그리고 본격적으로 빵을 굽고 있어. 디저트도 만들고 있고. ...학생 때부터 미술 하나만큼은 엄청 못해서, 뭔가 좀 독창적인 것을 만들려고 하면 항상 망해버려서 곤란할 지경이야. 진짜 세은이를 붙잡아서라도 디자인 담당으로 만들던가 해야겠어. 걔는 디자인 하나만큼은 또 엄청 잘하니까. 아. 그리고 김에 장차 베이커리 카페나 디저트 카페 같은 것도 만들어볼까 하는데... 혜성이를 직원으로 써볼까 했거든. 그런데 걔는 안티스킬을 한다잖아. 저지먼트 후배들에게 연락을 하면 동월이가 와서 다 썰어버린다고 할 것 같아서 무섭고."
가게 오픈하자마자 달려들어서 검을 휘두르는 상상을 하면서 은우는 키득키득 웃었다. 확실히 그 날 이후로, 그의 분위기는 이전보다는 훨씬 더 가볍고 부드러웠다.
"어쨌든 잘 지내서 다행이네. ...응. 어쨌든 네가 가고자 하는 길 잘 걸으려는 것 같아서 다행이기도 하고."
히쭉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정말 그랬다. 철형은 내가 본 중에 가장 멋있는 세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의연하고 유머러스한 모습도, 진지한 모습도. 물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도 멋진 부분 중 하나지만, 요 근래에는 이래저래 노력할 일이 많았으니 좀 덜 해도 되지 않나 싶다. 맛이 어떠냔 질문에 철형은 엄청 달다더니, 보는 사람도 기분 좋아지는 미소를 지으며 맛있다고 해줬다. 뿌듯함에 절로 헤실거리는 웃음이 얼굴에 걸렸다.
"헤헤~ 잘됐다! 실컷 먹어요, 먹고 남으면 새걸로 만들어서 싸줄게요."
그렇게 말하는데, 철형으로부터 조금은 뜻밖의 이야길 들었다. 내가 사람에게 진심인 것 같다라. 돌이켜보면 그랬다. 선하를 잃고 나선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철형에게도 서형에게도 마음이 활짝 열려있었다. 그건 역시...
이혜성? "크리에이터한테 못들었어? 난 말하실 줄 알았는데. 아, 퍼클들끼리는 연락을 주고 받는 편은 아니라고 했었던 것도 같네." "나 안티스킬 시험 준비 중이거든. 그래서 직원으로 일하는 건 못할 것 같아. 게다가 3년동안 지긋지긋하게 본 얼굴을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보고 싶니 너는."
situplay>1597054916>4 + 어떤 연구원이랑 같이 다녔다는 그 말. 긴장하는 그를 바라보며 누구인지 물으려다, 이름이 나오자 순식간에 싸해져 버린 분위기에 금은 입을 꾹 다문다. 눈물을 흘리는 성훈을 바라보다 손을 뻗으며 그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리며 진정하게 돕는다. 어제 2학구에서 목격되었다면 아직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는 말은 무언가 조종이라도 당하고 있는 건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으니. 금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서 말한다.
"중요한 단서가 되었으니, 말해줘서 고맙습니다."
금은 성훈과 시선을 마주치며 차분히 덧붙여 묻는다.
"엔지니어가 왜 그런 태도를 보였는지,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저희가 알아내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situplay>1597054916>4 우와 재수없는 천재 같으니. 혀를 쯧, 차며 혜성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열린 공용 클라우드를 보면서 궁시렁거렸다. 만나기만 해봐. 두바이 초콜렛 두박스를 강제로 품에 안겨주고 두고두고 두바이 초콜렛 두박스 분량만큼 뜯어먹어버려야겠다고 아주 담백한 생각을 하던 혜성의 시선이 클라우드의 세가지 파일 이름에 꽂혔다.
"...무슨 파일 이름들이 이래."
혜성은 계획서라고 쓰여있는 파일을 터치해서 열며, 열린 창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익숙하게 인식저해 기능을 켠 이유는 주변에 저지먼트들이 없다는 것과 파일들을 훑어보며 삐그덕거릴 제 머리에 니코틴으로 기름칠을 하기 위함이었다.
situplay>1597054774>990 곧은 자세로 금의 움직임을 혜성의 파아란 눈동자가 천천히 굴러 쫒았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쟤가 고양이에게 질투 아닌 질투를 느낄 수도 있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제게서 좋아한다는 말을 끌어내고, 기어코 그 사실을 토로하며 바보마냥 눈물 뚝뚝 흘려댔던 그날을 기점으로 자신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직설적이고 저돌적이었으니까. 데구르르 굴러가는 눈동자의 방향에 따라 등허리 곧게 펴서 앉아있던 혜성의 자세가 미미하게 흐트러졌다. 한 방향으로 다리를 꼬고 팔을 올려 턱을 괴는 비스듬한 자세를 하고 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감상하다가 혜성은 금의 손에 들려있는 상자를 발견한 혜성의 눈이 동그래진다.
어? 눈동자가 동그래지는 것과 동시에 혜성의 비스듬한 자세가 다시 원래의 곧은 자세로 돌아가려다가 기름칠이 덜 된 안드로이드처럼 삐그덕거렸다.
"..생일선물, 이라고?"
상자. 그것도 손바닥에 착 들어갈 크기의. 한눈에 보기에도 빨갛게 달아오른 귀와 뺨까지. 동그래지다못해 휘둥그레 뜬 혜성의 눈이 상자와 금의 얼굴을 몇번이나 번갈아 바라봤다. 대꾸할 말을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머릿속과 달리, 접착제라도 바른 것처럼 입술을 움직이지 못한 채 혜성은 서서히 자태를 드러내는 상자 속 물건을 보자마자 소리없이 헛웃음을 흘렸다.
혜성의 그 헛웃음이 결코 실망의 기색을 담은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청혼이 아니라고 하자마자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는 내가 좀 웃기다. 생일선물로 반지를 준비한다는 발상은 대체 누구한테 배운거야?"
딱 봐도 비싸보이는데, 어디서 샀어? 하며 희미한- 아니 확연히 어처구니 없음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복잡하게 엉긴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 제 입가를 손으로 덮고 혜성은 천천히 말했다. 같지만 다른 너와 나의 눈동자처럼 예쁜 푸른 보석이 박힌 반지 한쌍이 들어있는 상자를 집어들고 이리저리 살펴본다.
"너는 늘 내 예상을 벗어나는 사람이야."
나보다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다가도,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상상도 못한 어리광을 부려오고. 지금처럼. 천천히 손끝으로 반지를 쓸다가 제 반응을 살피며 초조해보이는 금의 얼굴을 가만 올려다보던 혜성은 눈 가늘게 떴다. 혜성은 눈대중으로 조금 더 커보이는 반지를 상자에서 꺼내 금의 손을 잡아 제쪽으로 이끌었다.
"적어도 청혼은 내가 하게 해줄거지?"
금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려하며 혜성은 짐짓 괘씸하다는 양 눈 흘기고 장난스레 자기야, 하는 호칭을 덧붙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