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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괜히 바라게 되는 소원이지만, 그 소원이 항상 타인에게 좋으리란 법은 없잖아. ...이를테면 호리이의 시급을 1/10로 깎고 그 돈을 전부 내 용돈으로 주세요... 같은 소원 같은 것은 이뤄져서 좋을 건 없잖아?"
피식 웃으면서 그는 자신의 소원을 말하진 않았지만, 비슷한 예시를 들어서 설명했다. 물론 저 정도로 이기적인 소원은 아니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이기적인 소원이요. 길게 보면 토키와라에는 그다지 좋지 못한 소원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럼에도 자신이 작게 가지고 싶은 소원인 것을. 그렇기에 그는 굳이 소원을 입에 담지 않았다. 그저 이 소원은 자신만의 작은 비밀 상자에 간직할 뿐이었다.
"...축제 날이니까 가끔은 괜찮아."
어색하고 민망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괜찮았다. 물론 매일매일 이런 것을 해달라고 하면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좋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평소에 짓는 잔잔하고 조용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다가 다시 표정을 평소의 무덤덤하고 무심한 느낌으로 바꿨다. 들려주려고 해서 고맙다는 말에 카나타는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만 살며시 회피할 뿐.
"...그걸 알게 된 것만 해도 충분해. ...고양이건 강아지건 귀엽다고 많이들 기르지만 그만큼 많이 버려지는 애들이야. ...가벼운 마음으로 기르는 것이 아니라 책임과 정성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쉽게 키우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
아주 당연한 소리이긴 했지만, 그 당연한 소리가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일이 많았다. 카페의 고양이와 강아지 중에서는 그렇게 버려져서 입양한 애들도 있었기에 그는 괜히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언제나처럼 그 표정은 다시 무심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일정한 속도로 또각또각 걸어가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커튼을 내려놓자니 지금까지 가린 것이 허사가 되는 것 같아 손을 놓지도 못하고 어쩌지 못한 채로 씩씩대는 하나요입니다. 말랑이를 만지고 노는 히라무를 보고서 하나요는 히라무가, 하나요 자신보다 말랑이를 더 불쌍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사실 그것은 기분이 아니라 진실입니다.
"서, 서, 서프라이즈도 아니고 새 옷을 산 것도 아니지만~~~ 그러니까, 내일이 축제잖아??~?"
하나요는 살짝 부끄러워져 머뭇거리면서 바닥을 보았다가 라무쨩을 보았다가 합니다. 그 와중에 말랑이의 삐꾹삐꾹 소리가 거슬립니다.
"중요한 얘기 하려는데 시끄러워~~~!!~!! 실례거든~~~!!!!!"
그렇게 소리 한번 꽥 지르고서 본론을 꺼내기로 한 것입니다.
"엄마가 축제용으로 다른 유카타를 가져왔는데 라무쨩이 한번 봐주지 않을까나~~ 하고~~......"
그리고 라무쨩이라면 제대로 봐주려나 생각하면서 머뭇거리다가 커튼을 치웁니다. 하나요의 뉴카타는 비취색에 체리나무의 문양이 그려져있습니다. 친구의 딸이 입던 것이지만 낡은 티는 그다지 나지 않습니다. 머리카락이나 얼굴에는 손대지 않아 평소의 하나요이지만 옷은 낯선 듯 몸짓이 뻣뻣합니다.
곤란합니다! 정말 곤란합니다!! 축제에서 초코바나나를 하나 더 먹을 기회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카나타 오빠. 소원이라는 것은, 소원이니까 조금 이기적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이루어질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타인까지 고려해 버리면 그때는 그 소원을 바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소원을 소원으로 존재하게 해주는 것은 바라는 사람인걸요."
양손을 맞대며 혹시나 틀린 것을 말했다고 지적당할까 조심하는 듯 작은 소리로 얘기하는 하나요입니다. 그러더니 이윽고 결심한 듯 비장하게,
"그,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같이 소원을 빌어 볼까요? 저, 저는 한 달치라면 시급을 1/10정도 깎여도 괜찮으니까....~~!!"
카나타의 예시를 진심으로 받아들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근처에 아직 가게들이 보이니 불꽃놀이 세트같은 것을 사거나 풍선 같은 것을 사서 소원을 비는 기분정도는 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등은 아니겠지만.....
"축제 날이니까, 인가요...~~"
입을 가리고 쿡쿡 웃는 하나요입니다. 축제는 역시 좋은 것인 듯 합니다. 하나요는 카나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스쳐지나가는 듯 안타까운 표정을 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습니다.
