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1516> [1:1/현대판타지/HL]피안화 물든 빛 - 3 :: 1001

왜 귀엽다는 듯이 웃는거야?? 이 바보가!

2024-09-10 00:50:49 - 2024-10-11 00:15:52

0 왜 귀엽다는 듯이 웃는거야?? 이 바보가! (MXJ005W3t2)

2024-09-10 (FIRE!) 00:50:49

"당신, 전에 내가 말한 것을 기억하나요. "
보이는 모든 것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고. 

그리도 자신이 칼을 들이밀까 불안해 하던 첫 만남, 그 어이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는 게이트에서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놓고서는 자신이 적이 되더라도 공격하지 않겠다는 표정을 하는 그를 그녀로서는 역시나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구나 나는 이 허울뿐인 동료를 넘어 그와 더 친해지는 것이 두려웠다. 

...이 감정의 선을 넘게된다면 더 이상은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아서 그 때의 나는 두려워했었다.



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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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 린주 (TUjlg2OLTo)

2024-09-30 (모두 수고..) 00:51:43

슬슬 잘것같아요
알렌주도 답레 화이팅이고 잘 자는겁니당 굿나잇이에요:)

717 알렌주 (f0w24IU6rA)

2024-09-30 (모두 수고..) 00:55:33

안녕히 주무세요 린주~

718 린주 (TUjlg2OLTo)

2024-09-30 (모두 수고..) 23:15:31

갱신합니다o<-<

>>703 TMI.여기서 사실 린은 알렌에게 우산을 건내주고 건물에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안기는 바람에 까먹어버림

719 알렌주 (sYtbEACN4M)

2024-09-30 (모두 수고..) 23:58:08

아임홈

720 린주 (TUjlg2OLTo)

2024-09-30 (모두 수고..) 23:59:30

ㅎㅇ~~

721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0:01:57

안녕하세요 린주~

늦어서 죄송합니다...(눈물)

722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0:06:16

괜찮아요(토닥토닥
현생이 바쁘다 보면 그럴 수 있죠

723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0:16:06

잠깐 숨을 돌리고 감정을 다잡기 위해 만찬가 한번만 듣고 다음 레스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그랜절)

724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0:19:18

어제 잠에 취해서 적던거를 오늘 아침에 보니 이게 뭔말인가 싶엇 반 이상 지우고 다시 적고 있습니다...(눈치)

725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0:20:04

파이팅!

726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0:22:21

>>724 ㅋㅋㅋㅋㅋ 천천히 쓰세요

727 알렌 - 린 (icg.Bb1EKg)

2024-10-01 (FIRE!) 00:59:34

그저 아무말도 없이 린의 대답을 듣는 알렌.

성가신 사람, 강직한 사람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사람.

"...저는"

그 모든 대답을 들은 알렌은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린 씨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죄악감과 자조가 뒤섞여 듣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느낌이 드는 목소리.

"저는 린 씨가 생각하는 것 만큼 강직하지도 못하고 믿을만한 사람도 되지 못합니다."

마치 고해를 하듯이 가슴 속에 붙어서 나오려 하지 않는 말을 긁어내 토해낸다.

"바티칸에서 린 씨와 만난 이후로,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린 씨는 줄곧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였습니다."

그날 린이 알렌을 위해 울어주었던 것은 계기였다, 그 전부터 린은 이미 알렌의 소중한 사람이였다.

"언제나 린 씨의 곁에 있고 싶었습니다. 린 씨가 너무나도 소중하니까, 린 씨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싶으니까."

린이 행복할 수 있도록 늘 곁에서 돕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다 스스로에게 하는 변명에 불과했습니다."

터져나오려는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듯 알렌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저는 어느 순간부터 소중한 사람에게 품어서는 안될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린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던 알렌이 고개를 들고 린을 바라본다.

"네, 저는 린 씨에게 욕망을 품고 있습니다. 저를 위해 울어주고 저를 다시 일으켜준 소중한 사람에게 음습하기 그지없는 욕망을 품은 것을 숨기고 곁에서 머물고 있었습니다."

웃고있었다, 자신을 한껏 혐오하듯이 자조하며 뒤틀린 웃음을 짓고 있었다.

