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 🤤🤤🤤🤤🤤🤤🤤🤤🤤🤤🤤 이히히히히... 격렬한 서양만화에 나오는 자세로 모두에게 격렬한 서양만화를 연상시켜버리겠다고 메이사 각오해라~ 🫠 그러면 일단 내일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내일... 컨디션 보고 말씀 드려도 될까요 히힛... 일상에 방해되지 않게 다른 것들 전부 치워놓을 테니까..
wwwwwwwwwwwwwwwwwwwwwwww스케베 삼여신님 최고wwwwwwwwww 멧쨔 당황해서 삐걱거리느라 길에서 시간 더 걸리고www 더 많은 사람이 봤을 것 같아요wwwwwww 집에 와서 유우가를 침대에 눕히고 멧쨔가 씻으러 가면 침대에 누워있던 유우가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아아ㅏㅏ아아ㅏ악!!!하는거죠😏
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w격렬한 호랑이wwwwwwwwww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마주친 맨션 이웃들이 👤호랑이씨다... 👤격렬한 호랑이... 👤격렬한 서양 만화에서 나오는 자세로 옮겨진 호랑이 팬티남.... 하고 자와자와하는 거 보였다고요wwwwwwwwwwwwwwwwwwwwwwwwwwww 멧쨔도 유우가도 얼굴 빨개져있을 것 같고wwwwwwww 엘베 안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쥐죽은듯 있겠네요😏
wwwwwwwwwwwwwwwwwwwwwww엘베에서 그런 얘기하지 말라고wwwwwwww 하지만 길바닥에서 자면 위험하니까 유우가...🫠 수상한 멧쨔가 슬금슬금 기어나와서 OOO하고 0000까지 완벽하게 해버릴걸...🫠 길바닥에서 그러느니 차라리 멧쨔한테 서양 만화에 나오는 자세로 안겨서 집으로 가거나 쉬었다 가는 곳으로 가거나 하는 쪽이 안전하니까 응응😌
wwwwwwwwwwwwwwwww저는 이런 바보부부시모네타가 너무 좋아요...🫠🫠🫠🫠 얼마나 자각 못한 잉꼬부부인 건데 이미 맨션 이웃들은 둘다 신혼부부라고 생각할 거라고... 유우가가 혼자 헤매고 있으면 👤 아 아내분은 저기 후타바공원에 있었다구요 라고 해줄 거 같다고요 🫠 아내는아니지만고맙습니다... 👤 아아 여친이군요 🫠 (여친도 아니지만 그냥 그런 거로 해두자)
👤 아 근데 말이죠 이거 말해도 되나ww 👤 1407호는 좀... 그... 사이가 너무 좋아서ㅎ... 👤 아아... 👤 오호호 우리가 잠을 못 자요~ 😺 먀...? 🙀 ......엣...? 뺫...??? 👤 아니아니 사이 좋은 건 좋지만~ 밤에는 좀 배려해달라구~ 😳 앗 아왓웃 히이이... 긋.. 아닛... 뺫... 시, 실례많았습니다아...
하는 것도 상상해버렸다구요 그래서 참으려고 할수록 유우가가 이지메해서 어쩔 수 없었겠지...😌 유우가 어떻게 여자아이의 발바닥을 간지럽힐 수가 있어 악랄하다고~
🐶 그걸 왜 당신이 챙기는데―!? 😒 아니 봐봐 내가 안 챙기면 얘 까먹는다니까? (쿡쿡) 🙀 앗 하핫 하하..마 맞아 나 자주 까먹어서어 유우가가 챙겨줘야한다니까아 😏 들었지? 🐶 (무시) 그보다 누나 불순이라니 아픈 거 아니에요? 🥺 병원 가야 하지 않아요? 🙀 앗 웃.. 긋...그게에... 😏 역시 왕코쨩은 OO이구나 약 먹으면 안정된다고 🐶 😳...!!!!
그리고 저... 오늘 작업을 열심히 한 탓인지 눈이 파업해서 🙄 슬슬 들어가보려 해요... 으뮤뮷... 내일... 잘 해치우고 올게요(?) 그리고 다이스신께 호랑이 유우가인지 아니면 격렬하게 옮겨지는 멧쨔인지를 가려보자구요 멧쨔주도 늦지 않게 주무시고 푹 쉬세요~ 내일 뵈어요 앵바앵밤입니다 👋
그날은... 크리스마스 전야제였다. 그리고 아리마 기념이 바로 그저께였고. 아리마에 나가는 건 16명인데도 온 트레센이 후끈 달아올라서 장난 아니었지. 폭죽 터뜨리는 놈이 있질 않나, 물구나무 서서 돌아다니는 놈이 있질 않나. 체감상으로는 거의 할로윈이었다.
그 뒷처리까지 하고 나서야, 트레이너들은 진정으로 휴가를 맞이할 수 있었다.
- 건배~!
그래서 미스미네 집에 다같이 모여서 올해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했단 거지. 친구 없는 사람들끼리의 동병상련이랄까. 나...는 당연히 없고. 메이사도 당연히 없고. 미스미도 당연히 없고. 왕코 녀석이 그나마 예외지만, 얜 메이사한테 메로메로무츄라서 자진해서 친구가 없는 편이다. 결국 어쩌다보니 이렇게 4명이 어울리게 됐는데 크리스마스까지 함께라니.
그래도 미스미가 해온 비프부르기뇽이 맛있었고, 같이 내온 와인도 최고였다. 틀어놓은 노래도 괜찮았고 뭔가 취기가 빨리 올라서... 올라서...... 역시 무리한 건가, 왜 이렇게 졸리지이......
zzz.
미스미가 메이사를 손끝으로 콕 찔렀다.
- 저거 봐, 히다이 잔다. - 와인 네 잔 좀 넘게 마시더니 금방 갔어. - 어떡할래? 여기서 자고 갈 거야? 그럴거면 손님방 이불 펴줄게.
즐거운 크리스마스 파티. 연말파티를 겸한 숨돌린 트레이너들의 소소한 일탈이라고 할까(?). 왕코쨩의 머리를 와삭와삭 헤집던 중, 에리쨔가 쿡 찔러서 돌아보니 거기엔 늘어져서 자고 있는 유우가가 있었다. 엣... 어.. 언제 죽었지...? 손님방 이불 펴주겠다는 에리쨔의 제안에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작게 가로저었다. 아니 역시 미안하고, 허울뿐이었다곤 해도 전여친 집에서 재우는 건 내가 좀 그렇고. 살짝 독점력 발동한 눈으로 유우가를 보면서 뺨을 푹푹꾹꾹 누르다가 엇차- 하고 몸을 일으켰다.
"아니 역시 시간도 늦었고, 슬슬 돌아가는 게 좋겠네." "에리쨔네 집에 주정뱅이 재우는 것도 좀 그렇구. 슬슬 마무리하고 돌아갈게." "아니면 왕코쨩은 남아서 에리쨔랑 더 마실래?"
아, 왕코쨩의 표정 안 좋아. 이건 나라도 알겠어. '무서운 사수랑 둘이서만 두지 말라구요 눈나!!!'하고 보내는 SOS 사인이네. 그래서 결국 정리하고 파하기로 결정. 뒷정리를 하는 동안 유우가는 한쪽 구석에 조용히 눕혀둔다. 거의 다 먹은 접시와 와인잔을 정리하고, 테이블도 치우고 닦고 적당히 정리를 끝내놓고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으음, 어쩌지. 공주님 안기로 들고 가거나 업으면 유우가... 다리가 질질 끌릴텐데."
유우가를 어떻게 들고 갈지로 남은 인원 셋의 머리가 풀가동 중이었다. 정확하게는 나만 풀가동이다. 왕코쨩은 "그냥 가다가 길에 버리죠?" 이러고 있고 에리쨔는 "그럼 불법투기라 벌금 내야해."하고 냉정하게 츳코미를 걸고 있었다. 츳코미도 뭔가 이상한 거 같지만...
...일단 유우가를 벽에 기대서 앉혀놓고.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시뮬레이션을 하다가.... 떠올랐다. 유우가의 다리도 안전하고 나도 안정적으로 들고 갈 수 있는 방식을. 무릎을 세우고 앉은 자세의 유우가의 뒤쪽에서 무릎 아래로 팔을 넣고, 그대로 뒷목을 잡으면...
"—오, 된다! 어때? 이 자세로 들고 가면 안전할 것 같은데!"
쨔잔~ 하는 효과음과 함께 유우가를 든 채로 왕코랑 에리쨔를 봤다. 오, 이 자세는 앞도 잘 보이잖아? 완전 최강인 자세 아님?
메이사가 유우가를 들어올린 걸 보고, 둘다 같은 생각을 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왕코쨩은 더러운 풍경에 굳어버리고, 미스미는 눈을 질끈 감고서 메이사에게 문을 열어줬다. 이 불순한 것들을 나의 성역에서 치우고 싶은 마음 반, 그렇다고 자기가 만취한 성인 남자를 뒷처리하고 싶지는 않단 마음 반으로.
띠로리, 하는 잠김음이 들리고 나서야 왕코쨩은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래봤자 한 마디가 최선이었지만.
- 열차 도시락...
- 미안해 유우가아... 나, 키보토스로 가려고 했는데 실수로 이니셜이 같은 다른 데로 가버렸어어 "ㅁ, 뭐...?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메이사!" "그, 그 무시무시한 거 나한테 들이대지 말라고―" - 웃, 그치만 유우가아 유우가를 보니까 나 이렇게 되어버려서...
유우가가 그런 악몽에 시달리고 있을 때. 메이사는 영차영차하며 유우가를 데리고 집에 가고 있었다. 작은 우마무스메가 자기보다 머리 한개 반은 큰 성인남자를 옮기는 진풍경에 길거리의 모두가 주목한다. 아니, 어쩌면 그 엄청난 자세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지.
유우가를 들고 있어서 손을 흔들 수 없어서, 적당히 꼬리를 파닥파닥 흔드는 걸로 대신하고 집으로 향했다. 음... 앞은 보이는데 은근히 시야가 좀 가려져서 조심해서 가야겠네. 영차영차 열심히 가는데 어쩐지 뭔가.. 엄청 시선이 느껴진다. 슬쩍 곁눈질을 하면 아주 대놓고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엑, 한 두명도 아니고 이렇게나 많이...? 크리스마스 이브라 안 그래도 거리엔 사람도 많고 커플들도 많은데, 감추려고도 안 하고 대놓고들 보고 있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뭐, 뭐지.... 앗... 으아?!"
갑자기 팔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이!!! 악! 유우가 바지가!? 한눈에 보기에도 큰일났다 싶을 정도로, 유우가의 바지가... 슬쩍 발치를 보면 우왓, 바지 엄청 밀려서 발이 다 덮였잖아. .......기장 보존의 법칙(?)에 의해... 발이 저렇게 덮일 정도라면, 그러면.... 하고 불안감에 시선을 아래로 내리지만 앗차차 이 자세는 앞이 보이는 대신 아래는 절대 안 보이는 자세였다! 어...어쩌지...
"엣... 에우.... 웃...."
그렇게 어정쩡한 자세로, (아마도)바지가 반쯤 벗겨진 유우가를 앞으로 들쳐맨 채로 멈춰섰다. 어, 어... 어쩌지... 내려놓고 확인할까...? 하지만 그러면 다시 안아들기가 어렵지 않나.. 지금 눈도 와서 바닥도 녹았다 얼었다한 눈으로 질척거리고 있고 이 위에 유우가를 내려놓으면 질척질척한 눈에 유우가의 궁둥이가 차갑게 적셔지고 그럼 감기에 걸려서 콜록거리는 유우가를 간호할 수 있는 합법적인기회지금당장유우가를내려놓고진눈깨비퐁듀로만들어버리자얏호!!
하는 잠깐의 의식의 흐름이 있었지만 애써서 이겨냈다. 아니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 와인 두 병으로 취한거냐!!! 정신차리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그걸 했다. 그거 있잖아 그거. 가방 끈이 내려갔을때 흡!하고 기합 넣으면서 어깨만 들썩여서 다시 매는 것처럼. 바지가 내려오면서 좀 미끄러진 유우가를 흡!하고 고쳐매는 그걸 했다.
"흐엇차. 아, 됐다."
유우가의 호랑이 팬티가 사람들 앞에서 크게 들썩거렸다는 사실은 모른 채로. 유우가가 깨어났다는 것도 모른 채로 말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됐다고 하며, 나는 다시 맨션을 향해 출발했다.
나중에 호랑이 안에 손을 넣어서 차가워진 유우가의 궁둥이를 데펴주겠다는 메이사의 엄청난 욕망은 잘 읽었다고요...😏 (날조) 씻고 먹고 와서 어떻게 이을지 생각해볼까나... 그보다 호랑이 모핑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메이사 늘 이런 황당한 스케베 당하다가 리벤지 기회가 오니까 날라디는 것도 너무 웃긴wwww
- 유우가 전혀 나쁜 경험 아닐 거야 오히려 새롭고 다시 한 번 느껴보고싶고 호기심생길거라구한번만제발유우가한번마안 "자..." "잠까아아아아안―!!!!!"
-알겠어잠깐만준비할시간주면된단소리지응나기다릴 "네가 OOOO일 리가 없잖아! 우마무스메한테 그런 거 달았다간 프로키온 마주가 나 죽일걸!?"
- ...들켜버렸네.
그렇게 난 잠에서 깨어났다. 정말 뜻모를 말 투성이였다고. 마주니 뭐니 큭... 머리가 지끈거리는 말들 뿐이었다. 이젠 이해도 안 가. 그래, 꿈이지. 메이사가 OOOO일 리가 없잖...
그런데 눈을 뜬 나에게 보이는 건 어 씨 O 역OO자세 이럴 리가 없어 슬슬 올라오는 불안감에 눈을 아주 살짝 더 떠보면, 평소보다 더 많은 인파. 그리고 그들이 자진해서 길을 터주는 우리. 그리고 우리는... ...마치, 크리스마스에 이벤트를 해주겠다고 기상천외한 호랑이를 입고 준비했지만 결국 그걸 선보일 수도 없이 여친 앞에서 고주망태가 된 철딱서니 남친같았다. 그냥 우리를 보는 사람들의 눈이 그랬다. 그리고 엉거주춤하게 잠깐 멈춰선 메이사. 균형을 잡기 위해 앞으로 쏠린 늠름한 꼬리가 내 엉덩이를 상냥하게도 받쳐줬고, 난 그 앞에서...
...아 그냥 말하기도 싫다. 푸짐한 히덩이가 출렁💕해버렸다고는 죽어도 말하지 못하겠다. 그냥 죽고 싶고, 들썩거리는 내 엉덩이를 사려깊게 받쳐준 굵고 강하고 듬직한 메이사의 꼬리 따위는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나는 그래서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리기로 했다...
... ...... 그러고 싶었는데.
엉덩이가 시려워서 잠이 안 와... 바지와 드로즈 사이의 절대영역이 이젠 에일 거 같다고 휴대용 히다이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이젠! 나 그만 정신을 잃고 싶어 제발 빨리 어디론가 들어가줘!
그리고 내 엉덩이가 비교적 따듯해졌을 때. 아까보다 밝아진 눈꺼풀 너머에 약간 안도했다. 이제 우리 집으로 도착한 거구나. 그래, 돌아가자 우리 집으로...
- ...버튼 눌러줄까요?
그리고 경비아저씨가 상냥하게 걸어준 말에 그날 내 세상이 무너졌다. 아니, 이제 정말 정신 잃을 수 있을 거 같아. 응. 영원히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을 거 같다고. 이제 그만해줘...... 제발...
꼬리로 유우가의 엉덩이를 받치고 자세를 가다듬고나니 조금 편해졌다. 좋아, 다시 집으로! ....어쩐지 사람들이 길을 터주고 있었다. 이것이 모세의 기적...? 그렇구나아. 환?자를 데리고 있으니까 빨리 지나가란 배려인가. 도쿄사람들 상냥하네~ 비켜주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느끼면서, 집에 점점 가까워져갔다. 중앙에 온 뒤로 길을 잘 못찾던 나도 이젠 집에 가는 길은 잘 찾네.
맨션 입구는 운좋게 나오는 사람이 있어서, 타이밍을 잘 맞춰서 통과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그 다음이었는데. ....엘베 버튼을 못 누르겠어...! 14층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유우가를 들고서...? 에우..... 내일 근육통으로 죽을걸....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친절한 경비아저씨가 말을 걸어줬다. 와앗, 도쿄사람 진짜 착하잖아!!!
우와, 우릴 보기만 했는데도 몇 층에 사는 지도 알고 계셔! 엄청나다.... 뭔가 이웃의 정 같은 게 느껴져서 감동했다(생각해보면 이웃은 아니지만 아무튼 대충 그런 느낌이다). 감동으로 부르르 떨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에 올라가, 현관문 앞으로 가서 도어락에 번호를 누르려고 했는...데....
"....손이... 우웃....."
여유가 없어. 손이 다 찼는데... 어떻게 누르고 들어가지?? ...꼬, 꼬리로....? 빙글 돌아서 현관문을 등지고 서서, 뒤를 돌아보면서 꼬리로 도어락을 누른... 누.. 누른...... ....그냥 삭삭 소리를 내면서 도어락을 깔끔하게 닦아내는 것만 잔뜩 해버렸다. ...크윽... 어쩌지 이거.......
"어쩔 수 없네... 집 바로 앞이니까 조금만 참아, 유우가아..."
결국 유우가를 옆에 내려두고 번호를 누르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유우가를 내려두고, 도어락을 손으로 눌렀다. 번호를 입력하고 드디어 열린 현관문을 열고서, 다시 유우가를 줍기 위해 고개를 돌렸는데...
파스 챙겨가 히메이들아...😏 🫠 저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는데 메이사는 유우가가 자기 영상 보고 있으면 어떤 반응일까요 가끔 잠꼬대 하는 영상같은 것도 찍어뒀을 거 같고(결혼하면 무조건...순애유우가가 되니까 😇) 바보같은 얼굴로 유우히랑 낮잠자는 영상같은 거 있을 거 같은ww
유우가 언제부터 깨있던거지? 아니 내려놓을 때 깼던가? 뭐 그건 그렇다치고. 뭔가 시집을 못 간다느니 책임지라느니 그런 소리를 하고 있어. ...어, 어째서지이....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유우가를 들고 오긴 했지만. ....아, 들고 오는 과정에서 바지가 살짝 벗겨진 일 때문인가. 그치만 그거 내가 일부러 한 것도 아니고, 유우가의 바지가 너무 헐렁해서 그랬던 거구....
"유, 유우가...?" "내, 내가 뭘 했다구... 난 그저 유우가가 취해서 잠들었길래 안아서 옮겨준 건데..." "바지는, 그, 나, 나도 예상을 못했어....? 사고였다구...?"
일단 유우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두 손을 펴서 살며시 내밀었다. 찬 바닥에 오래 앉아있으면 감기걸린다구 유우가아...
"자 문 열었으니까 이제 들어가자. 감기 걸려~" "오는 길이 좀 추웠지~ 따뜻한 거 마시고 잘까?"
자자. 들어가자~ 유우가의 어깨를 잡고 살짝 주무르다가, 그대로 잡고 일으키려고 했다. 이래도 안 일어난다면 어쩔 수 없지. 아까처럼 들고 들어가는 수밖에.
안다. 메이사 잘못은 없다. 잘못이 있다면 벨트 뿐... 알면서도 얼굴을 손에 묻고는 엉엉 외쳐버리는 거야... 그치만... 남들 다 보는 앞에서 들썩까지 해버렸다고 들썩. 질량이랑 무게랑 크기까지 다 보인다고 그런 모핑은!!!!! 사실 그냥 속옷이었으면 이렇게까진 아니었을지도 모르는데 호랑이라니 이젠 싫어어어어어
나는 완전히 미쳐버려서는, 차가운 복도에 드러누워 목적없는 땡깡을 피려고 했으나. 메이사가 들어올리자 너무나도 가볍게 덜렁, 하고 들어올려졌다. 호랑이 주둥이로 중력에 끌려내려간다.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초라하고 추하게 느껴지는 건 정말 오랜만이야... 그것도 크리스마스 날에... 산타클로스가 있다면 날 싫어하는 게 분명하다. 크리스마스 전야에 준 선물이 이딴 거라니...
"그, 그걸 내가 일부러 한 것도 아니고. 유우가는 자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구!" "길거리에서 유우가를 눕혀놓고 다시 바지를 입히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잖아!?"
얼굴을 손에 묻고 엉엉 외치는 유우가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개크게. 아니 진짜 왜 이래? SAN치가 완전히 나가버리기라도 했나. 어어, 아예 복도에 드러누우려고 하잖아. 다급하게 잡아서, 결국 유우가를 들어올리기로 했다. 아까 길거리를 걸어오고 맨션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하고 있었던 그 자세로.
"윽.... 그, 그런 말을 해도 유우가... 결국은 할 거면서. 고집은."
후히히 안 한다는 말에 잠시 멈칫했지만, 애써 정신승리(?)하며 말했다. 그, 그래. 어차피 하게 될 걸? 그리고 무엇보다 유우가에게 그런 선택권은 없을테니까.
"자자. 땡깡 그만 피우고 들어가자. 이 시간에 복도에서 큰 소리내면 민폐야 민폐." "들어올릴거니까 얌전히 있—"
아까처럼 들어올리기 위해 손을 뻗으려는데, 그때까지 땡깡피우던 유우가가 갑자기 움직였다. 그것도 빠르게. 그리고 어째선지, 정말 어째서인지.... 아, 아래가... 허전한 느낌과함께급속도로하체가냉각되고있는데!?!
아래로 돌린 시선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니까, 있긴한데. 어 그러니까 다리는 있다. 제대로 있는데. 다리 위로 입었던 것들이 없어.... 밀릴대로 밀려서 결국 한동안 안 입고 처박아두던 연두색 땡땡이 무늬의 유치한 이너웨어라던가, 그 위로 껴입은, 밴딩이라 많이 먹어도 되지롱~ 하고 농담하면서 웃었던 게 대충 3시간 전 쯤의 일이었던 것 같은 바지라던가... 그런 것들이.... 없었다.
그렇다, 현대사회의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 당연히 걸쳐야만 하는 것 중 하나인 옷이, 깔끔하게 내려가 있던 것이다.
"...이, 이, 이이ㅣㅇ이이건 판치라가 아니잖아 이 바보야!!!!!!!!!!!!!!"
판치라 뜻 모르냐!? 이게 팬티로 보여!?!?! 병깔이 눈신이야!? 크게 소리치면서 바로 손을 내려서 다시 옷을 끌어올리려고 했는데, 그럴 틈을 주지않고 유우가가 바로—
"힉, 끼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죽어어어어!!!!!!!!!"
파후파후 해버렸다. 아니, 파후파후는 위쪽으로 하는 거 아니었냐고!!!! 나도 모르게, 진짜 오랜만에 축벽이 나와서 발로 유우가를 차버린다.
아니, 차버리려고 했다.
생각해보자. 바지를 발목까지 쭉 내린 다음에 걸으려고 하면 당연히 바지가 걸리니까, 다리가 움직이는 범위가 제한되고,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걷게 된다. 그 상태로 뛰거나 발차기를 하는 건 당연히 무리겠지. 지금 나는 유우가에 의해 바지가 쭉 내려진 상태.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유우가를 향해서 발차기를 날리려고 하면? 바지를 발목까지 내린 상태로 전력 달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다리를 벌리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이렇게 되지. 본능적으로 힘껏 차날린 발차기가 반대쪽 발목까지 잡아당기게 되고, 그대로 몸이 뒤로 기울어져서—
"—헤그윽!?"
꽈앙!!하는 소리와 함께 복도에 드러눕게 된다. ....바지가 내려간 채로.
"............하. 하하. 하하하하...."
등짝이 엄청 아프다. 소리도 너무 커서 귀도 아프고. 그리고 그런 통증에 머리가 도리어 냉정해진다. 냉정해지다못해 아아 망했다 망했어 이거 뒤처리 어떻게 한대~ 하고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듯한 기분이 되고 있어...... 허탈한 웃음을 흘리면서, 그렇게 잠시 등짝으로 복도의 차가운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아, 궁둥이 엄청 시렵다...
말딸의 걷어차기(그러나 위력은 반감된)가 작렬했다. 그렇게 가슴을 걷어차였고, 엄청난 격통이 찾아왔다. 숨을 못 쉬겠어 이거. 뒤로 콰당 하고 넘어진 메이사 위에 풀썩 엎어져, 아까의 파후파후가 Y축 방향으로 -90도 회전한 그런 구도가 돼버린다. 구도에서 기대되는 것과 다르게, 모두가 아픔 뿐인 세계선이지만...
그대로 잠깐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거 안 하고, 진짜 파후파후만 했다고. 술도 완전 깨버렸고. 아니 그보다, 가슴을 맞았는데 이거 진짜 괜찮은 건가...? 옷 아래 보면 막 피부 아래에 피가 고여있고. 그런 거 아냐? 하며 살짝 웃옷을 들어올렸다. 그 방향으로는 나한테 보이는 게 없어서 이내 내려놓고 목을 당겨봤지만 여전히 어두운 복도에서는 보이는 게 없었다. 메이사 눈요기만 시켜줬군...
...술이 깨고 나니까 이제 판단이 된다. 이젠 들어가서 정말 쉬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죽어버릴 거야 우리 메타적으로.
"가자 메이사... 일단은 들어가자고."
하며 대충 옆으로 손을 뻗자, 약간 까슬하고 맨들하고 말랑한 게 만져져서 황급히 손을 떼고. 어쩔 수 없이 누운 메이사의 손을 당겨 일으켜 세우기로 한다. 응응, 그게 맞겠지. 그리고 당겼을 때, 맙소사아까맞은흉근이비명을질러서나도모르게그만 다시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피멍 들은 지 몇 분이나 됐다고 묵직한(?) 녀석을 들어올리려고 한 거냐 나...
그래서 다시 파후파후 구도로 돌아왔다. 이제는 싫어 파후파후. 그만할래. 이 골짜기에서 나가게 해줘...
이 상황에서 너도 벗으려는거냐. 웃옷을 들어올리는 유우가를 해탈한 눈으로 보며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행히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좀 무거운데 유우가... 술이 좀 깼는지 일어나자고 하며 유우가가 먼저 움직인다. 옆으로 뻗은 손이 전혀 예상 못한 곳을 스쳐서 움찔했지만, 다시 걷어차기 전에 유우가가 후다닥 일어나 내 손을 당겼다. 아니, 정확하게는 당기려다가 다시 풀썩 쓰러져서 우리는 여전히 서로 애매하게 겹쳐진 채로 맨션 복도에 놓여져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 대체 뭘 하고있는지 이제 나도 모르겠다. 제대로 된 파후파후를 하고 있는 유우가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나, 둘—하는 순간, 저 멀리에서 여기로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들려 귀가 쫑긋 움직였다. 아, 안돼. 셋까지 세면 늦는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후다닥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유우가를 붙잡고서, 어디서 그런 힘과 스피드가 나온건지 모를 정도로 정말 빠르게, 열린 문을 향해— 유우가부터 밀어넣는다.
"으, 으아아아!!!!" "헉, 맞다 문!!! 으으으!!!"
그리고 나도, 바지때문에 좁은 보폭이지만 열심히 달?려서 문 앞으로 들어왔다. 아, 문!! 문 닫아야지!!!!! 현관에 거의 엎어져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서, 쓸데없이 활짝 열어둔 문고리를 잡기 위해 몸을 반쯤 밖으로 내민 순간.
맞은편 집에 사는 걸로 보이는 사람-아마 대학생이라고 했던 거 같다-과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것 자체는 아무래도 좋다. 삭막한 도쿄, 이웃간의 교류가 적은 삭막한 현대사회라고해도 오가며 인사하거나 이렇게 서로 집에 들어가는 타이밍이 겹치면 인사를 주고받기도 하고 그런 사이니까.
그리고 그런 사이인 이웃이 지금 보게 된 건, 바지가 발목까지 내려간 나와, 호랑이 팬티를 내보이며 상의도 살짝 밀려올라간 유우가가 현관에 엎어져 있는 풍경이었다.
"...."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반사적으로 문을 잡아당겨서 그대로 꽝 소리가 나며 닫히긴 했지만. ....그치만, 난 봤어. 저 이웃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어가는 과정을...... 이 인간들 대체 크리스마스에 무슨 플레이를 하고 있는거지?하고 외치는 듯한 그 시선을....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나는 걸 신호로 하듯, 그대로 문고리를 놓고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후후... 아마 다음 레스가 막레이지 않을까요 😏 그치만... 그래야 할 거 같고 막레는 내일 드리겠습니다 😌 히히...이젠진짜 간식먹어야만... 둘이 진짜 즐겁게 스케베여신의 보우를 받으며 살고 있네요 😇 우리한텐 좋은 일이지만 이거 현실이었다면 아무래도 무당찾아가야한다고 귀신이 씌인 게 분명해...🫠
wwwwwwwwwwwwwwwww숨만 쉬어도 지구 반대편 멧쨔의 판치라가 일어난다니wwwww 너무 무서운wwwwwww 두려운wwwwwwwwww 지구 반대편이어도 그 정도인데.. 그럼 바로 옆에 붙어있으면.....🤔 그냥 툭 건드렸는데 옷만 폭발하는 그런 일도 충분히 벌어질 것 같은데요🫠
그리고 찍어놓은 건... 축 늘어져있는 메이사가 나중에 다 까먹어버리고 몬다이 이 쓰레기가...🙀 할지도 모르니까요 😏
😾 큿... 그런 영상을 보여주다니 이제 그거로 협박해서 날 후히히상대로 삼을 셈이지 😥 아니? 싫으면 말아야지... 미안했어 메이사 그날일은 우리 서로 없던 거로 하자 😾 눈치없어? 🙄 ... 🫠 이 영상을 할머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면 후히히에 동참해줘야겠어 아가씨 😮💨 이렇게 하는 거 맞지? 하는 꽁트도 봐버렸어요
😾 ...그냥 자는 거야? 🙄 ...네가 뭘 기대했는진 모르겠지만 우린 그냥 자러 온 거 맞아 😒 이상한 생각 하지말고 얼른 자라. 키 안 큰다. 😾 ....나한테 손 안 대고 그냥 자면 😾 할머니한테 몬다이 이상한 사람이니까 트레센에서 쫓아내달라고 울면서 말할거야 😨 뭣 😰 왜 왜 그런 짓까지... 이게 그렇게 하고 싶은거냐!?
유우가가 뜨끈하게 눈 맞추고 분위기 잡고 있으면 슬금슬금 피할 거 같단 말이죠 😏 못 도망가게 잡으면 뺘하아아앗 🙀 하겠죠 히히...
🙀 왜 맨날 그렇게 느끼하게 구는 거야?! 그냥 확 해버리면 되짆아 확!!! 🙄 ...세상엔 무드라는 게 있단다 프로키온아 🙄 그리고 나는 무드 없는 상대랑은 별로야 🙀 웃...뺫...먓...💦💦💦 하면서 결국엔 껴안길 때 소름돋아하면서도 가만 있는 걸 보고 싶네요...🤤
헤에 멧쨔는 유우가를 또레나라고 부르고 유우가는 멧쨔를 프로키온이라고 부르는구나😏 😾 ...무드 같은 걸 생각할거면...💦 😾 일단 이름으로 부르라구 바보 몬다이...💦💦 하고 말했다가 소름이 오소소솟돋아서 🙀 뺘 뺘학 역시 취소! 취소!!! 그렇게 부르지마아!!! 하고 바둥거리는 멧쨔를 상상했어요 으효...🤤
🙀 뺘학 무리무리무리!! 취소!! 그 그렇게 부르지 마 바보 또레나!!! 🙄 ? 알겠어 프로키온
이럴 땐 말 너무 잘 들어서 우웃...메이쨔... 상태가 된 멧쨔를 보고 싶네요 😏 뭔가 제 망상속에서 이 멧쨔는 유우가랑 중앙답사도 하고 사바 1착도 했지만 히또미미폭력사건으로 인해 로컬시리즈에서 제명됐을 거 같아요 🤔 그래서 중앙에 편입하면서 마명도 프로미넌스로 바꾸고 G1에서 제법 날렸다던가 그런 망상이...🤔 (아닐 수도 잇음)
🙀 뺘학 무리무리무리!! 취소!! 그 그렇게 부르지 마 바보 또레나!!! 🙄 ? 알겠어 프로키온
이럴 땐 말 너무 잘 들어서 우웃...메이쨔... 상태가 된 멧쨔를 보고 싶네요 😏 뭔가 제 망상속에서 이 멧쨔는 유우가랑 중앙답사도 하고 사바 1착도 했지만 히또미미폭력사건으로 인해 로컬시리즈에서 제명됐을 거 같아요 🤔 그래서 중앙에 편입하면서 마명도 프로미넌스로 바꾸고 G1에서 제법 날렸다던가 그런 망상이...🤔 (아닐 수도 잇음)
🤔 유우가가 트레이닝시키고 할머니 꼬붕으로 뺑이치는 동안 멧쨔는 또레나 준비도 하고 드림 트로피도 땄으려나.. 뭔가 궁금하네요...
둘이 파트너로만 지내면서 티키타카하고 할머니 앞에서는 사이 좋은 척하는 게 오래 이어지면 재밌겠네요 😏 2인 1담당 체제로 집중 육성을 해본다던가... 말딸의 컨디션과 안정을 중시하는 유우가랑 우정트레이닝이 보이면 일단 야수의 심장으로 트레이닝 지르고 보는 멧쨔라던가를 망상하고 행복해졌어요 🤤
🙄 아니 애가 체력이 10밖에 없는데 그걸 누르면 어떡해! 😾 하지만 유우가 우트 5개에 여신까지 있었다고 😼 안 누르는 게 말이 돼? 🙄 미 친것 아 성공해서 다행이지 실패했으면 나락갔다고!!
히히히... 둘이 사이좋아요😸😅 하는데 이상하게 진전이 없?어서 할매쨔가 새 혼처 들고와서 잘 생각해보렴😌 하는거군요 히히히... 멧쨔가 그날따라 어물거리먼서 말 못하고 질질 끌고 그러다가 마지막에야 😿 ...나... 다른 사람하고 결혼하게될지도.. 하고 무진장 비약해서 말해버리고(...) 유우가가 🙄되는 거 본 거 같은데요wwwww
뭔가 귀가 양쪽 다 너덜너덜해져서🤔 유우가랑 살게 된 이후로는 양쪽귀 전부 멘코 쓰고다닐지도... 멘코 무늬는 왼쪽에만 있겠지만요🤔 너덜너덜한거 가리는 것도 그렇지만 뭔가 DV당하면서 큰 소리에 엄청 겁먹게 돼서 양쪽 다 쓸 수 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아니 그치만.........메이사가 때릴 데가 어디있다고(많지만) 때리다니 용서가 안된다구요 유우가라면 그냥 시원하게 죽여놓고 하야나미네에 멧쨔 맡겨놓고선 잡혀갈 거 같기도 해요 🤔 그리고 돌아왔을 때 도리어 메이사가 자길 못 알아봐서 🙄 하지만 하야나미의 데릴사위 조리사로 취직할 수 있을 거 같고 나쁘지 않아보여요
멧쨔를 사랑하니까 (본인은 모르지만)😏 야쿠자 식구들한테도 보통 마음이 쓰인다고 그렇게까지 하냐고 엄청 놀림 받았을 거 같죠 히히
가끔 멧쨔네 우체통에 수상한 지폐다발뭉치 넣어놓고 갈 거 같고 🤔... 나중에 메이사가 잠복수사하다가 딱 걸려버릴 거 같기도 해요 메이사 집에 도청기 놔뒀다가 😿 돈이 쪼들려어... 카바죠 제안...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나 이런 말 들리면 식겁해서 잔고 털어서 갖다줄지도 🫠
오... 그거 어쩐지 집에서 도청기 발견 + 자꾸 수상한 돈뭉치가 우편함에 들어있음 으로 이상함을 감지한 멧쨔가 일부러 낚아보려고 하는 대사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말하고 그날 잠복하고 있다가 잔고 털어서 들고온 유우가를 잡는 걸지도...🤔 유우가인줄 모르고 😾잡았다 이 수상한 녀석!!하고 멧쨔킥 날리는 개그파트가 보였어요🫠
기억....할 거 같아요🤔 근데 이제 가장 힘들었던 때는 기억 못하고🙄 그냥 유우가랑 지내면서 가장 좋았을 때만 기억하고 있는?? 그래서 중간이 훅 날아갔지만 기억은 하고 있을 듯한...🫠
😾 안 벗겠다면... 에잇! 😨 잠깐잠깐잠깐잠깐 모자가 아니라 두피가 벗겨진다고 젠장!!! 😰 알았어 벗을게 벗는다고 그러니까잡아당기지마진짜벗겨진다으아아이이익끄아아악 😾 흥 진작 벗었으면 됐잖아 🙀 ....엣? 유우가??? 🙄💦 🙀 왜... 왜 유우가가... 그럼 이 돈도 계속...? 집... 집에 도청기도...? 🙀 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왜 이렇게 변태가 된거야?!
