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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누군가와 축제를 즐겼던 카나타와 달리 스즈네는 되려 축제 때마다 얌전했다. 매 해마다 카페 부스에 앉아서 아는 얼굴이 보일 때마다 해맑게 웃으며 인사는 했으니 축제에 있었구나 싶지만. 그 해맑은 웃음소리가 축제 부스에서 울린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기껏해야 게임류 부스만 몇군데 도는 걸로 끝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축제의 화려한 전경을 그저 멀리서 눈에만 담게 되었던 건.
그랬던 스즈네가 올 해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카나타와 같이 금붕어 잡기를 했다. 선뜻 내기까지 응해 지지 않을 거라며 큰소리 땅땅 쳤지만. 결과는 운명의 장난처럼 잡은 금붕어마저 놓치는 바람에 지고 말았다. 훌쩍. 아쉬움과 서러움을 담긴 소리를 내던 스즈네는 괜히 금붕어들을 향해 중얼거렸다.
"우우우... 니네 나빴어..."
그런다고 저 물고기들이 들을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아쉬움 철철 넘치는 결과에 요요츠리로 다시 하자고 하니 카나타도 그러자고 했다. 게다가 선공까지 내어준다는 말에 방금 전까지 울먹이던 스즈네의 얼굴이 파아앗! 하고 밝아졌다.
"응! 고마워~ 카나쨩~"
에헤헤~ 금새 다시 웃게 된 스즈네는 남은 금붕어 세마리도 마저 물에 풀어주었다. 그리고 부스 주인에게 재밌었어요~ 하고 인사하고 옆 부스로 옮겨갔다. 카나타의 유카타 소매를 잡은 채였으니 자연스레 스즈네의 종종걸음을 따라가게 되지 않았을까. 바로 옆이니 멀리 갈 것도 아니었고.
"소원권인데 야키소바랑 초코바나나로 돼~? 카나쨩~ 남자애가 담이 작네~"
기분 풀리자마자 종알거리며 요요츠리 앞에 선 스즈네. 이번에 내가 낼 거야~ 라며 자신과 카나타 몫을 계산했다. 짤랑짤랑. 잔돈을 받아 손목에 건 주머니 가방에 넣은 스즈네는 카나타의 유카타를 놓고 다시 수조 앞에 앉았다. 아까 그랬듯이 이번에는~! 이라며 기운차게 갈고리를 물에 담갔지만...
"힝이야..."
이번엔 한 개를 건지기도 전에 갈고리에 건 종이가 뚝. 끊어지는 바람에 시작부터 지고 말았다. 연달은 두 번의 완벽한 패배 앞에 스즈네는 울먹이는 것을 엄어 풀이 팍 죽었다. 진 것도 진 것이지만 역시 한 개도 못 건진게 너무 아쉽기도 해서였다.
"저거어 한 개만 건졌어도... 우우... 이제 카나쨩 차례야~"
그래도 순서는 끝났으니까. 스즈네는 옆으로 꼼질꼼질 움직여서 카나타가 요요츠리를 할 수 있게 비켜주었다. 그러면서 눈으로는 방금 건지려 했던 흰색과 하늘색 요요를 보고 있었다. 카나타가 끝나면 한 번 더 할까. 같은 생각을 하면서.
담이 작다고 말하는 스즈네의 말에 카나타는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대꾸했다. 소원권이라고 해도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것보단 적당히 소소하게 끝나는 것이 좋았다. 거기다가 야키소바와 초코바나나 맛있지 않은가. 반대로 그녀는 뭘 요구하고 싶길래 저렇게 말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스즈네가 계산하는 것을 바라봤다.
"...참고로 묻는거데, 넌 뭘 빌건데?"
스즈네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딱히 생각하는 것은 없지 않았을까. 그렇게 추측을 하며, 그는 물음을 마쳤다. 그리고 그녀가 요요츠리를 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나도 건지지 못하고 뚝 끊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장난치듯 가벼운 목소리를 뱉었다.
"...시작 전에 토박이가 어쩌고 한 것은 어디로 간 거야? 봐.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
이어 그는 그녀가 자리를 비켜주자 그 자리에 섰다. 이어 그는 잠시 집중하는 듯 하더니, 아주 능숙하게 방금 그녀가 건지려다가 실패한 하늘색 물풍선을 끄집어냈다. 이어 빨간색, 보라색, 검은색, 파란색. 딱 그 정도 끄집어내자 자연히 종이가 뚝 끊어졌고 그는 숨을 후우 내뱉었다.
