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해와 날조로 토네이도의 뒷담을 가득 까면서 식사를 마무리하고, 정원이나 좀 걷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느긋하게 정원을 거닐면서 유우가가 말한 건, 아침에 혼욕을 할 건지, 저녁에 할 건지를 고르라는 말이었다. 에에. 하루종일은 안되는 건가. 살짝 불만스러워지려다가, 하긴 아무리 그래도 하루종일 탕에 들어가있기는 어렵겠지 싶어서 수긍했다. 마지막 날이라 아쉽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에우...."
점심에는 남탕에 들어간다고. 아, 하긴 아직 여기 대욕탕은 들어가본 적이 없네. 나도 여탕에 가보고 싶....지만 어쩐지 높은 확률로 토네이도랑 마주쳐서, 의자라던가 대야라던가 샤워기를 던지면서 진심격투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난 그냥 방에 있는 탕으로 만족해야겠다.
"알겠어.... 그러면 저녁에 할래." "마지막 날이니까, 집에 가기 전에 추억으로 남기는 거지. 응. 완벽하네."
진짜 완벽해. ...마음같아선 아침에도 하고 싶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아침도 꽤 많이 먹었고. 식후에 바로 들어가면 안 좋다고도 하고. 아침엔 적당히 뒹굴거리면서 어제 밤에 산 간식 먹으면서 시간 보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정원을 걷다보면 문득, 어제 밤에 있던 일이 생각난다. 아까 아침을 먹으면서 유우가가 당황했던 걸 생각하면, 꿈이나 내 망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키스는 기쁘지만, 진짜로 좋지만, 또 다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래, 저녁에... 오늘 저녁엔 꼭 결행해야겠어. 어떻게든. 유우가보다 조금 앞서서 걸어가며, 괜히 정원에 있는 동백꽃을 톡 건드린다. 꽃 위에 쌓여있던 눈이 우수수 떨어지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
롱패딩을 덮어주고 흡연실로 향하는 유우가를 멀뚱히 보다가, 슬그머니 패딩을 여몄다. 그러자 안주머니에서 뭔가... ....패딩이 아닌 것의 감촉이 느껴진다. 조금 작은 박스같은데. 앗, 유우가 흡연실 가면서 담배 두고 간 거야? 진짜 덜렁이라니까. 어쩔 수 없네. 담배 냄새는 싫지만, 꺼내서 가져다 주는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상자를 꺼낸다. 작은 상자는 담배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절대 담배갑이 아닌 모양이었고,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그런 녀석이었다. 그래. 구체적으로는 심야의 편의점에서 알바생이 추천했던 그거를 닮았네.
아니. 닮은 게 아니라 그거 맞잖아. 이, 이게 왜 유우가의 패딩에서?! 그, 그때 계산하지 말고 빼달라고 했었잖아??? 근데 왜??? 설마 이거 저주받은 ○○라서 한번 집으면 다 쓰거나 죽을 때까지 쫓아오는 그런 거???
"하? 에??" "..........흠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왕 따라온 거 좋은 곳에 써주자. 일단 슬쩍 내 코트 주머니로 거처를 옮겨주도록 하자. 그리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헛기침을 조금 하면서 마저 패딩을 여몄다.
그리고 그 직후에 흡연실에서 나온, 약간 담배 냄새가 나는 유우가랑 같이 방으로 돌아왔다. 유우가는 감땅콩 과자를 집어먹기 시작했다. 나는... 일단 죽순과자 먹을까. 죽순과자를 뜯어 테이블에 놓고 하나 집어먹었다. 음, 달다. 그리고 별 의미없는 쇼츠를 슥슥 넘겨가며 보다가, 유우가의 말에 귀가 쫑긋 섰다.
"음.... 난 유우가가 제일 좋은데." "아, 그치만 어렸을 때 그런 적은 있어. 그러니까... 아... 이름은 잊어버렸는데, 그땐 꼭지 아저씨라고 불렀던 거 같기도..." "아니 꼭지가 아니라 꼬치였나? 아무튼 그런 아저씨 한 명 있었는데."
