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는 아니고, 아마 그 아이의 세계지만. 그런 일이 있는 줄은 몰랐다... ...정말로 여러모로 반대구나. 몬자야키를 한번 더 떠먹는다. 아, 조금 뜨겁네... 차가운 콜라로 입을 식히자.
"...그래." "...어떤 걸로 할지, 정해놔야 해? 그림으로?"
그림은... 조금 자신 없을지도. 해본 적 없고. .....아니, 그려본 적은 있구나. 아주 옛날. 네가 관측해서 생겨버린 그 과거에서 자주 했었지. 하지만 그 이후에는 별로 안 했던 것 같다. 조금 연습해두는게 좋을까. 아니면 어차피 디자이너를 만날테니 그냥 있어도 되는 걸까. 조금 고민이 된다.
"괜찮아. 관측했으니까..." "....아마도. 사진 안 봐도 알 수 있어."
아마도 비슷하겠지. 관측했던, 그 아이의 세계에 있던 사람하고. 그러니까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아. 살짝 고개를 저으면서 사양했다. 그리고 비용 문제는... 응. 그렇게 하면 될 것 같네. 하지만 나중에 G1 레이스에서 상금을 탈 정도로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거겠지... ....할 수 있으려나. 그 아이도 G2까지만 나갔던 것 같은데. ...자신 없을지도...
🫠 아니 그렇게 봐도 말이지, 나 돈 없으니까 이제 단벌신사라고... 👿 사줄게. 🫠 에 😈 대신 그거만 입어야 해. 하면서 유우가가 입는 거랑 비슷한 추리닝을 사줄지도...😏 히히...나중에 유우가 사복(조금 꾸밈)이라던가 어쩐지 특별한 날에 입는 추리닝이라던가 그런 코디도 그려보고 싶네요 😌
잠에서 깨자 뭔가 시커먼 곳에 있었다. 바닥은 어쩐지 축축하고, 비린내가 난다. 부, 분명 이불에서 잠들었을텐데... 어찌 된 일인지.. 축축하고 비린내나는 바닥에서 급히 꼬리를 대피시켜, 꼬옥 끌어안고서 잠들기 전의 일을 회상해본다.
아니. 회상하고 자시고도 할 필요가 없지. 언제나처럼 잘 지내는 것 같다가도 으르렁대고 투닥대다가 서로 토라진 채로 등 돌리고 잠들었으니까. 늘 있는 일이다. 그야말로 일상. ....그 녀석, 매번 그렇게 약올리고 화내고 건방지게 굴고 말이야. 이몸은 대요괴란 말이다. 나랑 호각으로 싸울 수 있는 음양사라고 콧대가 너무 높아져 있는 거 아냐?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음양사따위, 한 입에...
"으....히앗츄!!!"
라고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게 처량하게 재채기를 해버린다. ...그, 그치만 여기 묘하게 쌀쌀하고. 대체 어딘지... 밤눈이 밝은 나한테도 이렇게 어둡다니. 일부러 어둡게 해둔 건가. 한동안 뭐 한다고 혼자 열중해있더니, 대체 뭘 했길래 이런... ...맞아. 어제 싸운 것도 혼자 열중해선 나를 내팽겨치고 몰두하고 있어서, 조금 쓸쓸해서 투정(유혈)부렸을 뿐인데. 그런 것도 모르다니. 유우가는 바보다. 바보 멍청이 천지같으니!!
음양사, 도사, 요술사, 주술사, 귀인... 나와 같은 존재들을 일컫는 말은 많지만, 일단은 음양사라고 하자. 나의 격부터가 다른 녀석들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높기 때문이며, 내가 한낱 주술사라고 본인을 칭하면 다른 녀석들은 그냥 '범상치 않은 인간' 정도에 머물게 되기 때문이다.
음양사들은 해야 할 일이 많다. 생각하는 것처럼 전국 방방곡곡을 유랑하며 선행을 하는... 건 아니고, 다이묘나 쇼군이나 왕이 부르면 가서 새로 지을 건물의 사정을 봐주거나, 의뢰를 받아 악랄한 녀석을 토벌하기도 한다. 때론 대재앙을 막기도 하지. 하지만 무엇보다 우릴 힘들게 하는 건, 끊임 없는 자기개발이다.
