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은 영화를 꽤 많이 찾아보는 편이었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영화도 찾아보고 개봉한다는 영화들도 시간이 날때마다 영화관에 찾아가서 빠짐없이 보는 편이었다. 거기에 소규모의 독립 영화도 평이 좋은 것들은 전부 찾아볼 정도로 자신의 여가 시간을 영화 시청에 투자하는 편이었다. 최근엔 다시 연습을 시작했으니 그 시간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틈틈히 찾아서 볼 정도였다.
" 생각해보니 영화관을 같이 안갔었네. "
세나와의 데이트에서 영화관을 간 기억은 없었다. 영화를 좋아하는데 영화관을 가지 않은 것은 자신이 생각해도 꽤 이상했다. 다른 사람들이랑 보는 것을 꺼려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세나와 같이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게 더 신기한 점이었다. 아마도 세나와 함께 있는것 자체가 즐거워서 그랬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다음에 같이 가자. "
손 꼭 잡고 보는거야? 이번엔 카메라에 다 들리게 얘기한 그는 옅게 웃었다. 이런 멘트, 소소한 동작 하나하나가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샘솟게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해인은 잘 알았다. 그가 한창 유명해졌을때 버라이어티 쇼에도 몇번 나갔던 기억이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해인은 세나의 말에 웃으면서 듣고있다가 수영복 취향을 묻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세나를 바라보았다. 황급히 입에 있던 음식들을 물로 넘긴 해인은 정말이냐는듯 세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잠시 고민하더니 마찬가지로 작게 말했다.
" 나는 ... 아무래도 비키니? "
잘 어울릴 것 같으니까. 마찬가지로 장난스런 표정으로 대답한 해인은 설거지를 하겠다는 말에 손을 저으며 식기들을 가지고 싱크대로 향했다. 대접을 할거면 끝까지 해야한다는게 그의 신조였으니까 말이다. 세나가 옆에 온다면 아마도 같이 설거지를 할 생각인지라 해인은 그대로 가져온 도시락통을 닦기 시작했다.
" 좀 더웠으니까 씻고 나와서 영화 보면 되겠다. 내가 마실거랑 간단하게 먹을 것도 챙겨놨어. "
물론 영화를 보는 것을 세나는 좋아했다. 하지만 볼 가치가 없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영화관을 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쨌건 영화를 보는데 들어가는 돈이 적은 것은 아니었으니,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 아니면 갈 마음은 없다는 듯 그녀는 그 부분에는 살짝 선을 그었다. 물론 해인이 아무 영화나 보러 가자고 할 것 같진 않았지만. 이내 손을 꼭 잡고 보자는 말에 세나는 아무런 대답없이 그저 미소만 내비칠 뿐이었다. 때로는 말이 없는 이런 행동이 섞인 답이 좀 더 깊게 들릴 수도 있는 법이었다.
"흐응. 비키니 말이죠?"
그렇다면 비키니 한번 사러 가볼까나. 그렇게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하며 세나는 오른손으로 천천히 입을 막고 조용히 웃었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 평소에도 운동을 하고, 본격적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식단을 관리하고 있는 그녀였기에 비키니를 입을 때 나타나는 노출에 대해서 그녀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생각을 잠시 하다가 마친 세나는 해인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싱긋 웃을 뿐이었다.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속으로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굳이 표현을 하지 않는 것처럼.
"네? 아. 제가 해도 되는데. 후훗. 알았어요. 그러면 일단 먼저 좀 씻고 올게요."
도시락 고마웠어요. 오빠. 그렇게 이야기하며 그녀는 해인을 바라보더니 살며시 다가갔다. 이어 까치발을 들더니, 입술이 살짝 뺨에 닿기 일보직전의 거리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꺄르륵 웃더니 다시 까치발을 내렸다.
"...지금 이 구도. 어떻게 잡혔을까요? 후훗."
조용히 속삭이듯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 갈아입을 옷을 챙긴 후,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녹색 실내 원피스 차림으로 다시 나왔을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는 영화는 해인이 보고나서도 확실히 재밌다고 느낀 것만 골라서 보여주는 편이었다. 자신의 의견 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생각까지 전부 듣고 나서야 골랐기에 그와 영화를 본 사람들은 전부 재밌어했다. 하물며 세나와 보는 영화라면 평소보다 더 까다롭게 고를테니 재미는 무조건 보장할 것이 분명했다.
