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오랜만에 혜성과 혜우를 헷갈린거 아니냐고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ㅋ 이혜성이 투룸으로 이사가려는 이유는 별거 없다. 금이랑 동거 준비 및 거리 출신 카오스냥냥이 입양하려고. 1억이 생겼는데 보안 시스템 완벽한 투룸 정도 들어가도 되잖아 이랬는데 캡틴이 집 사면 되용 하면 집삼(?)
길벗 상담센터에서 사이코메트리 장비의 베타 테스트가 다시 시작됐다. 유니온의 테러 때 장비까진 옮기지 못해 망가졌으면 어쩌나 걱정들이 많았다는데, 다행히 핵심적인 부분은 무사해 수리만 좀 하고 테스트하는 거란다. 구경하기도 하고 장비 점검을 거들기도 하려니 새삼 맘이 놓였다. 유니온의 테러가 막혔단 게 실감나서. 동시에 그 감각이 몇 달간 유니온의 테러에 시달렸던 여파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큰일을 겪은 탓에 아직은 평화가 믿기지 않는지도. 시간이 지날수록 덤덤해지려나?
그런저런 상황이 마무리된 뒤 센터장님과 마주앉았다. 은근 지쳐 보이는 분위기였지만 표정만은 평소처럼 온화했다. 편히 상담하라고 집어먹을 과자를 준비해 주신 것도 이제까지와 비슷하다.
∥이번에 고마웠어요. 서연 학생이 미리 알려 줘서 잘 대처할 수 있었어요.
눈물이 앞서 버렸다. 내가 한 일이 있었구나. 유니온의 테러 때문에 몇 달을 속 끓이면서도 정작 제대로 된 대처는 못했던 게 갑갑했는데, 그래도 대피엔 도움이 됐네. (다시는, 정말 다시는 터지지 않아야 할 테러였지만) 울 학교가 습격당했을 때 대피를 도왔던, 저지먼트다워졌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래. 그런 적이 한 번은 있었...... 거기 생각이 미치자 울음이 북받치고 말았다. 무슨 소릴 지껄이는지도 모른 채 한참을 웅얼대며 울었다.
이윽고 센터장님이 차를 내어 주셨다. 뜨거운 음료 별로지만 이번만은 속이 다독여지는 거 같았다. 그러고서 튀어나온 말은, 제가 생각해도 뜬금없는 것이었다.
" 저지먼트 그만두려고요. "
하지만 목소리는, 다 그치지 못한 울음과 가래 끓는 소리가 섞였다뿐 차분했다.
∥결심이 섰나요? 망설이는 중인가요?
" 어... 딱 잘라 말은 못하겠어요. 근데 " " 인제 예비 고3이잖아요. 공부해야죠!! 글고... "
여기까진 핑계일지도 모른다. 선배도 (부장이나 부부장께 일을 넘겼다 해도) 저지먼트 활동 끝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 제가 저지먼트로 적임자는 아닌 거 같더라고요. " " 쌈은 전혀 못하니 그나마 비빌 거리는 사이코메트린데 " " 저지먼트에서 사이코메트리를 쓸 땐 " " 정보를 파악하는 걸로 그치면 안 되고 " " 의미나 써먹을 방법을 찾아내야 하던데 " " 제가 그건 영 꽝이었어요... "
외부 커리큘럼으로 했던 혈액검사, 자동차 검사, 작품의 작가 확인 같은 건 나오는 정보의 의미가 명확했으나, 저지먼트 활동 중에 캐내는 정보들은 달랐다. 내가 저지먼트 활동을 할 때 줄곧 헤맸던 것도 최소 절반 이상은 내 판단력과 응용력 부족 탓 아니었을까.
" 게다가 저희 학교 저지먼트는 " " 저보다 훨 뛰어난 정보원들한테 지원받을 수 있고요. "
3학구장 휘하의 연구원들은 그 촉박한 시간에 유니온의 막을 뚫을 방법까지 찾아냈다. 그만한 정보원들과 접선이 가능한데 정보원 하나가 대수일까.
" 게다가 엄청 큰 실수도 했었거든요. " " 지난 일이라 할 수 있는 얘기지만 " " 부원들이 다 잡아준 테러범이 추가 테러를 벌이는 걸 못 막았어요. " " 저 때문이 아니라고, 저 따윈 너무 미미해서 마이너스조차 안 된다고 " " 억지로 억지로 따라갔지만 " " 부원들도, 퍼클들도 죽을 뻔했고 " " 어떤 사람은 저 대신 죽다 살았어요... "
수박씨가 저 죽을 짓을 벌여 버렸을 때, 왜 툭하면 약한 자는 꺼지라고 했는질 절감했다. 그렇게 위급한 순간에 걸림돌이 된단 걸 알아서였어.............