"참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 괜찮아 질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린 씨는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니까, 이까지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언제나 린 씨의 곁을 지킬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 제 착각이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 린 씨의 곁에서 이 음습한 욕망을 채우려고 저 자신에게 변명하며 린 씨를 속이고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한껏 비웃은 알렌은 다시금 고개를 떨구고 다시금 힘없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저는 이런 쓰레기같은 남자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저 때문에 마음을 낭비하지 말아주세요."

더 이상 린의 곁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알렌의 마지막 부탁이였다.

728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1:01:52

일단 이거부터 얘기할게요
답레 진짜로 기대해도 됩니다(낼할게요

729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1:03:52

>>728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린주(그랜절)

이게 알렌 입장에선 심각한건 실상은 그냥 사춘기 고민이니(...) 잘못표현하면 유치해져서 쓰기가 어려웠어요...

730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1:04:15

저는 린 보다 먼저 이마짚하고있어요
만찬가 가사랑알렌 속마음이랑 너무 일치하는 기분이라 베개 치고 싶어졌어요

731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1:04:16

>>729 입장에선 심각한 건데

732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1:05:02

>>730 다음 레스 한 문장만 미리 적어볼까요?(슬쩍)

733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1:06:18

>>729 진짜 딱 그맘때 느끼는 혼란같았어요(뽀다담
알렌은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니까 성장통을 급격하게 겪는거니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해요.

734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1:07:10

>>732 (빠른착석)

735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1:08:01

>>734

"감히 이 감정을 사랑이라 불러도 될까요..?"

736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1:10:28

베개 몇대 치고 올게요
뭐지 귀여운데 안쓰럽고 묘하게 슬프고도 킹받는 이 감정이??

737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1:11:21

>>736 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진짜 진짜 코앞이네요...(감격)

738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01:12:58

린은 수지 눈물이 많아서...를 생각했는데(씹덕력부족이슈
다음 답레...히히히히😏 흠흠
모 >>735에 대한 답은 충분히 될것같아요

739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1:14:26

>>738 두근거리면서 천천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기대)

740 린주 (gX4iSUlL0g)

2024-10-01 (FIRE!) 01:15:33

:D

이제 자러갈게요 굿나잇~!

741 알렌주 (icg.Bb1EKg)

2024-10-01 (FIRE!) 01:16:10

안녕히 주무세요 린주~

742 린-알렌 (tcU6EBzKZ.)

2024-10-01 (FIRE!) 23:10:15

자욱히 깔린 먹장구름 아래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 소리에 남자의 절규와 닮은 고백도 잠시 주변에 울리다가 파묻혔다. 잠시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남자와 마주하고 선 흑의의 소녀는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깜박, 정지된 흑백화면 속 창백한 인형처럼 못박힌 듯 가만히 선 소녀의 적안이 깜박였다. 온통 백짓장처럼 하얘진 머리로 그녀는 말없이 한 걸음 내딛어 그와 발끝을 마주했다. 가까이서 올려다 본 얼굴은 며칠 전 병동에서보다도 더 초췌해 보여 왠지 낯선 느낌을 주었다.

쉬잇.
뭔가 더 말할까. 또 그가 어떤 속을 뒤집는 말을 할지 몰라 그녀는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가만히 대었다.

"감히 신의 대리자에게 욕망을 품다니 불경하기 그지없는 지라 저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
잔잔히 눈을 내리깔고서 읊조리듯 속삭인다. 어린 왕께서는 이성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의사도 보이지 않았지만 한때나마 죽은 심장의 태아에게 휘둘렸던 이를 좋게 볼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비로우신 신께서는 저희에게 고해하고 바로잡을 기회를 주셨나니,"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극복해내었고 직접 원흉을 베었다. 이미 그 전에도 바티칸의 수많은 시민들이 남긴 증언에서 그녀는 교주로서 그를 용서했고 한 사람으로서 그리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직하게 한 마디만 따라 말해주시면 눈감아드리겠습니다."

"Я люблю тебя"
그녀의 평소 말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친 억양이었다.

어지러히 저도 흐름을 잡기 힘들 정도로 흘러가는 머릿속이 그대로 파도치게 두고서 발끝을 들고 서로의 숨을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하고서 한 마디 속삭이고서 부드러히 끌어당겼다. 위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검은 우산이 입술이 포개어질듯 가까워지는 두 사람을 가리고서 떨어져 바닥에 도르륵 굴렀다. 우산이 굴러간 자리 옆에 어느새 다시 거리를 반걸음 정도 벌리고서 빗물에 젖은 두 사람이 서있었다.

