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카페에서 기르고 있는 고양이와 강아지 중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애들 각각 3마리의 간단한 설정이야!
고양이 1.검은색 고양이 리카:암컷. 사실상 고양이 중 서열 1위. 상당히 도도하지만 애교 떨 땐 제일 귀여운 아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애교를 떨지만, 다 얻고 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간다.
2.치즈 고양이 타마:수컷. 나이가 가장 많은 고양이. 세상만사에 별 관심이 없지만 먹을 것에는 환장하는 아이. 그래서 살이 좀 쪘다. 운동은 죽어라 하지 않고 낮잠만 늘어져라 자는 아이.
3.러시안 블루 시안:수컷. 일명 개냥이. 그래서 카페 고양이들 중에서는 가장 인기가 있는 아이. 하지만 덩치가 다른 고양이들보다 조금 작아서 싸움이 나면 그냥 도망만 치고 보는 순둥이. 전용 담요가 있는데, 이건 다른 고양이가 건드리거나 쓰려고 하면 지더라도 덤벼들기 때문에 다른 고양이들도 담요만큼은 안 건드린다.
강아지 1.골든 리트리버 골든:수컷.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 순둥순둥이. 사람에게 쓰다듬받는 것을 좋아해서 자기 쓰다듬어달라고 머리를 자주 내미는 편이다. 수영을 상당히 좋아한다.
2.시바견 나나:암컷. 어미에게서 일곱번째로 태어난 아이라서 이름이 나나. 은근히 고집이 세서 싫은 것은 죽어도 안하는 아이. 목욕하는 것을 정말로 싫어한다. 하지만 물놀이는 좋아한다.
3.달마시안 스팟:암컷. 평소에는 조용히 시간을 보내지만 기분이 안 좋아보이거나 상처를 받은 이가 있으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살며시 다가가서 애교를 떤다. 기분이 좀 풀린 것 같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돌아가는 것이 특징
오늘은 세들어 사는 집과 그 옆집 아이들의 과외를 봐주는 날이다. 자그마치 네명을 한꺼번에 가르쳐야 하는 대신 하숙비를 면제받고 있다. 재벌가 출신이라지만 부모님의 지원도 직장도 없이 개털인 내가 하숙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귀중한 밥줄인 셈이다. 물론 고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숙비가 공짜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거지만, 이 네명의 아이들 중에 공부에 열의를 보이는 아이는 한명도 없기 때문이다. 첫날에는 정말 이 아이들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여러 수단으로 구슬리고 타이른 덕에 어찌저찌 이어가고는 있다. 그리고 오늘도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재밌게 수업에 임할 수 있도록,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가 가득한 카나타네 동물카페, 호시노 이누네코랜드에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그리고 아이들의 분위기는... 유감스럽게도 완전히 놀러온 분위기다.
"흐응, 강아지라면 우리집에도 있는데." "에이, 누나! 우리집엔 고양이는 없잖아~"
이 두 아이들은 내가 신세지고 있는 사와무라 씨네 남매들, 아카리와 히나타다. 원래는 이 둘만 가르칠 예정이었지만, 하는 김에 같이 하자고 옆집의 두 아이들이 더 붙어버렸다. 그 둘이 바로 이 둘, 야마모토 유우와 유메.
"거기 가서도 공부해야 하는 거예요? 싫어어어..." "그래도 미야랑 멈머가 있잖아~ 카나타 오빠가 서비스도 줄 지도 몰라!"
다들 공부할 생각일랑 하나도 없어보이는 대화에 오늘도 정신이 아득해진다. 어쩌겠어. 그래도 달래고 타일러가며 공부시켜야지. 오늘도 한자라도 더 읽히고 한 문제라도 더 풀릴 수 있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그렇게 절박한 심정으로, 문을 열기 전에 애들한테 당부했다.
"얘들아, 노는 건 공부하고 나서 하는 거다? 선생님이랑 약속했다?" "뭐, 생각해보고요." "네에~!""네~!" "공부하기 싫은데에..."
그렇게 아이들의 미덥지 못한 대답을 애써 뒤로 하고, 문을 열었다. 딸랑, 하는 종소리와 함께 카페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동물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쳐둔 안전문 너머로 매트가 깔린 바닥과 캣타워, 여러 장난감 등. 그리고 낯익은 목소리가 우리를 반겼다.
"실례하겠습니다~ 안녕, 호시노 군!"
