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5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사람은 세상 살이 한치 앞을 모른다. 당연하다. 알 수 있으면 그게 사람이겠나, 선인이든 뭐든 되겠지. 약-간 몸 쓰는 법을 익혔을 뿐 평범한 전 사냥꾼 현 여행객인 나는 그런거 모른다- 모른다고. 모르니까 귀주에 오자마자 사이비를 만나지.. 아니 이건 재수의 영역인가. 그냥 순수하게 재수가 없는 걸지도. 뭐 그렇다 한들 귀찮은 것 말고 다른 건 없었다, 여행길을 오래 다니다보면 온갖 사건사고 정도는 익숙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한 걸음 내딛고, 귀주를 걷는다. 도착하고 바로 이상한 녀석을 만난 건 넘어가고 일단 한동안 묵을 값싸고 괜찮은 여관을 찾아야했다. 남에게 관심이 많은 이들 사이에서 머리색은 눈에 띄니 꽉 묶어두고. 허튼짓 하면 어딘가에는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활도 어깨에 걸쳐 메고.
"아하, 저쪽이 좋구나. 감사하오!" "뭘 이 정도로."
그렇게 말하면서도 기분이 좋은 듯 엣헴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정보료가 살짝 들었지만 이걸로 아낀 방값이 더 많을 테니 남는 장사다. 이제 적당히 둘러보다 여관에 들어가면 되겠는..데.
"..."
이 근처에 머리 하얗고 그걸 또 지적당할만한 인물은 나 하나밖에 없다는 걸 안다. 주변에 머리 흰 노인도 없었으니까 확실히 나겠지. 슬쩍 돌아보자 왠 키 작은 녹색 사람..?이 아이를 등에 업고 있었다. ...저거 아이가 아이를 업은 꼴 아닌가? 무공을 배운 무인인 듯하니 힘들어 보이지 않지만... 으음, 말투도 그렇고 좀 덜 배운 아이같은데 또 나보다 강한 것 같단 말이지.
상일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고불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나를 신기하게 보는 것 같은데 아마 네가 더 신기할걸. 잘못하면 시비로 보일 수 있는 말이었으니 직접 입에 담지는 않고 생각만. 나름 여러곳을 돌아다닌 상일이었으나 고불과 같은 사람은 처음 보았다.
"아니 잠깐 애를 그렇게 옆에 두는 건 좀!"
다만 상일이 가졌던 그 신기함은 금새 날아갔다. 아무리 그래도 애를 그렇게 대충 옆에 두는 건 상일로서 보기 쉽지 않다! 어려서부터 동생들 돌보며 자랐고 동생들도 상일을 잘 따랐기에, 그는 아이들에게 썩 잘해주는 편이었다. 강호에서 아이와 노인은 조심하라는 격언이 있지만 적어도 저 아이는 정말 그냥 평범한 아이가 아니겠는가. 상일은 그렇게 생각하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옆에 둘 거면 내가 잠깐 안고 있어도 될까."
그는 아이를 안는 것을 퍽 잘했다. 동생만 셋이었으니까. 아버지가 사냥을 하러 나가면 어머니와 함께 아이를 돌보는 게, 활을 쥐기 전까지 상일의 일과였다. 이후 고불의 대답 여하에 따라 안거나, 아니면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로 한 상일은 고불에 의문에 나름 답해줬다.
"왜 하얗냐고 묻는 거지? 그냥 태어날 때부터 하얬는데. 설인은 아니고."
역시 산 아래는 남의 머리색에 관심이 많다보다. 익숙하기 짝이없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눈을 올려떠 잠시 확인한 상일이 고불에 이어진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상일은 살짝 진저리치는 것도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금평일에게 전도를 당한게 당일의 일이기 때문이었다.
상일의 몸이 대단히 큰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썩 넓긴 하였고. 아이를 안는 것이 익숙한 상일은 고불에게서 받은 아이를 가능한 편안하게 안아들어주었다. 팔로 바치고, 감싸고. 아무래도 고불에게는 좀 힘든 일일 것이다. 요람처럼 살살 흔들어주던 상일은, 자신이 그냥 하얗다는 대답에 실망을 감추지 않는 고불에게 묘한 표정을 지었다.
"뭘 바란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상일은 실망한 고불의 모습이 익숙했다. 고향 동생들이 간혹 기대보다 못한 걸 보고 실망했을 때가 겹쳐 보인 것이다. 상일은 그 모습을 보며 앓는 소리를 짧게 내었다. 잔정이 많은 건 힘들다고 생가하며.
"내가 태어난 날에, 유독 눈발이 거세고 서리가 많이 앉았다고 해. 그래서 아닐까?"
조금이나마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소용 없어도 어쩔 수 없지만.
"'상일'이야. 이름은 평범하지. 너는.... 그냥 예상인데 '고불'이라고 부르면 되나?"
진짜 새외에서 왔으면 이름도 좀 달랐을 수 있겠지만 상일은 정말로 토종 무림인이었다. 오는 사람도 없는 인적 드문 눈속에서 자라서 그렇지. 이어서 고불의 이름을 짐작한 상일이었다. 고불이 계속 고불! 고불? 하니까.
"왜 왔긴 관광 왔지. 저기 매리설산에 올라가보고 싶어서 왔는데- 묘하게 느낌이 안좋네."
여기서도 보이는 설산을 흘깃 보며 상일이 말했다. 여기 오래 머물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쩜 내 동생들이랑 똑같이 말을 하지. 상일은 감탄했다. 아직 꿈과 희망이 가득하던 어린 시절 상일의 동생들은, 푸른 기운이 감도는 상일의 머리카락을 보며 '우리 형/오빠는 눈같아!'하며 꺅꺅 거리곤 했다. 그 시절을 떠올린 상일은 픽 웃고는 품에 안은 아이의 등을 살살 쓰다듬어주면서, 신나 보이는 고불을 바라보았다.
"그건 그냥 감이 좋은거라고 하자."
고불? 고불! 하니까 그냥 찔러본 것인지라. 으쓱거린 상일은 품 속의 아이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비교적 너른 품에 안겨있지만, 처음에는 진정이 안되어 보였다. 썩 좋은 보호자라고 보긴 힘들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도 아닌 모양이었다.
"내가 설산에서 살긴 했지만, 그런건 아니고. 저어기, 저거 보이지."
상일은 고개짓을 하며 저 멀리 보이는 매리설산을 가리켰다. 상일이 살았던 설산은, 저기보다 좀 더 높고 넓고 척박했다. 사람이 살라고 있는 곳이 아닌 수준이었지만, 그럼에도 사는 사람은 있었다.
"저렇게 눈이 덮인 산을 '설산'이라고 불러."
설산을 보고 상일을 보고, 뭔가 납득한 듯 혼자 끄덕거리는 고불을 향해 상일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대략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