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3310> [1:1 / GL] 얽혀 핀 장미 - 한송이 :: 72

◆vj1Hv7a2qE

2024-10-08 00:47:34 - 2024-10-18 18:13:09

0 ◆vj1Hv7a2qE (KqOUHpjPw.)

2024-10-08 (FIRE!) 00:47:34

사랑 - 오세영

잠들지 못하는 건
파도다. 부서지며 한가지로
키워내는 외로움,
잠들지 못하는 건
바람이다. 꺼지면서 한가지로
타오르는 빛,
잠들지 못하는 건
별이다. 빛나면서 한가지로
지켜내는 어두움,
잠들지 못하는 건
사랑이다. 끝끝내 목숨을
거부하는 칼.

>>1 이하나

>>2 한유화

1 ◆vj1Hv7a2qE (KqOUHpjPw.)

2024-10-08 (FIRE!) 00:47:47

https://www.evernote.com/shard/s714/client/snv?isnewsnv=true&noteGuid=b9cf874e-cb16-344e-0143-303c82340667&noteKey=LtCJnlVqenCUJAew7g3kg6Odbk-fw2tLUSK4bd5f1-QliOCQOWds9kfC9g&sn=https%3A%2F%2Fwww.evernote.com%2Fshard%2Fs714%2Fsh%2Fb9cf874e-cb16-344e-0143-303c82340667%2FLtCJnlVqenCUJAew7g3kg6Odbk-fw2tLUSK4bd5f1-QliOCQOWds9kfC9g&title=%25EC%259D%25B4%25ED%2595%2598%25EB%2582%2598

2 ◆oqDbpjPs7I (f9ZShxxa6U)

2024-10-08 (FIRE!) 07:38:35

https://www.evernote.com/shard/s603/sh/08698c90-27db-b1e6-934b-3cbb12c5548a/aPTZeEIve1vq6UWXnlpT3cqHXE4zgQxOd9O2uM6DgtYV4JfiumrmSkr40A

3 ◆oqDbpjPs7I (f9ZShxxa6U)

2024-10-08 (FIRE!) 07:41:10

아앗 :( 잠들어 버렸어.. 잘 부탁해 하나주!

4 하나주 (qAekt./edA)

2024-10-08 (FIRE!) 17:04:08

나야말로 잘 부탁해 유화주~ ;) 그러면 첫 일상 말인데, 전에 얘기했던 장례식을 첫 일상으로 하는건 어떨까? 아니면 다른 의견 있으면 편하게 얘기해줘~ 느긋하게 핑퐁하면서 방향성 잡다가 일상 돌려도 좋고, 다른 걸 첫 시작으로 해서 일상 돌려도 좋아.
그리고 오늘은 친구랑 술 마시러 가서, 레스를 써 오는건 조금 힘들것같아 88 미안해!

5 ◆oqDbpjPs7I (K7aTjANVEE)

2024-10-08 (FIRE!) 17:38:20

>>4 첫 시작은 역시 장례식장에서 시작하는게 좋을 것 같아. 몰입하기도 좋을 것 같고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것도 좋지.

내일 쉬는 날이니까 놀 수 있지 괜찮아 :D

6 하나주 (B0h/bAXEmw)

2024-10-08 (FIRE!) 18:18:11

>>5 그것도 좋네! 그러면 장례식장 배경으로, 전에 말했던것처럼 돌리면서 유화주 말대루 차곡차곡 쌓아가는거 어떨까? 그리구 괜찮으면 선레 부탁해도 될까?

헤헤 고마워 ;3 중간중간에 오고, 답레는 내일 꼭 써올테니깐~

7 ◆oqDbpjPs7I (K7aTjANVEE)

2024-10-08 (FIRE!) 18:52:35

>>6 알았어 :3 그러면 장례식장 시점에서 선레를 가져오도록 할게. :D

8 ◆oqDbpjPs7I (f9ZShxxa6U)

2024-10-08 (FIRE!) 20:20:39

그러니까 보통의 장례식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애초에 부모님의 지인이라는 존재부터가 극히 적었던 것 같아서, 친족도 없다시피한 우리 집에선 장례식도 가볼 일이 거의 없어서 어땠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가,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이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일지도.