"최악의 최악까지 보아서 그런가? 당신이 쓰레기에 최악의 남자라는 건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에 비할 정도로 바보 멍청이란 건 잘 알 것 같아."
빗물이 흘러내리는 얼굴을 들어 린은 알렌을 바라보았다. 씁쓸한듯 기쁜듯 흰 낯이 비에 젖은 미소를 그렸다.

743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23:12:21

>>742 (수정)하지만 정직하게>그러니

(대충 폭탄을 떨어뜨리고 브이하는 짤)

744 알렌주 (PyKdAgFxHM)

2024-10-01 (FIRE!) 23:54:29

아임홈

745 린주 (tcU6EBzKZ.)

2024-10-01 (FIRE!) 23:57:32

안뇽

746 알렌주 (ahD7g59w9o)

2024-10-02 (水) 00:03:54

>>742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참고 있는 알렌주)

747 알렌주 (ahD7g59w9o)

2024-10-02 (水) 00:05:55

답레를 써오도록 하겠습니다..! (심호흡)

748 린주 (jvGm.VPGq6)

2024-10-02 (水) 00:09:00

ㅎㅎㅎㅎ
기다릴게요🍿

위에 야 류블류 찌바는 한국어로 사랑해.같은 격의 없는 표현이래요. 격식있는 사랑합니다<표현은 따로 있다고 하더라고요.

749 Spoiler (jvGm.VPGq6)

2024-10-02 (水) 00:59:17

'내일 생일이라고 했었으니까.'

내일은 특별반에서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단체로 생일을 축하하기로 한 만큼 오늘 둘이서만 미리 만나기로 약속한 메세지를 쭉 바라보다 린은 한 쪽 입꼬리를 슬그머니 올렸다. 

"이제는 슬슬 결판을 낼 때가 되었으니까요."

//답레 기다리는 동안 미리 올려봄

750 알렌 - 린 (ahD7g59w9o)

2024-10-02 (水) 01:03:28

저벅저벅

점점 발소리가 가까워져온다.

두려웠다, 이제 린의 곁을 떠나게 된다는 것을 각오했어도 그녀의 입에서 정말 이별에 말이 나오는 것을 상상하니 몸이 떨려왔다.

그렇게 두려움에 차마 앞을 보지 못한채 고개를 내리깔고 있던 알렌의 시선에 린의 발이 보였고 알렌은 고개를 들 수 밖에 없었다.

"..."

한동안 아무말도 없이 그저 자신을 바라보는 린의 모습에 순간 다급함이 올라와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 순간 린의 손가락이 알렌의 입술에 닿았다.

"감히 신의 대리자에게 욕망을 품다니 불경하기 그지없는 지라 저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

그 한마디에 알렌의 눈동자가 떨린다.

알렌은 끝을 예감했다, 그나마 이렇게 마주하고 알렌에게 말하는 것은 그간 같이했었던 마지막 정일까. 알렌은 감히 생각했다.

"하지만 자비로우신 신께서는 저희에게 고해하고 바로잡을 기회를 주셨나니, 그러니 한 마디만 따라 말해주시면 눈감아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심장의 박힐 날카로운 말들을 받아낼 준비를 하던 알렌에게 부드러운 한마디가 들려오더니

"Я люблю тебя"

믿기지 않을 속삭임이 들려왔다.



린이 들고 있던 우산이 떨어지고 당장이라도 맞닿을 것 처럼 가까이 붙어있는 두사람의 인영이 드러난다.

조금씩 비에 젖어들어가고 있는 그녀는 웃고 있었다.

조금 안타까운것 같으면서도 분명히 기쁘게 웃고 있었다.

"그..그건..."

알렌의 목소리가 떨려온다.

"제가 그런 말을 해도 괜찮나요?"

빗물 탓일까, 알렌의 시야가 점점 흐려져간다.

"감히 이 감정을 사랑이라고 정의해도 괜찮을까요?"

알렌도 사랑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고있기에 줄곧 자신이 린에게 가진 감정을 사랑이라 여기고 싶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알렌의 근간이 되는 사랑은, 알렌의 삶의 기억은 이를 욕망을 위한 합리화라고 여겼으니까.

이타의 감정이 아닌 타인을 원하는 것을 사랑이라 정의할 수 없었다.

