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은 은아가 간지럽다며 움츠렸던 몸을 다시 느슨히 기대오자 은아 모르게 숨을 내쉬며 몸의 긴장을 풀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했다. 자신이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면 은아도 의식하게 될 것이고, 그건 한울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기에.
“뭐어... 딱히.”
동물은 동물일 뿐이다. 그게 귀엽게 보인다면 그건 그 생물이 생존을 위해 그렇게 진화되었을 뿐이고. 그랬기에 인간에게 선택받은 동물들은 널리 번창하지 않았던가.
은아가 한울의 손바닥 위에 주먹을 부비는 행동을 했지만 한울은 그게 뭐 어쨌냐는 듯 바라볼 뿐이었고. 이내 은아의 주먹을 손으로 감싸 내렸다.
“일단 그런 생명체가 나한테 애정을 표한다는 것도 상상이 안 가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닥...”
어쨌든 은아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으리라.
은아는 부드럽게 좋아하는 것들을 상상해보라며 속삭이지만 한울에게는 그닥 와닿지는 않는 것들이었다. 감흥이랄 것도 딱히 없었고ㅡ그렇기에 항상 극단적인 것들을 찾아 헤매왔다ㅡ 좋아하는 것이라는 것도 생각나는 건 없다. 돌아갈 집이라고 해도.... 한울의 과거를 아무리 뒤져본다 해도 돌아갈 ‘집’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없었다. 무언가가 따뜻하게 반겨준다는 것도... 없었다.
그러고보니 다 처음이었다.
한울은 말 없이 한 손으로 은아의 말랑말랑한 볼을 조물조물 만졌다. 만약 ‘집’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누군가 반겨주는 곳에서 몸을 씻고 밥을 먹고 따뜻한 체온을 나누는. 넌 네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지.
“글쎄... 그렇게 되면 좋겠지.”
불가능하겠지만.
“그나저나, 너네 부모님은 출장 자주 가시는 모양이네. 지난 번에도 안 계신다고 하더니.”
라면서 말을 돌린다. 지난 번이라고 함은 벚꽃을 보러간 날 은아가 자고가라고 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었다.
은아는 한울의 의도적인 노력을 알지 못했다. 그저 한울의 품이 따뜻하고 아늑해서 좋다고만 생각했을 뿐. 야속하게도, 은아는 조금만 더 이렇게 안겨있고 싶었다. 이대로 잠든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너는 애정을 받는 게 싫어?"
은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사랑 받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텐데. 하지만 한울이 들려주었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애정을 주고 받지 않는 삶을 상상해보면 너무 차갑고 삭막했다. 은아는 어쩌면 한울 역시 지금 그런 상황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동물이 그닥이라면 식물은 좋아하려나? 하는 사고로 이어졌다.
"그렇게 될 거야. 사람의 미래는 바라는 대로 된다고들 하니까."
한울의 모호한 대답과는 달리 은아의 말은 확신으로 차 있었다. 미래는 은아가 가진 희망이었으니까. 네 행복을 대신 빌어줄게. 은아는 언젠가 한울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했고. 그래서 한울이 볼을 조물조물 만져도 얌전히 누워있기만 했다. 전에도 볼을 잡아당기더니 아무래도 볼을 많이 좋아하나 보다,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함께.
"응. 두 분 다 바쁘셔서."
한울이 말을 돌리자 은아는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히 대답했다. "나만 집 지킴이야." 하고 일부러 농담을 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래서였을지도 몰랐다. 자신이 지금 이 늦은 시간에도 이렇게 한울과 함께 이야기 하고 싶은 이유는. 조금만 더, 하고 고집을, 어리광을 부려버리게 되는 이유는. 은아는 물끄러미 한울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짧은 침묵 속에는 빗소리가 찾아들었고.
"그래서 오늘 밤 나랑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
하고 은아는 손가락을 들어올려 한울의 볼을 꾹 눌렀다. 한울이 자신의 볼을 만졌으니 그에 걸맞는 가벼운 장난이었다. 옅게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뒤따라왔다.
한울은 은아의 물음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 한울에게도 누군가의 애정을 갈구할 때가 있었다. 그래. 그럴 때도 있었다. 원치않는, 애정을 빙자한 폭력을 당할 때도 있었다. 애정을 빌미로 그 어떤 것을 요구받는 일도 허다했다. 매체에서 흔히 나오는 사랑, 그것을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흔히들 말하는 동물들이 보이는 무조건적인 애정? 그것들이 밥 주는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가. 동물과 인간 사이에도 애정에 따른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애정을 받는 게 싫냐, 라고 묻는다면. 그것에 차마 싫다, 라고 선뜻 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오늘 뺨을 맞고 기분이 엿같았던 건. 단순히 뺨을 맞았기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한참을 말을 고르다가 답했다.
“그냥... 지쳤어.”
이젠 그냥 날 내버려뒀음 했다. 은아가 자신을 헤집어 놓는 것도 마냥 달갑지많은 않다. 그것이 달면 달수록 더더욱.
한울은 은아의 확신에 찬 말에 답을 하지는 않았다. 은아의 말랑한 볼을 만지다가 이내 한 번 잡아당겼다가 놓는다. 사람의 미래는 바라는 대로 된다, 라. 한울은 그런 미래를 바라지 않으니 아마 그렇게 되진 않으리라.