" 다행히 아무도 안 죽고 테러가 막아지긴 했지만 " " 그렇다고 제가 잘못했던 거나 " " 약한 주제에 바득바득 껴서 민폐 끼쳤던 게 " " 달라지진 않는 거 같아요. "
유니온이 느닷없이 사천만의 무식한 돌격에도 당할 만큼 약해졌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음 벌써 다 죽었다.
" 그래서 전 저지먼트론 불합격 같아요. "
중간에 울음 쏟아질까 봐 힘줬는데 그저 쓴웃음만 나왔다. 그간 하도 무력감을 느껴서 익숙해졌을까. 그래서든 아니든, 또 울고부는 거보단 낫지 싶다.
그런데 그때껏 가만 듣기만 하시던 센터장님이 말문을 여셨다.
∥서연 학생이 저지먼트로서 했던 일들이 전부 잘못된 일이었을까요? ∥저와 제 가족들, 센터 사람들은 서연 학생에게 도움을 받았는데요. ∥지금 그 판단이 스스로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은 아닐까요?
또다시 웃음이 머금어졌다. 내가 한 일이 모두 헛된 건 아니었단 인정. 서글픈 가운데 마음 한구석은 따스해지는 듯했다. 잘한 것도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이지.
" 고맙습니다. 도움이 됐다니 기뻐요. " " 잘한 일도 있다고 생각해요. " " 꼽을 수도 있어요. 저희 학교서 안드로이드가 난동 부렸을 때 " " 학교에 있던 사람들이 대피하게 도왔던 일 같은 거요. " " 그게 아니라도, 반년 남짓 잘해 보자고 나름 노력했으니 " " 잘한 게 전혀 없진 않겠죠. "
가령 사천만은 그럭저럭 잘 써먹었다. 근데 사천만은 내 노력보단 돈의 노력에 가까우려나? 몰라. 대출 받아 지른 건 나니 내 노력이라 치자. 그리고...
" 저지먼트 가입도 " " 저지먼트엔 몰라도 저한텐 잘한 일이었어요. " "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났거든요. "
엄청나게 힘든 일을 연이어 겪으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신 부장, 빠른 두뇌 회전이며 강인한 멘탈이 감탄밖에 안 나오는 부부장, 선크림 같은 소소한 것에도 기뻐해 주는 점잖은 경진이, 별 교류 없었는데도 폭죽은 언제든 보여 줄 수 있다 흔쾌히 말해 줬던 금이, 폭풍 간지로 때론 듬직하게 때론 따스하게 이끌어 주던 나랑 언니, 바깥에선 아이돌 멤버로만 보였던, 하지만 아이돌이 아니어도 사랑 넘치는 리라, 내가 무슨 말과 행동을 하든 긍정적으로 바라봐주는 새봄이, 가혹한 환경에 위축되어 서툴러도 순하고 온량하던 수경이, 무식하게 쎈 괴물로만 보였는데 어느새 약자의 고기방패까지 자처해 버리던 수박씨, 당장 싸우던 적이라도 선해질 수 있단 믿음이 굳건한 아지, 만화 캐처럼 기적(???)을 보이며 친구한테 기꺼이 퍼주던 영희, 곰과 친구 먹을(???) 만큼 엉뚱해도 분위기 띄우기에 진심인 월이, 데면데면한데도 도움 요청 받아 주고 선배 구출에도 애써 준 점례, 똑 부러지고 수완 좋아서 나한테 부업까지 마련해 준 정하, 너무 착해 얼핏 여려 보여도 실은 단단하고 올곧은 청윤이, 선배와 사이가 미묘해 보여도 위험할 땐 기꺼이 도와 주는 태오 선배, 번번이 점포 일 도와주시면서 답례는 먹거리면 된다시던 태진 선배, 피부조직과 시험관에 관해 별 정보 알아내지 못했는데도 다독여 줬던 혜성 선배, 대하긴 어렵지만 늘 다친 부원부터 챙기고 돌보는 혜우, 그리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 선배까지...
그런 모두와 인연이 닿았던 이상 저지먼트 가입은 못한 일이 될 수가 없다. 또, 첫해에 잘한 일도 있으니 익숙해질수록 잘한 일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다만...