"제가 감히 린 씨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도 괜찮나요?"

지금까지는 말이다.

지금껏 결코 인정할 수 없었던 감정은 결국 사랑이였다.

751 알렌주 (ahD7g59w9o)

2024-10-02 (水) 01:04:22

마참내!

늦어서 죄송합니다...(그랜절)

>>749 오오오!!!(팝콘)

752 린주 (jvGm.VPGq6)

2024-10-02 (水) 01:08:04

생일연성이랑 반응은 시간이 늦어서 내일 올릴게요
>>750 우는구나,,(뽀다담

자러갈게요 잘 자요:)

753 알렌주 (ahD7g59w9o)

2024-10-02 (水) 01:10:30

안녕히 주무세요 린주~

754 Happy birthday Allen (jvGm.VPGq6)

2024-10-02 (水) 22:41:31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었다. 불어오는 바람을 굳이 창을 닫아 막지 않고서 그대로 창가에 기댄 여인의 긴 머리칼이 부드럽게 휘날렸다. 갸름한 흰 얼굴에 긴 속눈썹이 드리워진 아래의 붉은 눈이 우수수 이파리를 휘날리는 나무를 바라보았다.

"시월이 다시 왔구나."
느릿한 움직임으로 권태롭게 기숙사 밖을 훑다가 그 아래 담벼락 근처에 핀 붉은 꽃잎을 발견한다. 바람에 살랑이는 피안화 이파리가 비친 붉은 동공이 확장되었다가 감은 눈꺼풀에 가려진다.

"알렌, 우리 얘기 좀 해요."
그가 또다시 한 걸음 물러섰다. 손을 잡고 가볍게 포옹하는 것까지는 그도 이제 크게 거리끼는 것 같지 않았는데 그 이상의 표현을 할 때마다 그는 겁에 질린 것처럼 물러섰다. 혹은 무언가를 꾹 내리누르는 것처럼 애써 그녀를 밀어내었다. 마치 사귀기 전의 그처럼 말이었다. 무엇인 문제인지 몇 번 은근슬쩍 밀어붙여 실토하게 하려 하였지만 그럴 때마다 어설프게 둘러대며 빠져나갔고 린은 잔뜩 골이나 있었다.

"혹시 제가 잘못한 게 있나요?"
만일 그가 정말로 싫어하거나 거부하는 표시를 하였다면 구태여 그녀가 이럴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린이 보기에는 알렌은 정말로 싫어하는 것보다는...

다시 눈을 반개하고서 저 아래에 핀 피안화 몇 송이를 바라보며 린은 창턱에 팔을 올려 턱을 괴었다. 며칠 전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 끝에 머리에 한 손을 얹어 곤란한 얼굴을 하던 그가 머뭇거리다 꺼낸 사정은 그녀 또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얘기였다. 하아, 작게 한숨을 쉬고서 헌터 챗을 열어 오간 문자를 다시 읽었다.

'내일 생일이라고 했었으니까.'
내일은 특별반에서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단체로 생일을 축하하기로 한 만큼 오늘 둘이서만 미리 만나기로 약속한 메세지를 쭉 바라보다 린은 한쪽 입꼬리를 슬그머니 올렸다.

"이제는 슬슬 결판을 낼 때가 되었으니까요."
사귄 지 1년이 지났다. 손을 들어 살며시 가리고서 비스듬히 무언가를 꾸미듯 올라간 미소를 감추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몸을 돌려 나붓하게 걸음을 옮기는 복도에 노을빛이 드리워진다. 슬슬 해가 지니 곧 약속시간이었다.

...

"어디 불편하셔요?"
적당히 저녁 식사를 하고 상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까무룩 시간이 지나가 밤이 되었다. 잠시 숙소 근처 벤치에 앉아 얘기하던 중 그가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을 보였다.

시간이 늦었으니까 이제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알렌에게서 답이 흘러나오자 화기애애한 대화가 뚝 끊기고 잠시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내려앉았다.

"...제가 그날 이후로 많은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표정 없이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얼굴에 살며시 미소가 그려진다. 생각지 못한 말인지 그는 꼼짝 얼어붙은 것처럼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담은 붉은 눈에 짓궂은 웃음이 어렸다.

"저도 청소년기를 녹록하지 않은 곳에서 보냈으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고 우리는 우리잖아요? 잠시 말을 끊다가 린은 그를 바라보았다. 적안과 벽안이 서로를 담고서 마주 보았다.