Wwwwwwwwwwwwwwww뿜어버린wwwwwwwwww 어쩌면 메이사네 집 주인도 유우가일지 모른다구...😏
🙄 ...그렇게 됐다는 거지 😾 그러니까 유우가는 도쿄로 와서 트레이너는 안 하고 빠칭코를 하다가 잡혀갔는데 마침 그 빠칭코 주인이 유우가네 친척네 야쿠자 직원이어서 야쿠자가됐고 야쿠자답게 방탕하게 살다가 이제 평범한 여자로는 만족을 못하게됐다는 거지? 🙄 어... 아니 😾 뭐야 그럼💢 🫠 사실 맞아요
🤔 뭔가 유우가... 자기가 키워주는 거랑 별개로 그런 건 확실할 거 같단 말이죠 동물의 종번식본능이 투출난 타입일 거 같아서 🤔 🙄 내는 느그 아빠 아이다 🙀 엣... 🙄 (애한테 너무 심했나) 삼촌이라고 캐람마 할지도요 유우히(원본)한테처럼 무르진 않고 멧쨔 닮은 얼굴로 🥺 잉... 하면 한 발 물러나주는 정도일 거 같아요
멧쨔가 유우가를 설명할땐...🤔 검은머리 부스스하고 키 이만-큼 크고(손을 최대한 높게 올림) 안경쓰고 추리닝 입은 뭔가 음침한 백수같은 사람 못 봤냐고 물어볼 것 같은데요 중앙에선 멀끔해졌으니까.. 음.. 키 크고 안경 쓴 또레나 못봤냐고 물어봤다가 너무 많은 사람이 특정돼서 🙀에우... 모 모르겠다아...하고 그냥 냄새로(?) 찾을 지도.....
메이사가 내 옷깃을 붙잡고 그대로 집 안에 던져넣었고, 술이 좀 깼다고는 해도 어지럽기는 그대로인 나는 신발장에 무기력하게 누워서 메이사의 발작이랄까, 갑작스런 푸닥거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문이 콰당 닫혀버려서 이해를 포기하고 그냥 눈을 감았다.
그리고 결국, 뭔가 엄청 좌절한 메이사가 날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려던 때. 시야 옆의 발목을 잡았다.
"일어나기 싫으니까 데려가줘."
하지만 메이사는 날 데려가진 않았고, 그냥 그 옆에 앉아서 뭔가 체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가. 기껏 크리스마스인데 이런 우당탕탕인 일만 있어서 많이 체념했구나. 응응. 알지 그거. 술기운 빠지지 않은 뇌가 멋대로 납득해서 몸을 살짝 일으켜 메이사의 목에 입맞췄다.
좋아, 재수 옴 붙게 한 산타 대신 유우가씨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면 되는 거잖아. 그건 자신있지. 맡겨만 달라고.
메이사의 목이 움츠러들며 날 바라보길래, 나도 진득하게 눈을 맞췄다. 과한 적막을 깨는 건 내 목소리였다. 메이사의 뒷목에 팔을 감고 끌어당기는.
"알았어, 메리 크리스마스 하자."
그리고 메이사를 꼬옥 끌어안았다. 비록 현관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은 느낌이 있었달까. 나한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 멧쨔주는 천재인가......!!!!!! 저 그거 좋아요 히히...🤤 그리고 메이사는 대길이고 아이가 생길 거 같단 점괘를 뽑는 거죠? 유우가는 길이고 혼사를 치를 상대가 곁에 있다고 해서 무심코 메이사를 봤다가 화들짝 놀라선 다 읽지도 않고 묶어버리기 😏
으헤 아이 생길 거 같단 결과보고 놀라서 유우가를 슥 보는데 유우가도 그때 멧쨔를 무심코 쳐다봐서 서로 눈이 마주치고 동시에 놀라서 움찔했다가 아무 일도 없던 척 😸💦 아 아아 춥다~ 얼른 묶고 감주마시러 갈까~ 😅💦 그래그래~ 추우니까 얼른 가자 하고서 사이좋게 묶고 감주 마시고 단팥죽이랑 붕어빵 하나씩 사들고 집에 가는 거... 봤다구요😏
귀여워............ 그리고 유우가의 내년 하츠모데는 없지만 멧쨔는 아카미노카미오오토로누시의 신사에서 하나 뽑는 거죠? 😏 그리고 재회운이 있는 걸 보고 웃..우우...😿😿😿 그러면 조켓어어... 하지만 그러지 않겠지... 유우가는 나랑 그냥 파트너니까...훌쩍훌쩍훌쩍 술마시고싶어졌어담배피고싶어어유우히쨘엄마참을게... 하는 멧쨔... 무지 귀여울 거 같아요 🤭 그 시각, 유우가 : 기차에서 팩소주 열심히 마시는중
🤔근데 생각해보니 동거지아는.. 0시 맞춰서 하츠모데 가는 건 못할 것 같아요 오세치 잔뜩 먹고 술 잔뜩 마시고 후히히 잔뜩하고 코타츠에 늘어져서 tv틀어놓고 커어어 크어어 북북뿡 꿀잠자다가 점심쯤 슬렁슬렁 일어나서 팅팅 부은 얼굴로 🙄 지금 몇시지... 😺 점심 좀 지났나...? 😸 ...하츠모데 갈까? 🙄 그래그래 가자.. 오늘도 안 나가면 몸에 곰팡이 피겠다 하고 물 한잔씩 마시고 롱패딩 입고 나갈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 이왜진...??????? 에엥.... 근데 저기서 파티하면 진짜 재밌긴 하겠네요wwwww 진짜 일본엔 희한한 게 많아요....🫠 이 정도라면 플라네타리움 방도 진짜 작동할 거 같단 생각이 들어요 🤔
저 근데 갑자기 수국지아가 지금은 훈훈해보이지만 칼찌해버리는 이유는 🤔 2다이는 히다이랑 다르게 팔방미인인데다 아쉬울 거 없는 사람이라 히다이는 멧쨔가 마음을 주면 금방 기대버렸지만 2다이는 그거보다는 실적주의라서? 그리고 헷쨔는 진짜 간당간당해서? 2다이가 헷쨔의 불안감을 마구 자극하지 않았을까 싶은www
어쩌면 2다이가 헷쨔 손을 잡으면서 🥺 "살고 싶어..." 라고 말한 거가 관측을 일으켜서 과정은 상관없이 결과로 건너뛰어버린 건지도 모르겠어요 🤔 개인적으로는 과정이 완전 상관 없는 건 아니고 관측의 개연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 2다이도 헷쨔랑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관측이 이루어졌다던가 그런 순애 초자연 현상이 일어났다고 우기고 싶어요 히히...🤭
히히... 그동안 영문도 모르고 관측에 휘말리기만 했던 헷쨔가 관측자의 의식이 멀어지는 사건을 통해서 뭔가뭔가를 겪었고 그래서 😈 이게 순애라는 감정인가봐... 하게 된다는 걸 생각해버려요 😌 헷쨔에게 찔린 이후로 😏 뭐 난 아쉬울 거 없으니까 떠나면 그만이야~ 하던 유우가도 무서워하면서 붙어있으려고 하니까 일석이조인 건가 🤔
그리고 저는 내일 아침 일찍 들를 곳이 있어서 😅 오늘은 이쯤에서 가보려 해요 오늘도 즐거웠어요~ 내일은 여유가 된다면 느긋한 텀으로 일상해보도록 해요 아 그리고 프리지아 1주년 축하합니다 😉🎉 뭔가 이거저거 해보고 싶었는데 너무 바빠서 결과적으로 어렵게 되었네요... 겨울이 오면... 프리지아만을 위해 살아야지
🙄 저 근데..... 헷쨔가.. 😈 ...응. 서로 몸을 덥힐 땐 이게 좋다고 그랬어 🥴 뭣자잠깐만요헤카씨지금뭐하시는 😈 설산에서 조난당했을때 추우면 이렇게 하는거랬어 😈 체온나누기 🙄 여긴 설산이 아니라 병원이라고!!하얗긴 하지만! 하고 헷쨔가 옷을 벗기 시작하던때에 간호사가 들어와서 우당탕탕 대소동이 되는 걸 상상했어요🙄
모르는 사이에 생겨버린 애랑 동거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모르는 애라고 말한 이유는 진짜 모르는 일이라서다. 내 애인지 아닌지. 내가 어릴 때에는 좀 짱구같은 느낌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 녀석 눈썹이 굵지도 않고 엄마의 얼굴만 쏙 빼다박은 건지 귀엽고 예쁘기만 해서 뭔가 뭔가란 말이지.
'그렇다고 싫다는 건 아니지만...'
이미 내 품속에 쏙 들어와버렸다. 불쌍해서 이거저거 챙겨주다보니 친자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생각은 반년이 지나서나 해버렸고. 그러고 나니까 이걸 따지는 게 맞는지 아닌지조차 모르겠어서 차일 피일 미루다가 2주쯤 전에 머리카락을 몰래 뽑아다 보내버렸다.
'내 애가 아니면...'
아니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렇다고 천애고아를 길바닥에 갖다버릴 생각은 없고, 그 다메마마한테 도로 돌려보낼 생각도 없다. 미혼부도 받아줄 만한 너그러운 여인을 찾아보자고 체념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듯 하다.
아무튼, 준비를 끝낸 메이사가 란도셀을 들고 나오기 전까지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부터는 운전해야 하니까 딴생각 하지 말아야지.
"자, 헬맷 쓰시고요. 아빠 꽉 잡고."
봄이랑 가을은 내가 널럴하게 일하는 때. 그래서 아침에 애를 데려다 주는 것도 종종 가능하다. 오토바이를 느긋하게 몰고 시내로 간다.
"...메이사. 역시 우리 이사할까?"
조용한 동네긴 하지만, 그래서 치안이 좋냐면 완전 그런 건 또 아니고. 시내 근처에 있는 할머니네에서 봐준다곤 하지만 일단 집이 먼 건 사실이고. 게다가 어디까지나 조선소 청년들이 돈 벌기 위해 들어오는 아파트라 단칸방이고 좁기까지 하다. 가끔 벌레도 나오고. 애 교육에 안 좋은 이웃들도 좀 있다.
"학교에서 먼 거 별로지 않아? 버스도 한 시간에 하나 오고..." "왜, 이사할 때는 메이사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도 있잖아. 이층집이라던가, 마당 딸린 거라던가. 어때?"
란도셀을 매고, 헬멧을 쓰고서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정확하게는 이미 타고 있는 아빠의 뒤쪽으로. 그리고 팔을 허리에 두르고 꾸우욱 잡으면 준비 끝. 이번 아빠와 함께 지낸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이렇게 길게 지낸 적은 처음이라, 어쩌면 진짜로 내 아빠일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조금 조마조마한 것도 사실이다. 같이 지낸 기간이 길고 짧든 간에 어쨌든, 지금까진 항상 다시 엄마한테 보내졌으니까. 내 의사랑은 별개로(라고 할까 내 의사를 내비칠 상황인 적이 별로 없었다), '아빠'의 기분이나 다른 가족들의 기분에 달린 문제인...거 같으니까. 어쩌면 아침밥을 먹고나서 엄마한테 가라고 할지도 몰라. 어쩌면 학교 끝나고 집에 왔더니 이제 엄마한테 가라고 할지도 모르고, 자기 전에 '내일부터는 다시 엄마하고 지내는거야'라고 말할지도 모르지.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살얼음판을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별 거 아닌 것 같은 말 한마디에도 그 살얼음판은 크게 요동친다. 지금처럼.
"이사..?" "...괘, 괜찮은데에...."
덜컥 겁이 났다. 엄마한테 돌아가라는 말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온 몸의 털이 삐죽 서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이사를 가야겠다고. 그때 '아빠'였던 사람이랑, 그 사람의 가족들이 그렇게 말했었다. 새 집으로 이사가는 가족 안에는 당연하게도 나는 빠져있어서, 결국 나는 엄마한테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이번에도 어쩌면, 그런 뜻일지도 몰라. 어제 뭔가 했던가. 아니면 아까 아침에? 나, 아빠를 화나게 했던가. 지금 아빠 어떤 표정인거지. 당장 살피고 싶은데, 지금은 아무리 봐도 등밖에 보이지 않아서 불안해진다.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서, 의식적으로 조금 힘을 뺐다. 너무 꽉 조여서 아프게 하면, 아빠를 더 화나게 할지도 모르니까.
"....나, 버스보다 빨리 뛸 수 있는 걸..." "나는...."
살짝 처진 귀가 바람을 맞고 덜덜 떨린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말에 조금 안심이 되는 거 같기도 하다. 일단 나도 같이 이사간다는 말인거 같고....
"아빠랑 같이 가면 어디든 좋아."
이층집이 아니어도, 마당이 없어도, 지금 집보다 좁아도 아빠랑 같이 있을 수 있으면 괜찮은걸. 다시 손에 힘을 꾸우욱 준다. 아빠를 꽉 껴안았다.
https://myhome.nifty.com/rent/tokyo/fuchushi_ct/detail_99067b8ce0323a69b46a1e398a23fe3c/?psId=aa8a7f74ae6cea9516c9874b6a2458449f0ab999d88b617ec6254d9f7e5aa3e8&clientIds=forrenf 어쩌면 이런 집일지도요 😏 알고보니 트레센은 도쿄경마장(후추시)쪽이더라구요 이런 집에서 복닥복닥 사는 거구나 녀석들...
사실 옆옆 건물에 떡집하는 곳도 있고, 이웃들도 다 조선소에서 썩다 온 놈들, 그게 아니면 집값 싸서 있는 사람들이라 별로 교육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혹여나 나쁜 일 당하면 어떨까 걱정도 되고. 하지만 메이사는 영 안 내켜하는 거 같다.
...뭐 나야말로 그런 험한 곳에서 자랐으니까, 그게 큰 문제가 안 된다는 사실은 안다. 하지만 메이사는 중독자 엄마 밑에서 쓰레기 집에서, 남자랑 뒹구는 거 보면서 여기저기 옮겨 살지 않았나. 이런 애한테 더 이상의 현실적인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네, 어쩌면 이사하고 싶은 건 나일지도. ...그렇다고 아버지 집에 다시 들어가 사는 건 싫지만.
"그러며언, 할머니네 옆집은 어때? 옆옆집이나. 거기서 살면 매일 할머니가 해주는 저녁 먹고 갈 수도 있고. 유우키 오빠랑도 놀다가 올 수 있잖아." "아빠는 그런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쪽으로 가려면... 임대가 아니라 아주 집을 사려면 이번에 좀 더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지만." "아빠는 메이사가 좋다면 거기도 좋아."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달리다가, 밭도 지나고 논도 지나고 주거지도 지나, 큰 길로 들어선다. 이제야 신호등에 오토바이가 멈춘다.
"좋아, 아빠가 숙제 하나 낼까나." "오늘 아빠 잠깐 저어기 안카자카 가서 일하고 오는데, 퇴근할 때까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그림 함 그려주. 쉬는 날에 그거 보고 같이 집 보러 다녀보자. 어때?"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아빠의 제안을 하나하나 들어본다. 할머니네 옆집이나, 옆옆집. 매일 할머니가 해주는 저녁을 먹고 갈 수도 있고, 유우키 오빠하고도 놀 수 있다니. 상상하면 엄청엄청 좋은 일들이다. 아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니까, 그러면 나도 좋은데. 하지만 좀 더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말에 조금 귀가 처진다. 아빠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그치만 엄청엄청 힘들지 않을까...
"그, 근데 그러면 아빠 힘드니깐...." "....숙제?"
한참을 달리던 오토바이가 멈췄다. 신호등이 빨간불이라서 멈췄구나. 잠깐 고개를 올려 신호등을 보다가, 숙제라는 말에 되물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그림을 그리라는 숙제였다. 으음....
"웅, 열심히 할게."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집, 집... 어떤 집을 그리면 될까. 아빠랑 같이 살 집....
- 살고 싶은 집? 집은 역시 큰 집이 좋지! 그리고 마당이 이마아아안큼 넓어서 트랙이 있구 결승선도 있어서 매일 레이스가 있는거야 "그렇구나. 큰 마당.... 경기장이잖아 이거."
수업 내내, 그리고 쉬는 시간 내내 오늘의 숙제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어떤 집이 좋을지 잘 모르겠어서 친구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도와달라고 해도 그냥, 어떤 집에서 살고 싶어?라고 물어본 게 전부지만. 니지이로 아메쨩은 경기장에서 살고 싶은 것 같다. 우마무스메라면 달리기도 레이스도 좋아하니까. 그리고 니지쨩이 그린 걸 보니 나도 좀 그런 마음이 들고 있었고. 완전히 경기장이 되어버린 니지쨩의 그림을 보다가, 일단 후보로 넣기로 했다. 내가 그린 건 아니지만 아빠한테 보여줘야지.
"나는... 아빠랑 같이 있으면 전부 괜찮은데." - 그럼 멧쨔네 아빠가 좋아하는 집으로 하면 되잖아? "웅 그치... 근데 내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그림 그려야대." - 나도 그릴래~
둘이서 같이 그림을 그리다보니, 엄청 여러 장을 그리게 됐다. 그리다보니까 점점 집이 아니라 다른 것도 섞이고 있었지만. 우마레인저 변신로봇 집, 경기장 집, 겨울에 살 수 있는 이글루, 여름엔 더우니까 우마=피라미드(?) 같은 작품(?)들을 잔뜩 그리고, 뿌듯한 마음으로 란도셀에 잘 넣어놨다.
수업이 전부 끝나고, 집에 도착해서도 그림그리기는 계속됐다. 마당에 수영장이 있어서 아빠랑 물놀이를 하는 집, 이층이라서 내 방이 따로 있는 집, 앗, 이거 저번에 TV에서 봤었는데! 나무 위에 있는 집도 그려야겠다! 그렇게 잔뜩 그리다 잠깐 색연필을 내려놨다. 계속 엎드려서 그렸더니 졸린 거 같기두.... 눈을 한차례 비비고 하품을 하고 나서 마저 그리려고 했는데... 음... 음냐.... 조금만 눈 감고 있을까...
"여보세요? 어머니? 어 내다, 유우간데 쪼매 늦을 거 같아가 메이사 좀 더 봐달라꼬. 어. 내 포인트 작업이 쫌 덜돼가 그래. 한 한시간 정도? 것보다 일찍 갈 수도 있다." - 저녁은 어떻게 할래? "모르겠는데. 메이사가 뭇고 가겟다 카믄 내 것도 쫌 해도. 값은 치를게." - 가족 사이에 무슨 값이니 값은. "...그렇다면야 뭐... 알긋다."
왜 저래, 갑자기. 투명인간 취급하던 엄마가 언젠가부터 먼저 전화를 걸곤 했다. 웬 바람이 불었나 한 지가 벌써 몇 년. 절연까진 아니어도 이제 손 벌릴 일 없겠다 생각했는데 메이사가 생겨버려서, 내가 퇴근할 때까지는 어머니네 집에 있겠다고 맡기게 됐다. 그래서 그 값까지 포함해서 용돈을 드리는데 별로 내켜지 않으신 모양. 뭐가 문젠지 참.
그렇게 전화를 끊고,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슬슬 추워져가는 무렵이네. 돈 벌려면 홋카이도까지 가는 것도 생각해봐야 하나. 거기 발전소에 아는 사람이 있던가... 그렇게 생각하며 어머니네 집에 들렀다.
"어 아버지. 메이사는?" - 자고 있어. - 너는 애가 오자마자 딸부터 찾니? "응."
거실로 들어서니 메이사가 그림을 잔뜩 그려놓고 그 옆에서 이불을 덮고 자고 있는 게 보인다. 그 옆의 부엌에서는 식사 준비가 한창. 자고 있는 메이사 옆에 앉아서 손을 살살 건드리면, 내 손을 잠결에 잡아온다. 그게 신기하면서도 재밌다. 나한테서 이런 게 나오다니. 실실 웃으며 보고 있자니, 유우키가 어색하게 나한테 왔다. 조카인데 나만 보면 낯을 가린다.
- 그 식사... 잡수고 가시래요. "잡수라고 할 나이는 아니거든 내가... 그랴, 가 봐. 메이사는 내가 깨워서 갈테니까."
그리고서는 메이사의 이마를 슥슥 쓰다듬었다. 얇은 앞머리 가닥이 손에 스쳐도 아무 느낌이 안 난다. 일하느라 무뎌져서 그렇겠지. 잠투정하는 녀석을 안아들었다.
눈이 안 떠져어... 잠이 안 떨어져... 뭔가 몸이 붕 뜨는 느낌에 어떻게든 눈을 뜨자, 아빠가 안아주고 있었다. 아빠 좋아아... 떨어지지 않게 꽉 잡고 다시 자려고 했는데, 내가 하는 거랑 반대로 떼어놓고 의자에 앉혀졌다. 에, 의자? 에? 정신이 다 돌아오질 않아서 손으로 눈을 막 부비고나면, 그제서야 식탁에 차려진 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식탁에 둘러앉은 할머니랑 다른 식구들도.
"므아.. 잘 먹겠습니다.."
맛있겠다아. 근데 졸려어. 배고픈데 잠도 계속 와서 반쯤 감긴 눈으로 젓가락을 들었다. 당근찜이다. 이거 맛있는데. 할머니가 해주시는 당근찜은 살짝 달아서 좋아. 크게 하나 집어서 입에 넣고 우물우물. 그리고 밥이랑 같이 넘긴다. 으헤헤, 맛있다아.
"움! 마시써요!!"
맛있어서 눈이 번쩍했어! 다른 반찬도 맛있어! 오늘 그림도 많이 그리고 달리기도 많이 해서 그런가 더 맛있다. 사실 그런 거 안했어도 매일매일 맛있지만. 아빠랑 같이 살고나서 계속계속 맛있는 걸 많이 먹어서 행복해! ....생각해보니까 다시 또 조마조마해진다. 1년이나 지났지만, 언제 이 행복이 끝날지 모르니까. ....많이많이 먹어둬야겠다.
메이사 반찬 그릇 위에 내 몫까지 더 얹어줬다. 잘 먹는 거 보니까 내가 다 흐뭇하다니까. 이런 게 육아의 기쁨인 건가~ 나 사실 엄마가 천직이었을지도.
"여기 밥풀 있네. 자, 아~"
다 먹은 그릇을 싹싹 긁고, 입 옆에 붙은 거까지 마저 먹여주면 식사 끝. 나? 나는 그냥 시작하자마자 5분 안에 다 먹었다. 일하느라 습관이 들어서 어쩔 수 없다. 가족이랑 함께 하는 식사는 좀 거북하기도 하고.
누나는 나한테 뭐라고 말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지만, 일단 부모님이랑 애 앞이어서 참는 것 같았다. 아무튼, 나한텐 달짝지근한 밥이라 별로였지만 메이사는 맛있게 먹고, 인사도 드리고 나왔다. 언제나처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출발.
"좋아, 아빠 땀흘렸으니까 집 가서 씻기부터 하고, 그리고 나서 메이사 그림 볼게. 우리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얘기해보자구." "그리고 아빠도 생각해봤는데, 아빤 역시 마당이 있는 집이 좋은 거 같아. 그런 거 꿈이었거든~ 개도 한 마리 키우고?" "아빠 열심히 돈 벌어서 메이사 살고 싶은 집을 꼭 사줄게."
행여나 졸까봐 계속 말을 걸면서 태우고 왔다. 역시 애기용 사이드 카를 살까 싶네, 이럴 땐.
메이사 손을 잡고 아파트 계단을 오르다가, 복도에서 쪼그려 노숙중인 이웃을 발견했다. 안아들어야 하나? 그럼 또 너무 경계하는 거처럼 보여서 해코지하려나. 주의하면서 지나쳤다. ...이사하고 싶다. 딱히 해코지 당한 건 없고, 나한테 문제 있지는 않지만. 그냥 이런 데에서 사는 걸 보여주기가 싫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신발을 벗으며 묻는다.
"너 혼자 있을 때 저런 취한 아저씨가 말 걸면 대답해야 돼, 안 해야 돼?" "안 되죠? 괜히 시비걸릴 수 있으니까. 그리고 바깥은 되도록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다녀. 고모도 괜찮고." "에휴, 나 혼자 살 때는 이런 데도 괜찮았는데, 너랑 있으니까 좀 별로네 여기가."
"마당! 친구도 마당 얘기했어. 니지쨩은 마당이 큰 집이 좋대. 마당에 트랙도 있구, 결승선도 있구.. 매일 레이스 하고 싶댔어." "강아지!! 키워도 돼???"
그렇게 걱정하던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강아지!!! 이사가면 키울 수 있는 걸까? 어떤 아이가 좋을까아. 마당 이야기가 나온 김에 친구 얘기도 좀 하고, 그렇게 얘기하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아빠를 꽉 잡은채로 집에 오면.. 아, 복도에서 또 누가 자고있네. 그렇게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확하고 냄새가 난다. .....엄마한테서 자주 나던 냄새라서 조금, 무서워졌다.
"......"
조용히 아빠의 손을 잡고 집에 들어가면, 아빠도 그 사람이 신경쓰였는지 말을 꺼냈다.
"응, 안돼... 말 안하구 조용히 지나가기!" "네에~ ....유우키 오빠는? 오빠랑 같이 나가는 건 돼?"
할머니랑 할아버지.... 같이 나가자고 하기 좀 어렵다. 말을 걸기도 좀 어렵다고 해야하나. 밥은 엄청 맛있구, 가끔 용돈도 주시지만... 고모는 먼가 바빠보일때도 많구... 결국 남는 건 유우키 오빠인데, 오빠하고도 그렇게 친하진 않지만 그래도 막과자 사러 가자고 할 수 있을 정도는 되니까.
앗! 맞다. 집에 왔으니까 아빠 씻어야지! 방해하면 안돼! 서둘러 신발을 벗고 들어가 가방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아빠 이제 씻을거지?? 그림 꺼내둘게!!"
란도셀을 열고 그림을 꺼내서 테이블에 하나 둘 늘어놓는다. 이건 니지쨩이 그린 경기장 집, 나머지는 내 그림... 아, 이렇게 보니까 엄청 많이 그렸네.
"유우키? 음... 동네 다니는 정도라면 괜찮아. 근데 이제 부둣가 뒤쪽이라던가, 저쪽 신마쵸는 무서운 아저씨들 있는 데니까 절대 가지 말고."
대충 휙휙 옷을 벗어 빨래 바구니에 던졌다. 이번 주말에는 빨래도 하고 집도 보러 다녀야겠네. 애랑 수족관도 가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새 옷들을 꺼내고 욕실에 들어갔다.
뜨끈하게 샤워 함 조지고 담그기까지 하고 오니까 극락이다. 메이사랑 같이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혼자 들어오는 것도 좋구나, 역시 목욕은 영혼의 세탁이라니까... 짧은 반신욕을 마치고 뽀송부시시한 채로 나와서 맥주부터 깠다. 그리고 메이사의 그림을 하나하나 살펴보는데...
"...이 경기장은 뭐지? 이건 URA 소유라서 못 사."
산다고 해도 아빠의 일당으로는 무리야 무리.
"...이거 그거잖아. 에스키모 집."
에스키모 대신 이누이트라고 말해야 하지만, 유우가는 못 배워서 그런 거 모른다네.
"...이 우마레인저는 뭐고."
집...? 일단 들어갈 수는 있지만 목욕탕도 침대도 없다고 여기.
"이건 수영장이네. 메이사 수영 좋아하던가?" "2층인가... 이건 주택이면 문제 없지." "마당 뒤에 나무가 있는 걸 좋아하는구나 메이사는."
그런가, 할머니네 집 근처에 마당이 있고 공기풀장을 설치하면 되는 거구나. 아무래도 설계 단위에서 수영장을 생각하지 않으면 곤란하니까. 공기 풀장을 좀 큰 거로 사봐야겠는데... 나무는... 그래, 어디 노부부가 살다가 죽은 곳 없으려나(미안 할머니 할아버지, 내가 잘 인수인계할테니까)
메이사가 들으면 고사리 주먹으로 꽁꽁 쳐맞을 생각을 하면서 맥주를 홀짝였다.
"좋아, 그러면 내일 할머니네 집 근처에 이런 집 없나 한 번 물어보지 뭐. 가격 보고 할 수 있을 거 같으면 거길 목표로 뼈빠지게 벌어야겠구만." "그리고 시간 남으면 영화보러 갈까? 깜찍이 우마핑인지 뭔지 그런 거 좋아하지 않아 메이사?"
"아, 그거 니지쨩이 그려줬어! 마당에 경기장이 있는 집이래. 앗... 주인 따로 있는거야 이런 집은??" "응. 겨울엔 눈 많이 오니깐. 겨울에 사는 집이야. 여름엔 여기 우마=피라미드에 사는 거야." "우마레인저 집은 우마레인저 집이야."
그림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설명한다. 우마레인저 집은... 우마레인저 집이라서 딱히 설명할 게 없었지만. 앗, 아빠는 수영장이 있는 집이 마음에 드는 것 같네!! 나도 그 집 괜찮다고 생각해!
"응! 좋아! 수영도 좋구 나무도 좋아. 2층까지 큰 나무가 있어서 계단 대신 쓰는 거야."
위험하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무란 건 그렇게 쓰는 거잖아? 아니면 발차기 연습용이라던가, 편자에 뭐 끼었을 때 팍팍 차서 떼는 용도라던가. 덧붙이자면 요즘 같은 반 우마무스메들의 소소한 붐은 누가 더 나무를 세게 차냐였다. 울타리를 부수면 혼나니까 대용으로 나무를 차기로 했던가 뭐라던가.
"내일 가는거야? 야호~" "!!! 사랑의 우마핑!? 진짜? 보러 가??"
TV에서 해주는 시리즈지만 이번에 극장판이 나왔는데, 팝콘세트랑 같이 파는 키링이 귀여워! 몇 명인가 란도셀에 달고 다니는 애들도 있는데, 볼 때마다 조금 부러웠다. 그래도 보러 가자고 조르는 건... ...하면 안 되는 일 같으니까 참고 있었는데, 아빠가 먼저 가자고 할 줄은!!! 너무 기뻐서 나도 모르게 폴짝폴짝 뛰어버릴 것 같아서, 작게 발을 굴렀다. ...살살. 세게 구르면 이 시간엔 시끄러울테니까. 그리고 아빠한테 확 달려들어서 꾸우우욱 끌어안았다.
너무 아름다운 걸 봐버렸어요.,.........것.......거짓말.......어...어퀘이런게........우우우우우웃.,.....🥹🥹🥹🥹🥹🥹🥹🥹🥹🥹🥹🥹🥹🥹 저도 앞으로 잘 부탁드려욧...................................................
그보다 메이사는 꼬마 말딸이 사인해달라고 하면 저런 그림 그려주려나 하고 엄청 귀여워졌...으굿....머리가...너무아름다운걸봐서....................
저는 완전히 메이쨔마 삐꼬삐꼬 모드입니다...............메이쨔........늠름해.................어떻게이런 완벽한 미소녀가 나의 쨔무쨔무를..........엌퀘........말도않돼..........헐..........으아아앙...🥹🥹🥹🥹🥹🥹🥹🥹🥹🥹🥹🥹🥹🥹🥹🥹🥹🥹🥹🥹🥹🥹🥹🥹🥹🥹🥹🥹🥹
기념일을 챙기는 건..........정말 기쁜 일이구나.............뉴짤이란 걸 받을 수도 있고 최고잖아요........... 큿........... 500일을 염두에 두고 만화 콘티라도 짜야만....!!!!!!!!!!(뭘그려야할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으웃.................너무코마어요..........마음이 각박했는데 너무나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완전 뀨웅뀨웅되어버렸어요🥺🥺🥺🥺🥺🥺🥺🥺🥺🥺🥺🥺🥺🥺🥺🥺🥺🥺🥺
헤헤... 기뻐해주셔서 행복하네요😸😽🥰🥰🥰🥰 사?실 8월까진 1주년 맞춰서 띠부씰 2탄하구 1주년 기념 짱큰 스팃카도 만들까~ 하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일정이 꼬이고 일이 몰려오고 해서....🫠 이렇게라도.... 2주년엔 진짜 꼭 해야겠어요 큭... 미리 준비해놔야지(?)
히히... 사실 예전의 만화로그가 너무 연출이나 작화면에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서 묻어둔 지 오래라(그것도 한창 바쁠 시기에 그린 거라) 나중에 작화 업그레이드라도 해볼까나~ 하고 있었는데 😏 겨울에 프로젝트 완수하고 좀 여유로워지면 그거라도 할까봐요 부숭유우가로 업그레이드 할 테니까...😏😏😏
앗 근데 다음 일상은 루프지아도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 스트레스 받을 땐 서로 죽고 죽이는 게 최고니까... 가끔 유우가가 🤔 어쩌면 내가 메이사랑 떨어져 지내는 게 루프 탈출 조건인 걸지도 하고 다른 녀석이랑 연애했다가 3루프 정도 시작하자마자 메이사한테 푹찍당하는 걸 본 거 같아요
역으로 메이사가 모브랑 있는 걸 발견하면 유우가가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척 하다가 야살해서 루프 다시시작해버릴지도 😏
다음 루프는 유우가 자취방에서 한쪽은 백수 한쪽은 텅빈죽은 눈으로 살고 있는 거 보였다고요...🙄 루프지아는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는 게 너무 좋은wwwwww 상호순애하기 이전에 운명공동체 관측공동체로 묶여버리고 삶이 저당잡혀버렸다니ww 최고www😇😇😇 오곡..
🫠 유우가 나 사실... 유우가랑 결혼해서 애도 낳고 오손도손 사는 게 꿈이었어 🫠 근데 저번 루프에서 그게 이뤄져서 기뻤어 🫠 비록 유우가가 나한테 심한 짓을 했어도... 그래도 좋아하던 사람이랑 이어져서 좋다고 🫠 사랑의 결실이 생겨서 행복하다고 정말 잠시지만 느껴버렸어... 🫠 근데 그게... 없어져 버렸네...
메이사 곱게 놓고서 ㅁㅔㅇ ㅣ ㅅ ㅏ 가 될 때까지 같은 집에서 생활하다가 경찰 들이닥쳤을 때 리셋해버릴지도요
다음 루프에서 만나자마자 🥺 편안했어? 하고 물어볼 거 같은데 메이사 입장에서는 정신 잃고 깨어나니까 또 조뺑이시작이라는 느낌이라 둘다 멘탈에 대미지만 입었을 거 같고 🤭
그런 걸 몇번이고 반복해서 텅빈 눈이 되어버린 메이사를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서 같이 오래오래 살다가 🤔 왜... 리셋이 안 되지? 😺 5년 지나서도 리셋된 적 있었잖아 🤔 ...왜 리셋이 안 되지? 😿 5년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건가아... 우우... 싫어어 🤔 왜 리셋이 안 되지? 😿 그러게... 왤까아... 하다가 13년차 잉꼬부부나 되어버리라고 녀석들
그리고 13년차에 리셋하는거구나(?) 아니면 백년해로 할때까지도 아무 일 없어서 이제 끝났구나~ 하고 안심했는데 한쪽이 먼저 죽고나서 갑자기 세계가 멈춰버려서 아직도 안 끝난거였어?!하고 충격받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요😏 80년 넘게 같이 살다가 또 리셋된 세계에선 뭔가 둘이 노부부(...)느낌 풍기는 팀으로 유명해질거 같고
저 으헤콘 뭔데요wwwwwwwwwwwwwwwwwwwwwww바보wwwwwwwwwwwwwwwwwwwww 볼 너무너무 말랑해보이잖아 최고wwwwwwwww 아니 근데 사실 저 아래에서 뭔가 벌어지고 있을지도 🤔 하는 후히회로가 돌아가고 있어요 뇌 세탁이 안되네...이상하다...열심히 빨앗는데...
아니 근데... 😏 메이사도 종종 하니까 😏 괜찮지 않나요...히히... 그리고 그날은 유우가의 바보짓 때문에 아마 멧쨔가 😾 상태일 거 같은www
🫠 전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히메이는 좀 이런 타입의 커플이 맞는 거 같아요 저의 으헤한 머리는 둘째치고 둘다 좀 🤔 힘이 넘치니까... 아무래도...어쩔 수 없네...