"이겼네."
무덤덤하게, 하지만 입가에 미소를 살며시 머금으며 승리를 선언한 카나타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맨 처음에 꺼냈던 하늘색 물풍선을 그녀에게 내밀었고, 다른 것들은 모두 반납하겠다는 듯이 물 속에 집어넣었다.
"...이거 노렸었지? 가져가. ...이번 거 돈을 낸 답례야. ...야키소바와 초코바나나는 별도야."
그 두 개는 확실하게 받아가겠다는 듯, 그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살짝 섞어 입가에 미소를 계속해서 머금었다.
한 마디도 안 진다고 해야 할까. 장단을 참 잘 맞춰준다고 해야 할까. 농담조의 말을 농담반 진담반으로 돌려주던 스즈네는 문득 돌아온 질문에 카나타를 향해 눈을 깜빡였다. 말할까 말까. 혹은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 같은 눈빛이었다. 그러다가 히죽 웃으면서 입술 위로 검지를 세웠다.
"내가 이기면 가르쳐주지~ 정 궁금하면 카나쨩의 소원권을 써야겠지만~?"
한 번 더 하자고는 했지만 스즈네 역시 이미 카나타의 승리를 인정하고는 있었다. 다만 상황의 아쉬움이 괜히 그런 말 하게끔 만들었던 것이다. 아니었으면 깔끔히 나버린 재승부에도 승복하지 못 하고 삐지거나 했겠지만. 그럴 일 없이 기세만 푹 꺾여선 히잉, 하는 소리만 냈다.
"우우우... 사실 잘 못 한단 말야~ 매년 히-쨩이나 시키쨩이 따주는 걸~"
볼멘소리로 투덜거리던 스즈네는 이번에도 연달아 물풍선을 꺼내는 카나타를 바라보았다. 제일 처음 하늘색 물풍선이 걸리자 으엥~ 하며 아쉬워했지만 그 뒤로도 연달아 올라오는 물풍선들을 보고 신기한 걸 보듯 고개를 왔다리갔다리 움직였다. 그렇게 다섯개 건지고 종이가 끊어지니 스즈네가 더 아쉬워했다. 그래도 재밌었으니까 내가 졌네~ 그럼 가자~ 하고 일어서는데.
"응? 진짜? 진짜 나 주는 거야~?"
카나타가 하늘색 요요를 주자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요요와 카나타를 번갈아봤다. 그걸 받고서도 햐아아... 하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잠시 생각하는 듯 했지만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만약 정말로 여기서 감추는 것이라면 자신이 물어봐야 실례되는 행동일테니 굳이 캐물을 필요는 없었다. 말하고 싶다면 어련히 알아서 말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굳이 소원에 대해서 더 묻지 않았다. 애초에 소원권을 써서 상대의 소원을 듣는 것 자체가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자신에게 이득이 없었고, 그저 소원권 하나를 허무하게 날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카나타는 판단했다. 물론 야키소바와 초코바나나에 쓰는 것도 낭비가 아닐까 싶었지만.
어쨌든 이번 내기는 자신의 승리. 승부욕이 불탄 상태였기 때문에 카나타는 승리가 확정되자 자신도 모르게 뿌듯함을 느꼈다. 역시 이런 축제에서는 이런 식으로 노는 것도 재밌는 법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하늘색 물풍선을 주자 자신과 물풍선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는 스즈네의 모습에 카나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저리도 좋을까. 눈이 빛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게 많이는 못 먹어. 마음만 받을게. 야끼소바와 초코바나나로 충분해. ...굳이 돈을 더 쓰고 싶다면... 우리 부스에 와서 강아지 간식이나 고양이 간식을 많이 사 줘."
그럼 매상이 올라서 내 용돈도 올라가. 진심인지 농인지 모를 말을 가볍게 하면서 그는 손에 물풍선을 걸어 통통 튕기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그리도 좋을까.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에는 저렇게 많이 놀았지. 자연스럽게 그녀의 오른손을 잡으면서 그는 다시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일단 먹을 것을 사고 먹으면서 돌아다니자. ...야끼소바와 초코바나나 둘 다 걸으면서 먹을 수 있잖아. 그리고..."