" 저지먼트도 알바도 커리큘럼도 해보며 느낀 건데요 " " 제가 잘하는 일을 맡았을 땐 " " 내가 잘한 것도 있지 않을까? 찾을 필요가 없었어요. " " 그냥 자연스레 집중해서 일했지. " " 근데 저지먼트에선 이건 그래도 괜찮게 했지. 이건 잘했지. " " 찾고서 안심했다 불안해하길 반복했어요. " " 그건 제가 저지먼트 일을 잘하질 못했어서 같아요. "
그래. 인정하자. 저지먼트에서의 내 활동은 실패에 가깝다. 그 사실은 시간이라는 약이 충분히 발리지 않는 한 슬프고 아프고 힘들 거다. 어쩔 수 없다. 잘하고 싶단 의욕이 감정적 타격으로 되돌아온 거니. 설령 실패로부터 배우고 성장할지라도 다친 맘은 그대로겠지. 그래도...
" 이번에 죽을 뻔하면서 깨달았어요. " "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 " 지금 제가 잘 하지도 못하는 저지먼트 일을 욕심 내는 건 " " 이제 와 발레리나 하겠다며 발레 배우는 거랑 비슷할 거 같아요. " " 발레리나는 멋진 직업이고 제가 성공할 가능성도 없진 않죠? 미래는 모르니까요. " " 정말 미친 듯이 노력하고 운까지 트여 주면 성공하겠죠. " " 근데 시간 날릴 가능성이 훨 크잖아요? " " 그래서 저지먼트는 그만하고 싶어요. " " 제가 1인분은 한다고 자연스레 믿기는 일을 하고 싶어요. " " 여기 일이나 외부 커리큘럼은 그럴 수 있는 일이에요. "
비로소 쓴웃음 대신 미소가 올라왔다. 그래. 저지먼트에서 실패했어도 인생 안 망했다. 저지먼트 활동은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지키는 데 기여하는 가치 있는 일이지만, 적성에 맞는 사람 있고 안 맞는 사람 있는 일이다. 이젠 그렇게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면서 숨을 고르려니 센터장님이 언제나와 같은 온화한 얼굴로 답하셨다.
∥어떤 결정이든 자신을 위해 ∥내가 덜 힘들고 더 만족하기 위해 하는 거예요. ∥그 점만 기억해 주세요.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듯한 분위기에 좀 더 기운이 난다. 선뜻 고개를 끄덕이는 서연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틀이 지나가 있었다. 그 사이 뭘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곁에 있는 사람의 손을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잡고 있었다. 손바닥 사이에 한순간이라도 냉기가 드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조금은 필사적으로.
디지털 캘린더가 직사각형 액정 안에서 심플한 폰트를 빛내며 오늘의 날짜를 알린다. 12월 24일. 아침 8시 40분. 등교하기엔 확실히 늦었다. 고속 호버 택시를 잡아서 달려가더라도 1교시 시작 전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는 그런 시간. 다만 방법을 고려하기 이전에 그만큼 서두를 기력조차 없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던 지난 시간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팔다리를 마비시켜버렸으니. —그러니까, 오늘까지는 땡땡이 치고 같이 쉬면 안 될까? 형식 자체는 질문이었으나 어쩐지 답이 정해져 있다는 듯한 태도였다. 리라는 답지 않게 누운 몸을 그대로 눌러 붙이며 돌이나 된 듯 꼼짝 않았고, 그렇게 한두 시간을 더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다.
"언니, 썰매 탈래요?"
지각이 확실한 결석으로 뒤바뀔 즈음에야 그는 엉뚱한 질문과 함께 몸을 일으키며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스노우 글로브 하나를 들어보였다. 화려하게 꾸며진 산타 썰매와 자그마한 얼음 요정들로 꾸며져 있는 그것은 분명 현실에 존재하는 물건이었으나 미묘하게 현실과 유리된 분위기를 품고 있다. 아마 당신이라면 이 느낌도 익숙할 것이다. 이리라가 만들어낸 물건들은 항상 그런 감각을 안겨주곤 했으니까. 어쨌거나 당신이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그는 곧장 몸을 일으키고 창가로 다가가 스노우 글로브를 던졌을 것이다. 훅, 하고 무게 있는 것이 공기를 가르며 추락하는 소리가 한 차례. 그러나 바닥에 닿은 유리는 파열음 대신 청명한 종소리를 내며 사라졌고, 동시에 하얀 안개가 창문 밑으로부터 훅 끼쳐 올라왔다.
