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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걸어가는 도중, 낯익은 이가 자신을 스쳐 앞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그의 눈에 비쳤다. 그녀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내 고개를 뒤로 돌려 자신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이름까지 불렀으니까. 호리이 하나요. 자신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후배 여학생이었다. 오랜만에 본다면 오랜만에 보는 것이고, 아니라면 아니었다. 이전에 짐을 옮겼을 때 잠깐 같이 행동한 적은 있었으니까.
"...안녕. 호리이."
평소와 다를바 없는 무덤덤하고 차분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입에서 내뱉으며 카나타는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 이어 그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다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을 멈췄다.
"...등불 띄우러 온 거야? ...등불은 띄웠고?"
어지간하면 여기에 있으면 등불 관련으로 온 것일테니, 아마 그렇지 않을까 생각을 하지만 혹시 아닐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가볍게 그렇게 물은 후, 그는 가만히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미소를 작게 지으면서 그녀에게 메시지를 조금 더 전달했다.
그러고 보니 미야마도 본지 꽤 되었구나. 다들 바쁘게 사네.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했다. 뭔가 많이 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못 본 것 같은 이들의 모습이 하나 둘 떠올랐다. 조만간에 뭐라도 하나 만들어서 수고했다고 인사하면서 돌리기라도 해야할까. 허나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며 카나타는 다시 눈을 떴다.
"...천만에. 특별히 뭘 한 것도 없는걸. ...그냥 늘 하던 일이기도 하고. 그래도 고마워."
고생이 많았다는 말을 들은 것이 기분이 좋았는지, 그는 괜히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괜히 머리를 손으로 정리한 후, 살며시 쓸쓸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을 다시 눈에 담았다. 집행부 일이 모두 끝난 것 같다라. 끝나지 않았나? 축제는 이미 한참 진행되었고... 사실상 마무리 된거나 마찬가지인데. 이것을 지적하면 요즘 그 말이 많은 'T 어쩌고 저쩌고'가 되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카나타는 살며시 팔짱을 끼고 침묵을 지키다 하나요에게 이야기했다.
"...그럼 언제 되는데? ...그것보다 끝나는 것이 쓸쓸해? 표정이 그렇게 보여서."
이어 그는 가만히 생각을 더 하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그런 표정 지을 것 없다는 듯이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쓸쓸하다면 쓸쓸해 할 거 없어. ...어차피 아직은 다들 토키와라에 있잖아? ...그러면 언제든지 볼 수 있어. 단지 직책만 바뀔 뿐이야."
"...응. 니시키리와 같이. 딱히 내 소원은 띄우지 않았지만, 그 애의 소원은 띄우고 왔어."
그는 다시 한 번 이즈미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속으로 조용히 빌었다. 이나리 신이 정말로 있다고 한다면, 그 애의 소원을 부디 들어주기를. 그런 중얼거림을 가슴 속 깊게 몇 번을 중얼거리고 나서야 그는 중얼거림을 멈췄다. 이어 그녀의 말에 그는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하긴, 그렇게 되어야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맞겠지. 하지만...
"그 선생님이 그렇게 말을 할진 모르겠네. ...적당히 돌아가. 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도저히 엔도가 그렇게 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그는 괜히 웃으면서도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한다면 하는대로 좋았다. 뜻밖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지막 인사에 함께 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테니. 어쨌든 여기서 계속 서 있는 것보다는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앞으로 저벅저벅 걸으며 하나요에게 일단 걷자고 이야기를 했다. 그녀도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면, 굳이 서서 이야기를 게속 할 필요는 없었다.
"...확실히. 충분히 공감해. ...즐거운 시간은 계속되었으면 하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니까. ...나? 그럭저럭.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런 잔잔하고도 언제나처럼 이어지는 날이 좋으니까."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은 그에게 있어선 최고의 순간이요.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었다. 언제나처럼의 일. 주변 친구들과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늘 하던 것을 하고, 그리고 더 나아가 언제나 느끼던 이 차분하면서도 즐거운 분위기를 즐기는 것. 역시 그에게 있어선 최고였다.
니시키리 선배와 오래 대화해볼 시간은 없었지만 어쨌거나 소원은 내가 쓸 테니 너는 포기해 라고 할 만한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물어봅니다.
그리고 이어진 카나타 오빠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마는 하나요입니다.
"아아. 그러네요~ 엔도 선생님이라면 분명 그러겠지요~ 후후."
다정한 말을 좀처럼 해주지 않고 게임하거나 대충대충이거나 하는 느낌이니까 자신보다 카나타 오빠의 예상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하나요입니다.
"그래도 모처럼인데 '수고했어' 한마디는 해주지 않으려나요~ 하나요가 한 번 졸라볼까요?"
우후후 하고 웃으면서 엔도 선생님을 떠올립니다. 일단 걷자는 말에 아아! 하고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깜빡 잊고 있었지만 언제까지나 서서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요. 이번 축제는 기획이랑 준비부터 모두와 함께해서 더 즐거웠어요. 집행부 일로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이전에 알던 친구들과는 더 친해질 수 있었고... 여름은 더우니까 빨리 가을이 오면 좋겠다는 친구들도 있지만, 이번 여름이 계속된다고 해도 저는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해놓고 부끄러운 이야기를 한 기분이 들어서 잠시 조용해집니다. 카나타는 그럭저럭이라고 하지만 잔잔한 날이 좋다고 하니 무엇보다 최선이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그 말을 듣고보니 평소의 카나타도 잔잔하고 조용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서 불쑥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나타 오빠의 정신없이 웃는 모습 보고 싶어요."
그래놓고서 한쪽 손으로 입술을 살짝 가렸다 뗍니다. 괜한 말을 한 것은 아니겠지?
"저는 아주아주 즐거웠어요! 그렇지만 아쉬움이 남네요...... 더 이것저것 하고 싶었거든요.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랑 카나타 오빠의 부스에도 들르고 싶었고....."
비록 그 친구에게 사정이 생겨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미키 군에게도 축제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로..... 하나요는 축제 기간이 더 길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며 말을 흐립니다. 하지만 이 마음은 주말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비슷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일 것입니다.
"...난 소원이 있어도 딱히 그걸 이룰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니시키리의 소원만 기원할거야."
소원을 말하는 자리가 아닌만큼 딱히 카나타가 이 자리에서 소원을 이야기할 일은 없었다. 물론 물어본다면 생각은 해볼지도 모를 일이었다. 딱히 비밀로 하거나 만인에게 숨겨야 하는 소원은 아니었으니까. 굳이 그 스스로가 여기서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 어쨌든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수고했어... 정도는 말해줄지도 모르겠네. 아무리 그 선생님이라도. ...물론 정성어리거나 감정이 가득 섞인 것이 아니라 어. 수고했어. 라는 느낌 정도일 것 같지만 말이야."
해보고 싶다면 해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말을 하며, 그는 그제야 완전히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앞서서 가는 듯 하다, 그녀의 발걸음에 자신의 발걸음을 맞추면서도 그는 쭉 앞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축제를 아직 즐기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다시 눈에 담았다. 축제가 끝나면 이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다시 조용해질 거라고 생각하니 괜히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하나요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그거. ...물론 나 같은 고3에게는 조금 무서운 소리지만 말이야.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는 입시는 아무리 나라도 싫거든. ...입시가 없는 2학년이나 1학년이었다면... 나도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
그녀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던 중, 그는 뜬금없이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정신없이 웃는 모습? 무슨 말을 하냐는 듯이 그는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어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상당히 뜬금없는 요구인걸?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미안. 갑자기 하려니까 안 되네."
