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7050335> [초능력] 초능력 특목고 모카고 R2 291.수중 속의 결전! :: 1001

◆TMmm6tsoPA

2024-08-03 12:02:24 - 2024-08-06 22:50:40

0 ◆TMmm6tsoPA (mjHir1VDIo)

2024-08-03 (파란날) 12:02:24

※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부원 명부: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965135
설정: https://url.kr/n8by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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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B4%88%EB%8A%A5%EB%A0%A5%20%ED%8A%B9%EB%AA%A9%EA%B3%A0%20%EB%AA%A8%EC%B9%B4%EA%B3%A0%20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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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 태오주 (B1vJEGRr7w)

2024-08-05 (모두 수고..) 09:25:27

? 뭐야 이거 왜 5천자 넘어있냐

564 로운주 (JDyqJruV6o)

2024-08-05 (모두 수고..) 09:28:27

>>563 참치어장 시스템상 최대 본문수 2만자...! 1/4이라니...!

565 혜우주 (FEuYjtpjYI)

2024-08-05 (모두 수고..) 09:30:26

이거왜5천자넘었냐22

566 태오주 (B1vJEGRr7w)

2024-08-05 (모두 수고..) 09:49:41

로운주도 할 수 이따

567 로운주 (JDyqJruV6o)

2024-08-05 (모두 수고..) 09:53:48

굉장히... 굉장해요!(어휘력 부족)

568 愛宴之歌 (FEuYjtpjYI)

2024-08-05 (모두 수고..) 09:55:24

그런 시기가 있었다.

뭐라도 하면 내 안의 공허가 좀 채워질까 싶어
뭐든 손에 잡히는 대로 해대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뭐든 하면 할 수록
공허의 허무함을 깨달아 갈 뿐이었다.
저 아래 새까만 밑바닥은
채울 수 없는 공간 임을 체감 할 뿐이었다.

지식과 경험은 머리에 남았지만
그것들로 인한 반향은 순간이었다.

수많은 것을 행한 결과는
뻔뻔하게 남아 있는
저 검고 검은 구멍 하나.

그 앞에 선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서서히 연말을 향해가는 어느 날.

장래 계획을 다 마쳐놓았으니
학교 수업은 거의 건성으로 듣고 있었다.
선생들이야 뭐, 수업 중에 방해만 안 하면
혼내기는 커녕 주의도 주지 않았다.

일찌감치 자퇴 의사를 밝혀 놓아서 그런 걸까.
진작 그럴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교내에서 나를 보고 수군대는 일은
줄기는 했지만 몇몇 여자애들은 여전했다.
그 일 후로 더 당당히 상급생 교실에 가고 그랬으니
자업자득이라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도 뭐, 수군거림의 끝에
슬금슬금 양아름의 근황이 붙는 듯 하니
아주 조용해지기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싶었다.

자퇴까지 약 2개월,
그 뒤로 약 3개월이면-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으니
어느새 점심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직전 수업이었던 문학 선생이 나가기 무섭게
책상 옆에 걸어두었던 종이 가방을 챙겨
조금 서둘러서 3학년 교실로 향했다.

"희- 야- 오늘은 나랑 점심 먹자-!"

그렇게 외치며 식당으로 가려는 희야를 찾아
폭 안아주려 했다.
간만이니까 복실한 머리에 뺨도 잔뜩 부벼주고
종이 가방 속 도시락을 보여주며 재잘거렸다.

"희야가 좋아하는 거 한가득 담아왔지롱- 오늘 점심은 나랑 이거 먹자. 대신 먹는 동안 희야 손 내 거 하기-"

밥 먹는데 손을 달라니.
뜬금없는 소리였지만
의미를 알기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다.

평소 쓰지 않아 빈 교실로 희야 손 잡고 갔다.
가끔 혼자 땡땡이 칠 때 쓰기도 했는데
곧 그럴 일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면서 오늘도 쓰던 책상 하나 아니 두 개
옆으로 길게 끌어놓고 마주보게 의자를 놓았다.
왼쪽 책상엔 갖가지 음식이 든 도시락 찬합을 펼쳐놓고
오른쪽 책상엔 갖가지 네일아트 도구들을 꺼냈다.

"내가 요즘 이거에 빠져서- 봐 봐, 내 손톱도 벌써 이렇게 다 했다?"

이럴 걸 염두해서 찬합 속 요리도
포크로 찍어먹기 쉬운 것 위주로 담아왔다.
내 손톱을 보여주며 생긋 웃곤
희야의 오른손에 포크를
내 오른손에 희야의 왼손을 가져왔다.

"희야는 맛있게 먹구 있어- 이쁘게 해줄게-"

그렇게 오랜만에 희야와 런치타임을 가지게 되는데-

"희야 손은 언제 봐도 귀여워. 쪼그매서 완전 애기 손이야."

손톱 정리부터 시작해서 하나 하나 해가며
이것저것 얘기를 늘어놓았다.
도시락 맛있냐는 얘기부터 시작해-

요즘 근황 얘기, 건강 얘기, 적당히 추스린 주변 얘기-

그 사이 왼손에 반짝반짝한 네일이 완성되었다.
은빛 마그넷펄 위에 다이아 글리터를 하나하나 올리고
마무리는 투명하게 덮어 글리터와 펄의 색감을 살렸다.
전용 건조기가 있으니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왼손을 끝내고 오른손으로 넘어가고나서
희야에게도 그 얘기를 해주었다.
내 장래에 대한 얘기를.
태오에게 해줬던 것처럼
하나도 숨김없이.

"...그래서 학교 나가고 한동안 바깥 출입 자제할 건데, 희야 연락은 꼭꼭 받을 거구 만나러 와도 되고 나도 갈 거니까 걱정 말아. 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전에 희야가 한 번 와주면 좋겠다. 희야도 보여줘야지. 나 대신이 될 아이."

나 대신이 될 하얀 아이.
세간에 [파나케이아] 만을 남겨놓게 될 프로젝트.

"......"

잠시 손을 움직이며 말이 없었다.
이제 와서 별난 감상에 젖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좀, 네일아트에 집중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나는,
나는 나의 최선을 선택했을 뿐이야.

"...쨘- 다 됐다! 와- 희야 손끝에 은빛 얼음이 맺혔네-"

오른손도 정성스럽게 꾸며주고나니
점심시간이 딱 맞게 지나가 있었다.
도시락이며 자리 정리하고
느긋하게 교실로 돌아가면 될 시간이었다.

책상 위,
펼쳤던 반대로 도시락 찬합을 정리하고
네일아트 도구들도 조심히 챙겨넣었다.
올 때처럼 손 잡고 돌아가다가
각자 교실로 나뉘는 계단참에서
손바닥만한 포장을 꺼내 희야에게 주었다.

"이건 후식- 오렌지랑 레몬 마멀레이드 쿠키야. 이따 쉬는 시간에 먹어. 수업 중에 졸지 말구-"

종 치기 전에 서둘러 갈 곳이 한 곳 더 있었기에
조금 서두르며 덧붙였다.

"그리고 희야! 삼촌한테 조만간 뵈러 간다구 말 좀 전해 줘- 나중에 봐!"

손도 야무지게 휙휙 흔들곤
곧장 2학년 교실로 갔다.

바쁘다 바빠-

"야, 윤바보!"

오랜만에 보는 빨간머리 뒷통수를 와바박 문지르곤
뭐라고 하기 전에 유산지로 적당히 포장한 걸 책상에 툭 내려놨다.

"다크 초콜릿 브라우니다. 너 알러지 몰라서 견과류는 싹 뺐으니까, 감사하게 먹어!"

내 할 말 내 용건만 툭툭 하고 내 교실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으니 딱 종이 쳐서, 긴 숨을 내뱉으며 늘어졌다.
오후 수업은 잠이나 자야겠지 싶었다.

쉬는 시간 잠깐을 제외하면 정말로
오후 내내 잠만 푹푹 잔 나는
거짓말처럼 종례 시간에 맞춰서 깼다.
의자에 반쯤 걸쳐져서 종례를 듣고
가방을 다 챙겨 들고 또 3학년 교실로 향했다.

내려가는 학생들 사이를
연어마냥 거꾸로 올라가
교실에 남아있던 태오를 보고
두 팔 벌리며 다가가 폭 안아주려 했다.

