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8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궁술의 단점을 말해볼까. 기본적으로 원거리에서 사용하는 병기로 근접전에서는 용도가 제한된다. 사용에 많은 집중과 숙련도를 요구하며, 일정 경지 이상의 무림인들에게는 그저 화살만 쏴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외공이 대단하다면 그냥 무시하고 달려드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 외에도 생각하지 못한 여러 단점이 있겠지. 그만큼 장점도 있겠고.
그러니 거리와, 상황을 조정하는 게 옳다. 그걸 상대가 두고 봐주냐는 별개로. 상일은 '화살꽂기'를 이용해 나무 옆에 화살을 꽂고, 그걸 기준으로 나무를 빙 돌았다. 어망처럼 잡아채기 위한 사슬을 피해 반대편으로 간 상일은 곧장 다른 나무로 건너가며 눈을 쏟아내며 차근차근 거리를 벌렸다. 발자국 하나 없이, 목소리 내지 않고.
오, 멋지다. 회피기동을 하면서 상대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다 뒷통수에 뭐가 날아올 줄 알고. 잠깐 잠까 확인할 때, 고불이 사슬을 잉용해 마치 덩굴타듯 이동하는 것을 보며 상일은 순수하게 감탄하였다. 그러고보니 그는 전에, 손 끝에서 실을 뽑아내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궁술에 응용하면 꽤 괜찮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소리 없이 당겨진 시위가 팽팽하고- 곧 손이 떼어지며 화살이 허공을 날았다. 고불의 머리를 노리며. [실전 투궁술 5성 - 사사사] 마치 뱀처럼, 구불거리며 나아간다. 혹시나 발견하더라도 대응에 살짝 문제가 생기도록. 이대로 뚫리지 않는다면 다시 지지부진한 회피 기동을 이어가면 되고, 뚫린다면 뭐, 아침해를 보지 않을까?
뱀과 같이 숲 사이를 기어하던 화살이 머리에 꽂히고, 이제 끝났거니, 아침이 올 때까지 이대로 기다려야 하나 싶을 때. 상일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무언가, 내부가 흔들리는-
"...?"
주륵, 상일은 입가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조금 늦게 눈치챘다. 지금 이 상황이 대체 무슨 조화인지 상일은 모른다. 독고의 기술을 알 리 없으니 당연하다. 내부가 쥐어짜지는 혹은, 뒤틀리는 고통과, 구멍에서 주르륵 흐르는 핏물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었다. 비틀거리던 몸이 나무 위에서 떨어져내려 푹, 하고 눈에 파묻혔다. 멍하니 있으면서 상일은, 아픈긴 하나 사실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처음도 아니니 그저 천천히 눈을 감을 뿐이었다. 곧 아침이 오겠구나. 하얀 눈이 상일에게 수의처럼 덮였다.
나무가 가득한 설산 어디선가 들려오는 괴성과 같은 외침. 분기탱천해 열받은 남자가 발로 눈을 차고, 손으로 나무를 쓰러트리고 아주 생난리를 치고 있었다. 꿈이라는건 대개 단권짜리 이야기책, 망망대해의 섬과 같아서 서로 연결되는 일이 없다. 다만, 그의 경우는 좀 다른 모양일까. 지난 꿈에서의 패배 이후 바로 여기로 온 듯 했다.
"오냐! 설욕전이다 이거야! 어디의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당장 나와!"
산발이 된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남루한 옷 사이로 기가 흐른다. 야견이 한창 혈기왕성했던 시절의 모습. 눈썰미가 좋다면 알아볼수도 있겠지. 그리고 말을 거는 것보다는 제압하는 편이 편안하다는 것 또한.
이래도 되는 건가? 다시 한 번 꿈 속에 들어오게 된 상일은 굵은 나뭇가지에 앉아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최근, 상일이 꿈을 꿀 때면 뭔가 문제가 하나씩 생겼다. 가장 평화롭던게 어느 고수와 논검을 했던 것이었는데, 그 전에는 그 사람에게 거하게 털렸었지. 그래도 당장에 싸울 일은 없겠다 싶어 나무에 등을 기대려 할 때 즈음- 커다란 소리가 났다. 있는 지도 몰랐던 새들이 목소리에 놀라 하늘로 도망쳤다. 사람의 목소리였다. 전에 어디서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시야를 방해하는 나무들을 피해, 앉아있는 나뭇가지에 다리를 걸친 뒤 몸을 아래로 내려 상활을 본 상일은, 한 사내를 발견했다. 산발인 갈색 머리에 너덜한 옷이 보였다. 그가 아는 누군가와 썩 닮아 있었으나, 여러모로 차이가 커서 상일은 긴가민가하였다. 머리색과 눈색, 가끔 보이는 이빨, 거기에 기세까지. 그저 닮은 사람인가? 상일은 생각했다. 냄새라도 나면 모를까.