스스로가 생각해도 조금 어색하기 그지 없는 웃음소리라고 생각하며 그는 괜히 고개를 돌리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참으로 국어책 읽기같은 그런 느낌의 어색한 웃음소리였으니까. 민망함을 벗어던지기 위해 그는 헛기침 소리를 여러번 내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내년을 기약해. ...내년에도 이 축제는 열릴테니까. ...나는 비슷하게 부스를 차릴테고. ...올해 못한 것은 내년에 하면 되잖아. ...너는 1학년이니까 내년은 2학년. 더 다양한 것을 할 수 있어. ...뭐, 현 3학년들은 내년이 되면 집행부에 없겠지만... 대신 새로운 1학년이 함께 하겠지."
하나요의 반박대로다. 얼굴에는 화장기가 없다. 입술도 연지 색깔은 아니다. 그래도 히라무는 웃지도 않고 뻔뻔하게 눈만 끔뻑이면서 정정했다.
"아, 그렇네요. 그러면 가면극입니까? 커튼도 있고 얼굴만 둥둥 떠다니길래."
가부키는 허옇게 분을 바르고 색칠을 하지만 가면극은 가면만 쓰면 땡이니까. 어느 쪽이든 얼굴만 불쑥 삐져나와 있는 지금 모습과 잘 어울린다는...너무해! 히라무는 발치에 떨어진 삐꾹이를 집어들었다. 말랑말랑한 양 볼태기를 꾸욱 누르자 삐이꾸욱 하는 힘없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불쌍해라. 히라무는 자기가 짜부 만든 말랑이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그것도 빙글빙글 웃으면서.
"응. 괜찮지만."
다시 하나요에게로 눈을 들어 가만히 보던 히라무가 물었다.
"뭔가 서프라이즈? 또 새 옷 샀다든가."
그간 히라무의 빅데이터에 기반한 추측이다. 다만 히라무는 아직까지 내일이 축제라는 사실까지 연관짓지는 못하고 있어, 그냥 다가올 가을을 맞이해서 쇼핑이라도 다녀왔겠거니 하며 삐꾹이를 또 못살게 주물거렸다. 삐꾹삐이꾹삐꾹.
>>65 ㅋ ㅋ ㅋ ㅋㅋㅋ ㅋㅋ ㅋㅋ 하나요는 히라무가 갑자기 거리둬서 잉? 하면서 강아지랑 고양이랑 쓰다듬고.... 밥 주고~~.... 놀러온 강아지 고양이랑 싸우지 않도록 하고, 커피도 내리고~~~.... 그런데 라무쨩, 왜 존대 써?!?~~?!?! 한다~~!!~~!! ^ㅁ^
흗흑 저두 1학년 친구들과 다 만나보는게 목표였는데 수다만엄청떰,,,눈물 수다라도떨어서다행
>>67 ???:흐음 그럼 이건 "호 리 이 양" 이 내린 커피인가요? 어쩐지 아메리카노가 너무쓴거아니에요? 쩝쩝
ㅁㅈ 상자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뭔가 열쇠 쓰기엔 5회 제한이 있었어가지구...전 열쇠구멍에 진짜 바람불어넣어볼까도 생각한적잇숨 (*게임센터 힌트 참조) 소원도 궁금해영 무슨 일이 일어나는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카나요한테 하양부적 준 그아이가 여우신님은 맞는 것 같거든,,,
"...나에겐 괜히 바라게 되는 소원이지만, 그 소원이 항상 타인에게 좋으리란 법은 없잖아. ...이를테면 호리이의 시급을 1/10로 깎고 그 돈을 전부 내 용돈으로 주세요... 같은 소원 같은 것은 이뤄져서 좋을 건 없잖아?"
피식 웃으면서 그는 자신의 소원을 말하진 않았지만, 비슷한 예시를 들어서 설명했다. 물론 저 정도로 이기적인 소원은 아니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이기적인 소원이요. 길게 보면 토키와라에는 그다지 좋지 못한 소원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럼에도 자신이 작게 가지고 싶은 소원인 것을. 그렇기에 그는 굳이 소원을 입에 담지 않았다. 그저 이 소원은 자신만의 작은 비밀 상자에 간직할 뿐이었다.
"...축제 날이니까 가끔은 괜찮아."
어색하고 민망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괜찮았다. 물론 매일매일 이런 것을 해달라고 하면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좋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평소에 짓는 잔잔하고 조용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다가 다시 표정을 평소의 무덤덤하고 무심한 느낌으로 바꿨다. 들려주려고 해서 고맙다는 말에 카나타는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만 살며시 회피할 뿐.
"...그걸 알게 된 것만 해도 충분해. ...고양이건 강아지건 귀엽다고 많이들 기르지만 그만큼 많이 버려지는 애들이야. ...가벼운 마음으로 기르는 것이 아니라 책임과 정성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쉽게 키우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
아주 당연한 소리이긴 했지만, 그 당연한 소리가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일이 많았다. 카페의 고양이와 강아지 중에서는 그렇게 버려져서 입양한 애들도 있었기에 그는 괜히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언제나처럼 그 표정은 다시 무심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일정한 속도로 또각또각 걸어가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커튼을 내려놓자니 지금까지 가린 것이 허사가 되는 것 같아 손을 놓지도 못하고 어쩌지 못한 채로 씩씩대는 하나요입니다. 말랑이를 만지고 노는 히라무를 보고서 하나요는 히라무가, 하나요 자신보다 말랑이를 더 불쌍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사실 그것은 기분이 아니라 진실입니다.
"서, 서, 서프라이즈도 아니고 새 옷을 산 것도 아니지만~~~ 그러니까, 내일이 축제잖아??~?"
하나요는 살짝 부끄러워져 머뭇거리면서 바닥을 보았다가 라무쨩을 보았다가 합니다. 그 와중에 말랑이의 삐꾹삐꾹 소리가 거슬립니다.
"중요한 얘기 하려는데 시끄러워~~~!!~!! 실례거든~~~!!!!!"
그렇게 소리 한번 꽥 지르고서 본론을 꺼내기로 한 것입니다.
"엄마가 축제용으로 다른 유카타를 가져왔는데 라무쨩이 한번 봐주지 않을까나~~ 하고~~......"
그리고 라무쨩이라면 제대로 봐주려나 생각하면서 머뭇거리다가 커튼을 치웁니다. 하나요의 뉴카타는 비취색에 체리나무의 문양이 그려져있습니다. 친구의 딸이 입던 것이지만 낡은 티는 그다지 나지 않습니다. 머리카락이나 얼굴에는 손대지 않아 평소의 하나요이지만 옷은 낯선 듯 몸짓이 뻣뻣합니다.
곤란합니다! 정말 곤란합니다!! 축제에서 초코바나나를 하나 더 먹을 기회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카나타 오빠. 소원이라는 것은, 소원이니까 조금 이기적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이루어질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타인까지 고려해 버리면 그때는 그 소원을 바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소원을 소원으로 존재하게 해주는 것은 바라는 사람인걸요."