"안녕, 카나타 오빠." "카나타 형, 안녕~!" "안녕..." "오빠 안녕~!"
아이들도 호시노 군을 향해 제각기 인사를 건네고는 안전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난 아이들을 모두 안으로 들여보낸 뒤에야 안전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자리를 잡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애들도 자기 자리를 잡고 교과서와 참고서를 꺼내놓기는 한다. 고맙다, 얘들아...
"오늘은 과외하는 애들하고 같이 왔어~ 여기서라면 애들도 좀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더라구."
// >>53 앗, 감사해요~! 다들 개성만점이네요:D 벌써부터 너무 귀여워요! 참, 이스즈가 키웠던 고양이는 타마랑 많이 닮았다고 해도 괜찮을까요?
들어온 손님들을 바라보며 카나타는 영업용 미소를 입에 머금으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물론 잘 아는 이였고, 어느 정도 아는 아이들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쉽게 말을 놓을 생각은 그에겐 없었다. 어찌되었건 지금은 손님과 카운터 점원으로 마주한 사이니까. 어떻게 점원이 손님에게 말을 함부로 놓을 수 있겠는가. 물론 일을 마치고 쉬는 시간이라면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5명. 4명은 어린 애들이고 하나는 고등학생. 아동용 요금 4인분과 성인용 요금 1인분.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그는 이스즈를 제대로 마주했다.
"공부...할 환경일진 잘 모르겠지만 즐거운 시간 되길 바라겠습니다. 손님."
물론 카나타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공부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계속 주변을 돌아다니고, 고양이 중에서는 점프해서 테이블 위로 막 올라와서 애교도 부릴텐데, 어떻게 공부를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자신이 통제를 하자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말썽을 부리지 않는한,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두는 것이 카페의 방침이었고, 자신도 행동을 막 통제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저 순수하게 생각한 것을 이야기하며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던 그는 이어 이스즈를 바라보며 메뉴판을 살며시 내밀었다.
"...음료와 디저트는 뭘로 하시겠습니까? ...입장 요금에 다 포함되어있기에 자유롭게 한개씩만 고르셔도 됩니다."
에이드, 주스, 커피, 스무디. 케이크, 빵. 정말로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가 메뉴판에 있었다. 그가 말했듯이 음료값과 디저트값은 모두 입장료에 포함이 되어있기 때문에 음료나 디저트가 비싸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동물용 수제 간식은 따로 결제를 해야했지만 그것조차도 200엔 정도의 싼 값이었다.
"...주문이 결정되었다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그...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이어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살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괜히 눈을 감고 숨을 후우 내뱉으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은 직원으로 있는 거니... 그... 조금 말이 이래도 이해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손님."
/안녕! 이스즈주! 앗. 그 부분은 자유롭게 해도 될 것 같아! 타마는 치즈냥이니까 그런 고양이들은 많을테고!! 혹은 먹을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도 생각보다 많긴 하니까!
"뭐, 아무래도 공부하는 시간보단 노는 시간이 더 많을 것 같긴 한데, 이런 날도 있어야지." "고마워, 호시노 군! 호시노 군도 수고가 많아."
호시노 군의 대답에, 벌써부터 각자 강아지와 고양이들을 찾아가기 시작한 아이들을 보며 머쓱한 웃음과 함께 그렇게 대답했다. 호시노 군이 존대를 하고 나는 반말을 하는 상황은 첫날에는 퍽 어색했지만 몇번 오다보니 오늘은 그런대로 익숙해진 느낌이다. 처음에는 나도 존대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이미 반말을 하고 나서 시정하자니 그것도 어색해서 이렇게 굳어져버리고 말았다. 뭐, 어쩌겠어. 적응해야지. 나도 우리 나츠메랑 닮아서 놀랐던 고양이, 타마에게 눈으로 인사를 건네고 있자니. 호시노 군이 메뉴판을 내밀어왔다.
"아, 그러네. 음료랑 디저트 주문해야지." "얘들아~ 뭐, 먹을래?"
그 말에, 각자 흩어져있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와서는 저마다 먹고 싶은걸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아아, 중고거래로 마련했던 목돈이 살살 녹는구나. 그래도 내 몫의 롤케이크는 참았으니 그만큼은 아껴지겠지, 뭐. 조만간에 몇개 더 팔아치우던가 일자리를 구해야지, 원. 이거 날마다 오기는 좀 힘들겠어. 그래도 애들이 좋아하니 됐지, 뭐. 그렇게 주문을 마치는데, 호시노 군이 무언가 망설이는 듯 하더니, 조심스러운 투로 지금은 직원으로 있는 것이니 말이 이래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아, 이 참에 물어볼까?