...저 갑자기 클래식시즌 메이사가 갑자기 트레이닝을 이유없이 힘들어해서 같이 원인을 고민하다가 🤔 흉통 압박...이 문제 아닐까 😺 으헤???? 🙄 ...그...그러니까... 😳 네가 성장하면서 사이즈가 안 맞게 된 거 아니냐... 그 소리야💦 하는 에피를 떠올려버렸어요
유우가가 멧쨔 인생을 망쳐버렸다는 건 생각해도 생각해도 좋은 느낌을 줘요 🙄 우혹... 가끔 멧헤라 멧쨔가 술취해서
😹 유우가 때문에 내 인생은 완전히 망해버렸어 😹 이제 더 이상 옛날의 메이사 프로키온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 유우가가 날 이런 사람으로 만들어놨단 말이야 😹 그러니까 망칠 거면 제대로 망쳐줘 😹 애 만들어서 이제 내 인생 완전히 저당잡아줘어 라고 하면 유우가 얼굴이 볼만하겠단 생각이 들어버렸어요
후후... 그럼 이제 작업실에서 집으로 돌아가야겠네요 😌 간단히 요기도 하고 답레랑 함께 돌아올게요~ 피곤하면 오늘은 일찍 누우셔도 괜찮아요 🥺
잡담하다 잔다고 했지만 피곤해서 트럭 브레이크가 박살이 난 거 같아서🫠뜯어말리다 정신차려보니 1시간이 되어가는...큰일인wwwww
하지만 역시 저 멧쨔랑 헷쨔는 서로 반전이기도 하니까 헷쨔는 부끄럼쟁이고 멧쨔는 자신만만한 편이니까 위가 있으면 아래도있고 아래도 서로 반대인게 맞다... 이건 세상의 진리고 빛이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진리니까..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그냥 그렇게 정해진 자연의 섭리 그 자체인거죠
"그럼 가짜로 보러 가겠냐? 뭘 이런 걸 가지고." "좋아, 그럼 내일 데이트하는 데에 꼬질할 수 없으니까~ 공주님도 퍼뜩 씻고 오세요. 아빠가 물 데펴놨으니까." "옷도 꺼내놓을 테니까 쓱싹 씻고 와, 못하겠는 거 있으면 부르고."
그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 메이사랑 꼬옥 껴안고 잠들었다.
아침은 프렌치 토스트. 대충 면 티셔츠랑 청바지를 입고 준비 끝. 하지만 공주님은 준비해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닌지 바쁘다. 문간에 서서 습관적으로 우체통을 확인하는데, 어라.
왔다. 유전자 검사결과 통지서가. 뜯지도 않았는데 보자마자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걸 볼까 말까. 보면 오늘 데이트를 썩은 얼굴로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역시 나중에 보는 게 낫나. 그런 고민으로 심장이 벌렁벌렁거리는데, 손은 이미 뜯어버리고 있었다. 마음에 비해 몸이 너무 냉정해서 나 스스로도 놀랐다.
그래서 그 결과는...
메이사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퍼뜩 종이를 신발장에 쑤셔넣었다. 그리고 백화점으로 가는 내내, 영화를 보는 내내, 줄곧 고민했다. 친부가 아니라고.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어떻게 하는 게 맞나. 메이사랑 이제 떨어져야 하는 건가.
툭, 하고 손등에 뭐가 떨어졌다. 물이었다. 뭔가 하고 올려다보니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게, 에어컨 물은 아닌 모양이었다. 애들 장난같은 영화를 보면서 우는 날이 올 줄이야. 나 스스로도 어이없어서 픽 웃어버린다.
메이사를 돌아본다. 작고, 약하고, 가엾은 내 딸. 평생 가족이라곤 못 만들 거라고, 있는 가족조차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나따위가 어디 정착할 수 없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서글퍼졌다.
...어떻게 해야하냐니, 그냥 지금처럼 앞으로도 함께 지낼 뿐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옆 팔걸이에 놓인 메이사의 손에 손등을 가져다댔다.
메이사가 마징가 귀가 되면 일단 자기 윗도리 안에 메이사를 집어넣어버릴 거 같긴 해요 😏 어두워서 시야 차단도 되고 둘러싸여서 포근한 느낌도 들고 유우가 농축체향폭격도 당하니까 화해 가능성이 50%는 오를지도 하지만 가끔 그거로 용서가 안되는 빡침이라면 그대로 깨물려서 유우가 눈물 찔끔해버릴지도 모르겠어요 🫠
막판 스퍼트를 좀 내야 하는 때라서 🫠 아마 다음달까지는 주말 반납일 거 같아요 손이 감을 잃지 않도록 종종 낙서는 해보도록...하겠습니다... 그래도 이거까지 하고 나면 겨울은 완전 프리니까요 후후...자기개발이랑 프리지아에 힘쓸래요 아니... 프리지아 개발을 해야겟어... 히메이 둘다 완전히 엣치치하게만들어주마각오해라
한참 집중해서 영화를 보고 있을 때, 손에 무언가가 닿았다. 따뜻하고 커다란 아빠의 손이었다. 늘 그랬듯이, 그리고 무의식적으로도 항상 그랬듯이 아빠의 손을 꼬옥 잡았다. 눈도 얼굴도 계속 집중하느라 스크린을 보고 있었지만 손만큼은 아빠의 손을 꽉 쥔 채였다. 영화가 다 끝나고, 영화관에 불이 다시 켜진다. 다른 사람들이 하나 둘 일어나서 나가기 시작하고 나도 고개를 돌려서 아빠를 봤다.
"엄청 재밌었어 아빠!!" "..아빠? 울었어???"
엑! 아빠 울었어!? 어, 어어, 맞아 중간에 조금 슬픈 장면이 있긴 했는데. 그 그때인가??? 아빠가 우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으 으에우 하고 잠시 허둥지둥하다가 소매를 길게 빼서 아빠 얼굴을 닦아준다. 내가 무서운 꿈을 꿔서 울면 아빠가 이렇게 해줬던 것처럼.
"아빠 괜찮아??"
손도 다시 꾸욱 쥐어보고 하다가, 결국 의자에서 내려와 아빠를 꼬오오옥 안았다. 슬픈 장면도 다 끝났고, 영화에 나온 우마핑도 행복해진채로 끝났으니까. 이제 울지 않아도 되는데....
결국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눈물이 멈출 기미가 없었고, 딸에게 손이 꽉 잡혀있느라 닦아내지도 못했다. 딸한테 딱 걸려서 소매로 얼굴이 문대지고, 또 그 작은 품에 꼬옥 안겨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냥 뭐랄까,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라서 그런가. 나보다 작은 애가 날 위로해준다니. 그보다, 울고서 위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인 기분이었다. 말이 안 됐다. 싫은 느낌은 아니어서, 결국 나도 메이사를 꼬옥 안아버렸다.
이런 느낌을 다시는 느끼지 못한다니 그건 싫어. 더 같이 있고 싶다. 비록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그러니까, 오늘 받았던 그건 다시 꺼내지 말도록 하자. 마침 신발장은 별로 쓰지도 않으니까 잘 된 일이다. 이사할 때 남기고 오면 돼. 응. 내 마음에 묻어둬야지. 그렇게 결심했다.
*
"...그래서 여기 옆에 딱 우리가 찾던 매물이 있는데 말야. 3백 정도가 모자라가." - 음. "어떻게, 좀, 꿔주실 수 없나 하고..." - 여보, 우리 현금이...? - 금고에 백이 있고 계좌는 좀 살펴봐야 하는데, 4백은 있을 거예요.
으음... 하는 침음성을 흘리던 아버지는 팔짱을 풀고 물었다.
- 느이 딸이 아이라며. "아니, 그건 그렇지만은 어떻게 가족을 그렇게 기다 아이다 딱 잘라 말하나. - 참나. 지금까지 니녀석이 한 건 뭐고 그럼. "......그러니까 갚는다고."
원래라면 그냥 안되는가보다, 하고 박차고 나왔겠지. 하지만 최대한 빨리 이사하고 싶었다. 그 집에 종이 째로 버리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그리고 새 집에서 내 딸이랑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안되나." - ...니가 집을 보면 얼마나 본다꼬 그래. 그런 건 내가... "메이사가 거기 살고싶다 캐서." - ............곤치면 그만이다이가. 알긋다. 두주내로 마련 해주꾸마. 직원들 일당도 주고 현금정산 좀 해고 세금나오는 것도 봐야해서 그래. "안다." "...고맙습니다."
그래서, 그냥 마음이 정해진 김에 바로 집 보고 부모님한테 돈을 꾸기로 했다. 문제는...
"이제 그 집 살려면 아빠가 일을 많이 해야 해. 그래서 겨울에는 종종 저어기 홋카이도로도 가고, 이와테로도 갈 수도 있어. 부르는 대로 일을 해야 해가." "그러니까, 겨울에 아빠랑 전화가 안 돼도 너무 걱정하지마 우리 딸. 할머니 할아버지랑 있으믄 든든하다 아니야?"
하루 6시간에 2만엔, 오며가며 남는 거라도 있으려거든 일주일은 눌러박혀서 포인트 다 끝내고 와야 한다. 야간까지 하면 대략 일주일에 25는 벌어오겠지. 그렇게 겨울 내내 어디로든 가며 일하다보면 삼백은 금방 갚겠다. 그런 희망적인 관측을 하며 오토바이를 몰았다. 뒤에 있는 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아빠랑 꾸우욱 안기도 하고, 영화도 재밌었고 완전 최고의 하루였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오토바이 뒤쪽, 아빠의 등을 꽉 붙잡고서 바람에 귀가 팔랑이는걸 가만히 느끼고 있다보면, 아빠가 말을 꺼냈다. 겨울에는 종종 홋카이도에도 가고, 이와테로도 간다고. 홋카이도는 위고 이와테는 여기보다 아래였지? 교실 뒤에 걸려있던 지도를 떠올려본다. 오늘 보고 온 집에 살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고, 그래서 아빠가 겨울에 위로도 가고 아래로도 가는 거구나. 그동안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지내는 건가 봐. ....그건 괜찮은데. 엄마한테 다시 가라고 하는 게 아니라서 안심했는데. 근데, 전화가 안 되는 건 조금 쓸쓸할지도....
"....응....."
분명 아까까지 엄청 좋은 하루였는데. 지금은 어쩐지, 벌써부터 쓸쓸해졌다. 아빠한테 두른 손을 좀 더 꼬옥 잡았다.
"나 잘 참을게..."
그치만 쓸쓸해하면 안 돼. 아빠는 날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니까... 잔뜩 내려가있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렇게 해도 지금은 아빠한텐 안 보이겠지만.
"그러면 나 겨울엔 쭉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는 거야?" "체르탄도 데리고 가도 돼?"
아빠가 사줬던 사자 인형, 평소에는 할머니네서 잘 때도 들고가진 않지만... 아빠가 멀리 가 있는다고 생각하니까 어쩐지 이번엔 꼭 데리고 가고 싶어졌다. 체르탄도 집에 혼자 있으면 쓸쓸하겠지, 예전의 나처럼.
히히.. 체르탄... 여기서도 존재하는구나 😏 유우가가 애기침대 사주면서 같이 샀으려나요 🤔 아니면 같이 꼭 껴안고 자려나... 뭔가 짱구네처럼 이불 펴고 둘이서 데굴데굴 자고 있을 이미지인데 말이에요 하지만 새 집으로 가면 애기침대도 사고 애기 방도 2층에 생겨서 유우가 외로워지겠지...🥲
"응. 아마 그렇게 되겠지? 그러니까 체르탄이 집에서 혼자 외로워하지 않게 꼭 챙겨오자." "그리고 새 집 단장이 끝나면 친구 초대도 해볼까? 니지쨩이랬던가, 걔도 좋고 새로 사귄 애도 좋겠고. 메이사가 원하면 생일 파티 같은 것도 열어보는 건 어때? 재밌겠다, 그치."
물론 나는 생일 파티 같은 걸 열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집안이 부유한, 친구가 많은 녀석들이 종종 초대하는 걸 본 적은 있다. 재밌다고 이야기 하는 것도. 나는 부러워할 뿐이었지만 메이사는 직접 해봤으면 좋겠다.
"아빠도 종종 일 끝나고선 할머니네 집에서 잘 거 같아. 그러면 같이 코 자자."
뭔가 힘빠진 듯한 목소리가 신경쓰이는데, 돌아볼 수는 없어서 내가 되려 씩씩하게 말을 걸게 된다.
"...조금만 참아줘, 아빠도 메이사가 많이 보고 싶을 테니까."
그리고 집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메이사와 내 헬멧 모두 핸들에 걸쳐놓고 머리를 박박 쓰다듬었다.
"아빠는 여기서 담배 한 대 태우고 전화 좀 하고 드갈테니까, 메이사는 먼저 가 있어. 가면 같이 씻자."
그리고 담배 한 까치 물고 돌아섰다. 어 킨요우, 오랜만이다. 다름이 아니고 너 저번에 하겠냐고 했던 배관일 말이야...
생일 파티, 한번도 해본 적 없는데. 만화에서 본 것처럼 할 수 있을려나. 조금 기대된다. 그래도 역시 아빠가 멀리 갔다 오는 건 쓸쓸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할머니네 집에서 같이 잘 수 있다고 하니까. 응. 그러면 괜찮아...
"응.... 잘 참을게. 착하게 있을게요." "네-에! 그럼 나 먼저 들어가서 물 데울래! 이제 할 수 있어!"
욕조 물 데우기! 이제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밖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아빠를 두고서 먼저 집으로 들어간다. 신발을 벗고, 잘 정리해서.... ....아, 아침에 이것저것 신어본다고 꺼내서 그런가, 현관이 좀 어수선하다. 좋-아. 안 신는 신발은 신발장에 넣어서 정리해둘까! 깨끗하게 정리하면 칭찬 받을지도 모르고! 신발을 들고서 신발장을 열면, 비어있는 공간에 신발 대신 종이가 들어 있었다. 에, 어째서? 조금 구겨진 거 같기도 하고, 뜯어진 편지봉투 같은 거도 보이는데... 뭐지? 쓰레기인가? 일단 그걸 꺼내고 들고 있던 신발을 넣는다. 다른 신발도 착착 정리해두고 꺼냈던 쓰레기 같은 종이를 보면.... 편지?
"....이건 아빠이름... 이건 내 이름인데.... 으....?"
먼가.... 숫자랑 영어랑 많다아... 뭘까아.... 그리고 어려운 글씨가 많아서 잘 모르겠어어. 그대로 종이를 들고 이리저리 들여다보지만 응, 역시 잘 모르겠다. 뭔가... 뭔가가 다르다?라고 적힌건가 이거?
"으무......" "...앗, 맞다 목욕물!!!"
깜빡할 뻔했어! 종이를 그대로 테이블에 툭 내려두고 서둘러 욕실로 간다. 이거랑 이 버튼을 누르면... 응, 물 데우기 끝! 잊지 않아서 다행이다아. 땀은 안 났지만, 이마를 쓱 훔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빠는 아직인가? 그럼 기다리는 동안... 음... 음..... 또 그림 그릴까. 뒷면이 하얀 광고지를 테이블 위에 놓고 볼펜을 꺼낸다. 아까 그 종이도 아래에 깔려있지만... 거기엔 그림 그리면 안 되겠지. 뭔가 중요해보이고. 글자만 많으니깐. 그대로 앉아서 그림을 그리면서 아빠를 기다린다. 뭐 그릴까나.... 고양이라도 그릴까.
결론. 의뢰인1(히다이 유우가)과 의뢰인2(메이사 프로키온)은 5개의 유전자 좌에서 불일치가 나타나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음.
소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에게는 어려운 한자가 너무 많은 말이다. 그걸 곱씹으면서 집에 들어선다. 메이사에게 말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알아야 하는 걸까, 자기자신에 대한 일이니까. 아니, 어쩌면 기껏 만든 애착관계가 어그러질 수도 있어. 괜한 씨앗을 만드느니 그냥 이대로 지내는 게 나을 수도 있어... 고민하다가, 식탁에서 그림을 그리는 메이사를 발견한다.
"...젖소 그리고 있던 거야? 잘 그리네 메이사~" "아빠 전화 끝났으니까 이제 씻을까? 아빠는 옷 꺼내두고 있을 테니까 먼저 들어가 있어."
이 흰색과 검은 색의 조화, 그리고 개뚱뚱해보이는 네모난 쉐입, 아무리 봐도 젖소네. 응. 생각하며, 메이사가 그리던 것과 옆에 널린 이면지들을 다 모았다. 친자검사서는 거기에 섞여들어가버렸다. 이면지 넣는 파일에다 대충 다 끼워넣고, 펜도 도로 꽂아놓고, 메이사 내복을 특별히 우마핑 내복으로 골라놓는다. 내 옷은 빨래통에, 메이사가 벗어놓은 외출복은 따로. 그리고서 대충 씻고 탕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시답잖은 생각들이 다 사라지고, 수증기에 붕 뜨는 기분만 느껴진다. 이 좁은 욕조도 조만간 큰 욕조로 바뀌겠지. 그러고 나서도 메이사랑 같이 씻을 수 있으려나. 좀 어렵나. 쓸쓸한 고민을 하며 메이사를 꼬옥 껴안았다.
이 삶이 계속되면 좋겠다...
치카치카도 하고, 옷도 입혀주고, 꾸벅꾸벅 조는 메이사를 앉혀놓고 머리도 말려주고. 요를 깔고 옆에서 도닥거리며 재웠다. 예전에는 고단하지 않으면 금방금방 깨더니, 지금은 잘만 잔다.
메이사가 자면 이사업체를 좀 알아봐야지 생각했는데, 그냥 자버릴까 싶기도 하다. 메이사가 자는 걸 보면 나도 잠이 와서... 음 좋아, 자버릴까. 폰을 머리맡에 대충 던져놓고 메이사를 꼭 껴안고 잠에 들었다...가.
펜을 내려놓고 후다닥 욕실로 향했다. 옷을 벗어두고 들어가면 물이 잘 데워졌는지 수증기로 뿌옇게 되어 있었다. 와아~ 구름 속에 들어온 거 같아! 먼저 씻고서 욕조로 조심조심 들어간다. 처음엔 엄청 뜨거웠는데, 조금만 참으면 금새 익숙해진다. 예전엔 몰랐지만 이젠 잘 알고 있어. 뜨끈한 물에서 눈을 꿈뻑이고 있다보면 아빠도 들어온다. 욕조에 공간을 내기 위해 잠시 소쩍새처럼 쪼그라들었다가(?) 아빠가 욕조로 들어오면 슬금슬금 가서 기댄다. 오랜만에 영화도 보구 여기저기 돌아다녔더니 먼가 졸린 거 같아....
"음냐... 아빠아..."
반쯤 졸다가 아빠가 껴안아줘서 살짝 잠이 깼다. 한 손으로 눈을 부비면서 치카치카를 하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온다. 아빠가 머리를 말려줄 땐 이미 다시 반쯤 잠든 상태여서, 언제 요에 누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축축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떴다. 축축하고 차가워... 머지이..... 슬쩍 일어나면... 움직이는 순간 축축한 느낌이 더 늘어났다. 엣, 서, 설마....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살짝 들춰본다. 손으로 더듬어보면... 축축한 이불과 요, 그리고.... 내 바지....
"엣... 아... 아우...."
.....오, 오줌... 쌌나봐...... 자각하고나니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바지와 속옷까지 푹 젖어서 몸에 달라붙는 느낌이... 크, 큰일났다. 어쩌지. 어쩌면 좋지. 얼굴에서 뭔가 싸하게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어... 당황해서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다가 눈이 마주쳤다. 어느새 잠에서 깬 아빠랑.
"아..... 으.... 아빠아....." "죄, 죄송해요오....."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 어쩌지. 나, 나쁜 아이가 됐어. 이번엔 진짜로, 집에서 쫓겨날지도 몰라. 다시 엄마한테 가라고 하면서... 무서워서 귀도 뒤에 착 붙어버리고, 꼬리도 다리 사이에 숨어버렸다.
>>385 깨보면 얼굴이 새파래진 채 날 바라보는 메이사가 있다. 그리고 따듯하고 축축한 느낌도. 음, 아냐아냐. 익숙해. 몇 번 당해봤지. 오늘 더 자긴 글렀다는 생각과 함께 얕은 한숨을 푹 쉬고 이불을 젖힌다. 나나 메이사나 열이 많아서 아직 여름용 얇은 이불을 덮었기에 망정이지. 겨울철 솜이불이었으면 일이 세 배였다.
“오줌 쌌네? 괜찮아, 괜찮아, 아빠가 잘 할 테니까, 일단 젖은 옷 벗고 화장실 가서 물로 씻고 있어.”
겁을 집어먹은 듯 덜덜 떠는 메이사. 우리 집에 처음 와서 그릇을 깨먹었을 때 같은 반응이다. 축 늘어진 귀 하며 떨고 있는 것 하며. 머리에 손을 올려놓자 파득 떠는데, 그대로 슥슥 쓰다듬어 주니까 소쩍새처럼 쭈글해졌던 게 조금은 누그러진다.
“꼬리는 비누로 빡빡 닦아야 돼, 알았지?”
나는 이불을 챙겨들고 나서서, 얇은 이불 하나는 일단 세탁기에 넣어버렸다. 그리고 관건은 요인데, 이 아래 커버가 방수였던가 아닌가. 깔아놓는 이불은 욕조에서 밟아서 빨아야겠고, 커버가 방수가 아니라면… 지퍼를 열고 안쪽을 더듬어보니 다행히 방수였던 듯 뽀송했다. 그대로 커버만 벗겨서 이 놈도 세탁기에 투하. 바로 돌리고 싶지만, 7시는 돼야 돌리는 게 예의겠지. 이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네.
들어가면 꼬리를 벅벅 닦고 있는 메이사가 보인다. 욕조에 이불을 던져 넣어 놓고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자, 오늘은 아빠랑 빨래하는 날이야. 근데 이건 메이사가 한 일이니까 직접 처리해야 되겠지?” “그러니까 아빠가 세탁기로 우리 옷을 돌리는 동안, 메이사는 아빠가 세제 풀어준 물에 이 이불을 꼭꼭 밟아서 빨아줘야 해. 에구, 혼내는 거 아냐. 아빠도 어릴 땐 자주 그랬으니까.“ ”일단 지금은 새 옷 입고 다시 자자. 새벽에 세탁하면 이웃에 민폐거든. 아빠는 나가서 옷 꺼내둘게.“
메이사의 속옷이랑 바지를 앞에다 꺼내놓고, 새 요 커버랑 이불도 꺼내서 세팅하다보면 메이사가 들어온다. 아까처럼 겁에 질리진 않았지만 뭐랄까, 쭈글한 건 여전하달까. 그런 메이사에게 일부러 쾌활하게 웃어보였다. 팔도 활짝 벌려서.
아빠 한숨쉬었어. 부, 분명 화난 거겠지. 머리로 손이 다가와서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리에 손이 닿자 저절로 몸이 움찔 크게 튀었는데, 아빠는 그냥 쓰다듬어주기만 했다. 일단 옷을 벗고 씻으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화장실로 갔다. 물로 적시고 비누칠을 하는데 어쩐지 눈물이 났다. 왜 이런 바보같은 실수를 했지... 이러다가 또 이사할때 나만 남겨지게 되면 어쩌지. 다시 엄마한테 가서, 또 예전처럼 지내는 건가. 근데 그렇게 돼도 할 말이 없어. 내가 잘못한 거니까.... 훌쩍훌쩍 울면서 꼬리를 박박 문지른다. 거품을 아무리 내도 예전 쓰레기집에 살던 때의 냄새가 나는 거 같아서, 계속계속 문질렀다. 그렇게 닦고 있다보면 아빠가 들어와서 욕조에 이불을 던져넣었다. 지, 지금 해야하는 거겠지...
"...네, 네에...." "웃... 우우....."
지금 바로 하는 게 아니라, 다시 자고 일어나서 해야 하는구나. 아빠가 말하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마저 닦고 헹구고, 꼬리를 최대한 수건으로 문질렀다. 지금은 드라이기를 쓰면 시끄러우니까... 북북벅벅 문질러도 조금 축축했지만, 그래도 조금 괜찮아졌네. 이제 옷을 다시 입고, 아빠한테로 돌아간다. 새 이불이랑 요가 깔려있었다. ...눈치를 보면서 조심조심 걸어가면, 아빠는.... .....웃고 있었다. ...화내는 게 아니라...?
"....웅..."
이리 오라는 말에 그대로, 아빠 품으로 쏙 들어갔다. 조금 눈치를 보다가 슬쩍 나도 아빠한테 팔을 둘러서 꾸욱 안았다.
"아, 아빠아... 이제 조심할테니까아...." "다신 이러지 않을테니까.. 이사할 때 두고가지 말아줘....."
사실 저는 오늘 시험작 만들면서 🙄 유우가가 멧쨔 결혼식에 참석하는 꿈을 꾼다는 설정을 생각했어요... 안되겠다 유우가 들고 튀어야지 🙄 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쩐지 결혼 밥도 체해버리고 자기한테 떨어지는 부케도 못 받고 멍 때리다가 얼굴에 처박아버리고 박수 쳐줘야하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찝찝함에 고민하다가 결국 알지 못한 채 메이사와 모브의 아이를 잘 봐주는 수상한 삼촌이 되는 걸
사실 저는 오늘 시험작 만들면서 🙄 유우가가 멧쨔 결혼식에 참석하는 꿈을 꾼다는 설정을 생각했어요... 안되겠다 유우가 들고 튀어야지 🙄 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쩐지 결혼 밥도 체해버리고 자기한테 떨어지는 부케도 못 받고 멍 때리다가 얼굴에 처박아버리고 박수 쳐줘야하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찝찝함에 고민하다가 결국 알지 못한 채 메이사와 모브의 아이를 잘 봐주는 수상한 삼촌이 되는 걸
히히...힉히히...퇴근했더니 수상하게 예쁜 외출복을 입고 저녁을 간소하게 차린 아내와 점점 말라져가는 옆집 아저씨... 아행복해 아진짜행복해...🙄🙄🙄🙄🙄🙄🙄 유부녀멧쨔 진짜 좋은 우유냄새날 거 같고 농후한 유부녀와 순애미소녀가 한몸에있다는게 ㄹㅇ 말도 안됩니다... 심지어 애엄마라고..와..이게마누라지
히히... 로맨스 영화의 엣치치한 씬 보다가 추궁당해서 얼굴 새빨개진 멧쨔도 상상하고행복.. 그저 행복...
모브남편... 분명 집에도 늦게 들어오고 연애할 때랑은 다르게 히히도 잘 안하고 맨날 피곤하다고 하고 저녁도 밖에서 먹고 올때 많고 주말엔 잠만 자서 멧쨔를 쓸쓸하게 했겠죠 전부 모브남편 잘못이니까...🫠 멧쨔가 유우가한테 츄츄💕하러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로맨스 영화 엣치치 씬으로 추궁당한다니wwwww 😿 우웃...(그 그래도 저 엣치치씬의 남주에 유우가를 대입해서 상상했다고는 절대 말 못해앳💕) 🙄 🙄 미안한데 입으로 다 나오고 있어 🙀 앗와?! 뺫?! 멧쟈... 수치심에 도망치려다 잡혀서 마구 우왓뺫엣치치 당하면 좋겠네요...히히....😏
자각한 유우가가 음침하게 🙄 (난 옆에서 보기만 해도 만족하니까...) 하여 옆집으로 이사갔는데 그렇게 무난하게 지내는가 싶더니 멧쨔가 볼 때마다 점점 울적해보이고 언젠가부턴
😿 있지 유우가... 저녁 먹으러 올래? 하고 남편이 올 줄 알고 차렸던 저녁 유우가한테 대접한다던가...🫠 남편이 돌아와선 🤔 저 사람이 왜 당신이랑 저녁을 먹어? 하는데 😾 그치만 당신 몫을 차려뒀는데 오지 않았잖아요 하다가 어느날 남편이 바람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유우가가 🫠 너도 바람 피면 되잖아 하는 말에 유우가 집애서 우호오오옷...이라는 전개가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완성됐어요 이거 최고다...🙄 모브가 있지만 이건 좋아... 우혹..최고..
남편이 마당에서 담배피는 동안 담 너머 2층 창문에서는 🙄 같은 거 생각 안 했어요 어휴 누구지 이런 거 생각한 사람...
아침에 남편이 덜 깼을 때 알리바이 만들기 위해 억지로 츄우츄우 하는 메이사를 상상하지도 않았다구요 그리고 유우가한테 제일 먼저 두 줄을 보여주는 메이사도 상상한 적 없고요 결국 메이사가 양수 터졌을 때때 남편은 불륜 중이어서 유우가가 엠뷸런스 불러주는 것도 상상하지않았고요
🙄 남편이 불륜하러 나간 사이에 안방 침대에서는... 같은 것도 전혀 상상하지 않았어요 병원도 유우가랑 같이 가게 되는 것도 상상 안 했고요... 출산 후에도 남편보다 유우가가 아기를 더 많이 자주 봤겠지 하는 것도 상상...하지 않았다고요....🫠 아이가 처음으로 아빠라고 부르는 것도 유우가고 남편한테는 낯가리는 것도....
그런 대화가 가능한건 아파트의 장점이니까...히히.... 얇고 방음 잘 안되는 벽 바로 옆에 남편이 있는데...💕하고 더 도킷한 멧쨔라던가😏 유우가한테 😻지금 집에 남편...있다구...💕하고 속닥거린 뒤에 으고오오옥 하고 외치게 되는 멧쨔라던가 이것저것 상상해버려요 히히히...🫠
유우히쨩 뭘 가지고 놀고 있는거야wwwwwww 멧쨔는 옆에서 🫠(나는 열심히 말렸지만 무리였어)하는 얼굴 하고 있었겠네요... 마치 한겨울에 수영복 입고 유치원 가겠다고 땡깡피우는 유우히한테 졌을 때의 얼굴 같겠지....
wwwwwwwww신나게 워터슬라이드도 타고 유우가도 타고 메이쨔도 타는거군요😏 유우가 몰래 사둔 엣치치 수영복도 챙기겠네요 멧쨔😏 너무 많이타서 퇴실 시간 가까워졌는데 체력 방전되고 둘 다 꼼짝도 못해서 결국 숙박으로 변경하는 것까지 본 거 같아요🙄 쿨쿨 잠도 자고 푸짐하게 밥까지 잘 챙겨먹고 나오렴....🤭
나는 메이사가 주눅들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주눅보다는 뭐랄까,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고 야단을 맞을 것처럼 떨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나도 그런 적은 있다. 소학교 시절 중학교 선배의 코를 부러뜨려놓고는 두려움에 떨던 거일 뿐이고, 메이사처럼 고작 자다가 지도 그린 것 가지고 겁을 집어먹진 않았다.
...메이사는 어떤 삶을 살아왔던 걸까? 이럴 때면 그런 궁금증이 들지만, 구태여 묻지는 않는다.
"아빠가 왜 메이사를 두고 가. 기껏 메이사 좋아하는 집으로 구해놨는데. 거기에 메이사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야."
품에 쏙 들어와서 훌쩍거리는 남의 딸. 그 머리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무디고 거칠거리는 손에 머리카락들이 잔뜩 엉켜 미묘한 감각을 남긴다. 그게 싫지는 않았다. 남의 씨앗에서 나온 머리카락이었어도. 왤까.
이미 마음에 들여놔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찹기만 한 일에 둘러싸여 살다가, 이 정도의 딱 인간다운 온도를 끌어안고 있는 게 마음에 들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머리가 다 커버린 여자랑 다르게 의심 한 점 없이 믿을 수 있단 것도 좋아서, 그래서 메이사를 더 이상 내칠 수 없는 건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빠는 메이사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고모보다도, 할머니보다도, 할아버지보다도 메이사가 좋아.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아빠는 메이사가 어른이 될 때까지 쭉 같이 살고 싶어. 그러니까 이사갈 때 두고 가는, 그런 건 하지 않아. 메이사가 체르탄을 두고 이사가지 않는 거랑 똑같지. 그치?"
등을 도닥거리며 어설프게 달래준다. 그게 먹혀드는지 숨소리가 잦아들고, 더 꼭 붙어온다.
"메이사가 없으면 아빠도 외로울 거야. 분명."
그러니까 이제 코 자자, 하며 껴안은 그대로 옆으로 누웠다. 자연스레 팔베개를 베고 내 품에 파고들은 메이사를 도닥도닥하며, 애가 익숙한 박자에 잠이 들 때까지 그렇게 껴안고 달래줬다.
(*뭔가 슬슬 막레 시점이 온 거 같기도...🤔 이걸 막레로 받아주셔도 괜찮고 막레를 주셔도 괜찮은ww 더 이어주셔도 완전 OK입니다)
으헤헤🤤 저는.. 개인적으로 멧쨔가 중학생 되고 나서 발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어요 중1까진 사춘기도 아직 안 온 느낌으로 그냥 착한 멧쨔😸로 지내다가 중2 올라가기 직전 겨울에 그걸 발견해서🫠 엣..🙀하고 충격받게 된다던가... 그 이후로 살짝 방황도 하고😏 친아빠가 아니니깐..😿하고 거리두기 시작한 걸 유우가는 🫠우리딸 사춘기구나.. 하게 된다던가 마구마구 망상한wwwwwww
히히...히히히...그때까진 아빠조아😸 였다가 발견하고 나서 거리도 두고 그럴 때마다 더 다가오는 아빠 때문에 아빠 좋아...😹 가 되어버리는 멧쨔를 상상하고 해피해졌어요... 히히... 친모 찾아가는 이벤트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버리네요 🫠 완전 다메마마다메인간이 되어버린 친모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려나... 아니...사실 멧쨔가 초딩 고학년이 될 쯤에
🤔 멧쟈야 너는 엄마 필요 없니? 라는 알수없는 의도의 질문을 던져서 멧쨔의 마음을 뒤흔들어놓고 싶다..
😿 나 난 아빠만 있으면 돼... 엄마 시러... 하고 유우가를 꼬옥 안아야만해...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엄마 손길이 없어서 친구들에 비하면 어딘가 꼬질한 느낌이 나는 멧쨔를 보고 유우가가 심란해하면 좋겠는wwww 제 취향 좀 이상한wwwwww
🫠그리고........저 좀....그런가...싶긴한데........ 고학년 멧쨔가 초경을 맞이해서 허둥대고 당황하는걸 유우가가 달래주는게 보고 싶어졌어요... 이번 일상에서 지도 그리고나서 절대 안 그럴거야!!하고 자기 전에 화장실도 꼭 가고 조심하던 멧쨔... 고학년이 되면서 그럴 일 이제 없겠지 생각했는데 자다가 뭔가 뜨끈한 느낌에 깨서 이불을 들춰보니 피가...🫠 이불에 또 실수했나? 에? 그 그그그근데 피잖아 이거!?!?🙀 하고 당황해서 일단 혼자 화장실에서 손빨래하다가 유우가한테 들키고...🫠그런거.....
🤔 호오... 과연... 유우가가 아무리 예쁜 옷 사준다 해도 애엄마들이 세심하게 고르는 예쁜 옷이랑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 그래서 옆옆옆집 미스미 엄마(특 : 정자은행으로 자가수정함, 싱글맘임, 딸 키움)한테 조언 구하는데 야속하게 미스미맘한테 틱틱대기만 하는 멧쨔라던가를 상상해버렸어요 🤭
근데 초경은wwww 유우가도 약간 깜짝 놀랄 거 같은wwwwwwwwww 메이사 키우면서 수절한 지 오래 돼서 여자에 대해 완전 까?먹음 상태가 되어버려서 유우가가 더 😨 메이사 병 걸린 거 아이가!? 니 병원부터 가야 한다 아니야!? 하면서 깜짝 놀랄지도......