양손을 맞대며 혹시나 틀린 것을 말했다고 지적당할까 조심하는 듯 작은 소리로 얘기하는 하나요입니다. 그러더니 이윽고 결심한 듯 비장하게,
"그,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같이 소원을 빌어 볼까요? 저, 저는 한 달치라면 시급을 1/10정도 깎여도 괜찮으니까....~~!!"
카나타의 예시를 진심으로 받아들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근처에 아직 가게들이 보이니 불꽃놀이 세트같은 것을 사거나 풍선 같은 것을 사서 소원을 비는 기분정도는 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등은 아니겠지만.....
"축제 날이니까, 인가요...~~"
입을 가리고 쿡쿡 웃는 하나요입니다. 축제는 역시 좋은 것인 듯 합니다. 하나요는 카나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스쳐지나가는 듯 안타까운 표정을 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습니다.
"드, 드디어 잘리는 줄 알았어요...!"
마지막 말을 듣고서 겨우 쿵쿵뛰는 가슴을 눌러 진정시킵니다.
"괜찮다면 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은데요...~~ 입시가 중요해지면 그땐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겠지만요......"
하나요가 가게의 고양이와 강아지들을 떠올리고 방긋이 미소를 짓습니다.
"일은 매일매일 조금씩 더 잘하고 싶어지고, 아저씨, 아주머니랑 아이들하고도 정이 벌써 들어버려서~~~"
"...딱히 네 시급을 깎으라는 소원은 아니니까 안심해. 그리고... 네 마음은 고맙지만 괜찮아. ...내 소원은 이걸로 충분해."
내년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이렇게 조용히 간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일이었다. 굳이 소원을 빌지 않아도 자신의 소원은 자연스럽게 이뤄질지도. 물론 그렇게 되면 토키와라는 언젠가 정말로 조용히, 조용히 그 불씨가 꺼질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았다.
"...그렇게 말하는 네 소원은 뭔데? 조금 궁금하네. ...내 소원을 말하지 않으면 네 소원도 말하지 않을 생각이야?"
같이 소원을 빌어볼까요? 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카나타는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물론 그녀가 자신의 소원을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소원 또한 조용히 그녀의 마음 속에 간직하게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녀가 원한다면 그게 맞는 것이기도 하고.
"내가 사장도 아닌데 내가 멋대로 자를 수 있을리 없잖아. 언젠가 내 것이 될 카페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아니야. 아무튼... 조금 더 오래?"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그는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했다. 조금 더 오래라. 그녀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것 또한 괜찮은 일이었다. 카페의 입장에서도 일을 계속 하는 이가 하는 것이 이득이었으니까. 새롭게 교육을 하는 것보단 좀 더 전문가 쪽이 일을 하는 것이 좋기도 하고. 그렇기에 카나타는 눈을 뜨고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좋건 싫건... 한동안은 더 보겠구나. ...내가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더더욱."
그때는 나도 일을 본격적으로 배울 생각이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카나타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으며 슬쩍 흘려보내듯이 이야기했다.
"...그럼 내년부터도 미리 잘 부탁해. 카페에서 본다면 말이야."
/어....어어... 일단 선을 잘 확인해보자! 하나요주! 그리고 세팅란에 들어가서 스피커 연결이 빠졌는지도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해!
"...여름 축제가 쭉 이어지는 거? 아니면 앞으로도 쭉 즐거운 여름 축제가 있었으면 하는 거?"
집행부 일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역시 여름 축제인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와중에 소원이 두 개라니. 욕심이 많은 아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내일 만난다는 마이를 떠올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면 내일 등불은 두 개가 올라가게 되려나? ...뭐, 바쁘지 않다면 멀리서 구경정도는 해야겠네. 오늘처럼 떠오르는 등불이 얼마나 많을진 모르겠지만."
등불은 2인 1조로 하나씩만 준다고 했지만 따로 작은 등불을 하나 만드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일단 그 부분은 내일 하나요와 마이가 협의 및 합의를 통해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굳이 더 무슨 말을 하진 않았다.
"...평소에도 학교에서 굳이 본 적은 없지 않았나? 우리."
애초에 그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긴 했으나 실제로 본 것은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카페로 찾아온 날이었으니 그렇게 오래 된 것도 아니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자신 쪽의 이야기였다. 그녀 쪽에서 이전부터 자신을 알고 있었고 봤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으나 적어도 자신이 아는 부분은 아니었기에 그는 그 정도로만 이야기했다.
"...알겠어. 불안불안한 호리이 알바생."
그녀의 말에 장난스럽게 맞춰주며 그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앞으로 걸어가면 결국 카페로 가는 방향과 다른 곳으로 가는 갈림길이 코앞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갈림길을 바라보며 그는 그녀에게 물었다.
왠지 카요쨩의 몽실몽실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놀려주고 싶다. 손 안에 든 삐꾹이와 겹쳐 보인달까, 말랑말랑한 볼을 양쪽으로 잡아 늘려서 삐이꾸욱 하게 해 주고 싶달까...그러니까 저렇게 심술궂다고 화내는 거겠지. 히라무는 기분 나쁘게 실실 웃으면서 하나요를 보았다.
뭔가 숨기는 눈치인데. 서프라이즈도 아니고 새 옷도 아니라면 뭐지...하나요의 말대로 내일은 축제. 얼마 안 있으면 집행부 일도 막바지다. 그 관련인가? 순간 소리를 빽 지르는 하나요 때문에 히라무도 깜짝 놀랐다.
"놀래라~이게 뭐 어때서 그래! 카요쨩이 던져서 아프다잖아."
잠깐 멈췄던 히라무가 또 말랑이를 꼬집었다. 삐꾹삐꾹. 진짜인지 아닌지는 히라무보다 하나요가 더 잘 알 것이다.
"아! 유카타! 새 거?"
카요쨩이 항상 입던 그 유카타가 아니라, 몇 년 만에 오뜨꾸뛰르? 히라무는 솔직하게 기대감을 표현했다.
"기대되는데. 어디 보여줘."
이번엔 기분 나쁘게가 아니라 정말 호기심에 가득한 눈으로 커튼을 바라보던 히라무는, 이윽고 하나요가 유카타 차림으로 드러나자 오오 하고 순도 백퍼센트 감탄사를 흘렸다. 정말 새로운 색깔이다. 늘 입던 유카타도 카요쨩을 닮은 발랄한 색감에 귀여운 꽃잎 같았다면, 새롭게 가져왔다는 유카타는 시원한 옥색에 벚나무 꽃이 피어 있는 것이 꼭...
"...내년에 그 소원이 이뤄질지도 모르지. ...이나리님은 자비로운 신이니 말이야. ...그리고 후후. 누군가가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 ...우리 쪽은 아무도 없어서 잔잔했지만 말이야."
그런 장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내일 자신이 등불을 구경하러 다시 갈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저런 상황이 겹치거나 다른 일이 생기면 못 갈 가능성도 컸으니까.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는 축제 현장에 가는 것도 좋겠거니 생각하며 그는 내일 계획을 조용히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그러던 와중 생각도 못한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서 만나자면서 매점이라도 같이 가자는 그 말에 카나타는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가 겨우 이해를 하고 그는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시간이 된다면야. 나도 3학년이니까... 공부를 어느 정도는 해야하거든. ...그러다가 우연히라도 만나면 빵이라도 하나 사줄게."