힘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시작은 재능이어도 그걸 가공하는 건 노력과 연구. 끊임없이 자기 적성을 개량하려는 발버둥이다. 근데 저 요괴란 녀석은, 타고나길 강력하고 특출난 것만 연마하면 그만이고, 그래서 내가 왜 바쁜지를 전혀 이해 못한다고! 하여간에 부술 줄만 아는 요괴 아니랄까봐 사람 말을 듣지 않는다. 어제는 그래서 귀를 물어뜯기고 얼굴을 할퀴어지기까지 했다고.
그래도 잘 시간은 다가와서, 돌아누워서 가만히 생각하다보니. 어라. 지금 연구중인 거, 얘한테 써먹어보면 안되나.
그 연구란 아공간과 현실의 물건을 접속시키는 것으로, 지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내가 만든 결계에 영존재들을 이동시키는 것 정도랄까. 하지만 그 내부를 어떻게 꾸미고 루틴을 만들어주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이 녀석을 손도 까딱 안 하고 괴롭힐 수 있을 거라고 번뜩였다. 번뜩이자마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개량에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 성공했다.
"나 불렀어~?"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유우가. 그러나 유우가와 오랫동안 싸워본 녀석이라면 안다. 이 녀석이 으르렁거릴 때는 오히려 승산이 있는 거고, 이렇게 상쾌하고 느긋하게 대할 때는 이미 퇴로를 다 막아놓고 함정을 파둔 이후라는 걸.
쭈뼛 서는 털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유우가 뒤의 그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뻗어나왔다.
"인사해, 네가 당분간 신세질 녀석이니까. 저어기 스루가만에 있던 녀석 기억해? 내가 잘 길들였더니 말을 잘 듣게 돼서 말이야―" "내 귀를 물어뜯은 녀석을 용서를 못하겠다네."
"아, 참고로 못 버티겠으면 이렇게 말하면 돼." "위대하신 음양사 유우가님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방만하게 굴지 않을 테니 봐주세요." "평생 노예로 지낼테니까요~ 같은 거 붙이면 가산점이야.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시길~"
화풀이를 하기도 전에 유우가는 가루처럼 사라졌고, 그 뒤의 그늘에서 꾸물거리며 나온 것은 거대한 눈알― 문어의 눈이었다.
그 거대한 체구에도 무섭도록 빠른 속도와, 8개의 유연하고 강한 다리에서 나오는 몰아치는 공격이 메이사를 덮친다...! 물론, 여러 의미로.
좋아, 가오잡기도 끝났으니까 나는 메이사의 몸과 함께 쿨쿨 자보실까. 이부자리에 누워선, 무기력하고 따끈따끈하고 복실거리는 메이사를 끌어안고 나는 잠에 들었다. 메이사 굿 럭 🤞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직감했다. 망했다. 그냥 망한 게 아니고 아주 그냥 개○같이 망했다. 오랜 기간의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나오는 건 이미 손을 다 써둔 뒤고, 나는 그냥 무력하게 당하다가 저녀석의 기분이 풀리면 그제서야 살 수 있다고.... 무, 물론 나도 당하고만 사는 건 아니고 이 다음엔 확실하게 갚아주지만!! 그치만!! 지금은 ○됐다고!!!!
"뭣, 무, 무슨...." "하아!? 누, 누가 그런 소리 할 줄 알고!! 죽어도 안 할거라고!!!!"
하? 듣기만 해도 속이 뒤집어지는 소리를 하라고? 내가?? 하겠냐!!!!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쭈뼛 서있는 털을 감출 생각도 못하고, 일단 소리만 바락바락 지르고 있는데... 신경도 안 쓰고 가버리네. 저 망할 놈이!!! 분을 못이겨서 결국 꼬리를 잡고 있던 손을 풀고 주먹을 꽉 쥐고, 바닥에 발을 쾅쾅 구르면서 소리를 왁왁 지르는데, 그 순간 눈이 마주쳤다. 가루마냥 사라락 사라진 유우가 뒤에서, 짙은 그늘 뒤에서 슬그머니 나타난 눈알— 스루가만에 있었던 문어의 가로동공이 이쪽을 진득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윽, 힉...!! 이, 이이이!!! 너, 너따위가 감히!! 이 나를!!!" "유우가아아아아!!! 나가기만 해봐 사지를 다 찢어버릴테다!!!!"
