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은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과 시선이 마주쳤다. 작은 체구에 순수하게 반짝이는 눈빛, 그리고 어려 보이는 얼굴을 본 찬은 그녀가 자신보다 후배일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너가 지나구나? 어서 들어—"
"안녕, 찬 후배님. 2주간 잘 부탁해?"
지나는 후배님이라는 호칭과 인사를 건넸다. 찬은 순간 손을 멈추고, 당황스러운 듯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며 억지로 웃었다. 그녀의 인삿말에서 자신이 후배임을 확인하며, 지나가 선배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이건 자신이 사전에 지나의 신상정보를 숙지하지 못한 탓이었다.
"아, 내가 실수할 뻔했네. 잘 부탁해요, 선배님~ 선배님 동안이시네요! 순간 후배인 줄 알고 말 놓을 뻔했잖아요~ 원래 토끼상이 더 동안이잖아요, 아시죠?"
찬은 능글맞게 상황을 수습했다. 사실 지나의 눈매는 고양이 같았지만, 찬의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그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토끼를 연상시켰다. 지나가 밝은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찬은 그녀가 천성적으로 밝은 사람임을 짐작했다. 이는 찬이 "사람만 괜찮으면 된다"라고 생각했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었다.
"미션 때문에 좀 고민하고 있었어요~ 제가 춤은 영 아니거든요…"
지나가 찬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다가와 카메라를 신기해하자, 찬은 손가락으로 카메라의 몸체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아직 촬영 중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지금 촬영 중인 것 같아요. 전원이 들어와 있거든요~ 우리 선배님, 시청자들한테 인사 한 번 해보실래요? 저는 선배님 오시기 전에 미리 했어요~"
찬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지나에게 카메라를 가리켰다. 지나의 반응을 기다리며,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자신을 이끌어갈지 내심 기대하는 찬의 눈빛이 반짝였다.
/미안미안ㅜㅜ 지나하고 진아랑 발음이 거의 똑같아서 묘사에서 이름을 착각해서 올려버렸어..😢😢
지나는 순간 말이 겹친 것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찬은 자신을 후배로 오해했던 것인지 순간 당황하며 꾸벅 인사했고 지나는 헤헤 웃었다. 키가 작아서 그런가 종종 나이보다 어리게 보일 때가 있었기에 익숙했다. 하지만 뭔가 멋진 누나이고 싶은데!
“내가 토끼상인가? 말은 편하게 해도 돼~ 어차피 2주간 같이 지낼 거구.”
토끼상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 지나가 고개를 갸웃했다가 이내 편하게 하라며 웃으며 말했다. 서로서로 잘 지내는 게 좋으니까. 첫 인상으로 봤을 때 서글서글하고 착한 애인 것 같았다.
“미션? 아! 미션. 그... 틱톡 춤 추는 거? 였지? 어... 나 춤을 춰본 적 없는데...”
큰.일.났.다.
첫 미션부터 굉장히 어려운 것이 걸렸다. 비록 댄스부 애들한테는 전혀 어렵지 않은 것이겠지만! 멋진 누나로 보이고 싶은 마음과 달리 이미 미션부터가 망해버렸다. 일단 틱톡부터가 안 깔려 있다! 물론 유튜브 쇼츠 같은 것은 보지만... 영 그런 알고리즘 쪽으론 안 봐서.... 지나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게다가.
“헉...! 진짜?”
들여다 본 카메라는 그냥 카메라가 아니었다! 녹화가 돌아가고 있는 카메라였다! 인사? 인사를 해야 한다구? 혼란 상태에 빠져 몇 걸음 뒤로 물러난 지나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소근소근 옆에 있는 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325 얘 쪽에선 무겁거나 진지한 감정 일절 제로, 별 의미 안 두고 다미 갖고 놀았을듯 한데 괜찮어? 나도 계기 생각해봤는데, 이건 어때? 일단 다미주가 알려준 걸 기본 베이스로 두고 ㅎㅎ 명문 사립중에 걸맞지 않는 얘 행실+맨날 사람 패고 다녀서 교내에서 소문도 안 좋은 와중 또 본인 전공에선 두각을 보이는 그런 상반성?에 다미가 빠졌단 거
찬이 편하게 대해주니 오히려 지나도 편했다.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임에도 헤실헤실 웃음이 나왔고. 게다가 찬이 오히려 잘됐다며 춤은 쉬운 걸로 하자고 했다. 좋아좋아. 지나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듣다가 상황극 이야기에 물음표를 띄우며 얼빠진 표정을 잠시 지었다. 상황극? 아, 얘 배우였지. 헉, 나 연극도 해본 적 없는데. 하는 생각이 순식간에 지나갔으나 이내 양 손을 가슴 앞에서 주먹지며 마음을 다잡았다. 표정도 자연히 결연해졌다.
“좋아! 열심히 할게!”
춤도 못 추는데 연기까지 못하겠다고 뺄 순 없지 않은가. 찬도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선배인 자신이 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다짐 어린 표정은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헤실헤실 풀어졌지만.
어쨌든 그러기 위해서 첫 단계는 시청자들을 향한 인사였다! 게다가 생방송은 아니라는 찬의 말에 조금은 안심했다. 찬의 어드바이스를 새겨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찬이 심지어 카메라를 잡고 자신을 향했다. 지나는 순간적으로 뻣뻣하게 굳었다!
”아, 안녕하세요! 청명고 3학년 이지나입니다. 어, 바,방송은 처음인데 잘 부탁 드립니다. 취미는 독서이고요... 어, 아! 도서부이니까요! 도서실 자주 놀러 오세요. 음, 어.... 잘 부탁드립니다.“
지나는 꾸벅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숙인 채로 생각했다.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2번이나 했어...! 잠시 그대로 멈췄던 지나는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얼굴이 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