물론 내 뒤에선 안그래도 야윈 엄마가 자지러지게 눈물을 흘리며 통곡을 하고 있고,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들은 그저 통곡을 하는 엄마 옆에서 눈을 깜빡이며 서있는 날 올려다볼 뿐이었다.
참으로 우스웠다.
뭐,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했다. 그야, 이 빈소의 주인은 내 아빠였으니까.

" ..... "

언제나처럼 저녁의 편의점 카운터에 앉아서 낡아빠진 스마트폰의 액정을 위로 끌어올렸다 내리는 것을 반복하던 나에게 연락이 한통 온 건 반나절 전의 이야기였다.
뭐라고 했더라, 경찰이었는지 아니면 아빠가 다니던 곳의 직원 분이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선 정신을 차리니 나보다 먼저 병원에 도착해선 쓰러져있는 엄마가 있었다.
그걸 수습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나만 바라보는 동생들을 재우고 나니, 그제야 이 텅 빈 빈소가 눈에 들어왔다.

" 아무도 안 오는구나. 아, 올 사람이 없나. "

애초에 근조화환 조차 없는 이 빈소에 올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낯설디 낯선 상복을 걸치고 입구에 서서 몇시간 째, 변하지 않는 이 한폭의 우습지도 않은 그림을 보고 있으니 실소가 머금어졌다.
엄마는 다행히도 울기 바빠서 내 중얼거림 조차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저러다 또 쓰러지면 병원비가 걱정인데. 이젠 그나마 몇푼이라도 벌어오던 아버지도 없는데, 책임감 있게 버텨주면 안되려나.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생각보다 덤덤했다. 눈물, 그건 아마도 장례식장에 오기 전, 차갑게 식은 아빠를 보고 나서 몇방울 흘렸던 것 같기는 한데.
아버지 몫까지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그 요동치던 감정마저도 팍 식어버린 기분이었다.
무엇이 그리 기분이 좋은지, 웃고 있는 사진 속의 아빠를 흘깃 바라보다 한번 더 숨을 뱉어낸다.

" 거기서라도 웃어야지. "

매일매일 다들 자고 있을 시간에 집에 들어와서, 술을 마시며 한숨을 쉬던 소리도 이젠 들리지 않을테니까.
그리고 그 고생을 내가 더 하게 되겠지만, 오늘 정도는 그래도 수긍해주기로 했다.
아무리 빌어먹을 집구석이여도 가족이니까, 아마 아빠도 이 생각으로 여태 버텨오지 않았을까 싶다.

3일, 이 느릿한 시간의 유통기간은 3일일테니까. 그리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싶었다.
아니, 더더 깊숙하고도 질척한 저 시궁창 아래로 헤엄치러 가야겠지만 그냥 지금을 즐기기로 했다.
내 삶은 그저 한순간에 변하지는 않을테니까, 적어도 이대로 머무를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장례식의 마지막 날까지 아무도 오지 않는 빈소 입구의 의자에 앉아 내가 지켜야 할 자리를 지켰다.
내 이 질척하고 비루한 삶에 무슨 일이 생겨날지 알지도 못 한체로, 그저 이따금 아빠가 내뱉던 한숨과 비슷한 것을 뱉으면서.

" ... 담배 피고 싶은데 "

나에겐 독한 것이 필요했다.

9 ◆oqDbpjPs7I (K7aTjANVEE)

2024-10-08 (FIRE!) 20:52:31

둘 다 담배핀다니까 문득 떠오른 상상 :D

밤거리를 돌아다니고 싶다고 하나가 나가자고 해서, 둘이서 밤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전자담배를 놓고 온 하나한테 괜히 독한 연초 하나 권해놓고 생각보다 독한 연초 탓에 콜록거리는 하나 보면서 애써 웃음 참는 유화가 떠올랐다. 물론 장난 치고나선 하나한테 핀잔을 듣겠지만 :D

10 하나주 (TbIETtgec2)

2024-10-08 (FIRE!) 22:29:43

선레 너무 예쁘다~~~ 고마워!! 이제 본격적으로 술 먹으러 갈 것 같아~ :3

답레 내용은 아마, 하나가 마지막 날 즈음에서야 용기랑 시간 내서 가는 느낌일까. 완전히 무감각한 아이는 아니니까 나름 괴로워 했을 것 같아. '하, 이젠 곁에 있는 사람도 나 때문에 죽어버리네.' 같은 자기 혐오에 빠지지 않으려나... 답레 쓰는거 정말 기대되는걸.