스루가만에서 상대했을 때도 만만찮긴 했지만, 어쨌든 한 번은 이겼던 상대잖아, 그래. 굴욕적인 말은 꺼낼 필요도 없을 걸? 오히려 분풀이로 딱 좋잖아.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다리 8개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문어를 향해 주먹을 꽉 쥐고, 뛰어들었다.
(상단의 그림처럼 메이사가 문어와 함께 노는 중입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아니 몇 분이 지난 걸까.... 잠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 것 같다.. 온몸이 축축 처지고 힘이 없고..... 축축한 바닥에 꼴사납게 널브러진채로 눈을 뜨면, 여전히 어두운 공간에서 빌어먹을 문어녀석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젠장... 젠장.....!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지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면, 빌어먹을 문어의 눈깔이 또 휘어진다. 보란듯이 팔을 뻗어서, 내 머리통에 빨판을 착 붙여서 들어올리는데... 젠장 진짜 굴욕적이다...... 몸도 몸이지만 정신이 마모될 것 같아...
"카..학....." "그... 그만....."
애원하듯 말해도 '그 대사'를 말하기 전까진 봐주지 않겠다는 듯한 눈빛. ...차라리 혀라도 깨물어버릴까. 하지만 지금은 힘도 없어서 그럴 수도 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대요괴는 그 정도로 안 죽으니까... 그냥 버틸까. 아니, 그치만.... 조금 전을 생각하면, 의식을 잃기 전을 생각하면 절대 무리야.... 꼬리도 귀도 파들파들 떨린다... 입술을 꽉 물었다가, 입을 벌렸다가, 다시 꽉 물었다가를 몇 번 반복하다가 결국 굴욕감을 견디며 입을 열었다.
"큭...... 유우가... 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테니까 봐줘...."
....그치만 역시!!! 그대로 말하기엔 내 자존심이 버티지 못해!!! 결국 그 녀석이 지정한 대사랑은 좀 달라졌지만, 아무튼 이제 무리라는 신호를 보낸다. 무리라고 무리!! 도와줘!! 빨리!!!!
메이사가 그 고생을 하고 있을 때, 난 뭘 했냐면... 따끈따끈, 저항없는 온순한 메이사를 끌어안고 쿨쿨 자고 있었다. 이야, 밤을 새서 그런가 12시간은 내리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니까. 그리고 젤리가 저 항아리에 들어가버린지라 무기력한 메이사의 팔을 내 멋대로 두르고 꼬옥 껴안고 자니까 완전히 극상의 안는베개였어. 최고였다고.
내가 지정한 항아리 내부의 환경은 어땠냐면, 일단 화 속성인 메이사의 피해가 적게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습하고 눅눅한 환경이었다. 그리고 스루가만의 문어가 잘 뛰놀 수 있도록, 메이사가 회피할 수 없도록 크고 작은 바위들이 여럿 있었고 아래엔 고운 모래가 깔려있었지.
그래서 메이사 밑에서 모래를 뚫고 올라온 문어다리가 휘감길 때도 있었고, 숨어있던 녀석이 나와서 교란시키는 사이 뒤의 바위에 숨어있던 다리가 허리를 옭아매는 상황도 있었던 거다.
- 메이사, 그러니까 내가 말했지? 너는 힘만 믿고 나대는 경향이 있다고~
그런 깐족거림이 절로 들린다. 그 정도로 악취미적인 세팅. 게다가 인간에 필적하는 지능, 대요괴가 될 정도로 오래 묵어있으면서 생긴 연륜으로 전략만큼은 메이사를 압승하던 녀석이었지. 그런 놈에게 엉망진창으로 당하면서 머리를 좀 써보라는 출제자의 의도가, 아주, 축축하고 끈덕지고 기분나쁘고 질척거릴 정도로 느껴진다.
아, 그러고보니, 그 문어가 날뛰던 이유가 아마...... 암컷을 찾으려던 발악이었지. 그 상태 그대로 잡았으니 성향도 보존되어 있겠다.
메이사 힘내! 그동안 나는 쿨쿨 자고 있을 테니까.
메이사가 자존심을 깎아가며 하는 말은 유우가에게 닿지 못한 채, 문어에게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진다.
"아, 잘잤다. 따끈허이 이거 최고로구만..."