"드, 드디어 잘리는 줄 알았어요...!"
마지막 말을 듣고서 겨우 쿵쿵뛰는 가슴을 눌러 진정시킵니다.
"괜찮다면 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은데요...~~ 입시가 중요해지면 그땐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겠지만요......"
하나요가 가게의 고양이와 강아지들을 떠올리고 방긋이 미소를 짓습니다.
"일은 매일매일 조금씩 더 잘하고 싶어지고, 아저씨, 아주머니랑 아이들하고도 정이 벌써 들어버려서~~~"
"...딱히 네 시급을 깎으라는 소원은 아니니까 안심해. 그리고... 네 마음은 고맙지만 괜찮아. ...내 소원은 이걸로 충분해."
내년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이렇게 조용히 간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일이었다. 굳이 소원을 빌지 않아도 자신의 소원은 자연스럽게 이뤄질지도. 물론 그렇게 되면 토키와라는 언젠가 정말로 조용히, 조용히 그 불씨가 꺼질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았다.
"...그렇게 말하는 네 소원은 뭔데? 조금 궁금하네. ...내 소원을 말하지 않으면 네 소원도 말하지 않을 생각이야?"
같이 소원을 빌어볼까요? 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카나타는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물론 그녀가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소원 또한 조용히 그녀의 마음 속에 간직하게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녀가 원한다면 그게 맞는 것이기도 하고.
"내가 사장도 아닌데 내가 멋대로 자를 수 있을리 없잖아. 언젠가 내 것이 될 카페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니야. 아무튼... 조금 더 오래?"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그는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했다. 조금 더 오래라. 그녀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것 또한 괜찮은 일이었다. 카페의 입장에서도 일을 계속 하는 이가 하는 것이 이득이었으니까. 새롭게 교육을 하는 것보단 좀 더 전문가 쪽이 일을 하는 것이 좋기도 하고. 그렇기에 카나타는 눈을 뜨고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좋건 싫건... 한동안은 더 보겠구나. ...내가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더더욱."
그때는 나도 일을 본격적으로 배울 생각이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카나타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으며 슬쩍 흘려보내듯이 이야기했다.
"...그럼 내년부터도 미리 잘 부탁해. 카페에서 본다면 말이야."
/어....어어... 일단 선을 잘 확인해보자! 하나요주! 그리고 세팅란에 들어가서 스피커 연결이 빠졌는지도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해!
"...여름 축제가 쭉 이어지는 거? 아니면 앞으로도 쭉 즐거운 여름 축제가 있었으면 하는 거?"
집행부 일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역시 여름 축제인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와중에 소원이 두 개라니. 욕심이 많은 아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내일 만난다는 마이를 떠올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면 내일 등불은 두 개가 올라가게 되려나? ...뭐, 바쁘지 않다면 멀리서 구경정도는 해야겠네. 오늘처럼 떠오르는 등불이 얼마나 많을진 모르겠지만."
등불은 2인 1조로 하나씩만 준다고 했지만 따로 작은 등불을 하나 만드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일단 그 부분은 내일 하나요와 마이가 협의 및 합의를 통해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굳이 더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평소에도 학교에서 굳이 본 적은 없지 않았나? 우리."
애초에 그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긴 했으나 실제로 본 것은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카페로 찾아온 날이었으니 그렇게 오래 된 것도 아니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자신 쪽의 이야기였다. 그녀 쪽에서 이전부터 자신을 알고 있었고 봤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으나 적어도 자신이 아는 부분은 아니었기에 그는 그 정도로만 이야기했다.
"...알겠어. 불안불안한 호리이 알바생."
그녀의 말에 장난스럽게 맞춰주며 그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앞으로 걸어가면 결국 카페로 가는 방향과 다른 곳으로 가는 갈림길이 코앞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갈림길을 바라보며 그는 그녀에게 물었다.
왠지 카요쨩의 몽실몽실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놀려주고 싶다. 손 안에 든 삐꾹이와 겹쳐 보인달까, 말랑말랑한 볼을 양쪽으로 잡아 늘려서 삐이꾸욱 하게 해 주고 싶달까...그러니까 저렇게 심술궂다고 화내는 거겠지. 히라무는 기분 나쁘게 실실 웃으면서 하나요를 보았다.