그것도 재밌겠다! 어지럽다면서 틱틱거릴 것 같네. 무슨 이런 걸 피우는거냐고 뭐라 하면서... 애써 웃음 참는거 보면 뚱하게 바라볼것같아.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호텔 바에서 독한 시가 같은거 주면서 복수할지도 모르겠네 :)

11 ◆oqDbpjPs7I (K7aTjANVEE)

2024-10-08 (FIRE!) 22:51:37

>>10 기왕 가는거 즐거운 시간 보내면 좋겠네 :D

응. 아무래도 고민고민 하다가 찾아오는 쪽일 것 같아서 마지막 날로 잡아봤어. 그때가 권유하기도 좋을 것 같아서. 유화의 시니컬함도 아마 한참 돋아있을 때기도 할 것 같구 :3

뚱하게 바라보면 유화는 평소랑은 다르게 또 귀엽게 군다고 생각하면서 슬쩍 뺨을 쓰다듬어주고 모르는 척 할지도 모르겠네. 연초 아까우니까 마저 다 피라고 틱틱대면서. 그리고 하나 복수에는 역시 돈으로 복수한다고 투덜거릴지도 :D

12 ◆oqDbpjPs7I (xiVYGc637Q)

2024-10-09 (水) 14:01:39

갱신해둘게! :D

13 ◆vj1Hv7a2qE (xawoFw9Xjg)

2024-10-09 (水) 21:49:20

그 날은 유달리 저녁놀 짙은 날이었다.

대한민국 3대 기업 중 하나인 HN 기업 계열의 명문 사립고등학교. 수많은 걸출한 인물들을 양성해낸 이 학교가, 나는 죽을 만큼 지긋지긋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 통칭 '명문 루트' 를 타고 있는 내게 학교란 일종의 '어린이집' 과 다르지 않았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지금 다니는 고등학교까지.
전부 같은 명문 학교를 나왔으니까.

고등학교 학점제를 빠르게 받아들여 수업은 전부 선택제로 운영되고 있기에, 수업은 전부 내 마음대로. 동아리 활동도 마음대로.
이게 어린이집과 무엇이 다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 외의 것은 내 인생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기 때문에.
전부 HN 기업의 후계자인 내게 맞추어져 있고, 나를 칭송한다.

'정말 훌륭하네요. 이렇게 높은 수준의 수업인데도 흠 잡을 데가 없어요. 제가 오히려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는 올림픽에 나가도 될 것 같아요. 운동수행능력이 정말 높습니다.'

'꼭 이번 콩쿠르에 나와주세요. 거기서라면 하나의 재능을 인정받을 수 있을거에요.'

지긋지긋하다.

단순히 걷기만 해도, 수저를 제대로 쓰기만 해도 칭찬해주는 어린이집. 지긋지긋한 울타리 속 새장.
주변 인물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탐욕적인 아이들. 어떻게든 나를 이용해보려는 속셈이겠지.
내게 이 모든 것들은 그저 당연한 것이었다. 어렸을때부터 해냈어야 하는 것들. 누구도 나를 진정으로 바라봐 주고 있지 않아.
그렇다면 정말 내가 원하는건 무엇이지? 자아 실현의 욕구인가? 그거라면 이미 충분히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단순히 부모님께 인정 받는게, 고작 그 따위 것의 결핍으로 지금 내가 이렇게 망가져 있는거라고?
웃기지마.


학교 옥상에서 전자담배의 버튼을 연타했다. 깊게 들이 마시고, 내뱉는다.
긴 연기가 구름과 하나 되듯 흩어진다. 코 끝에는 복숭아의 짙은 잔향이 남는다.
평소라면 잠겨 있지만, 수위 아저씨에게 부탁해서 늘 학교를 마치면 이곳에서 경치를 바라보며 전자담배를 피운다.
변명은 쉬웠다.