바쁘다, 라는 게 생각보다 더 많이 바쁜 것인 모양이다. 바쁜 부모님, 사춘기인 남동생, 파탄이 난 교우 관계. 그 사이에서 은아의 외롬움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은아가 자신에게 이렇게 구는 이유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생각해보니 이래저래 은아와 시간을 많이 보냈다. 학교에서, 하교길에서, 도서관에서 그 외에 다른 곳에서도. 원래 정이 많은 애 같으니까. 자신에게 정을 주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한울은 고맙다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 단지 꾹 눌리는 볼에 불만어린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잦아들면 한울이 뚱한 표정으로 묻는다.
“모범생으로 사는 것도 바쁜 부모님 걱정 끼치기 싫어서야?”
괴롭힘을 당해도 일탈하지 않고 말하지 않고 조용히 감내하면서. 공부만 묵묵히 해내가는 은아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니면 가고싶은 대학 가고싶은 학과라도 있는 것일까.
>>101 하지만 한울이의 과거사 등등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한울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는 해.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물론 한울이는 은아에게 감겼겠지만 ㅋㅋㅋ 한울이 천사는 안 믿긴 하지. 그래서 천사상이 등 뒤에서 내려다보고 있다는 은아주 묘사 봤을 때 뭐랄까 좀 섬뜩한 면도 있었어 ㅋㅋㅋㅋㅋ큐ㅠㅠㅠ 헤어져 있는 동안 성장한 두 사람이 만나는 거 맛있다.......... 어른일 테니까 술 한 잔 해줘....... 날씨가 쌀쌀하니까.....(?) 진짜 은아랑 한울이랑 이어지기 전까지 무슨 확답을 못하겠네 얘네 너무 스펙타클해(?)
앜ㅋㅋㅋㅋㅋㅋ 모래 뺏기도 재밌었지. 사방치기 그거 땅따먹기 말하는거지? 우리는 그렇게 불렀었는데. 거기 흙에 진짜 더러운 거 많았을텐데 ㅋㅋㅋㅋㅋㅋ 낙엽 뒤적여서 콩벌레 잡고(...) 풀밭에서 방아깨비 잡고...() 잠자리 잡고.....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왜 그랬나 싶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창피해 하는 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쥐구멍에서 꺼내기) 어차피 이 두 사람은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는 못사귀는 운명이야. 왜냐면 계약이 끝나서 헤어지고 난 뒤에 다시 만나야 맛있으니까....(클리셰범벅)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닌걸....?(옆눈) 어쨌든 둘은 한 고비를 넘겼다. 무사히 해피엔딩으로 가기 위해 노력해보자구~~
노래 진짜 좋지.... 가사 진짜..... >>우리 사이에 일어난 비극들 말고 날씨 얘기나 실없는 농을 건네자 더이상 날카로운 말을 찾느라 서로의 아픔을 약점을 상처를 곱씹는 일은 거두자<< 이거..... 큽 ㅠㅠㅠㅠㅠ 신기하긴. 이게 다 유튜브 알고리즘 덕이다(?) 지금은 두 사람 일상중에 가장 평화로운 부분일거야..... (지난 일상들 봄)(안봄)
>>108 그 정도로 많이 마셨던 거야!!??ㅋㅋㅋㅋㅋ 어제 더 부둥부둥 해줄걸.... 속은 좀 괜찮아? 숙취 있으면 본가 내려가는 것도 힘들텐데....(보듬) 답레랑 썰은 한울주가 편할 때 줘도 ok인데 무리한 거 아닌가 모르겠다......ㅠㅠㅠㅠㅠ 나도 답레랑 썰은 이따 저녁 쯤에 줄 수 있을 것 같아~~ 본가 내려가는 거 좋겠다!ㅋㅋㅋㅋ 가서 푹 쉬고 즐거운 시간 보내자~!!! >< 오늘은 쌀국수 먹었어!! 한울주도 오늘 하루도 힘내고 밥 맛있게 잘 챙겨 먹자~!!
이미 은아주가 올 때는 기절해있었어 ㅋㅋㅋㅋ 지금은 좀 괜찮아. 아침엔 토할거같았는데......() 지금 잠시 고속도로 졸음쉼터. 아이고 멀다.... 출발하기 전에 잠시 쉬면서 썼어 걱정마~ 은아주 일 힘내구~~ 쌀국수 먹었다니 잘했네~ 나도 담에 쌀국수 한번 먹으러가야지~ 막 좋아하는건 아닌데 맛있는 곳은 진짜 맛있다던데~ 은아주 저녁까지 잘 챙겨먹어~
일찍 오려고 그랬는데 나도 선잠 잤다가 그 때 잠깐 깬 거라....ㅋㅋㅋ큐ㅠㅠ 좀 괜찮아져서 다행이야! 이제는 도착했으려나? 쉬엄쉬엄 조심히 잘 도착하길 바라!! 나도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더라구~ 한울주도 다음에 맛있는 곳에서 먹어보자~!!! >< 저녁 먹고 답레랑 썰 이어올게!! 고마워~~!! 한울주도 저녁 맛있는 걸로 잘 챙겨 먹자~!!~!!!