🙀 아 아니 압바 이건 사실 그 어 여자애들은 새 새생리라는 걸... 🫠 아 맞아 너네는 그런 것도 했었지 완전 납득했어 🙀 진정하는 속도 너무 빠르잖아
유우가... 왜 오빠만 되면 이렇게 하남자가 되는 거야...🫠 뭔가 쓰르라미지아 때도 그렇고 상당히 오빠라는 배역에 들어가면 숨겨뒀던 하남자력이 터지는 기분이 들어요 기센 동생에게 눌려 살아서 그런 걸까 🤔
뭔가 이 녀석들의 방 배치... 바로 옆 방이고 침대가 벽을 사이에 두고 붙어있는 형태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음흉해 음흉해 아무튼 시체는 어떻게 잘 주스로 만들어서 흘려보냈다고 합니다 😌 메데타시 메데타시 라고 했지만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과... 학교에 찾아와서 탐문수사하는 경찰...흉흉한 학교 분위기... 일찍 귀가하라고 하는 학교... 그런 분위기에서 서로 불안에 떠는 공범이었으면 좋겠네요 히히
동생 머리 완전 이상하다고wwwwwwwwww 죽음을 좀 두려워하란 말이다 코이츠wwwww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걸리지는 않았지만 유우가는 강박이랑 편집증이 생겨서 방 안에 틀어박힌 히키코모리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 그러면 멧쨔는 오히려 좋아😽 려나 아니면 😿 우우 존경스러웟던 오빠가... 하려나 궁금하네요wwwww
헤헤... 저 그거 2층침대 좋아요 🤤 부모님이 멧쨔 너는 왜 2층 안 쓰니? 하면 🥺 높은 거 무서워어 해서 이사가면서 침대 분리시키고 각방도 줬더니 오빠 방에 기어들어가서 🤔🤔 여보... 뭔가 높은 게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몰라... 하는 묘한 낌새를 풍긴다던가 그래서 유우가가 은근히 벽을 치는 식으로 멀어지고 여친도 사귀고 하면서 쓰르라미지아가 되는 걸까나...😏
이힉힉히...... 유우가는...부모님한테 밉보이기 싫었다가 결국 부모님을 잃게 된 거야... 바보...히히히히...🫠🫠🫠🫠
갑자기 저....... 루프지아 세계선에서 서로 죽일듯이 싸우다가 진짜 한쪽이 죽어버렸는데 그래서 이상현상이 오려나 리셋할까나 고민하던 찰나 분명 자기가 죽였던 상대가 부활한 세계선을 떠올려 버렸어요 🤔
처음에는 😨🙀 어라... 어째서... 왜 리셋 안된다...??? 얜 진짜 부활한 건가 아니면 이상현상인가... 긴가민가해하다가 점점 안심하고 화해도 하고 정도 들게 되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이한 행동을 한다던가 끔찍한 일을 멋대로 저지르는 등의 찝찝한(그러나 둘다 정신병자 상태라 뭐가 어떻게 다르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일들이 생기면서 의심하는 세계선...그걸 보고 싶어졌어요
현상 유우가가 들개 물어뜯어서 잡아먹는거로 발견된 걸 🙀 뺫... 하다가 주기적으로 산책시키면서 고기공급시켜주는 멧쨔라던가 뒷골목에서 헌팅하는 양아치 3명을 토막내버린 멧쨔랑 조우하는 유우가라던가...
저번에도 비슷한 전적이 있어서 더 긴가민가한 거 아닐까요 🫠 그때는 죽어도 루프하는 서로에게 안심하고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히히 중에 갑자기 유우가를 피날때까지 물어뜯는 멧쨔라던가 목조르는 게 취미가 된 유우가라던가 🫠 그래서 🫠 아 실수햇다💦 한 경우도 종종 있을 거 같고 그 다음 루프 때는 서로 손가락 걸고 😟 우리 피는 보지 말자... 😿 찬성찬성... 이러고 약속할지도...
헉 갑자기 떠올랐어요 평소처럼 리셋하고 다시 깨어났는데 둘 중에 한 명만 루프를 기억하고 있는...🙄 어쩐지 초반에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도 나중에 리셋포인트가 가까워지면 🫠왜 너만 편해진거냐고 왜 나만... 하고서 목을 졸라버리는 멧쨔나 유우가를 상상했어요....
유우가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 그래~ 멧쨔도 슬슬 편하게 지내야 할 때가 온 거지~ 하고 덤덤한 척 받아주다가 받아주다가 히신병자가 돼서 🥺 혼자만 기억하고 있는 건 외로워 🥺 이대로 나만 계속 루프해버리면 어떡하지 🙀 케 켁... 🥺 나 혼자서만 그 고생을 기억하는 채로 계속...... 🥺 그래서 확인해볼 거야 이게 이번만 생긴 이상현상인지, 아니면 영구적인 건지... 🙀 꺽... 케흑... 하는 거 보였다고요...🫠
그리고 결국 해버렸군요 하찌미급 낙서...🫠 ...언젠가...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하하.......... 젠장
멧쨔만 기억하는 세계에선 🤔일단 유우가가 기억 못하고 있어서 좀 실망하지만 😸💦그 그래 적어도 이번엔 유우가는 편하겠지~ 하고 넘기는데 점점 리셋포인트 가까워질수록 😶어라 어쩌면 이제 나만 루프하게 되는 건가 하고 무서워하기도 하고🤔 결국 가장 많이 리셋됐던 시니어 시즌 크리스마스에 무슨 일이 있어도 유우가랑 같이 있을래🥺하고 붙어있다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앞에 두고 주방에서 식칼 꺼내올 것 같아요.... 그리고 푹찍하겠지...🙄
🙄 왜 빵칼 냅두고 식칼을 들고 와? 그걸로 자르게? 살벌하네💦 😶 .....유우가도 같이 돌아갈거지? 🙄 응? 돌아가? 어딜? 😶 이제와서 나만 두고 빠져나갈 생각하지마. 😰 자 잠깐만 메이사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위험하니까 칼은 내려두ㄱ 😶🔪 같이 가자.....
기억이 없어서 멧쨔가 우마파워로 밀어붙여도 능구렁이처럼 넘어가서 결국 멧쨔를 미쳐버리게 만든 거야... 이건 유우가 잘못이네요 😏
🥺 유우가 조아해 히히해조 🫠 ...💦 그런 건 또래하고나 하라고 나처럼 되지도 않는 아저씨랑은 하지 말고 🥺 (잘 되더만...)
그리고 저... 내일은 자재를 구하러 좀 일찍 나갔다 와야해서 🫠 불초하게 일찍 들어가보겠습니다... 어째 연휴에 더 불초한 느낌이네요...큿... 계획이 빨리빨리 진척이 생겨서 여유가 하루라도 나면 좋을텐데 🫠 늘 감사하고 죄송해요 😌 내일도 신세지겠습니다 앵바앵밤입니다 👋
🤔 저... 그런 생각을 했어요 말딸 2차창작 중엔 실제 경주마랑 우마무스메의 사이즈가 같다...는 설정을 쓴 거대무스메도 있거든요 그래서...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거대무스메가 된 멧쨔를 본 유우가라던가...🙄 😼 유우가 이렇게 작고 약했구나🖤 😼 히또미미 귀여워~🖤 유우가 귀여워~🖤 하고 유우가를 인형처럼 꼬옥 안고 쭈물쭈물하고 낼룸하는 멧쨔라던가...🙄🙄🙄
🙄 저는 음습하게도..... 멧쨔의 스팀 라이브러리엔 심즈 시리즈가 있고... 그 중에서도 심즈3가 있으며.... 플레이 가족이 전부 유우가랑 멧쨔를 닮은 심들로 되어있는 걸 상상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심들의 가계도도 전부 유우가랑 멧쨔를 닮은 심들로 되어있겠죠🫠
근데 어떤 게임이냐에 따라 다를 거 같긴 해요🙄 유우가 닮게 커스텀 해놨는데 총맞고 죽고 다치고 그러면 마음이 아프니까.... 하지만 유우가로 커스텀한 캐릭터는 분명 존재합니다 공식입니다 제가 봤습니다(?)
저 멧쨔주가 그려주시는 유우가가 정직하게 🙄 얼굴을 하는 게 너무 좋아요wwww 근데 메이사가 커져서 눈을 올려도 치명타 아니 어딜 봐도 치명타잖아 하하하하하하 이~~~야하~~~~~~~~~~~~~~~ 아 행복해 🤔 그리고 어떤 가능성을 떠올렸지만 말하면 암살당할 거 같네요....................
히히... 처음엔 좀 지내다 바로 별거할 생각이었지만 으혹응고옥오고곡 해버리고나서 😻유우가아... 백년해로하자아.. 해버리는 멧쨔를 상상했어요wwwwwww 근데 생각해보면 진짜 초기 멧쟈는 그런 느낌이었네요🙄 레이스에 크게 관심도 없고 하야나미 물려받겠지~ 하던 여자애가 어느새 이렇게....😏
1시간 안에 ○○○○○○타락해버리는거냐고요 멧쨔wwwwwwwww 눈 질끈 감고서 히이이😿하고 떨고있다가 🙀헷...앗.....으고오오옥💕💕💕해버리는거구나😏 유우가 얼마나 테크니션인건데wwwww
wwwww멧쨔의 심장 쫄깃해져버려😏 🙀 앗 그..긋...그거언... 🙀 아니야 아니라구.. 무효야 무효!! 😏 혼인무효로 하자고? 🙀 아니약!!!! 😿 나 난 유우가가 좋다구우우 평생 같이 살래애애 가지마아아아 별거싫어어어어💦💦💦 하고 솔직해지겠지 히히...🤤 마시따...
유우가는 연상들에게 엄청난 우정여신트레이닝 받아서 스피드 10% 지능 20% 까지 붙어있으니까요 😏 그보다 금방 헤롱헤롱 무츄~💕가 되는 메이사 너무 귀엽고 웃긴wwwwwwwww 별거 먼저 제안했던 애가 1시간만에 유부녀로 타락해버리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유우가wwwwwww
첫 데뷔전은 2착에 그쳤다. 하이드렌지아의 해체를 막기 위해서는 이번 미승리전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1착을 해야하는 상황. 그러나 날이 좋지 않았다. 전날부터 쭉 이어지던 비로 마장 상태는 불량,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천중지는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고, 하늘에서는 불길하게도 천둥이 으르렁대고 있다. 뛰기 어려운 마장과, 소리에 예민한 우마무스메들에겐 최악인 상황. 대기실 안에서도 들리는 천둥소리에 귀가 파르르 떨리고, 어깨를 움츠렸다.
".....최악이야."
이런 악조건 속에서 1착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아. 어떻게 될지 관측하고 싶지만, 이 앞은 정해지지 않고 뭉뚱그려진 풍경이라서. 마구 뒤섞인 물감들 속에서 단 하나의 색을 찾아 뽑아내는 것보다도 어렵다. 그래서 더 초조하다. 사실 레이스를 관측하는 일 따윈 지금까지 해본 적도 없지만, 그런데도 나도 모르게 시도해볼 정도로... 그리고 그럴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할 것 같아.
"....윽..."
또 천둥소리가 울린다. 멘코를 쓰지 않은 쪽의 귀가 유난히 푸르륵 떨린다. ....하나 더 쓰고 올 걸 그랬네. 고개를 돌려서, 시선을 돌려서 힐끔 너를 바라본다. 폭우 속에서도 여전히 너는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고 있어서.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한 길잡이별이라서.... ....보고 있으면 조금 안심되는 거 같기도 하고.
최근 비가 자주 오긴 했다. 그렇지만 일기 예보에는 오늘 맑음이라고 했고, 아무렴 비가 그만큼 왔는데 또 올까 하며 데뷔전 날만은 맑길 기도하고, 몰래 내 집에 테루테루보즈를 만들어놓기까지 했는데. 미신은 미신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보란 듯이 쏟아지는 비, 그리고 쨍쨍 시끄러운 천둥에 얼굴을 와락 구겨버렸다.
물론 환경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이런 진흙탕에서는 누구나가 흙투성이가 되고 웅덩이에 발이 묶이기 마련. 킥백은 더 묵직하게 종아리를 때리고, 물이 시야를 흐리게 만들어 어렵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 근소하게 유리한 사람이 있다면, 그 녀석이 1착 트로피를 거머쥐게 되겠지.
그건 우리여야만 한다. 1착이 아닌 건 가치가 없으니까.
쯧, 혀를 차는 걸로도 모자라 대기실을 오며가며 안절부절한다. 손톱이라도 물어뜯을 거 같아 주머니에 깊숙이 손을 감춘 채, 미간을 찡그리고는 헤카를 본다. 천둥에 주눅은 모습이 의외였다. 그냥 늘 그렇듯 무표정으로, '유우가 너무 불안해 하잖아' 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전화를 안 받아 집으로 갔을 때 날 맞이한 건, 안방의 큰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파들파들 떠는 녀석이었다. 그걸 어르고 달래서 여기까지 데려왔는데. 과연 오늘은 중간에 멈추지 않으려나. 이런 스트레스 상황에는 멈추면 멈췄지 더 달리지는― 아 젠장.
"...헤카." "달릴 수 있겠어?"
"네가 예민한 녀석이라는 건 알아. 이런 상황에 레이스를 하는 건 거의 드문 일이야. 아슬아슬하게 합격이라는 느낌이겠지, 앞으로는 장마뿐이라 더 미룰 수 없단 것도 있을테고..." "...그래도 말이지, 무리하는 것보다는 나아. 기권할 거면 지금 하자." "하지만 달리기로 결정할 거면, 더 이상 무를 수 없어. 끝까지 달려야 해."
너도 나만큼이나 안절부절한 모습이었다. 빛이 희미해질 때마다 보이는 잔뜩 찡그린 미간도, 대기실을 바쁘게 오가는 걸음도 전부 그렇게 말하고있었다. 그러면서도 냉정하게 말한다. 끝까지 달려야한다고. 알고는 있다. 이 미승리전을 놓치면 하이드렌지아는 해체될 거라는 것도, 우리의 마지막 기회라는 것도. 전부, 전부 알고 있는데.... 그런데도 달릴 수 있겠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려워서,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입술을 꾹 물었다. 보기만 해도 불량이 뻔한 마장, 끝없이 쏟아지는 비, 끊임없이 낮고 큰 소리가 울리는 하늘.... 달릴 자신은 없어. 하지만 기권하기도 싫어. 그래서 아무런 말도 못하다가, 결국 너에게로 손을 뻗었다. 어차피 달려야 한다면,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달려야만 한다면....
".........결승선 쪽에서.... 기다려줘......"
어두워질 때도 있고, 희미해질 때도 있지만... 그렇지만.... 너는 내 길잡이별이니까. 네가 보인다면, 너만을 보고 달린다면.... ...괜찮을지도 몰라.
"그럼 할 수 있을지도....."
그렇게 말하면서 힐끗 시계를 본다. ...슬슬 패덕으로 향해야 한다. ...이제 더 물러설 수는 없어.
"...아니, 해낼테니까."
축축하게 젖은 채로 게이트에 들어간다. 패덕도 이미 물바다가 된 지 오래라, 거기에 잠시 서있는 것만으로도 흠뻑 젖었다. 물을 머금어서 평소보다 미끄러운 잔디를 밟으니, 아까보다도 더 걱정이 짙어진다. ...그래도 고개를 들어서 저 앞을 바라본다.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별. ...저것만 보고 달린다면, 분명... 마음을 다잡는다. 앞머리에 달라붙어 떨어지며 시야를 방해하는 빗물을 한번 털어낸다.
결의를 다진듯한 헤카. 이럴 때면 이 녀석도 우마무스메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심 부러워진다.
그저 잘할 뿐이라, 누구보다 잘하고, 그러면 부모님이 자랑스러워 하셔서. 내세울 것 없는 내게 주어진 유일한 이점이라 할 뿐이었던 달리기. 뜀박질처럼 귀여운 수준도 아니고, 그렇다고 레이스처럼 온 영혼을 불태우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거. 그런 걸 하던 나와는 현저히 달라보여서.
열등감, 그 반대편의 부러움. 역린이 아픈만큼 길잡이별의 광채는 강해진다.
"천둥, 신경쓰이는 거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낸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뻔한 손수건이다. 끄트머리를 잡고 털어 팔락, 펼치고선 그걸 헤카의 귀에 덮고 둘렀다. 멘코가 없는 쪽의 귀를 감싼 짙은 회색의 손수건이 어쩐지 이질적이다.
"이렇게 하면..."
잘 안 들리나 보네. 귀에 가까이 갔다.
"이렇게 하면 천둥소리, 잘 안 들리지?" "괜찮아."
그리고, 출주하는 우마무스메를 부르는 방송이 들렸다.
[소나기가 영 그칠 기미가 없는 도쿄 경기장입니다.] [새벽부터 이어진 비로 바닥이 말이 아닐 텐데요, 과연 우마무스메들은 이 뻘밭에 발이 묶이지 않고 잘 달릴 수 있을까요.] [스피드는 떨어지고 스태미나도 무서운 속도로 깎여나갈텐데, 적절한 테크닉이 필요한 환경이네요.]
[자, 모든 우마무스메들이 게이트에 들어섰습니다.] [...스타트.]
[헤카 프로키온, 스태미나는 아랑곳않고 달려나갑니다.] [스태미나 배분에 유의해야겠네요.] [대도주의 헤카 프로키온, 그리고 뒤를 따라붙는 도주의 마지노마지데.] [중반에 폭발하는 마지노의 진심도주, 오늘은 볼 수 있을런지.]
[...여기서 순위를 되짚겠습니다.] [제일 먼저 헤카 프로키온, 그 뒤에서 기회를 엿보는 마지노마지데. 선행조에서는 가장 먼저 위치를 확보한 에이유오가 여유롭게 3등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뒤에서 힘을 비축하고 있는 허겁지겁. 이제 4코너를 돌아 직선 코너에 들어갑니다.]
괜찮아, 괜찮아, 여유로워. 스태미나도 바닥나지는 않은 거 같고 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있어. 여기 직선에서 스퍼트를 터트리면―
- 꽈릉!!!!!!!!!!
관중석의 천장을 때리는 요란한 번개. 가까운 만큼 준비조차 못하고 들이닥치는 소음. 거기에 나마저 움찔한다.
4코너를 지나 직선코너. 뒤쪽 아이들이 치고 나올 타이밍이다. 평소와 다르게 대도주로 뛰었지만, 나도 스태미나는 비축해둔 상황. 여기서 더 스퍼트를 내면 문제없이 1착이 가능한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딛은 순간, 정말 한순간이지만... 저 멀리 빛나는 별보다도 더 밝게, 하늘이 번쩍였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엄청 가까이에 번개가 내리꽂혔다. 아주 가까이에, 아주 크게. 그러면 소리도 엄청나게 크겠지.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곧바로 귀가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경기장을 내려친다. 귀를 통해 소리로 들린다기보다, 온몸을 통해 진동이 느껴진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크고 강한 소리.
"윽...."
무서워, 무서워. 소리가 너무 크다고. 머리가 쪼개질 것 같아. 무서워. 금방이라도 발이 멈춰설 것 같았다. 멘코 너머로도, 네가 감아준 손수건 너머로도 생생하게 전해지는 소리에 꼬리가 움츠러든다. 코너가 아니라 직선이라 다행이다. 그래도, 그래도.... 잔뜩 젖혀진 귀를 하고서도, 움츠러드는 꼬리를 애써 무시하며, 이를 악물고 그대로 달려간다. 시야를 방해하는 빗물을 닦아내고, 한층 더 선명해진 별빛을 쫓아서. 마치 지금은 이 세상에 저 별과 나밖에 없다는 듯이. 너만을 보면서 달린다. 어느새 시야에는 정말로 별빛밖에 보이지 않아서, 새카만 하늘에 딱 하나 빛나는, 나만의 길잡이별만 새하얗고, 새파랗게 빛나고 있어서——
—퍼뜩 정신을 차렸을 땐, 주변이 잔뜩 소란스러웠다. 천둥소리에 먹먹해졌던 귀에 점차 웅성거리는 소리, 관중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채 멈추지 못한 다리를 천천히 멈춰세우고 둘러보면, 결승선은 이미 한참 뒤에 있었다. ....어떻게 된거지... 나, 몇착인거지...? 조금 멍한채로 전광판을 보면, 거기엔....
"......1착...?"
맨 위에는 내 등번호가 있었다. ....잘못 본 건가 싶어서 몇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내가 1착...
헤카는 달렸다. 천둥의 소리에 눈을 찡그렸지만, 찡그린 그대로 질끈 감고, 떴다. 재구축한 시야의 정중앙에 있는 건... 나였다. 결승선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던 나.
그런가, 헤카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구나. 정말로 우리 팀이 계속 되길 바란 거구나.
그게 애틋하고 고마웠다. 그런 마음과 동시에, 처음 봤을 때의 어쩐지 무기력하고 달리는 것따위 아무 소용 없다는 듯한 눈빛이, 이제는 바뀌어있어서 아쉬웠다. 어쩌면 나는...
그런 마음에서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 1착이야. 비록 미승리전이지만 엄청난 대도주였다고. 마지노마지데라는 괜찮은 도주마에게서 3과 1/2 마신이나 떨어트렸다. 선행군은 직선에 들어서자마자 "무리이이..." 하며 전의를 잃는 게 보일 정도였다고. 헤카가 있으면, 트레이너로서의 내 커리어도 순풍이 불 거다. 그거로 충분해. 나에게 되새기며 수건을 헤카의 머리에 덮어씌워줬다. 그대로 마구 부비부비, 문지르며 달래줬다.
"잘 달렸어, 헤카. 믿고 있었다고."
이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온 건지. 어쩌면, 헤카는 내 생각보다 나를 더 소중히 생각해주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노비, 비서, 집사 정도로 여긴다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높은 직급일지도 모르겠네. 말하자면 트레이너 정도려나.
...그래, 마음의 음습한 구석이 기뻐하지 못하는 것과 반대로 벅차오르는 건 진심이다. 그래서 결국엔 나도 침착함을 거두고 헤카의 머리를 수건째로 꼬옥 껴안았다.
멍하니 전광판을 보던 시선을 돌리면 어느새 별빛이 가까이 다가와있었다. 수건으로 머리가 덮이고, 그대로 마구 부비부비 문질러진다. 손수건과 멘코, 그리고 수건으로 덮여있는 귀에 닿는 소리는 천둥보다도 가깝고, 크게 들렸다. 믿고 있었다고,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하는 말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려서 수건으로 나를 덮어 문지르다 꼬옥 껴안은, 네 손을 더듬더듬 잡는다.
".....나, 1착이야?" "하이드렌지아.... 계속 할 수 있는 거지...?"
해냈다는 기분과 동시에 다리에 힘이 훅 빠졌다. ....아, 무리. 이제 무리.... 너무 열중해서 뛰어서, 이제 무리야.... 그대로 힘이 빠져서 네게 툭 기댔다. 어째선지 아까보다도 좀 더 밝아진 빛에 눈을 꾹 감고서.
".....힘들었어... 이제 무리..."
네게 기댄채로 추욱 늘어진다. 대기실에 가서 쉬면 되지 않냐고? ....무리야. 진짜로. 그 아이는 늘 경기가 끝나도 대기실에 걸어갈 정도의 힘은 있던 거 같지만... 그동안은 레이스, 잘 안했으니까 몰랐는데 어떻게 가능했던거지... .....트레이닝 덕분일지도. 그 아이랑 똑같아지려면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네.. 하고 생각하면서도, 역시 당장 움직이는건 무리야...
"..대기실 갈래. ....데려가줘."
그러니까 트레이너가 데려가줘야겠지. 눈을 감고 네게 기대서 늘어진 채로, 아, 어쩌면 지금 그 아이처럼 이마를 부비고 있을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있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상태로 웅얼거리듯 말했다.
공주님안기... 해주는구나. 지치고 축 늘어진 몸으로도 놀라긴 놀라서, 눈을 꿈뻑거렸다. 저번에는 포도당캔디였는데 오늘은 목캔디. 목이 화한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조용히 어깨에 기댄 채로 녹여먹다가, 입에 여운이 남을 때쯤 네가 친절하게도 무릎 베개를 해준다. ...조금 딱딱해.
"....응... 지쳤어..."
뒤척이다가 편한 자세로 눕는다. 쿠션감이 덜한 배에 이마를 부비면서 쉬고 있으면, 머리엔 수건이 덮인다. 그리고 그 너머로 슥슥 쓰다듬는 느낌도. ...많이 젖었으려나. 라이브 전까지 좀 말리고 가긴 해야할 텐데. 마음 같아서는 그냥 푹 자버리고 싶지만 1착이니 위닝 라이브를 빠질 수도 없고. 진흙과 잔디, 풀물이 묻은 승부복도 깔끔하게 닦아내야 하고, 머리도 꼬리도 브러싱 해야하고.. 할 일은 많은데, 지금은 그냥 누워있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누워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수건 아래에 있던 귀가 쫑긋 움직였다.
"......그거?"
아, 배에 이마를 대고 있어서 그런가, 네가 말할 때마다 내 고개도 조금씩 움직인다. 누가 들어온 건가. 수첩이란 말이 들린 걸 보면... ....누구? 관계자? 기자? 수건을 걷고 확인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만 귀찮아서 그냥 네게 짧게 물어보는 걸로 그쳤다.
기자는 이미 우리가 선사해준 엄청난 자극에 그호오옥 상태로, 이걸 취재거리로 못 쓴다는 게 아쉬워보였다. 있죠, 그런 기자들! 말딸과 트레이너의 건전한 관계를 연예계 스캔들로 만들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녀석들!! 너네는 쟈니즈나 취재하러 갈 것이지 왜 말딸에 고인 건데!
어쩌면 우리도 [프로키온의 사랑 유전자, 딸에게도 발현되나... 또레나와 대기실에서 화끈한 밀회] 따위의 타이틀로 찌라시가 돌아다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선수로 있을 적 종종 당하고 주변인들도 당했던 그것의 PTSD가 올라와, 나는 약간 불안한 상태였다.
가만히 누워서 네가 하는 설명을 듣는다. ...그렇구나. 남자랑 여자랑 ○○를 ○○해서(중략)하려고 ○○해주는 그거.... .......어째서 그걸 지금 상상하는거지... 그러니까, 그게 뭔지도 잘 알고, 관측했던 적도 있기는 한데, 왜 지금 우리한테서 그걸 상상하는지... 입 안에 남은 목캔디의 여운을 혀로 쫓으면서— 입을 우물거리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네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음." "그냥 누워있었어. 아무 일도 없음."
우물거리느라 대답이 좀 늦었지만, 기자의 눈이 번뜩이는 걸 본 것 같았다. 이제 필요없어졌다는 말과 함께 허겁지겁 뛰어나가는 기자. 다음은 허겁지겁이라는 아이라도 보러 가는 걸까. 일으켜 세워진 채로, 그대로 느긋하게 소파에 기대 눈을 꿈뻑인다. 옆에 앉아있는 너는 어째선지 허망하단 느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그래?"
필요없어졌다고 했으니까, 데뷔 소감이라던가 지금 아까 그 얘기는 안 쓰겠다고 한 거 아닌가. 조금 순진할지도 모를 생각을 하면서, 의아한 눈으로 너를 봤다.
"그보다 머리, 말랐어? 꼬리도?" "이제 라이브 준비 해야하니까... 옷도 닦아야 하고.."
그러나 관측자의 힘도 이럴 때는 소용없었고, 트레센 주간 일보 1면 구석에 스캔들이 나버릴 예정이다.
기자가 트레센의 다른 말딸들에게 우리에 관한 정보를 물어볼지, 허겁지겁인지 마지막마지데인지 하는 녀석들에게 소감을 얻어올 것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일단 한숨 돌렸다.
"...그보다 안 놀라네 헤카. 나는 네가 영락없이 '긋 그그 그런 걸 왜 알고 있는거야 그보다 왜 소상하게 설명하는 거야 이 헨따이가!' 라고 할 줄 알았어." "알고 있었던 거지, 이 발랑까진 계집애가."
헤카의 볼을 꼬집어 당겼다. 마지막은 반쯤 농담이지만, 솔직히 놀란 건 사실. 아무 것도 모르는 쑥맥일 줄로만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다. ...왜지. 아니, 하긴 혼자 사니까... 나도 도쿄에서 혼자 살 때는 그랬고... 음... 아냐아냐. 굳이 생각하지 말자.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게 상상되기 시작했어.
"머리는... 풀고서 한 번 더 말려야겠는데. 끝에 흙도 좀 묻어있고. 꼬리는 완전 개판이야. 후딱 준비해야겠네 헤카땅. 도와줄까? 꼬리 빗질 정도는 할 수 있는데."
꼬리용 빗이랑 드라이기를 서랍장에서 꺼냈다. 말딸에게 귀가 예민한 곳이라는 건 알지만 꼬리가 그런지는 잘 모르고 있어서 할 수 있는 제안이었네, 생각해보니.
"...관측했었으니까. 뭔지는 알고 있었는데." "그치만 왜 그런 상상을 지금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
슬쩍 고개를 당기는 걸로 뺨을 꼬집는 손에서 벗어난다. 그보다, 풀고 한 번 더 말려야 하나. 네 말을 듣고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더듬어본다. ....확실히 좀 축축하고, 수건으로 다 말리지 못한 물기가 남은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그대로 머리끈을 당겨서 머리를 풀어헤친다. 끝에 묻은 흙을 닦으려고 물티슈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꼬리 빗질 정도는 할 수 있단 말에 잠시 멈췄다.
".....엣치치."
그렇게 말하면서 꼬리를 사수하듯, 앞으로 당겨서 손으로 꼬옥 붙잡았다. 표정은 덤덤한 그대로지만. 하지만 뭐, 시간을 생각하면 머리나 꼬리 둘 중 하나는 맡겨야하긴 하는데... ....조금 망설이다가 결국 네게 등을 보였다.
"....농담. 시간 없으니까, 부탁할게. 트레이너."
꼬리를 완전히 맡긴 채로 일단 나는 머리를 손질하기로 했다. 풀어헤친 머리를 빗을 빗고, 끝에 묻은 흙을 닦아내고, 드라이기로 말린다. 뜨듯한 온풍에 머리카락이 나부낀다. 너에게 맡긴다며 내민 꼬리도 조금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을지도.
그렇고 그런 동영상을 관측했다는 거구만... 참나 부끄럽지도 않나. 이런 걸 덤덤하게 말하는 여자애는 처음이다. 의외로 대담한 타입인 건가... 생각하는데.
엣치치라며 꼬리를 붙잡는 걸 보고 어이가 없어졌다. 아니 아니아니 아니, 그런 동영상 보는 건 평범하게 말하면서 꼬리 손질해주는 건 변태 취급이라니 어이없는데!? 얼빠져서는 츳코미도 못 찌르고 있자, 헤카가 이내 꼬리를 내어준다.
"...너 농담도 할 줄 아는 녀석이었구나..."
아무튼 시간이 없으니 만담은 제끼고 꼬리에 집중. 나뭇잎이라던가 풀조각 같은 걸 떼어내고, 물티슈로 한 번 닦는다. 그리고 빗으로 빗어 속까지 들어찬 흙같은 걸 떨어낸다. 진흙에 엉킨 털들도 잔뜩 나온다. 이거 의외로 중독성있네.
마치 이를 잡아주는 원숭이들처럼 그렇게 하다보니 금세 꼬리 겉은 말끔해졌다. 이제 물티슈의 물기만 드라이기로 말리면 뽀송해보일 정도로. 남은 건 안쪽인가. 좋아, 이것도 빨리 끝내고 의상이나 좀 정비해둘까나 생각하며 생각없이, 진짜로 아무 생각없이, 헤카의 꼬리를 들어올려 그 아래를 훤히 드러냈다.
살색 심지 같은 것 위에 털이 덮여있는 형태로, 몸과 붙어있는 쪽에는 매끈한 표면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뻗어나온 뿌리쪽까지 보면... 거기엔 골짜기가 옅게 보이는, 브루마의 꼬리구멍이 있었다.
"오, 이렇게 생긴 거였구나. 처음 봤어."
그야 처음 보겠지, 가족 이외의 사람에게 이런 거 보여주면 시집은 다 간 거라고... 감탄하는 것도 모자라, 나는 손으로 심지를 쓸어보기까지 했다.
"우와 매끈매끈... 난 포유류들처럼 꼬리가 전부 털나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뭐랄까..."
어. 그거 같네 그거. 매끈매끈하고, 자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살색이고, 심지가 있는...
머리는 거의 다 됐고, 꼬리 손질이 끝나기를 얌전히 기다린다. 그래.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를 다듬은 휴대용 빗을 파우치에 넣어 정리하고, 빗질의 시원함에 조금 감탄하기도 하고, 물티슈의 축축함에 꼬리를 부르르 떨기도 하면서 말이다. 거의 끝났나 싶었던 그때,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네가, 내, 내 꼬리를.... 들춘 것이다. 꼬리의 아래쪽, 심지가 그대로 드러나있는 부분을....
"....읏... 아....."
...들춰보는 것 정도야, 궁금하다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생각하자면 할 수 있으니까 참으려고 했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드러난 심지 부분을 스윽 훑는 느낌에 저절로 꼬리부터 머리까지 털이 바짝 서는 것 같았다. 히, 히익...!!! 급하게 파우치에 손을 넣어, 빗 대신 그걸 꺼내들고 빙글 돌았다.
".........뭐하는 거야. 이 변태....."
만졌어. 지금 만졌다고. 만진 것도 모자라서 ○○같다고도 말했어. 대체 어디가? 부들부들 떨면서 너를 있는 힘껏 노려본다. 너를 향해 돌아선 내 손에는..... .....늘 파우치에 들어있던, 작은 넥나이프가 들려있었다.
"엣치치헨따이쓰레기."
얼굴이 엄청 뜨겁다, 꼬리도 바들바들 떨리고, 손도 떨리고 있었다. 으으으... 손질하랬더니 뭐하고 있는 거냐고...
오해라는 말에 '일단 들어는 보마' 하듯 귀가 쫑긋했다. 하지만 뒤이은 말인지 사과인지 도발인지 모를 것들에 귀는 다시 뒤로 팍 젖혀진다. 예리하게 날을 갈아둔 나이프를 좀 더 너에게 가까이 가져다 댄다. 말만 가져다 댄다고 했지, 사실상 찌르기 직전이다.
"소신발언은 고의 맞잖아."
아니, 사실 소신발언 뿐만이 아니라 그냥 전부 다 고의 아니야? 괘씸죄 추가. 분을 못이겨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에 쥔 나이프를 그대로 네 아랫배에 푹—
—하려다가 그냥 살짝만 콕 찌르는 걸로 끝냈다. 우연하게도 저번에 집에서 식칼로 눌렀던 곳과 같은 곳이었다. ...상처도 남지 않을 정도로, 그냥 살짝만 누른 정도지만. 그나마 나라서 이 정도로 끝내는 거지, 다른 아이들이었으면 당장 발로 차서 어디 한 군데는 부러트리고, 아니면 깨물어서 박살내거나 손으로 잡고 확 찢어버렸을걸.
"......다음엔 진짜로 찌를 거야."
그렇게 말하고 다시 뒤돌아서 파우치에 나이프를 넣는다. ...머리랑 꼬리는 대충 된 것 같으니까, 빨리 옷이나 닦을까.
찔리지도 않아놓고 엄살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잘생긴 얼굴을 찡그리고서 난리를 피는 게 주먹을 부른다...라고 했지(누나가 그러면서 나를 10분 정도 더 때렸던 기억은 아직도 트라우마다). 그러니까 엄살은 이정도로 해두도록 할까나... 일단 피도 안 났고.
"예이 예이, 하겠습니다요~"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보다 흉악한 걸 마구 들이대는 주제에 찌르지는 않네, 혼자 살아온 애 특유의 강한 척이라는 걸까나. 다음 번엔 한 번만 더 개겨볼까나... 다음번엔 진짜로 찌른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무시하며 꼬리 안쪽을 삭삭 빗질하고 닦아내고, 드라이기로 말리기조차 했다. 머슴의 솜씨로 익숙하게 승부복을 닦아내고, 비로 젖은 녀석을 드라이기로 멀리서 살짝 말리기까지 해뒀다. 그러면 10분만에 준비가 끝. 대단하지?
"이게... 나?" "라는 감탄은 없는 거야? 유우가씨가 힘내서 꾸며줬는데 말야."
물론 레이스 하기 전이 가장 예쁘고, 뛰고 나서 물과 땀에 잔뜩 젖은 꼴을 겨우 되살려 놨다... 라는 평가가 맞지만. 헤카땅의 머리를 땋아내리며 얘기한다.
"그리고 이제 레이스 끝났으니까 오늘은 폭식해도 돼~ 내일부턴 다시 단백질 식단으로 바꿀 거니까 특별히 고칼로리의 물건을 먹어주자구. 물론, 네 상금으로 사는 거니까 부담없이 고르라고."
땋는 거까지 끝나고, 무대 뒤로 집합하라는 방송에 헤카땅의 등을 경쾌하게 팡, 치며 떠밀었다.
