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5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상일은 먼 곳을 보며 남만의 풍경을 상상했다. 엄청 덥겠지? 어떤 곳이라고 명확히 들은 건 아니지만 열기와 빽빽한 숲으로 가득하다던 것 같다. 처음보는 동물들도 가득할 것이다. 다만.. 슬쩍 고개를 숙여 아이를 보았다. 같이 가는 거라면 조심해야했다. 보호자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아이는 약하다. 환경이 바뀌어서 병에 걸리는 경우도 있을 테니. 하지만 상일은 굳이 그런 것들을 말하지 않았다. 방금 처음 본 사람이 하기에는 과한 참견이었다.
”고불도 가족이 많구나?“
자그마한 녹색 아이가 다섯이 더 늘어서 있는 모습을 상상한 상일은 혼자 키득 웃었다. 진ᄍᆞ 형제일지 아닐지 상일은 모르는 일이니까 그런 상상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의 등을 살살 쓸어주던 상일은- 고불이 건넨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
그의 고향은 하얗다. 사시사철 눈으로 덮여있고, 언제나 눈이 내린다. 그러니 얻을 수 있는 식량이 한정적이어서 사람들은 활을 잡는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바로 아래의 동생인 이설이가 그럭저럭 사냥에 재주를 보였으니 나 대신 아버지를 돕고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상일 역시 가끔 하였다.
”뭐... 그거야.“
하지만 그는 돌아가지 않았다. 적어도 아직 까지는. 세상을 둘러보느라 바빴고, 살아남으며 적응하느라 쫓겼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을 알았다. 재능에서부터 온 시야는 자기 자신에게 들러붙은 운명을 알려주었다.
”가끔 밤이 늦었을 때면 생각나긴 하지. 그래도 어쩌겠어, 나는 이럴 운명인걸.“
상일은 아이를 다시 고불에게 넘겨주려 하고 머리를 감쌌던 천을 벗었다. 그리고 그 천으로 아이를 감싼 뒤 고불의 등 쪽으로 매듭을 묶어 단단히 고정하려 하였다. 둘이 앞으로 함께 걸어가기 쉽도록.
상일은 인사를 하고 떠나가는 고불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배웅하였다. 안 그래도 남들보다 왜소한 인영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다가, 손을 내렸다. 그는 곧 품 안에서 두건 하나를 꺼내 희게 빛나는 제 머리를 감아 숨겼다. 그야 설산에 어울리겠지. 상일은 설산의 주민이었고, 사냥꾼이었으니. 백색은 그 누구보다 월등한 보호색이었다.
쭉 몸을 편 상일은 걷기 시작하며 중얼거렸다.
”이것도 여행의 맛인가-“
신기한 사람을 만났다. 고향에 틀어박혀 있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이다. 다른 이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이한 외형은, 어찌 보면 깊은 숲의 존재같았다. 하지만 어눌할지언정 말이 통했고, 아직 아는 것이 많지 않아 보였지만 고집이 강하지도 않았다. 아이를 잘 돌보겠다는 말 역시 거짓이 아니리라. 다음에 다시 만나면 한 끼 정도는 사주고 싶어지기도 하였고, 동생 같기도 하고.
그 산에는, 정체 모를 무언가가 산다. 취옥빛 안개로 휩싸인 산에서 흉참한 무언가를 느꼈다는 소식이 많다. 아이들이 장난을 치거나, 술에 취한 사람들의 우스갯소리로 보기에는 눈으로 보더라도 취옥빛의 안개로 휩싸인 흉흉한 산이 보였으니 그것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상일을 향해 떠드는 쟁자수는 대략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끄윽, 저 산에 뭐가 사냐고? 글쌔. 세상이 이모양이니 저기에 귀신이 들었을지 요괴가 들었을지. 아니면 신선이 들었을지 어떻게 아나."