침묵이 이어졌다. 은아는 가만히 침묵 속에 몸을 맡기고 한울의 말을 기다렸다. 바로 싫다, 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은 점으로 인하여 은아는 한울의 대답을 미리 짐작할 수 있었고.
"...그랬구나."
그래서 한울의 대답도 가만히 받아줄 수 있었다. 과도한 공감도, 차가운 무관심도 아닌, 조용한 수용으로. 당연했다. 사람은 애정 없이는 살 수 없었지만, 만약 그 애정이 원하던 방식의 애정이 아니라면 상처만 남을 뿐이었다. 한울이 전에 들려주었던 과거의 일부 역시 그런 내용이었지 않았는가. 은아를 대신 울게 만들 정도로 애정조차 아닌, 끔찍한 무언가였지 않았는가.
"...지금도 그래? 그럼 나 일어날까?"
그래서 한울의 팔을 베고 누워 있던 은아는 조용히 한울에게 물었다. 은아는 지친 한울을 안아주고 싶었다. 등에, 허리에 팔을 두르고 지금은 쉬어도 된다며 따뜻한 체온을 나누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한울이 내버려두길 원한다면. 은아의 애정을 바라지 않는다면. 은아는 한울의 마음을 존중할 것이었다. 은아의 배려는 결국 또 다른 애정에서 나오는 것이었으니까.
"응. 안 그래도 바쁘신데 나까지 걱정거리가 될 수는 없잖아. 어차피 나만 참으면 모두에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게 되는데."
은아는 한울의 볼에서 손가락을 떼며 대답했다. 은아의 조용한 목소리가 빗소리와 섞였다. 은아는 여전히 실없이 미소만 띠고 있었다.
"내가 뭐라도 되는 것도 아니고.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많잖아? 그런데 겨우 이런 보잘 것 없는 걸로 칭얼거리고 싶지는 않아."
진심이었다. 아니, 조금은 거짓말이기도 했다. 정말로 그랬다면 자신이 지금 이렇게 한울에게 기대있지도 않았을 테니까. 미안해. 오늘 밤만 봐줘. 비가 오잖아. 혼자 있고 싶지 않단 말이야. 외로움쟁이의 서투른 어리광이었다. 물론 한울이 불편해 한다면 은아는 곧바로 한울을 놓아주고서 혼자 있을 수 있게 해주었겠지만. 은아는 결국 그런 사람이었다.
>>110 ㅋㅋㅋㅋㅋㅋ진짜 너무 신기한 게 분명히 따로 캐릭터를 만들었는데도 둘이 너무 잘 맞는 것 같아. 은아도 한울이에게 감길 수밖에 없겠지. 앗 섬뜩하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ㅋㅋㅋㅋㅋ큐ㅠㅠㅠ 한울이가 천사를 등져도 천사는 한울이를 버리지 않고 굽어살피고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미안해...머리 박겠습니다.....(머리박) 술 한 잔 들어가고 날씨 쌀쌀하면 은아 주사+습관적(?)으로 한울이 또 끌어안을지도 모르는데?ㅋㅋㅋㅋㅋㅋ 맞아 둘이 너무 스펙타클해서 진짜 하나도 예상되는 게 없음ㅋㅋㅋㅋㅋ
아마 그거 맞을 거야! 나도 이름 기억 안 나서 검색해본 거라ㅋㅋㅋㅋ 우리는 오징어 삼치기? 그런 식으로 불렀는데 검색해도 안 나오니 내 착각인가봐........() ㅋㅋㅋㅋㅋㅋ원래 어릴 때는 공룡, 곤충 이런 거에 한참 관심 많을 시기라서 흙이 더러워도 신경 안 썼나봐. 나는 무서워서 잡지는 못하고 애들이 잡아오면 구경하고 그랬었어ㅋㅋㅋㅋ 유난히 잘 잡는 친구들 보면 신기했는데 한울주가 그런 타입이었구만~?!!ㅋㅋㅋㅋ
사실 은아주는 은아주 손톱 먹고 변신한 쥐라서 은아주를 창피해 해......(?)(대롱) 아 역시 한울주 미슐랭...... 계약도 끝난 데다가 한울이가 자신에 대한 건 잊어달라 했었으니 처음 만난 사이처럼 아는 척도 못하고....(맛있음) 이상하게 이 둘은 오래 사귄 연인+처음 타는 썸이 혼재된 느낌이야ㅋㅋㅋㅋㅋㅋ
......나도 한울주 탓 하고 싶은데!! 한울주는 탓할 게 없어!!ㅋㅋㅋㅋㅋㅋㅋ(억울) 좋아~~ 무사히 해피엔딩으로 갈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보자!!! ><
나도 딱 그 부분 가사에서 노래 미쳤다 했어.........ㅋㅋㅋ큐ㅠㅠㅠㅠ 한울주 선곡 능력 최고야 진짜..... 둘이 함께 누워서 실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게 왜 이렇게 좋을까. 봄에는 벚꽃 아래서, 여름에는 빗소리를 들으면서인 것도 넘 좋아..... 역시 좋은 사람이 좋은 노래를 끌어당기는 거구나. 이해했어(?) 맞아 둘이 이렇게 평화롭고 솔직한 거 처음인 것 같아. 지난 일상들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 살벌했지.....(아련)()
와 대박.....!!! 한울주 역시 픽크루 장인이야!! 너무 예뻐~~!~!!! >< 한울주 말대로 가르마 방향도 그렇고 둘이 다 정반대인 거 너무 치여ㅋㅋㅋㅋ 표정부터 전체적인 색감도 한울이는 진하고 은아는 옅지. 근데 또 둘이 색조합이 넘 잘 어울려ㅋㅋㅋㅋㅋ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계속 보고 있당 히히 한울주 예쁜 픽크루 넘 고맙다구~~!!! ><
한울이 등을 토닥여주자 은아의 걱정도 차차 누그러졌다. 대신 은아는 천천히 팔을 뻗어 한울의 허리를 느슨하게 안았다. 한울은 그냥 있으라고 했지만 은아는 역시 한울을 같이 안아주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어쩐지 그런 느낌이었다.
