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8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소녀는 길가의 야바위는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닙니다. 가끔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이 상품으로 걸려있다... 싶을 적에는 손을 다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그렇습니다. 저런 건 기본적으로 상품을 '따지 못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소녀가 야바위판에 눈길을 던지게 된 건 그저 변덕입니다. 딱 보아도 몸만 크지 호구 같은 자 하나가 붙잡혀 있습니다. 보아하니 제법 뛰어난 무인 같은 것이, 내공을 써서라도 속임수를 잡아내면 될 터인데... 그것마저도 안 하는 걸 보니 진성 호구임이 틀림없습니다.
무언가를 고민하듯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리던 소녀는, 이내 당신을 향해 타박타박 뛰어갑니다. 친밀한 이에게 하듯 당신의 목덜미를 감싸안으려 듭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린 몸짓입니다. 그로부터 살의도, 악의도 없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당신이 고개를 돌리면 무척 반갑다는 것처럼 해맑게 웃고 있는 얼굴이 보입니다.
"오라버니,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구나!"
나 진짜 어디 갔나 한참 찾고 있었잖아... 소녀는 당신의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어댑니다. 누가 봐도 친밀한 이를 대하는 듯한 태도입니다. 물론, 사실을 알고 있는 당신만 제외하고요. 당신은 이런 소녀를 지금껏 본 적도 없거니와, 당신을 오라버니라 부르며 이리 대할 사람이 주위에 있을 리 만무합니다. 당신이 혹시라도 소녀를 의아하게 바라본다면, 그는 몰래 눈을 찡긋거려 보입니다. 잠깐만 제 장단을 맞춰달라고 이야기하듯 말입니다.
갑작스러운 방해꾼의 등장에 야바위꾼은 작게 혀를 찹니다. 그러나 곧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 소녀를 말립니다. 오라버니가 노는데 동생이 끼면 안 되지-라고 타이르듯 말합니다. 그에 소녀는 야바위꾼과 당신을 몇 번 번갈아 쳐다보다가, 입을 삐죽이며 한 발짝 정도 뒤로 물러섭니다. 마치 어른에게 혼나고는 얌전히 물러서는 아이 같은 태도입니다.
...그러나 그리 물러서기 직전, 그 짧은 시간에... 당신은 소녀가 당신에게만 간신히 들릴 목소리로 무어라 속삭이고 간 것을 듣습니다.
'왼쪽을 열어요.'
왼쪽이라고요? 이상하군요, 당신이 본 것에 따르면 공은... 중앙에 놓여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는 지나치게 확신에 차있어 보이긴 합니다. 어딘가 호의적으로 들리는 것도 같았고요. 어쨌거나 선택의 시간은 다가옵니다. 당신은 무엇을 고를 건가요?
상일이 느끼는 산아래 중원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어디서 자더라도 비교적 괜찮다는 점이다. 물론 정말 어디서든 잔다면 입이 더 이상 쓸모를 잃게 되겠지만(뭘 먹을 필요가 없어질 테니), 안전만 확보된다면 적당히 자리 잡고 눈을 붙여도 괜찮았다. 특히 '위'는 비교적 시야가 덜 쏠리기에 좋았는데, 반대로 기습을 신경쓰는 사람에게 당하거나 '수상하다'며 경계 당할 일이야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인적 드문 숲 속이기에 괜찮았다. 녹림만 뜨지 않는다면 말이다.
다소 서늘하긴 하나 적당한 날씨, 굵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기둥에 등을 기대고 나뭇잎 틈새로 들어오는 햇볕을 느끼며 느긋-히 오수에 잠드려는 찰나, 상일의 눈에 뭔가 스쳤다. 그냥 들짐승이겠거니 싶었는데 하얗다. 토끼인가 싶지만 그게 또 높이가 있다. 응? 그럼? 그런 생각에 몸을 세워 나뭇가지에 앉게 된 상일의 눈에 5척쯤 되는 높이의 하얀 머리칼이 보였다.
중원에는 하얀 머리가 드문 것 아니던가? 그 생각이 든 상일은 읏차- 하고 내려와 그 하얀 사람이 있는 쪽으로 갔다. 손에는 뭔가 달랑달랑 흔들리고 있었는데, 상일이 잘까 싶었던 차에 잡은 산토끼였다. 화살도 안 꽂혔고 그냥 뒷덜미만 덜렁덜렁 잡힌 채. 일부러 부스럭거리며 자신을 숨기지 않아, 적어도 기습할 생각은 없다는 것을 알리며 다가간 상일이 하얀 머리의 소녀에게 인사했다.
무인의 기감이란 본디 주위의 사물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법이라, 짐승은 물론이거니와 사람까지도 모조리 잡아낼 수 있다. 그러므로 백시아의 입장에 나타난 상일은, 예상 밖의 접근이 아니었다. 두 눈이 빠르게 상대를 훑었다. 백색증. 눈은 하얗다. 풍기는 기운은 무인의 것이나 태양혈을 보니 솟아있지 않아 일류 이하의 무인. 긴장할 필요도 없는 상대이다.