"오빠야- 나랑 재밌는 거 하자-"

희야가 그새 자랑하러 왔었다면
내가 뭘 할지, 미리 알고 있었겠지만
아니라면 아닌 대로, 비밀이라며 웃었겠지.

"오빠 주려고 갖고 온 거 보면 깜짝 놀랄 걸-"

준비한게 그것 뿐 만은 아니었으니까.

방과 후라 학생은 다 나갔으니까
태오네 교실도 괜찮을 거 같아서
대충 태오 옆자리 의자 끌어다 앉았다.
앉아선 태오 향해 한 번 싱긋 웃어주고
가방에 따로 담아두었던 보관함을 꺼냈다.

아직도 살짝 냉기가 느껴지는 그 함 안에서
다시 납작한 통을 꺼내 열자
네잎 클로버 모양으로 예쁘게 담긴 롤케이크가 나왔다.
하얀 생크림이 듬뿍 들어간 롤케이크는
딸기와 복숭아, 키위, 망고가 각각 먹음직하게 박혀 있었다.
그 통 옆에 예쁜 포크도 꺼내 세팅해주곤 말했다.

"어젯밤에 갑자기 이것저것 만들고 싶더라구. 요즘 과일도 눈에 띄는 대로 사다놓기도 했어서- 그래서 왕창 만들었지. 내가 이거 하는 동안 우리 오빠는 이거 맛있게 먹고 있기-"

그렇게 말하며 꺼내든 것은
네일아트용 재료와 도구 풀 세트였다.
희야 할 때처럼 태오 오른손에 포크 쥐어주고
왼손부터 잡아왔다.
바로 시작하진 않고, 잠시 손을 조물거리며 떠들었다.

"하얀 아이 만들고 센터 뭐 하고 하느라 한참 정신 없었더니, 뭐라도 다른거 안 하면 정신이 나갈 거 같더라. 그래서 뭐든 딴짓거리를 달라고 하니까 대뜸 이런 걸 가져오는 거야, 진 씨가. 아, 진 씨는 내 일 돕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홀로그램이랑 하얀 아이랑 만드는 거 가르쳐줬어. 저번에 줬던 스탠드랑 노리개 있지? 그것도 그 사람한테 배웠어. 심심해서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하면서 살았대. 전용 스튜디오도 있는데, 나 거기서 노래도 불렀다? 믹싱해서 인첨튜브에 올렸지롱-"

어디에 올렸는지는 안 알려줄 거란 듯
얄밉게 웃어보이곤 손톱 정리 도구부터 꺼냈다.
조심조심 아프지 않게
손톱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다듬어주며
담담하게 말을 계속했다.

"실은 있지, 어젯밤에 엄청 무서운 꿈을 꿨어. 오빠도 희야도 없는 세상의 꿈. 인첨공에 오지도 못 했고, 다섯살에 죽지도 못 한 채로, 그 집의 그 방에 영원히 갇혀 있는 꿈. 사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전부 꿈이었고 내 인생은 아직도 거기 있었던 거야. 희망도 빛도 없었는데, 절망도 공포도 없었어. 아, 그래, 이게 내 인생이지, 하고 받아들이는 내가 있었어. 나는 그게 제일 무섭더라. 내 이름도 잊어버렸었어. 그 세계의 나는- 진짜 아무 가치도 없었어. 그런데 나는 그걸 그냥 납득하고 있더라."

어느새 연녹색- 옥색 젤 네일을 올려
그 위에 흰 색으로 물결-윤슬을 표현하며
조곤조곤 얘기를 이었다.
시선은 줄곧 태오의 손톱을 보고 있었다.

"꿈이었지만 그 방에 진짜 진짜 오랫동안 있었어. 체감상 몇 십년은 있었던 거 같아. 아무 것도 안 해도 시간이 그렇게 잘 갈 줄은 몰랐지.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 방 안만 점점 낡고 바스라지고- 바닥은 내 머리카락으로 새까맣게 뒤덮여서 나조차도 잘 안 보이고- 더는 눈 뜨고 있기도, 음, 귀찮았던 것 같아. 그래서 눈을 감고 누워서 남은 시간 동안 잠만 자려고 했거든. 그랬는데-"

UV램프 밑에 다 칠한 태오의 왼손을 넣고
잠시 할 일이 없어진 손으로 턱을 괴며
그제야 태오를 바라보았다.

"우화야,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병원에서, 처음 들었던 그 때처럼. 그래서 눈을 떴더니, 내 방 천장이 보이더라. 그 방이 아니라 여기, 진짜 내 집의 내 방 천장이."

그 천장을 본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어쩐지 눈물이 나서 왈칵 울어버렸었지만
그건 비밀로 했다.
결코 무섭거나 두려워서는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편안히 얘기할 수 있었다.
웃으면서-

"고마워, 오빠. 우화는 오빠가 세상 제일이래."

태연히 얘기하곤, 건조가 끝난 태오의 왼손을 들어
잠시 응시하다가, 손바닥 옆을 합, 깨물려 했다.
고양이들이 애교 중에 장난스레 하는 것처럼.
그리고 키득이며 자연스레 오른손으로 바꾸려 했다.

"이제 이 쪽 손 차례- 아, 그거는 맛있어? 키위는 시럽에 살짝 코팅한 건데, 너무 달진 않아?"

조금 뒤늦게 롤케이크에 대한 감상을 물어보고
마저 오른손에 네일아트를 해주려 했겠지.

"음, 맞아, 나 거기 갔었다? 어텀 세레니티. 영락의 소장님이 한 번쯤은 견학으로 좋지 않겠냐고 해서, 이번에는 공개니까, 선생님이랑 다녀와도 된대서 갔었어. 희안하지. 나 그런 거 관심 없는데 그 날은 가보고 싶더라. 감이 들었나 봐. 가야만 한다는 감이. 신기하지. 왜 그랬을까..."

오른손의 손톱에 고운 옥색 젤 네일을 정성스레 올리며
차분히 얘기하는 목소리가, 물기 젖은 듯도 했다.

"화폭에 담긴 이시미도, 결국 드러난 레이브도, 아름다웠어. 정말, 아름다웠지. 이제 모든 사람들이 4학구 미술관에만 가도 이시미를 보고 레이브를 떠올릴 거야. 더는 형체 없는 환상이 아닌, 실체를 떠올리겠지. 그 이름 뒤에 있을 한 사람은 잊고."

아, 참으려고 했지만 기어코 눈물이 똑- 하고 떨어졌다.
다행히 손톱이 아닌 손등에 떨어져서,
아무렇지 않게 두어번 깜빡이고
하얀 물결을 마저 그려넣었다.

"그래도 나한테는 여전히 현태오이자 오빠니까. 둘도 없는 가족이니까. 그러니까... 말없이 사라지지만 마."

어쩐지 막연한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게 말해버렸다.
말없이 사라지지 말라고.
내가 말해놓고 되려 기분이 더 이상해져서
괜히 입 비죽 내밀고 투덜댔다.

"그런 중대사를 그렇게 꽁꽁 숨기고 말야. 어? 또 또 그런거 하고 슥 사라지기만 해 봐. 찾아서 때릴 거야. 멱살 잡고 흔들어줄 테다. 어차피 인첨공 안에 있을 테니까 뭐, 못 찾을 거란 생각은 하지 말라구."

흥, 하고 고개 휙 돌렸다.
금새 피식거리면서 오른손도 마저 건조시켜줬지만.
건조될 동안 나머지 도구들을 정리하며
다음엔 장식도 얹어볼까, 같은 얘기도 하고
건조가 끝나고 롤케이크도 다 먹은 후엔
먼저 일어나 또 태오에게 찰싹 붙어선

"우우- 나 그냥 오빠랑 같이 살고 싶다- 아예 집을 지어버릴까? 오빠네 집 내 집 나란히 지어서 창문만 열어도 얼굴 보이게?"

그런 실없는 소리도 좀 하다가
누가 먼저였을지 모를 이만 가자- 소리에
해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교실을 뒤로 했겠지.



그런 시기가 있었다.
아무 것도 담지 못 하는 시기가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그 시간이 지나
그 앞에 선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나의 공허함은 끝이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한 허무함에 바닥 또한 없을 것이니.

다만 하나만을 기억하리라.
이런 나를, 귀히 불러주는 이가 있음을.
가장 귀한 조각에 올려
그보다 귀히 여겨주는 이가, 있음을.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눈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 또한 그를 기억하며 노래하리.