" 그럼 나도 슬슬 운동을 해야겠는걸. "
조금 살이 붙기 시작한 몸을 기억해낸 해인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 그래도 충분히 보기 좋은 몸에 속하긴 했지만 세나가 아이돌이라는 것을 고려했을때 어울리는 몸을 가지려면 충분히 운동을 해서 예전처럼 몸을 다시 만들 필요가 있어보였다. 해인은 아이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기획사에 소속 되어있는 몸이라 예전부터 계속해서 꾸준한 운동으로 체중을 유지하고 있기도 했기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 손님 대접은 끝까지 하는거니까. "
슬쩍 웃어보인 해인은 씻으러 간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선 개수대로 향했다. 그러다 옆으로 다가온 세나를 느끼고선 뭐지, 하고 고개를 돌리려는데 느껴진 숨결에 살짝 움찔하며 시선만 돌려 세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볼에 입맞춤을 하는듯한 구도. 아마 시청자들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세나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못한채로 잠시 굳어있던 해인은 씻으러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고선 그녀가 들리지 않게 한숨을 작게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 참느라 힘들었다. "
그렇게 설거지를 끝내고 세나가 나오기 전까지 간단하게 청소를 하고 있던 해인은 녹색 원피스 차림의 세나를 보자 자신도 씻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갈아입을 옷들을 챙기고선 화장실쪽으로 향했다. 세나보단 좀 더 짧은 시간이 지나고서 흰 반팔티에 검은색 반바지라는 편한 복장으로 나온 해인은 에어컨의 시원한 냉기를 온 몸으로 느끼며 말했다.
" 영화 보기 전에 머리부터 말릴까? "
아마도 세나의 머리가 길어서 말리기 힘들 것이란 생각에 해인은 드라이기를 들고 오며 말했다. 여동생이 둘이나 있는 오빠라서 그런지 머리를 말려주는 것엔 너무나도 익숙했다.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해인이 이어 씻으러 가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어서 씻고 오라는 듯, 세나는 살며시 해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자리를 잡고 자리에 앉았다. 이전에도 왔던 방인만큼 대충 구조는 알고 있었으니, 딱히 구경을 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이전에 있었던 여성의 흔적이 있다면 어떤 여성일지 궁금해서라도 조금 탐색을 했겠지만 왠지 그런 흔적은 없어보이기도 했고. 사실 있어도 별 상관 없는 일이었다. 그 흔적을 자신이 지워버리면 그만이니까.
"아. 어서 와요. 오빠."
이내 흰 반팔티에 검은 반바지를 입고 나오는 해인을 바라보며 세나는 미소를 짓고 그를 맞이했다. 쉽게 볼 수 있는 여름 옷차림이라고 생각하며 세나는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되게 잘생겼다. 그런 말을 조용히 꺼내기도 하면서 그녀는 의미심장한 웃음소리를 냈다.
"머리요? 음. 머리는 어느 정도 말리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머리를 말리지 못하는 이는 아니었다. 이 머리스타일로 지낸 것이 하루이틀도 아니었고. 그렇기에 굳이 머리카락을 말릴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그렇게 잠시 생각을 하던 그녀는 살며시 묶고 있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풀었다. 이내 긴 뒷머리카락이 그녀의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은 수분을 머금어 윤기가 차르르 흐르고 있었다.
"빗질 부탁해도 될까요? 너무 정성스럽게 할 건 없고... 그냥 가볍게 저일 될 정도로만요."
머리카락 말리는 것보단 이게 조금 더 손이 많이 가서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세나는 어떻게 하겠냐는 듯이 해인을 빤히 바라봤다.
헉 물놀이라 ... 해인이도 질 수 없는데 말이지! 그럼 바닷가랑 워터파크중엔 어딜 더 선호할까? 해인이는 워터파크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장소도 좁아서 바닷가를 좀 더 선호해! 근데 좀 사람 적은 그런 프라이빗한 곳... 헉 세나랑 프라이빗 비치 같은 곳에 놀러가도 재밌을 것 같다
앗. 그 부분은 약간 취향이 다르구나. 물론 기본적으로 세나는 둘 다 좋아해! 하지만 둘 중 하나라고 한다면 워터파크 쪽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야. 세나는! 아무래도 그 특유의 분위기를 좀 더 좋아하거든. 물론 프라이빗 비치 같은 곳도 세나는 완전 좋아하지! 그런 곳은 엄청 비쌀텐데... ㅋㅋㅋ 뭐 방송용으로 쓴다고 한다면 빌려주려나?
한여름에도 차가운 물로 샤워는 못하는 해인인지라 이번에도 한껏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온 그는 뜨거운 수증기가 가득했던 화장실에서 나와 에어컨 바람을 쐬는 순간 상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세나에게 향했다. 머리를 닦아낸 수건은 따로 바구니에 던져 넣은 해인은 세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빗질은 머리를 말리는 것보단 좀 더 조심스럽게 해야했기에 그는 결단에 찬 표정을 지으며 빗을 손에 들고선 세나의 뒤에 앉았다.