...이 정도로도 아프다고 하는 건가. 히또미미는 너무 약해. 다음엔 좀 더 힘조절을 해야겠다. 한숨을 푹 쉬는 것 치고 일은 또 잘해서, 꼬리도 다시 빗질해주고 승부복도 닦아내서 드라이기로 말리기까지 해줬다. ...이왕이면 칼을 꺼내기 전에 알아서 잘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뭐야 그게?"
그렇게 감탄할 정도의 일인가. 그러면서 거울을 보면... ...음. 레이스 끝나고 나서 비에 쫄딱 젖은 생쥐 꼴이던 걸 여기까지 살려내다니 굉장하긴 하다. 하지만 이게.. 나?라는 알 수 없는 감탄을 할 정도는 아니라서. 거울 속에 있는 건 언제나처럼 밋밋한 표정을 한 나일뿐이고. 머리를 땋아주는 너를 거울 너머로 흘낏 보다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그럼, 몬자야키 먹을래." "같이..."
처음으로 같이 먹었던 몬자야키가 문득 생각나서. 라이브가 끝나고 나면 같이 가고 싶다. 그래서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경쾌하게 등을 팍 치는 너를 보면서.
"응. 갔다 올게."
위닝 라이브의 센터 포지션. 처음이었다. 라이브 자체도, 이제 겨우 두 번째긴 하지만.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연습했던게 있어서 실수를 하진 않았다. 다행이네. 저번에도 느낀 거지만, 1착에서 3착까지는 동작도 복잡하고, 꽤 어렵네.... 라이브가 끝나고 땀투성이가 되어 다시 대기실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대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너를 보면서 손을 뻗는다.
"녀석... 그런가... 아직 관측하지 않은 건가... ...네겐 아직 이르다. 때가 된다면 자연히 관측할 수 있게 될 것... 아카식 레코드의 부름을 기다려라..."
알 수 없는 감탄에 그뭔씹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더 큰 그뭔씹으로 대응한다. 이 발언 때문에 헤카가 그날 밤, 원본들이 그렇고 그런 상황극 하는 걸 보게 될 것도 모르고. 아무고토 모르는 관측자는 행복하다.
"그런가, 저번의 그 집이구나. 예약해둘게."
헤카의 라이브를 실내에서 중계 모니터로 지켜봤다. 제법 잘 하는데, 뭐랄까, ...한신FS나 호프풀S 때는 좀 더 예쁜 걸 입힐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 전에 실전 경험이 없어지지 않게 G2 정도 되는 걸 나가는 게 괜찮으려나... 이런 저런 고민과 함께 춤을 지켜봤다. 그리고는 땀범벅으로 돌아온 헤카의 손을 맞잡았다.
"갈까?"
시끌벅적한 몬자야키 가게. 거기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녀석을 보며 말을 꺼낸다.
"...있지, 승부복 디자인을 해보는 건 어때?" "난 널 한신 FS 나 호프풀에 내보낼 생각이야. 그 뒤는 당연히 사츠키상이고." "그 때도 체육복을 입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야매로 끼적거린 수준의 승부복을 입는 건 내가 용납하지 못하겠거든."
주걱으로 바삭바삭, 눌어붙은 반죽을 잘라 한 입 거리를 뜬다.
"사실 내 누나가 승부복 디자이넌데, 지금부터 그 사람이랑 이야기 한 번 나눠보는 건 어떤가 싶어서 그래." "출주등록 하기 전에 전문가의 터치가 들어간 걸 내는 게 좋잖아. 컨펌하느라 시간 버릴 일도 없을 거고." "뭣보다 승부복이 있는 편이 너도 최선을 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어때?"
노릇노릇 익어가는 몬자야키를 보다가, 승부복이라는 말에 귀가 쫑긋했다. 아아, 그렇네. 오늘은 미승리전이기도 하고, 아직 승부복이 없어서 트레센 지정 승부복을 입었지만... 이제 팀도 계속할 수 있으니까 만드는 것도 좋을지도. 몬자야키를 한 입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디자인이라고 해도, 뭘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응. 좋아. ...반짝거리는게 좋겠어. 밤하늘이랑 별처럼." ".....하지만 그 아이는 주로 노란색... 노란색하고 주황색이었으니까... 나는 그 반대색이 좋을지도."
근데 네가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건 무슨 소리일까. 잠시 눈만 깜빡거린다.
"오늘 입은 건 이상했어?"
우물거리던 걸 삼키고나서 슬쩍 물어본다. 아무래도, 많은 아이들이 다같이 입는 거라 무난한 디자인이긴 하지만, 용납을 못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승부복 디자인을 해보는 건 찬성이다. 그 아이랑 비슷한 디자인으로 해야할까. 아니면... ...다르게 해도 좋은 걸까. 마침 가족 중에 승부복 디자이너가 있다고 하니 신세를 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근데, 미용실이 아니라 승부복 디자인 쪽이구나."
그 아이의 세계랑 점점 달라지고 있다. ...처음엔 그냥, 서로 반대인 정도였는데. 거울 속의 나처럼, 그냥 그럴 뿐이었는데... 점점 어긋나고,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뭔가.... ....뭔지 잘 모를 기분이 들게 됐다. 지금은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슬쩍 외면했지만.
"어! 어떻게 알았어? 너 우리 누나 알아?" "누나 원래는 미용실 했거든, 다른 친구랑 같이. 오사카에서 그렇게 크게 하다가 동업자가 돈 들고 튀어가지고 정리했는데..." "아니, 내가 왜 애 앞에서 이런 암울한 얘기 하고 있지 밥맛 떨어지게..."
바삭, 내가 떠서 식히고 있던 녀석을 입안에 넣었다. 너무 뜨거우면 데니까 말야.
"아무튼, 승부복 말야, 이상하진 않았는데... 너무 평범하잖아. 난 내새끼가 남들에 묻히는 건 못 봐줘."
나중가면 "묻히게 해줘!!! 해달라고!! 우리를 이렇게 문란하게 보도하지 말란 말이다 트레센 신문부 녀석들―!!" 이라고 하게 되지만, 이 때는 이런 사치스런 이야기도 하던 시절이었다.
"애초에 말이지, URA에서 주는 대로 입는 것도 아니고 트레이너가 컨펌을 좀 해야 한단 말이지... 주는 대로 입는다 해도, 제출한 사이즈랑 입을 당시의 사이즈가 다르면 그것대로 문제고 말이야." "그러니까 미리미리 디자이너랑 기획 확정하고, 샘플 만들어서 이게 편한가 아닌가, 그런 것도 보는 작업이 필요한 거야. 돈에 여유가 있으면 다들 그렇게 하지."
메O로라던가, 빅토리 학원 출신이라던가...
"비용은 내가 부담하고, 나중에 네가 G1 에서 상금을 얻어오면 그걸 좀 떼어가는 식으로 할게. 다음에 한 번 보자고. 우리 누나, 나랑 엄청 닮았으니까 놀라지 말고. 정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하면 사진 보여줄게."
이 세계는 아니고, 아마 그 아이의 세계지만. 그런 일이 있는 줄은 몰랐다... ...정말로 여러모로 반대구나. 몬자야키를 한번 더 떠먹는다. 아, 조금 뜨겁네... 차가운 콜라로 입을 식히자.
"...그래." "...어떤 걸로 할지, 정해놔야 해? 그림으로?"
그림은... 조금 자신 없을지도. 해본 적 없고. .....아니, 그려본 적은 있구나. 아주 옛날. 네가 관측해서 생겨버린 그 과거에서 자주 했었지. 하지만 그 이후에는 별로 안 했던 것 같다. 조금 연습해두는게 좋을까. 아니면 어차피 디자이너를 만날테니 그냥 있어도 되는 걸까. 조금 고민이 된다.
"괜찮아. 관측했으니까..." "....아마도. 사진 안 봐도 알 수 있어."
아마도 비슷하겠지. 관측했던, 그 아이의 세계에 있던 사람하고. 그러니까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아. 살짝 고개를 저으면서 사양했다. 그리고 비용 문제는... 응. 그렇게 하면 될 것 같네. 하지만 나중에 G1 레이스에서 상금을 탈 정도로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거겠지... ....할 수 있으려나. 그 아이도 G2까지만 나갔던 것 같은데. ...자신 없을지도...
🫠 아니 그렇게 봐도 말이지, 나 돈 없으니까 이제 단벌신사라고... 👿 사줄게. 🫠 에 😈 대신 그거만 입어야 해. 하면서 유우가가 입는 거랑 비슷한 추리닝을 사줄지도...😏 히히...나중에 유우가 사복(조금 꾸밈)이라던가 어쩐지 특별한 날에 입는 추리닝이라던가 그런 코디도 그려보고 싶네요 😌
잠에서 깨자 뭔가 시커먼 곳에 있었다. 바닥은 어쩐지 축축하고, 비린내가 난다. 부, 분명 이불에서 잠들었을텐데... 어찌 된 일인지.. 축축하고 비린내나는 바닥에서 급히 꼬리를 대피시켜, 꼬옥 끌어안고서 잠들기 전의 일을 회상해본다.
아니. 회상하고 자시고도 할 필요가 없지. 언제나처럼 잘 지내는 것 같다가도 으르렁대고 투닥대다가 서로 토라진 채로 등 돌리고 잠들었으니까. 늘 있는 일이다. 그야말로 일상. ....그 녀석, 매번 그렇게 약올리고 화내고 건방지게 굴고 말이야. 이몸은 대요괴란 말이다. 나랑 호각으로 싸울 수 있는 음양사라고 콧대가 너무 높아져 있는 거 아냐?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음양사따위, 한 입에...
"으....히앗츄!!!"
라고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게 처량하게 재채기를 해버린다. ...그, 그치만 여기 묘하게 쌀쌀하고. 대체 어딘지... 밤눈이 밝은 나한테도 이렇게 어둡다니. 일부러 어둡게 해둔 건가. 한동안 뭐 한다고 혼자 열중해있더니, 대체 뭘 했길래 이런... ...맞아. 어제 싸운 것도 혼자 열중해선 나를 내팽겨치고 몰두하고 있어서, 조금 쓸쓸해서 투정(유혈)부렸을 뿐인데. 그런 것도 모르다니. 유우가는 바보다. 바보 멍청이 천지같으니!!
음양사, 도사, 요술사, 주술사, 귀인... 나와 같은 존재들을 일컫는 말은 많지만, 일단은 음양사라고 하자. 나의 격부터가 다른 녀석들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높기 때문이며, 내가 한낱 주술사라고 본인을 칭하면 다른 녀석들은 그냥 '범상치 않은 인간' 정도에 머물게 되기 때문이다.
음양사들은 해야 할 일이 많다. 생각하는 것처럼 전국 방방곡곡을 유랑하며 선행을 하는... 건 아니고, 다이묘나 쇼군이나 왕이 부르면 가서 새로 지을 건물의 사정을 봐주거나, 의뢰를 받아 악랄한 녀석을 토벌하기도 한다. 때론 대재앙을 막기도 하지. 하지만 무엇보다 우릴 힘들게 하는 건, 끊임 없는 자기개발이다.
힘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시작은 재능이어도 그걸 가공하는 건 노력과 연구. 끊임없이 자기 적성을 개량하려는 발버둥이다. 근데 저 요괴란 녀석은, 타고나길 강력하고 특출난 것만 연마하면 그만이고, 그래서 내가 왜 바쁜지를 전혀 이해 못한다고! 하여간에 부술 줄만 아는 요괴 아니랄까봐 사람 말을 듣지 않는다. 어제는 그래서 귀를 물어뜯기고 얼굴을 할퀴어지기까지 했다고.
그래도 잘 시간은 다가와서, 돌아누워서 가만히 생각하다보니. 어라. 지금 연구중인 거, 얘한테 써먹어보면 안되나.
그 연구란 아공간과 현실의 물건을 접속시키는 것으로, 지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내가 만든 결계에 영존재들을 이동시키는 것 정도랄까. 하지만 그 내부를 어떻게 꾸미고 루틴을 만들어주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이 녀석을 손도 까딱 안 하고 괴롭힐 수 있을 거라고 번뜩였다. 번뜩이자마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개량에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 성공했다.
"나 불렀어~?"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유우가. 그러나 유우가와 오랫동안 싸워본 녀석이라면 안다. 이 녀석이 으르렁거릴 때는 오히려 승산이 있는 거고, 이렇게 상쾌하고 느긋하게 대할 때는 이미 퇴로를 다 막아놓고 함정을 파둔 이후라는 걸.
쭈뼛 서는 털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유우가 뒤의 그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뻗어나왔다.
"인사해, 네가 당분간 신세질 녀석이니까. 저어기 스루가만에 있던 녀석 기억해? 내가 잘 길들였더니 말을 잘 듣게 돼서 말이야―" "내 귀를 물어뜯은 녀석을 용서를 못하겠다네."
"아, 참고로 못 버티겠으면 이렇게 말하면 돼." "위대하신 음양사 유우가님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방만하게 굴지 않을 테니 봐주세요." "평생 노예로 지낼테니까요~ 같은 거 붙이면 가산점이야.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시길~"
화풀이를 하기도 전에 유우가는 가루처럼 사라졌고, 그 뒤의 그늘에서 꾸물거리며 나온 것은 거대한 눈알― 문어의 눈이었다.
그 거대한 체구에도 무섭도록 빠른 속도와, 8개의 유연하고 강한 다리에서 나오는 몰아치는 공격이 메이사를 덮친다...! 물론, 여러 의미로.
좋아, 가오잡기도 끝났으니까 나는 메이사의 몸과 함께 쿨쿨 자보실까. 이부자리에 누워선, 무기력하고 따끈따끈하고 복실거리는 메이사를 끌어안고 나는 잠에 들었다. 메이사 굿 럭 🤞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직감했다. 망했다. 그냥 망한 게 아니고 아주 그냥 개○같이 망했다. 오랜 기간의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나오는 건 이미 손을 다 써둔 뒤고, 나는 그냥 무력하게 당하다가 저녀석의 기분이 풀리면 그제서야 살 수 있다고.... 무, 물론 나도 당하고만 사는 건 아니고 이 다음엔 확실하게 갚아주지만!! 그치만!! 지금은 ○됐다고!!!!
"뭣, 무, 무슨...." "하아!? 누, 누가 그런 소리 할 줄 알고!! 죽어도 안 할거라고!!!!"
하? 듣기만 해도 속이 뒤집어지는 소리를 하라고? 내가?? 하겠냐!!!!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쭈뼛 서있는 털을 감출 생각도 못하고, 일단 소리만 바락바락 지르고 있는데... 신경도 안 쓰고 가버리네. 저 망할 놈이!!! 분을 못이겨서 결국 꼬리를 잡고 있던 손을 풀고 주먹을 꽉 쥐고, 바닥에 발을 쾅쾅 구르면서 소리를 왁왁 지르는데, 그 순간 눈이 마주쳤다. 가루마냥 사라락 사라진 유우가 뒤에서, 짙은 그늘 뒤에서 슬그머니 나타난 눈알— 스루가만에 있었던 문어의 가로동공이 이쪽을 진득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윽, 힉...!! 이, 이이이!!! 너, 너따위가 감히!! 이 나를!!!" "유우가아아아아!!! 나가기만 해봐 사지를 다 찢어버릴테다!!!!"
스루가만에서 상대했을 때도 만만찮긴 했지만, 어쨌든 한 번은 이겼던 상대잖아, 그래. 굴욕적인 말은 꺼낼 필요도 없을 걸? 오히려 분풀이로 딱 좋잖아.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다리 8개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문어를 향해 주먹을 꽉 쥐고, 뛰어들었다.
(상단의 그림처럼 메이사가 문어와 함께 노는 중입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아니 몇 분이 지난 걸까.... 잠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 것 같다.. 온몸이 축축 처지고 힘이 없고..... 축축한 바닥에 꼴사납게 널브러진채로 눈을 뜨면, 여전히 어두운 공간에서 빌어먹을 문어녀석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젠장... 젠장.....!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지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면, 빌어먹을 문어의 눈깔이 또 휘어진다. 보란듯이 팔을 뻗어서, 내 머리통에 빨판을 착 붙여서 들어올리는데... 젠장 진짜 굴욕적이다...... 몸도 몸이지만 정신이 마모될 것 같아...
"카..학....." "그... 그만....."
애원하듯 말해도 '그 대사'를 말하기 전까진 봐주지 않겠다는 듯한 눈빛. ...차라리 혀라도 깨물어버릴까. 하지만 지금은 힘도 없어서 그럴 수도 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대요괴는 그 정도로 안 죽으니까... 그냥 버틸까. 아니, 그치만.... 조금 전을 생각하면, 의식을 잃기 전을 생각하면 절대 무리야.... 꼬리도 귀도 파들파들 떨린다... 입술을 꽉 물었다가, 입을 벌렸다가, 다시 꽉 물었다가를 몇 번 반복하다가 결국 굴욕감을 견디며 입을 열었다.
"큭...... 유우가... 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테니까 봐줘...."
....그치만 역시!!! 그대로 말하기엔 내 자존심이 버티지 못해!!! 결국 그 녀석이 지정한 대사랑은 좀 달라졌지만, 아무튼 이제 무리라는 신호를 보낸다. 무리라고 무리!! 도와줘!! 빨리!!!!
메이사가 그 고생을 하고 있을 때, 난 뭘 했냐면... 따끈따끈, 저항없는 온순한 메이사를 끌어안고 쿨쿨 자고 있었다. 이야, 밤을 새서 그런가 12시간은 내리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니까. 그리고 젤리가 저 항아리에 들어가버린지라 무기력한 메이사의 팔을 내 멋대로 두르고 꼬옥 껴안고 자니까 완전히 극상의 안는베개였어. 최고였다고.
내가 지정한 항아리 내부의 환경은 어땠냐면, 일단 화 속성인 메이사의 피해가 적게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습하고 눅눅한 환경이었다. 그리고 스루가만의 문어가 잘 뛰놀 수 있도록, 메이사가 회피할 수 없도록 크고 작은 바위들이 여럿 있었고 아래엔 고운 모래가 깔려있었지.
그래서 메이사 밑에서 모래를 뚫고 올라온 문어다리가 휘감길 때도 있었고, 숨어있던 녀석이 나와서 교란시키는 사이 뒤의 바위에 숨어있던 다리가 허리를 옭아매는 상황도 있었던 거다.
- 메이사, 그러니까 내가 말했지? 너는 힘만 믿고 나대는 경향이 있다고~
그런 깐족거림이 절로 들린다. 그 정도로 악취미적인 세팅. 게다가 인간에 필적하는 지능, 대요괴가 될 정도로 오래 묵어있으면서 생긴 연륜으로 전략만큼은 메이사를 압승하던 녀석이었지. 그런 놈에게 엉망진창으로 당하면서 머리를 좀 써보라는 출제자의 의도가, 아주, 축축하고 끈덕지고 기분나쁘고 질척거릴 정도로 느껴진다.
아, 그러고보니, 그 문어가 날뛰던 이유가 아마...... 암컷을 찾으려던 발악이었지. 그 상태 그대로 잡았으니 성향도 보존되어 있겠다.
메이사 힘내! 그동안 나는 쿨쿨 자고 있을 테니까.
메이사가 자존심을 깎아가며 하는 말은 유우가에게 닿지 못한 채, 문어에게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진다.
"아, 잘잤다. 따끈허이 이거 최고로구만..."
메이사의 흉부에 침을 흘려가며 푸지게 자고 일어나서, 메이사를 이불마냥 등에 걸치고서 항아리로 다가간다. 팔도 목에 꼬옥 두르고, 좋아, 얼마나 버텼는지 볼까...
자존심을 꺾고 외쳐도 도움은 오지 않았다. 결국 몇 시간인가 더 문어에게 시달리다가, 이 이상은 더 무너질 자존심도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유우가가 말했던 그대로, 진짜 그냥 똑같이 외쳤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산점이 붙는다는 말까지 붙여서, 몇번이고 외치고 애원하고 울고불고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토해낸 말은 거의 웅얼거림에 가까웠지만, 그것조차도 문어의 빨판에 가로막혀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쩌면 며칠일지도 모른다. 기절했다 깨고 또 기절하기를 반복하다보니 지금이 몇 시인지 어디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하다.
"........"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선, 이제 문어가 들어올리든 내팽겨치든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당하고 있을 뿐이었다.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할 정도로 힘이 없다. 아니, 숨도 간신히 쉬고 있었다. 시야도 흐릿하고, 소리도 잘 안 들려... ....죽을 거 같아..... 완전히 탈진해버린 내 시야에, 그냥 새까맣고 축축하기만 했던 이 공간에 빛이 내리쬐인다. ...눈이 부셔서.... 멀어버릴 것 같아..
옆에서 꾸물거리는 문어의 다리가 시야 내로 들어오자 손가락이 작게 움찔했지만, 그 이상의 반응은 할 수 없었다. 진짜로... 이제 무리.....
문어 점액으로 범벅이 돼서 꼴이 말이 아니다. 문어한테 얼마나 후려쳐진 건지 온 몸에 새빨간 멍자국 하며, 빨판 자국도 장난 아니고. 내가 구슬만 넣어둬서 망정이지 몸까지 넣었으면 재활시키느라 주술 깨나 써야 했을 거다.
"재밌었어 메이사? 나 근데 흐아아아암... 자느라고 그 말 못 들었거든." "그러니까 말해주면 꺼내줄게."
그리고 뚜껑을 닫으려다가, 그 틈으로 보인 반응에 다시 열었다. 무기력한 것도 팔팔한 것도 나름의 맛이 있어서 좋구만~ 손을 탈탈 털어서 영체로 만들고, 항아리 안에 집어넣어 메이사를 꺼내면... 현실세계로 돌아온 메이사는 빛이 깜박거리는 구슬 형태가 돼있었다. 이대로 뒷간에다 던져버리고 싶다 하는 나쁜 욕망도 잠시, 훌쩍거리는 것처럼 깜박거리는 게 귀여워서 구슬에 짧게 입맞췄다.
"너무 그러지 마 메이사, 난 다 널 위해 그런 거라고? 늘 말했잖아~ 넌 힘만 믿고 돌진한다고." "그래서 똘똘한 녀석이랑 놀아보니 어땠어? 공부 많이 됐지? 다― 널 위해서 그런 건데. 나 없을 때도 혼자 잘 살아남아야 하니까." "인간놈들은 더럽고 치사한 빌어먹을 음양사보다 영악하니까, 메이사는 좀 더 머리를 쓸 줄 알아야 돼. 알겠나요~?"
구슬을 손바닥에서 데굴 떨어트려, 메이사 배꼽 아래에 올려놓는다. 그대로 쑥 밀어넣으면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아 맞아.
"말하는 거 까먹었는데, 몸이랑 동기화하는 과정에서 충격이 좀 있을 거야. 정신이랑 몸의 경험치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니까 어쩔 수 없어."
뭐라고 대꾸할 힘도 없어서 그냥 손에 쑥 붙들려 올라간다. 그렇게 올라가자 보인 건... ...나, 항아리 안에 있었던 거구나. 그리고 내 몸은 저쪽에 멀쩡히 눕혀져 있는 걸 보니까 영체만 쏙 빼서 넣어버린거군.. 혼자 뭘 하나 했더니....이딴 걸 하려고.... ....으.. 머리도 잘 안 돌아가.. 생각이 진행되다가 중간에 턱 막혀버린다. 아니 더 진행할 힘도 없다는 게 맞나... 그래서 그냥, 빡치지만 유우가가 입맞추는대로 가만히도 있고, 뭐라 말하는것도 한 귀로 흘려들으면서 있다보면 몸으로 다시 쑥 밀어넣어지는데, 아무 생각없이 흘려듣던 말 중에 그냥 흘려들으면 안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뭐라 말하기도 전에(어차피 구슬 형태라 말도 못했겠지만) 이미 몸에 쑥 밀어넣어지고, 잠시 떨어져있던 몸과 동기화하면서—
뭐랄까,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엄청난 충격이 몸으로 쫙 퍼졌다고 할까. 부들부들 떨리다 못해서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 파닥파닥 퍼덕퍼덕거리고 입에서는 막을 틈도 없이 으고오오옥이라던가 오어어어억같은 짐승 시절에나 쓸 법한 소리가 막 튀어나오고.....
.......그런 난리통 끝에, 목이 다 쉬고 온 몸에 뻐근한 근육통이 퍼질 때쯤에야 간신히 충격을 떨쳐낼 수 있었다. 그래도 몸은 밖에서 쉬고 있었으니 바로 움직여서 저 빌어먹을 놈의 목을 졸라버려야지 하고 있었는데, 움직이기는 개뿔이. 밖에서 쉬고 있던 게 무색하게 전신근육통 일주일치 예약이다 젠장.
"끄.....카학.... 케흑......."
거기에 목도 똑같이 쉬어버렸다. 쇳소리가 목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어서... ....역시 무리.....
"케헥... 유....우가......." ".........뒤져...."
있는대로 힘을 쥐어짜서, 마지막 힘을 다해서 뒤지라는 말을 남기고 의식을 잃었다. 진짜. 죽어. 빌어먹을 음양사놈.....
퍼덕퍼덕거리고 이불을 엉망으로 만들고 얼굴도 엉망진창이 된 메이사. 엄청 활력있어지더니 다시 얌전해졌다. 텅빈 눈을 한 채로 힘없이 누워있는 걸 보다보면 어쩐지 음심이 올라올 정도.
...아니야, 참아야지. 참을수록 재밌다고 이런 건. 메이사를 조용히 내려다보다, 조용히 속을 가라앉힌 후에 안아들었다. 아까는 뽀송뽀송했는데 순식간에 땀범벅이 됐네. 살아는 있는 걸까나.
은신처 문을 발로 대강 열고 나가면, 거의 신선이 산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경치. 까마득한 산등성이에서 구름을 밟고 흘러가듯 내려오면 노천탕도 딸려있다. 거기에 일단 메이사를 내려놓고, 나도 들어가서 몸을 풀었다. 이렇게 후처리까지 정성껏 해주는데 죽으라고 말하라니 너무해 메이사. 안 그래도 조만간 죽어줘야 추적을 피하는데.
정말이지, 미국의 국세청마냥 찾아온다니까 천계 녀석들~ 하는 짓도 비슷하고 짜증나. 힘없는 메이사의 몸을 나한테 뉘여놓고, 나도 메이사한테 머리를 기댔다.
"나는 메이사를 위해서 하는 일인데 말야. 메이사는 뒤지라고나 하고 너무해. 나 제자나 만들까봐― 메이사는 내 마음도 주술도 이어받긴 글른 거 같으니까. 역시 요괴 아니랄까봐 바보야 바보."
코를 꼬집어 당겨도 얌전하다. ...오히려 얌전할 뿐이니까 재미없네.
"무슨 꿈 꿔? 나도 같이 좀 꾸자."
내 꿈이면 좋겠네~ 바로 빙의해서 꿈에서도 괴롭힐 수 있으니까. 메이사의 꿈을 엿볼 셈으로, 이마에 이마를 맞대고 메이사의 정신세계로 폭 빠져들었다. 자, 뭐가 보이려나.
분했다. 엄청 분했다. 대요괴인 나에게 매번 굴욕을 주고, 놀리고 애취급하고 괴롭히는 음양사따위, 당장이라도 찢어서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그래도 그렇게 밉고 분한만큼 좋아하기도 하니까. 맨 처음에 만났을 때 구해주고, 가끔 상냥하게 대해주고 쓰다듬어주는게 좋으니까, 유우가를 사랑하니까.... 그렇게 애정과 증오가 밀고 당기면서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아무래도 이제 무리였던 것 같다. 기어코 증오가 애정을 이겨버린걸까. 이를 까득 깨물고 있는 내 손에, 유우가의 목이 꽉 쥐어져 있다. 목 아래로는 시뻘건 피칠갑이 된 채로. 아... 팔도 다리도 이제 제구실을 못하겠지. 그렇게 자랑하는 주술도 술법도 이젠 못 쓰게 됐을테고.
".........유우가...."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다. 요괴란 본디 인간을 먹는 존재. 그동안은 유우가를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었으니까 꾹 참았는데. 그런데.... 그러네.....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무엇보다도 오래오래 같이 있고 싶으니까..... 먹는 게 맞았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먹는 건지도 몰라. 의식이 없는 건지, 반항도 하지 않고 하다못해 이죽거리는 것조차 하지 않는 유우가를 빤히 보다가, 그대로 입을 가져다댄다. 유우가의 목에 입을 대고서, 그대로 깨문다. 가볍게, 평소에 자주 장난치듯 이를 세우지 않고서 깨물어본다. ....목덜미에 묻은 피가 혀를 스치지만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다. 어째설까. 하지만 상관없어. 맛 때문에 먹는 게 아니니까. 한참을 장난스럽게 깨물다가, 서서히 이를 세운다. 인간의 모습을 한 주제에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로, 힘주어서 깨물면 조금씩 이가 살을 파고들어간다. 약하디 약한 인간의 피부를 찢고, 피가 터져나온다.
"....응..."
피가 왈칵 나오는데도 맛이 안 느껴져서 이상한 느낌. 씹는 감촉은... 생생하다. 평소에도 이정도까진 때때로 깨물어보기도 했고. 하지만 이 다음은, 크게 한 입 베어무는 단계까지는 한번도 해보지 않아서, 어쩐지 두근거린다. 그렇게 좀 더, 좀 더 힘을 줘서 깨물다가—
"...?!"
분명 조금 전까지는 의식없이 처져있던 유우가의 몸에, 어쩐지 힘이 들어가고 있어서. 조금 당황했다. 엣, 에엣...!?
처음 해본 꿈빙의는 최악이었다... 관측자의 시선을 나 자신으로 돌렸을 때 느껴지는 건 온몸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 차단하고 싶지만, 내가 꿈의 주인이 아니라 그럴 수는 없었다. 그저 견딜 뿐. 그래도 괜찮아, 내가 엄살이 있긴 하지만 견디는 걸 잘하는 것도 사실. 이 정도는 그동안 해온 개고생에 비하면 별 거 아니다.
별 거 아니지만, 목이 졸리는 건 별개야. 발톱을 세운 손에 힘이 꽉 들어가고, 동맥이 막혀서 뇌에 피도 숨도 올라오지 않고 있다. 숨통은 갑갑하고. 켁, 케흑, 거리지만 손을 내려놓게 할 수 없었다.
팔 하나는 너덜거리고, 나머지 하나는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다리는 둘다 잘려나가 있었으니까. 그럼 그저 이대로 죽기 직전의 고통을 되풀이 해야 하는 건가, 그냥 이대로 꿈에서 나가버릴까― 고민하던 나에게, 메이사가 고개를 가까이 했다.
어떤 표정이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시야도 붉게 번져 있어서.
점점 고통으로 무뎌져가는 몸에 닿는 묘한 감촉을 느낄 뿐이다. 깨물은 건가? 아니면 아직 안 깨문... 아, 깨문 거네. 깨물고 있어. 깨물었―
"윽."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간다. 움직일 수 있는 건 몸뚱이 하나 뿐이지만 아까 메이사가 했듯 팔딱거리며 움직여서,
턱, 하고 메이사의 이마 위에 너덜거리는 손을 올렸다.
"ㄴ, 내가."
피가래 때문에 목소리가 계속 막힌다.
"인, 간은..."
쿨럭쿨럭, 피를 뱉어낸다. 젠장. 역시 요괴는 요괴인 건가. 짐승에서 비롯된 머리는 인간 물을 들여도 바뀌질 않는 건가.
"먹, 지 말랬... 잖,..."
쓰다듬듯이, 살덩어리에 가까운 손이 움직인다. 그래봤자 머리 위에서 스윽 움직인 정도. 다시 아까 위치로 돌려놓, 아, 눈이 까뒤집힌다.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야가 거멓게 올라와서, 메이사의 얼굴이 안 보여...
턱하고 이마 위로 손이 올려진다. 아니, 손이라고 하기엔 그냥 살덩어리에 가깝게 변한 거지만... 그래도. 평소의 쓰다듬이나, 머리를 툭툭 치는 거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치만... 그래도 목을 물고 있던 걸 툭 놓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손이 뺨을 스치고 옆으로 툭 떨어진 후에야 입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유우가의 피를 왈칵 뱉어내고, 깨물었던 상처를 낼름 핥았다.
".........유우가..."
그렇게 불러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다시 짐승이던 때로 돌아간 것처럼, 요괴가 되기 전 이름없는 여우로 돌아간 것처럼 유우가를 코로 쿡쿡 찌르고, 얼굴을 부빈다. 그래도 역시 아무 대답도, 아무런 움직임도 돌아오지 않는다. 아, 그렇구나. 이제 유우가는 없어진거야. 여기에 남은 건 유우가의 모습을 한 고깃덩이다. 사라졌어. 유우가는 이제 사라진거야. 그리고 다시 돌아오려나. 언제나처럼. 몇 십년, 아니 백년? 조금 자고 일어나면 다시 돌아올테니까, 새로운 몸으로 다시 돌아올테니까 괜찮아.
그러니까, 여기 남겨진 고깃덩이는 전부 먹어치워도 되겠지. 유우가의 잔재지만, 나랑 계속계속 같이 있는거야.
아까 목을 물 때랑은 다르게, 이번에는 거침없이 입을 쩍 벌리고, 조금 전 뺨을 스쳤던 고깃덩이— 팔을 집어서 베어문다. 으지직, 콰득, 뭐 그런 소리를 내면서 뼈까지 전부, 씹고 삼켜서——
"—으풉?!"
그렇게 먹어치우기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숨이 막혔다. 하? 에!? 다급하게 숨을 들이쉬면, 공기 대신 액체가 비강으로 밀려들어온다. 깜짝 놀라서 물을 뱉어내고 콜록거리다보면....
"..케헥..... 으...?"
피투성이, 고깃덩이가 된 유우가 대신 멀쩡한 유우가가 옆에 있었다. 아니, 일단 입에 베어물었던 고기도 전부 없어졌고. ....그리고 어느샌가 물 속.. 노천탕에 들어와있었다. 엑, 에엑... 어, 언제부터...???
"헤...으...?"
어리둥절한채로 멍때리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본다. ...엄청난 근육통에 저절로 표정이 안좋아진다. 아니, 잠깐만... 이거... 이 근육통은 아까, 그, 문어, 그 항아리때문, 윽, 그, 그러면 조금 전까지 유우가를 먹어치우던 그, 그건.... 꿈이었....나....?
/꾸벅꾸벅하다가 물에 코박아서 깨버린 것도 좋고... 먼저 꿈에서 나온 유우가가 이 괘씸한 여우🙄💢하고 멧쨔의 얼굴을 물에 푹 담가버려서 깬 것도 좋을 거 같아요😏
그나저나 유우가는 멧쨔 앞에서 죽지 않았을 거 같네요 🤔 이번처럼 멧쨔가 와구와구(...) 해버릴 거 같아서가 제일 큰 요인일 거 같은wwww 음양유우가는 모랄이 좀 어긋나서 와구와구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 피맛이라던가 인간맛을 본 멧쨔가 인간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는 게 무서워서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멧쨔 앞에서 죽으면 진짜 못할 짓 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유우가도 인간미가 부족해서 그렇게 하남자로 진화해버린 거겠죠 😏 운 실력 주술 두뇌 그리고 메이사 다 갖춘 남자... 하지만 인간들이랑 부대끼고 살면서 사회성은 얻지 못했겠지... 그래서 멧쨔랑 둘이서만 살면서 사회성이 오를 기미는 없이 돌고 돌다가 초기화됐다니...🤔 독살한 사람들 사실 착한 일 해준 거 아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리고 벌써 세시!!!! 슬슬 자러 가볼까요 저희,,, 내일도 일찍 일어나서 프리지아 하려면 슬슬 자야합니다 😉 내일은 진짜 작업이랑 병행하면서 느긋이 드릴게요... 😌 오늘 덕분에 최고로 즐거웠어요 푹 쉬고 내일 뵈어요 앵바앵밤입니다 👋
뭔가 저.. 꿈에서 멧쨔의 스탯을 찍어서 엔딩을 보는 게임을 했는데요 찍을 수 있는 스탯 중에 엣치치한 스탯이 너무 많아서 🙀이 이게 맞나?하고 공략을 막 찾아보다가 아 맞구나 원래 엣치치후히히으헤한 겜이 맞네😸하고 납득하고 모든 cg를 모으기 위해 이것저것 하다 깼어요🫠 꿈에서조차... 아니 하지만... 좋았어..🫠후회는 없다....