"하늘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바람을 좀 쐬고 싶어서요."

제법 감성적인 문장이지 않은가. 사실 변명은 무엇이 되었든 상관 없었을 거다. 이 학교에서 내게 거스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구태여 말을 얹어 소중한 직장을 놓치고 싶지 않겠지. 어쩌면 단순히 그 말을 믿고, 감성적인 사춘기 소녀에게 선의를 베푼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붉게 타오르는 저녁놀이 눈을 쨍하게 만든다. 눈물 한방울이 흘러 내릴 정도였으니. 그 날은 뭔가 이상했다.
평소였으면 전화가 왔어도 한참 전에 왔어야 하는데, 담배를 너무 피워 머리가 아플 정도가 되어도 전화가 오지 않았다.
이럴리가 없는데. 늦으면 늦는다고 전화라도 할텐데 말야. 가끔 그런 일이 있었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호출로 종종 늦는 일이.
그럴 때면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틱틱거리곤 했다.

"제 기사님 아니신가요?"

그러면 곤란한듯이 웃곤 했지. 그냥 그정도의 관계였다. 그렇기에 마음에 들었다. 한밤중에 전화해서 "지금 OO호텔로 데려다주세요." 같은 말을 해도, 아무 말 없이 데려다주었다.
평소보다 짙은 화장으로, 평소보다 화려한 옷을 입고 밤거리로 나가는 내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정도의 관계. 그렇기에 마음에 들었다. 다 알테지. 그러면서도 뭐라 하지 않는, 그런 관계.
괜히 아첨을 한다거나, 어른으로써 설교를 했으면 그 입 닥치라고 험하게 말했을 테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선이 분명히 있었다.
그 아저씨는 운전 기사님. 나는 철없는 아가씨. 그 정도의 거리감이, 내겐 무엇보다 필요했다.
모든것을 잊고 싶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밤거리로 나가는 내게는.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뚝, 하고 전화를 끊었다. 대체 왜 안 오는걸까. 내가 지긋지긋해서 그만두기라도 한걸까.

하.

"짜증나네..."

그렇게 중얼거린걸 후회하게 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삼일째다. 부스스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걷은 나는 잠시 앉아, 전자담배를 피우다...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저에요. 오늘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학교에 못 갈 것 같아요."

"아, 그러니?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내일은 올 수 있고?"

"네, 내일은 갈 거에요. 죄송해요, 갑자기 생긴 일정이라."

"괜찮아, 괜찮아. 나중에 서류 한장만 떼어줄수 있을까? 체험학습으로 해도 괜찮으니까."

"네, 감사합니다."

"그래. 그러면 내일 보자, 하나야. 일정 힘내고."

"네."

뚝, 하고 전화를 끊은 뒤에는, 드레스룸으로 가 어젯 밤 스타일러에 넣어 둔 옷을 꺼냈다.
하얀 셔츠와 검은 자켓, 검은 치마. 지긋지긋한 교복을 입고 싶지는 않았다.


새로운 기사님과 함께 가는 길은 짜증으로 가득했다. 그 역시도 과묵한 사람이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부서진 장난감을 새걸로 바꿔주는 꼴이랑 뭐가 달라.'

그 기사님은 적어도 장난감이 아니었다. 내 사람들을 장난감 취급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가정부가 죽어도 새걸로 바꿔주겠지. 장난감처럼. 괜히 주먹을 꾹 쥐다가, 견딜 수 없어 가방에서 전자담배를 꺼냈다.
짙은 연기가 차 안에 퍼져나간다.

"하나씨, 학생이 담배를 피우면..."

"닥쳐. 지금 기분 안 좋으니까."

"..."

짙은 한숨이 차 안에 퍼져나간다.


도착하는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장례식장은 허했다. 내 집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왜 이렇게 허전한거야.'

"하아..."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데려 온 사람들에게 근조화환을 옮기라고 시켰다. 대체 그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일까.
나를 데리러 오다가 죽은 거잖아. 사고로. 그런데도, 얼굴조차 안 비치고. 아니, 그것까진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어.
하나뿐인 자식과도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인걸. 그런데, 그런데.