"에이, 그거야 신경쓰지마~ 처음에야 어색했지만 지금은 적응했는걸." "아, 혹시 나도 존댓말하는 편이 편할까?"
/감사해요~ 마침 스즈가 키웠던 고양이에 대해서 스트릿 출신에 치즈냥이고 항상 느긋하고 움직이는 거 안 좋아하는 둔둔냥이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타마가 딱 닮아서 신기했지 뭐예요~
"...딸기주스 하나. 키위주스 하나. 핫초코 하나. 초코스무디 하나. 그리고 카페라떼와 롤케이크 네 개. 동물용 간식 네 개. 알겠습니다."
입고 있는 유니폼 주머니에서 메모장을 꺼낸 후, 카나타는 주문 내용을 천천히 기록했다. 혹시나 자신이 잘못 듣지 않았을까 싶어, 그렇게 주문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한 후, 800엔은 나갈 때 결제하면 된다고 이야기하며 그는 머릿속으로 남아있는 디저트를 확인했다. 물론 양은 충분했지만, 왜 굳이 롤케이크를 네 개만? 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덤이었다. 혹시... 라는 생각을 하며 카나타는 이스즈를 바라봤다. 딱 그 타이밍에 이스즈의 질문이 들려왔고 카나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요. 손님이 점원에게 높임말을 굳이 쓸 필요는 없죠. ...물론 손님이 정 어색하다면 써도 상관없긴 하지만... 일단 제 기준에는 굳이 손님이 점원에게 높임말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 부분은 자유롭게 해주세요. ...손님이 말을 편하게 하라고 해서 무례한 말을 하지도 않을 테니까요."
그 정도의 신뢰는 있다는 듯이, 카나타는 편한대로 해도 좋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어 카나타는 아까전 하지 못했던 말을 다시 이어나갔다.
"...그보다 롤케이크는 정말로 네 개면 되나요? ...음료와 디저트를 하나씩 고를 수 있으니 롤케이크 하나를 더 추가해도 될텐데. ...디저트는 별로 안 좋아하시는 편인가요?"
혹시나 자신의 말이 조금 중의적으로 들렸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카나타는 분명하게 음료 하나, 디저트 하나를 고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이번에도 이스즈가 네 개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카나타는 굳이 더 묻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아마 잘 해줄거라고 믿고, 아이들도 말썽을 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동물들의 꼬리를 잡아당기거나, 혹은 이동하려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강제로 붙잡는 일은 없도록 지도 부탁드릴게요."
이건 그녀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메뉴얼에 있는 방침이었다. 입장하는 손님들에게 정말로 꼭 지켜야 하는 가벼운 주의를 주는 것이기도 했고. 어쨌든 이스즈의 입에서 롤케이크 이야기가 나오면 카나타는 바로 준비하러 움직였을 것이다. 음료가 각각 다양한만큼, 이리저리 준비할 것이 많았으니까. 무엇보다 다른 손님들도 올테고.
/앗. 아무래도 중의적 표현으로 읽힌 것 같아서... 살짝 카나타의 입으로 정정할게! 입장료에 음료 하나, 디저트 하나 값이 다 포함이야! 그렇기에 이스즈도 롤케이크를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 아무튼 그렇구나! 그렇다면 확실히 타마와 많이 닮았겠다! ㅋㅋㅋㅋ 덧붙여서 타마는 먹을 것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간식을 잡고 있으면 바로 눈을 반짝이고 꼬리를 바짝 세우고 둔둔하는 느낌으로 걸어올거야!
"알겠어, 그럼 하던 대로 할게!" "아, 맞다. 입장료에 다 포함되지! 헷갈렸었어, 헤헤. 그럼 롤케이크 다섯개로 부탁할게~!" "그걸 헷갈려요? 정신 없네." "선생님 정신차려요~""정신차려요~" "선생님 정신 없으면 우리 놀고 있어도 돼요...?" "안돼, 공부해야지! 노는 건 공부하고 나서부터야!"
