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8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자련, 아니... 자망은 당신을 보자 눈을 크게 뜹니다.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당신이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더래도 못 알아볼 제가 아닙니다. 안개처럼 흐릿하고 모호한 그 상 속에서, 자망은 제 첫 스승을 찾아냅니다.
자망은 잠시 입술을 달막입니다. 하고픈 말을 많고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걸 말로 하는 건 우리답지 않은 일입니다. 그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패에 담겨진 상념을 읽는 일입니다. 그러니 자망은 말없이 당신이 건네는 패를 받아듭니다. 물 흐르는 듯 유려한 동작으로 패를 섞기 시작합니다.
스승인 당신을 닮아 절제된 구석이 없지는 않으나, 동시에 관중에게 자신을 내보여야 하는 극배우나 재주꾼을 닮은 손길입니다. 상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장된 손짓입니다. 일평생 살아온 소녀의 삶이 그러했듯이요. 그러나 동시에 소녀, 자망은 늘 당신 앞에서는 그런 모습을 일부분 내려놓곤 했습니다. 답지 않게 고요한 지금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자망은 제 앞에도 열 장의 패를 놓고, 당신에게도 패 열 장을 건네주며 느릿하게 입을 엽니다.
"신기하긴 해요."
맹랑하던 그 옛날과는 다른 차분한 목소리 들려옵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여전히 그 옛날과 같이 앳된 기색을 띠고 있습니다.
요즘, 어떤 이유에서인지 꿈이 잦다. 분명 여관에서 누웠는데, 눈을 뜨자 산길을 걷고 있던 상일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말 없이 주변을 살피던 그는 일단 뭔지 모르겠지만 나아가 보자는 생각에서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가 걸으면서 점차 하늘에서 눈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했다. 산길을 눈이 덮으려는 무렵. 상일은 뭔가, 뭔가 보았다.
그것은, 무엇인가? 눈이 쌓여있을 뿐 아직 얼지 않은 산 흙을 뚫고 나온 그것은- 무엇인가? 저도 모르게 활을 쥐고 화살을 시위에 맨 채 겨눈 상일은 들썩이는 땅 밑에서 기어오르는 것을 목도하였다. 짤막하고, 녹색의, 여태껏 본 적- 있는 모습?
"아 고불이었어?"
꿈이다보니 아이 없이 홀로 일어난 그에게 상일은 태연히 인사를 던졌다. 상대가 땅에서 나왔는데 그건 그럴 수 있지 정도로 넘기는 담력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아무래도 고불의 외형이 영 독특하다 보니 '이런 것도 뭐 할 수 있겠지!'라는 식의 사고흐름이 있던 것 같다.
위협?적인 모습에 잠시 생각하던 상일은 금방 결론을 내었다. 아마 꿈의 내용이 그런 듯하다. 정확히 어떤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 지는 모르겠으나, 통행료를 요구하는 것을 보면 녹림인가? 날아오는 쇠사슬을 화살로 쳐낸(실전 투궁술 1성 - 화살꽂기) 상일이 슬쩍 뒤로 물러섰다.
"흐음, 무작정 공격하면 통행료를 내지 못하는데?"
뺨을 타는 한기가 묘하게, 몸 속에 자리를 잡는 기분이 든다고 상일은 생각하면서 방긋 웃으며 말하고선- 훌쩍, 길을 벗어나 눈 내리는 숲 안으로 들어갔다.
화살에 당한 녹림도? 그게 누구지? 오랫동안 혼자 여행을 해온 상일이다. 아마 옛-날 어느 옛날 녹림 말단 머리에 화살 한 발 정도는 꽂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그 이상은 실력이 안 된다) 그 중에서 고불이 알만한 사람은 없었다. 전에 박도를 쓰던 채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야, 그 자는 상일이 쏜 화살에 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숲 안 쪽으로 들어온 후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상일은 상대가 쫓아오고 있음을 알았다. 말과 태도가 그것을 알려주었으니, 아마 기척을 숨기거나 하는 무공이 있는 모양이었다. 녹림답다- 고 생각하면서 숲을 달려가다, 눈 쌓인 나무를 쾅! 하고 찼다. 그러자 우수수, 나뭇가지를 무겁게 장식하던 눈이 쏟아져 시야를 가렸다.
그 사이, 상일은 가볍게 나부 위로 올라,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나무 위를 통해 움직이려 하였다.
궁술의 단점을 말해볼까. 기본적으로 원거리에서 사용하는 병기로 근접전에서는 용도가 제한된다. 사용에 많은 집중과 숙련도를 요구하며, 일정 경지 이상의 무림인들에게는 그저 화살만 쏴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외공이 대단하다면 그냥 무시하고 달려드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 외에도 생각하지 못한 여러 단점이 있겠지. 그만큼 장점도 있겠고.
그러니 거리와, 상황을 조정하는 게 옳다. 그걸 상대가 두고 봐주냐는 별개로. 상일은 '화살꽂기'를 이용해 나무 옆에 화살을 꽂고, 그걸 기준으로 나무를 빙 돌았다. 어망처럼 잡아채기 위한 사슬을 피해 반대편으로 간 상일은 곧장 다른 나무로 건너가며 눈을 쏟아내며 차근차근 거리를 벌렸다. 발자국 하나 없이, 목소리 내지 않고.
오, 멋지다. 회피기동을 하면서 상대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다 뒷통수에 뭐가 날아올 줄 알고. 잠깐 잠까 확인할 때, 고불이 사슬을 잉용해 마치 덩굴타듯 이동하는 것을 보며 상일은 순수하게 감탄하였다. 그러고보니 그는 전에, 손 끝에서 실을 뽑아내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궁술에 응용하면 꽤 괜찮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소리 없이 당겨진 시위가 팽팽하고- 곧 손이 떼어지며 화살이 허공을 날았다. 고불의 머리를 노리며. [실전 투궁술 5성 - 사사사] 마치 뱀처럼, 구불거리며 나아간다. 혹시나 발견하더라도 대응에 살짝 문제가 생기도록. 이대로 뚫리지 않는다면 다시 지지부진한 회피 기동을 이어가면 되고, 뚫린다면 뭐, 아침해를 보지 않을까?
뱀과 같이 숲 사이를 기어하던 화살이 머리에 꽂히고, 이제 끝났거니, 아침이 올 때까지 이대로 기다려야 하나 싶을 때. 상일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무언가, 내부가 흔들리는-
"...?"
주륵, 상일은 입가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조금 늦게 눈치챘다. 지금 이 상황이 대체 무슨 조화인지 상일은 모른다. 독고의 기술을 알 리 없으니 당연하다. 내부가 쥐어짜지는 혹은, 뒤틀리는 고통과, 구멍에서 주르륵 흐르는 핏물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었다. 비틀거리던 몸이 나무 위에서 떨어져내려 푹, 하고 눈에 파묻혔다. 멍하니 있으면서 상일은, 아픈긴 하나 사실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처음도 아니니 그저 천천히 눈을 감을 뿐이었다. 곧 아침이 오겠구나. 하얀 눈이 상일에게 수의처럼 덮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