569 혜성주 (pQXsz8lbmY)

2024-08-05 (모두 수고..) 09:57:51

두분 원만한 합의를 하시길 바랍니다.
밈미는 내버려둬주세요 (?)

570 태오주 (B1vJEGRr7w)

2024-08-05 (모두 수고..) 09:59:45

얘들아 욕 나오고 좀
백서휘인성대잔치다
알지
사랑해

571 태오주 (B1vJEGRr7w)

2024-08-05 (모두 수고..) 10:02:09

>>569 뽀뽀 갈겨도 대?(?

572 혜우주 (FEuYjtpjYI)

2024-08-05 (모두 수고..) 10:04:18

>>569 털뭉치로이쁘게장식해주기

573 태오주 (B1vJEGRr7w)

2024-08-05 (모두 수고..) 10:09:23

아강ㄱ악
악낙
악ㅇ악악ㄴㅅㄴㄹㄴㄹ미쳣어아주그냥어이렇게이쁜동생이잇다고내가부럽지부럽다고해라아니면전방에키갈난사함(극단적)

후.........
안햐는 당장 뻐큐손으로 자랑하러 다녔을 거고... 현뱜미한테 덜렁 들려서(안햐: 너 왜 이렇게 힘이 세진 거예요?! 희야 살려! 혜성아!! 은우야!! 한양아!! 철현아!! 고릴라야!!! 희야 살려줘!!) 복도 순회 당했을 거고(?)

윤뽀메. 이 자식 부럽구만.... 브라우니 받고 어! 어어. 어버버. 으버법?! 고마워. 그... 말랑해파리. 막 이러겠지 해파리에 말랑 붙었음(?)

현뱜미는요?
울면 uv램프에서 손 안 빼고 다른 손으로 울지 말라고 눈물 닦아주면서 '유니콘 뱜미'함.... 왜 울어요. 떠나지 않을게요. 하고 뺨뽀 갈기겟지 미1친1놈 대가리를 깨버려야만(?)

574 혜성주 (pQXsz8lbmY)

2024-08-05 (모두 수고..) 10:52:22

합의는 두분 선에서 끝내주십사 아니 왜째서냐
밈미는 내버려둬 바른 생활때문에 저지먼트력 낮아지고 있단말이야

575 한양주 (YiljPM0RDo)

2024-08-05 (모두 수고..) 10:57:42

회의가 제일 싫ㅇㅓ

576 혜우주 (FEuYjtpjYI)

2024-08-05 (모두 수고..) 11:15:08

>>57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아악 뱜미가 폭주한다! 돔황챠!

태오... 힘이 세졌어...?
이거 떡밥? 떡밥인가?!
복도 순회 뭐야 ㅋㅋㅋㅋ 귀여워 ㅋㅋㅋㅋㅋㅋ

>>말랑해파리<<
윤뽀메 너이자식
착실히 체감했구ㄴ(끌려감)

캬 유니콘뱜미
이맛에 어메이징유니콘남매관 합니다
가만둘수없지 혜우도 맞뽀 해버려야겠다
그니까 대가리 깨지 마쇼 이양반앜 ㅋㅋㅋㅋㅋㅋ

>>574 아니 대체 뭔 합의를 하란겨 ㅋㅋ
바른생활 밈미 어깨위에 올라타기! (골골골)

>>575 압바 화이팅

577 혜성주 (hcF4GpmMoI)

2024-08-05 (모두 수고..) 11:17:28

>>576 크아아악 이 털냥이가 내 어깨 위를 점령했어 크아악
합의는.........어...........합의입니다(??)

578 혜우주 (FEuYjtpjYI)

2024-08-05 (모두 수고..) 11:19:33


>>577 (묵직)
크으으 전망이 좋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밈미 바른생활하더니 아무말이 늘었어!

579 한양주 (YiljPM0RDo)

2024-08-05 (모두 수고..) 11:34:22

>>578 (뱃살 콕콕콕)

580 이경주 (m6S7.rhtDs)

2024-08-05 (모두 수고..) 11:35:28

>>578 배방구 하고싶다

581 태오주 (B1vJEGRr7w)

2024-08-05 (모두 수고..) 11:42:22

안녕하세요
1만자의 기적을 보여드리러 왔어요

20분만 기다려봐

582 혜성주 (hcF4GpmMoI)

2024-08-05 (모두 수고..) 11:43:38

>>578 (무거워서 버티지 못하는 중)
사람이 약간 바른생활화되니까 급격하게 헛소리가 늘긴 하더라

>>579>>580 (심해냥이 떠넘김)

583 이경주 (m6S7.rhtDs)

2024-08-05 (모두 수고..) 11:47:04

>>581 (이에 대한 반응으로 할머니 태오 얘기 해주세요라고 하면 안되겠지??)

>>582 (배방구!!)

584 태오주 (B1vJEGRr7w)

2024-08-05 (모두 수고..) 11:47:21

>>583 머선 얘기가 필요하니 손주야

585 이경주 (m6S7.rhtDs)

2024-08-05 (모두 수고..) 12:24:01

>>584 저는 님 손주가 아닙미다(?)

586 동월주 (6xKhEOWlPo)

2024-08-05 (모두 수고..) 13:30:55

머야 그럼 제가 손주 할래오 (안됨)

587 혜성주 (wyihYZUPWc)

2024-08-05 (모두 수고..) 17:20:26

아임 프리덤 (퇴근이라는 뜻)
비가 막 아주 그냥

588 혜성주 (wyihYZUPWc)

2024-08-05 (모두 수고..) 17:22:05

애들 천둥번개 치는 거 무서워하는지 어쩐지 궁금해짐. 안무서워할 애들이 100이면 100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생각정도는 해도 되잖아 🫠🫠

589 太烏 (m0aZt0LD8Q)

2024-08-05 (모두 수고..) 17:41:24

스트레인지 깊은 곳에는 어르신이 있다. 그가 언제부터 스트레인지에 발을 들였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대략 7년 전부터 내부 도박장 메트로폴리스의 오너 자리를 꿰차고 지금까지 스트레인지 내부의 스킬아웃이나 여러 부랑자의 존경을 받으며 굳건히 권위자의 자리를 유지하는 미지의 존재란 점이다. 어르신, 백서휘는 이룬 것이 아주 많았다. 메트로폴리스로 하여금 선사한 유흥은 지긋지긋한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펼쳤고, 그 내부에서 정립된 암묵적인 규칙은 스트레인지의 무질서함을 정리하며 혼란을 가라앉혔으며, 그가 열어준 사교의 장은 여러 스킬아웃이 성장하는 토대와 발판이 됐다. 메트로폴리스는 스킬아웃과 공생하고, 때로는 의뢰를 내렸으며, 스트레인지 내부에서 발생한 분쟁의 조율사가 되기도 했다. 스트레인지의 사람들은 난폭하게 굴던 스킬아웃 패거리들을 단박에 결집시키고 조련한 어르신을 존경했고, 또 두려워했다. 업적과 성품은 다른 법이기 때문이다.

어르신은 그야말로 패군이었다. 스트레인지에 괴팍한 성품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 궤를 달리했다. 어르신은 몹시도 유쾌하고 느긋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듯한 어조는 노래를 하듯 부드러웠고, 자비로운 성품은 하루만큼의 목숨을 연명해 주었다. 그의 말에 거역하면 3번을 봐주었고, 도박장에서 행패를 부리면 2번을 봐줬다. 어깨만 부딪쳐도 주먹을 내지르는 스트레인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성품이었고, 때로는 약자에게 친절하게 거래를 제안하며 그들의 사정에 걸맞을 양의 대가만을 요구했다. 눈물겨운 일화에 스트레인지 사람들은 치를 떨었다. 겉보기로는 자비롭지만 내막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어르신은 겁 없이 기어오르는 인간을 봐주되 거래 시에는 동등하게 대했으나, 기회를 모조리 소모하거나 득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거래라 판단이 서면 더 이상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

그 면모가 단적으로 드러난 것은 5년 전이다. 모 스킬아웃 조직이 어르신이 자신들의 위로 군림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과 더불어 스트레인지의 규칙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위치가 불리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이유로 타 스킬아웃을 선동해 서너 조직을 모아 연합했다. 그들은 퇴근길에 오른 도박장의 직원을 살해했고, 어르신은 그 사실에 한 번 묵인했다. 추후 그들이 도박장에 쳐들어갔을 땐 마지막 기회를 주었고, 수석 엔지니어를 납치했다 으름장을 놓을 적엔 '내일 아침에 오라'라며 친절하게 손님을 무르고는 도박장의 문을 걸어 잠갔다.