은아는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답답하고, 미련해보일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은아는 원체 혼자인 것에 익숙했으며, 타인의 도움 없이 살아가는 것에 적응해 버렸으니까. 아니, 사실은 다 거짓말이었을지도. 사실은 은아 역시 지속된 괴롭힘에 지쳤다. 피곤했다. 학습된 무기력처럼. 지금은 그저 안겨 있고 싶었다. 안고 있고 싶었다. 은아는 눈을 감고 말 없이 빗소리를 따라 호흡만 이어갔다.
그러던 중, 이윽고 들려오는 한울의 속삭임은 실로 놀랄만한 것이었고.
"진짜?"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은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울을 올려다 보았다. 얼굴 사이의 거리가 제법 가까웠기 때문에 은아는 한울의 눈동자를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아. 예쁜 빨간색.
"그럼 왜 모범생이기를 그만둔 거야? 너라면 공부도 잘했을 것 같은데."
은아 역시 비밀 이야기를 나누듯 속삭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정말 궁금하기는 했다.
생각해보면 한울은 마냥 양아치라기에는 성실하다거나 아는 것이 많다 등 어딘가 다른 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모범생이었다기에는 불량하게 말하고 행동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은아는 궁금했다. 도대체 무엇이 진짜 너였던 것일까. 무엇이 너를 이토록 바뀌게 만든 것일까.
마주 안겨오는 은아를 한울은 제지하지 않았다. 어차피 방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한울은 은아의 마음을 어느정도는 알 것 같았다. 위안이 필요한 것은 나 뿐만이 아니라고. 은아 또한 온기가, 그리고 위로가 필요한 것이라고. 그랬기에 그 봄날 은아가 그 품 안에서 잠들었던 것이라고 자연히 알게 되었다.
“내가 언제 너한테... 됐다. 됐어.”
놀라며 되묻는 은아에게 한울이 장난스럽게 그 레파토리를 말하려다가 그만뒀다. 눈이 마주치고 옅은 다홍색의 눈동자가 보인다.
“모범생이 아니어도 상관 없을 것 같아서. 실제로 상관 없었고.”
공부 꽤 잘했을 것 같다는 말에 한울은 “입학할 땐 신입생 대표였어. 졸업할 때는 뒤에서 세는 게 더 빨랐지만.”라며 덧붙였다. 자랑이라기보다는 심드렁한 태도였지만. 물론 다른 중학교였던 은아는 모를만한 내용이긴 했다.
한울이 그만두자 은아가 자연스럽게 말을 받으며 키득키득 웃었다. 서로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레파토리. 은아는 어쩌면 아주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이 대화만큼은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문득 생각해 버렸고.
"몸은 더 쉬워도 마음은 불편할 것 같은데..."
은아는 한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한울의 말은 틀린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내내 마음은 어딘가 편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어쩌면 은아가 너무 올곧은 마음을 지녔기 때문일지도 몰랐지만.
은아는 안타까웠다. 한울이 가진 잠재적인 가능성이 꽃봉오리조차 맺지 못한 채 잘려진 것만 같아서. 우리가 조금만 더 일찍 만났다면 어땠을까. 네가 삐뚤어지기 전, 내가 괴롭힘을 당하기 전. 같은 중학교에 입학하고, 신입생 대표로 연설하는 한울을 친구들과 함께 지켜보는 상상을 하던 은아는 이내 생각을 떨쳐냈고.
"......그럼 너는 예전의 삶보다 지금의 삶이 더 행복해?"
은아는 대신 한울과 눈을 맞추며 한울에게 가만히 물었다. 은아는 궁금했다. 이게 정말 네가 원한 삶의 모습이었는지. 그렇다면 너는 그동안 왜 그렇게 삶에 대한 미련도 기대도 없어 보였는지. 은아가 궁금한 것은 '더 쉬운 삶'이 아니었다. 한울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삶'이었다.
다는 안 나와도 조금씩 알아가고 싶다...!!!ㅋㅋㅋㅋ 사실 나도 한울이가 먼저 과거사 들려줄 줄은 몰랐어... 그만큼 한울이가 지금 은아에게 마음을 열어준 걸까?