엄청 오래 전이지, 하야나미 리모델링 하던 때였고, 나는 초등학생이었으니까. 한 번 떠올리니까 추억이 몽글몽글 솟아나기 시작한다. 페인트 냄새가 가득했던, 낯선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가게. 처음으로 집이 아닌 호텔에서 잤을 때의 기분이라던가, 그때 종종 같이 놀아줬던 아저씨라던가. 하지만 엄청 예전이라 기억이 선명하진 않았다. 아저씨의 이름도 그렇고, 구체적으로 뭘 했고 어떤 사람이었고 그런 건 싹 빠지고, 추억이란 이름의 빛바래고 두루뭉술한 전체적인 느낌만 남아있다고 할까.
"아마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듯한.... 아 맞아. 맨날 후드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잘 안 보였어. 머리도 부스스했고. 맨날 가족이랑 싸웠다고 했던 거 같아." "그리고 그때 리모델링 중이라 집에서 못 자고 호텔에서 생활했던 거 같아. 그래서 학교 끝나고 호텔로 가야하는데 그 아저씨가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었던가...? 으음... 어쩌다 그랬더라...??"
별 생각없이 '나 마츠다 유사쿠가 좋아' 정도의 답변을 기대하고 물었는데 뭔가... 뭔가? 뭔가를 알게 된 거 같다? 아니, 뭔가 수준으로 퉁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이거.
그보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데 왜지... 큭... 분명 어질어질한 일화를 들어서 그런 거다. 확실해. 뭔가 익숙한 감도 있지만 그런 얄팍한 감을 붙잡기에는 나의 상식이 더 앞섰다.
"미친새끼아이가이거!!!!!!!!!!!!!!!!!!!!!!!!!!!!!!!!!!!" "니 뭐 이상한 일 당한 거 아니야? 그, 뭐, 딱 듣기에도 이상한 아저씨 같고 그런 식으로 불렀다는 건 그, 뭐야, 니는 기억 몬하더라도 이 뭐 바바리맨이라던가 그런 거였다 아이가? 범죄자 새끼가 니한테 몬 짓 할라고 막 끌고 가고, 그랬던 거는..."
각혈할 거 같다...... 메이사가 요구했다곤 하지만 더러운 짓(키스입니다) 하는 나랑 막상막하, 어쩌면 그 이상인 새끼다......
"아니, 아니, 아니아니아니, 말 끊어서 미안. 근데 괜찮은 거지, 지금은...???"
그게 자기자신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로 진심걱정을 쏟아부었다. 그야 나도 어지간히 수상하게 하고 다니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자각이 없었던 데다... 무엇보다 가출 이후로 도파민 쫓는 생활을 너무 많이 해서 뇌가 녹아버렸거든. 파칭코 구슬을 멍하니 보다보면 건방진 쿠소가키는 뇌 저편으로 토로토로 녹아버려서... 어쩔 수 없었다.
"엑, 아, 아니 그런 일 당한 기억은 없는데...." "아 그치만 그때 호텔에 돌아갔을 때, 마마랑 파파가 지금이랑 비슷한 질문 했던 거 같기도."
그때나 지금이나 내 대답은 똑같았을...걸? 그런 일 없었고, 그냥 꼭지 아저씨가 꼬치 아저씨라고 부른 건....
"아아 맞아 생각났다! 왜 꼭지 아저씨, 꼬치 아저씨라고 했는지!!" "처음으로 그 아저씨 집에 갔을 때, 체리 꼭지를 입으로 묶는 거 배웠거든! 그래서 꼭지 아저씨라고 했었고, 그게 싫다고 해서 체리 아저씨라고 했다가 체리는 아니라고 해서? 꼬치 아저씨가 됐던 거 같아. 오... 꽤 예전 일인데, 나 꽤 기억력 좋지 않아?"
