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크리스마스 전야제였다. 그리고 아리마 기념이 바로 그저께였고. 아리마에 나가는 건 16명인데도 온 트레센이 후끈 달아올라서 장난 아니었지. 폭죽 터뜨리는 놈이 있질 않나, 물구나무 서서 돌아다니는 놈이 있질 않나. 체감상으로는 거의 할로윈이었다.
그 뒷처리까지 하고 나서야, 트레이너들은 진정으로 휴가를 맞이할 수 있었다.
- 건배~!
그래서 미스미네 집에 다같이 모여서 올해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했단 거지. 친구 없는 사람들끼리의 동병상련이랄까. 나...는 당연히 없고. 메이사도 당연히 없고. 미스미도 당연히 없고. 왕코 녀석이 그나마 예외지만, 얜 메이사한테 메로메로무츄라서 자진해서 친구가 없는 편이다. 결국 어쩌다보니 이렇게 4명이 어울리게 됐는데 크리스마스까지 함께라니.
그래도 미스미가 해온 비프부르기뇽이 맛있었고, 같이 내온 와인도 최고였다. 틀어놓은 노래도 괜찮았고 뭔가 취기가 빨리 올라서... 올라서...... 역시 무리한 건가, 왜 이렇게 졸리지이......
zzz.
미스미가 메이사를 손끝으로 콕 찔렀다.
- 저거 봐, 히다이 잔다. - 와인 네 잔 좀 넘게 마시더니 금방 갔어. - 어떡할래? 여기서 자고 갈 거야? 그럴거면 손님방 이불 펴줄게.
즐거운 크리스마스 파티. 연말파티를 겸한 숨돌린 트레이너들의 소소한 일탈이라고 할까(?). 왕코쨩의 머리를 와삭와삭 헤집던 중, 에리쨔가 쿡 찔러서 돌아보니 거기엔 늘어져서 자고 있는 유우가가 있었다. 엣... 어.. 언제 죽었지...? 손님방 이불 펴주겠다는 에리쨔의 제안에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작게 가로저었다. 아니 역시 미안하고, 허울뿐이었다곤 해도 전여친 집에서 재우는 건 내가 좀 그렇고. 살짝 독점력 발동한 눈으로 유우가를 보면서 뺨을 푹푹꾹꾹 누르다가 엇차- 하고 몸을 일으켰다.
"아니 역시 시간도 늦었고, 슬슬 돌아가는 게 좋겠네." "에리쨔네 집에 주정뱅이 재우는 것도 좀 그렇구. 슬슬 마무리하고 돌아갈게." "아니면 왕코쨩은 남아서 에리쨔랑 더 마실래?"
아, 왕코쨩의 표정 안 좋아. 이건 나라도 알겠어. '무서운 사수랑 둘이서만 두지 말라구요 눈나!!!'하고 보내는 SOS 사인이네. 그래서 결국 정리하고 파하기로 결정. 뒷정리를 하는 동안 유우가는 한쪽 구석에 조용히 눕혀둔다. 거의 다 먹은 접시와 와인잔을 정리하고, 테이블도 치우고 닦고 적당히 정리를 끝내놓고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으음, 어쩌지. 공주님 안기로 들고 가거나 업으면 유우가... 다리가 질질 끌릴텐데."
유우가를 어떻게 들고 갈지로 남은 인원 셋의 머리가 풀가동 중이었다. 정확하게는 나만 풀가동이다. 왕코쨩은 "그냥 가다가 길에 버리죠?" 이러고 있고 에리쨔는 "그럼 불법투기라 벌금 내야해."하고 냉정하게 츳코미를 걸고 있었다. 츳코미도 뭔가 이상한 거 같지만...
...일단 유우가를 벽에 기대서 앉혀놓고.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시뮬레이션을 하다가.... 떠올랐다. 유우가의 다리도 안전하고 나도 안정적으로 들고 갈 수 있는 방식을. 무릎을 세우고 앉은 자세의 유우가의 뒤쪽에서 무릎 아래로 팔을 넣고, 그대로 뒷목을 잡으면...
"—오, 된다! 어때? 이 자세로 들고 가면 안전할 것 같은데!"
쨔잔~ 하는 효과음과 함께 유우가를 든 채로 왕코랑 에리쨔를 봤다. 오, 이 자세는 앞도 잘 보이잖아? 완전 최강인 자세 아님?
메이사가 유우가를 들어올린 걸 보고, 둘다 같은 생각을 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왕코쨩은 더러운 풍경에 굳어버리고, 미스미는 눈을 질끈 감고서 메이사에게 문을 열어줬다. 이 불순한 것들을 나의 성역에서 치우고 싶은 마음 반, 그렇다고 자기가 만취한 성인 남자를 뒷처리하고 싶지는 않단 마음 반으로.