안개가 걷히면 두 사람이 충분히 탈 수 있을 법한 크기로 변해 있을 산타 썰매가 서서히 떠오른다. 리라는 썰매 가장자리에 앉아있던 얼음 요정들이 창문을 타 넘고 실내로 들어오자 랑의 손을 붙잡고 썰매로 향했다. 붉은 코의 사슴 네 마리가 이끄는 썰매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날이 추우니까 옷 따뜻하게 입고요!"
걱정 어린 한마디도 잊지 않고 붙인 리라는 이내 씨익 웃어보였다. 이윽고 랑이 준비를 마쳤다면, 리라는 한발 먼저 썰매 위로 올라가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자! 준비 다 됐으면 가볼까요? 출발!"
......그런데 어디로?
3학구의 가게들은 멸망 직전 겨우 건져 올린 언 땅 위에 크리스마스 이브의 조명을 밝히는 중이었다. 내일이 당연히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처럼. 당장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어쩔 수 없이 회의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기대였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스스로 쟁취해낸 다음날. 당장 바뀔 순 없을지언정 하나씩,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주변 환경. 폐지된 악습과 공론화된 어둠들. 멸망의 원인은 구속되었고 우리는 살아간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고, 레벨에 따른 분쟁, 차별, 증오가 눈 녹듯 한순간에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우리들이 바꾼 현실. 그리고 우리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미래를 향해서.
- 헉! 오셨군요, 굿위치 님! "와. 순간 도로 나가고 싶었다." - 예약한 케이크 찾으러 오신 거죠? 저기 있습니다. 바로 포장해 드릴게요. 그런데, 그런데 정말인가요? 3학구장이 한 이야기들, 그리고 목화고 저지먼트—... 전부 사실이에요? "음~... 네. 뭐, 그렇죠?" - 세상에 맙소사, 왜 이렇게 덤덤하세요?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는 지금 인첨공의 영웅이나 다름없다고요! 가만 있자. 그냥은 못 보내주지. 기다리세요, 서비스 줄 만한 게... "네? 아니, 괜찮은데." - 있어 봐요!
썰매에서 내려 가게의 문을 열자마자 대화가 폭풍처럼 지나갔다. 리라는 뭐라고 말 할 틈도 없이 주방 안쪽으로 사라진 가게 주인의 잔상만을 응시하다가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 느낌 이상해. 그냥 케이크면 되는데... 뭐,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겠죠? 생일상은 화려할 수록 예쁘니까~"
어깨를 한번 으쓱여보인 리라는 케이크 진열대 앞으로 자리를 옮긴다. 묵직해 보이는 초콜릿 베이스에 약간은 투박하게 얹어진 생크림, 슈거 파우더가 마치 눈처럼 보인다. 설탕 공예로 만들어진 작은 오두막과 트리 장식들은 섬세했고 적절히 배치된 카시스 베리는 먹음직스럽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중앙의 레터링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나 랑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받을 사람이 명확한 주문제작 케이크. 리라는 랑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웃어보였다.
케이크와 각종 달콤한 것들을 잔뜩 싣고 귀가하니 어쩐지 집 안에서 복작대는 소리가 들린다. 다만 사람이 내는 소음이라기엔 자잘하고 묘한 구석이 있는데, 애써 추리할 필요도 없이 정체는 곧바로 밝혀졌다. 반투명한 얼음 요정들이 붉은색 산타 모자를 쓴 채 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언니 먼저 들어가 봐요."
어째서인지 이쪽은 케이크를 품에 안은 채 썰매에서 내리지 않고 연인을 먼저 앞세우기 급급하다. 사실 뻔히 보이는 수작질이지만 부디 너그러이 넘어가 주길 바란다. 리라의 말대로 먼저 집 안에 발을 들였다면 각종 장식과 풍선, 반짝이 조명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실내 풍경을 먼저 접할 수 있었을 테니까.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그리고 실외의 찬바람을 묻힌 생일 축하 멜로디가 타이밍 좋게 울려퍼졌다. 촛불 대신 별 모양 조명이 중앙에 박힌 커다란 케이크를 들고 걸어오는 리라의 코끝은 추위로 인해 붉어져 있다. 아니. 어쩌면 불빛 때문에 그랬을지도.
"사랑하는 랑이 언니의~ 생일 축하합니다~!"
혹은 다른 것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렴 어떨까.
"소원 빌고 후~ 불어주세요!"
조명 뒤의 전원 스위치에 한 손가락을 가져다 댄 채 리라는 다시금 웃어보인다. 이 순간에 작은 냉기라도 스미는 걸 허용치 않겠다는 듯, 조금은 필사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