화환 하나조차 보내지 않고, 연락조차 없다니. 내게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렸다. 빈소 입구에 앉아있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딸이구나. 가족이 있었구나. 그것 마저도 몰랐네.

머릿속이 복잡하다. 하지만 걷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 아이의 앞에 서고 나서야 나는 멈추었고.


"너. 운전 기사님의 딸이지? 오늘부터 내가 보살펴 줄게.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테니까, 나를 모셔."

강아지를 줍는 감각으로 그렇게 말을 걸었다.
책임을 지는 건 나다. 언제나. 설령 이 아이에게 이용받고 상처받더라도.

그러니까 나는 너를 동정할거야.
그러니까 나는 너를 강아지를 줍는 감각으로 대할거야.

지긋지긋하거든. 전부.

14 ◆vj1Hv7a2qE (xawoFw9Xjg)

2024-10-09 (水) 21:54:10

>>11-12 헤헤 고마워~ 어젠 엄청 재밌게 놀았다! 밤새 파티룸 대여해서 아침까지 마셔버렸어~ 데킬라랑 골든블루같은 양주 이것저것 마셨거든. 제법 돈을 많이 써서 큰일인걸~

그렇구나~ :) 덕분에 답레 쓰는것도 편했어. 엄청 즐거웠다~ 답레 열심히 써 봤는데, 마음에 들 지 모르겠네. 언제나 이것저것 맞춰갈 수 있으니까, 그런거 있으면 부담없이 얘기해주면 고맙겠어 ;3

슬쩍 뺨 쓰다듬어 주는거 너무 귀엽다... 모르는 척 하면 약간 어이없어 하면서 웃을지도 모르겠어. 오히려 역으로 자기도 쓰다듬으면서 공격할수도 있겠다. 마저 피우라고 틱틱거리면 겨우 이거 얼마나 한다고, 내가 마음껏 사줄테니까 너 가지라고 하면서도, 버리기엔 좀 뭐해서 유화 입에 물려줄지도 모르겠는걸. 투덜거리면 작게 웃을지도 몰라.

답레 늦어서 미안해~ 88 어젠 좀 많이 마셔버려서 너무 늦게 일어났네. 이것저것 하다보니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 오늘 하루는 휴일인데, 잘 보냈을까? 답레는 언제든지 편하게 달라구~!

15 ◆oqDbpjPs7I (cj5ljX8epU)

2024-10-09 (水) 21:59:49

>>14 원래 마시다 보면 자꾸 뭐가 늘어나서 별 수 없지 :D 그래도 즐거운 시간 보냈으면 잘 쓴 거 아닐까??

답레 마음에 들어! 오히려 내가 너무 부족하게 쓴 거 아닌가 고민 중이야. 그래도 열심히 가져올 수 있도록 해볼게. 하나랑 시작한다니까 설레기도 하고 그러네. 마음에 들어야 할텐데 XD

투닥투닥 거리다가 좀 불리해진다 싶으면 '아가씨' 라고 불러대면서 괜히 거리감 지키는 척 막 해버리고. 그러다가도 투덜거리는 하나 옆에서 툭툭 건들어 버리고. 그러다 하나 웃는 거 보면 이게 뭔가 싶어하다가도 "맨날 찌푸리고 있다 웃으니까 좋네" 라고 한마디 해주고..

16 ◆vj1Hv7a2qE (xawoFw9Xjg)

2024-10-09 (水) 22:06:41

>>15 맞아~ 이것저것 시켜 먹으면서 이것저것 마시다보니까 어느새 아침이더라구.... :3 헤헤 그런 것 같아. 어젠 엄청 즐거웠으니까~

마음에 든다니까 다행이다. 아냐~ 유화주 답레도 너무너무 예뻐서 정말 좋아하는걸. 딱 첫 시작에 어울렸던것같아. 앞으로도 기대되구... 응, 편하게 부탁할게. 나도 엄청 설레는 중~ 어떻게 매콤달달하게 이어져나갈지 기대된다. 느긋하게, 편하게 천천히 같이 놀아보자구 ;3

아가씨라고 부르는거 진짜 취저다. 그러면 '강아지 주제에' 같은 험한 말 뱉으면서도 괜히 더 바짝 다가갈지도 모르겠다. 툭툭 건드리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괜히 새침하게 휙 고개 돌릴 것 같아 ;3

17 ◆oqDbpjPs7I (cj5ljX8epU)

2024-10-09 (水) 22:11:31

>>16 밤새 마셨으면 즐겁기는 할텐데, 피곤하긴 하겠다 :D 괜찮아, 하나주?