메이사의 흉부에 침을 흘려가며 푸지게 자고 일어나서, 메이사를 이불마냥 등에 걸치고서 항아리로 다가간다. 팔도 목에 꼬옥 두르고, 좋아, 얼마나 버텼는지 볼까...
자존심을 꺾고 외쳐도 도움은 오지 않았다. 결국 몇 시간인가 더 문어에게 시달리다가, 이 이상은 더 무너질 자존심도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유우가가 말했던 그대로, 진짜 그냥 똑같이 외쳤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산점이 붙는다는 말까지 붙여서, 몇번이고 외치고 애원하고 울고불고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토해낸 말은 거의 웅얼거림에 가까웠지만, 그것조차도 문어의 빨판에 가로막혀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쩌면 며칠일지도 모른다. 기절했다 깨고 또 기절하기를 반복하다보니 지금이 몇 시인지 어디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하다.
"........"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선, 이제 문어가 들어올리든 내팽겨치든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당하고 있을 뿐이었다.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할 정도로 힘이 없다. 아니, 숨도 간신히 쉬고 있었다. 시야도 흐릿하고, 소리도 잘 안 들려... ....죽을 거 같아..... 완전히 탈진해버린 내 시야에, 그냥 새까맣고 축축하기만 했던 이 공간에 빛이 내리쬐인다. ...눈이 부셔서.... 멀어버릴 것 같아..
옆에서 꾸물거리는 문어의 다리가 시야 내로 들어오자 손가락이 작게 움찔했지만, 그 이상의 반응은 할 수 없었다. 진짜로... 이제 무리.....
문어 점액으로 범벅이 돼서 꼴이 말이 아니다. 문어한테 얼마나 후려쳐진 건지 온 몸에 새빨간 멍자국 하며, 빨판 자국도 장난 아니고. 내가 구슬만 넣어둬서 망정이지 몸까지 넣었으면 재활시키느라 주술 깨나 써야 했을 거다.
"재밌었어 메이사? 나 근데 흐아아아암... 자느라고 그 말 못 들었거든." "그러니까 말해주면 꺼내줄게."
그리고 뚜껑을 닫으려다가, 그 틈으로 보인 반응에 다시 열었다. 무기력한 것도 팔팔한 것도 나름의 맛이 있어서 좋구만~ 손을 탈탈 털어서 영체로 만들고, 항아리 안에 집어넣어 메이사를 꺼내면... 현실세계로 돌아온 메이사는 빛이 깜박거리는 구슬 형태가 돼있었다. 이대로 뒷간에다 던져버리고 싶다 하는 나쁜 욕망도 잠시, 훌쩍거리는 것처럼 깜박거리는 게 귀여워서 구슬에 짧게 입맞췄다.
"너무 그러지 마 메이사, 난 다 널 위해 그런 거라고? 늘 말했잖아~ 넌 힘만 믿고 돌진한다고." "그래서 똘똘한 녀석이랑 놀아보니 어땠어? 공부 많이 됐지? 다― 널 위해서 그런 건데. 나 없을 때도 혼자 잘 살아남아야 하니까." "인간놈들은 더럽고 치사한 빌어먹을 음양사보다 영악하니까, 메이사는 좀 더 머리를 쓸 줄 알아야 돼. 알겠나요~?"
구슬을 손바닥에서 데굴 떨어트려, 메이사 배꼽 아래에 올려놓는다. 그대로 쑥 밀어넣으면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아 맞아.
"말하는 거 까먹었는데, 몸이랑 동기화하는 과정에서 충격이 좀 있을 거야. 정신이랑 몸의 경험치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니까 어쩔 수 없어."