요괴는 좋네요 아무리 괴롭혀도 강해서 금방 회복하니까...😌 하지만 유우가 닮은 식신 5마리랑 함께 고독항아리에 가둬서 한달 정도 발효시키면 아무리 메이사여도 으...으에..으부부...밖에 말할 수 없는 바보가 되겠지...유우가가 수발들고 재활시켜줘야겠다...아행복해 🤤
어리둥절해서 멍때리고 있으면 갑자기 머리가 콱 눌린다. 그리고 그대로 다시 물에 고개가 처박힌다.
"푸흑!?케흑!?부헉"
팔다리를 버둥대는데, 온몸이 무겁고 뻐근해서 제대로 움직이기가 힘들다. 그래도 필사적으로 바둥대다보면 다시 머리가 밖으로 끌어올려진다. 대, 대체 왜!? 왜 그러는건데 유우갓!? 으븝!?
"푸학! 콜록콜록... 커헉... 뭐, 무, 무스흡?!"
다시 처박히고, 끌어올려지고, 담갔다 꺼내지기를 몇 번 반복하자 버둥거릴 힘도 없었다. 그냥 머리를 잡힌 채 히익히이 하고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대, 대체 왜 그러는건데...!!
"흐윽... 케헷... 나, 남의 꿈에 멋대로 들어오기나 하고...." "꿈 정도는 맘대로 꿔도 되는 거잖아.. 이.... 귀축쓰레기빌어먹을음양사...."
현실도 아니고 꿈인데! 꿈조차 마음대로 못 꾸는 거냐고! 대체 어디까지 지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려는거야!! 안 그래도 원래 인간을 잡아먹던 요괴를 데려다가 인간 먹지 말라고 잔소리 하는 게 말이 되냐고! 오니같은 얼굴을 한 유우가를 똑바로 노려보면서 나도 으르렁거렸다. 얼씨구, 뭘 잘했다고 팔짱끼고 그렇게 콧방귀까지 뀌는건데!?
"하, 요괴가 되기 전부터 먹었다고 그런 건." "애초에 요괴가 인간 잡아먹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잖아! 인간들도 짐승을 사냥해서 먹잖아! 그런 거라고!!" "그리고 내가 언제 가르쳐달라고 했어!? 니가 멋대로 옆에서 주절거리는 것 뿐이면서!!"
마음 같아서는 꿈에서처럼 팔다리 낼름 집어삼켜버리고 싶은데, 하는 김에 저 뻔뻔한 얼굴도 두들겨서 펴주고 싶은데... 힘이 안 들어가니 목소리로라도 바락바락 따지는 수밖에 없었다. 이 빌어먹을 음양사...! 진짜 가만 안 둘거야! 회복하기만 해봐!!!
주술사끼리의 정신 침입은 할 수 있지만, 해서는 안 되는 불문율 같은 게 있다. 그러나 그걸 공공재라고 말하는 것에서 이 음양사도 상당히 원시적인 감각의 녀석. 라고, 남들이 들었다면 생각하겠지. 하지만 어쩔 거야? 난 은둔선인인데.
"애초에 말이지, 옆에서 그렇게 주절거리는데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니 진짜 너한테 질려버렸다고! 너 그렇게 독선적으로 살면 말이지, 나중에 인간들이 하늘도 날고 큰 바다도 건너게 됐을 때 널 제일 먼저 죽이자고 하게 될 거야!" "요괴들이 득세해서 인간을 가축처럼 만들기 전까진 인간들한테 붙어살아야 할 거 아냐, 이 멍청한 짐승이...!"
먹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기에 파란 버튼을 누를 순 없지만 여전히 꼴받는다. 사람이 가르쳐주는 성의가 있지 그걸 '멋대로 주절거린다' 라고 해? 이 괘씸한 녀석이, 주술사들 중에는 나한테 비단 백 필을 주고서 주절거림 하나라도 주워듣고자 하는 녀석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배부른 줄을 모른다.
자존심 버튼이 눌리자 귀축 버튼도 같이 눌린다. 눈을 질끈 감고 참아보려 하지만 역시 꼴받아서, 메이사의 아랫배에 손을 쑥 집어넣었다. 그리고 구슬을 꽉 움켜쥐고는 짤짤짤 흔들어댄다.
"아무리 대요괴 중에서 상급인 녀석이라고 해도 결국 인간 놈 손에 으고옥 하는 처지면서. 뭘 믿고 그렇게 까부는 걸까 메이사는, 어!"
미친놈입니다!! 이자식!! 다른 주술사들이 들었어도 에 그건 좀;; 했을 발언을 거침없이 해대고 있어 이자식!! 하긴 이놈은 원래도 지 잘난 맛에 살던 놈이라 지가 하고 싶으면 당연한 일이고 지가 꼬우면 불법인 놈이다. 독선적으로 살고 있는 주제에 나한테 또 주절거리고 있잖아 봐라 봐. 하여간 이자식은 몇 번이고 뒤져도 이런 성깔은 고치질 못하는구만. 글러먹었어 이자식.
"하아? 고작 인간들이 그런 걸 어떻게 해? 네가 한다고 다른 인간들도 당연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그런 헛소리는 웃기지도 않으니까 그만 하라—"
비단이며 값진 물건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선 이딴 헛소리를 가르침이랍시고 받아가려 굽실거리는 놈들도 문제다. 그딴 식으로 구니까 이 빌어먹을 놈의 콧대가 꺾이질 않고 수직상승하고 있는 거 아니야. 누군가는 나서서 머리통을 내리쳐서 반으로 가르면서 '빌어먹을 성깔부터 고쳐와라 썩을놈아'라고 해줘야 하는 거라고. 그리고 내가 그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니 전세계의 인간들은 나에게 절을 올리고 제를 올려도 모자랄 지경인데.
라고 생각하면서 헛소리로 일축하던 그 때, 갑자기 아랫배로 손이 쑥 들어온다. 그리고 그대로 여우구슬이 쑥 뽑혀나가서...
"—고호오오옥?!"
하는 괴성을 마지막으로 몸과의 연결이 끊겨, 몸은 다시 노천탕에 그대로 쓰러져 빠진다. 윽, 으극, 흐, 흔들지말고 저 몸부터 어떻게 해보라고! 부글부글 기포 올라오는 거 안 보이냐 이 꼴통음양사가!! 완전극대노해서 펄펄 날뛰..고 싶지만 구슬 상태에선 날뛰는 것도 못하고, 그냥 미친듯이 번쩍번쩍할 뿐이었다.
고옥소리를 내는 메이사. 얼마나 서럽고 빡치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물론, 짐작 안 가는 녀석이니까 이런 심한 짓 하고 있는 거겠지만. 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요괴, 그것도 인간의 군대 몇 백 명쯤은 쉽게 씹어넘길 수 있는 대요괴를 이만큼 가르치려면 양심통에 귀를 기울여선 안된다. 오히려 그걸 즐길 수 있는 경지가 되고 나서야 그들의 본능을 진정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거다.
번쩍거리는 구슬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고, 노천탕 바깥에 굴러가지 않게 바르게 놓는다. 그리고 특유의 귀축적인 웃음을 지었다.
"메이사는 내가 자기 주인님인 걸 가끔 까먹나봐." "내가 기어오르는 거 다 봐주면서 친히 가르쳐 주고 있는 건데." "자기 좋은 건 쏙 배워먹고 싫은 건 뱉는다니 괘씸한 것도 정도가 있지? 그러니까 오늘은 말이야, 그렇게 있어줘야겠어."
부글부글거리던 몸을 잡아 꺼내면, 통째로 온천수에 삶아져 전체적으로 따끈한 감이 든다. 미끌거리는 느낌이 드는 여기 특유의 온천수가 좋은 느낌을 주고. 코에서도 입에서도 콜록거리며 의식없이 멍청한 표정을 하고 있는 메이사. 이런 메이사는 자존심 때문에 참아내려는 반응은 하지 않아 재미없지만, 저기서 보고 있는 구슬이 있다면 다르지. 철저하게 보여주기 위한 괴롭힘을 할 거라고.
"몸이랑 다시 연결 됐을 때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면서 잘 보고 있으라고."
그리고 바보같은 메이사를 마구 꼬집어 당기고 호빵같은 얼굴 만들면서 굴욕을 주고 아코디언처럼 늘렸다가 양쪽에서 짜부시켜 붕어빵같이 만들기도 하고 배꼽도 마구 후비고 군살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수치심에 번쩍거리게 만들었다 아 보람차네.
"이야~ 재밌었어~"
축 늘어진 메이사를 들고 나와서 몇 걸음 가다가, 능청맞게 깜박한 척 다시 돌아온다.
"이야 미안 미안, 존재감 없이 있어서 깜박할 뻔 했어. 삐졌어?"
귀도 갖다대본다.
"어이쿠, 육체 없는 찐따여우라서 안 들리는데~?"
그렇게 놀려먹기도 하고. 방 안에서 뽀송하게 마른 채로 또 열심히 괴롭히기에 들어갔다. 다리 찢기를 시키고 위에서 꽉꽉 누른다던가. 인도의 영적수련법(요가라고 하지)을 응용한 고문같은 자세로 30분간 있게 한다거나, 한쪽 다리로만 30분 정도 서있게 한다던지...
"잘 보고 있었어? 시끄러워서 보고 싶지 않아도 봤겠지만은. 이제 속이 풀렸으니까 다시 넣어줄게."
꼽고 긁히고 짜증났던 게 다 풀려서 상쾌한 목소리. 이런 괴롭힘이 고려하지 않은 부분은, 메이사가 아까부터도 엄청난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거겠지. 구슬이 자리잡았을 때 들어올 충격이랑, 그 이후의 근육통으로 최소 2주는 멧쨔쿠쨔 상태가 될 거다. 그런 걸 상상도 못한 채로 아까처럼 구슬을 집어 넣었다.
'야 이 그만하라고!!! 그만!!!!!' '이 미친놈이 대체 그런 건 어디서 배워오는거야!!! 야!!!! 진짜!! 적당히하라고!!!!!'
그만하라고 외쳐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아니까, 그냥 닥치고 애써 안 보려고 하고 있는데... ........너무 엄청난 소리가 나고 있어서 자꾸 시선이 간다. 그리고 한 번 보면 어이가 터져버리는 것이다. 아니 무슨 이... 긋... 윽...!!!! 그만!! 그만하란 말이야!!! 내 몸도!! 그만 하라고!!! 왜 그렇게 으호오옥이라던가 으고곡거리는건데!! 부끄러운 줄 알아라!(?)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구 외치게 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외침이 닿을리가 없고.... 그냥 번쩍거리기만 하겠지 젠장!!!
'......나중에 두고보자... 팔다리를 다 찢어놔주마 이자식아....'
한참이 지나서야 그 빌어먹을 자식이 빌어먹게 상쾌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젠장.. 이제야 끝난거냐고... 다시 넣어준다는 말에 눈을 질끈감고 각오를 한다. 아까도 그랬지만, 지금도... 다시 육체에 들어가 자리를 잡으면 또 충격이 올 거다. 아까 그 고옥 으혹 이런 소리를 내게 만든 충격이..... 어, 어떻게든 참아내주지.. 아까랑 다르게 미리 각오하고 들어가는 거니까! 참을 수 있다고!!
".........흐, 억, 어허어어어어어어억!!! 으고오오옥!!!"
무리였다.
노천탕에 들어갔다 나온 게 무색할 정도로 다시 땀투성이가 된 몸이 눅눅하고 끈적거린다. 지끈거리는 근육통이 전신에 자리잡고 앉아서, 숨만 쉬어도 욱신거린다. 몸 만큼이나 질척거리는 이불 위에 힘없이 엎어진 채로, 근육통을 견디며 가쁘게 숨을 몰아쉰다. 젠장... 젠장.... 뒤지라는 말이라도 꺼냈던 때랑 정말 다르게, 이제 진짜 말을 할 힘도 없었다. 그냥... 그냥 죽음.....
감히 나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고작 인간주제에 용서 못해애앳 하지만 유우가가 아니면 줄 수 없는 이 짜릿함에 점점 중독되고 있어엇 하는 갈등의 표정, 아아 유열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은 서로 사랑하는 연인 행세 하면서 어때?"
짭짤한 맛이 나는 볼에 가볍게 입맞추면서 메이사의 의지랑은 상관없이 또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그러고 나니 어느새 해가 다 떨어져 시꺼먼 밤이었다. 연구성과가 있다곤 해도 이정도로 농땡이 피다니~ 역시 죽어서 영체 상태로 연구 좀 진척시켜야겠어. 10년 내로 죽어줄까나, 물론 메이사 눈 닿지 않는 곳에서.
"그래도 오늘 덕분에 즐거웠어. 이야, 쇼군 놈한테 듣기좋은 얘기 해주느라 쌓인 불만이 다 날아갔다니까~ 그러니까 특별히 봉사 좀 해주도록 할... 아니아니, 그런 거 아니니까 벌써부터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이번엔 진짜 봉사니까."
손을 까딱여 식신에게 덥힌 물을 길어오게 하고, 종이에 진을 그려 온기가 식지 않도록 한다. 수건을 푹 적시고 한 번 짜서 촉촉하게 만든 뒤 팔부터 스윽 닦아준다. 내가 그렇게 부려먹었으니 지금은 손 까딱 못할 테니까 특별히 봉사해주는 거라고.
"난 말이지, 상이랑 벌을 확실히 하는 사람이야." "네가 좀 더 인간들 틈에 잘 섞여들 수 있다면, 상을 몇 번이고 줄 걸. 쇼군이나 먹는 달콤한 경단 같은 걸 얻어와줄 수도 있다고. 주술사들 삥뜯어서 네 무구를 갖춰줄 수도 있고." "하지만 메이사가 인간들은 다 별로고 섞일 필요조차 없다고 하니까 벌밖에 줄 수 없잖아."
그런 건 나도 싫어, 하는 말은 내뱉지 않고. 팔에서부터 뻗어들어가, 멍자국이 상당한 어깻죽지부터 그 안까지 제대로 닦아준다.
"넌 믿지 않지만 분명 그런 날이 와. 요괴들이 화포 맞는 게 무서워서 숲으로 동굴로 기어들어가고, 인간이 주식이 아니라 특식이 되는 날이 온다고."
봉사라니. 이번엔 또 뭘 하려는 속셈이지. 의심과 두려움과 굴욕과 복수심이 뒤섞인 눈으로 노려보면, 의외로 그런 게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진짜로 덥힌 물에 적신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기 시작한다. ....흥, 왜 이런 건 또 그렇게 잘하는 거야... 그보다 상이네 벌이네 하는 말 너무 건방지잖아. 네가 뭔데 나한테 상이고 벌이고 주는 거냐고. 삐딱선을 타서 하는 말마다 속으로 투덜거리고 반론하고 있었지만, 마지막 말에 귀를 살짝 파르르 떨었다. 역시 너, 헛소리밖에 안 하고 있잖냐. 이 멍청아. 내심 그렇게 생각하면서 길게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입 밖으로 툭 튀어나온, 중얼거린 말이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운동장에서 남학생들과 뒤엉켜 치열하게 공을 뺏는 중인, 축구에 한창 열중하고 있는 유우가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스탠드에 앉아 응원을 하거나, 각자 할 일을 하던 여학생들 사이에 섞여 들어 가만히 앉아있으면서 말이다.
그래, 전생의 네가 말하던 대로 됐다. 인간은 더 이상 밤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바다를 건너고 하늘을 날며, 심지어 이 별의 밖으로까지 나갔다고 한다. 이매망량의 본모습을 알고 공포를 품고 경외하는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한 세상이 됐다. 인간을 주식으로 삼던 녀석들은 똘똘 뭉친 채로 봉인당해, 몇 백년마다 '특식'을 노리고 꿈틀대며 기회를 노리고 있고. 거기에 속하지 않은 괴이들은 이렇게 인간들 틈에 섞여 살아가는 날이 됐다. 너무 네 말대로만 흘러가서 조금 분할 정도로.
지금의 나를 그때의 네가 본다면, 너는 어떻게 말할까. 말했던 대로 상을 몇 번이고 줬을까. 이렇게나 인간들 틈에 섞여든 나를 칭찬해주면서. ...아니. 그때 했던 말들은 역시 헛소리고, 넌 멍청이다. 나는 네가 말하던 대로 되었는데, 너는 정작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바보 같아."
전생의 네 모습은 한 톨만큼도 보이지 않는 지금의 너를 본다. 사람들 사이에 껴서, 웃고 떠드는 모습. 내가 아닌 다른 인간들에게 웃어준다는 게 조금 싫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한 경기가 끝났는지 이쪽을 보고, 정확하게 나를 보고 손을 흔드는 너에게 마주 웃어주며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지금의 네가 더 좋을지도 모르겠어. 유우가.
아니 근데www 스타게이저 파이라니 너무하잖아 유우가...🫠 근데 진짜로... 저는 푸딩과 파이를 디저트로만 알고 있던 사람이라 처음에 스타게이저 파이랑 블랙푸딩을 봤을 때 엄청나게 쇼크받았었어요...🫠 아마 멧쨔도 똑같겠죠.... 하지만 셰퍼드 파이는 좋아할지도🤔 어쨌든 고기가 들어가니까..
앵하입니다 👋 어제 밤샘하고 달린 덕분에 오늘은 약간 한가하네요... 덕분에 불초해졌지만🫠 느긋하게 일상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괜찮으실런지 모르겠네요 슬슬 바쁘시지 않나 싶어서 🤔... 일단은 일상 신청과 함께 갱신하겠습니다 😌
히메이 얘기) 저 동거지아 때 편한 옷이나 속옷 사야할 때 자기도 모르게 귀여운 거에 손이 갔다가 유우가가 w😏 하길래 어른스러운 거 구경하는 척 했는데 나중에 짐에 소리소문 없이 그 커엽던 거 들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치만 토끼무늬 파자마 메이쨔.. 보고십은걸..
밤을 새셨군요.. 꼬질콘을 달아드릴게요(?) 농담이고 나데나데입니다👋👋👋👋 어제는 정말 고생많으셨어요😌
일상 좋죠 헤헤.. 오늘은 월루하기 좋은 날이니까 완전 오케이입니다🤤 그리고 그 썰도 무지 좋은wwwwww 멧쨔 어른스러운 네글리제랑 캐미솔 구경하는 척하다가 폭닥폭닥 귀여운 파자마 쓱 집어넣는거 완전완전이라고요wwww 금방 들킬건데 아무 것도 모르는 척하는 바보 멧쟈...바보야...🤭
나중에 토끼무늬 파자마에 고양이양말 신고서 발가락 쫙 벌리면서 냐~ 하다가 들키면 좋겠다 히히...
요즘의 나라고 하면, 늘 그런 느낌이었다. 평일은 돌아올지 모르는 메이사를 기다리거나, 주말동안 들를 곳에 예약을 잡고, 건성으로 일한다. 담당들은 미스미랑 이누키가 봐준 지 오래다. 사키 녀석도 아무말 않았다. 나에게 실망했는지도, 말은 안 해도. 사회적인 위신에 신경을 쓰는 나였지만, 이젠 그런 걸 신경 쓸 수도 없게 되었다.
메이사가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너에게 같은 기분을 맛보여주고 싶었다는 편지와 담배 반 갑을 남기고.
하야나미부터 갔다. 그 다음부터는 도쿄 근교, 구조, 토요하시, 고센, 가마이시, 아사히카와, 오사카, 토야마, 오카야마... 그 외, 이름도 모를 시골까지 4달 동안 계속 돌아다녔다. 독한 감기에 걸려서 한 주 빼먹긴 했지만, 그 외에는 주말을 전부 헌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도 단서가 잡혔다. 어느 날 전화를 걸자 메이사가 받았을 때다. 숨소리만 옅게 들리는데, 그게 살아있다는 이야기라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나와는 한 마디도 나누기 싫은가, 내가 입을 떼면 끊어버리려나 하는 불안감에 나도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웬 메론빵 트럭의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메로메로메론빵, 하는 유치한 노래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트위터부터 뒤졌다. 메로메로메론빵이라는 노래의 단서를 잡으려고 몇백만자는 읽은 것 같다. 비슷한 트윗을 쓴 녀석의 프로필에 들어가서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사진이나 트윗을 추리고, 운 좋게 찾아낸 메론빵 포장지 사진에서 회사를 찾고, 회사 홈페이지에서 분점과 이동판매를 한단 사실을 알아내고, 이동판매의 위치와 관련해 전화를 걸어 알아냈다.
결국 미야기현에서 주로 사업을 하는 곳이란 걸 알게 되고. 어제는 센다이에서 오늘은 이시노마키로 건너갔다. 역에 내려서 이온몰 앞에 있는 가면라이더 동상을 보고 힘빠진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어. 벤치에 앉은 갈색 꼬리, 붉은 색 리본을 감은.
그걸 보고 홀린듯이, 신호등도 무시한 채 건너갔다. 겨울바람에 살랑거리는 귀가, 단발 아래로 기른 긴 머리가, 벤치에서 까딱거리는 발끝이, 그냥, 그 모든 게 너무 익숙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메이사."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나한테 키스하고 싶어하던, 야속하게 바라보던, 그러고도 애정을 포기하지 못하던, 증오하던, 그리고 다시 웃어주던 노란 눈과 다시 마주했다.
유우가를 떠난 지도 거의 4달이 되어 간다. 아니, 이미 지났던가. 처음엔 아무도 모를 정도로 평평했던 배도 이제 조금 커졌고, 주의를 기울여야 간신히 느껴지던 미미한 태동도 이젠 잘 느껴지게 됐다. 이제 습관으로 굳어져가는 손동작으로 배를 쓰다듬으며 병원을 나서자 조금 쌀쌀한 바람이 느껴진다.
"....오늘도 있네.."
초음파 검사를 받고 나온 병원은 이시노마키 옆 앞에 있고, 역 주변이라 그런지 앉아서 쉬어갈 곳도 있고, 가끔 푸드트럭도 온다. 저 메론빵 트럭처럼. 그러고보니 전에 유우가한테서 전화가 왔을 때, 안 받으려고 했는데 실수로 받아버려서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만 있을 때도 저 트럭이 옆에 있었지. 결국 끝까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끊어버렸었다. 유우가는 아마 메론빵 노래만 지겹게 들었겠지. ...문득 생각날 때가 있다. 유우가는 그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어떤 얼굴이었을까. 그때 이후로 전화... 안 오니까. ...이제 나같은 건 잊어버리기로 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말이지.
".....유우가.."
툭, 중얼거린 말은 흐린 입김과 섞여 흩어진다. 처음엔 이렇게 해서 복수할 생각이었지만, 같이 지내면서 그런 생각은 점점 흐려져만 갔다. 굳이 그럴 필요 없을지도 몰라, 복수라니 그런 거 안해도, 그냥 같이 있는 걸로도 좋지 않나 하고. 하지만....
늪에 빠져들어가듯 생각에 가라앉고 있던 도중, 배를 차는 움직임에 살짝 놀라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배를 쓰다듬으며 걸음을 옮긴다. ...일단 벤치에서 잠깐 쉬었다가 갈까.
"오늘은 해가 따뜻하네. 조금 바람 쐬다가 들어가자~"
벤치에 앉아 배를 쓰다듬으며 별 생각 없이 쭈욱 주변을 둘러본다. 이온몰 앞 가면라이더 동상, 여기 병원 처음 왔을 땐 이거 보고 조금 놀랐었다. 유우가도 가면라이더 좋아했었지. 그리고 그 옆으로 메론빵 트럭. 그리고 더 옆에는—
"—유, 우가...?"
많이 덥수룩하고, 츠나지에 있던 때보다도 더 꾀죄죄한 몰골을 하고 있지만, 그렇지만.... 눈이 마주친 순간 알 수 있었다. 유우가다. 유우가인데, 왜, 여기에....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인가, 꿈인가, 환각이라도 보고 있는 걸까.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거지... 입만 덥석거리다가, 간신히 내뱉은 말은.
"....치사해. 나, 나는... 몇년이나 걸려서 찾았는데." "유우가는... 왜 이렇게.... 빨리..."
나를 보고서 메이사가 일어섰다. 이대로 달려서 도망쳐버리면 나는 평생 따라잡지 못하겠지. 3달이 넘어서야 겨우 잡은 실마리를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또 얼마나 너를 찾아서 헤매야 하나. 그런 불안감이 훅 올라왔다. 쥐라도 오른 것처럼 경직된 머리가 지시하는 건 단 하나였다.
성큼, 크게 딛었다. 그리고 또 성큼 다가섰다. 그대로 어깨를 잡아 입맞췄다. 버둥거리는 몸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힘껏 끌어안고, 겨울바람에 말라붙은 입술을 부빈다. 메이사가 얌전해질 때까지. 그리고 타는 속이 아주 약간 진정될 때까지.
"...뭐가 치사해."
메이사는 키스할 때마다 치사하다고 말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뭐가 치사하냐고 되묻는다. 이번에도.
"이쪽은 너 때문에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매일 잠도 안 오고," "어디서 뭘 하나 신경 쓰이고...!"
"아, 제기랄..."
애끓는 속에 치사하다는 말이 던져지자, 서럽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북받쳐 올라서 나도 마구 쏟아부었다.
"사랑한다고!"
같이 손 잡고 길을 거닐 때도, 소파에서 어깨를 맞대고 있을 때도, 깍지를 끼고 엉켜있을 때도 안 했던 말. 내가 메이사를 사랑하는 게 맞는지, 다른 욕망을 헷갈린 건 아닌지 확신이 없어 내내 꺼내지 못하고 있던 말이 터져나왔다.
"내가, 너를!"
그렇게 쏟아내고 나자 눈물이 날 정도로 후련해져서, 붙들고 있던 메이사의 목덜미에 고개를 처박았다.
유우가가 다가온다. 성큼 다가와서 코앞까지 얼굴이 들이밀어지는 그때까지도 나는 얼어붙어 있었다. 그렇게 훅 가까이 와서야, 겨울바람에 마르고 갈라진 입술끼리 부벼지고 짙은 담뱃내가 입으로 비집고 들어오고 나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뒤늦게 뒷걸음질 치지만 이미 어깨를 꽉 잡혀서 도망갈 수도 없었다. 버둥거리고 밀어내려고 해도, 힘껏 끌어안겨 있어서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얌전히 끝나는 걸 기다리기로 했다. 어깨를 밀어내던 손을 아래로 내려서, 배가 너무 눌리지 않게 살짝 유우가를 밀어내는 정도만 하면서.
"...윽..."
나 때문에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잠도 안 오고, 어디서 뭘 하나 신경 쓰였다고. 서러움마저 묻어나는 말을 유우가가 토해낸다. 츠나지에 남겨졌던 내가 겹쳐 보이는 거 같아서 이상한 기분이 됐다. 그래도 너는, 나 같은 거 잊어버리고 잘 지낼 줄 알았다고, 그렇게 대꾸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그냥 그대로 너를 올려다 보기만 하다가.
사랑한다는 말에 머리가 새하얗게 됐다. 한번도 해주지 않았던 말인데. 우리가 아무리 가까이 붙어서 자고, 손을 잡고, 깍지를 끼고, 서로 엉켜서 시간을 보낼 때도 듣지 못했던 말. 한번도 꺼내지 못했던 말을, 네가 지금 꺼내서, 그래서....
".....유, 우가...."
그대로 내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는 유우가의 머리에 나도 고개를 기댄다. 여전히 말은 안 나오지만, 아까랑은 다른 기분이다. 그래. 벅차서...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머리가 새하얗게 돼서, 하지만 이건, 너무 좋아서 그런 걸지도 몰라...
"...나도, 사랑해..." ".....그, 근데 잠깐만.."
슬그머니 손을 올려서 유우가의 어깨를 잡고, 살짝 떼어낸다. 팔을 조금 펴서, 나한테 달라붙은 유우한테서 조금 멀어진다. 약간의 공간을 확보하고 나서야 한숨 돌리고서, 유우가를 올려다 봤다가 아차 싶었다. 표, 표정이 안 좋아.... 설마...
"..앗, 그게, 저기." "배 너무 꽉 안으면... 아기가.... ...담배냄새도 좀 그래서.. 유우가가 싫은 게 아니라, 아, 아기가 잘못되면 안되니까...."
메이사가 나를 밀어냈다. 어떤 얼굴로 밀어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밀어냈다는 사실이 날 철렁하게 만들었다. 아, 결국 날 떠난 건 그런 이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입술을 꾹 깨문다. 그러자 하는 이야기가,
"...아기?"
우리 주변에 아이는 없다. 메이사가 품에 안고 있지도 않고. 그렇다면...
내려다본 배는 약간 나와있어서, 잠깐 머리가 멈춰버렸다. 어, 임신. 임신인가... 혼란스러워하다가 겨우내 입을 떼서 말하는 건 실없는 얘기였다.
"임신... 했구나."
나랑은... 잘 챙겨 먹었지. 막판 가면 내가 안 챙기긴 했지만, 혼자서 잘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매달 재활용 쓰레기로 나오는 약 상자를 확인했었고. 애초에 나랑 생긴 거면 날 떠날 이유가 없잖아. 그러면......
심장이 지끈했다. 그동안 가슴이 아프다는 게 비유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통증이란 게 있는 거더라. 숨통이 막힐 정도로 찡하게 아파서 얼굴을 찡그렸다. 메이사는 어쩌면 나 없는 다른 곳에서 남편이랑 함께... 가슴은 아픈데, 자꾸 생각을 물고 늘어지게 된다. 그래서 더 아파왔다. 목이 꽉 조여왔다.
"...미안. 내가 생각도 안 하고 키스해서..." "그, 괜찮... 은 거야?"
어떤 의미로는 내가 싫지 않다고, 애써서 챙겨주려고 하는 게 더 마음아팠다. 너랑은 볼 장 다 봤고, 질려버렸고, 난 최선을 다하고 이제 유감도 없이 새 인생을 살겠다고 털어내버린 것만 같아서. 조금 주저앉고 싶은 기분이 됐다.
4~5개월 사이의 작게 부푼 배는 이제 옷을 입어도 조금 티가 나니까. 유우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배를 살짝 쓰다듬었다. 아, 움직이네 또. ...아기도 놀란 걸까..
"응?" "아... 괜찮아. 직접 피운 것도 아니고. 간접이긴 해도 그렇게 심하진 않으니까..." "....아마 괜찮지 않을까?"
괜찮은 거야?라고 물어본 건, 역시 담배 이야기겠지. 조금 매캐하긴 했지만, 오래 노출된 것도 아니고. 내가 직접 피운 것도 아니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의사도 뭐 이 정도로 뭐라고 하진 않겠지. 정말 놀란 건지, 아까보다도 더 잘 움직이고 있어서 손만 대고 있어도 다 느껴질 정도네. ...아, 그렇지.
"...손, 대볼래?"
대볼래? 라고 묻긴 했지만, 슬쩍 유우가의 얼굴을 살피니 뭔가 멍하다고 할까, 그런 얼굴이라서. 그래서 그냥 기다리지 않고 유우가의 손을 잡아 배 위에 얹었다.
"......아하하.. 엄청 움직이네. 아빠를 알아보는 거 같아." "보이지도 않을텐데... 어떻게 아는 걸까."
배를 쓱 훑는 느낌에 어깨가 움찔 튀었다. 뱃속의 아이가 손인지 발일지 모를 것으로 쓱 훑는 묘한 감각. 유우가의 손을 확인하기라도 하는 걸까. 밖이 보이지도 않을텐데, 신기하지.
내가 물은 건 그런 게 아니지만, 뭔가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 돼서, 멍청하게 듣고만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그럼 이제 널 찾아서 돌아다니는 것조차 못하게 되겠네' 하는 생각에, 어쩌면 그렇게 찾아다닐 때가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다. 멍하게 대꾸도 않고 있으려니, 메이사가 내 손을 잡고 배 위에 얹었다.
이건 무슨 악취미인가. 이번엔 또 어디서 뭘 배워와서 이렇게 남의 마음을 제대로 찢어놓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할 찰나.
- 아빠를 알아보는 거 같아.
귀를 의심하는 말에 고개를 들었다.
"아빠... 라고?"
"...내가?"
눈을 끔벅거렸다. 메이사의 뱃속에 있는 건 내 아이다. 그러면 내가 임신시킨 게 된다. 내가 아빠니까. 그러면 내가 남편이 되는 건데. 어... 어...?
"...내가 그럼 네 남편...인 거지?"
아기와의 교감을 느끼기도 이전에 그냥 이해가 안 가서, 그것부터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메이사의 손목을 붙잡고.
"근데 왜 떠난 거야...?" "혼인신고서도 있었잖아. 그냥 제출하기만 하면 됐는데, 그럼 되는데 왜......"
그러고보면 담배냄새만으로도 날 피했지. 아이를 보호할 생각이 있단 건 애정이 있다는 뜻. 그건 좋은 일이다. 다행인 일인데. 아까서부터 꾹 참고 있던 통증이 울컥 솟았다. 거기에 온 마음이 쏠려서, 눈물이 뚝 뚝 떨어지고 있는 것도 몰랐다.
눈을 끔벅거리는 유우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우가의 아이가 확실하니까. 유우가가 아닐리가 없다. 아주 미세한 확률로 성서에 나오는 수태고지일 확률도 있겠다만은, 그래도 한없이 0에 가까운 가능성이니까. 그냥 100% 유우가의 아이라고 하자. 그러면 유우가는 자기가 남편인 거냐고 재차 물어왔다. 거기에도 고개를 끄덕여서 대답했다. 결혼은 안했지만, 사실혼이라고 치면... 남편이라고 부를 사람도 유우가밖에 없으니까. 살짝 고개를 숙인 채로 유우가의 손을 겹쳐잡고 배에 대고 있으면, 유우가가 반대편 손목을 붙잡았다. 왜...그러지? 의아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고개를 올리면, 거기엔....
"유, 유우가..."
유우가가 울고 있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서, 어쩐지 나까지 울 것 같은 기분이 돼서. 겹쳐잡고 있던 손을 놓고 유우가의 얼굴을 소매로 닦아준다.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이 소매를 따라 번지고, 사라져간다.
"...그런 거 아냐. 내가 왜 유우가를 싫어해. 난 유우가를... ...사랑한단 말이야..." "계속계속 좋아했는데, 유, 유우가도 날 두고 갔었고.... 그, 그래서.. 다시 만났는데도, 그냥..."
아, 여기까지 말하고 나도 왈칵 눈물이 솟아서 뺨을 타고 흐른다. 울음섞인 목소리가 돼서 알아듣기 힘들 것 같은데. 최악이다...
".....그냥.... 연인도 아니고.... 파트너 같은 거였으니까......" "근데 아기도 생겨서, 유, 유우가... 아이 싫어하겠지...하고...."
우리는 서로를 와락 끌어안았다. 아주 오래 전에, 유성우가 쏟아지던 날처럼. 그때도 이렇게 서늘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춥지 않았다. 부둥켜안은 우리 사이로는 차가운 바람도 비집고 들어오지 못했으니까. 정수리에 그리웠던 감촉이 닿아, 나도 유우가의 품에 고개를 묻고, 가볍게 부빈다. 떨어져 있던 동안 아주 많이 그리웠던 냄새가 가득했다.
".....나도 미안해.... ....그, 그냥 도망쳐서....." ".......에..."
눈이 저절로 커졌다.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내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한 건 들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유우가가 없으면 안 돼. 떨어져 있는 동안 절절하게 느꼈다. 그래서 네가 날 찾지 않는다고 생각했을때 조금, 아니 꽤 많이 슬펐고. 하지만 뒤에 따라온 말은, 그 뒤에 이어진 말은.... 이제는 가망없을거라고, 포기했던 거여서.....
대답 대신 또 다시 입맞췄다. 기차에서 내려서 담배 필까 고민도 했었는데 안 피길 다행이다. 메이사가 움찔하며 아이를 걱정하는 기색이길래 입술을 가볍게 문지르고 떼기만 했다. 동거할 때처럼 진득하게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응. 돌아가자."
메이사의 양 손을 두손모아 잡고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메이사가 좋아, 어설프게 다른 감정이랑 헷갈린 것도 아니고, 몸정이 들어서 그리워하던 것도 아니다.
네가 없는 3개월동안 휑한 집이 끔찍했다. 소파 옆자리에 놓여 있던 네 손이 없어서 외로웠다. 침대 끝자락에 등이 놓이던 비좁은 침대가 썰렁했다. 기차를 탈 때면 나도 모르게 창가자리, 메이사가 있던 곳으로 고개를 놓고 자고 있고. 이제 뭘 해먹어도 2인분으로만 만들고. 입을 사람도 없는 여성용 속옷이 서랍장 반 칸을 꽉 채우고 있는데. 그런 나를 자각할 때마다 사무치게 보고 싶었다.