화들짝 놀라 아이들을 가볍게 다그치려니, 아이들이 일제히 에이~ 하고 칭얼거린다. 아이고, 애들이 넷이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네! 이런 건 역시 익숙해지지 않는다니까. 그래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이 아이들의 성적에 내 집세가 달려있다구! 재벌집 출신인 거 들키자마자 집세 올려받을 뻔 했으니까 이 과외 제대로 안 되면 집세 폭탄이야, 그것만은 절대 안돼! 그렇게 정신을 다잡고 있으려니, 호시노 군이 다시 말을 꺼냈다. 동물들의 꼬리를 잡아당기거나, 이동하려는 동물을 강제로 붙잡는 일은 없도록 지도 부탁한단다. 그런데 내가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이들이 먼저 장난어린 원성을 냈다.
"오빠, 우리가 애야? 그런 것쯤은 말 안 해도 잘 알거든~" "헤헤, 걱정마~ 우리집 마메타로한테도 안 그래." "안 그럴 거예요..." "맞아, 우리 안 그래~" "헤헤, 그렇다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래도 내가 잘 지켜볼게!"
호시노 군의 당부에 그렇게 대답하니, 호시노 군은 바로 준비하러 움직였다. 하긴 바쁠 테지. 우리 일행만도 다섯명에, 다른 손님들도 올 테니까. 오늘 하루 고생이 많겠네... 나도 만약에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손님들을 상대하게 되겠지? 물론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면 말이지만. 하루 정도는 사회성을 충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지도. 그나저나, 슬슬 공부시켜야지.
"자, 얘들아. 책 펴자~ 공부해야지!"
네에~ 하는 기운 빠지는 대답과 함께, 아카리는 뾰로통한 얼굴로, 히나타와 유메는 늘 그렇듯 싱글거리며, 유우는 시무룩한 얼굴로 책을 폈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잘 되가는 듯 싶었다. 시안이 테이블 위로 올라와서 내 문제지 위에 앉아버리거나, 골든이 아카리를 유혹하고, 스팟이 유우에게 가서 머리를 디미는 등, 역시나 동물들의 방해가 있었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테이블을 떠나진 않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와서였다. 이 녀석들, 내가 없는 사이에, 각자 고양이와 강아지 앞에 가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이참에 나도 타마한테 가서 그 푸짐한 몸뚱이를 만져주고픈 유혹이 들었지만, 애써 아이들을 불렀다.
"이 녀석들, 선생님이 화장실 갔다고 흩어지면 어떡해? 자, 다시 수업하자~" "싫어요! 시안이가 더 만져달라고 하는걸요!" "조금만 쉬었다가 해요~""맞아요, 쉬었다 해요~" "스팟이랑 좀 더 놀래요..."
// 앗앗 그 부분을 제가 잘못 읽었네요!! 정정해주셔서 감사해요8ㅁ8 이스즈도 아이들 가르치다 보면 당이 딸릴 테니 잘됐네요!! 세상에, 엄청 귀엽겠네요~! 간식도 먹여주고 엉덩이도 팡팡 두들겨주고 쓰다듬어주고 싶을 것 같아요~! 이스즈는 첫 고양이 나츠메 생각이 나서 찡하기도 하겠네요!
아...앗 아이들 나이대가 너무 어리게 보였나봐요. 고지 드렸어야 하는 건데 저는 아이들 나이대를 중학생 정도로 설정했어요. 카나타가 아이들을 타이르기 위해서 애써줬지만 아이들은 자기들을 미취학 아동으로 보는 줄 오해해서 반응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중학생은 흔히들 자기들이 다 컸다고 생각하는데, 어린애 취급 받았다고 느끼면 기분 나빠하기 쉽잖아요. 그래서 그런데 혹시 고양이와 강아지를 돌려보내며 달래는 부분만 다시 써주실 수 있으신가요?
"...선생님 놀리면 못 써요. 헷갈릴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선생님 너무 곤란하게 하면 안돼요."
칭얼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카나타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했다. 물론 자신이 꼭 이렇게 말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스즈가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 싶어 살짝 도와주는 느낌에 가까웠다. 물론 그 이상의 말은 더 없었겠지만. 어쨌든 아이가 네 명이니 그야말로 정신이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이스즈가 오늘 고생이 많을지도 모르겠다고 절로 생각했다. 도와줄까 싶으면서도 자신은 자신대로 일을 해야 하니, 그러기는 힘들었다. 마음 속으로 고생이 많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막 들려오는 말에 입을 열었다.