뭐라고 대꾸할 힘도 없어서 그냥 손에 쑥 붙들려 올라간다. 그렇게 올라가자 보인 건... ...나, 항아리 안에 있었던 거구나. 그리고 내 몸은 저쪽에 멀쩡히 눕혀져 있는 걸 보니까 영체만 쏙 빼서 넣어버린거군.. 혼자 뭘 하나 했더니....이딴 걸 하려고.... ....으.. 머리도 잘 안 돌아가.. 생각이 진행되다가 중간에 턱 막혀버린다. 아니 더 진행할 힘도 없다는 게 맞나... 그래서 그냥, 빡치지만 유우가가 입맞추는대로 가만히도 있고, 뭐라 말하는것도 한 귀로 흘려들으면서 있다보면 몸으로 다시 쑥 밀어넣어지는데, 아무 생각없이 흘려듣던 말 중에 그냥 흘려들으면 안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뭐라 말하기도 전에(어차피 구슬 형태라 말도 못했겠지만) 이미 몸에 쑥 밀어넣어지고, 잠시 떨어져있던 몸과 동기화하면서—
뭐랄까,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엄청난 충격이 몸으로 쫙 퍼졌다고 할까. 부들부들 떨리다 못해서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 파닥파닥 퍼덕퍼덕거리고 입에서는 막을 틈도 없이 으고오오옥이라던가 오어어어억같은 짐승 시절에나 쓸 법한 소리가 막 튀어나오고.....
.......그런 난리통 끝에, 목이 다 쉬고 온 몸에 뻐근한 근육통이 퍼질 때쯤에야 간신히 충격을 떨쳐낼 수 있었다. 그래도 몸은 밖에서 쉬고 있었으니 바로 움직여서 저 빌어먹을 놈의 목을 졸라버려야지 하고 있었는데, 움직이기는 개뿔이. 밖에서 쉬고 있던 게 무색하게 전신근육통 일주일치 예약이다 젠장.
"끄.....카학.... 케흑......."
거기에 목도 똑같이 쉬어버렸다. 쇳소리가 목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어서... ....역시 무리.....
"케헥... 유....우가......." ".........뒤져...."
있는대로 힘을 쥐어짜서, 마지막 힘을 다해서 뒤지라는 말을 남기고 의식을 잃었다. 진짜. 죽어. 빌어먹을 음양사놈.....
퍼덕퍼덕거리고 이불을 엉망으로 만들고 얼굴도 엉망진창이 된 메이사. 엄청 활력있어지더니 다시 얌전해졌다. 텅빈 눈을 한 채로 힘없이 누워있는 걸 보다보면 어쩐지 음심이 올라올 정도.
...아니야, 참아야지. 참을수록 재밌다고 이런 건. 메이사를 조용히 내려다보다, 조용히 속을 가라앉힌 후에 안아들었다. 아까는 뽀송뽀송했는데 순식간에 땀범벅이 됐네. 살아는 있는 걸까나.
은신처 문을 발로 대강 열고 나가면, 거의 신선이 산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경치. 까마득한 산등성이에서 구름을 밟고 흘러가듯 내려오면 노천탕도 딸려있다. 거기에 일단 메이사를 내려놓고, 나도 들어가서 몸을 풀었다. 이렇게 후처리까지 정성껏 해주는데 죽으라고 말하라니 너무해 메이사. 안 그래도 조만간 죽어줘야 추적을 피하는데.
정말이지, 미국의 국세청마냥 찾아온다니까 천계 녀석들~ 하는 짓도 비슷하고 짜증나. 힘없는 메이사의 몸을 나한테 뉘여놓고, 나도 메이사한테 머리를 기댔다.
"나는 메이사를 위해서 하는 일인데 말야. 메이사는 뒤지라고나 하고 너무해. 나 제자나 만들까봐― 메이사는 내 마음도 주술도 이어받긴 글른 거 같으니까. 역시 요괴 아니랄까봐 바보야 바보."
코를 꼬집어 당겨도 얌전하다. ...오히려 얌전할 뿐이니까 재미없네.
"무슨 꿈 꿔? 나도 같이 좀 꾸자."
내 꿈이면 좋겠네~ 바로 빙의해서 꿈에서도 괴롭힐 수 있으니까. 메이사의 꿈을 엿볼 셈으로, 이마에 이마를 맞대고 메이사의 정신세계로 폭 빠져들었다. 자, 뭐가 보이려나.
분했다. 엄청 분했다. 대요괴인 나에게 매번 굴욕을 주고, 놀리고 애취급하고 괴롭히는 음양사따위, 당장이라도 찢어서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그래도 그렇게 밉고 분한만큼 좋아하기도 하니까. 맨 처음에 만났을 때 구해주고, 가끔 상냥하게 대해주고 쓰다듬어주는게 좋으니까, 유우가를 사랑하니까.... 그렇게 애정과 증오가 밀고 당기면서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아무래도 이제 무리였던 것 같다. 기어코 증오가 애정을 이겨버린걸까. 이를 까득 깨물고 있는 내 손에, 유우가의 목이 꽉 쥐어져 있다. 목 아래로는 시뻘건 피칠갑이 된 채로. 아... 팔도 다리도 이제 제구실을 못하겠지. 그렇게 자랑하는 주술도 술법도 이젠 못 쓰게 됐을테고.