내가 먹을 것도 합쳐서. 야키소바 빵 좋아해? 그렇게 말한 후, 이내 그는 "열심히 해 봐. 그러면 칭호를 바꿔줄게. 아직은 불안한 호리이 정도로." 라고 심술궂은 목소리를 냈다. 적어도 그의 눈에는 하나요가 아직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인 모양이었다. 쉽사리 그 칭호를 바꿔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여기서 헤어져야겠네. 잘 들어가."
가만히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며 그는 저벅저벅 앞으로 걸어가다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면서 작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손을 흔들었다.
"내일 또 보자."
마타 아시타. 짧고 간결한 인삿말을 내뱉으며 그는 뒤로 돌았고 카페를 향해 천천히 발을 옮겼다. 언제나 그렇듯이. 변함없는 그 길을 따라서.
/이렇게 막레를 주면 되겠지? 내일이 엔딩날이고 슬슬 마무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 일상 수고했어! 하나요주! 자...그래서 2번째 소원은 뭐야? (빤히)
살살은 무슨. 히라무는 말랑이를 좌우로 까딱까딱 흔들어 보였다. 햇빛 받으면 고개 까딱이는 태양열 인형처럼.
"이 녀석은 아니래. 왜냐면 창에 부딪치면서 삐꾹 소리 냈는걸."
말랑이는 위아래로 눌리면서 또 슬픈 소리를 냈다. 삐이이......꾹.
히라무로서는 높은 단계에 있는 칭찬이었는데도 카요쨩은 영 기분이 별로인 듯하다. 바로 그 점이 문제라는 사실을 히라무는 알아채지 못했다. 박물관에 미친 녀석이 청자 도자기 같다고 감탄한다는 건 곧 유카타 입은 소녀를 유물 보듯이 세세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것. 여자아이의 감이다마다, 하나요는 그 크리피한 사실을 기깔나게 알아차린 것이다...그러거나 말거나 히라무의 오른쪽 눈썹은 왼쪽 눈썹 아래로 미끄러졌다.
"왜 부끄러워하는 거야? 예쁘다니까."
갑자기 나와버린 본심! 하나요에게 이런 차가운 색감이 잘 어울릴 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예상외로 차분하고 예쁘다. 칭찬을 해 줘도 하나요는 커튼 뒤로 숨어 버리고. 히라무는 자세를 낮추었다. 불타오르는 듯한 카요쨩의 얼굴 아래, 유카타 차림을 다시 보려고.
"어째서? 모처럼 새로 받았잖아? 안 어울리는 것도 아닌데, 그걸로 하자. 마...이도 귀엽다고 해줄 거야."
책이나 게임에 푹 빠져 있으면 카요쨩은 커녕 엄마가 불러도 모르지만, 그래도 카요쨩의 부름에는 제대로 대답하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하는데. 히라무는 하나요의 주장에 곰곰이 생각하다가 물었다.
"나, 그래도 카요쨩이 부르는 건 잘 듣지 않아? 방금도 사실은..."
전령사로 선택된 삐꾹이가 와서 부딪힐 때 히라무가 하고 있던 생각이 있는데. 말하려다가 히라무는 으음 하는 소리와 함께 헤 웃었다.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 첫번째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엥? 뭐야, 지금 입는 거 아니었어?"
하나요가 입었던 유카타는 히라무로 하여금 편의점이 가고 싶게 만들었다. 반드시 편의점이어야만 한다. 카요쨩도 같이 간다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사진이라도 찍어 와야지. 또 혼자만의 나쁜 생각에 키득대던 히라무는 커튼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또 의아해졌다.
"그런 눈이라니 뭐야? 그렇게 말하면 변태 아저씨 같은 눈 했다는 거 같잖아."
히라무는 너무하다는 듯이 투덜댔다. 변태 아저씨는 아니지만 변태 교수님 같은 눈으로 하나요에게는 비쳤을지도...마쨩은 분명히 귀엽다고 해줄 텐데. 게다가 예의 유카타가 아니라 새로운 유카타니까 더더욱 신기해하면서 만져보려고 할지도 모르고. 히라무가 그런 거 아니냐고? 그럴 수도...
"내일 입을 거지? 나 기대한다. 나한테 골라달라고 해놓고...돌았어어."
주객전도된 투정을 남기면서도 히라무는 하나요의 요청대로 제대로 뒤돌아 주었다. 뒤돈 채로 히라무는 조금 커다랗게 목소리를 냈다.
히라무는 능청스러운 웃음만 흘렸다. 아무래도 소꿉친구란 상대를 화나게 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으음, 뭐였을까...같이 편의점 가면 알려 주지."
그렇다 해도 소꿉친구를 사기의 희생자로 삼을 생각은 없다. 히라무도 그 정도까지 악질은 아니다.
하긴 새로 받아온 유카타이니 아껴 입는 게 당연하겠다. 히라무는 저도 모르게 새 유카타 차림으로 밖에 나가는 하나요를 상상했다가 지웠다. 하나요 말이 맞았다. 유카타는 걸음걸이가 불편한데다, 보여줄 거래도 축제 때 보여줘야지. 냉혹하게 쏘아붙이는 변태라는 발언에 북슬북슬한 뒷머리를 벅벅 문지르던 히라무가 넌지시 물었다.
"흐음, 보여줄 사람 있는 거야?"
귀여운 머리장식에 손가방도 들고, 카요쨩은 항상 축제 때마다 구색을 갖췄다. 같이 다니면 옆의 아가씨는 무척 예쁘게 꾸몄다고 다들 귀여워하고, 대충 입고 나온 히라무는 지나가다 인사나 해 주는 서글픈 일이 여름마다 반복되고는 했다...히라무가 신경 쓰는 위인은 아니었지만, 자극을 안 받지도 않았다.
"좋아. 역시 그거 입을 거지?"
이번엔 히라무도 전통의상을! 물론 핫피 정도를 얘기하는 것이다. 유카타는 귀찮아...
"아니, 배고픈 건 아니고. 생각나는 음료수가 있어서."
히라무는 정직하게 얘기했다. 카요쨩네 주먹밥이 남았다고 한다면 별개로 몇 개 얻어먹을 것이다.
"그치만 겸사겸사 군것질도 할지 몰라. 응...애걕."
아프지도 않고 엄청 놀라지도 않았지만 요상한 기분에 휩싸여 낸 감탄사도 괴상망측했다. 뒤통수에 난데없는 폭격을 맞은 히라무는 고개를 잠깐 숙이고 있다가 그 상태로 돌아섰다. 바닥에 노랑이가 뒹굴고 있다. 이것으로 이 말랑이도 제 겁니다. 히라무는 새로운 폭격기를 주워들며 하나요를 보는데 그 눈빛이 시무룩하다. 어째서!
앗 카요주 계실때 하나 여쭤봐야징 다니면 옆의 아가씨는 무척 예쁘게 꾸몄다고 다들 귀여워하고, 대충 입고 나온 히라무는 지나가다 인사나 해 주는 서글픈 일 <<< 이 일어날 때 맨날 동네 어른들이 친구랑 맛있는거 먹으라고 카요쨩한테만 용돈 주고 히라무한텐 인사만 함... 괜찮으신가영 이렇게 쓰고 싶었는데 과거조작이라 참앗슴 ^^^^ 절대 하나요재산만늘려
그래도 히라무주나 다른 이들은 선관이거나 관계가 있는 이들이 많이 남아서 다행이야. ㅋㅋㅋㅋㅋㅋ 나는 어쩌다보니 진짜 다 없어졌으니 말이야. 츠키주도 시트를 내렸고 코하네주도 사라졌고... 흑흑. 소꿉친구 서사 좀 먹어보려고 했는데..이게 이렇게 실패합니다! 아. 물론 징징대는 건 아니야. 그냥 아쉬움의 표현이지.