안개가 걷힐 때까진 산을 올라갈 수 없다고, 그는 꽤나 큰 잔에 연거푸 술을 마시면서도 그 감정이 일정했다. 술잔을 채우면 비우고, 채우면 비우면서 혼자만의 대작을 이어가던 그가 조금 흥미로운 얘길 꺼낸 것은 턱을 긁적이며 들은 소문에 대해 떠든 것이다.
"아, 그런데 그 소문은 있더군. 밤 늦은 때에 어느 아낙네가 죽으려 산을 오르는데, 거기서 왠 꼬마아이를 봤다지 않나. 길을 잃었나 싶어 아이에게 왜 이곳에 있냐고 물었더니 글쌔. 그 꼬맹이가 고개를 빼꼬롬 젓더니."
'아직 죽을 날이 아니로구나. 떠나거라.'
"하고 외더니 순식간에 산속으로 사라졌다지 뭔가. 그럼 그건 둘 중 하나지. 신선이던가 요괴이던가."
곧 술병에서 술방울이 뚝, 떨어지는 것으로 혀에 술병을 몇 번 털어놓은 쟁자수가 웃음을 지었다.
"형씨. 형씨는 무림인인 모양인데 궁금하지 않아? 신선에게 잘 보이면 선물을 내리기도 하고, 요괴의 내단은 순식간에 내공을 쌓게 해준다지 않나. 형씨는 그런 욕심은 없나보지?"
그는 그리 말하며 두 사람의 술값을 계산했다. 하나는 자신의, 하나는 말을 섞어준 상일의 술값이었다. 산은 흉흉한 기세를 뿜으며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런 산에, 상일은 호기심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라면 신선 또는 요괴가 줄 무언가에 흥미가 동했거나 말이다.
몇 걸음을 지나지 않으면 산맥의 초입이 있었다. 그것을 오르는 것은 상일의 자율일 것이다.
어느 한 곳에서 멈추지 않는 긴 여행길에는 으레 여러 이야기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인간의 영역이 아닌 자연을 향한 동경과 공포, 신비와 환상 덕인지 특히 산이나 숲, 호수에 그런 괴담인지 기담인지가 자리잡은 겨우가 잦았다. 또 개 중에는 신선이니 요괴니 하는 이야기가 천지에 널려있다시피 하니 솔직히 상일은, 쟁자수의 이야기를 처음 듣는데도 익숙했다. 그럼에도 그가 두건을 질끈 동여매고 산맥의 초입에 선 이유는 '취옥빛 안개'와, 쟁자수가 지불한 술값이 이유였다. 또한 그의 말솜씨가 썩 좋았던 것도 있었지.
잠시 산 정상을 올려다보던 상일은 두렵지도 않은지 발을 산맥 안쪽으로 옮겼다. 아무것도 없다면 높은 곳에서 풍광을 내려다보며 풍류를 즐기든 안개가 몰릴 때까지 자리를 지키든 하고, 진실로 신선이나 요괴.. 혹은 반로환동한 고수가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꽤 괜찮은 여행길이 된 것이니 어느 쪽도 좋았다. 문제라 한다면 내 목숨줄을 잡아둘 수 있느냐겠지만. 자신이 사파라곤 하나 대단한 악행은 저지르지 않지 않았는가 하고 상일은 태평하게 생각하며 길을 재촉했다.
신선의 선물이든 요괴의 내단이든, 상일은 그저 조금 독특한 여행을 할 뿐이었다.
"오.."
누군가는 자연을 친우라 부르지만 상일이 보기에 이 산은 악연에 가까웠다. 기세가 영 흉흉한 것이 과연 범상한 산은 아니구나 싶었다. 상일은 어렵지 않게 험준한 산을 오르며 감탄했다. 기운도 사납기 그지 없으나 그래도 자연이라, 풍경은 참 보기가 좋았다. 여기에 눈만 내리면 참 좋을 것 같은데. 평생 눈만 보고 자라다가 바깥에 나왔으면서도 질리지도 않는지 눈이 좋은 상일은 느긋하게 산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