띠로리, 하는 잠김음이 들리고 나서야 왕코쨩은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래봤자 한 마디가 최선이었지만.
- 열차 도시락...
- 미안해 유우가아... 나, 키보토스로 가려고 했는데 실수로 이니셜이 같은 다른 데로 가버렸어어 "ㅁ, 뭐...?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메이사!" "그, 그 무시무시한 거 나한테 들이대지 말라고―" - 웃, 그치만 유우가아 유우가를 보니까 나 이렇게 되어버려서...
유우가가 그런 악몽에 시달리고 있을 때. 메이사는 영차영차하며 유우가를 데리고 집에 가고 있었다. 작은 우마무스메가 자기보다 머리 한개 반은 큰 성인남자를 옮기는 진풍경에 길거리의 모두가 주목한다. 아니, 어쩌면 그 엄청난 자세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지.
유우가를 들고 있어서 손을 흔들 수 없어서, 적당히 꼬리를 파닥파닥 흔드는 걸로 대신하고 집으로 향했다. 음... 앞은 보이는데 은근히 시야가 좀 가려져서 조심해서 가야겠네. 영차영차 열심히 가는데 어쩐지 뭔가.. 엄청 시선이 느껴진다. 슬쩍 곁눈질을 하면 아주 대놓고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엑, 한 두명도 아니고 이렇게나 많이...? 크리스마스 이브라 안 그래도 거리엔 사람도 많고 커플들도 많은데, 감추려고도 안 하고 대놓고들 보고 있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뭐, 뭐지.... 앗... 으아?!"
갑자기 팔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이!!! 악! 유우가 바지가!? 한눈에 보기에도 큰일났다 싶을 정도로, 유우가의 바지가... 슬쩍 발치를 보면 우왓, 바지 엄청 밀려서 발이 다 덮였잖아. .......기장 보존의 법칙(?)에 의해... 발이 저렇게 덮일 정도라면, 그러면.... 하고 불안감에 시선을 아래로 내리지만 앗차차 이 자세는 앞이 보이는 대신 아래는 절대 안 보이는 자세였다! 어...어쩌지...
"엣... 에우.... 웃...."
그렇게 어정쩡한 자세로, (아마도)바지가 반쯤 벗겨진 유우가를 앞으로 들쳐맨 채로 멈춰섰다. 어, 어... 어쩌지... 내려놓고 확인할까...? 하지만 그러면 다시 안아들기가 어렵지 않나.. 지금 눈도 와서 바닥도 녹았다 얼었다한 눈으로 질척거리고 있고 이 위에 유우가를 내려놓으면 질척질척한 눈에 유우가의 궁둥이가 차갑게 적셔지고 그럼 감기에 걸려서 콜록거리는 유우가를 간호할 수 있는 합법적인기회지금당장유우가를내려놓고진눈깨비퐁듀로만들어버리자얏호!!
하는 잠깐의 의식의 흐름이 있었지만 애써서 이겨냈다. 아니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 와인 두 병으로 취한거냐!!! 정신차리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그걸 했다. 그거 있잖아 그거. 가방 끈이 내려갔을때 흡!하고 기합 넣으면서 어깨만 들썩여서 다시 매는 것처럼. 바지가 내려오면서 좀 미끄러진 유우가를 흡!하고 고쳐매는 그걸 했다.
"흐엇차. 아, 됐다."
유우가의 호랑이 팬티가 사람들 앞에서 크게 들썩거렸다는 사실은 모른 채로. 유우가가 깨어났다는 것도 모른 채로 말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됐다고 하며, 나는 다시 맨션을 향해 출발했다.
나중에 호랑이 안에 손을 넣어서 차가워진 유우가의 궁둥이를 데펴주겠다는 메이사의 엄청난 욕망은 잘 읽었다고요...😏 (날조) 씻고 먹고 와서 어떻게 이을지 생각해볼까나... 그보다 호랑이 모핑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메이사 늘 이런 황당한 스케베 당하다가 리벤지 기회가 오니까 날라디는 것도 너무 웃긴wwww
- 유우가 전혀 나쁜 경험 아닐 거야 오히려 새롭고 다시 한 번 느껴보고싶고 호기심생길거라구한번만제발유우가한번마안 "자..." "잠까아아아아안―!!!!!"
-알겠어잠깐만준비할시간주면된단소리지응나기다릴 "네가 OOOO일 리가 없잖아! 우마무스메한테 그런 거 달았다간 프로키온 마주가 나 죽일걸!?"
- ...들켜버렸네.
그렇게 난 잠에서 깨어났다. 정말 뜻모를 말 투성이였다고. 마주니 뭐니 큭... 머리가 지끈거리는 말들 뿐이었다. 이젠 이해도 안 가. 그래, 꿈이지. 메이사가 OOOO일 리가 없잖...