새벽이 되어 스킬아웃 조직들이 지금이라도 어르신을 돕자며 우르르 도박장으로 몰려갔을 땐 모든 게 끝나있었다. 입구에는 기어오른 조직원들이 널려있었고, 건물 외벽에는 갈려나간 듯한 무언가가 커튼처럼 걸려있었으며, 아직 숨이 붙은 주동자는 옥상에서 손바닥만 꿰인 채 버둥거리며 비명을 지르다 그들 앞에 추락해 생을 마감했다. 누군가 용맹하게 내부에 들어섰을 적엔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올려다 보기가 무섭게 구둣발로 걷어찬 머리가 굴러떨어졌다. 시체 사이에서 어르신은 태연하게 숨이 붙은 녀석의 머리채를 쥐고 질질 끌며 걸어 내려오다 그들과 시선을 마주치고는, 노이즈 틈새로 드러나는 눈을 샐쭉 휘며 마치 산책이라도 가겠다는 듯 유유히 도박장을 빠져나가 수석 엔지니어가 있을 방향으로 걸어갔다. 남은 것은 오로지 피와 시체뿐이었다. 아무리 인첨공이 초능력이 난무하고 각종 불법적인 무기가 암암리에 거래된다고 한들, 그의 손아귀로 하여금 펼쳐진 비현실적인 광경은 스트레인지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보듯 어르신은 본능적인 공포를 다른 본능으로 짓누를 줄 아는 존재였고, 마주치기만 해도 원초적인 감정을 일렁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으며, 거래를 성공해도 원숭이 손처럼 예상치 못한 재앙을 불러왔다. 스트레인지의 날고 기는 사람들은 메트로폴리스 내부에서만큼은 순한 양이 되었다. 아직도 종종 겁 없이 참사를 반복하고자 하다 입구에 내걸려 죽을 날만 기다리는 녀석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솔리스 사건 이후로 에어버스터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탓에 도박장 문을 잠시 닫았다 재개장한 이후로는 누군가를 죽이기보다는 소리소문 없이 어딘가로 끌고 가는 빈도가 늘었다마는, 어르신은 여전히 그 위상을 높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리버티가 사회에 혼란을 불러일으킨 뒤부터는 그 입지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든 작든 인첨공 내부의 좁은 사회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모인 작은 군락은 리버티의 폭로 한 번에 거센 파장이 일어났고, 스트레인지로 유입되거나 복수를 꿈꾸며 스트레인지 밖으로 나서는 패배자도 늘어났다. 메트로폴리스도 리버티의 영향을 받았다. 도박장에는 처음 보는 얼굴이 늘어났고, 개중에는 이곳의 암묵적인 규칙을 모르고 사고를 치는 스킬아웃, 스트레인지에서 장기나 ID 카드를 털리기 좋은 학생이나 큰 물을 노리고 겁도 없이 어르신을 짓밟고자 하다 벽에 걸리는 오늘의 희생자 목록 VIP도 있었다. 사람들은 이 혼란을 즐기거나 꺼려했고, 어르신 또한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도박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 어르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언제라도 발톱과 송곳니를 드러내고자 앞발과 아가리를 들썩거리던 적대 세력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바깥에 물든 순진무구한 녀석들을 이용하면 규칙을 어겼다며 어르신을 끌어내릴 명분을 씌울 수 있다. 그들은 달이 휘영청 뜬 어느 날, 낡은 건물에 삼삼오오 모여 어르신의 몰락을 간곡히 바라고, 제각기 쑥덕거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스트레인지의 백사자가 이젠 명실상부한 왕으로 집권하는 것에 가깝지 않습니까?"
"아니, 그 정도는 아니오. 본인도 늘 말하지 않습니까, 자신보다 더한 사람은 여기 널리고 셌다고. 그 미친 새끼를 누가 올려친단 말입니까?"
"미안합디다. 어찌 되었든 거슬리는 건 마찬가지요. 보다 더 많은 즐거움을 위해 인첨공의 몰락을 바라지 않는다고? 하!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 이곳에서 추구할 즐거움이 무에 있다고?"
"옳은 말입니다. 우리는 리버티의 말대로 죄다 엎어버려야만 합니다. 스트레인지를 그런 공간으로 만들 필요도 있고요. 다만 이걸 정말 행해도 될지 의문입니다."
"그 늙은이가 대체 뭐가 두렵다고 그러십니까?"
"그쪽은 피의 목요일 사건도 기억 못 하시오? 백사자가 오체분시하여 썩을 때까지 벽에 매달아둔 것이 내가 키운 사람이었소."
"그것도 5년 전이지. 그때와 지금은 다르지 않소. 놈은 약해졌소. 지금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 걸 보면 필히 약해진 것이 분명하오."
"그래! 그러고 보니 수석 엔지니어도 보이지 않던데."
"듣자 하니 에어버스터가 스트레인지를 엎던 날 죽었다는 말이 있소."
"솔리스가 엎어지던 날 말이오?"
"그래, 녀석이 솔리스의 간부와 그리도 친하게 지내더이다. 아스트라페가 여즉 활개치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소?"
"하하! 그거 잘된 일이군. 어린 것 하나 때문에 내 부하들을 그리도 엎더니만 기어이 잃었군! 그래서, 계책이 있습니까?"
"내게 샹그릴라가 남아있소."
"샹그릴라를 쓰겠다면 그 부작용을 누가 감당한단 말이오?"
"내 먹은 것도 아니고 자네 먹은 것도 아닌데 무얼 감당한다고? 여기, 길가에 널린 장난감 망가진다 하여 감당할 사람 있는가?"
"……내가 무얼 도우면 되겠소?"
"자유를 위해 손을 잡아주시게."

달빛이 악수하는 손을 훤히 비추는 밤이 지나갔다.

그리고 현재, 서휘는 훤히 트인 난간 앞으로 성큼 다가가 메트로폴리스 지하에 위치한 안드로이드 투기장의 전경을 두 눈에 담고 있었다. 안드로이드는 서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고, 관중석을 보니 큰 한 방을 노리는 금발의 여학생이 기어 들어오긴 했지만 안중에 담을 이유는 굳이 없었다. 2학구에서부터 슬쩍 들어온 겁 없는 연구원들도 도박에 푹 빠진 듯하다. 서휘는 시선을 넓게 던졌다. 대충 보니 바즈라 소속의 연구원은 없는 듯했다. 소식은 전해 듣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이상 행동은 보고되지 않았다. 비사문천에게 된통 당한 이후로는 스트레인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조만간 또 상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하며, 서휘는 많은 관중 속에서 연구원으로 보이는 샌님 관상을 찾아다니는 시선을 거뒀다. 삶은 늘 그렇듯 어떠한 징후도, 경과도 없이 흐르는 대로 이어졌다. 서휘는 소란스러운 양지와 달리 평화롭고 느긋한 지금 이 순간을 즐겼고, 동시에 만족하지 못했다. 개인의 삶에서는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평화에 몹시도 만족을 표하지만, 메트로폴리스의 오너이자 암부의 수장으로서는 이렇게 불만스러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시끌벅적한데 자신은 에어버스터 때문에 가만히 때를 노려야 한다니, 이렇게 통탄스러울 수가 있나? 판을 벌리려면 지금이 적격이라며 장사치의 뇌가 빙빙 돌아갔다. 돈을 쓸어 담을 순간도 지금이 딱 적기다. 그리고 야망을 실현할 순간도.