이걸 사랑이 아니고 뭐라고 말할 수 있지. 멋대로 쳐들어와서 걱정이란 걱정은 다 시키고, 고향과 가족으로부터 떨어트리고, 사랑하게 만들어버린 거잖아. 내 인생의 절반을 사치스럽게 차지해놓고는 멋대로 떠나가버리는 게 어디 있냐. 그러니까.
"돌아가서, 제대로 혼인신고하고, 부부로 살자."
작고 거친 손을 꾹 쥔다.
"이제 너 아닌 다른 사람은 싫어." "메이사가 좋아." "그러니까 곁에 있게 해줘..."
"읏... 나, 나도...." "유우가가 좋아. 유우가가 아닌 사람은 싫어..." "쭉 같이 있을래.. 같이 있어줘...!!"
내 손을 꽉 쥔 유우가의 손은 예전처럼 크고 따뜻했다. 꽉 쥐어진 손 하나를 빼서 유우가의 손을 덮었다. 눈물로 흐려진 시야지만 그래도 너를 담는다. 유성우가 떨어지던 밤에도, 목도리를 두고 나오던 밤에도, 연락이 닿지 않아 애달프던 날에도, 마지막 편지와 담배 반 갑을 두고 나오던 새벽에도.... 늘 그립고 보고싶었던 너를.
"응... 돌아가자..." "이제 계속 같이 있자...."
실감이 안 난다. 어쩌면 꿈일지도 모른다. 눈을 뜨면 너는 없고, 쌀쌀한 단칸방에서 눈을 뜨고 너를 그리워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정말로 그렇게 될 것 같아서 무서워. 하지만 아무리 감았다가 떠도, 눈물이 떨어져 맑아진 시야엔 네가 뚜렷하게 잡혀서. 역시 이건 꿈이 아니구나 하고 안심하게 돼.
한참을 훌쩍거리면서 울고, 조금 진정된 후에야 문득 생각났다. 유우가, 날 어떻게 찾은 거지... 나와서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계속 위치를 알려줬던건 에리쨔밖에 없던 거 같은데... 그것도 매번 알려준 건 아니고 좀 불규칙해서, 그것만으로 찾긴 어려웠을지도 모르는데.
"근데 유우가.. 어, 어떻게.. 찾은거야...?" "나... 그때 전화로도 아무 말도 안했었는데..."
한참 훌쩍거리는 메이사를 품에 끌어안고 달래주다 보면 옛날 생각이 난다. 클래식 시즌, 유성우 아래에서 펑펑 울면서 고백하던 메이사. 시니어 시즌 마지막 날, 나한테 뺨을 맞고 눈물짓던 메이사. 그리고 얼마 전만 해도 강제로 토해버리고 물맺힌 눈으로 노려보던 메이사까지. 전부 이렇게 꼬옥 안아서 달래줬었지.
가슴이 쿵쿵 뛰었다. 부끄러울 정도로. 그래서 하늘만 바라보면서 애써 진정하지만 쉽지 않았다. 꿈결만 같다. 내가 이런 인생을 살게 될 줄은 꿈에도 그리지 못했지만.
그러다 훌쩍하며 묻는 말에, 심장이 그대로 쪼그라든다. 어떻게 찾았냐니. 그야 온갖 개고생을 해서... 그걸 전부 말하면 기분나빠할 게 당연한데... 또 내 특유의 말실수가 넘쳐나왔다.
"...메론빵 트럭 노래가 들렸거든. 그 메론빵 트럭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인터넷에서 찾아서, 트럭의 루트 따라서 돌아다녔..."
센다이에서는 그 트럭의 루트를 3번 정도 도보로 걸어다녔다. 여기서도 그 정도는 해야하리라 생각했는데 운 좋게도 역 바로 앞에서 찾은 셈이고. ...어라, 이거 좀... 기분 나쁘지 않아?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어서, 입을 달싹거리다가 불안해하며 물었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싫나?"
그리고 꼴사납게 변명까지.
"그치만 처음 얻은 단서라 나, 그, 놓칠 거 같아가 이럴 수밖에 없었다... 미안타 근데, 아, 그, 그게......" "보고 싶었다..."
메론빵 트럭 노래?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이다. 어, 어라? 에리쨔가 알려준 게 아니라고? 저번에 전화를 실수로 받았을 때, 그때 들은 노래로...?
"....에...? 헤...???"
노래를 듣고, 그 노래를 쓰는 메론빵 트럭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인터넷에서 찾아서, 그 트럭의 루트를 따라 쭉 돌아다녔다...고... 그, 그게 가능한가? 어떻게 알아낸거야!? 뭐야 굉장하잖아.... 잠깐 벙쪄서 눈만 꿈뻑거리다가 정신을 차렸다.
"에, 그 어, 그렇구나아..." "응?"
나름대로 감탄했던건데, 유우가는 어쩐지 불안해보였다. 목소리도 좀 떨리고 있고... 귀를 쫑긋하고서 유우가에게 머리를 툭 기댔다.
"아니 별로... 좀 놀라긴 했지만." "그랬구나... 저번에 통화...했을때....."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걸 통화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때였다니.
"....그때 이후로 전화 더 안해서, 그냥.. 이제 나 같은 건 잊었나보다 했는데... 아니었던거네." ".....괜찮아, 유우가.. 응."
변명같은 말을 꺼내는 유우가의 등을 작게 토닥였다. 놀라긴 했지만 싫진 않다. 그만큼 필사적으로 날 찾아다녔다는 거니까. 방법은 좀 의외긴 하지만. 그렇게 토닥이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유우가, 수염 많이 길었네. 머리도... 살짝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쓸고, 점점 내려오다가 수염이 가득한 턱에 멈춘다. 내 기억 속의 얼굴에 비해 꽤 수척한 느낌이 든다.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그저 말 뿐인 건 아닌가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작은 손이 토닥거리는 걸 받고 있다보면 조금은 가라앉아서, 계속 받고 싶다 생각했는데 손이 떨어졌다. 아쉽다.
하지만 손은 내 머리를 만지기 시작해서, 만지기 좋게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머리카락을 복슬복슬 만지작거리다가 쓸어내리고, 귓전과 턱을 따라내려온다. 뺨에 닿은 손바닥의 온기가 좋아서 얼굴을 비볐다. 처음 받아보는 스킨십인데 싫지 않았다. 더 받고 싶었다.
손이 움직이지 않아서 감았던 눈을 뜨고 메이사를 바라보다가, 걱정하는 말에 눈을 깜박였다. 나오는 건 동문서답.
"키스해도 돼?"
그리고 허락을 받지도 않고선 메이사의 뺨을 감싸쥐고 입을 맞췄다. 문지르고 떼고, 문지르고 뗐다가, 메이사의 시선을 마주보고 눈을 감았다. 그냥 이대로 계속 키스만 하고 있으면 안 되나. 아쉬운 마음을 담아 입술을 살짝 깨물어 당겼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한숨에도 담배냄새가 묻어나오겠지 분명. 요즘은 하루에 한 갑씩 피워댔으니까. 젠장... 진한 키스는 당분간 무리겠다.
애끓는 충동을 삭히지 못하고 입술을 떼고, 다시 어깨에 이마를 처박았다. 메이사의 아랫배에 닿아서 살짝 몸을 뺀 채로.
대답으로 돌아올 말은 아니지 않나? 의문을 표하는 짧은 소리만을 남기고 입이 막힌다. 문지르고 떼고, 문지르고 떼는 애매한 키스. 입술끼리만 잔뜩 부비는, 하지만 확실하게 열이 느껴지는 키스였다. 진득하게 느껴지는 아쉬움에 내가 더 달뜨고, 길게 내쉬는 한숨에서 훅 끼치는 담배냄새가... .....애달프다. 마음만 같아선 나도, 떠나오기 전에 하던 것처럼 진하게 입을 맞추고 싶었는데. 갈등하게 된다. 아이한테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딱 한번일텐데 문제 없겠지 하는 충동이.
".....응. 그럴까." "아, 나... 지금 일하는 곳, 도시락집인데... 거기라도 갈래...?"
갈등이 채 마무리 되기도 전에 내 어깨에 이마를 폭 박은 유우가를 다시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도시락 말고 다른 걸 먹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좀 들긴 했지만... 슬프게도 수중에 돈이 그리 많지 않은 상태라. 이리저리 이사를 많이 다닌 탓이다.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지.
"자, 가자... ....왜 그렇게 서있어.."
왜 그렇게 엉거주춤한거야. 살짝 웃으면서 유우가를 안은 팔을 풀었다. 그리고 팔을 살짝 잡아당기면서, 병원으로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서 걸어간다.
조금 걸어가다보면 나오는 도시락집. 나이가 지긋한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시노마키에 도착했을때, 미처 집을 못 구해서 어쩌지 하고 곤란해 하고 있을 때 감사하게도 도와주신 분들이다. 도시락집에서 일을 하면서, 가게 위쪽 작은 방도 빌릴 수 있었다. 좀 좁고, 어둡지만 그래도 몸 뉘일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다행이지... 일단은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방은 좁아서 뭘 먹기 힘들테니까, 아래 테이블석에서 같이 먹고 올라가는 쪽이 좋겠지. 익숙하게 유우가를 데리고 테이블로 향했다. 아, 어쩐지 하야나미가 생각난다. ....그립네.
"다녀왔습니다." - 어서와요. 병원은 잘 다녀왔고? "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대요." - 다행이네~ 그런데 같이 온 일행은... "아...."
사모님과 인사를 나누다가, 유우가를 보고 묻는 말에 손을 꼬옥 잡았다. 조금 망설이다, 배시시 웃으면서 말한다.
"아이 아빠에요. ...저희, 뭐라도 먹어야 할 거 같아서.. 도시락 좀 살게요." - 뭐?! 아, 아니 사긴 뭘 사요~ 그냥 편하게 들어요. 그리고 당신 잠깐만, 잠깐 앉아있어봐요 왜 그래 정말.
- 아니 저 !@#!#$# - 밥은 먹어야죠! 일단 앉아있어요!
아이 아빠라는 말을 듣자 저 구석에서, 아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신문만 들여다보던 사장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는게 보였지만.. 사모님이 후다닥 달려가서 다시 앉혔다. 그리고 찰싹하는 등짝 때리는 소리도 들리고. 아아... 평소에도 약간, 그, 내 얘기 듣고선 '애 아빠는 대체 뭐!%$!#@$^$#@' 같은 말 하셨으니까... 이번에도 그러셨겠지. 나도 슬금슬금 유우가를 테이블에 앉히고, 도시락 세 개를 들고 돌아왔다.
아니 그치만 임신한 메이사를 어케 참아요... 큭... 이제 임산부여서 헐렁하고 배가 편한 옷을 입어서 예전만큼의 엄청난 존재감은 아니겠지만 볼륨 자체가 틀리고 커텐으로 인해서 더 티가 날 수밖에 없겠지... 메이사...풍채가 대단해졌다고...어머니는 대단해..어머니는 쩔엇... 으곡...🙄🙄🙄🙄🙄🙄🙄🙄🙄🙄🙄🙄
사모님이랑 같은 말을 하게 된다. 유우가, 너무 호쾌하게 먹는다고. ..그 중화풍 야채볶음, 꽤 매울텐데. 예전에 가끔 심술부려서 더 맵게 만들고 유우가의 눈물을 쏙 빼놨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도 지금처럼 얼굴이 좀 벌겋고 눈에 눈물이 핑 돌고 있었지... 반찬으로 만들 때마다 생각나서, 몇 번인가 울음을 못 참고 결국 양파를 썰면서 얼버무리는 일도 있었다. 이제 다신 못 만나겠지, 안 만나러 오겠지 하고 그랬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하니 좀 부끄럽네.
"자 녹차. 천천히 마셔. 뜨거우니까."
도시락 세 개, 그것도 오오모리-히또미미 기준이지만 꽤 많은 양을 순식간에 해치우다니. 유우가.. 대체 얼마나 배고팠던거야. 평소에 어떻게 먹고 지냈길래... 조금 안쓰럽게 보다가 녹차를 따른 잔을 건넸다. 그리고 그릇을 치우다보면 뭔가 묘한 시건이 느껴져서, 슥 고개를 들면 유우가가 내쪽을 보고 있었다.
나를 보고 있는 건 맞는데, 특정 부위만 열심히 보고 있군 이자식. 아니라고 둘러대도 솔직히 다 안다니까. 그리고 그렇게 보는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고. 그... 임신하고나서 더 커졌으니까.
"....좀 커졌지?"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들어서— 배를 슥슥 어루만진다. 이제 확실히 티가 날 정도니까.
"담배를 빨리 못 끊어서 좀 걱정했는데, 그래도 잘 자라고 있대."
...아니, 사실 배가 아니라 다른 곳을 보는 건 알지만. 여기서 그랬다간 사장님이 신문 찢고 달려올걸.....
저 그런 망상을 해요... 쓰레기 기둥서방이자 또레나 유우가를 먹여살리다못해 용돈까지 주는 멧쨔를......... 이녀석 한 번 쓰레기 on하면 바닥까지 보여줄 거 같다고... 그래서 마음고생하는 멧쨔를 상상하면 마음이 아프긴 하픈데 행복하기도 하네요 나의 진짜 마음은 뭘까...🫠
야호 이제 주말이다🫠 이제.. 이제 원없이 쉴 수 있겠어요... 히다이주는 아직도 바쁘실지.. 요즘 너무 바쁘신 거 같아서 걱정되네요🥺 휴식과 식사 잘 챙겨주시길.. 답레도 썰도 느긋하게 이어가면 되니까요 혹시라도 여기에 너무 부담 안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바쁠땐 그것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커졌지? 하는 말에 시선을 들어올린다. 티 안 나게 보려는 시도도 하지 않긴 했지... 하지만 시야에서 그만한 존재감이 흔들거리고 있으면 최면에 걸린 것처럼 보게 되는 법이다. 조금은 부끄럽지만, 도망치기 이전의 우리 생활을 생각하면 굳이 부끄러울 것도 없다. 이것보다 더한 추태도 부려댔으니까. 토한다던가, 병원에서 훌쩍훌쩍 운다던가...
"나도 담배... 끊어야겠지." "끊기 싫어..."
무심코 중얼거리다, 😾 하는 표정에 "끊을게, 끊을게." 하며 얼버무렸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끊게 될 줄이야. 역에서 담배가 적다고 새 갑이라도 샀으면 후회할 뻔했다.
녹차를 호록 마셨다. 마지막 모금까지 끝장을 내니 몸도 따듯해지고 배도 든든해지고 노곤해진다. 이대로 낮잠이라도 한 번 때리면 좋겠지만, 요즘은 내 뜻대로 잠을 못 잔 지가 오래. 별로 기대는 안 되는 채로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 을 해야... 하...
손에 잡고 있던 녹차잔이 떨어질 뻔해서 정신을 차렸다. 반사적으로 받아들긴 했는데. 우와, 먹고 졸다니 무슨 어린 아이나 할 법한 일을 했다. 깜짝 놀라기도 잠시, 다시 노곤해지자 메이사가 졸리냐고, 자기 방에서 눈 붙이겠냐고 묻길래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장선 대로 계단을 올라서, 복도에서 왼쪽 첫번째 방으로 들어서면 다다미 넉장은 되려나 싶은 비좁은 방이 보인다. 넉장 반도 아니고 넉장이 못 되는. 창고와도 같은 방이다. 세로로 길게 하나 난 창문에는 빛이 영 들질 않고, 먼지냄새가 풍기는데다 이불을 개켜놔서 망정이지 펴기까지 하면 발디딜 틈 없이 좁겠다. 거기에 앉은뱅이 책상 위에 온갖 파일과 서류들이 얹혀져 있어 생활하기 좋은 곳은 아니다 싶은 생각부터 든다. 노곤했던 것도 순식간에 쫓겨가고 어쩐지 서글픈 기분이 됐다.
누가 보더라도 번듯한 집이라고는 하기 힘든, 아니, 집이 아니라 방 조차도 되지 못할 공간이긴 하지. 좁고 먼지가 가득한 창고의 일부를 부랴부랴 치워 공간을 냈다고 해도 믿을법한 좁은 방. 창문도 좁고 세로로 나서 햇빛도 잘 안 들어온다. 처음 나왔을 땐 그래도 작은 아파트 셋방 하나를 빌려서 살았는데, 윗집이고 옆집이고 죄 이상한 사람들뿐이라 급하게 이사하고, 다음으로 간 집도 비슷한 일을 겪고 이사하고.... 이사에 이사를 거듭하다보니 돈은 없고, 아이는 있고, 날은 춥고. 그래서 여기저기 서성이다가 이 도시락집 사모님한테 발견돼서 주워졌다(?) 당장 몸 뉘일 곳을 찾아서 그냥, 감사하기만 할 뿐. 돈을 보태줄테니 다리 뻗을 수 있는 방이라도 빌리라고 연거푸 말씀하시긴 하지만 내가 매번 거절했다. 이 정도로도 충분하니까.
"이사를 자주 다니니까 돈이 금방 없어지더라고." "그래도 여긴 거의 공짜로 묵고 있어. 이런 방인데 돈은 못 받겠다고 하시기도 했고." "....더 넓은 방을 얻어서 살아도, 또 이사가게 될 거 같아서 그냥, 여기서 쭉 지내고 있지..."
그리고 잠시 침묵. 가만히 바닥의 다다미결을 보다가 확 고개를 들었다.
"이불 펴줄게, 잠깐 누워. 아까 찻잔도 떨어트릴 뻔했잖아. ...조금 쉬자. 나도 병원 갔다오니까 피곤하고."
잠깐만, 하고서 유우가를 거의 문 밖까지 밀어내고 이불을 편다. 좁은 방이라서 어쩔 수 없다. 이불을 펴면 꽉 차버리니까. 그리고 베개는 하나지만... 일단 유우가한테 양보하자. 많이 피곤해보이고.
"자, 누워도 돼. ...둘이 눕기엔 좀 좁을라나."
유우가가 누우면 내가 뒤이어 눕는다. 배가 나와서 불편할 수 있을테니, 유우가를 등지고 몸을 딱 붙인다. 좁은 방에서는 이렇게 밀착할 수밖에 없다. 어쩐지, 예전에 좁은 침대에서 같이 자던 기억이 나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았다.
"왜 이사가?" "왜 이사가게 될 것 같아...?" "내가 없는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배인 겨울바람 냄새. 바깥을 많이 돌아다닌 걸까, 이번 겨울은 많이 추웠는데. 머리카락에 코를 묻은 채, 메이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메이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뺨을 문지르고 있다. 내가 때렸다. 멍한 눈으로 날 올려다 보던 메이사는 이내 결심을 했단 듯이 안방을 나가, 탁자에 편지를 쓰고 더플백을 들고 집을 나선다.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에 나는 황급히 달려나가 메이사의 손목을 붙잡는데, 내 손아귀를 쓱 빠져나가는 감촉이 너무 생생해서.
번뜩 눈을 뜨자 나를 등지고 살그머니 문을 여는 메이사가 보여서 손목을 거칠게 잡아챘다.
"가지마." "다시는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까, 애도 내가 잘 기를테니까, 메이사 그러니까 제발..."
복도의 불빛이 비춘 표정에 깨닫는다. 이제는 현실이라고. 함께 돌아가기로 약속했단 것도 떠올랐다. 그럼에도 두쿵거리는 가슴이 가라앉질 않아서, 아쉬운 마음을 꾸득꾸득 다시 밀어넣으며 손을 놓았다.
유우가의 팔을 베고 누우면 등 뒤로 맞닿은 온기가 따듯했다. 조금 쌀쌀한 방도 따듯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리고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별 거 없는 얘기지만. 그냥, 집주인이 이상한 사람이었다던가, 옆집 사는 아저씨가 이상한 사람이었다던가. 참고 살려면 살 수야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속옷 도둑맞고 나선 바로 떠야겠다 싶어서 이사했었다던가. 뭐 그런 이야기들. 이상하게 떠나려고 하면 기차가 연착되거나 운행중단이 되거나 해서 지체되는 일도 많았다는 소소한 얘기도 곁들여서. 그러다보면 등 뒤의 숨소리가 점점 규칙적이 되고, 나도 조금씩 졸음이 찾아온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다보면....
- 메이사.... - 가지 마..
그런 소리가 들려서 귀가 휙 뒤를 향한다. 안 간다고 대답하려다가, 아 잠꼬대인가 싶어서 그만뒀다. 잠꼬대에 대답하면 안된다는 말도 있었고.. ....조심스럽게 유우가의 손을 쓸었다. 꿈에서도 내가 떠난 걸까. 그래도 이제.. 떠날 일 없으니까.
그 뒤로도 몇 번인가 유우가는 잠꼬대를 하고, 나는 손을 쓸어주며 꾸벅꾸벅 졸았다. 얼마나 그랬을까, 졸음을 살짝 깨게 만드는 감각이 들었다. .....화장실, 가고 싶네... 추워서 그런지 아기 때문인지 화장실 너무 자주 간다니까.. 유우가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문을 살그머니 열었다. 역시 복도는 좀 춥네. 빨리 갔다와야지. 그렇게 문을 열면, 갑자기 손목이 잡혀 뒤로 살짝 끌려갔다.
"으헷!?"
손목을 잡은 건 유우가였다. 아, 깨워버렸나... 그냥 잠깐 화장실에 가는 거라고 설명하려고 했는데, 유우가의 표정도, 말도, 손목을 잡은 힘도 심상치가 않아서. 잠시 멍한채로 듣다가, 마음이 아파서 잔뜩 찡그렸다. 유우가.....
"....괜찮아, 유우가. 나 잠깐 화장실 가려고..." "밖은 추운데, 금방 갔다 올 게. ....그래도 혼자 있기 싫어?"
그래도 같이 가겠다고 하는 유우가를 살짝 끌어안고, 손을 꽉 잡았다. 마음이 안 좋았다. 내가 떠난 것 때문에 유우가가 이렇게 됐으니까. 그대로 손을 잡고 화장실로 향한다. 그리고 문을 열기 전에 손을 놓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화장실 안 까지 같이 들어가는 건 좀.
껴안는 메이사의 머리에 뺨을 기대고 문질렀다. 껴안아주는 게 좋아서, 가까이 있으면 풍기는 메이사의 체향이 좋아서 그대로 있다가, 끌어주는 대로 같이 화장실에 갔다. 익숙하게 같이 들어서려던 때. 제지당했다.
"...여기?" "알았어..."
뭔가 서운했다. 우리 같은 칸에 자주 들어갔던 거로 기억하는데 어쩐지 선이 그어진 느낌이라. 그래도 쭈굴한 채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등을 벽에 미끄러뜨리고 웅크려 앉은 채로 눈을 감았다.
메이사가 깨우는 목소리에 손을 잡고 일어나서 중얼거렸다.
"...다음엔 들어갈래. 나와있는 거 싫어..."
그동안 부족했던 잠이 긴장풀린 뇌에 잔뜩 쏟아부어져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 채로 메이사의 손을 잡고 안방으로 갔다. 그리고 문을 닫고나서 메이사를 바라봤다. 묵직한 배를 가누기 위해 오랜시간을 들여 이불에 눕는 메이사를.
뒤이어 나도 메이사 옆에 앉았고, "잘 자 유우가아..." 하고 중얼거리는 메이사의 입에 허리를 숙여서 홀린듯이 키스했다. 아니, 홀린 게 맞지. 잠에 취하면 몸에 익은 루틴대로 하게 되는 법이다. 배 때문에 뿌리치지 못하는 메이사의 얼굴 옆에 팔로 딛고서는 그대로 눅진한 소리가 나게 입맞췄다. 어쩌면 아까 선 그은 데에 대한 화풀이일지도 몰랐다. 잠들려다 말고 봉변을 당한 메이사 옆에 누워서, 나를 등진 몸과 배를 이쪽으로 돌려놓고 계속 키스했다. 다행이도 잠에 취했다고 무뎌지진 않았다.
끝내고 나오자 벽에 기대 웅크린 채로 자는 것 같은 유우가가 보였다. 많이 피곤한 거 같은데 그냥 이불에 누워있지...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얼른 들어가서 재워야지..
"유우가, 들어가서 자자." "에.... 응.. 알았어. 일단 일어나. 자."
화장실도 같이 들어가자니.... 그, 그래. 잠꼬대처럼 하는 말일라나. 아까 잠꼬대도, 깨서 날 붙잡고 한 말도 그렇고... 내가 또 없어질까봐 걱정인 거겠지. 이제 그러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나도 예전엔 유우가가 다시 떠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도, 늦게 들어오거나 연수받으러 가면 또 두고 간 건지 불안하고 그랬으니까. 어쩐지 알 것 같아. 그래서 화를 내거나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조심스레 유우가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묵진한 배를 잡고 천천히 누웠다. 아직 만삭까진 아니어도 예전처럼 벌렁 눕거나 하는 건 좀 걱정이 돼서.
"엇차.... 유우가도 얼른 누—?!"
눕지 않고 옆에 앉길래, 얼른 누우라고 하면서 가볍게 이불을 두드리다가.... 갑자기 키스해서 깜짝 놀랐다. 아까처럼 가벼운 키스가 아니라 서로 얽고, 눅진한 소리가 방에 울릴 정도로 진한 키스. 조금 당황스러웠다, 꽤 오랜만이었기도 하고. 옅어지긴 했지만 은은하게 풍기는 담배냄새가 그리움을 마구 자극해서, 눈을 슬며시 감았다.
유우가가 누운 뒤에도 우리는 한참을 키스했다. 등지고 누웠던 아까와 다르게, 부푼 배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면서. 오랜만인데도 키스만큼은 예전하고 똑같아서, 아니.... 아....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머리가 녹아서 진득하게 흘러내리는 느낌이었다. 나쁜 게 아니라 좋은 의미로.
"하...아..... ....응...." ".....잘 자, 유우가..."
돌아가서도 이렇게 하자며, 그대로 품에 고개를 묻고 잠든 유우가. 조심스럽게 머리칼을 쓰다듬고 나도 눈을 감았다. 거의 매일 혼자서 웅크리고 훌쩍이며, 유우가를 그리워하면서 잠들던 방이지만... 오늘은 따뜻하고 그리운 냄새에 푹 감싸여서.. 행복한 기분으로 잘 수 있을 것 같아.
두 분께 아침식사를 받아먹으며 이제 돌아가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사모님께서는 마침 팔이 다 나았고 재활이 필요하던 참이라며 흔쾌히 수락하셨고, 사장님께서는 탐탁찮아 보였지만 메이사 얼굴을 보고 넘어가주는 느낌이었다. 얼마 없는 짐을 싸고 나와 함께 열차에 몸을 싣고 도쿄로 간다. 플랫폼에서는 어쩐지 실감이 안 나서 몇번이고 잡은 손을 내려다봤다.
차에 같이 앉고서도 나는 병든 닭처럼 졸다가 메이사를 따라 화장실까지 따라가는 것의 반복. 그렇게 중앙트레센학원앞역에 내렸을 때에야 떠올렸다.
"......그, 메이사..."
침대 협탁 위에서 말려지고 있는 거랑, 일주일 전에 한 빨래가 아직도 널려있는 건조대, 거실 테이블 위의 술병들과 컵라면 컵들... 빵 포장지랑 대충 버석거리는 채로 구겨져 있는 휴지들. 빨래통에 다 넣지도 않고 주변에 널려있는 양말들까지...
보게 된다면 메이사, 기겁해서는 '나 다시 돌아갈래' 할지도 모르겠다. 불안한 마음에 손을 꼭 잡고 그 자리에 멈춰서서 물었다. 머리가 완전히 정지해버려서 이게 타당하지 않은 말이란 것조차 몰랐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대서 바보가 돼버린 게 분명해. 어차피 가야 할 집, 더러워서 들키기 싫다고 이런 곳을 가자니.
다시는 올 일 없겠지, 그렇게 생각했던 역에 도착했다.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다. 기차에서 내내 졸던(그래도 화장실 갈 땐 귀신같이 깨서 따라왔다)유우가를 보니 역시 많이 피곤한가 싶어서,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그런데....
".....하?"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어디를 가자고...? 잠시 멍한 채로 유우가를 봤다. 내 표정 엄청 멍청해보이겠지.....
"헤...? 에?" "왜... 집에 안 가고...? 그, 나 짐도 있고... 들렀다가 가는 것보다 그냥 집가는게 좋을 거 같은데...."
왜냐면 돈 들잖아. ...그렇게 비싸진 않겠지만, 어쩐지 그동안 돈에 쪼들리는 생활을 하다보니 이런 걸 따지게 됐다. 슬픈 습관이 생겼다고 할까. .....물론 어제 키스만 해서 나도 좀 그런 기분이긴 하지만, 그래서 이해를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사실 왜 갑자기?라는 의문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좀...
메이사의 표정과 반응에 나도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깨달았다. 사정설명을 전혀 안하고 "호텔 가자"를 박아버렸다는 걸. 마치 의탁할 곳에서 다 빼왔고 도쿄까지 와서 돌아가기도 힘들테니 이제부터는 어울려줘야겠다, 그렇게 말하는 거 같아서 얼굴이 새파래졌다.
메이사가 끌고가는 대로 끌려가면서 뒤늦게 변명해대지만, 어쩐지 제대로 듣지 않는 태도에 말이 엄청 길어진다.
"아니 메이사, 내가 그, 그게 아니고,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 아니 너랑 그걸 그 나도 당연히 그런데 잠깐만 들어봐 메이사..." "아무튼 나 전혀 그런 거 아니었으니까? 응? 가자고 한 건 다른 게 아니고, 지금 내 집이... 씁... 더러워서..." "......여보가 뭘 상상하든 간에 더 지저분할 거야."
건성으로 들으며 앞장서는 메이사. 결국 집 앞까지 가고 나서, 조금은 주눅들은 기분으로 문을 열었다.
일단 현관 앞에 놓여있는 일반쓰레기 봉투 여러개. 반질반질하던 복도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고, 소파 앞의 커피테이블에는 맥주캔이 잔뜩 쌓여있다. 창문 너머 발코니 위에 놓인 재떨이에는 꽁초가 다육식물처럼 수북하고, 그 아래는 당연히 쓰레기봉투로 가득. 부엌 카운터에는 컵라면 컵들이 탑을 이룬데다 세탁실에는 밀린 세탁물들이 땀냄새를 풍기며 세탁기 위에 아무렇게나 얹혀져있다. 욕실의 줄눈에는 물때가 끼어있기까지. 무엇보다 질색인 건 현관문을 열자마자 정면으로 보이는 빨래건조대에 놓인 팬티들이다. 이 모든 것들이 엉켜서 현관문을 열자마자 쿰쿰하고 찝찝한 냄새가 난다.
내가 무턱대고 메이사를 데려올 때랑은 여러모로 딴판. 그때는 기껏 비싼 돈 주고 들어온 집이니까 잘 써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됐다.
"응응. 알았어." "나도 알아. 그러니까 괜찮아. 아이 참... 진짜 괜찮대두??" "......그, 그렇게 말할 정도야?"
근데 여보라니, 아, 아직 혼인신고서도 안 냈고, 결혼식도 안 올렸지만.. 그렇게 불리는 것만으로도 뭔가 기쁘기도 하고, 두근거려서... 후후... 기분이 좀 좋아졌을지도. 그렇게 조금 좋아진 기분으로 열린 현관문을 들여다 보는데.
상상 이상이었다 정말로. ...내, 내 기억 속의 집이 아닌데...? 집 잘못 찾아온 거 아냐? 아닌데.. 여기도 14층이고, 호수도 맞고, 유우가가 문도 열었고... ...이, 이상한데..? 이게... 집이... 이렇게까지 된다고...???
".......유우가...."
쿰쿰한 묵은 담배냄새, 찝찝한 냄새... 창가에 쌓인 담배꽁초와 테이블에 쌓인 맥주캔들, 일반쓰레기 봉투도 여럿 줄지어 있고, 빨래도 엄청 쌓인 거 같은데.... 저 컵라면 컵들은 뭐야? 유우가 저거만 먹고 지냈어!? 잠시 말을 잃고 집을 둘러보다가, 머리가 지끈거려서 이마를 짚었다.
"....응.. 치우자. 오늘 잘 수 있을 정도로는 치워야지.."
안으로 들어가 짐을 대충 내려놓고, 예전 기억을 더듬어 쓰레기봉투도 꺼내오고, 타는 것과 안 타는것, 페트병과 캔을 분리하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거 어쩐지 그리운데. 그래. 그때도 이런 적이 있었지. 한사코 자취방에 들이지 않으려고 하던 유우가. 알고보니 엄청 더러워서, 그때도 이렇게 같이 치웠던가. 하하, 엄청 예전이네... 정말...
"유우가, 어쩐지 옛날 생각나지 않아? 그 왜, 클래식 때. 유우가 자취방에 처음 간 날." "그때도 못 오게 막아서 뭐라도 있나 했더니, 이렇게 집이 엉망이었잖아. 그래서 같이 치우고. 저녁도 유우가가 차려주고. ...그때 생선구이 맛있었는데."
고개를 푹 수그리고 대꾸한다. 내 기억보다 더 지저분해서 정말이지 면목이 없었다. 눈을 잠깐 붙였다가 너무 깊게 자서, 기차 시간이 아슬아슬했던 탓에 그대로 뛰쳐나갔었지. 그래서 더 쑥대밭이 된 것도 있었다.
"그래도 잠은... 잘 수 있어. 침대는 멀쩡해."
협탁 옆에 그게 놓여 있고 구석에는 대충 벗어놓은 옷가지들도 있고 갈아입고 뛰쳐나간 실내복들도 놓여있지만 암튼 누우면 된다.
아무튼 나는 부엌의 컵라면통 정리를 맡게 됐다. 젓가락을 빼서 차곡차곡 쌓다가 메이사를 힐끔 보고, 봉투 부족하다는 핑계로 메이사한테 갔다가 봉투만 받고 쫓겨나고. 그리고 다시 슬금슬금 가까이 갔다. 메이사가 빨래를 개고 있으니 나는 건조대를 치운다는 핑계면 될 것 같다.
또 쫓아내려나 했지만 되려 말을 걸어줘서, 조금 기쁜 마음으로 더 가까이 붙었다. 허벅지가 맞닿아서 기분이 좋았다. 조잘거리며 스리슬쩍 손가락도 잡았다. 이렇게 메이사의 무언가가 손에 잡혀 있어야 안심이 된다.
"그래도 그때는 좀, 지금보다는 덜 더러웠지. 그 뭐야, 매트리스랑 옷밖에 짐이 없어서 오히려 쓰레기가 있어도 휑했고..." "확실히 지금이 더 심각하네. 젠장..." "밥은 그때처럼 내가 해주고 싶은데, 냉장고에 뭐가 없어서. 나가서 먹을까? 힘들 거 같으면 내가 포장..."
가뜩이나 말주변이 떨어져 더듬거리던 게 뚝 끊겼다. 잡은 손을 내려다보면서 생각한다. 포장해오는 사이 전처럼 도망가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 이렇게 잡아놓고 있는 편이 좋은데. 순식간에 불어난 불안감이 맥락과는 동떨어진 말을 내뱉게 만들었다.
그래도 싫지는 않아서, 잠깐 손가락이 잡힌 채로 가만히 있다가 손을 꼬물거리기도 하고, 맞닿은 허벅지의 온기에 슬쩍 웃기도 했다. 잠시 후에 손을 빼고 다시 빨래를 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때는 정말 잠만 자고 나오나? 싶을 정도로 집이 휑했으니까. 지금처럼 이렇게 물건이 많지 않았지. 아아, 그러고보니 떠나기 전에 내가 샀던 러그나 물건들도 그대로네. 화분은.... ....응, 아까 현관에서 바짝 마른 채로 발견됐지 참. 불 붙이면 엄청 잘 탈 거 같단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아. 천천히 치우면 돼. 서두를 필요 없으니까." "담배꽁초는 제일 먼저 치워야 할 거 같긴 하지만. 하하.... 에?"
뜬금없이 들려오는 갈 거야?라는 물음에 유우가를 쳐다본다. 어, 어딜? 아, 포장하러 같이 갈 거냐고? 그리고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아직 뭔가를 먹기엔 좀 더러운 환경이니까, 역시 둘 다 가는 것보다는...
"음.... 한 명은 남아서 정리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 "아니다. 나가서 먹고 들어오자. 그쪽이 좋을 것 같아."
사실 남아서 한 명이 정리해도 포장해오는 사이에 다 치울 수 있을 거 같은 생각도 안 들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냥, 괜히 떠났었나보다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 혼자 바보같이 착각해서, 유우가도 나도 힘들기만 했으니까. 후회된다. 할 수 있다면 그 날의 나에게 가지 말라고 전하고 싶을 정도로.