한울주 천사....흑흑(대롱)(??) 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기고 맛있다. 은아 '여긴 어디야?!' 하고 당황해서 머리 싸맬 듯. 자기 옷도 확인하고 그러다 한울이 발견하면 잠시 굳었다가 비명 지를 것 같고ㅋㅋㅋㅋㅋ 왠지 은아는 한울이가 자기한테 손댔을 수도 있다는 건 절대 고려 안 해서 무조건 자기가 저질렀을 거라고 생각할 것 같음....ㅋㅋㅋㅋ큐ㅠㅠ
아니 한울이 어릴 적부터 상황이 그렇게 안 좋았던 거냐구.........ㅠㅠㅠㅠㅠ(맴찢) 은아는 벌레 무섭지만 괴롭히면 안 돼! 의 콤보였을 것 같아ㅋㅋㅋㅋ 곤충 괴롭히는 애들 혼내고, 뒤집혀진 곤충 무섭지만 나무 막대기로 도와주고. 지금보다는 밝고 말괄량이였을지도? 그동안 한울이는 무슨 상황이었던 거야 대체......ㅠㅠㅠ
한울아............ㅠㅠㅠㅠ 은아 반사적으로 한울이 이름 부르려다가 자기가 더 놀라서 입 틀어막겠지. 모르는 사이인 척 해야 하는데 한울이한테 고맙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고민할 듯.
한울이가 비 오는 날 조금은 좋아하게 만들 수 있으려나? 한울주가 좋은 사람이니까 유튜브가 좋은 노래들을 띄워주는 거야!!(당당) 둘 다 기싸움하고 밀당하며 으르렁거리더라구..... 어휴 이 금쪽이들.....^^(대체)
고마워~~ 오늘은 사과 먹었당!! >< 한울이는 미래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너무 신경쓰여.... 자기한테 미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
(둥기둥기로 행복해진 은아주)(햅삐!!) 은아는 한울이가 자기 이성으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전혀 생각 안 할 것 같아서ㅋㅋㅋㅋㅋ큐ㅠㅠㅠ 한울이가 그러면 은아 일단 무조건 침대 위에 얌전히 무릎 꿇고 앉아서 고개 푹 숙이기.....(대역죄인 모드) 정작 생각나는 건 없음+숙취 때문에 머리만 띵하니 아프지만ㅋㅋㅋㅋㅋㅋ
한울이 과거사 왜...!! 불안하니까 나도 보여줫..!!!!ㅠㅠㅠㅠ
비 오는 날만 되면 일부러 한울이한테 추우니까 안아달라고 하고 싶다ㅋㅋㅋㅋ 비 오는 날=포옹하는 날로 만들어버리기(??)
"이미 지금 일탈하고 있는데? 나 남자애를 우리 집에 초대해서 이렇게 같이 누워있는 거 네가 처음이거든."
은아도 장난스럽게 대꾸하며 씩 웃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신기하게도 은아는 지금 이 순간이 편안했고. 이런 일탈이라면 가끔씩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은아는 허리를 안았던 손을 슬쩍 올려 손가락으로 한울의 등을 꾹꾹 누르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윽고 한울이 볼을 찌부시키자 우붑, 하는 이상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하지만 한울의 쓴 미소를 마주한 은아는 차마 불평할 수가 없었고. 한울이 얼굴을 놓아주자 은아는 잡혔던 볼을 문지르며 물었다.
"그럼 나랑 같이 조금씩 찾아볼래? 행복이 무엇인지."
어쩌면 그것이 바로 은아가 듣고 싶었던 대답일지도 몰랐다. 한울이 스스로도 행복해지기를 원한다고 말하는 것.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어도, 여전히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고 은아는 믿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행복을 찾으면 되지. 아직 우리의 계약 기간도 남아있으니까.
"전에 분수대에서 네가 나한테 무슨 소원 빌었는지 물어봤었잖아? 사실 내 소원도 그거였거든. '행복해지게 해주세요.' 지금까지 계속 실패하기는 했지만."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소원. 은아는 항상 분수대 맨 윗단에 닿지 않고 떨어졌던 수많은 동전들을 떠올렸다. 지금껏 천사상은 은아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은아는 지금까지도 동전을 품고 있었고. 어쩌면, 이라는 생각이 지나갔다.
"...같이 행복해지자, 한울아."
그렇기 때문에 나지막히 속삭였다. 은아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 웃었다. 둘 다 행복해지자. 어쩌면 이 말도 한울에게 닿지 않고 스쳐 지나갈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럼에도 은아는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이윽고 은아는 일부러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한울의 볼을 재빨리 꾹 눌렀을 것이었고. "이건 내 볼 가지고 장난친 복수." 하고 웃으며 손가락을 떼어냈을 것이었다.