뭔가 숨기는 눈치인데. 서프라이즈도 아니고 새 옷도 아니라면 뭐지...하나요의 말대로 내일은 축제. 얼마 안 있으면 집행부 일도 막바지다. 그 관련인가? 순간 소리를 빽 지르는 하나요 때문에 히라무도 깜짝 놀랐다.
"놀래라~이게 뭐 어때서 그래! 카요쨩이 던져서 아프다잖아."
잠깐 멈췄던 히라무가 또 말랑이를 꼬집었다. 삐꾹삐꾹. 진짜인지 아닌지는 히라무보다 하나요가 더 잘 알 것이다.
"아! 유카타! 새 거?"
카요쨩이 항상 입던 그 유카타가 아니라, 몇 년 만에 오뜨꾸뛰르? 히라무는 솔직하게 기대감을 표현했다.
"기대되는데. 어디 보여줘."
이번엔 기분 나쁘게가 아니라 정말 호기심에 가득한 눈으로 커튼을 바라보던 히라무는, 이윽고 하나요가 유카타 차림으로 드러나자 오오 하고 순도 백퍼센트 감탄사를 흘렸다. 정말 새로운 색깔이다. 늘 입던 유카타도 카요쨩을 닮은 발랄한 색감에 귀여운 꽃잎 같았다면, 새롭게 가져왔다는 유카타는 시원한 옥색에 벚나무 꽃이 피어 있는 것이 꼭...
"...내년에 그 소원이 이뤄질지도 모르지. ...이나리님은 자비로운 신이니 말이야. ...그리고 후후. 누군가가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 ...우리 쪽은 아무도 없어서 잔잔했지만 말이야."
그런 장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내일 자신이 등불을 구경하러 다시 갈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저런 상황이 겹치거나 다른 일이 생기면 못 갈 가능성도 컸으니까.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는 축제 현장에 가는 것도 좋겠거니 생각하며 그는 내일 계획을 조용히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그러던 와중 생각도 못한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서 만나자면서 매점이라도 같이 가자는 그 말에 카나타는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가 겨우 이해를 하고 그는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시간이 된다면야. 나도 3학년이니까... 공부를 어느 정도는 해야하거든. ...그러다가 우연히라도 만나면 빵이라도 하나 사줄게."
내가 먹을 것도 합쳐서. 야키소바 빵 좋아해? 그렇게 말한 후, 이내 그는 "열심히 해 봐. 그러면 칭호를 바꿔줄게. 아직은 불안한 호리이 정도로." 라고 심술궂은 목소리를 냈다. 적어도 그의 눈에는 하나요가 아직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인 모양이었다. 쉽사리 그 칭호를 바꿔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여기서 헤어져야겠네. 잘 들어가."
가만히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며 그는 저벅저벅 앞으로 걸어가다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면서 작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손을 흔들었다.
"내일 또 보자."
마타 아시타. 짧고 간결한 인삿말을 내뱉으며 그는 뒤로 돌았고 카페를 향해 천천히 발을 옮겼다. 언제나 그렇듯이. 변함없는 그 길을 따라서.
/이렇게 막레를 주면 되겠지? 내일이 엔딩날이고 슬슬 마무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 일상 수고했어! 하나요주! 자...그래서 2번째 소원은 뭐야? (빤히)
살살은 무슨. 히라무는 말랑이를 좌우로 까딱까딱 흔들어 보였다. 햇빛 받으면 고개 까딱이는 태양열 인형처럼.
"이 녀석은 아니래. 왜냐면 창에 부딪치면서 삐꾹 소리 냈는걸."
말랑이는 위아래로 눌리면서 또 슬픈 소리를 냈다. 삐이이......꾹.
히라무로서는 높은 단계에 있는 칭찬이었는데도 카요쨩은 영 기분이 별로인 듯하다. 바로 그 점이 문제라는 사실을 히라무는 알아채지 못했다. 박물관에 미친 녀석이 청자 도자기 같다고 감탄한다는 건 곧 유카타 입은 소녀를 유물 보듯이 세세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것. 여자아이의 감이다마다, 하나요는 그 크리피한 사실을 기깔나게 알아차린 것이다...그러거나 말거나 히라무의 오른쪽 눈썹은 왼쪽 눈썹 아래로 미끄러졌다.
"왜 부끄러워하는 거야? 예쁘다니까."
갑자기 나와버린 본심! 하나요에게 이런 차가운 색감이 잘 어울릴 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예상외로 차분하고 예쁘다. 칭찬을 해 줘도 하나요는 커튼 뒤로 숨어 버리고. 히라무는 자세를 낮추었다. 불타오르는 듯한 카요쨩의 얼굴 아래, 유카타 차림을 다시 보려고.