'강아지 주제에' 라니. 진짜 아가씨지만 아가씨같다(?) XD 하나가 새침하게 고개 돌리면, 한 3초 정도 딴청 부리면서 옆에 서있다가 가볍게 팔로 어깨 감싸주면서 하나 좋아하는 간식 챙겨뒀다고 하나 꺼내서 입에 물려주고 .. :D

18 유화 - 하나, 장례식장 ◆oqDbpjPs7I (cj5ljX8epU)

2024-10-09 (水) 22:23:51

'뭐라는 거야, 이 X은.'


3일 동안 질리도록 하던 것, 식장의 입구에 멍하니 앉아서 오지 않을 사람들을 기다리는 일.
그것도 거의 끝나갈 즈음, 옷감부터 '어디 그냥 굴러다니는 옷감이 아니에요.'라고 자기주장을 하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온, 어디선가 본 듯한 기억이 있는 것만 같은 여자애가 내 앞에 다가와 섰다.
생긴 건 까탈스럽게 생긴 것 같은데 예쁘장한 것 같긴 했다.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 맞다. 드라마에서 딱 부잣집 아가씨로 나오면 딱 맞을 것 같은데.
이런 잡생각을 하던 와중에, 생긴 대로 노는 듯한 고운 목소리와 그와 정반대의 까탈스러움과 싹수없음이 뒤섞인 말이 내 귀를 간지럽히고 지나간다.

당당하게 서 있는 모양새를 보니 제정신으로 한 말인 것 같은데.
나는 평소의 습관대로 흘러내린 옆머리를 손가락으로 배배 꼬며 빈소 앞에 놓이는 화환과 눈앞의 여자애를 번갈아 살폈다.

' 아빠가 딱 딸만한 아가씨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그러거든. 아. 딸이랑 같은 학교다? '

같잖은 말 하지 말고 꺼지라고 하려다가 순간 머릿속에 아빠의 말이 스쳐 지나간다.
언제 들었던 말이더라. 시험 기간이었나, 좁디좁은 방 한편에서 밤새워 공부하다가 아빠가 들어온 날이었나.
그러고 보니 꽤 부잣집에서 일을 한다고 했었는데 그 집안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그쪽이 누구…. 하, 아니 그러니까 조문 오신 거면 그냥 들어가셔도 괜찮아요. 딱히 조의금은 안 내셔도 되니까. "

잠을 하도 안 잤더니 내가 헛것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조의금 이야기를 한 걸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워낙 요즘 같은 세상에 듣기 힘들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아서 차라리 그쪽으로 생각을 하는게 맞는 것 같았다.

" 어머니는 수속 때문에 자리 비우셔서 인사는 못 나누실 것 같은데. "

그래도 우리 아빠, 한 명 정도는 와주기는 하는구나?
그게 나랑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애라는 게 놀랍다고 할까, 뭔가 우습다고 할까.
눈앞의 여자애는 우리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길래 여기까지 왔을까.

…예쁘장하긴 하네. 좀 사나워 보이는 거 빼면?

" 조문 처음이면 안내해 드려요? "

나도 아는 거라곤 벽에 붙어있던 종이 쪼가리 내용이 전부지만.

19 하나 - 유화, 장례식장 ◆vj1Hv7a2qE (xawoFw9Xjg)

2024-10-09 (水) 23:12:28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제법 예쁜 얼굴이었다. 뭐, 봐줄만 하네. 입꼬리 아래 박혀있는 점, 그리고 독특한 붉은 눈동자. 무심코 손을 뻗을 것 같은 하얀 피부.

너는 흘러내린 옆머리를 손가락으로 배배 꼬며, 나와 빈소 앞에 놓이는 화환을 번갈아 살폈다.

"네 아빠는 나 때문에 죽었어."