이번엔 내가 답레 고민되었다....... 한울아 행복하자ㅠㅠㅠㅠ 밥 먹기가 싫어서....ㅋㅋㅋ(옆눈) 한울이는 고삐 잡을래도 잡히지 않을 것 같지ㅋㅋㅋ큐ㅠㅠ 한울이도 미래를 그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오히려 눈치가 있어서 이러는 거 아닐까?ㅋㅋㅋㅋㅋㅋ 일어나서 본 한울이 눈빛이 무서웠으니까...() 왠지 성인 은아는 내가 한울이를 좋아했었구나 깨달았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좋아했던 애한테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 싶어서 더 석고대죄하고ㅋㅋㅋㅋㅋ 한울주도 좋다면 일상으로 보자!! 재밌겠다ㅋㅋㅋㅋㅋ
높고 따뜻한 부뚜막 한울이(?)는 은아냥이가 찾아 올라가려고 하면 허락해주는 거야?ㅋㅋㅋㅋㅋㅋ
맥거핀_ZIGZAG 들어봤는데 진짜 너무 좋다..!!! 늦고 어두운 새벽에 네온사인 아래 담배 피는 한울이가 생각나ㅋㅋㅋㅋㅋ 노래 너무 좋아.... 쏜애플_한낮은 나도 원래 좋아하던 노래라 반가웠다!!ㅋㅋㅋㅋㅋㅋ 한울이 생각하면서 들어보니까 또 색다른 느낌이야~~ 쏜애플 서울병 앨범의 노래들이 다 좋더라구. 나도 한울이 생각나던 노래가 있는데, 박완규_Alone! 나도 노래 취향 잡식성이라 안 가려서 공감이야ㅋㅋㅋㅋㅋㅋ
한울은 어이없어 웃다가 은아가 등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자 놀랐다가 이내 한쪽 눈썹을 들어올리더니 은아의 손을 잡아 하지 못하게 한다. 얘가 남자 무서운 줄 모르고.
“.......뭐?”
한울은 잘못 듣기라도 한 것처럼 되물었다. 하지만 은아가 한 말을 못 들은 것은 아니었다. 한울은 그런 말을 꺼내는 은아를 찬찬히 바라봤다. 눈동자가 마주한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행복해지게 해달라는 소원, 그 말은 현재 스스로도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은아의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다. 행복하지 않을 수 있지. 그런 상황이니까. 하지만 너랑 나는 상황이 달라. 다를 수밖에 없다. 네가 나에 대해 모르니까. 그러니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그럼에도 같이 행복해지자는 말에...... 한울은 가슴 안쪽에서 뭔가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 혹은 너절한 상처에 소독액을 들이붓는 것처럼 쓰라리는 것 같기도 했다. 아픔이 표정에 옅게 드러나다가 이내 은아가 볼을 꾹 누르자 한울이 짜증섞인 표정으로 표정을 꾸며내며 이내 한 손으로 은아의 눈을 덮어버린다. 큰 손이 은아의 얼굴의 반을 가릴 것이었고.
은아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웃었다. 한울이 놀라는 희귀한 반응이 재미있었다. 한울이 손을 잡자 한울의 등을 꾹꾹 누르던 장난을 얌전히 멈췄지만.
"궁금하지 않아? 난 궁금한데."
은아는 웃음기 남은 얼굴로 되물음에 대답했다. 은아는 물론 진심이었다. 과연 너의 행복은 무슨 모습일지. 나의 행복은 무슨 모습일지. 도대체 얼마나 벅차오르는 감정이길래 우리들에게 이다지도 쉽게 찾아오지 않는 것인지. 눈동자가 마주하자 한울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잘 보였다. 이내 은아의 시야에는 처음 보는 한울의 표정이 들어왔고.
그것은 아픔이었다. 비록 옅게 드리운 아픔이었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는 그것을 못 볼 수가 없었다. 은아의 미소가 멈추고, 은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러나 이윽고 이어진 것은 한울의 손이 덮여 만들어진 어둠이었고. 은아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그러나 눈을 감아도 한울의 표정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처음 보는 표정.
"나 재워줄 거야?"
그래서 은아는 일부러 눈치채지 못한 척, 농담하는 가벼운 어투로 물었다. 하지만 어쩐지 지금은 한울을 혼자 두어선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말이 네게 그렇게 상처를 준 것일까. 내 말이 네가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든 걸까. 은아는 순간 스쳐지나갔던 한울의 표정에 마음이 쓰였다. 은아의 손이 다시금 한울의 등을 찾아 끌어안으려고 했다. 한울이 거부하지 않았다면 은아는 다시 한울의 품에 머리를 기대고 한울을 안아주었을 것이었고.
맞아 이번 일상 어려운데 또 그만큼 재밌어..!!!!ㅋㅋㅋㅋㅋ 애들이 좀 솔직해져서 그런가? 한울이 지금 반응 처음 보는 거라 막 신경 쓰이고 그래...........아 한울이 고삐 잡혔어?ㅋㅋㅋㅋㅋ 고삐 안 잡혔을 때는 어떻게 되었으려나...?!!?!(궁금) 아침의 이성적인 사곸ㅋㅋㅋㅋㅋㅋㅋ 아 한울이도 한울주도 귀엽다 히히(부둥)
그건 그렇지만ㅋㅋㅋㅋㅋ 은아 한울이한테만 이 정도로 그러는 거라 내심 억울할지도. 사귀고 나면 돌리고 싶은 에유가 잔뜩 쌓였지~~ ><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곀ㅋㅋㅋㅋㅋ 좋아 은아냥이가 부뚜막에 얼굴 비비고 몸 비비며 행복하게 골골송 부른다~~!!!(대체)
무려 오늘 발견한 따끈따끈한 곡이었다니..!! 나도 진짜 너무 좋아서 계속 돌려 들었어ㅋㅋㅋㅋㅋ 앗 사실 서울병 앨범의 노래만 돌려 듣는 거긴 하지만.....ㅋㅋㅋㅋ(옆눈) 그래도 노래가 좋아서 좋아하는 편? 한울주는 쏜애플 좋아해? 내 추천곡도 진짜 한울이 마음 듣는 것 같아서 들을 때마다 뭔가 뭔가더라구..... 날 버리고 싶다는 부분이라던가...ㅠㅠㅠ
한울은 위험한 발언을 서슴치 않는 은아가 참 어이없다. 이러다가 불쌍해보이는 남자들을 다 집에 데려와 재울 기세다. 아무리 외로워도 정도가 있지. 하지만 겁을 줘도 들어먹지 않는 애를 더이상 설득할 방법이 한울에게는 없었다.