".........유우가...."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다. 요괴란 본디 인간을 먹는 존재. 그동안은 유우가를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었으니까 꾹 참았는데. 그런데.... 그러네.....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무엇보다도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으니까..... 먹는 게 맞았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먹는 건지도 몰라. 의식이 없는 건지, 반항도 하지 않고 하다못해 이죽거리는 것조차 하지 않는 유우가를 빤히 보다가, 그대로 입을 가져다댄다. 유우가의 목에 입을 대고서, 그대로 깨문다. 가볍게, 평소에 자주 장난치듯 이를 세우지 않고서 깨물어본다. ....목덜미에 묻은 피가 혀를 스치지만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다. 어째설까. 하지만 상관없어. 맛 때문에 먹는 게 아니니까. 한참을 장난스럽게 깨물다가, 서서히 이를 세운다. 인간의 모습을 한 주제에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로, 힘주어서 깨물면 조금씩 이가 살을 파고들어간다. 약하디 약한 인간의 피부를 찢고, 피가 터져나온다.
"....응..."
피가 왈칵 나오는데도 맛이 안 느껴져서 이상한 느낌. 씹는 감촉은... 생생하다. 평소에도 이정도까진 때때로 깨물어보기도 했고. 하지만 이 다음은, 크게 한 입 베어무는 단계까지는 한번도 해보지 않아서, 어쩐지 두근거린다. 그렇게 좀 더, 좀 더 힘을 줘서 깨물다가—
"...?!"
분명 조금 전까지는 의식없이 처져있던 유우가의 몸에, 어쩐지 힘이 들어가고 있어서. 조금 당황했다. 엣, 에엣...!?
처음 해본 꿈빙의는 최악이었다... 관측자의 시선을 나 자신으로 돌렸을 때 느껴지는 건 온몸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 차단하고 싶지만, 내가 꿈의 주인이 아니라 그럴 수는 없었다. 그저 견딜 뿐. 그래도 괜찮아, 내가 엄살이 있긴 하지만 견디는 걸 잘하는 것도 사실. 이 정도는 그동안 해온 개고생에 비하면 별 거 아니다.
별 거 아니지만, 목이 졸리는 건 별개야. 발톱을 세운 손에 힘이 꽉 들어가고, 동맥이 막혀서 뇌에 피도 숨도 올라오지 않고 있다. 숨통은 갑갑하고. 켁, 케흑, 거리지만 손을 내려놓게 할 수 없었다.
팔 하나는 너덜거리고, 나머지 하나는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다리는 둘다 잘려나가 있었으니까. 그럼 그저 이대로 죽기 직전의 고통을 되풀이 해야 하는 건가, 그냥 이대로 꿈에서 나가버릴까― 고민하던 나에게, 메이사가 고개를 가까이 했다.
어떤 표정이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시야도 붉게 번져 있어서.
점점 고통으로 무뎌져가는 몸에 닿는 묘한 감촉을 느낄 뿐이다. 깨물은 건가? 아니면 아직 안 깨문... 아, 깨문 거네. 깨물고 있어. 깨물었―
"윽."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간다. 움직일 수 있는 건 몸뚱이 하나 뿐이지만 아까 메이사가 했듯 팔딱거리며 움직여서,
턱, 하고 메이사의 이마 위에 너덜거리는 손을 올렸다.
"ㄴ, 내가."
피가래 때문에 목소리가 계속 막힌다.
"인, 간은..."
쿨럭쿨럭, 피를 뱉어낸다. 젠장. 역시 요괴는 요괴인 건가. 짐승에서 비롯된 머리는 인간 물을 들여도 바뀌질 않는 건가.
"먹, 지 말랬... 잖,..."
쓰다듬듯이, 살덩어리에 가까운 손이 움직인다. 그래봤자 머리 위에서 스윽 움직인 정도. 다시 아까 위치로 돌려놓, 아, 눈이 까뒤집힌다.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야가 거멓게 올라와서, 메이사의 얼굴이 안 보여...