그런데 눈을 뜬 나에게 보이는 건 어 씨 O 역OO자세 이럴 리가 없어 슬슬 올라오는 불안감에 눈을 아주 살짝 더 떠보면, 평소보다 더 많은 인파. 그리고 그들이 자진해서 길을 터주는 우리. 그리고 우리는... ...마치, 크리스마스에 이벤트를 해주겠다고 기상천외한 호랑이를 입고 준비했지만 결국 그걸 선보일 수도 없이 여친 앞에서 고주망태가 된 철딱서니 남친같았다. 그냥 우리를 보는 사람들의 눈이 그랬다. 그리고 엉거주춤하게 잠깐 멈춰선 메이사. 균형을 잡기 위해 앞으로 쏠린 늠름한 꼬리가 내 엉덩이를 상냥하게도 받쳐줬고, 난 그 앞에서...
...아 그냥 말하기도 싫다. 푸짐한 히덩이가 출렁💕해버렸다고는 죽어도 말하지 못하겠다. 그냥 죽고 싶고, 들썩거리는 내 엉덩이를 사려깊게 받쳐준 굵고 강하고 듬직한 메이사의 꼬리 따위는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나는 그래서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리기로 했다...
... ...... 그러고 싶었는데.
엉덩이가 시려워서 잠이 안 와... 바지와 드로즈 사이의 절대영역이 이젠 에일 거 같다고 휴대용 히다이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이젠! 나 그만 정신을 잃고 싶어 제발 빨리 어디론가 들어가줘!
그리고 내 엉덩이가 비교적 따듯해졌을 때. 아까보다 밝아진 눈꺼풀 너머에 약간 안도했다. 이제 우리 집으로 도착한 거구나. 그래, 돌아가자 우리 집으로...
- ...버튼 눌러줄까요?
그리고 경비아저씨가 상냥하게 걸어준 말에 그날 내 세상이 무너졌다. 아니, 이제 정말 정신 잃을 수 있을 거 같아. 응. 영원히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을 거 같다고. 이제 그만해줘...... 제발...
꼬리로 유우가의 엉덩이를 받치고 자세를 가다듬고나니 조금 편해졌다. 좋아, 다시 집으로! ....어쩐지 사람들이 길을 터주고 있었다. 이것이 모세의 기적...? 그렇구나아. 환?자를 데리고 있으니까 빨리 지나가란 배려인가. 도쿄사람들 상냥하네~ 비켜주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느끼면서, 집에 점점 가까워져갔다. 중앙에 온 뒤로 길을 잘 못찾던 나도 이젠 집에 가는 길은 잘 찾네.
맨션 입구는 운좋게 나오는 사람이 있어서, 타이밍을 잘 맞춰서 통과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그 다음이었는데. ....엘베 버튼을 못 누르겠어...! 14층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유우가를 들고서...? 에우..... 내일 근육통으로 죽을걸....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친절한 경비아저씨가 말을 걸어줬다. 와앗, 도쿄사람 진짜 착하잖아!!!
우와, 우릴 보기만 했는데도 몇 층에 사는 지도 알고 계셔! 엄청나다.... 뭔가 이웃의 정 같은 게 느껴져서 감동했다(생각해보면 이웃은 아니지만 아무튼 대충 그런 느낌이다). 감동으로 부르르 떨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에 올라가, 현관문 앞으로 가서 도어락에 번호를 누르려고 했는...데....
"....손이... 우웃....."
여유가 없어. 손이 다 찼는데... 어떻게 누르고 들어가지?? ...꼬, 꼬리로....? 빙글 돌아서 현관문을 등지고 서서, 뒤를 돌아보면서 꼬리로 도어락을 누른... 누.. 누른...... ....그냥 삭삭 소리를 내면서 도어락을 깔끔하게 닦아내는 것만 잔뜩 해버렸다. ...크윽... 어쩌지 이거.......
"어쩔 수 없네... 집 바로 앞이니까 조금만 참아, 유우가아..."
결국 유우가를 옆에 내려두고 번호를 누르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유우가를 내려두고, 도어락을 손으로 눌렀다. 번호를 입력하고 드디어 열린 현관문을 열고서, 다시 유우가를 줍기 위해 고개를 돌렸는데...
파스 챙겨가 히메이들아...😏 🫠 저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는데 메이사는 유우가가 자기 영상 보고 있으면 어떤 반응일까요 가끔 잠꼬대 하는 영상같은 것도 찍어뒀을 거 같고(결혼하면 무조건...순애유우가가 되니까 😇) 바보같은 얼굴로 유우히랑 낮잠자는 영상같은 거 있을 거 같은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