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8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마교에 대해서 잘 모르고 애초에 시아가 마교인지도 모르는 상일은, 자신이 지금 다소 무례했던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알았다면 금새 사과했겠지. 시아의 말처럼 뭔가 나올 구석 없는 꼬질꼬질한 낭인인 것이 상일에게는 차라리 다행이었다.
"어이구, 그래그래, 가라."
들고 있던 토끼가 그새 잠에서 깼는지 아니면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온 것인지 버둥거리기 시작하자, 딱히 먹을 생각이 없던 상일은 가볍게 토끼를 놓아주었다. 토끼가 달려나가는 뒷모습을 보다 우연히 시아의 의족을 발견했을 것이나- 상일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 그저 토끼가 가는 길만 잠깐 보고 끝냈다. 그리고서는 자연스럽게 시아가 한 말을 받았다.
"호.. 하얀 머리에 대한 이야기가 남은 것들이 좀 많나 보오. ...음, 그런데.."
방금까지 영 태평하던 상일이 슬쩍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듯 눈동자를 살살 흔들었다.
"혹시 높은 자리에 계신 분이오? 말씀에 품격이 느껴지는 게 범상치 않은 분인듯하여."
이제 보니 옷자락도 좋아보이는 것이, 문헌을 많이 읽었다는 것까지 하니, 어디 높으신 분이거나 연이 있거나 귀한 집에 자제분인듯했다. 으음, 하얀 머리가 반가워 눈치 채는 게 한-참 늦었네! 상일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다소 어색한 웃음을 걸쳤다.
소녀는 콧방귀를 힝 끼더니 다리가 다 아프다며 투덜거립니다. 그 말을 강조라도 하듯 몸을 조금 굽혀 제 오른 다리를 통통 두드립니다. 천연덕스럽기 그지없는 태도로군요. 그 모습은 영락없이, 사랑 듬뿍 받고 자란 탓에 몹시도 버릇없으나 천진하고 귀여운 막내동생처럼 보입니다.
당신 뒤에 물러서되 당신 뒤에 꼭 붙은 것도, 짜증난다 표시하듯 입 삐죽이는 모양새마저도 그렇습니다. 그러다 당신이 달래는 듯한 어투로 이야기하면... 소녀의 입꼬리가 움찔움찔하며 올라가려 합니다. 한숨처럼 숨을 푹 내쉬곤, 여즉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시위하는 사람처럼 입매를 도로 굳힙니다. 허리에 양손을 올리곤 으름장을 놓습니다.
"...당과도 사줘야 해! 안 그러면 오라버니랑 따로 집에 돌아갈 줄 알아!"
그러나 목소리는 퍽 누그러진 것이, 별로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이러니 정말로 있지도 않은 동생과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는 당신이 준 속뜻을 잘 알았다 전하기 위해 하는 말일지라도요. 그 말을 끝으로 소녀는 팔짱을 끼고 섭니다. 당신을 하는 모양을 보려는 듯 뒤에 가만 서있습니다.
당신이 결국 소녀가 말한 대로 잔을 고르자, 소녀는 남몰래 웃음 짓습니다. 야바위꾼이 안절부절하는 것이 여기까지도 전해집니다. 아마 시장 사람들도 다 알 것입니다. 그가 한 방 먹었다는 사실을요. 결국 야바위꾼은 떨리는 손길로 잔을 엽니다. 꽤나 꼴좋은 모습이로군요.
공이요? 당연히 있겠지요. 그다지 놀랍지도 않은 결과이나, 소녀는 부러 뒤에서 손뼉을 치며 기뻐하는 척합니다. 사기꾼의 속을 득득 긁을 작정으로 아주 그냥 해맑은 목소리로 떠들어댑니다.
"우와! 잘 됐다, 오라버니, 그치?"
오라버니는 그걸 어떻게 다 안 거야? 대단하다! 종알거리다 말고 무언가 떠오른 사람처럼 고개를 갸웃 기울입니다. 말을 멈춥니다. 그러다 조금 후에야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립니다.
"잠시만... 그러고보니, 딴 돈 전부에다가 비녀까지 얻어준다고 했었지?"
그러면서 야바위꾼을 빤히 바라봅니다. 그게, 분명 웃기는 웃고 있습니다. 생글 웃는 얼굴인데도 불구하고 어딘가... 스산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군요. 소녀는 웃음기 빠진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상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실로 아무것도 아닌 것 역시 맞았다. 참고로 위에서 낮잠을 자려 했을 때, 이 토끼는 잡아다 배에 올려두었다. 이 정도 겨울 날씨는 선선하다 느낄 정도인 상일이나 그래도 사람인지라 온기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토끼를 올려두니 따끈따끈해서 나쁘지 않았다지. 토끼가 도망치지 않겠느냐고? 도망쳐도 상관없고, 당시에는 기절해있었다. 딱히 공을 들인 것도 아니었다는 뜻이다. 일류 정도만 되도 토끼 정도는 훅! 하고 잡아챌 수 있는 것이다!.