"뭐, 고양이가 싫어하니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꾹 참아야만 했다. 서휘는 고개를 슬쩍 내려 손에 남은 반지 자국에 시선을 두었다. 왼손 약지에 남은 반지 자국은 도통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건 만족스러운 거래의 대가였다. 최근 몹시도 귀애하는 상품에게 자신이 졸업할 때까지 어떠한 활동도 하지 말라는 거래를 제안받았고, 대가로 상품의 삶을 받았기 때문이다. 겨울까지만 잘 버티면 훌륭한 상품인 수석 엔지니어가 그의 품에 돌아올 것이다! 심지어 자신만을 위한 경매를 열었으니, 그 순간을 생각하면 이번 사건들에 끼지 못해 허공에 날린 손해는 감수할 수 있었다.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마침 오늘은 메트로폴리스로 오겠다 한 날이니, 잔뜩 예뻐해 줘야겠다. 최근 처제와 찰싹 붙어 다니니 예뻐할 시간이 없지 않았던가? 심지어 그것의 생일에는 매정하게 쫓겨나기까지 했다. 그걸 생각하면 이번엔 가지 못하게 붙잡기라도 해볼까 생각이 든다. 적당히 붙들고 손목이든 뭐든 꽉 묶어두면 이 양반 또 개지랄을 하는구나 생각하며 얌전해지겠지. 한 사흘만 붙들까? 처제도 이해 해줄 것이다. 아니면 어떡하지? 뇌물이라도 바칠까? 쓸데없지만 나름 진지한 고민을 거듭하며 고양이의 손목을 묶을 때 어떤 자세로 묶어야 조금 더 도망칠 시도를 덜 할까 생각하던 그는 불현듯 드는 감각에 고개를 들었다.

"음?"

레벨 5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할 수 있는 재주들이 많아진다. 가령 능력을 응용하는 잔머리가 늘어난다든지, 이치를 뒤트는 방식으로 세상을 달리 볼 수 있다든지. 그런 것 말이다. 서휘는 타인을 가늠하는 것보다 자신이 죽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계산하는 것이 생존에 대한 판단 면에서는 더 빠르다는 걸 깨달았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부류였다. 자신이 죽을 수 있는 방법이 달라지면 누군가 살심을 품은 것이고, 아니라면 식상한 자살 방법만 떠오르는 식이다. 제 고양이가 어찌나 살심이 깊은지 알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뭔가 다르다. 정상적인 죽음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한계까지 치닫는다. 이런 감각을 어디서 느꼈더라. 에어버스터? 그에 준하는 감각인데. 상위 레벨의 능력자가 주변에 있나? 서휘는 도박장을 둘러보며 대체 누굴 통해 죽을 수 있나 가늠하더니, 어느 한곳에서 붉은 시선을 좁혔다.

"……."

붉은 머리를 가진 남성이 용케 그를 찾아 노려보고 있었다. 대충 훑어보자니 팔뚝에 찬 완장이 유달리 시선에 밟혔다. 검은 바탕에 네온처럼 발광하는 악마 날개 문양이 흉흉했다. 서휘는 고개를 기울였다. 참 이상한 일이다. 분명 기억하기로는 그와 원만하게 무기 거래를 하며, 2학구를 한바탕 엎어주는 단골손님들이 저 완장을 착용하던데.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길래 저렇게 송곳니를 드러낼까? 대가리에 총이라도 맞았다고 환불하러 온 건가? 안타깝게도 환불은 불가능한데. 느껴지는 기세는 명백하게 살의를 띠고 있었고, 자신을 발견하고 빤히 쳐다보는 눈길에 묻어나는 호승심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오만함으로 차있었다. 서휘는 여유롭게 시선을 받아쳤다.

"어어?"

무언의 대치도 잠시, 붉은 머리의 남성은 관중들을 밀치고 링에 들어서더니, 한 치의 오차 없이 안드로이드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깡 소리와 함께 삽시간에 박살 난 안드로이드가 늘어지며 스파크가 튀자 몰상식한 행동을 향한 야유와 환호가 쏟아지고, 오늘 큰돈을 배팅한 사람들은 분노에 찬 시선으로 금방이라도 링 위로 오르려 들었다. 그러자 남성이 심호흡을 하더니, 크게 외쳤다.

"늙은 구렁이, 교체전을 신청한다!"

좌중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스트레인지에 오래 굴렀던 사람들과 메트로폴리스의 직원들은 숨을 삼키며 난간을 향해 조심스럽게 시선을 올렸고, 이제 막 스트레인지에 유입된 사람들은 그게 뭐냐며 서로 영문도 모르는 시선을 주고받기 바빴다. 눈치 없는 누군가 술렁이는 소란 속에서 크게 외쳤다.

"교체전이 뭔데!!"
"입 닥쳐!"

방금 전까지 안드로이드를 조종하던 메트로폴리스의 엔지니어 하나가 덜덜 떨다 신경질적으로 외치더니 눈을 돌렸다. "미친 거 아니야? 목숨 날리고 싶어?!" 붉은 머리의 남성은 호기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고, 사회자인 라바나는 직접 링 위로 오르며 좌중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렇지만 호기심 가득한 사람들의 눈길은 도통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서휘는 천천히 뒷짐을 지더니, 난간에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걸음을 내딛자 메트로폴리스의 직원들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구나, 주변에서 직원들의 표정과 안색을 살피던 몇 사람들은 입을 꽉 다물었다.

"설명해."
"ㄴ, 넹?"
"나 두 번 말하는 거 안 좋아하는 거 알잖니."
"ㄴ, 네! 넵! 자, 자- 주, 주목! 소란이 있지만- 그러니까- 주목!"

사회를 보던 라바나는 움찔 떨더니 소란스러운 좌중을 진정시키고는 애써 웃음 지었다. 정말 설명해도 되는 건가 싶은 눈치로 엔지니어를 곁눈질로 쳐다보긴 했지만, 엔지니어는 엄지를 목에 대 휙 긋더니 요란스럽게 눈치를 주더니, 이내 쉿! 하는 소리로 주의를 끌며 입술을 달싹였다. "뭘 망설여! 저 이상한 새끼가 오늘 경기 망친 걸로도 어르신 심기가 불편할 텐데, 이젠 자살을 하고 싶다잖아! 네 육개장까지 끓이기 싫으면 빨리해!" 라바나는 거침없는 입담에 진짜 미친 새낀가?를 중얼거리며 목을 가다듬었다.

"ㅇ, 오늘의 특별 이벤트~ 여기 계신 용감한 도전자분께서~ 메트로폴리스 오너의 자리를 두고 혈투를 신청하신 관계로, 오늘 배팅 금액의 2~배를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메트로폴리스의 오너 자리! 관중들은 금세 흥미를 붙이며 불만을 가라앉혔다. 그러니까, 지금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싸운다는 뜻 아닌가! 몇 양심 있는 사람들은 이런 걸 해도 괜찮냐는 듯한 시선을 보내다 자리를 뜨려고 했고, 이름 좀 드높다 싶은 스킬아웃들은 그 악명을 익히 알기 때문인지 자리에 꼼짝없이 굳어있었다.

"교체전은 말 그대로 혈투! 총기류의 사용 제한과 더불어~ 링 밖으로 도망치지만 않는다면, 어떤 것도 자유! 초능력을 사용해도 좋고, 칼을 휘둘러도 좋습니다! 상대 하나가 싸울 수 없다, 혹은 죽었다고 판단될 때~ 경기는 종료됩니다!"
"주, 죽는 건 너무하지 않아?"

누군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속삭이자 라바나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하더니 기묘하게 웃었다.

"도박 한 판 하겠답시고 스트레인지 최심부까지 장기 털릴 각오까지 하고 왔으면서 누구 뒤지는 건 무섭나요~? 두려워 마십시오! 여기는 메트로폴리스, 여러분에게 가~장 큰 희열을, 인생을 송두리 째 바꿔버릴 강렬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그런고로 선수를 소개하겠습니다. 용맹한 도전자, 어라~? 완장을 보니 2학구 스킬아웃 헬파이어의 일원이군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네 새 주인님 되실 분이다."
"어머? 이 싸가지 없는 새끼. 대가리 시~뻘건 게 피 덜 말랐단 증거였구나~? 그러니까 자살시도를 해서 애꿎은 사람 고통받게 하지 X같은 새끼 진짜……."
"어차피 저거 뒤지면 고통도 없을 거 아냐! 어이, 빨리 와라, 구렁이!"
"약 먹고 대가리가 돌았나? 자, 큰 박수로 맞이해주세요~ 메트로폴리스의 오너, 명실상부한 스트레인지의 정신적 지주~ 어르신입니다!"
"자매, 오늘따라 아가리가 자유분방해."
"X발, 내가 이러니까 오늘 사회자 바꿔달라 한 건데…… 내가 돌아가서 누구한테 이르나 보자."
"하?"
"아, 아니에요! 아무튼! 경기의 룰은 앞서 말했듯 자유! 링은 지금부터 특수 배리어를 통해 퇴로가 차단됩니다아~ 그, 그러니까 저 빨리 내려갈게요! 빨리 켜 새끼야! 나 무단으로 퇴근할 테니까!"
"자매, 대기해. 시체 처리해야지."
"아!"