" 시작하겠습니다 고객님. "
장난스런 말투로 얘기한 해인은 조심스럽게 빗질을 하기 시작했다. 중간을 잡고서 아래쪽부터 조금씩 빗질을 하기 시작한 해인은 혹여 엉킨 곳이 있을까 조심스럽게 빗질을 했지만 세나의 머릿결이 워낙 좋아 엉킨 곳도 많이 없어서 수월하게 빗질이 되었다. 다 마르지 않은 머리인데다 어느정도 찰랑거리기만 하면 된다는 말에 해인은 엉키려고 하는 곳만 조금씩 빗어주면서 손으로 이따금 머리를 쓰다듬는 등의 사심을 채우기도 했다.
" 끝났다. "
앞머리는 나름의 스타일이 있다고 들었기에 앞머리까진 건드리지 않고 어느정도 빗질을 마친 해인은 웃으면서 어깨까지 몇번 주물러주고 마무리라면서 뒤에서 살짝 안은채 귓가에 속삭이고선 다시금 옆에 앉았다. 씻고 나오니 나른해지는 몸을 기지개를 펴며 깨워낸 해인은 준비해둔 간식거리를 가져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팝콘이랑 나초랑~ 이것저것 준비했어. "
영화는 간식도 중요한 법이니까. 그렇게 준비해둔 것들도 모조리 가져온 해인은 이내 자신의 노트북으로 영화를 세팅해두고선 말했다.
해인이 장난스럽게 시작하겠다고 말을 하자 세나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물론 눈을 뜨고 빗질을 받아도 되겠지만, 뭔가 빗질을 받을 땐 괜히 눈을 감고 싶지 않던가.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를수도 있지만 세나는 그랬다. 지금도 부끄러워서 눈을 감는다기보다는 그냥 빗질을 해주니까 눈을 감는 것일 뿐이었다.
"오빠. 생각보다 빗질 잘하시네요. 후훗. 못하는 것이 없는 남자는 인기가 많은 법인데."
오빠는 진짜 제 생각보다 훨씬 인기 있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말을 하며 세나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내 자신의 머리가 천천히 정리되는 것을 느끼며, 그 와중에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기도 하며 세나는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해인이 끝났다고 이야기를 하자 세나는 눈을 다시 쓰고 해인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후훗. 다음에도 부탁해도 되죠? 이렇게 서비스가 많으면 계속 이용하고 싶은데.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요."
앞머리카락을 살살 손으로 정리하고, 손거울을 이용해 머리카락을 확인한 그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 어깨를 주무르고 뒤에서 살포시 안은 것까지 포함해서 모두 마음에 들었다. 이어 그녀는 머리를 다시 묶을까 했지만, 오늘은 이렇게 풀어볼까 생각을 하며 머리를 다시 묶지 않았다. 찰랑이는 머리카락이 살며시 그녀의 등 뒤에서 살랑살랑 흔들렸다.
"너무 많이 준비 한 거 아니에요? 방금 밥 먹어서 다 먹지도 못할 것 같은데. 그래도 고마워요."
준비한 것 자체는 상당히 고맙다고 느끼며 그녀는 이내 이리오라고 하며 팔을 벌리는 해인을 바라보다 다시 한번 웃으면서 그에게 다가갔고, 그의 품에 살며시 자신의 등일 기댔다.
"이거 방송 나가면, 진짜 오빠나 저나 이런저런 질문 엄청 받겠는걸요? 뭐, 저는 상관없지만요. 어떻게 답할지도 이미 다 생각해뒀고."
가볍게 웃으면서 그녀는 그의 품에서 고개만 살짝 돌려 품에 얼굴을 살짝 부비다 노트북 화면을 바라봤다.
ㅋㅋㅋㅋㅋㅋ 도게자는 아무래도 세나가 좀 많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은걸. 장난인 것을 알면 그냥 적당히 장난으로 알고 넘기겠지만 말이야! 어쨌건 세나가 해인이에게 호감이 강해도 그렇다고 무조건 다 오케이! 이런 것은 아니기도 하니까 말이지! 그건 사실 해인이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은걸?
물론 전부 다 오케이는 아니지! 이런 것도 해인이는 그냥 앞으로도 풀고 다녀달라~ 보단 지금이 더 예쁘니까 보기 좋은걸? 하고 칭찬하고 넘어갈 확률이 높지! 세나 헤어스타일은 세나가 정하는거니까 자기가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가 없는걸. 그래도 단 둘이 있을땐 가끔 머리 푼거 보여달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럴 때는 주말일때 푹 쉬는 것이 제일인 것 같더라! 그래서 나도 오늘은 집에서 계속 뒹굴거리는 중이야! 앗. 그러게. 크리스마스로구나. 사실상 4일 남았네! ㅋㅋㅋㅋ 수요일이니까 말이야! 뭐..이 둘은 초여름이지만 이 둘도 언젠간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겠지! 그때는 방송이 끝난 상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