"어째서? 모처럼 새로 받았잖아? 안 어울리는 것도 아닌데, 그걸로 하자. 마...이도 귀엽다고 해줄 거야."
책이나 게임에 푹 빠져 있으면 카요쨩은 커녕 엄마가 불러도 모르지만, 그래도 카요쨩의 부름에는 제대로 대답하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하는데. 히라무는 하나요의 주장에 곰곰이 생각하다가 물었다.
"나, 그래도 카요쨩이 부르는 건 잘 듣지 않아? 방금도 사실은..."
전령사로 선택된 삐꾹이가 와서 부딪힐 때 히라무가 하고 있던 생각이 있는데. 말하려다가 히라무는 으음 하는 소리와 함께 헤 웃었다.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 첫번째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엥? 뭐야, 지금 입는 거 아니었어?"
하나요가 입었던 유카타는 히라무로 하여금 편의점이 가고 싶게 만들었다. 반드시 편의점이어야만 한다. 카요쨩도 같이 간다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사진이라도 찍어 와야지. 또 혼자만의 나쁜 생각에 키득대던 히라무는 커튼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또 의아해졌다.
"그런 눈이라니 뭐야? 그렇게 말하면 변태 아저씨 같은 눈 했다는 거 같잖아."
히라무는 너무하다는 듯이 투덜댔다. 변태 아저씨는 아니지만 변태 교수님 같은 눈으로 하나요에게는 비쳤을지도...마쨩은 분명히 귀엽다고 해줄 텐데. 게다가 예의 유카타가 아니라 새로운 유카타니까 더더욱 신기해하면서 만져보려고 할지도 모르고. 히라무가 그런 거 아니냐고? 그럴 수도...
"내일 입을 거지? 나 기대한다. 나한테 골라달라고 해놓고...돌았어어."
주객전도된 투정을 남기면서도 히라무는 하나요의 요청대로 제대로 뒤돌아 주었다. 뒤돈 채로 히라무는 조금 커다랗게 목소리를 냈다.
히라무는 능청스러운 웃음만 흘렸다. 아무래도 소꿉친구란 상대를 화나게 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으음, 뭐였을까...같이 편의점 가면 알려 주지."
그렇다 해도 소꿉친구를 사기의 희생자로 삼을 생각은 없다. 히라무도 그 정도까지 악질은 아니다.
하긴 새로 받아온 유카타이니 아껴 입는 게 당연하겠다. 히라무는 저도 모르게 새 유카타 차림으로 밖에 나가는 하나요를 상상했다가 지웠다. 하나요 말이 맞았다. 유카타는 걸음걸이가 불편한데다, 보여줄 거래도 축제 때 보여줘야지. 냉혹하게 쏘아붙이는 변태라는 발언에 북슬북슬한 뒷머리를 벅벅 문지르던 히라무가 넌지시 물었다.
"흐음, 보여줄 사람 있는 거야?"
귀여운 머리장식에 손가방도 들고, 카요쨩은 항상 축제 때마다 구색을 갖췄다. 같이 다니면 옆의 아가씨는 무척 예쁘게 꾸몄다고 다들 귀여워하고, 대충 입고 나온 히라무는 지나가다 인사나 해 주는 서글픈 일이 여름마다 반복되고는 했다...히라무가 신경 쓰는 위인은 아니었지만, 자극을 안 받지도 않았다.
"좋아. 역시 그거 입을 거지?"
이번엔 히라무도 전통의상을! 물론 핫피 정도를 얘기하는 것이다. 유카타는 귀찮아...
"아니, 배고픈 건 아니고. 생각나는 음료수가 있어서."
히라무는 정직하게 얘기했다. 카요쨩네 주먹밥이 남았다고 한다면 별개로 몇 개 얻어먹을 것이다.
"그치만 겸사겸사 군것질도 할지 몰라. 응...애걕."
아프지도 않고 엄청 놀라지도 않았지만 요상한 기분에 휩싸여 낸 감탄사도 괴상망측했다. 뒤통수에 난데없는 폭격을 맞은 히라무는 고개를 잠깐 숙이고 있다가 그 상태로 돌아섰다. 바닥에 노랑이가 뒹굴고 있다. 이것으로 이 말랑이도 제 겁니다. 히라무는 새로운 폭격기를 주워들며 하나요를 보는데 그 눈빛이 시무룩하다. 어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