상일 역시 나름 무인 나부랭이라, 어느 정도 상대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있었다. 경지가 다른만큼 확고히 알 수는 없지만- 백시와 같은 [천재]라, 나름 알아낸 건 있었다. 잘못 개겼다간 부처님 뵙겠다. 다행스럽게도 상일은 호기심과 흥미가 강할 뿐 딱히 거칠고 무례한 성정은 아니......사파 치고는 아니었으므로 오늘은 안전하게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무얼, 그냥 나무에 앉아 오수에 들려다 하얀 것이 보여 왔을 뿐이오."
으쓱, 어깨를 흔든 상일은 팔을 들어 머리를 감싼 두건을 밀어올려 제 하얀 머리카락을 보여주었다. 푸른기가 감도는 하얀 머리카락이 숲의 나무 틈새로 들어오는 햇볕에 따라 빛났다.
"나 말고 하얀 머리를 보는 건 처음이라."
그의 고향에서도 하얀 머리는 없었다. 그렇기에 상일이 백시아에게 온 이유는 그것 뿐이었다. 가는 길도 알고 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세상을 보고싶다며 자기 멋대로 집에서 뛰쳐나온 사람이 그렇지 뭐!
조그마한 공 들어있을 잔은 요란스럽게도 움직이고, 시야가 제한되어 하나뿐인 눈은 바쁘게도 잔상을 좇는다. 가운데? 오른쪽? 아니면 왼쪽? 아까는 오른쪽이었는데, 시야가 잡아낸 잔은 가운데였다. 재하는 손가락을 들어 잔을 고르려다,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자 시선을 돌렸다. 누구지? 이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익숙하지 않다. 감찰국의 부하는 아니고, 호위도 아니며, 범무구의 것과도 결이 다르다. 다른 행동이야 그러려니 넘길 수 있지만 암살 시도가 하도 잦은 편이었던 재하였기에 소리와 기척에는 몹시도 기민했으니, 낯선 소리와 기척에 의구심을 품으며 허리에 매달린 부채를 꺼내야 할까 생각하다 살의 하나 없는 느린 몸짓이 목덜미를 덮자 눈을 깜빡, 하고 크게 감았다 뜨며 고개를 돌렸다.
"……ㅇ, 아, 찾아다녔구나. 미안, 금방 끝날 줄 알았지 뭐니."
누구지? 일단 악의는 없다. 살가운 듯하면서도 어딘가 낯설다. 다행스럽게도 이 부분에서는 눈치가 빨랐던 건지, 처음엔 놀라 어안이 벙벙한 듯 속눈썹이 높이 뜨였던 재하지만 당신이 눈을 찡긋거리자 금세 수긍하듯 미소를 지으며 쉽게도 장단을 맞췄다. 눈꼬리를 부드럽게 휘며 입술을 말아올리니 평범한 미소라기엔 어딘가 수심 깊지만, 그마저도 눈 한짝 없는 면구 탓에 퍽 어울리는 인상이었다. 사람 잘 낚았다 생각하던 야바위꾼은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난입에 인상을 찌푸리다가도, 금세 사람 좋은 미소를 얼굴에 띄우곤 그물 쳐둔 야바위판에 물고기 걸리길 바라듯 손을 싹싹 비볐다.
"자, 자. 형씨. 동생한테 비녀 줄 수 있겠네? 한 번 골라 보쇼!"
불청객이 있다 한들 사람 낚는 것은 같으니, 외려 돈 더 뜯어낼 수 있지 않을까? 야바위꾼의 기대와 달리 재하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는 현실을 일깨우고 있었다. 왼쪽. 재하는 눈을 슥 흘겨 뒤로 물러나는 당신을 향해 시선을 던진다. 교국에서 많고 많은 사람 보았다지만 처음 보는 인물이다. 당신은 대체 누구길래 자신에게 다른 답을 알려주는지, 그리고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재하는 동생에게 오냐오냐 대해주는 오라버니처럼 나긋나긋하게 입술을 달싹였다.
"너무 서운해하지 말고, 이곳저곳 찾아다니느라 시장했을 터인데, 이거 다 끝나면 객잔에서 뭐라도 먹지 않으련?"
잘 알겠다는 무언의 의미였으리라. 대화로 자연스러움을 더하며 티나지 않게 주변 눈치를 살폈다. 들은 사람은 없는 듯하고, 재하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야바위꾼을 향해 고개를 다시금 돌렸다. 긴 손가락이 잔 하나를 가리키고, 재하는 야바위꾼의 눈을 정확히 마주하며 긴 속눈썹 사이 검은 눈을 반개했다.
"……왼쪽." "형씨, 마지막 기회야. 진짜 왼쪽으로 할 거야?" "낙장불입이지 않소."
재하는 야바위꾼의 불안을 읽었다. 무공을 익혀 단전 자리한 사람이라면 이 자리에서 찰나의 불안 잡지 못할 리가 없다. 재하는 다시금 눈을 흘겨 당신을 보더니, 느릿하게 눈을 휘었다. 야바위꾼이 잔을 들든, 드는 것을 거부하든 완벽하게 재단해 잘라낸 듯한 상냥한 미소는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