그는 가만히 고개를 돌리면서 주변 부스들을 확인했다. 야끼소바와 초코바나나만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음식들을 파는 부스가 많았다. 빙수라던가, 타코야끼라던가, 링고아메 기타 등등. 어차피 돌아다니면서 뭔가를 먹을 것 같으면 지금 먹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부스에서 일하다가 이제 막 쉬게 된 만큼, 배가 조금 고픈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먹을 것부터 사자고 그녀에게 제안했다.
"...그러고 보니 되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 그 동안 어떻게 지냈어? ...많이 바빴어? ...아. 이렇게 묻는 것도 이상하긴 하네. ...방학 기간 조금 안 본 것으로 이렇게 묻는 것도 말이야."
처음부터 내기 승부 자체는 아무래도 좋았던 스즈네로서는 졌어도 크게 분하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이득 본 기분이다. 재차 오지 않아도 원하는 물풍선 요요를 얻었으니까. 매년 축제마다 이것 하나 만큼은 꼭 챙겨가곤 했던 스즈네였기에 내기에 졌어도 마냥 즐겁기만 했다. 무엇보다 이제부터 할 것도 많이 남았고 말이다.
"그럼~ 나중에 링링이 데리고 갈게~ 간만에 친구들이랑 놀게 해줘야지~"
서로의 부스가 오늘만 열리는 것도 아니니 갈 시간을 만들기만 하면 되었다. 내일이나 모레쯤 가겠다며 재잘거린 스즈네는 다시금 잡힌 손을 꼭 쥐고 종종 걷기 시작했다. 한창 인파 활발할 시간이니 여기저기서 만드는 음식 냄새들에 스즈네도 잠시 잊고 있던 허기가 되살아났다. 달콤하고 고소하고 짭짤하게 뒤섞인 축제 음식 냄새에 침을 꿀꺽 삼킨 스즈네가 고개를 파닥파닥 끄덕였다.
"그러자 그러자~! 나아두 배고팠는데 이제 생각났어~ 꼬치구이 먹고싶다아~"
숯불 화로에 바로 구워서 먹기 좋게 담아주는 닭꼬치는 그야말로 별미 중의 별미다. 지금이라면 큰 걸로 다섯 꼬치는 먹을 수 있겠다며 조잘거리던 스즈네는 근황을 묻는 질문에 잠시 음~ 하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매일 보다가 안 보면 그럴 만두 하지~ 나도 오랜만인 기분이었구~ 나~ 뭐~ 일하구 놀구~ 먹고 자구~ 매일매일 충실하게 뒹구느라 바빴지~ 그리그 올 해는 집행부 일도 있으니까~ 그 왜~ 개울 청소할 때랑~ 산에 갔을 때~ 나도 있었다아~?"
아직 카페 일을 돕는 수준인 카나타와 달리 스즈네는 방학이면 본격적으로 차 관련 일을 도왔다. 토키와라에 공급되는 찻잎을 손수 갈아 포장하여 배달하거나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차를 대접하며 접대하는 요령을 키웠다. 하지만 스즈네가 하는 일은 딱 거기까지였다. 집에서 멀리 떨어지거나 토키와라를 벗어나 무언가를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토키고 방학 중 키리야마 가에 가면 십중팔구 스즈네가 사람들을 반겼다. 묵은 듯 신선한 찻잎향과 함께.
"아~ 저기 야끼소바 있다아~"
스즈네가 먼저 야끼소바 부스를 찾아 가리켰다. 맞은편에 꼬치구이 부스도 있었다. 번갈아서 사면 되겠다고 말하며 히히~ 웃던 스즈네는 이번엔 카나타 차례라는 듯 고개 들어 바라보며 물었다.
"카나쨩은 뭐 했어~? 입시 공부~? 카나쨩~ 대학은 근처로 가겠다고 했던 것도 같구~"
둘 다 3학년이었으니 자연스레 학생들 사이로 이런 저런 말이 오갈 법도 했다. 그 속에 들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아무리 반려동물이 모이는 소통의 장이라고 해도,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오면 보통 곤란한 것이 아니었다. 친구하자고 다가가는데 공격을 하거나 이빨을 들이밀면 결국 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를 흘리는 일이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에 비해 링링이는 그런 문제점이 없었으니 카나타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리카가 좋아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절로 미소를 지었다. 조만간에 귀여운 고양이들이 나른하게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얼굴의 미소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면 넌 꼬치구이를 먹으면 되겠네. 야끼소바는 어느 정도 나눠줄 수도 있어. ...하지만 초코바나나는 작으니까 안돼."