"그 사람들은 감정 없이 쾌락만을 좇았고 쾌락과 수반되는 책임을 질 생각도 하지 않았으며 일방의 쾌락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겼으니 잘못된 것이지만. 저는, 그리고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우리는 서로를 많이 좋아하잖아요?"

린은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그의 손을 포개어 가벼이 깍지를 끼고서 잡았다. 약간의 짓궂음과 그 괜한 심술로도 가려지지 않은 애정이 담긴 붉은 눈이 가로등의 빛으로 은은하게 반짝였다.

"저는 독심술사가 아녜요.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러니 더 피하면 이제는 정말로 미워할 거예요. 빙긋 웃는 얼굴을 하며 옆에 기대어 본다.

"기숙사 화단에 피안화가 피었어요."
가만히 붙어 앉아 조근거리며 얘기를 시작한다.

"마침 내일은 알렌군의 생일이고, 아시나요?"
'당신의 생일인 초가을은 피안화가 만개하는 계절이라는 것을.' 조금 상기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 작게 웃는다. 그가 자신을 많이 좋아하여 어찌 할 줄 모르고 조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린은 몸을 더 기울여 알렌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私も一緒に咲くことはできないでしょうか?
가만히 있던 알렌이 순식간에 확 붉어진 얼굴을 양손으로 덮는다. 다시 원래의 거리로 떨어져서 린은 별이 점점이 박힌 별하늘을 바라보며 웃어본다. 허공에 뜬 헌터넷 스크린의 시계가 열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생일 축하해요 알렌."
붉어진 볼에 가볍게 입술을 대고서 뗀다. 환한, 조금은 장난스럽고도 수줍은 미소가 린의 입가에 번진다. 드물게도 별이 쏟아질듯 행복하게 반짝이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755 린주 (jvGm.VPGq6)

2024-10-02 (水) 23:13:27

>>754+AI짤
기력없는 그림쟁이 대신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려줬어요o<-<

++
https://ibb.co/rxbgj2t
사실 이게 >>19에서 알렌주가 말한 린 기모노 분위기랑 비슷한것 같아서 올리려고 하다가 무난하게 위를 선택했어

756 알렌주 (sSmuSJhgq2)

2024-10-02 (水) 23:46:48

>>754 세상에..세상에..세상에..!(눈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힐끔 보는 알렌주)

757 린주 (jvGm.VPGq6)

2024-10-02 (水) 23:48:32

????
알렌주 안뇽

758 알렌주 (sSmuSJhgq2)

2024-10-02 (水) 23:50:20

아임홈

759 린주 (jvGm.VPGq6)

2024-10-02 (水) 23:50:21

답레는 내일 해도 될까요...?
이러고 답레 써올수도 있긴한데, 1시 이후까지 없으면 확실하게 낼 쓰는거에요(잡담은 가능

760 린주 (jvGm.VPGq6)

2024-10-02 (水) 23:50:45

>>758

761 알렌주 (sSmuSJhgq2)

2024-10-02 (水) 23:50:58

느긋하게 주세요~

762 알렌주 (sSmuSJhgq2)

2024-10-02 (水) 23:52:44

안녕하세요 린주~

지금 집에 도착했는데 >>754는 보자마자 반응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습니다...(웃음)

763 린주 (jvGm.VPGq6)

2024-10-02 (水) 23:55:34

:D

>>742
Tmi.어지러히 ~ 빗물에 젖은 두 사람이 서있었다.
부분에서 우산이 떨어질때 린이 입을 가볍게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넘 돌려썼나바요

근데 만약 키스햇다면 알렌이 정신줄 잡고 저렇게라도 말할수 있을까 싶어서...() 구냥 넘겼음!

764 린주 (jvGm.VPGq6)

2024-10-02 (水) 23:57:40

>>762 늦게왔구나(토닥토닥
히히 좋아해줘서 기쁘네여 기대?만큼 재밌었나요

765 알렌주 (AHAEyfFkhk)

2024-10-03 (거의 끝나감) 00:02:18

>>763 아 정말로 겹쳐졌었군요...(눈치 못챈 단순한 알렌주)

766 린주 (bFPv8zyS1c)

2024-10-03 (거의 끝나감) 00:06:08

졸리고 피곤하면 그럴수 있어요 저도 가끔 그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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