누군가를 위한 여름- 그 말대로, 참으로 주제넘고 시건방진 표현이다. 시간이 언제는 누군가를 위해준 적이 있던가. 다만 누군가는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얻어내고, 누군가는 그러지 못한다. 잠깐이나마, 자신이 「되돌아왔다」 고 생각하여 마지막으로 붙들어보고자 했던 여름이었으나, 그 여름에서도 이 이방인은 어디까지나 이방인이었을 뿐이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저 차가운 채로 그대로 계속 물에 떠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만나지 못한 이들 같은 것은 잊어버리고, 조용히 이 여름을 요양하다가 다시 떠나가면 되었을 것을... 아니, 애초에 이리로 돌아오면 안 되었을 것을.
그 심보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감히 그 깨어진 마음을 잊을 무언가를 바라다니.
평생 풀지 못하는 소원처럼, 평생 낫지 않는 상처도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그것이 자기 자신을 가누는 것이 벅찰 정도의 상처라고 해도 말이다. 그 상처를 덮을, 혹은 낫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주제넘게도 바랐으면, 더더욱 그래도 싸다.
이 여름에 그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이 초라하기 짝이 없는 퇴장은, 그가 스스로 택한 것이라거나, 어떤 비장한 결심의 발로라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하잘것없는 존재가 그 마땅한 처지를 맞이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히라무의 머릿속에서, 오늘의 마땅찮았던 만남이 서서히 흐려져간다. 그 눈빛도, 얼굴도, 목소리도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가 누구의 가족이라고 했었는지, 자신의 이름을 뭐라고 했었는지도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배에서 내릴 때쯤에는, 쓸모없는 것을 굳이 다시 떠올리려고 애쓰지 않았다면, 그냥 한낱 개꿈 속에서 나왔던 사람 정도로 머릿속에서 흐려져있지 않을까.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면 완전히 잊을 수 있을 만큼.
제가 마지막으로 돌려서..카나주도 글쿠 절 걱정해주시는것 같은데 일단 전 괜찮으니까 그점은 걱정ㄴㄴ!!! 미카주가 캐릭터 엔딩을 이렇게 낼 거라고 생각하고 계셨으면 누구랑 돌려도 똑같았을 거라고 봐서 당시에도 그냥 별말안했스영~ (물론 그것도 문제지만!!)
좀 까놓고 말하면 혹시 일상 해봤고 소꿉친구인 하나요랑 돌렸으면 엔딩이 바뀔 여지가 있었을지? 그랬으면 솔직한 심경으로 실망스러울 것 같으영 ㅠㅠ 꼭 닫힌 배드엔딩으로 내지 않아도 적당히 캐릭터의 고민이나 풀리지 않은 숙제를 암시할 방법은 많은데다가...특정 캐릭터를 만나야만 하는 거면 그닥 공평한 러닝은 아니니까영 ㅠㅠ 이건 그러지는 않으셨을 거라고 믿고... 글구 히라무 시점에서 써주신 건 감사하구 전 괜찮지만! (즉 지금은 상관없스영) 나중에 다른 곳에서 비슷한 경우가 생기면 상대와 먼저 얘기해 보심이 좋겠다 싶으영 >>174 같은 내용은, 미카에 대한 히라무의 인식을 미카주가 (제 관여 없이) 직접 정리하셨다는 점에서 캐조종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영!!
뭐라고 말을 하든 딱히 생각을 바꾸실 것 같진 않고 이미 가셨을 수도 있지만... (몇 분은 시트 내리셨다곤 해도) 어장 돌리면서 미카랑 이야기 나눈 친구들도 많이 있는데, 그 친구들에게도 그닥 기분 좋은 엔딩은 아닐 거라는 점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으영 ㅠㅠ 그친구들이 캐릭터하고 쌓은 이야기가 분명 있을 텐데, 그게 캐릭터 개인 이야기를 다 풀 만큼 쌓이지 않았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부정하면 서로서로 속상하잖으영 ㅠㅠ 그 친구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구...ㅠㅠ 어장이 지향하는 바는 평범한 여름 청춘물이기도 하니까영, 물론 오너가 생각하는 방향성이 있겠지만 그거랑 어장 내사랑 적절히 어울리게끔 정리하는 것도 러너로서의 좋은 자세라고 생각해영!
탓한다는 생각은 마셨으면 좋겠으영! 계속 말하다시피 캐릭터 러닝은 오너의 권한이니까영~~ 다만 어장은 다같이 노는 놀이터니까 , 내 러닝이 다른 오너들+캐들에게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고려해주시면 더욱 즐거운 러닝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에영!
뭣보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만일 미카주가 이런 러닝을 통해서 즐거움을 느끼셨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혹시라도 속상함이나 우울함을 느끼셨거나, 투영하셨다면 이런 러닝을 재고해 보실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영 ㅠㅠ 배드엔딩 러닝도 충분히 재밌을 수 있졍 그걸 위해서 하시는 분들도 많고!! 그러나 만약 다른 사람뿐 아니라 오너 자신에게도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러닝이 아니라면 놀이의 본질이 흐려지잖으영 ㅠㅠ 놀이에서 얻어가는 게 부정적인 감정이면 슬프니까영. 특히 원하던 캐엔딩이 아니라 원하지 않던 캐엔딩이라면 더욱이영. 미카주가 처음부터 이렇게 엔딩을 내야지 하고 생각하신 게 아닌 것 같아서 더욱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되네영!
상판뿐 아니라 자캐커뮤에 자주 있으면 있지 없는 일도 아니구 ㅠㅠ 최대한 말 안하려고 했는데 다들 당황하신듯 하여...얘기가 길어졌네영~~ 전 즐거웠구 미카주도 배드엔딩과는 별개로 즐거운 러닝으로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으영!! 같이 놀아주셔서 고맙구 이 얘기는 이걸로 마칠게영^^
회사 일하면서 생각했지만 난 그래도 얘기를 해야할 것 같다. 안 읽어도 상관없어 미카주가 그리 선택을 한 것이 어제 새벽에 난 짜증이 확 올라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니까. 하나요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겠지. 솔직하게 '미카를 위한 자리가 있는 여름'이 뭐인건지 모르겠다. 난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돌렸으니 할말은 없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미카와 돌리며 이런저런 손길을 내밀었어. 스즈네만 해도 도와주겠다고 언급했었지. 그런 행동들은 미카를 위한 자리가 아닌거야? 솔직히 이쯤되니 내 눈에는 '하나요와 좋은 관계가 못 되어서' 저런 엔딩을 낸걸로밖엔 안 보여.
캐릭터 엔딩은 자유지. 근데 일방적으로 존재가 사라지고 소멸하고 잊혀졌다라고 서술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것도 일방적으로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니 하잘것 없는 존재니 하면서.