괜찮은 거지? 지금은??이라는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사실, 두어번 만난 이후로는 영 소식 못 듣기도 했고, 만나지도 못했고... 그러고보니 그 아저씨, 지금은 몇 살이려나. 잘 지낼까 모르겠네.
"그래도 꽤 좋은 사람이었는데. 만날 때마다 맛있는 거 먹었거든. 체리라던가, 수박화채도 해줬었고." "근데.... ....어쩌다 못 만나게 됐더라? 그것까진 기억이 안 나네... 잘 살고 있을라나."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네. 아아~ 어쩐지 무진장 그리운 기분이 됐다.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퐁퐁 솟아난다구. 마-사바랑 사-미랑 지냈던 것도. 어쩐지 잔뜩 향수에 젖어버린 느낌. 조금 아련하게 웃으면서 죽순과자...를 먹는 척하다 유우가의 감땅콩을 탐한다. 우헤헤, 이것도 맛있구만!
🙄 넣너너넛너무무슨,뭔소릴하는거야그냥운동알려줬잖아운동 😿 그치만 유우가가 말도 안 하고 멋대로 짓누르구... 😿 힘들어죽겠는데 힘 더 빼야한다고 하구 끈적끈적하다고 놀리구우 🙄 아니 괜한데에 힘 들어가면 관절 망가지니까!!! 🙄 그리고 너 진짜 땀범벅이었다고 그때!!!!
유우가 본의아니게 우마무스메를 조지는 엄청난 걸 가지고 있단 소문이 생겨버릴 거 같아요 🙄 전기충격기에는 말딸도 공평하게 한 방이지
히히히....😏 3주 연속으로 주말에 할매쨔네 집 가려는 유우히를 붙잡고 😅유우히 이번 주말엔 압바랑 놀까? 압바가 게임사줄게 아니면 어디 놀러갈까?? 하고 필사적으로 말하는 걸 상상했어요...흐히히히.... 그래도 가끔은 주말에 셋이서도 같이 놀러가고 그러겠죠😌 유우히 어릴 때 여기저기 다 데리고 가볼 것 같구
점심시간이 됐네요.. 비가 와서 나가기 귀찮지만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히다이주도 맛점하시길😸 든든하게 잘 챙겨드세요~
"그, 그땐 학교 막 끝나고 집에 가기 전이었고... 저녁 전에 간식 먹을 시간이었으니까...." "괘, 괜찮다 뭐... 편의점에서 산 거 바로 줬었구, 체리는 그 아저씨네 가족들 왔을 때 줬던 거 같고...."
무엇보다 내가 여기 있다는 게 그 아저씨가 안전하고 무해한 아저씨였다는 증거 아닌가. 아니었다면 클래식 시즌도 시니어 시즌도 레이스는커녕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을지도... 그보다 그 예시 뭐야? 엄청나게 자세한데?? 경험이라도 했던 것처럼.
"예시 너무 상세한 거 아냐? 아 아니 그, 그 아저씨 그래도 그럭저럭 생긴 편이었다고.. 아마?" "윽...... 그런 취향 아니라고오..."
어쩐지 유우가가 나를 안쓰럽게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아니. 느낌이 아니라 진짜잖아!! 동정하지마!! 할 거면 차라리 돈으로 내놓으라고!
"그러니까 그런 취향 아니라고!! 날 그런 눈으로 보지마!!!"
아~ 열받아!! 열받으니까 유우가의 감땅콩 내가 다 먹어버려야지. 화풀이라도 하듯 감땅콩을 손 가득 쥐어서 입으로 밀어넣는다. 와구와구 다 먹어버릴테다. 그리고 그렇게 먹다보면 당연히 목이 막힌다. 기침을 해서 입에 있는 모든 걸 다시 흩뿌리는 일은.... 없었다. 정말 초인적인 힘으로 간신히 참았으니까.
"큭...켁..... 무, 물......"
물이든 맥주든 당근소다든 아무거나 목을 축일만한 뭔가를...! 바들바들 떨면서 유우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