"...다 알아도 꼭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랍니다. 규칠은 꼭 따라야 하는 것이고, 규칙을 강조하는 것은 몇 번을 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학교에서도 배우는 것처럼요. 그게 이 카페의 규칙이니까요."
어느 정도 인자함이 섞여있는 목소리를 내며, 카나타는 조용히 미소를 짓다가 다시 입꼬리를 아래로 내렸다. 잘 지켜보겠다는 이스즈의 말에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고 슬슬 음료와 디저트를 준비하기 위해 움직였다. 롤케이크는 이미 진열장에 가득 있었으니 꺼내면 되고, 음료는 다 따로따로이기에 조금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공부를 시키려는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고개를 살짝 옮겨 이스즈 쪽을 바라봤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놀아달라고 유혹하는 모습이 보이자 그는 괜히 피식 웃었다. 결국 저렇게 되나.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다시 음료를 준비했다. 한참 집중하며 음료를 각각 준비하고 컵에 따르려는 찰나, 이스즈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이 녀석들. 화장실. 다시 수업하자. 그런 말들이 들려오고, 이어 아이들이 칭얼대며 좀 더 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에 그는 후우하는 한숨소리를 냈다.
이어 음료와 롤케이크가 놓여있는 트레이를 두 손으로 들고 카나타는 그들이 앉았던 테이블 위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이들을 바라보며 카나타는 입을 열었다.
"자. 음료와 디저트 나왔습니다. 손님 여러분."
말 그대로 강아지와 고양이에게서 음료와 디저트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듯, 카나타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혹시나 보지 않을까 싶어 손뼉을 쳐서 소리를 내는 것은 일종의 덤이었다. 한편, 저 편에서 테이블 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타마의 모습이 보이자 카나타는 안된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타마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드러눕고 뒹굴거리기 시작했다.
"...수제 간식은 원하는 진도가 다 끝난 후에 주면 될까요? 손님."
그리고 간식에 대해서는 일단 원하는 진도까지 다 나갈 때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 카나타는 이스즈를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다. 물론 이스즈가 어떻게 답할지는 그녀의 자유였다.
/썰 풀 때..중학생 과목 브이로그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설마설마 했는데..이걸 내가 미처 묻질 않았구나!! 8ㅁ8 확실히 인지했어!!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어린애들이 아닐까 생각하긴 했어. 하지만 중학생이라는 것을 들으니까 또 그런 모습이 보이고..어쨌든 확실하게 인지했고 내용은 이렇게 수정할게!
호시노 군이 편을 들어주려는 건지 아이들을 같이 타일러주었다. 이거 민망하네, 선생님으로서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말이지. 그래도 기왕 도움 받은 거 기세라도 올려보고자 장난스레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볼멘 소리를 냈다.
"맞아, 사람이 헷갈릴 수도 있지! 자, 들었지? 선생님 말 잘 들어야 한다? 아니면 어머님 아버님하고 상담할거야!"
그러자 유우는 물론 히나타와 유메까지 울상이 되었고, 아카리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안돼~!" "안돼요!" "너무해요..." "고등학생이 되면 그렇게 째째해져요?" "째, 째째하다니 너무하네! 너네들이 선생님 말 잘 들으면 되는 거잖아!" "아휴, 알았어요. 알았어."
이거 어째, 호시노 군이 도와줬는데도 애들한테 말려버린 느낌이다. 못 미더워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애들과의 수업은 이런 푸닥거리가 항상 있다. 물론 이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그런 시간마저 없으면 정말 재미없는 시간이 될 터라 어느 정도는 져주는 걸 방침으로 삼고 있다. 물론 선을 넘으면 따끔하게 혼내야겠지만 이 정도는 귀여우니 말이지. 아이들의 볼멘 소리에, 호시노 군이 어쩐지 인자하기까지 한 투로 말했다. 다 알아도 꼭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그렇대, 너네들이 어린애라서가 아니라 규칙이 중요하기 때문에 호시노 군이 강조한 거니까 잘 지키도록 하자. 알겠지?" "네에." "잘 지킬게요~!" "멍멍이랑 미야 안 괴롭혀요..." "살살 대해줄거예요~."
아이들의 대답을 뒤로 한 호시노 군이 음료와 디저트를 준비하러 가고, 그 사이 결국 공부시키려는 나와 놀고 싶은 아이들 사이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공부하고 놀기로 선생님하고 약속했잖아! 그렇게 타이르려는 찰나, 벌써 준비가 완료된 것인지 가벼운 박수소리와 함께 호시노 군의 목소리가 들렸다. 테이블 위를 보니 주문한 음료와 케이크가 담긴 트레이가 올려져있었다.