한울은 은아의 되물음에도 딱히 답하지 않았다. 한울은 그런 것을 궁금해 할 여력도 상상할 기력도 없었으니까. 수없이 시도했음에도 거부당하고 끝없이 찾아다녔음에도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미련을 끊어내지 못했다는 걸 오늘 다시 또 실감했고. 그럼에도 다시 시도하자는 말은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나.
“하아.......”
한울은 재워줄거냐는 은아의 물음에 푹 한숨을 내쉬더니 은아의 눈을 가린 손을 내리며 안겨오는 은아를 끌어안았다. 은아의 얼굴을 가슴팍에 기대게 하면서 팔로 은아의 머리를 감싸며 형광등 불빛이 닿지 않게 차양을 만들어준다. 다른 손으로는 등을 감싸고 토닥토닥 느릿하게 두드려준다.
“얼른 자. 지금 자도 늦게 일어날 걸.”
내일은 학교 가는 날이 아니니 다행일지도 모른다.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했던 때라도 상상해보던가. 아니면 행복과 가장 가까운 기억이라거나. 그럼 행복한 꿈이라도 꿀지도 모르지.”
한울의 말에도 은아는 그냥 키득거릴 뿐이었다. 은아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한울이 예외인 것이었지만, 한울은 아마 몰랐을 터였고. 은아는 잔소리를 하는 한울의 모습을 보니 어쩐지 조금 웃음이 새어나왔다. 한울이 걱정해주는 것만 같았으니까.
이윽고 한울을 안으니 한울 역시 끌어안아주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은아는 들어가 자라며 밀어내는 것을 예상했었으나, 의외로 한울은 한숨을 쉬면서도 팔로 차양까지 만들어주었고. 등까지 토닥토닥 두드려주자 은아는 불안과 걱정이 조금 누그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늦게 일어나도 괜찮아. 어차피 너랑 나밖에 없을 테니까."
한울이 없었다면 어차피 하루 종일 혼자 있었을 집이었다. 그러나 문득 은아는 내일 눈을 뜨면 한울이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말을 정정해야하나 고민하던 차, 한울에게서 의외의 말이 들려왔다. 행복했던 때. 행복과 가장 가까운 기억. 한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 은아는 말 없이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히 중얼거렸다.
".........전에 너랑 같이 봤던 벚꽃, 되게 예뻤어."
이상하게도, 제일 먼저 생각나는 순간은 그것이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살랑이는 바람에 흔들리던 벚꽃나무들. 떨어져 내리는 벚꽃비. 그리고 그 옆에 함께 누워있던 한울의 모습.
봄은 행복인 걸까?
은아의 머릿속이 조금씩 분홍색으로 가득 채워져 갔다.
"...내일은 같이 카페 가자... 달달한 걸 먹으면... 기분이.... 나아질 거야..... 또......"
한울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것에 맞춰서 은아의 목소리도 차차 느려지기 시작했다. 은아의 목소리에도 점점 졸음이 스며들었고.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지던 중얼거림도 점점 알아들을 수 없는 작은 잠꼬대로 바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침묵이 이어졌다. 이윽고 한울을 끌어안았던 팔에도 힘이 스륵 풀리면, 곤히 잠든 은아의 숨소리만이 들려왔을 것이었고. 잠든 은아의 얼굴은 마냥 평화롭고 고요하기 그지 없었다.
진짜 한울이가 너무 상처투성이라 조심스럽고 걱정되고........ 은아가 너무 푹푹 찌르는 건 아닌가 싶어서 미안하고.....ㅠㅠㅠ 도대체 한울이의 사정은 어땠길래.......ㅠㅠㅠㅠ 히히 잘했어~~ 밤 파워로는 푹 쉬자!! 그렇게 충전한 아침 파워로 또 힘내는 거야~~!!~!! ><(부둥부둥)
그 때 상황이 되면 변명이든 솔직하게 털어놓든 하지 않을까?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구~~~
당연하지!! 한울이는 은아 거니까!(당당) 다른 냥이가 넘보려고 하면 은아냥이 하악질 할 거야!!ㅋㅋㅋㅋ 한울주도 그랬구나! 나도 처음에 어려운 달 추천 받았었거든~ 이것까지 비슷하다니 신기햇..!!!ㅋㅋㅋ 한울이... 진짜 은아가 보듬보듬해서 치유해주고 싶다......ㅠㅠㅠ
와 버터가지구이 맛있었겠다..!!! 요리도 하구 잘 챙겨먹은 한울주 장해~!!! ><(보듬)
어차피 내일도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은아의 말에 한울은 한숨만 내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유혹하는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상대는 정은아다.