하. 짧게 코웃음 쳤다.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는 고려조차 하지 않은 채로. 그저, 분풀이에 가깝게. 멋대로 죽어버리기는. 짜증나.
나는 이제, 관련된 사람조차 죽이는구나. 변명할 여지 조차 없다. 그러니까.

"그거, 가지고 와주세요."

고개를 휙 돌려, 검은 정장을 입은 직원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큰 가방을 가지고 왔다. 검은색 서류 가방. 철컥, 하고 열리자 그 안에는 5만원짜리 다발이 잔뜩 들어있었다. 얼추 몇천만원은 되겠지. 적당히 뽑았으니까.

"이하나. 우리 부모님은 HN 기업을 운영중이고. 네 아버지는 내 전속 운전기사였지. 나를 데리러 오다가 죽었고."

가방을 받아들어, 네게 건네듯 내밀었다. 조의금이 필요 없다는 말은 단순한 겉치레이리라. 그야,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는걸.
누구나 돈을 원한다. 다만 내겐, 그것이 썩어날 만큼 있을 뿐이었다. 상속세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생활비는 전부 부모님의 블랙 카드로 해결한다. 그러면서도 용돈은 매달 넘쳐날만큼 받는다. 내 이름으로 된 재단도 있다. 탈세는 적어도 내 부모님에겐 익숙한 것이리라.
그깟 세금이 뭐라고, 뒤로는 얼마나 더러운 일들을 하고 있을지 치가 떨린다.

나 역시 얼마나 더러운 사람이던가.

"그럼 나중에 정식으로 인사드릴게."

너무 늦게 왔나.
나는 언제나 그렇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용기가 없다.
그러니까 이 모양으로 살고 있지. 안락한 새장 속에서, 괴로워 하면서도 정작 새장을 떠나지는 못해.
그러면서도 새장 밖을 동경한다. 욕심으로 가득하고, 이기적이게도 추악하다.

시선을 느릿하게 돌린다. 텅 비어있던 빈소. 그나마 화환으로 풍성하게 채워지고 있다. 안쪽에는 어린 아이들. 동생일까.
다시금 눈동자를 움직여 네 붉은 눈동자를 바라본다.

"빨리 이것부터 받지? 무거우니까."

다시 한번 가방을 네 앞에서 흔들어보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얘기하겠는데, 너 오늘부터 내 강아지 해."

"책임져주겠다고. 전부 나 때문이니까. 나를 모셔. 이건 통보야. 거절하지마."

사람을 장난감 취급한다면, 나도 사람을 장난감 취급하겠다.
독하게 마음 먹으리라. 그렇게.

"할줄 알아. 여기저기 많이 다녔으니까. 발인 할 사람도 없지? 우리 직원들이 관 드는것부터 전부 해줄거야."

"나도 할거고. 너, 이름은?"

20 하나주 ◆vj1Hv7a2qE (xawoFw9Xjg)

2024-10-09 (水) 23:14:37

>>17 헤헤 괜찮아~ 푹 잤더니 상태도 괜찮구, 이제 슬슬 해장하면서 밥 먹구 흑백요리사 조금 보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반응 할지 기대되는걸~ 답레도 그렇구~ :3 헉... 완전 달달하잖아... 그러면 우물거리면서 또 틱틱대겠지.
겨우 이런 간식으로 마음이 풀릴 줄 아냐고 하면서도, 괜히 챙겨온 간식 유화 입에도 넣어줄것같아. 어쩌면 손가락까지 넣을지도 모르겠네 ;3

21 ◆oqDbpjPs7I (cj5ljX8epU)

2024-10-09 (水) 23:21:40

>>20 요즘 흑백 요리사 많이들 보긴 하더라. 재밌나봐 :D 푹 잤다니 그건 다행이다 ~

손가락 넣으면 살짝 깨물곤 빤히 보다가 ' 제가 강아지라서 그만. ' 하고 툭 뱉고는 무슨 말 나오기 전에 다시 과자로 입 막을 듯. 부끄러운 건 알아서 XD ㅋㅋㅋㅋㅋ해놓고 내가 뭐 한거지 싶어서 고개도 살짝 돌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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