한입을 줬더니 반이 사라졌다 같은 이야기는 겪고 싶지 않았는지,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다가 기왕 이렇게 된 거, 자신도 돈을 써서 다른 먹을 것도 사볼까. 그렇게 생각을 하나 너무 많은 것을 들기는 또 힘들었다. 그렇기에 일단 먹은 후에 생각하기로 하며, 그는 스즈네의 근황에 대해 귀를 기울였다. 일하고 놀고 먹고 놀고 충실하게 뒹구느라 바빴다. 생각 이상으로 그녀는 꽤 바쁘게 지낸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 개울 청소와 산에 갔을 때라는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봤었어. 하지만 산은...글쎄. 나는 나랑 같이 내려간 호리이 이외에는 다른 애들이 내려가는 것은 못 본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그 날에 있었던 일은 영 기억이 애매하게 남아있었다. 뭔가 단체로 올라갔다가 2인 1조로 내려가야 한다고 해서 근처에 있던 호리이에게 가자고 이야기를 했고, 내려갔다가 뭔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을 기억하려고 하니, 또 기억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부적이 있었는데, 그 부적은 대체 뭔지. 영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꺼림칙하지는 않아 지금도 가지고 있는 그 부적을 떠올리면서 그는 괜히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다시 밖으로 빼냈다.
"입시 공부... 일단은 하고 있어. ...근처에 있는 대학을 간다고 하더라도 성적은 어느 정도 나와야 하니까. ...들어갈 수 있으면 들어가고, 아니면 안 들어갈거야. ...그리고 뭐... 하는 것이라고 해도 카페 일 가끔 도와주고, 공부 하고, 집행부 일을 하고, 돌아다니고, 애들 산책시키고 이것의 반복이야. ...딱히 기억에 남는 그런 일은 없었어."
뭔가 묘하게 조용조용하게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그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아직 여름은 남았으니 그 사이에 이런저런 즐거운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야끼소바 부스를 찾아 발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옮겼다. 물론 그러면서도 스즈네가 따라올 수 있게 속도를 맞추는 것을 잊지 않았다.
"...졸업하면 슬슬 카페 일을 심화적으로 배울 생각이야. ...그 카페는 내 꺼야. ...그러니까 전부 배울거야. ...제대로 물려받으면 하루 정도는 서비스 해줄게. 공짜 이용으로."
그래서 카나타가 자신의 소원 관련으로 말했잖아? 이해받기 힘들고 누군가는 상당히 싫어할 소원이라고 말이야. 카나타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굳이 이루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딱히 남들에게도 말을 안한다고 말이야. 그냥 카나타가 개인적으로 조금 꺼리는 것 뿐이지...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고 해서 그것을 결사반대하고 그러진 않을거야! 결국 변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카나타의 반응에 스즈네는 짐짓 뿌듯하게 말했다. 링링이의 사교성은 스즈네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누군가에게 버림 받아 죽어가던 아이를 누구에게나 살갑고 애교 많은 아이로 키우기까지 얼마나 열심이었던가! 원래 살가운 랙돌이라는 점도 있긴 했지만 링링이는 랙돌인 점을 넘어선 사교성과 사회성이 있었다. 그래서 가끔 호시노 카페에 데려가도 사고나 싸움 한 번 낸 적이 없었다. 스즈네 역시 호시노 카페의 아이들과 노는 링링이를 생각하며 히히~ 웃었다.