"아, 고마워. 호시노 군! 잘 먹을게~" "얘들아, 케이크랑 주스 먹자! 케이크는 실온에 오래 놔두면 맛없어진다?"
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호시노 군이 가져다 둔 먹을 걸로 아이들을 유혹해봤다. 그 와중에 타마가 이 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호시노 군이 고개를 젓는 것으로 안된다는 뜻을 알아들은 건지, 시무룩한 듯이 도로 누워버리는 모습이 귀엽다. 미안, 타마야. 이따 애들이 간식 줄거야. 그러던 중, 먼저 자리로 돌아온 건 아카리였다.
"나참, 알았어요. 주스랑 케이크 다 먹으면 다시 놀러 갈 거예요?" "헤헤, 마침 좀 배고팠는데 잘 됐다~" "먹고 또 놀래요..." "케이크 케이크~"
아이들이 테이블에 다 앉으려니 호시노 군은 수제 간식은 원하는 진도가 다 끝난 후에 주면 되겠냐고 물어왔다. 난 여러모로 날 도와준 호시노 군을 향해 고마움을 담아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게 부탁할게!" "그리고 도와줘서 고마워, 헤헤."
// 하루 잘 보내셨으려나요? 덕택에 잘 쉬고 느긋하게 답레도 써왔어요! 여러번 늦었는데도 양해해주셔서 감사해요:D 좋은 밤 되세요!
바로 앞에서 티격태격, 혹은 칭얼과 달래주기를 보여주는 다섯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카나타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카나타에게는 그 모습이 꽤 귀엽게 보인 탓이었다. 단순히 얼굴이 귀엽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저 분위기 자체가 상당히 귀여웠다. 뭔가 대장 고양이가 말 안 듣는 아기 고양이들에게 훈계를 하는 모습 같았기에 더더욱. 물론 그 생각을 카나타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해봐야 실례일 뿐이니까.
그와는 별개로 자신이 테이블에 올려준 케이크와 음료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카나타는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조금은 도움이 된 것일까. 자신이 직접적으로 뭔가를 도와줄 순 없지만, 이런 식으로 도움을 줄 수는 있었다. 그리고 이스즈 역시 그 도움을 꺼려하진 않는 것 같았기에 그는 괜히 혼자서 조용히 안도했다. 쓸데없는 참견이었다면, 너무나 미안했으니까.
"...그렇다면 간식은 그렇게 준비할게요."
"...천만에요. ...친구 좋은 것이 뭔가요."
딱히 뭘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옆자리에 앉은 친구였다. 물론 엄청 친하다거나, 막 크게 친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야기도 나누고 있고, 최소한의 교류도 하고 있고, 같은 반이니까 친구 아니겠는가. 적어도 카나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 먹었으면 트레이는 퇴장할 때 반납해주세요. 공부 수고하시고요."
꾸벅. 살며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후, 카나타는 조용히 카운터로 다시 돌아갔다. 수제 간식은 원하는 진도가 다 끝난 후에 주면 된다고 했으니 그때 준비해줄 생각이었다. 지금 수제 간식을 주면 보나마나 또 수제 간식을 먹이겠다고 공부를 안할 것이 뻔했으니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이곳의 카운터로 찾아와서 얘기해주세요. 손님."
그리고 괜히 카운터에 돌아간 그는 이스즈를 바라보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자신의 업무를 보려는 듯, 그는 잠시 진열대에 있는 디저트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 검은 고양이 리카는 살며시 이스즈를 바라보더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살며시 앞으로 내밀면서, 제 앞발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시늉을 하더니 고개를 들어 이스즈를 도도하게 빤히 바라봤다. 아무래도 뭔가 원하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어쩌면 자신을 빨리 쓰다듬으라고 요구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나는 하루 그럭저럭 보낸 편이야!! 반대로 이스즈주는 하루 잘 보냈을까?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다시 카운터로 돌아간 호시노 군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이고, 나는 음료와 디저트라는 미끼에 끌려온 아이들을 타일러 다시 과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언제나 그랬듯 아카리는 투덜거리고 유우는 칭얼거렸으며, 히나타와 유메도 발치에 자리잡은 강아지며 고양이를 만지작거리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참 아이들이 헤메고 있는 문제들을 봐주고 자리로 돌아와 앉아서 한숨 돌리려는데, 리카가 나한테 다가온 것이었다. 리카는 영특하게도 자기 머리를 쓰다듬는 시늉을 하더니, 나를 빤히 쳐다봤다. 누가 봐도 쓰다듬어달라고 보채는 상황. 그 귀여운 모습에 결국 유혹에 지고 만 나는 아이들이 각자 문제에 집중한 동안 몰래 리카를 쓰다듬었다. 보드랍고 매끄러운 털의 감촉을 실컷 즐기며 리카가 좋아하던 부분을 찾아 실컷 봉사하던 중이었다. 한참 문제지에 얼굴을 박다시피하던 아카리가 고개를 들었다.