"그래. 밥 먹고 오면서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올까. 나 가리가리군 먹고싶은데. ....엇차아..."
그렇게 말하면서 깔끔하게 개서 정리한 세탁물을 들고 일어섰다. 이제 그냥 일어서기만 해도 엇차...하는 소리가 입에 붙어버렸네.
스윽 빠져나가는 손가락에 가슴이 서늘했다. 그러다가 영문모를 대답을 하기에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헛 하고 깨달았다. 나 방금 엄청 멘헤라 같았네 하고. 자제... 자제해야 하는데. 성가시겠지, 자꾸 이러면...
메이사가 세탁물을 들고 일어나길래, 한 박자 늦게 일어나 나도 모르게 눈에 잡히는 것부터 잡았다. 문제는 그게 메이사의 꼬리였다는 거. 하지만 놓고 싶지는 않아서 잡은 채로 힐끔힐끔 눈치를 보다가 따라나섰다. 물론 꼬리를 놓지는 않았고, 슬금슬금 끝쪽으로 늦춰 잡은 채로.
"옷장에 자리는... 있으려나, 있을 거 같은데. 미안, 요즘 잘 안 열어봐서 모르겠어. 가서 공간 만들어줄게."
그리고 가서 옷장문을 열자 후두둑하고 쏟아지는 옷들. 옷걸이를 쓰지도 않고 대충 던져넣고 문을 닫아대서 그렇다. 속옷이나 수건은 서랍장을 쓰는 편이고, 옷들은 몬다이 시절처럼 빨아놓은 추리닝만 돌려입은 지 좀 됐으니까. 한숨을 푹 내쉬고 옷들을 침대에 일단 내려놓았다.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그 안쪽에서 물빠진 군청색의 코트를 발견한다. 이건 옷걸이에 걸어뒀는데, 옷들을 던져넣으며 떨어진 모양이었다.
"...아, 이거."
메이사에게는 못보던 여성복. 아직 상표도 떼지 않은 걸 손등으로 쓸어봤다. 어쩐지 그때 생각이 나서 눈이 찡해진다.
"너한테 주고 싶었는데... 가버려서 못 줬어." "겨울에 워낙 춥게 입고 다녔잖아, 이번엔 좀 따듯했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근데 결국 겨울이 다 지나버렸네."
갑자기 꼬리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어깨가 들썩 크게 움직일 정도로 놀라버렸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유우가가 꼬리를 잡고 있었다. 아, 아아... 놀래라. ...같이 살 땐 장난으로도 꽤 잡았었는데, 떨어져있던 동안은 그럴 일이 없었으니까... 놀라버렸네. 하지만 이것도 금새 익숙해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어쩐지 웃음이 나와서 피식 웃었다.
"정말... 놀랐잖아." "응, 고마워. 공간 있으면 이거 넣으면 되겠— 어....우...."
그리고 유우가가 옷장을 열자 그냥 옷이 쏟아졌다. 잠깐 고개를 위로 올려 시선을 돌린다. 아아, 옷장에 머쓱하게 걸려있는 옷걸이들과 바닥에 우르르 쏟아진 옷들.... 그냥 대충 던져넣으며 살았구나... ...예전에 자주 입던 정장도 무참하게 구겨진 채로 바닥에서 발견됐다. 어쩐지 마음이 안 좋았다. 유우가가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느껴지는 거 같아서.
"일단 이것들 다 넣어둘게... 응?"
유우가가 옷들을 들어 침대에 내려놓고, 나는 슬쩍 옷장에 난 공간에 세탁물을 내려놓다가..이거, 라는 말에 돌아본다. 군청색의 코트. ...딱 봐도 유우가 사이즈는 아니고, 여성복같다. ...이게, 왜...? 내가 없는 사이에 다른 여자라도 왔던 걸까. 두고 간 거려나. 그런 불안한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주듯, 유우가가 바로 설명을 덧붙였다. 나에게 주고 싶었던 거라고.
"....나, 한테...?" "...그랬...구나...."
내가 나가버린 날, 어쩌면 그 후에.... 사왔던 걸까. 나가기 전엔 본 적 없던 옷이니까. 어쩐지 울 것 같은 기분이 됐다. 유우가도 마찬가지인걸까, 표정이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를 꼬옥 안고서 머리에 턱을 얹는다. 잠시 떨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익숙한 온기. 팔을 뻗어서 유우가의 등에 손을 두른다.
"응... 고마워 유우가. 잘 입을게...."
그땐 못 입었지만, 앞으로는 닳아 없어질 때까지 입어버릴테니까. 유우가의 품에 고개를 부비면서 말했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어가는 지금은 입기 어렵겠지만, 다시 찾아올 겨울에는 입을 수 있을 테니까.
옷방 정리하느라 하루종일 불초해진...🫠 내 휴일 다 어디로... 어디.. 어디에.... 하지만 날씨가 너무 쌀쌀해져서 안 하면 내일 얼어죽은채로 출근하게 될거 같았어요..
조금 걱정되네요.. 바쁘신데 날도 갑자기 쌀쌀해져서🥺 컨디션 안 좋아지기 딱 좋은 시기인.. 부디 몸조심하시길... 내일도 쌀쌀한 것 같으니 옷차림 신경써주시구요.. 그럼 저는 오늘 준비한 기력체력 전부 소진해서🫠 좀 일찍 들어가보겠습니다아... 저야말로 체력관리를 해야겠네요 히히... 앵바앵밤입니다~ 바쁘셔도 쉬실 땐 푹 쉬시길.. 내일도 저희 힘내보죠😸
메이사에게 주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하자, 얼떨떨하게 되묻는다. 이제 결혼까지 할 사이면서 이럴 때 보면 연애 초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나는 정상적인 연애는 해본 적 없고, 메이사랑은 연애를 건너뛰고 결혼부터 하게 됐지만. 픽 웃어버렸다.
연애는 지금부터 하면 되겠지. 둘다 백살 될 때까지 이대로 행복하게... 눈을 감고, 메이사의 손을 느낀다. 등을 두르는 작은 손의 감촉이 무척 그리웠지. 새삼 떠올리고 보면 날 이렇게 안아주는 사람은 메이사 밖에 없었어서. 츠나지에 있는 가족도 도쿄에서 친해진 사람들도 이렇게 따듯하게 만들어주진 못했다.
계속 붙어있고 싶지만 포옹을 푼다. 붙어있는 것보다 중요하고, 더 하고 싶고, 물어봐야하는 게 있어서.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지그시 바라보면 끄덕여준다.
시트 세탁을 아직 안 했는데. 옷더미도 아직 안 치웠는데. 그런 생각이 들 즈음엔 이미 늦었다. 거칠고 작은, 그러나 따듯한 손에 깍지를 밀어넣고. 우리는 한 덩이인 거처럼 계속 엉겨붙어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안심이 됐다. 역설적이게도 악몽을 꿨지만.
좀 부끄럽지만 🙄 저 이번에 늑향 리메를 보면서 이 노래가 완전...완전 히메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은 1절만 들었는데 링크하려고 2절까지 들어보니까 그냥 노래 전부가 프리지아라 다음 >>0은 여기서 뽑아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 나면 한 번쯤 들어주십사..
앵하입니다 👋 메이사 공급이 필요한데 일상의 텀도 보장못할 거 같아서 아쉽네요...😟 멧쟈주는 잠 잘 주무시고 식사 세끼 잘 챙기고 계신가요? 바쁘셔도 건강을 챙겨주세요 😌
그리고 저는 뻘하게 생각난 거지만 🤔 유우가가 무거운 이불을 좋아한다는 설정이 있었는데요... 그건 사실 유우가가 애정결핍이라 껴안아주는 느낌이 있어서 좋아한 거고(그때부터도 그런 설정이었음) 멧쟈랑 동거하고나서는 멧쟈가 껴안아주니까 🤭 가벼운 이불을 들였겠지 생각했어요... 순애앳..
>>908 🤔 얇은 이불에만 멧쟈 향이 남아있을 테니까요 얇은 이불 하나는 껴안고 하나는 덮고 잔대요... 가끔 하남자처럼 훌쩍훌쩍도 합니다 😏
그보다 저 멧쟈이불이란 거 읽고 안아줘요처럼 날다람쥐가 된 멧쟈를 떠올려버렸어요 🤔 초=귀엽겠지 멧다람쥐 잠옷을 입은 멧쟈는... 어쩔 수 없네!! 유우가가 안아줘야겠네!!!!!! 겨울에 유우가 도테라를 훔쳐입고 따끈따끈해진 멧쟈도...안되겠네... 껴안아서 혼내줘야겠네...
후후.. 저번에 떴던 건 너무 겨울용이라 좀 얇은 실로 간절기용 프리지아 목도리를 새로 뜨고 있어요😊 덕분에 오늘 하루종일 뜨개질만 하느라 스레를 못 온...🫠 너무 몰입해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떠도 정작 가을 안에 다 뜰지는 장담못한다는게 슬프네요 요즘 가을 너무 짧고.. 저의 손은 느리니깐....🫠🫠🫠🫠🫠
앵모닝 앵프터눈 앵나잇입니다 👋 요즘은 데드라인에 매일매일 쫓기는 통에 레스 하나 적기도 품이 많이 드네요... 늘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11월 이후가 되면 일정이 조오금은 풀릴 듯 합니다... 그때까지 힘낼게요 멧쟈주도 일정 잘 해내시고 좋은 하루 되시길...😊
이 시간에야 집이라니 괜찮으신...???😲 일상은 내일도 되니까 피곤하시면 무리하지 마시고 썰을 풀죠... 저 많은 걸 생각해왔다고요...🤔 그 근데 말하기 전에 필터링 좀... 🤔 흠... 차 떼고 포 떼고 이거 안되고 이건 말하면 잡혀가고... ...... 메이사한테 끈 튕기는 장난 치는 유우가는... 괜찮겠죠 이어폰 끈이라고 응응
저도 놀랐어요... 에...? 400일...?? 거짓말... 알람 뜬 거 보고 엄청 벙찐wwww 1주년이 엊그제같은데...🫠 불초해서 400일에 무엇도 들고오지 못해 마음이 안 좋네요 하하... 근데 저거 무지무지 귀여워요 집중해야 할 일 있으시면 한 번 해보시는 것도 추천하는wwww
새삼 메이사 폰 배경화면은 유우가랑 셀카 찍은 거고 잠금화면은 기본화면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 원작자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실 오늘...그러니까 아까 12시에 뜬 알람이라 아직 23시간 있지만 내일은 여러모로 바빠서 🤔 그래도 저녁은 널럴하려나... 그렇다면 뭐라도 끼적거려봐야겠어요
우와아아아아 저거 좋아아아아...😇 뭔가 잠금화면은 다른 애들이 흘끔 보고 메이사 보고 하는 걸 느껴서 바꾸게 됐을 거 같은wwww 어쩐지 까만 강아지 화면 보고서 유우가가 🤔 오? 멋있는 개네~ 니가 키워? 😼 그거 몇 번째 물어보는 거야ww 그냥 인터넷에서 주운 강아지라구 🤔 그러면 모르는 개인데 왜 화면으로 해두는 거냐? 희한하다 참... 😼 ...... 😼 유우가 닮아서...💕 하는 시니어의 포카포카한 대화도 보였다고요 우효
우와 OO트랩... 하고싶...지만 절대 못하는 소재겠죠...🫠 저의 뇌내에서 잔뜩 망상해야겠어요 히히히.. 그리고 루프지아 완전완전완전 찬성입니다🥹 으히히히힣... 저 사실 루프물 무지 좋아한단 말이죠.. 앵웨때도 슬쩍 루프이야기를 꺼냈을 정도로(?) 그러면 일단... 시간이 시간이니 히다이주 저녁 챙기신 뒤에 일상할까요 저히😸
🤔 루프지아 어쩐지.... 동거지아 멧쟈의 생일 이벤트 때 멧쟈가 진짜 죽어버리고 유우가 혼자 이상현상을 겪다가 dive in 하고 나서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건 어떠신가요 🤔 오..오랜만에 고자극일상하니까 리미터가 해제될 거 같아 좀 두렵지만 잘...어케 잘...해보겠습니다 히히...😏
진즉 바닥에 처박힌 줄 알았던 기분은 더, 더 아래로 더 깊숙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냥.... 그래... 네 말이 맞는 거 같아. 진짜 최악이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현관을 나선다. 엉망진창이 된 체르탄이 담긴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와 쓰레기장으로 내던진다. 그리고 그대로 드러그스토어를 돌며 약을 긁어모으고, 집 아래 편의점에서 맥주를 가득 사들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뻔했다. 봉투를 뒤집어 약을 쏟아붓고, 포장을 벗겨 알약들을 있는대로 입에 쑤셔넣어 맥주로 넘긴다. 너무 많이 우겨넣어서 넘길 때 목이 아플 지경이었다. 탄산이 타고 내려가면 쓰라릴 정도였다. 그래도 포장을 뜯고 입에 쑤셔넣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아까 먹은 밥보다도 약을 더 많이 집어삼키고, 맥주를 마시다보면 슬슬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술기운이 먼저인지 약기운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에 힘이 슬슬 빠지고 나른해지면서.......
몸을 일으킨다. 시야가 빙글 도는 거 같고, 걸음도 아까보다 훨씬 더 휘청거린다. 비틀거리면서 나는 주방으로 향했다. 날이 시퍼렇게 선 식칼을 집어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그래, 욕실에서 하는 게 낫겠지. 몽롱한 머리로도 그 정도의 사고는 가능했다. 하하. 그래.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어질어질해서 뭐가 즐거운지, 뭐가 슬픈지도 모를 지경이 됐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히죽히죽 웃으면서, 나는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기 시작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엄청나게 추웠다. 기분도 나쁘고, 속이 안 좋았다. 곧바로 토해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그대로 넘어져서 엎어졌다. 두세번 정도 더 시도한 끝에 욕조에서 일어서는 건 가능했지만, 그게 무색할 정도로 곧바로 욕실 바닥으로 엎어진다. 타일바닥에 부딪힌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그런가, 그대로 그냥 왈칵 토해버렸다. ....아.... 몸에 힘이 없다... 어쩐지 눈도 잘 안 보이는 거 같고.... ..........이제 엮일 일도 없어지겠지... 나랑 엮이지 않게 돼서, 너는 기뻐하려나..... 그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다시 의식이 날아갔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낯익은 천장이 보였다. ...츠나지에 있는 내 방, 내 침대... 멍하니 눈을 깜빡이면서, 손으로 침대를 쓸어보고, 천장을 구석구석 뜯어본다. ....어떻게 된 거지? 머리가 아팠다. 아, 그렇겠지. 제대로 넘어졌으니까. 머리부터.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심하게 아파서 한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그리고 그 상태로 방을 돌아보면.... ....방이 깔끔했다. ....물론 내가 중앙으로 간 사이에 부모님이 치웠을 수도 있다. 아니 애초에 백퍼 그렇겠지. 하지만 그거랑은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뭐야 이게.."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벽에 걸어둔 교복도, 책상 위에 놓인 교과서와 참고서, 공책 같은 것들도. 집에 틀어박히면서 피웠던 담배냄새도 없었고, 사바캔 트로피도 없었다. 무엇보다, 한쪽에 놓인 전신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뭐야 이게?"
....과거로 돌아온 것 같은 모습에 입을 떡하니 벌린다. 거울 속의 나도 똑같이 하고 있다. 엄청 멍청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떨리는 손으로 침대맡을 더듬어, 핸드폰을 집어들고 화면을 확인한다. 믿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가 눈 앞에 내밀어진다.
지금은 클래식 시즌이었다. 눈을 몇 번이고 깜빡이고, 잔뜩 부벼도 보고, 벽에 머리도 한 번 박아봤지만 바뀌지 않았다. 죽은 줄 알았는데, 과거로 돌아온다는게 말이나 되는 일이야 이게?? 믿을 수 없어서 눈만 꿈뻑이고 있다가, 무심코 날짜 아래의 시각을 확인했다. 아. 지각이다.
어안이 벙벙하지만, 갑자기 쉬겠다고 할 타이밍도 놓쳤고, 무엇보다 직접 보고 확인하고 싶어서. 대충 교복을 챙겨입고—갈아입던 도중 과거의 슬림한 몸매에 감탄하는 시간이 있었다(...)—허겁지겁 학교로 뛰어갔다. 그리운 등굣길, 그리운 교문을 지나고 복도를 지나 교실로 들어서면... 거기엔 정말로, 예전 그대로의 반이 있고, 친구들이 있어서. 어쩐지 엄청 그리운 기분이 돼서 눈물이 왈칵 솟았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왈칵 눈물을 터트린 나를 보고 몇몇 아이들이 다가온다. 괜찮다고 둘러대면서 자리로 향해, 책상을 슬며시 쓰다듬었다. ....아아, 그렇구나. 어쩌면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엮인 게 잘못이었으니까, 이번에는 아예 엮이지 않도록. 우리가 엮이지 않았던 과거로 돌아온 걸지도 모르겠다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들면, 교실 앞문이 열리고 네가 들어온다. ....나와 엮인 게 잘못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네가.
메이사가 죽었다. 자고 일어났다가 불길한 기분에 일어나보니 메이사가 옆에 없었다. 늘 싸우고도 내 옆에 기어들어와 자던 녀석인데 이상했다. 뒷목을 타고 오르는 불길함을 애써 무시하며, 가늘게 빛이 새어나오는 욕실문을 열면...
턱, 하고 걸리는 느낌과 함께 싸늘하게 식은 메이사가 있었다. 코 밑에 손을 대봤지만 느껴지는 건 없었다. 얼음장처럼 차갑고, 식은 물로 축축한 메이사의 표정은 기이하게도 편안해보였다. 나랑 있을 때는 절대 지어주지 않던 표정이라, 다행이라는 마음까지 들었다.
메이사의 부모님이 올라오셨다. 학교에서 일하던 나를 마주치고는 멱살부터 잡고 한 대 갈기셨다. 장례는 츠나지에서 치르기로 한 모양이다. 친구 한 명 없는 외로운 곳에서보다야 낫겠지. 마지막 날 나도 절 근처를 서성거렸지만, 내가 낄 자리가 아닌 거 같아 발을 들이진 못했다.
그리고는 끔찍한 일상이었다. 출근하고, 무슨 정신인지도 모른 채 일하느라 폐급짓을 하고, 팀원을 떠나보내고, 상급자에게 한 소리 듣고...... 그러다 못해 쉬고 오는 게 어떻느냐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그래서 쉬기로 했다.
무급 장기 휴가였으므로, 트레센 근처의 막대한 월세를 부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집부터 정리했다. 메이사의 흔적 때문에 괴로웠어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메이사의 향이 남아있던 이불도 베개도 소파도 체르탄도 다 폐기물로 처리해버렸고 왔을 때처럼 간소하게 새 집을 얻었다. 60년 된 목조주택이라 추웠다. 그래서 이불 밖으로 나가고 싶질 않아서... 어차피 사람을 만나지도 않겠다 며칠이고 씻지도 않고 이불 안에서 머물고 뒹굴거리고, 공허하게 숏츠를 내리다가 배가 고프면 옆에 놓인 컵라면만 대충 먹다 말았다.
그렇게 5개월, 폐인의 완성이다. 그걸 자각하게 된 건 환각 때문이었다.
- 이제 일어난 거야? 지금 저녁 7시라구💕 - 우와― 게다가 엄청 구린내 나💕 진짜 노숙자 같다고 유우가💕
덥수룩한 앞머리를 들추며 히죽거리는 건, 이미 없어진 내 동거인. 환각이라고 알면서도 껴안았다. 그렇게 냄새나는 이불에서 메이사를 껴안고 한숨 잤다.
눈을 떴을 때, 내 집안은 전부 메이사로 가득차 있었다. 만원전철처럼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메이사의 틈을 겨우 빠져나와 내다본 바깥은... ...거짓말처럼, 모든 사람이 메이사가 되어있었다. 메이사가 아닌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를 제외하고.
"헉."
모든 메이사가 나를 돌아보고서 달겨들었다. 악몽이어도 이런 악몽이 없다. 잔뜩 식은 땀을 흘리고 깨어났다. 꿈도 참 이런 악질적인 녀석을 꾸게 될 줄이야. 그것도 몇 년씩이나 되는, 끔찍하게 생생한 꿈을... 시간감각조차 희미해졌다, 덕분에. 시계를 보려 폰 화면을 킨다. 2024년이겠지. 아직 좀 쌀쌀한 걸 봐선 가을이려나 생각을 하고 보면―
2023년 4월 12일. 나의 첫 부임날짜였다.
꿈에서는 긴장해서 양복을 입고 갔었다. 첫날에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얼이 빠진 덕분에 교문까지 와서 보니 익숙한 검은색 추리닝이었고, 익숙하게 지나치려던 경비는 나를 잡고 부외자가 아닌지를 꼬치꼬치 캐묻다가 직원증을 보고 나서야 보내줬다.
그렇게 8시 40분, 조례 시간에 들어섰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무신론자지만, 지금만큼은 신에 대한 얄팍한 신앙이 솟을 지경이었다. 복도에서 빠른 걸음으로 날 지나치는 녀석들 모두 아는 얼굴이었으니까. 그들의 이름을 물었을 때, 속으로 떠올린 여섯글자가 전부 맞아떨어졌으니까.
하지만 단 하나 다른 게 있을 수 있다면, 제발 이 D반에 그 녀석이 없기를...
들어서서, 돌아본다. 엎드려있기도 하고 뒤로 돌아서 수다를 떨기도 하던 녀석들이 모르는 인간의 등장에 하나둘씩 여길 쳐다봤다. 또 시시한 녀석인가 가늠하는 시선들. 그 중에서 가장 강렬하게, 뚫릴 정도로 날 바라보는 녀석. 노란 눈을 홉뜬 채로, 입을 벙긋거리면서 얼빠진 얼굴을 하는, 기억에 없는 표정.
다른 건 있었다. 하지만 그건 가장 바라지 않는 종류의 다름이었다.
날 경멸하다 못해 죽어버린 녀석도 함께 과거로 돌아왔다.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가슴이 쿡쿡 쑤셨다. 하지만 출석부르고 자기소개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을 해낼 수 있었고, 조례를 끝나고 교무실에 돌아왔을 때. 그제서야 팔에 얼굴을 묻고 숨을 몰아쉬었다. 첫 출근부터 울어버리다니 정말 한심했지만,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사람이 살아있는 걸 봐버렸잖아. 이건 겪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바라지 않은 행복이었다.
조례가 끝나고 주변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떠드는 걸 보고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유우가의 얼굴, 아주 잠깐이었지만 동요하는 게 보였다. 표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나와 다르게 그쪽은 제대로 다듬었지만, 그래도 한순간이나마 보았다. 나를 보고, 내 얼굴을 보고 놀란 표정을.
".........."
친구들이 떠드는 내용이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마 첫날부터 추리닝이라니 제정신이냐고www 같은 내용이었던 거 같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어울리다가, 화장실이라는 핑계를 대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개인칸에 들어가서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은 클래식 시즌. 유우가가 자기소개를 한 걸 보면 아마 부임 첫 날... 그러니까, D반의 담임이 된 날이다. ...유우가도 아마, 나랑 똑같은 걸까. 나는 죽고 나서, 다시 과거로 돌아온 거 같은데. 그럼 유우가도 같은 걸까. ....유우가도 죽은 걸까. ...내가 죽은 후의 일은 모르겠고, 알아도 별 소용이 없을 거 같으니까 그냥 제쳐두자. 그래. 지금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다. 지금 시점에선 프리지아도 아직 없고, 나는 프러시안 소속이고.... 유우가도 팀이나 담당은 없었던 거 같은데.
.......치맛자락을 손으로 꽉 쥐었다. 나랑 엮인 것부터가 잘못인지도 모른다고 그랬었잖아. 그치.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돌아온 건, 우리가 다시 처음으로, 엮이기 전으로 돌아온건 역시, 그거겠지.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라는 뜻이겠지, 분명.
"...흑, 으... 으으....."
분명 그런거겠지. 납득하면서도 눈에 눈물이 차오르고, 입에서는 미처 막지 못한 흐느낌이 새어나온다. 진짜로 우리가 엮인 게 잘못이었던 거라고, 확증된 것 같아서.
엉망이 된 얼굴로 화장실을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반친구를 붙잡고 몸이 안 좋아 보건실에 가겠다고 전했다. 직접 말하러 가지 않는 건, 이제 엮이면 안 될테니까. 그런 변명을 중얼거리면서 보건실로 향했다. 도착해서는 적당한 이유를 둘러대고 침대 하나를 차지하고 누웠다. 단번에 내준 걸 보면 얼굴이 꽤나 엉망이었던 모양이지. 그렇게 침대에 옆으로 누워 훌쩍거린다. 이유같은건 잘 모르겠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어쩐지 말이다.
종례 시간, 한 자리 빈 곳을 보고 물었다. 아직 묘하게 낯가림을 하는 녀석들은 얌전히 대답해줬다. 예전이라면 놀려먹었을텐데.
- 기분이 안 좋다고 보건실에 있겠대요~
역시 그런 거겠지.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고 종례를 끝냈다. 트레이닝을 하러, 자습하러 뿔뿔이 사라지는 녀석들을 뒤로 하고 나는 보건실로 향한다. 걸어가면서 오만 생각을 했다. 이게 맞나. 나 혼자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 둘이 함께 과거로 돌아온다니 무슨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그럴 거면 차라리 화끈하게 이세계로 가던지, 이건 무슨 장난인가.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들어가보니 보건 선생님도 어디 가신 듯 없고, 훌쩍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커튼으로 가려진 침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일단 보건실의 문부터 잠갔다. 메이사는 나랑 싸우다 보면 그냥 나가기부터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생긴 습관.
"메이사."
내가 부르자, 훌쩍거리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선생님 가도 돼?"
고민하는 듯한 정적. 3초를 견디기가 힘들어서 발을 슬금슬금 옮겼다. 그렇게 옆 침대에 걸터앉아 반투명하게 보이는 메이사를 앞에 두고 말을 건넸다.
"왜 기분이 안 좋아? 어디 아파?"
마치 담당이라도 된 양, 동거하는 사람인 양 다정하게 묻는 말. 오늘 처음 만난 선생님이라기엔 묘한 기색을 주는 목소리. 모든 게 내 착각일 뿐이라면, 메이사는 여기서 기분 나쁘다고 하겠지. 내가 꾹 참고 있는 말을 내뱉는다면 분명 경멸할 거야. 어쩌면 취직하자마자 짤려버릴지도. 하하.
예전이라면 그런 걱정에 쫄아붙어서 이 커텐을 젖히지 못했겠지만, 이제는 자신이 있다. 난 츠나센을 때려치우고 부모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타지로 가서도 어떻게든 살 수 있다는 자신이. 그래서 커텐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돌아누운 메이사가 보였다.
돌아누워서 훌쩍거리고 있는, 기분나쁠 정도로 생동감이 넘치는 메이사. 그 등에 대고 들이박았다. 예고도 없었다. 보자마자 튀어나왔다고밖에.
계절은 벌써 봄인데도, 겨울이 길게 머무르는 츠나지는 해가 빠르게 기울고 여전히 겨울의 냉기가 남아있었다. 창가로 들어오는 꽤 많이 기울어진 햇빛을 보며, 얼추 종례 시간이 되었겠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종례 시간까지도 훌쩍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거의 반나절은 울고만 있던 거 같아. 눈은 너무 부어서 아플 지경이고, 목도 꽤 아프다. 그래도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로 베갯잎을 적시고 있다보면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보건 선생님.. 아까 나가셨던데 다시 오신 건가.
- 메이사.
그 목소리에 가슴이 철렁했다. 어째서, 왜 여기에. 학생 하나가 보건실에 있다고 해도 굳이 찾으러 올 정도는 아니잖아. 놀라서 훌쩍거리던 것도 멈춰버렸다. 그리고는 가도 되냐는 물음이 뒤따랐다. ...뭐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서 망설이는 사이,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바로 옆까지 왔다.
"..........."
오늘 처음 만난 임시 담임과 반 학생이라는 사이에서는 상상도 못할 거리감. 마치 동거하는 사람이라도 되는 양, 담당이라도 되는 양 다정하게 물어보는 말에 머리가 새하얗게 되는 거 같았다. 조례 시간에 본 표정은 착각이 아니었다고. 과거로 돌아온 건 너 혼자만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지만.....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떼어내기 무섭게, 네가 마저 말을 이었다. 아니, 이었다고 할까... 제멋대로 커튼을 열어젖히고, 제멋대로 던진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해, 라고.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 그렇게 듣고 싶어했던 말을 이제야 들었다.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기분이 돼서, 잦아들던 훌쩍거림이 한층 더 강하게 흘러나온다.
".....나......"
하지만 분명, 그렇잖아. 나랑 엮인 게 잘못이니까, 이번엔 그렇게 되지 말라고 다시 돌아온 거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 같은...거랑... 엮이면......"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덥석거렸다. 누가 가슴을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그래도 쥐어짜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안돼..."
기껏 돌아왔는데 다시 엮여서, 또 그렇게 된다면. 그게 더 가슴 아플테니까. 쥐어짜내듯 뱉고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메이사는 한동안 말도 못하고 어깨만 들썩거릴 뿐이었다. 오랜 시간을 들여 겨우 내뱉은 말은... 그래, 복잡미묘했다.
"나도 좋아해" 라는 반응 따위는 당연하게도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꺼져라던가, 너 따위 보고 싶지도 않아 라고 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질 것만 같았다. 같은 소파에 앉아서 맨날 듣던 말이니까. 그렇게 말하면, 껴안는 거로 해결이 될 것만 같은 이상야릇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들려온 말은... 나를 적극적으로 원망하고 저주하는 말이기보다는... 이게, 뭐라고 말하기가 진짜 어려운데, 그냥 느낀 그대로 말해보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틀려먹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과 실이 엮이다 못해, 실을 쥔 누군가의 손에서 잔뜩 비벼지고 엉켜서, 더이상 어디서부터 엉킨 건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그런 덩어리가 되어버렸다는 실감.
돌이켜보면, 그 직감은 옳았다.
그래서 나는 욱신거리는 목울대를 억누르고, 통증을 삼키고 애써 웃으며 말한 거다. 알잖아, 이런 건 내 전매 특허라는 거.
그래. 그렇겠지. 엮이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할 정도였으니까.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겠지. 묘하게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머리와 다르게, 눈에서는 또 눈물이 쏟아진다. 스스로에게 지겨움을 느낄 정도로. 그대로 그냥 누운 채, 한번도 널 돌아보지 않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알아... 나도...."
훌쩍거림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고 나니까... 그래, 어쩐지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래, 그런 건 이미 돌아오기 전에도 알고 있었잖아. 새삼스럽게 울 일도 아니다. 그것보다는 그냥 앞으로 어떻게 할 지를 생각해보는 게 좋겠지. 축축한 베갯잎에 얼굴을 묻고서 머리를 굴린다. 어쩔까나. 학교를 아예 안 나가는 것도 좋지만 이건 마마랑 파파도 오래 걱정할거고, 친구들도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 엮이지 않으려면 안 나가는 게 제일 좋은데 말이지...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아마도 돌아오기 전의 결론하고 똑같은 거겠지만, 조금은 다른 형태로 가능하겠지.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옆 침대에 걸터앉은 너에겐 눈길 하나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엉망이 된 얼굴을 푹 숙여서 감추고 문을 향해 걸었다. 손을 뻗어서 문을 밀면.... ....열리지 않았다. 문이 잠겨있었네. 잠금을 푸느라 문 앞에서 조금 시간이 지체됐지만... 상관없나. 딱히 시간제한이 있는 일도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잘 있어."
아마 이게 마지막 대화가 되겠지. 그런 의미를 담아서 툭 던진 말을 보건실에 남기고, 잠금을 푼 문을 열었다. 따듯했던 보건실과 다르게 복도는 싸늘하고 차가워서 몸이 부르르 떨린다.
잘 있으라고 했다. 더 이상 보지 않겠다는 말이겠지. 그거로 됐다, 된 거다. 엉킨 실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거다. 더 엉킬 일도 없이, 나랑 무관계하게...
그렇게 생각하니까 슬펐지만, 술을 잔뜩 마시는 거로 잊을 수 있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때리는 알람 소리에 일어났을 때, 마치 짠 것처럼 클래식반 단체 톡에 알림이 올라왔다. 메이사의 담당 트레이너로부터.
실종된 메이사는 차가운 채 발견됐다. 그리고 메이사의 장례식이 열렸다. 이번에 나는 제대로 초대 받아서 메이사를 보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은 이를 보내주는 건 쉽지 않았다. 특히 그게 메이사라서. 잘 있으라는 말이 그 의미였던 건가. 도대체 왜? 엮이지 말아달라길래 정 떼라고 해줬더니, 왜 돌연 죽어버린 거야. 왜. 난 정말 모르겠다. 예전부터도 그 속은 전혀 모르겠었는데, 이제는 정말로. 네 생각이 한 가닥도 이해가지 않는다.
그런 메이사를 이해하고 싶어서 안카자카에서 뛰어내렸다. 술을 먹으니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딛고, 박차고, 시야가 빙글빙글 뒤집히더니 쿵. 끝.
눈을 퍼뜩 떴다.
"...꿈?"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요정따위는 없었다. 그저 머리가 물리적으로 깨지는 듯한 고통만이 엄습해와서, 새벽에 머리를 끌어쥐고 눈물 범벅으로 끙끙댔다.
바닷물은 차갑고 소름끼치고 숨이 막혔다. 친숙하게만 느끼던 바다에 공포를 품을 즈음 의식이 멀어졌고, 그대로 내 삶은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지겹게도 다시 눈이 떠진다. 또다. 차가운 바닷속이 아닌 푹신한 이불과 침대, 하야나미의 2층, 내 방. 날짜까지도, 눈을 뜬 시간까지도 저번과 지겨울 정도로 똑같았다. 딱 하나 다른 게 있다면 저번과 다르게 절망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내 얼굴 정도였다.
교복을 입고 등교한다. 또 다시 부임 첫 날의 네가 교실로 들어와 자기소개를 한다. 본 것을 또 보고 있자니 조금 지겨웠다. 현실에 스킵 버튼은 역시 없는거구나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할 정도로. 저번과 다르게 보건실에 가진 않았다. 가봤자 바뀌는 일은 없고, 그냥 마음이 아플 뿐이니까. 그것보다도 또 돌아왔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아서, 실감이 나지 않아서 이걸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런 나를 기어코 점심시간에 옥상으로 불러냈을 땐, 한숨을 애써 삼켰다.
".....죽으면 더 엮일 일도 없을테니까."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학교를 안 나가는 걸로 대응해도 어차피 담임인 이상 엮이게 되어있다. 그럼 아예 학교를 그만두는 건, 마마랑 파파한테는 뭐라고 설명하는데? 제가 죽었다가 다시 회귀했는데요 담임이랑 붙어먹고 자살하는 미래가 예정되어 있으니까 학교 그만둡니다? 미쳤냐고. 결국 가장 쉽고, 빠르고, 가장 파괴적인 방법으로 엮이지 않는 걸 선택했는데, 그것도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다시 돌아와버렸으니까.
"....그보다 그쪽도 다시 돌아온 거야?"
어이가 없었다. 엮인 게 잘못인 거 같다고, 나 같은 거 좋아할 리가 없다고 그렇게 말한 녀석이 같이 되돌아오고 있는 거잖아. ....물론 내 경우랑 똑같은 거면, 마음대로 선택해서 돌아오는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냥 죽으면 다시 돌아오고 그러는 거겠지.
왜 죽었는지, 어쩌다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그런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아 할 거고, 메이사랑은 이런 식으로 껄끄러운 관계인 편이 나을 거 같아서다.
"내 생각엔 말이지, 우리 둘다 죽어버리면 다시 돌아오는 거 같아. 네가 안 엮이겠다고 죽어봤자 돌아와서 다시 엮일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좀, 어떻게. 어? 죽지 말고 있어보라고."
"같은 팀도 하지 않고, 서로 뭐 사적인 대화도 나누지 않고, 예전 일은 다 잊고." "그냥 담임이랑 학생 관계로 졸업까지 하자. 그러고 나면 알아? 어디의 신님이 안 엮였구나~ 하고 판정해줘서 리셋되지 않을지도 모르지."
한마디씩 내뱉을 때마다 속이 상했다. 결국 난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좋아하는 사람의 사체를 두번이나 봤다고. 그마저도 나 때문에 죽은 걸. 마음이 망가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오히려 몇번이고 돌아왔기 때문에 그런가 실감이 덜 났다. 오랜 악몽을 꿨다고 치부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