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은 이미 질서정연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벽에 날아가 박살이 난 의자,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난 식기와 잔들,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이곳저곳에 널브러진 몇 명의 사람들, 그 모든 혼란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엔 멋들어지게 벼려진 장검 하나가 있었다. 낡은 나무 테이블에 수직으로 꽂힌 검이 잘게 진동했다. 일반인의 고막을 손상시키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고주파가 끝없이 울려댄다. 쨍하게 퍼지는 뇌명 한가운데 온전하게 선 자는 하나뿐이다.
쾅.
자그마하나 억센 손이 주인장의 머리를 테이블 위에 짓눌러 처박았다.
”최근 등불 내부에서 마약이 횡행한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이에 관해 아시는 바 있습니까?”
바로 곁에 날카로운 소음을 토하는 검이 있었으나 그 목소리만은 이상할 만치 또렷했다. 머릿속까지 짓찌르는 높은 소리와는 반대로 단조롭게 이어지는 음성이 적이 괴이했다.
“변명은 듣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이곳에서 버젓이 약물을 취급하는 고객이 있었음에도 묵인하고 계시더군요. 저는 그것을 방조 행위라 여겼습니다. 더 나아간다면 이 가게에서 술 외의 다른 상품을 취급하는 중이라 가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감죄하고 ‘오해’를 풀고자 하신다면, 조사에 협조하길 바랍니다. 이해하셨습니까?”
압박적인 신문에도 불구하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도 잔꾀를 부리는 중인가? 혹은 지나치게 위축되어 말이 의사를 표할 수 없는 상태일지도 모르겠다. 그가 비스듬히 처박힌 얼굴을 가만히 뜯어보려던 찰나, 문득 문 너머의 바닥으로부터 미미한 진동이 느껴졌다. 걸음걸이의 규칙성으로 짐작해 보자면, 상대는 아마⋯⋯. 카미나리는 귀청을 찢는 진동을 정지시켰다. 소리가 멎었더라도 쓰러진 인물들은 한동안은 일어나지 못하리라. 문이 열릴 즈음 그는 주인장의 머리채를 잡지 않은 빈 손으로 깔끔하게 경례했다.
암시장에 발 디딘 여우 눈 꽤나 바쁘게 굴러간다. 반쯤 암묵적으로 허락이 된 곳이라고 해도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 사람은 이런 곳 올 일조차 크게 없었기에, 여우 눈빛 임무 마치겠단 결의보단 흥미 위주로 기울어 반짝였을까. 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듣고 나서야 이 곳에 온 이유 떠올렸겠지.
"우후후.. 글세요"
눈 휘며 대답한 여우 고개 돌려 시장 쪽 바라본다. 푸른 눈이 한참 호객 행위를 하던 상인과 진열대 위에 놓인 알 수 없는 약물, 무엇인지 모를 가죽과 고기를 거쳐 구경꾼들과 병사들로 향햐고, 곧이어 암시장 전체 관찰하듯 한바퀴 쭉 훑고 나서야 제 옆에 서있는 팀장 향한다. 흐흥 하고 작게 웃는 소리 옅게 흩어지고, 입 열어 의견 뱉는다.
"나 개인 의견 물어보는걸까, 아니면 소위로써의 의견 묻는 걸까요? 공통된 의견 말하자면 선만 넘지 않는다면 괜찮지 않을까에 더 가까울텐데, 아, 선은 이미 넘었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나설 필요도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 말이죠."
혹여 누구 들을까 소근소근 목소리 줄여 말하곤 마지막 덧붙이며 입꼬리 살짝 올린다. 안 그런가요? 하고 덧붙이는 목소리 또한 속삭임이다. //늦!!었다!!!ㅁ;안해!!!!
그저 싸우고 깨지는 소리가 아냐. 비명소리같기도 하지만, 이 특유의 찢어지는 소리.. 아차차.. 여기를 먼저 올 걸.. 문을 여니 예상대로의 풍경이 펼쳐지네. 난장판이 된 실내랑 핑크색 머리. 역시 역시나.
"다 아는 사람들끼리 경례는 무슨~ 넣어둬 넣어둬~"
병영에서나 암시장에서나 베이는 일관성있게 흐느적거렸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이 가게는 틀렸나. 여기서 파는 위스키가 맛있었는데! 하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마약 그까이꺼! 힘든 세상에서 좀 할 수도 있지! 마약 중독으로 먼저 죽을지 배고파 먼저 죽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그거 좀 돈다구 소령님도 참..
"소령님이 호통을 치시니까 나도 슥 돌아보고 있었지이."
일단 상황부터 파악해야 대처를 할 수 있다. 베이는 술집을 슥 둘러보았다. 깨진 술잔에 의자에. 칼로 한번 펑 했구만. 저것들도 다 돈일텐데 아까워라.
여우 곰곰히 생각한다. 마수 시체 외부에서 몰래 가져다 판매하고 구매하고 먹고 하는 것-아니 이건 흔한 쪽에 가깝다. 그렇다면 마수 잡아다 산 채로 파는 것?-이건 불가능의 쪽이다. 눈 가늘게 뜨이며 생각 좀 더 깊게 파고든다. 마수를 떠나 그 다음으로-라면 한 가지밖에 없는데.
음. 이건 너무 나갔나 싶어 여우 생각 접는다. 말도 안되는 일 구태여 생각할 필요조차 없으니까.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곳이라 한들 그런 것 대놓고 보일 사람 없을 테니- 쉽지만은 않겠네요"
방금 전까지 쓰던 반존대 자연스레 존대로 바꾸며 웃은 여우 걸음 가장 가까운 마수 시체 파는 곳으로 향한다. 가판 위에 늘어놓은 마수 시체 부산물 살피다 소위 '특수개체'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 집어든 채 주인장 쳐다본다. 이건 뭐에 쓰는 건가요? 하고 묻는 목소리 썩 천연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