"아하- 확실히 그렇죠."
아니면 아무 말 없이 피하던가. 상일은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역시 책을 그만큼 읽을 수 있다는 건 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니 상일은 슬쩍 목덜미를 긁적였다.
"하얀 머리 동지인줄 알았더니 무서운 분을 만난 거였습니까.. 거참, 역시 인생이란 모를 일이군요.."
상일은 시선을 슬쩍 피하는 것 같으면서도 줄곧 시아를 신경쓰고 있었다. 당연했다. 경지의 차이가 나는 인물에게서 어찌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겠는가. 오늘 처음 만난 인물. 어느 높은 자리에 있는데다가 경지도 높으니 상일이 잘못걸렸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허나 그건 그거고 궁금한 건 궁금한 거라.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문헌에서 하얀 머리가 어떻게 나오는 지, 말씀이 가능한 선에서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궁금해서."
상일은 참지 못했다. 참지 않은 것이 아니라 호기심이 상일의 대가리를 후려쳐 구멍을 뚫고 튀어나온 것이다. 그래도 안된다면 단호하게 끊어도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고 실제로 그러했으며, 깊게 파고드는 이야기까진 바라지도 않는다는, 나름 자세한 상태였다.
재하는 장단을 맞추는 당신에게서 낯선 감각을 느낀다. 피 하나 섞이지 않은 동생들은 분명 당신과 다르다. 제각기 차분하거나, 냉정하거나, 인간이 아니라 사고를 달리 해야 한다. 그렇지만 사랑을 듬뿍 받은 듯, 세상물정 모르는 귀여운 모습이 어딘가 동생을 떠올리게 한다. 어째서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하나 확실한 것은 저 모습이 연기라면 귀재일지라. 짧게 생각하면서도 당신의 입꼬리 움찔거리며 올라가니 재하 또한 조용히 말려 올라간 입술의 살을 티나지 않게 깨물었다. 이건 서로 내성이 없나 보다. 그렇지만 남은 은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아니한가……! 버텨야 한다. 재하는 입을 꾹 다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우리 동생 위해서라면 무얼 못할까……."
피 섞이지 않은 동생. 있지도 않던 가족. 늘 바라였으나 이제는 체념한 구도. 재하는 그 생각을 머리에서 차마 지울 수 없었다. 범무구, 아샤, 단청과는 다른 그 느낌. 본질적으로 조금 더 가깝게 추구하던 것이 실존하는 듯하니 재하는 고요한 속내에서 당신을 퍽 신비로이 생각했다. 재하의 긴 손가락이 왼쪽 잔을 향할 적, 당신은 아마 검지와 엄지를 잇는 오목한 부분에 잡힌 굳은살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보통 검을 잡는 사람이라면 손바닥 전체에 굳은살이 박히는 것이 옳지만 이 머리 새까맣지만 먹내음과 계화유 내음 은은하게 섞인 남성은 검이나 활과 같은 날 달린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잡는 무인임을 드러내는 듯했다.
"아, 아이고. 축하해! 형씨. 맞췄네~"
불안은 몹시도 빠르게 스민다. 눈치채면 이미 온몸을 잠식한 뒤니, 재하가 아무리 부드럽고 유순한 태도로 있는다 한들 그 감정을 묵인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떨리는 손길이 공을 드러내고, 재하는 고개를 돌리며 부드럽게 웃었다. 감사의 표시지만 동생 어여쁘다는 듯 고개를 자연스럽게 숙이고, 당신은 손뼉을 치며 기뻐하니 야바위꾼 속이 뒤집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야바위꾼은 불그락푸르락한 얼굴을 애써 친절한 미소로 가리려 했지만, 결국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
"몹시도 잘 되었ㅅ… 되었지."
하마터면 평소 쓰던 말투를 뱉을 뻔했다. 몹시도 고상하게 자란 규수같은 어조를 황급히 고치고는 재하 여상히 미소 지은 채 야바위꾼을 본다. 두 사람 다 미소 짓고 있으나 야바위꾼 입장에서는 퍽 잔인하게 다가온다. 야바위꾼은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외려 뻔뻔하게 표정을 와락 구겼다.
"소, 속임수가 있을지 누가 아쇼! 아까 눈은 가운데로 가더만!"
당장은 주지 못하겠다는 듯 야바위꾼의 표정은 굳세다. 내가 줄까보냐, 그런 심산인 듯하다. 멍청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