라바나는 링에 내려가기가 무섭게 대기명령이 떨어지자 한 맺힌 고라니처럼 울부짖었다. 사표를 낼 수도 없는 블랙 기업 같으니라고! 울부짖는 소리는 배리어가 켜짐과 동시에 울리는 링 소리에 묻혔다. 사람들은 제각기 긴장하며 이런 경기를 봐도 되는 것인지 몇 번이고 스스로의 양심을 재단했지만, 붉은 머리의 남성이 자신의 주먹을 단단하고 검은 보석처럼 변화시키며 휘두르자 함성을 내질렀다. 서휘는 남성의 주먹을 여유롭게 피하며 눈을 흘겼다. 라바나와 동일한 능력이지만 뭔가 다르다. 조금 더 패도적이고 스치는 공기가 묵직했다. 뒤로 가볍게 두어 걸음 툭툭 뛰듯 물러난 서휘는 노이즈 속에서 눈을 좁혔다.

"형씨, 최근 리버티 사태로 주제도 모르는 스킬아웃이 늘고 있다지만……. 자살은 도와주기 힘들어. 나 살인 같은 거 무서워서 못 한단 말이야. 그렇지만!"

서휘는 단숨에 뛰쳐들더니 남성의 팔을 다리로 부여잡아 빙글 돌려 꺾으려 들었다.

"불문율을 어기면서 나를 업신여기니 본보기로 물갈이를 해야지."
"어림도……."
"응?"
"없는 소리 말아라, 이 기고만장한 새끼야!!"

서휘는 다리를 역으로 붙들려 허공에 붕 뜨더니, 링의 기둥으로 쓰레기 던지듯 날아갔다. 관객들이 비명을 질렀고, 남성은 바로 뛰쳐가 주먹을 다시금 휘둘렀다. 피가 튀기가 무섭게 비명과 환호가 교차했고, 라바나는 입을 떡 벌리며 이게 무슨 일인가 가늠했다.

"……."
"하! 어르신인지 뭔지도 별거 아닌가 보군. 소문은 뭐, 가짜였나? 5년 전에 피의 목요일이니 뭐니도 헛소문인 거냐고."
"형씨."
"응?"
"제법 하네?"

남성은 얼굴에 주먹을 정확히 내리꽂았다 생각하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다 시선을 슥 내렸다. 끼긱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광물로 변한 손이 뒤로 점차 밀려나고 있었고, 서휘는 손목에 숨겨둔 비수의 날로 남성의 주먹을 막아 밀어내고 있었다. 서휘의 붉은 눈동자가 희번득하게 뜨였다.

"한 번 봐줄게, 그러니 하나 묻자. 우리 상품이 마음에 안 들었나?"
"상품? 하! 난 또."
"어서 대답해, 형씨."
"우리 리더는 네게 빌빌 기지만 말이다…… 나는 그게 맘에 안 들었거든."

남성은 고개를 쭉 빼들며 외쳤다.

"솔직히 말해봐라! 이 늙은 새끼 말이다, 허구한 날 도박이나 시키고, 중립구역이니 뭐니 얘기하며 집권하는 꼴 아니냐! 쿼츠, 무료급식소! 그깟 바깥의 위선자들과 다를 것이 뭐가 있냐고!"

사람들은 동요하며 시선을 교차했다. 주먹에 실린 힘이 점차 강해져 다시금 서휘의 팔이 뒤로 밀려났지만, 일정 선에서 멈춘 팔과 함께 남성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여긴 스트레인지다! 이딴 위선자가 있어봤자 득 될 것 하나 없단 말이다! 정신적 지주? 내가 오늘 그 자리에 설 것이다,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이 미친 구렁이와 달리 나는 리버티와 뜻을 함께 하며 이 빌어먹을 곳을 뒤엎고, 우리들이 바라던 세상을 만들며 연구원에게 복수할 것이다!! 내가 여기에 서겠다고!!"
"흐, 흐흐. 흐……."

좌중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스트레인지를 다른 의미로 양지에 끌어올리겠단 각오에 지레 겁먹은 사람들과, 감화되는 듯한 사람, 그리고 입을 딱 다물며 성호를 긋는 메트로폴리스의 엔지니어까지. 그 침묵을 깬 것은 끌끌대는 웃음소리였다. 서휘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어깨를 들썩이며 끅끅 웃었다. 남성은 고개를 휙 내렸다.

"뭐가 웃기지?"
"고작 그 이유 때문에 교체전을 신청했단 거지?"
"그 이유? 오늘 그 노이즈 속 대가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 볼까?"
"두 번 봐줬어, 형씨."

팔이 뒤로 힘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칼에 균열이 가고, 이내 팔을 뿌리치자 칼날이 두 동강 났다. 서휘는 능숙하게 중심을 잃은 남성의 배를 거세게 걷어차 공간을 확보하며 링의 기둥에 기대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직감하고 경기에 집중했고, 서휘의 얼굴을 뒤덮은 노이즈가 일렁이며 새붉은 눈동자가 그대로 드러났다.

"내가 에어버스터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피를 안 보여주니까 만만했던 모양이야…… 요즘 젊은 것들은 이래서 안 돼."

뱀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신사적이고, 악마라고 하기에는 또 파괴적인 눈이었다. 그동안 흘린 피를 머금은 듯 번들거리는 붉은 눈동자를 마주치자, 남성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칼은 박살 냈지만, 어째서인지 곧 온몸이 베이고 찔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건 사람인가? 사람이라기엔 야수에 가깝지 않나? 본능이 소리치며 어서 도망치라 했지만 서휘는 다리를 굳건하게 자리에 박아버렸다. 본능이 대체 무엇이 중요한가, 남성은 샹그릴라를 삼켰고, 레벨 5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었다. 어르신을 죽이면 거금을 준다고, 그리고 샹그릴라를 계속 주겠다고 했다.

이기기만 한다면, 그 어떤 터무니없는 것이라도 준다 했다.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어야 하는데.

서휘는 비틀거리며 링 기둥을 달리기 전 받침대처럼 사용하더니, 삽시간에 사라졌다. 남성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사라졌던 것이 무색하게, 하얀 잔상이 나타나 소매를 휘두르자 남성은 몸을 광물로 굳혔다. 그러자 쨍 소리와 함께 칼 한 자루가 복부에 꽂히지 못해 튕겨 나갔고, 남성은 광물로 된 팔을 휘두르며 그를 다시금 강대한 힘으로 날려버리려 했다. 분명 칼은 부쉈을 텐데! 남성은 당황스러운 듯 뒤로 한 걸음 더 물러나며 자세를 취했으나, 서휘는 팔을 휘두를 적 그걸 역으로 붙들어 공중에 붕 뜨더니 몸을 돌려 다시금 소매를 휘둘렀다. 쨍, 기분 나쁜 공명음이 다시금 강렬하게 울렸다. 동시에 코트 자락이 펄럭거리며 내부를 드러내자 남성은 눈을 홉떴다.

"X발, 이런다고는 안 했는데."

서휘의 코트 자락 안에는 나이프가 있었다. 한 자루가 아니라 대략 열 자루 정도 되는 것이 주렁주렁 달려있었고, 그중에서 하나를 더 빼낸 서휘는 능숙하게 파고들며 다시금 칼을 휘둘렀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반격에 열정적으로 환호했다. 남성은 주먹을 휘두르지만 계속해서 거리를 좁히는 서휘에게 섬찟함을 느끼며 이치를 뒤트는 힘으로 광석의 범위를 넓혔다. 링 위에서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나고, 서휘는 그 가시를 통해 높게 뛰어오르더니 그대로 공중에서 하강하며 몸을 뒤틀었다. 광물로 된 가시가 계속 허공에서 돋아나 올라와도 몸을 뒤틀거나 받침대 삼아 공중을 오가며 피하더니, 어느새 머리 위까지 내려와 나이프를 어깨 위에 내리찍었다. 어깨에 박히며 목 근처로 까드득 소리를 내며 뜯어내듯 움직이는 칼날과 함께 남성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울렸다.

"누가 알려줬는데?"
"흐으-! 마, 말 못 해!"
"기대도 안 했어. 어차피 누구인지 안 봐도 뻔하거든."