솔직히 이리 될 것 같은 짐작은 있었다. 정확히는 신은때부터. 그래서 난 하나요주에게 찔리면서도 이걸 받는게 맞나 싶었다. 그렇게 꼭 일상을 돌려야한다는 분위기였으니 이게 분기점인가 싶어서 다 양보할것도 고민했었어. 그래서 당시에 나도 일상을구하면서 교통정리 다 끝나면 구하겠다고 했지. 결국 찔러줬으니 응했지만 이것 때문에 내가 기회를 뺏었다면 그건 사과할게.
이벤트 바로 끝난거 솔직히 아쉬웠고 그래서 좀 더 돌릴까 했지만 그 일상이 겹쳐져있어서 난 하나요주의 말에 납득하고 포기했어. 그리고 그 일상 잘 나와줬지. 난 그래서 저게 새 스타트점이 되겠지 싶었다. 그래서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이벤트 만회할까해서 이번엔 내가 찔렀는데.. 말해두는데 난 이즈미도 좋았어. 그 애의 내면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어서 의미있었어. 어쨌든 마지막 순간까지 미카에게 손길을 내민 그 캐릭터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하나요만.. 으로 보여서 기분이 안 좋아. 히라무주도 언급할 정도면 나만 그리 느낀게 아니겠지.
이미 끝난거 생각을 바꾸라고는 안하는데 딴데서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는 미카를 치유하기 위해 여기 있는게 아니고 내민 손길이 다 무시당하고 일방적으로 존재가 지워졌다 같은 거 보려고 뛰는거 아니야.
나도 이런 기분인데 미카에게 손길을 내민 이들은 얼마나 짜증이 날까? 어디서 또 볼진 모르겠지만 다른 곳에선 안 그랬으면 좋겠어.
이래저래 구질구질하게 할 말은 많지만 가장 먼저 혹여나 이상한 오해가 생길까 봐 말해두자면, 아마 히라무뿐만 아니라 카나타나 이즈미, 마이, 하나요 누가 같이 탔더라도 알던 모습에서 많이 흐려져 있는 미카를 만나게 됐을 거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모두에게 똑같이 있었고. 미카를 적극적으로 말리고, 설득하는 것... 그게 어려우면 종이배를 빼앗거나 다시 건지는 것. 그런데 하필이면 히라무와 미카가 서로 생면부지의 관계인지라, 불가피하게도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네. 내게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다른 이들과 한 번씩은 꼭 미리 돌려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된 것은 미안하게 됐어.
그리고 미카가 마지막에 이런 상황으로 나아가는 것은, 캐릭터를 낼 때부터 종반부 일상주제로 생각했던 것이기도 하고(사정상 여러 군데 축약하고 잘라낸 끝에 급전개가 되어버렸지만) 이것은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딱히 미카라는 캐릭터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보였기에, 레스를 쓸 당시에는 이렇게 퇴장시키는 편이 차라리 낫다 생각했어. 이렇게 지워도 딱히 누군가 기분이 안 좋거나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미카의 이런 마지막에 기분이 나빠진 사람이 있다면 사과할게. 일이 이렇게 돼서 진심으로 유감이야.
+카나타주가 말을 해줬는데, 그렇게 받아들여질지는 몰랐네. 우선 스즈네와의 일상은 할 말을 짜내려다 답레가 몇 시간씩 하루이틀씩 밀리는 걸(그러다가 다른 캐릭터들에게 줄 답레도 밀리는 걸) 내 스스로 자각하고 끝낼 타이밍을 못 잡은 내 문제구나, 해서 스즈네주에게 불가피하게 무리한 부탁을 해야만 했고, 스즈네주가 시트를 내리고 난 후에는 이런 일은 없었던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마시로주와의 일상은 마시로가 지금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대사가 생겨서 마시로주에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마시로주가 오지 않았지. 츠키주와의 일상은 별일 없었고, 돌리는 입장에선 산뜻하고 좋은 일상이었지만 미카즈키라는 캐릭터에게 딱히 영향을 줄 종류의 것은 아니었어. 하나요와의 일상은 한 차례는 꼭 돌리고 싶다고 내가 욕심낸 것은 맞아. 마지막까지 남은 캐릭터 중에 미카와 인연이랄 게 있는 캐릭터가 하나요와 마이밖에 남지 않았고, 마지막 이벤트에서 뭔가 새로 인연을 쌓는 것보다는 기념될 만한 뭔가를 하는 게 어떤가 하는 마음에서 하나요를 찌른 것도 맞아. 이 두 가지는 인정하겠지만, 이건 분명히 말해둘게. 내가 이 스레에서 바랐던 것은 다양한 캐릭터들과의 다양한 관계였다는 점. 그리고 내 예상보다 시간이 너무 빨랐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적었다는 점. 어떤 쪽으로든 시간이 넉넉했으면 마지막 이벤트에서 누굴 찌를지도 얼마든지 달라졌을 거라는 점까지.
하지만 그냥 깔끔하게 지워버리자 하는 마음으로 썼던 뒷마무리가 그 정도로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다음에 또 이럴 일이 있거든, 그때는 이번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도록 할게.
>>186 확인했어. 내가 공격적인 느낌으로 쓴건 일단 사과할게. 새벽에 쓸모없니 나를 위한 자리가 없는 여름 이런 표현들이 쓰이고 강제로 기억이 지워지고 존재가 없어졌다는 엔딩이 보이니 순간 벙쪘고 온갖 생각이 들었어. 하다못해 카나타도 왕게임때 미카를 신경쓰는 장면을 묘사했는데 대체 지금까지 우리는 뭘한거지라는 생각만 들고 이전의 일들.. 조금은 섭섭했던 일들이 자연히 떠오르더라. 관심이 없긴 왜 없어. 미카주 있을때 일부러 일상 구한 것도 여러번인데.. 독백 올라올때마다 꾸준히 반응 다 했고 그렇게 응원을 했는데. 나도 다른 이도.. 다음에는 그러지 않았으면 해. 이게 의외로 되게 섭섭하고 크게 다가와..
카나타주 갱신할게! 그리고 슬슬 카나타주는 마지막 인사를 할게. 위의 사건 때문이 아니라 오늘 퇴근하면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생각 중이었어. 일단 오늘이 엔딩날인 것으로 알고 있고... 일단 할 것은 다 했고... 내가 못다한 이야기도 이제 없고.. 할 것은 다 한 것 같아서 말이야.
짧긴 했고, 조금 아쉬운 감이 크긴 하지만 이 또한 스레를 뛰다보면 겪는 일이니까. 그래도 난 나름대로 재밌게 놀았다고 생각해.
다들 지금까지 수고 많았고... 음... 뭔가 내가 못해준 것이 많다면 미안하다는 사과를 할게.
아무튼 재밌었고... 스토리... 나오면 관전으로나마 보게 될 것 같네.
마저 놀 참치들은 재밌게 놀고 나는 이만 사르륵하고 사라질게!
추신. 카나타는 언제나처럼 변함없는 그 길을 걸으면서 변함없는 그 일상을 즐기고 있어. 공부를 하면서 유메와 놀다가 카페로 내려가서 가게 일을 조금 보고, 고양이와 강아지들을 돌봐주다가 강아지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고...
변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애였던만큼... 변하지 않는 일상을 언제나처럼 살아가게 될 것 같다. 그게 카나타니까.