턱하고 이마 위로 손이 올려진다. 아니, 손이라고 하기엔 그냥 살덩어리에 가깝게 변한 거지만... 그래도. 평소의 쓰다듬이나, 머리를 툭툭 치는 거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치만... 그래도 목을 물고 있던 걸 툭 놓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손이 뺨을 스치고 옆으로 툭 떨어진 후에야 입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유우가의 피를 왈칵 뱉어내고, 깨물었던 상처를 낼름 핥았다.
".........유우가..."
그렇게 불러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다시 짐승이던 때로 돌아간 것처럼, 요괴가 되기 전 이름없는 여우로 돌아간 것처럼 유우가를 코로 쿡쿡 찌르고, 얼굴을 부빈다. 그래도 역시 아무 대답도, 아무런 움직임도 돌아오지 않는다. 아, 그렇구나. 이제 유우가는 없어진거야. 여기에 남은 건 유우가의 모습을 한 고깃덩이다. 사라졌어. 유우가는 이제 사라진거야. 그리고 다시 돌아오려나. 언제나처럼. 몇 십년, 아니 백년? 조금 자고 일어나면 다시 돌아올테니까, 새로운 몸으로 다시 돌아올테니까 괜찮아.
그러니까, 여기 남겨진 고깃덩이는 전부 먹어치워도 되겠지. 유우가의 잔재지만, 나랑 계속계속 같이 있는거야.
아까 목을 물 때랑은 다르게, 이번에는 거침없이 입을 쩍 벌리고, 조금 전 뺨을 스쳤던 고깃덩이— 팔을 집어서 베어문다. 으지직, 콰득, 뭐 그런 소리를 내면서 뼈까지 전부, 씹고 삼켜서——
"—으풉?!"
그렇게 먹어치우기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숨이 막혔다. 하? 에!? 다급하게 숨을 들이쉬면, 공기 대신 액체가 비강으로 밀려들어온다. 깜짝 놀라서 물을 뱉어내고 콜록거리다보면....
"..케헥..... 으...?"
피투성이, 고깃덩이가 된 유우가 대신 멀쩡한 유우가가 옆에 있었다. 아니, 일단 입에 베어물었던 고기도 전부 없어졌고. ....그리고 어느샌가 물 속.. 노천탕에 들어와있었다. 엑, 에엑... 어, 언제부터...???
"헤...으...?"
어리둥절한채로 멍때리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본다. ...엄청난 근육통에 저절로 표정이 안좋아진다. 아니, 잠깐만... 이거... 이 근육통은 아까, 그, 문어, 그 항아리때문, 윽, 그, 그러면 조금 전까지 유우가를 먹어치우던 그, 그건.... 꿈이었....나....?
/꾸벅꾸벅하다가 물에 코박아서 깨버린 것도 좋고... 먼저 꿈에서 나온 유우가가 이 괘씸한 여우🙄💢하고 멧쨔의 얼굴을 물에 푹 담가버려서 깬 것도 좋을 거 같아요😏
그나저나 유우가는 멧쨔 앞에서 죽지 않았을 거 같네요 🤔 이번처럼 멧쨔가 와구와구(...) 해버릴 거 같아서가 제일 큰 요인일 거 같은wwww 음양유우가는 모랄이 좀 어긋나서 와구와구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 피맛이라던가 인간맛을 본 멧쨔가 인간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는 게 무서워서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멧쨔 앞에서 죽으면 진짜 못할 짓 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유우가도 인간미가 부족해서 그렇게 하남자로 진화해버린 거겠죠 😏 운 실력 주술 두뇌 그리고 메이사 다 갖춘 남자... 하지만 인간들이랑 부대끼고 살면서 사회성은 얻지 못했겠지... 그래서 멧쨔랑 둘이서만 살면서 사회성이 오를 기미는 없이 돌고 돌다가 초기화됐다니...🤔 독살한 사람들 사실 착한 일 해준 거 아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리고 벌써 세시!!!! 슬슬 자러 가볼까요 저희,,, 내일도 일찍 일어나서 프리지아 하려면 슬슬 자야합니다 😉 내일은 진짜 작업이랑 병행하면서 느긋이 드릴게요... 😌 오늘 덕분에 최고로 즐거웠어요 푹 쉬고 내일 뵈어요 앵바앵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