"쌤, 다 풀었어요. 이제 놀아도 되죠?" "우와, 리카 왔다~ 나도 만질래요!" "나도..." "타마한테 까까 줄래요~" "그래, 얘들아. 고생 많았어, 이제 놀아라~!"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이들은 각자 흩어졌고, 나는 어느새 빈접시와 컵이 가득한 트레이를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가보니, 호시노 군은 여전히 쉴 세 없이 일하고 있었다.
"호시노 군, 고생이 많네~." "덕분에 아이들 공부는 잘 끝냈어, 고마워!" "수제간식 말인데, 지금 준비해줄 수 있을까?" // 저도 하루 잘 보냈답니다! 카나타주도 오늘 하루 수고 많으셨어요~! 괜찮으시다면 이번 턴이나 다음 턴에 마무리짓는 게 어떨까요?
이스즈가 리카를 쓰다듬자 리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양이 특유의 골골 소리를 조용히 울렸다. 그렇게 어느 정도 쓰다듬을 받다가 이미 자신은 만족했다는 듯이, 리카는 이내 홱 돌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 전용으로 준비되어있는 방석으로 돌아간 후, 그곳에서 몸을 둥글게 말아 살며시 눈을 감았다. 쓰다듬을 받았으니, 이제는 낮잠이라도 자려는 모양이었다. 고양이는 원래 밤에 더 활발했으니, 지금은 잠을 자도 이상할 것이 없지 않았을까?
한편 그러는 와중, 카나타는 열심히 카운터에 앉아 새로운 사람을 받기도 했고, 정리를 하기도 했고, 음료를 만들기도 했다. 얼핏 봐도 꽤 바쁘게 일을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혀 힘들지 않은지, 오히려 이렇게 일하는 것이 좋은지 그의 입가엔 미소가 잔잔하게 번지는 중이었다. 그러다 이스즈가 트레이를 들고 카운터로 오는 모습이 보이자 그는 바로 이스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고생은 손님이 하고 있죠. ...애들 가르친다고 수고했어요."
정말로 고생했다는 듯이, 그렇게 이야기하며 카나타는 살며시 트레이를 받은 후에 카운터 안쪽에 내려놓았다. 사용한 잔은 세척한 후에, 다른 손님들의 음료를 담는데 사용할 예정이었다. 한편, 이스즈에게서 수제간식 요청이 나오자 카나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요."
이어 그는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고, 3분 정도 후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가 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고양이용 비스킷 2개, 츄르 1개, 강아지용 비스킷 3개. 이렇게 한 세트로 이뤄진 수제 간식 다섯 세트였다. 트레이에 확실히 담은 후, 그는 이스즈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한번에 너무 많이 주진 말고 조금씩 조금씩 나눠서 주세요. ...츄르는 손에 살짝 뿌려서 주면 되고요. ...이미 아실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는 이스즈를 바라보며 눈웃음을 조용히 지었다. 오늘 하루 정말로 수고했다는 듯이.
막레 감사합니다! 이번 일상도 수고 많으셨어요, 카나타주! 그런데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스레를 이만 종료하는 게 어떨까요? 실은, 썰도 풀고 일상도 두번 해봤지만 카나타라는 아이에 대해서 이런 아이다, 라는 감이 좀처럼 오질 않았어요. 그래서 열심히 이어주시는데도 흥이 잘 나지 않았고, 소재를 떠올리기도 어려웠어요. 그래서 교류를 해도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기보다 형식적으로 예의 바른 소리만 주고받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스즈로 카나타와의 이야기를 더 이어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작스럽게 이런 말씀 드리게 돼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