신은 때는...사과할 것은 없으니까 괜찮아. 뭐..솔직히 말을 하자면 거의 바로 이벤트가 끝나버렸기 때문에... 조금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었지. 그래서 일반 일상으로 돌려서 돌려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말한 거였고. 하지만 당시에 다른 일상을 돌리고 있었기에... 그냥 그게 맞겠지. 하고 포기하고 떠나보낸 것도 내 선택이니까!
딱히 그때의 일을 신경썼다기보다는.... 뭐라고 하면 좋을까. 뭔가 이것저것 해볼까 했는데 1초만에 끝나버려서 벙찐 것에 가까울 것 같네. 계속해서 다른 상황으로 돌리는 다른 이들이 조금 부럽긴 했다만... 그것에 잘못이 있다거나 빨리 끝난 난 이게 뭐람. 이런 것은 아니니까.
너무 말이 길었네. 그때 일은 미안해할 거 없다. 재밌게 놀다가 가라! 다들!
참고로 내 눈호관은 이 스레엔 없었으니까 아 저놈 눈호관과 못 돌려서 저러나? 라고 생각들은 하지 않길 바라며! 굳이 말하자면 코코와는 조금 친해지고 싶은 감은 있었지만 그것도 눈호관은 아니고.. 그냥 카나타는 화과자 같은 것도 좋아하니 단골손님 같은 거 해보고 싶었다. (데굴) 진짜 마지막 이야기 끝! 이후로는 일반 참치로 돌아갈게!
벌써 스레 마지막 날이네요.. 시트 내렸던 타케루주입니다 현생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토키와라쵸도 많이 차분해진 느낌이네요 한정된 기간동안 쏟을 시간이 부족해 시트를 내리긴 했지만.. 스레 설정이나 캐릭터나 많이 애정 가지고 있었던만큼 종영 전에는 한번 들러보고 싶었어요 제 마음 속에선 다른 캐릭터들이랑 이러면 어땠을까, 저러면 어땠을까.. 상상의 나래도 여럿 펼쳐보면서 돌리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건 여전하네요 ☺️ 한여름 종장을 맞이한 여름의 랙타임 막바지에서 인사 남겨봅니다.. 다들 즐상판 되시길..
의심스러운 눈길의 하나요입니다. 알려준대도 별 거 아닌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본래 그런 것들이 궁금증을 더욱 자극하는 것입니다.
"축제 땐 사람들이 많으니까 예쁘게 보이고 싶어!!"
도도하게 호리이 하나요는 어투의 말끝을 깨끗이 합니다. 혼자 있을 때도 자기만족으로 예쁘게 보이고 싶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게 하나요라는 여자아이의 마음입니다.
"라, 라무 쨩이 그렇게까지 예쁘다고 했으니까..... 아마도....??"
하나요는 부끄러움과 알쏭달쏭한 기분에 머리카락을 괜히 매만지며 이것이 맞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시간에는 라무 쨩 말고는 보일 사람도 없고..... 어쨌거나 히라무가 무엇을 입을지는 예년과 같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별달리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생각을 들려주면 귀찮아하는 히라무를 닦달하며 유카타를 강력하게 권할 것입니다.
"그렇담 가 보자~~~"
목이 말라 이온 음료라든가 달콤한 것이 마시고 싶어지는 날이 있기에 별 생각 없이 히라무도 그런 기분일 것이라 생각해버립니다. 흐흥, 하고 즐거운 소리를 내는 것은 편의점에서 크림 브륄레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생각 때문입니다.
히라무가 하나요를 속인 적이 한 번이라도...없었을 리가. 제대로 사기 친 적이야 없지만 얼렁뚱땅 넘겨버린 적은 없지 않다. 그래도 이번엔 그럴 생각까진 아니니까, 히라무는 당당히 장담했다. 알려준다니까! 끄덕.
이상하게 카요쨩의 콧대가 높이 솟아올라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쾌활한 말투에서 히라무는 어린 클레오파트라를 연상했다. 사람이 많은 데에서는 귀여워 보이고 싶은 게 카요쨩 같은 여자아이들의 본능일까? 히라무는 별로 그러고 싶었던 적이 없어서 신기할 따름이다.
"그래, 분명 다들 예쁘다고 해줄 거야."
하여튼 히라무가 보기에 하나요의 뉴카타는 좋은 물건이었다. 하나요가 모두에게 더욱 귀여워 보이고 싶기를 바란다면, 목적 달성에 튼튼한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같이 가자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여 준 하나요에게 히라무는 비로소 착하게 웃어 보인다. 아까까지 본 히라무의 표정 중에서 제일 무해하고 아무 꿍꿍잇속 없이 온화해 보이는 웃음...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그 웃음을 띤 채로 히라무는 자기 변호를 했다.
"난 방 안에 있던 죄밖에 없는데. 카요쨩이 보냈으면서."
양손에 하나씩 쥔 말랑이 둘이 주머니로 쏙 들어갔다.
하나요가 사라지고 히라무도 짐을 챙겨 현관문 앞으로 나왔다. 밤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낮의 기온이 완전히 꺾이지는 못하고, 더위가 공기 중을 떠돌고 있다. 히라무는 옆에 있는 호리이 가의 대문 앞에 서서 하나요를 기다리지는 않고, 대문 옆의 사각지대에 숨어 하나요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오면 때맞춰 말랑이를 삐꾹 눌러주기 위함이다. 삐꾹이들의 원한이 여기에 도사리고 있다...과연 하나요는 무사히 발견할 수 있을지?
#와봤더니 마침 답레가!! 쓰고갈테니 다음은 천천히 주세영~~ 오래가는 질병...그것이..병약미소녀니깐. 끄덕
라무 쨩이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믿어줘야 할만도 합니다. 카요 쨩은 믿는다...? 하고 끝까지 미심쩍은 듯한 소리를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놓인 기분입니다.
다들 예쁘다고 해줄 거라는 얘기에 빙긋하고 입꼬리가 올라가나 싶더니 괜히 히라무를 향해 얼굴을 돌리고 베에- 혀를 내미는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그 기분은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라무 쨩 뒤통수가 말랑이를 부르고 있었어~~~!!!!"
그냥 얄미워서 던졌다고는 하나요 스스로도 말하기 애매해서 괜히 끝까지 소꿉친구 탓을 합니다. 그거 챙기는 거야? 하고 물어보듯이 동그란 눈을 뜨고 주머니에 말랑이들을 챙겨넣는 라무 쨩을 바라봅니다. 서로를 부르는 것 외엔 딱히 쓸모가 없을텐데.... 마음에 들은 것일까?
하나요는 별 생각 없이 가볍게 머리를 하나로 묶고 계단을 총총 걸어 내려옵니다. 가족들에게는 라무 쨩이야~ 하고 말하니 단숨에 많은 말들이 생략됩니다. 그래도 나가는 것이니 분홍빛이 도는 립밤만 가볍게 바를까- 싶다가도 늦었고 하니 생략하기로 합니다.
"다녀올게~~~"
너무 늦게 돌아오지 말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대충, 알았다니까~ 하고 대답하고 동전지갑을 챙겨 나오면 대문 앞에 히라무는 없어 보입니다. 조금 기다려볼까 생각하기도 전에, 삐꾹 소리가 났다면 하나요는 뒤로 살짝 몸의 중심이 쏠렸을 것입니다.
"오와와~~~!!!!"