마치 영화를 보듯 다시금 사라진 서휘는 앞으로 전진하듯 양손에 칼을 한 자루씩 쥐고 빙글 돌려가며 남성을 찌르고 베며 몰아갔고, 남성은 발악하듯 광물을 돋아내거나 쏘아내며 싸움을 이어갔다. 지켜보던 누군가 어르신의 능력은 대체 뭐냐며 토론을 이어갔지만 이내 묻혔다. 지금은 어떤 능력이든 상관이 없다. 어르신, 백서휘는 링이라는 좁은 공간을 제 집 누비듯 자유롭게 쏘다니며 자유롭게 사용했다. 링에 던져지면 그 줄의 탄성을 이용해 뛰어올랐고, 바닥에 광물이 돋아나면 역으로 부숴 쏘아냈다. 뺨을 스쳐 피가 흐르거나 귀가 찢어지고, 팔뚝이 드러나고, 허리에 파편이 박히며 상처가 터져도 개의치 않고 계속 달려드는 모습이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미친개 같기도 했고, 흉포한 흉수 같기도 했다. 그런 광기 어린 집착 탓인지 수세를 점해도 다시금 열세로 몰아가는 상황에 남성의 호기롭던 기질이 점차 죽어가더니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괴물 새끼야!! 그냥 한 번은 져줄 수 있잖아, 한 번은-!! 너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서휘는 머리채를 휙 휘어잡더니, 그대로 거칠게 찍어 내리듯 남성을 바닥에 내다 꽂았다. 바닥에 돋아있던 광물 탓에 피가 튀고, 남성의 끔찍한 비명이 울렸다. 관중들조차 움찔거리며 대형 스크린에 뜬 참사를 외면했고, 일부 사람들은 그 순간을 즐기듯 휘파람을 불었다. 폭력과 피가 익숙한 스트레인지라고 한들 생사를 오가는 싸움을 어디에서 흔히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서휘는 눈을 홉뜬 채 주먹을 꽉 쥐었다. 링의 바닥과 주변이 광물로 뒤덮이자 관중들은 지레 놀란 듯 배리어에 막혀가는 능력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남성의 모습은 끔찍한 몰골로 뒤틀려갔다. 피가 낭자하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팔과 다리, 얼굴까지 광물로 덮여가는 강렬한 발악 사이에서 주변이 서휘는 홀린 듯 광물을 타고 걷기, 시작하더니, 이내 달려들었다. 노이즈가 입을 드러냈고, 순수한 미소를 마주한 라바나는 표정을 찡그렸다. 내가 말했지? 눈 돌 줄 알았다니까? 그러니까 샹그릴라 한 알 내놔. 엔지니어와 시답잖은 내기를 했는지 알약을 받은 라바나는 한숨을 푹 쉬며 마이크를 미리 준비했다. 서휘는 단숨에 칼로 남성의 팔을 내리찍었고, 광물로 된 팔은 바르르 떨리더니 한줄기 피가 흘렀다. 마치 수확하듯 몸에 뒤덮인 광물이 우수수 쏟아지며 연약한 육체를 드러낼 적 사람들은 크게 환호했지만 서휘는 비틀거리며 품을 뒤적거렸다.

"뭐야? 왜 안 끝내는 거야?"
"쓰러졌잖아."
"상대가 죽었다고 판단될 때~ 경기는~ 종료됩니다. 라고 한 걸 까먹으셨나, 바깥양반들은 참 웃겨."
"저쪽이 나약한 게 아니라 우리가 이상한 거야. 라바나."
"응~ 안물안궁~"

칼 한 자루가 유달리 얇고 날카롭다. 사람들은 설마 하는 시선을 보내다 피가 튀자 비명을 질렀다. 금발의 여학생은 생생한 비명과 손을 휘저으며 아직 살아있음을 알리는 신호에 눈을 반쯤 뒤집어 까더니 혼절했고, 피거품을 물며 손톱이 빠져라 광물로 된 바닥을 긁어대던 남성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연신 찾다 덜덜 떨던 손을 축 늘어뜨렸다. 더는 고통에 겨운 신음도, 비명도, 환호성도 들리지 않았다. 싸늘한 정적 속에서 들리는 것은 여전히 고깃덩이를 도축하는 백정의 칼춤 소리뿐이었다. 이내 서휘는 피범벅이 된 채로 고개를 치켜 올렸다. 눈에는 희열과 고양감, 그리고 삶의 의지가 번들거렸다. 삶의 진정한 의미를 물어챈 맹수처럼, 서휘는 그 모든 본능적인 쾌락과 감각을 이기지 못하고 짐승처럼 포효했다.

그리고 잠시간의 정적이 있었다. 맹렬한 포효를 뒤로, 어딘가를 한참 쳐다보며 나른하게 미소를 짓던 서휘는 남성의 머리채를 쥐어 잡으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하나 묻지. 내가 힘 하나 없는 주제에 너희들에게 목줄이나 채워 휘두르는 위선자로 보이나?"

침묵이 이어졌다.

"내가 편히 양지에서 신분 세탁하고 살면 될 것을, 어찌 여기를 바득바득 기어오르듯 유지하며 다시 열었는지 아느냐? 패배자들이 발붙일 곳에서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양지의 녀석들의 같잖은 사상 속에서 희망 하나 품어보다, 기어이 더 악독한 것들에게 통수 처맞고 다니니, 너희들 목숨 아까운 줄 모르길래 다시 세웠다. 여긴 스트레인지다. 바깥의 규칙을 무시하고자 온 녀석들, 상처받아 기어다니는 녀석들, 방금처럼 지랄하는 대가리 덜 돌아가는 애새끼 수십수백 들끓고 단합 한 번 되질 않아 더 강한 포식자에게 처 먹히기나 하는데 내 그 꼴은 못 보지. 그쪽들은 리버티와 뜻 함께 하면서 저지먼트에게 머리채나 잡히고, 인권을 외치다 연구원들에게 끌려가 뇌를 다시 따이길 바라나?"
"아~니~요~"

곱게 땋은 긴 머리카락은 엉망진창으로 풀려 헝클어지고, 붉게 물들어 핏물이 뚝뚝 흘렀다. 코트는 원래의 모습이 무엇인지 추측할 수 없을 정도로 색이 얼룩덜룩했으며, 손은 피로 번들거렸다. 붉은 눈동자가 스크린에 잡혔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몰렸다. 저 악독한 눈을 마주치기 싫어 발치의 끔찍한 고깃덩이로, 그리고 그 아래에서 흥건히 고여가는 피로, 이내 스스로의 발치로.

"스트레인지의 패배자란 말이다. 자신이 이 혹독한 곳에서 살아남은 것 자체가 대단한 업적이라 믿지. 그래서 늘 기고만장하여 신나게 날뛰지만 알지 않느냐. 정점은 감히 노릴 수 없다는 것. 그런 곳에서 나는 말이다…… 정점에 서고 싶다. 악한 새끼들은 더 크고, 악독하고, 잔인하게 징치하고 싶고, 말 잘 듣는 것들에겐 어여쁘게 대해주고 싶다는 뜻이다. 즐겁지 않겠니? 너희는 날뛰기 때문에 행복하고, 나는 그 행복함에서 내 할 일을 하고. 그래, 내 자리에 서고 싶나?"

그는 배리어가 해제되자 머리를 관중석을 향해 툭 던졌다. 사람들은 동요했다. 어느 쪽이든 틀린 말은 없다. 시체를 앞에 두고 얘기하고 있으니 두려움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서휘는 사람에 대해 잘 알았다. 서휘는 감정이란 것이 있었고, 감정을 알기에 이질감 또한 알았다. 이질감을 심어주면 결국 공포로 이어지는 법. 제아무리 날고 기는 존재라 해도 압도적인 이질감과 공포를 심어주고, 제 앞에서 꼬리를 말고 목을 내어주게 만들도록 무릎 꿇리는 것이 적성에 맞았다.

"그렇다면 어디 와보거라. 그 같잖음을 갸륵히 여겨 어여삐 여겨주마."

서휘는 이내 발로 손가락 하나를 툭 차더니 라바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라바나는 마이크를 툭툭 두드리며 목을 가다듬더니,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외쳤다.