한울은 말 없이 은아의 등을 토닥이다가ㅡ말이라도 걸면 잠에서 깨서 귀찮게 할 것 같았기 때문에ㅡ 이어지는 은아의 말에 잠시 등을 두드리는 손이 멈췄다. 벚꽃을 보러 갔던 날. 이내 다시금 등을 토닥이는 손길이 이어졌겠지만.
한울도 잠시 당시의 기억을 더듬었다. 자신의 옛이야기에 눈물을 흘렸던 것이라거나 가출했다고 하니 자기 집에 가서 자라고 했던 것이라거나. 집까지 데려다 주었던 것도. 그 때는 여기에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이게 이렇게 되네.
확실히 늦은 시간이었는지 은아는 금세 잠이 들었다. 카페에 가자는 중얼거림을 듣다가 웅얼거리는 말로 바뀌고 결국 새근새근 잠에 빠진다. 한울은 은아의 팔에 힘이 빠진 이후로도 조금 더 기다리다가 살짝 흔들며 묻는다.
“정은아. 자?”
완전히 잠에 빠진 것 같다 싶으면 은아의 등을 감싼 채로 조심히 몸을 일으키고 무릎 아래로 한쪽 팔을 집어넣어 단단히 안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일어나 공주님 안기 자세로 은아를 들고 잠옷을 갈아입고 나왔던 은아의 방 문을 열려고 했을 것이었고. 열렸다면 그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혔을 것이다. 일련의 과정은 은아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느릿하고 조심스럽게 이루어졌다.
한울이 살짝 흔들어도 은아에게서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들려오는 것은 오직 편안한 숨소리 뿐이었고. 한울이 공주님 안기 자세로 들어올려도 은아는 한울에게 머리를 기댄 채 얌전히 잠에 빠져 있었다. 한울의 동작이 느릿하고 조심스러웠기 때문인지, 방문이 열리고 침대에 눕혀질 때까지도 은아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고.
은아의 방은 주인을 닮아 깔끔하고 단정했다. 책상 위에는 한울을 데리고 오기 전까지 은아가 혼자 공부했던 문제집과 필기구가 놓여 있었고, 그 중에는 한울이 선물해주었던 리본이 달린 귀여운 펜도 섞여 있었다. 그 앞에는 작고 귀여운 피규어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의자에는 팬더 얼굴 모양의 쿠션이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전자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있었다. 은아의 침대 위에는 귀여운 동물 모양 인형들이 제각각의 크기를 뽐내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아늑하면서도 포근한 둥지같은 곳이었다. 아마 이 곳이 가장 솔직하게 은아를 닮은 장소일 것이었고.
침대 위에 눕혀진 은아는 정말로 행복한 꿈이라도 꾸는지, 인형들 사이에서 옅은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이윽고 은아는 꿈 속에서 무언가를 잡으려 하는지 실제로도 손을 살짝 휘적였고. 인형이었든, 한울이었든, 손에 닿는 것을 꼭 잡았을 것이었다.
그건 그렇지만ㅋㅋㅋㅋ큐ㅠㅠㅠ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은아가 한울이가 행복해지길 바란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이기도 하고. 고마워~~!!! 한울주도 오늘 퇴근까지 화이팅하자~~!!! ><(보듬)
내 걸 넘보다니 안 돼! 하고 온 몸의 털 삐죽 세우겠지ㅋㅋㅋㅋ 한울이가 보기엔 쬐끄만 게 무섭지도 않다고 할 것 같지만() 나도 오랜만에 어려운 달 들어야겠다!! 한울주 추천곡도 다시 듣고~~ >< 뜨거운 물ㅋㅋㅋㅋㅋㅋㅋ 은아는 따뜻한 물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울이에게는 뜨거웠던 거야!??! 한울이 상대가 은아라면 절대 유혹이라고 생각 안 하는 거 넘 웃픔.....ㅋㅋㅋㅋ큐ㅠㅠㅠ
오늘 점심은 콩나물 해장국!! 저녁 메뉴는 아직 미정~~~ 한울주도 점심도 저녁도 잘 챙겨먹자~!!! ><
한울이 은아를 안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 퍽 귀여운 공간이 나타났다. 귀여운 거 안 좋아한다고 하더니만. 물론 그 말을 믿었던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한울은 귀여운 인형들이 지키고 있는 침대에 은아를 눕히고 이불까지 덮어줬다. 그럼에도 얼마나 깊게 잠든 것인지 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좋은 꿈이라도 꾸는지 미소를 짓고 있는 은아의 모습에 한울은 침대에 걸터 앉았다가 이내 휘적휘적 뻗은 은아의 손에 허릿춤의 옷자락이 잡히고 말았다.
“허......”
그러면서 헤헤 웃는 은아의 모습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지. 한울에게 있어서 은아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한울은 잠시 옷자락을 잡고 있는 은아의 손은 내버려두고 손을 뻗어 곤히 잠들어 있는 은아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준다.
참 스펙타클한 하루가 아닐 수 없다. 뺨을 맞고 비를 맞다가 남의 집에 와서 누군가 자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줄은. 그리고 우스운 점은 그게 싫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한울은 한참을 은아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자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눈을 뜬 모습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만지지 않아도 안겨오는 감촉과 스며오는 체온을 금세 상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