아무튼- 대화는 통하지 않을 듯 하니. 한숨을 내쉰 상일은 시위에 화살을 걸어 당겼다. 끝까지, 끝까지. 그리고,
야견의 고함은 거기서 멈췄다. 왜냐면 그 순간 휙하는 가벼운 소리를 내며 날아온 무언가가 자신의 오른 발목을 그대로 관통해버렸기에. 비명을 지르는 대신 이를 악물고 화살을 빼내 주변에 던져버리는 야견. 당했다. 상대는 궁사. 그것도 무림인이다. 젠장, 젠장, 젠장! 화살을 사용하는 놈을 상대로 기동성을 빼앗기다니, 차포를 때고 장기를 두라는 것과 마찬가지.
“오냐 한방먹었군....!”
야견은 바로 숲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긴다. 야견은 파계회의 동자승. 권법을 장기로 삼는 자다. 즉 거리를 벌린 궁사는 그에게 있어 최악의 적수인 셈이다. 비록 최근에 배운 그 무공이 있긴 하지만...아직은 안된다. 그는 나무 뒤에 숨어 화살이 날아온 곳을 살핀다.
발목에 한 발. 뚫리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로써 속도는 빼앗는 것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 남은 다리 하나도 있으며, 어떤 수단을 가지고 있을 지도 의문이다. 옷소매에 안에서 비도를 던지거나, 특수한 기를 담은 심공을 사용할 수도 있다. 논검 때 처럼 언제 불을 붙일 지도 모른다. 가능하면 양 다리 모두를 괴롭히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상일은 숲에 몸을 숨기는 것을 보았다. 상대가 뭔가 말하고 있지만 그건 관심 없었고, 다음 화살을 어찌 맞출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말은 하지 않는다. 삭막하다고 누군가 투덜거릴 수 있으나, 상일은 사냥으로 궁을 배웠다, 그 버릇이 남아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무에서 나무로, 몸을 이동하였다. 일부러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크게 내며 상대의 시야를 유도하다가, 중간에 멈춰서면서 다음 방향을 향해 화살을 강하게 던졌다. 다음에 있는 나무가 크게 움직이며 소리를 낸다. 상대가 이것에 반응할 것인가?
반응한다면 그리하여 몸을 보인다면, 다음에는 [직사]로 어깨를 쏜다. 하반신은 눈 덮인 수풀에 가려 보이지 않으니.
계속해서 나무 뒤에 숨어 거친 도발을 이어나가는 야견. 산이 떠나가듯 소리를 지르면서도 쉽사리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도발의 내용은 지리멸렬하고 두서가 없다. 그것 외의 다른 것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아야 할까. 그리고 어느 정도 소란이 이어지다, 나무 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맞춰 야견이 반응한다. 그러나,
"찾았다. 인간보다는 동물 사냥하는데 익숙하시구나?"
몸을 보이긴 했으나, 상체를 재빨리 움직여 화살을 비껴맞는 야견. 어깨죽지 위에 긴 상처가 생기지만 아직은 괜찮다. 야견이 대응할 수 있었던 논리는 생각보다는 간단했다. 첫 화살을 소리없이 명중해낸 궁사가, 소리를 내는 실수를 할리가 없다는 확신. 즉, 뭔가 꿍꿍이가 있다. 동물이 아닌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논리의 비약. 굳이 말하자면 경계심의 발현이었다.
"으라아!!"
야견은 그대로 근처에 있는 나무를 향해 주먹질을 해 통째로 부수더니, 그대로 잡아 빙 돌려 상일에게로 던진다. 투박하고 교양이라고는 없는 공격. 치명상을 당하지는 않겠지만, 나무 위에 그대로 앉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