중심이 불안정한 양손이 허우적거립니다. 그 덕에 겨우겨우 중심을 잡았을 것입니다.
# 아직도 코를 찍찍거리고 있다~~~!!!~~!! ^ㅁㅠ 병약미소녀 아니지만 ㅋ ㅋ ㅋㅋ ㅋㅋ 라무쨩주도 감기 조심해~~!!!! 답레 편할 때에 천천히 주구~~!!!
메롱당한 히라무는 자신의 부스스한 머리가 말랑이를 불렀다는 사실에 미심쩍은 소리를 냈다. 으-음. 진짠가? 사실 히라무의 머리터럭은 새 둥지 같기도 하다. 삐꾹이들을 주머니에 넣는 자신을 하나요가 의아한 얼굴로 보고 있다. 똑같이 방 안으로 던져넣으면 된다는 거겠지. 그치만 카요쨩처럼 무자비하게 폭격을 하긴 싫은걸. 히라무는 모르는 척하고 키득키득 웃었다.
라는 의뢰가 있었어서, 히라무의 쇼핑 목록은 좀 더 늘었다. 파닥파닥 양날개...가 아니라 양손을 휘적이는 하나요를 보면서 히라무는 나쁜 연상을 하고 있었다. 푸딩을 푹 찔렀을 때 몽글몽글 흔들리는 모습 같다고. 소리도 심상치 않은 파동으로 길게 진동하고. 히라무는 으히히 하는 너무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하나요의 양팔을 잡았다.
키득키득하는 히라무에, 하나요는 뺨에 바람을 넣습니다. 더이상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판단한 것일까? 집을 나서다 놀란 와중에 히라무가 튀어나오니 이중으로 놀란 히나요입니다. "꺄앗-!" 하고, 주택가에서 소란스러울 만한 비명을 질렀다가 히라무에 잡혀 겨우 서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해~~!! 라무 쨩이 나쁜 거야~~!!!"
복수라지만 하나요는 자신의 행위가 이런 복수를 불러올 만큼 크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하나요만의 생각입니다) 삣 소리를 크게 내다가, 건너편에서 커튼을 열고 내려다보는 이웃을 보고서, 목소리를 줄입니다.
히라무가 언제 언성을 높이기라도 했다는 듯, 라무 쨩의 탓을 합니다. 하지만 뺨이 조금 달아오른 모습을 보면, 스스로 목소리를 높인 것이 부끄러워 괜히 탓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아프다는 엄살은, 먹히지 않을 만한 낮은 신뢰도를 갖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 듣기는 들었는지 슬슬 느려지더니, 멈추는 것입니다.
흥, 하고 콧방귀를 뀌고서야 그쳐지는 발짓입니다.
"뭐, 뭐가 나오는데...???"
히라무가 귀여운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건 모르고서 뒤돌아봅니다. 살짝 겁에 질린 모습을 해보이는 하나요입니다. 손도 주먹을 쥐고 가슴께에 가 있는, 옴츠라든 모습입니다.
# 우리 통했구나~~~!!~!!! ^ㅁ^ ㅋㅋ ㅋ ㅋ 롱타임노씨~~!~!~~!!! 응응. 지금은 건강하니까 한 달씩 늦지는 않을 것 같아~~!!~!! 진짜로 기다려줘서 고마워~~!~~!!~!!!
당연하다는 듯이 히라무는 대답했다. 자기가 생각하기로는 큰 소리 안 냈다. 시끌시끌한 건 오히려...그렇지만 사실적시 하면 분노가 돌아오겠지.
"조용히 못한 건 카요쨩이지."
알면서도 못 참지. 기어이 팩트폭력 한 방을 평화롭게 날리고, 자기도 이런 자기가 너무한지 또 키들키들 웃는다. 종종걸음으로 서둘러 걸어가는 카요쨩과 놓치지 않도록 뒤따르는 히라무, 익숙한 구도다. 카요쨩은 걸음이 잦고 히라무는 느릿느릿 나아가지만, 웬만해선 카요쨩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었다...히라무의 생각에는.
"많지! 동물일 수도 있고..."
편의점까지는 얼마 안 걸리는 거리지만 그 사이에 고양이나 까마귀나 비둘기가 급작스럽게 출몰할 수도 있다. 아니면...으음. 히라무는 걸어가면서 주머니 속의 손을 꼼지락거렸다. 괜한 말에 쭈그러든 하나요가 돌아본다. 손에 쥐어 꾸깃해진 말랑이 같다. 불시에 히라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하나요의 뒤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식물일 수도 있고. 그리고 또 다른 가능성이라면, 어째 인간 아닌 존재만 나온다고? 그 말대로다. 히라무는 살면서 영적인 현상을 체험해본 일이 지극히 드물지만, 있긴 있으니까. 그게 맨날 걷는 골목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테고.
물론 이건 거짓말이지만!
하나요가 뒤라도 돌아보면 아까침의 복수를 할 요량이었건만, 카요쨩은 잔뜩 긴장해서 이쪽으로 종종종 걸어왔다. 평소에는 자기가 히라무 앞서 가면서 이럴 때는 당연하다는 듯이 방패로 삼는다니깐. 히라무가 항의해 봐도 소용없다. 히라무도 소용없는지 알면서 항의한다. 나 없으면 어쩌려고? 일단 지금까지는 카요쨩의 앞에 있어 주기로 한다.
"고양이지롱...어라?"
새까만 고양이!...가 아니었나? 글쎄 고양이가 두둥실 떠오르더니 바람결에 맞추어 맞은편으로 건너가 버린다. 친히 정체를 밝혀주던 히라무도 갸우뚱했다.
히라무가 언제까지 앞에 있지 않는다니? 말해놓고도 웃기다. 히라무는 들리지 않게 키득거렸다. 반대지.
카요쨩은 어렸을 때부터 히라무보다 앞서 걷곤 했다. 앞장서는 버릇이 있었다. 무서워지면 곧잘 뒤로 숨었으면서도, 도쿄에는 히라무보다 먼저 가겠다고 나서고, 히라무는 한 번도 안 해본 아르바이트도 시작하고. 날아다니는 비닐봉지에 깜짝 놀라서 등 뒤로 오면서도. 히라무가 깐족대면 금방 뾰로통해지면서도.
히라무는 어둠에 반짝이는 가슴팍의 쇳덩어리를 내려다보았다. 편의점에서 새나오는 불빛이 열쇠 윤곽선을 그린다. 하나요는 히라무를 지나쳐 편의점 앞으로 간다.
"미사토가 푸딩 사오랬어. 그리고 음, 음료수랑 간식 같은 거..."
느긋이 대답하면서 히라무도 걸음을 옮긴다. 이런 설렁설렁한 발걸음으로는 토키와라 산골짜기도 넘어서지 못할 텐데. 내부는 전혀 바뀌지 않지만 해마다 진열된 상품만 변하는 편의점에 들어서서, 히라무는 음료수 냉장고 앞으로 갔다. 그리고 캔 하나를 꺼내들었다.
"난 사실 이 생각이 났거든. 카요쨩."
보란 듯이 부르며 히라무는 캔을 올려 보인다. 애리조나 그린티?
"카요쨩 유카타."
뭐라고!
#카요쨩의 버릇을 맘대로 만들어 버렸는데 불편하시면 말씀해주세영!!! 앞서서 얘기한 내용에선 괜찮았던 것 같아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