"초코바나나는 나도 먹을 거니까 그럴 일 없네용~ 그치만 나두 꼬치구이는 나눠줄게~"
낮부터 고생했다고 용돈을 넉넉히 받은 덕에 각자 하나씩 사먹는 건 문제 될 것도 없었다. 오늘은 큰 맘 먹고 초콜릿 더블로 해볼까~ 라며 나름의 결심을 하며 스즈네 또한 카나타의 얘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음~ 나도 그렇긴 해~ 올라갈 때는 다같이였으니까~ 그런데 나는 내려갈 때도 누구 누구 있나 보고 마지막에 내려갔었거든~ 세이쨩이랑 내려가다가~ 이상한 일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분명 있긴 했지만 시일이 지난 지금은 정확한 맥락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어딘가에 발을 들일 뻔 했다는 감각은 아직도 선명했다. 붉은 빛을 넘어가면 그토록 염원하던 곳에 닿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대부분의 토키와라 아이들은 일단 타지로 나가는 것을 진로로 정하곤 했다. 가장 대표적인게 대학이다. 예체능 특기가 아닌 이상 지역을 벗어날 때와 구실이 그것 뿐이니. 그러니 카나타의 단호한 카페 후계 선언은 스즈네라도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정작 자신도 나갈 생각은 없으면서 말이다.
"안녕하세요오~ 아끼소바 하나~ 포장해주세요~"
산행도 식후경이랬다. 어느새 다다른 야끼소바 부스에서 1인분을 포장 주문하곤 스즈네가 값을 치렀다. 주문을 받은 털털한 인상의 점주가 철판 위에 면과 양배추 등등을 소스와 함께 볶기 시작하자 스즈네가 다시금 말했다.
뭔가 있었던 것 같지만 정확하게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부적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이고, 왜 그때의 기억만 애매한 것인지. 정말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에 홀린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기엔 딱히 다친 곳도 없고, 크게 해를 입은 곳도 없었다. 물론 자신이 자각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참으로 애매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며 카나타는 눈을 조용히 감으며 한숨을 후우 내뱉었다.
"...그러게. 그건 조금 신기하긴 하네. ...하지만 마을이 마냥 작은 것은 아니니까..."
확률적으로 따져보면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찌되었건 오늘 봤으니 된 것 아니겠는가. 딱 그 정도로만 생각하며 그는 이내 들려오는 그녀의 물음에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여기저기 다녀보고 놀고 싶지 않냐라. 그건 지금도 비슷하게 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채웠다. 실제로 그는 오사카도, 교토도, 가끔은 도쿄도 갔다오고는 했으니까. 대부분 동물을 보기 위해서였지만. 아. 그러고 보니 교토의 아라시야마 몽키파크. 오랜만에 다시 가고 싶다. 조만간에 다시 가볼까. 김에 이나리 신사도 보고. 그런 계획을 머릿속으로 세우면서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닫혔던 입을 열었다.
"...지금도 여기저기 놀러다니고 있어. ...조만간에 도쿄나 오사카. 둘 중 하나는 또 가볼꺼야. ...아니면 벳푸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즉, 할 것을 하면서도 여기저기 놀러다니는 것은 문제없다는 발언이었다. 카페의 운영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알바생을 뽑아서 맡기는 방법도 있었고, 정식 직원을 뽑아서 휴가제로 돌아가면서 쉬는 방법도 있지 않겠는가. 생각해보면 직장인들은 다 그렇게 하고 있으니 자신도 별 차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야키소바 부스에 도착하고 야키소바 주문이 들어가자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맛있어보이네. 면과 양배추를 볶고 있는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카나타의 눈동자는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던 도중 스즈네의 물음이 들려오자 그의 시선이 다시 그녀에게 향했다. 그 물음에 그는 그녀에게 대답했다.
"...여기에 있으면 다른 세상을 볼 수 없는 거야? ...볼 수 있어. 시간만 따라준다면야."
여기에서 산다고 해서 평생 이곳 안에서만 있을 것은 아니고 지금처럼 한번씩은 다른 곳으로 놀러갈테니, 지금과 별 차이는 없지 않나라는 것이 카나타의 생각이었다. 이내 다 볶은 야키소바가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에 담겼다. 나무 젓가락 하나와 함께 점주가 내밀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야키소바를 두 손으로 받았다.
"...잘 먹을게. 그럼 초코바나나 사러 가자. ...그보다... 왜 그런 것을 묻는 거야? ...여행이라도 길게 가려고 준비중이야? 너?"
만약 그렇다면 잘 다녀오고. 그렇게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살며시 몸을 돌린 후에 초코바나나를 파는 부스로 향하려고 했다. 어서 가자는 듯, 턱짓을 하면서 앞을 바라보는 것이 평소의 무덤덤한 느낌의 카나타의 모습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