"교체전의 승자는, 어르신입니다! 큰 박수로 메트로폴리스의 주인을 환영해 주세요!"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봤다. 누군가 박수를 치자 전염되듯 박수소리는 거세지더니, 처음 보는 직원들이 능숙하게 시체를 끌고 가자 광기 어린 환호성을 내질렀다. 메트로폴리스가 다시금 우뚝 일어서고, 암약하던 어르신의 지위가 다시금 정립되는 순간이었다. 서휘는 링을 내려가며 자리를 태연히 빠져나갔고, 환호소리가 먹먹해질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메트로폴리스를 빠져나와 안드로이드 폐기장으로 이어지는 으슥한 골목에 들어설 적, 누군가 전자 담배라도 태우는지 뭉글거리고 새하얀 연기가 허공을 수놓고 있었다. 달콤한 포도 냄새에 서휘는 골목 입구에 툭 기대며 팔짱을 꼈고, 후드를 쓴 청년은 주머니에 담배를 쑤셔 넣으며 마찬가지로 벽에 기댔다.

"피 좀 봐."
"내 건 적어."
"그럴 줄 알았어요……. 배후는요?"
"라바나가 알아서 하겠지, 뭐."
"에어버스터가 알면 이번 일은 가만히 안 둘 것 같은데 누이에게 맡겼다고요……."
"자연사라고 네가 말 좀 잘 해주렴. 뭔놈의 샹그릴라가 이렇게 많은지."
"아…… 그건 좀 힘든데요…. 한 번 시도는 해볼게요……."
"어여쁘기도 하지. 어서 겨울이 지나야 갸륵히 여겨주기라도 하는데, 시간이 왜 이리 안 가는지 원."
"지랄은……. 아까 한 대 맞고 대가리가 아픈 듯하신데…… 상처 치료도 안 하고 무얼 하나요……."
"처제도 없고, 한결이도 없는 귀한 시간 아깝게 뭘 신경 쓰겠니?"
"오…… 저런, 유언은 그게 다인가요……."

서휘는 청년에게 성큼 다가가더니 뒤집어쓴 후드를 조심스럽게 벗겨주며 뺨 위에 손을 얹었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드리운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태오는 굳은살이 가득한 손에 뺨을 비비며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서휘는 그런 태오를 애지중지 다루듯 엄지로 천천히 관자놀이와 눈 부근을 쓸다 헛웃음을 흘렸다.

"……여전히 맹랑하기는. 내가 이런 걸로 죽을 것 같더니?"
"글쎄…… 아마 죽겠지요……. 당신이 죽지 않으면 내가 죽일 거라서요…."
"건방져."
"묵인해 줘요……."
"흠, 그러지 말고, 죽여주는 거 하나 있는데. 어떠니?"
"어떤 거."
"상납이 단 한 번 남았는데, 안 아프게 하는 방법."
"아…… 여기 밖이라 싫은데……."
"그래서 할 거니, 말 거니?"

태오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천천히 눈을 휘었다. 호선을 긋는 눈이 호수의 물을 차며 날아오르는 제비처럼 완벽한 곡선을 긋는다. 태오는 아무런 말도 없이 뺨을 비비던 고개를 돌려 손바닥에 입술을 대더니 달싹였다.

"버릇 나빠져도 좋다면. 겨울 지나기 전에 맛보기나 해보죠……."

이윽고 눈이 감겼다. 그림자는 단 하나의 틈 없이 겹치고, 달 하나 뜨지 않은 밤은 피비린내로 깊어져만 갔다.

590 태오주 (m0aZt0LD8Q)

2024-08-05 (모두 수고..) 17:41:52

밈미야 나리태오 가져옴... 근데 분량 1.5인

591 여로주:3 (tAa07rJxLc)

2024-08-05 (모두 수고..) 17:43:42

가족행사 드디어 끝... ㅇ<-<

다들 안농농!!! 3일 뒤 만나!

592 태오주 (VAaBZVjqbs)

2024-08-05 (모두 수고..) 17:46:47

여로롱 하이~ 고생 많았구 3일 뒤에 봅시다앙

593 혜성주 (wyihYZUPWc)

2024-08-05 (모두 수고..) 17:49:03

(독백도 못쓰고 현생에 치여 하루하루 힘없이 녹아가는 밈미가 손수건을 물어뜯으며 글솜씨에 질투!)

594 금주 (hDKZ8.FJVo)

2024-08-05 (모두 수고..) 17:52:23

>>593 혜성주.... ;-;

595 태오주 (VAaBZVjqbs)

2024-08-05 (모두 수고..) 17:52:42

크하하 맛있게 드시지(뭔) 그치만 현생은
우리 힘내자......🫠🫠🫠🥲🥲🥲... 혐생이여 혐생

596 혜우주 (FEuYjtpjYI)

2024-08-05 (모두 수고..) 17:59:49

텍스트에서 피비린내가 난다아아악
히이익

597 태오주 (VAaBZVjqbs)

2024-08-05 (모두 수고..) 18:03:20

다들 안뇨옹
(냥이복복

598 혜우주 (FEuYjtpjYI)

2024-08-05 (모두 수고..) 18:07:23

웅냐아아아아
(골골골)

599 혜성주 (WU3DWUewTc)

2024-08-05 (모두 수고..) 18:08:32

>>594 쓸 수 있워...! 쓸 수 있...워!(대체)(봑봑)

>>595 선생님 제가 바른생활을 하게 될 줄 몰랐워요.......😢😢

600 태오주 (a.ol78taZ.)

2024-08-05 (모두 수고..) 18:21:21

우헤헤....... 어찌됐든 이제 일상만 돌리면
갠이벤 조건은 다 채우는데
살려주세요 현생님...

>>599 (복복복) 바른생활은 초딩때만 하면 되는 줄 알앗는데 그치......

601 혜성주 (daKpMi7RkI)

2024-08-05 (모두 수고..) 18:23:46

>>600 일상? 혜우우 부름되?(대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자정까지 버티지 못하고 기절해버릴 줄은 정말 몰랐어 할미 (그저 웃지요)

602 태오주 (a.ol78taZ.)

2024-08-05 (모두 수고..) 18:28:49

>>601 흐흐 은우도 봐야해(현생: 어림X)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ㅋㅋㅋㅋㅋㅋㅋ 먼 느낌인지 공감 1억배... ㄹㅇ 걍 툭 누웠더니 담날이고
뭐 쓰는데 눈이 막
껌.
뻑.
어...으어? 이거 뭐라고 쓴 거야
으어...

ㄹㅇ...

603 혜성주 (CsQZ9Zongc)

2024-08-05 (모두 수고..) 18:35:29

갠찮아 뱜미 일상 관심가질 코뿔소들 많으니까 탱주 현생에 시간만 나면 될듯
아니면 일상 구한다고 던져놓고 쉬엄쉬엄해도 되고

뭐 써서 이게 먼소리고; 하고 호동냥이 같은 표정되면 다행이게....
그것도 못하고 뻗기 일쑤다보니 짜놨던 독백 플랫 다 까먹고 아주
머.....징징거림은 여기까지만 해야지 아이고 난

604 혜우주 (FEuYjtpjYI)

2024-08-05 (모두 수고..) 18:59:43

605 한양주 (knK8jooD.6)

2024-08-05 (모두 수고..) 19:01:35

>>604

606 혜우주 (FEuYjtpjYI)

2024-08-05 (모두 수고..) 19:02:10

>>605 키에엑 (바둥바둥)

607 태오주 (a.ol78taZ.)

2024-08-05 (모두 수고..) 19:03:37

라바나는 링에 내려가기가 무섭게 대기명령이 떨어지자 한 맺힌 고라니처럼 울부짖었다.

갠적으로 오늘 젤 조아하는 문장이야
나의 리틀 스위티 고라니 라바나

608 혜우주 (FEuYjtpjYI)

2024-08-05 (모두 수고..) 19:29:14



바나바나야...

609 혜우주 (FEuYjtpjYI)

2024-08-05 (모두 수고..) 19:29:49

https://www.youtube.com/watch?v=3UGSr3MBmzo

610 ◆TMmm6tsoPA (LQBs/GjuL2)

2024-08-05 (모두 수고..) 19:33:19

죽겠어요...월요일...죽겠어요..(죽은 눈)

갱신할게요! 다들 안녕하세요!

611 혜우주 (FEuYjtpjYI)

2024-08-05 (모두 수고..) 19:37:55

캡틴 하이
그래도 비 좀 내리니까 살만하다야

612 ◆TMmm6tsoPA (LQBs/GjuL2)

2024-08-05 (모두 수고..) 19:39:56

(우산을 안 가지고 갔던 이)
(죽은 눈)

613 태오주 (a.ol78taZ.)

2024-08-05 (모두 수고..) 19:41:19

캡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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