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5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자련은 문득 고개를 내밀어 객잔 입구를 봅니다. 뭔가 소란스러운 기분이네요? 자련은 숟가락을 입에 물고 먹던 것을 잠시 멈춥니다. 찬찬히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니... 손님이 왔는데 자리가 없다는 핑계로 안 받으려는 모양입니다. 이상하다, 보통 사람을 더 받으면 객잔에 좋은 거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자련은 곧 깨닫습니다. 아... 저 사람, 외모가.
기실, 길거리에 살다 보면 온갖 꼴을 다 보는 법입니다. 추한 외모를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구요. 잠시 고민하던 자련은 손을 들어 휘휘 흔듭니다.
"저기, 여기 자리 남아요! 어차피 혼자 먹기도 심심했는데... 그쪽 손님 분만 괜찮으시면 합석해도 돼요."
이제 객잔 주인의 핑계도 효력이 없어졌습니다. 손님인 자련이 나서서 합석도 괜찮다고 해버렸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객잔 주인의 얼굴이 대놓고 썩어버립니다. 뭐, 자련이 알 바는 아니지만요. 자련은 당신을 돌아보며 묻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현실과 다르다는 것. 그 표현은 당연하지만, 이상한 것이다. 현실에서 벗어난 나는, 검을 내팽겨친 채로 내달리고 있다. 팔 한 짝이 없어서 균형은 휘청거리면서, 계속, 계속 내달린다. 그 얼굴은 여러 모습으로 변한다. 어릴적 치기 어린 채 대호를 잡겠다 까불던 어린아이의 모습이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 가족들의 동정을 사는 얼굴이었다. 곧, 신념을 가진 채 굳은 표정을 지은 얼굴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얼굴들을 떨어진 거리에서 본다. 도망치는 그 얼굴은 개운해 보이기까지 했다. 몸을 여러 번 휘청이면서도 내달리는 그 표정에는 이전에 내가 보던 어떤 표정들보다 해방되고, 고조되어 있었다.
2.
"신채훈." "예. 소가주님."
덩치가 썩 큰 남자의 말에 그보다는 얇은 듯 싶은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그 다음 돌아올 말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실없는 농담 하나 해봐도 되나?" "농담 말씀이십니까. 소가주님께서 하시는 농담이라면 썩 어울릴 것 같진 않습니다만." "하하... 이것 참."
거한은 멋쩍은 듯 웃지도, 무표정하지도 않은 표정을 짓다가 입을 닫았다. 말하려다가, 말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입을 꾹 닫은 것에 그 상대가 조심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왜 대답을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담긴 눈이었다.
"별로 재밌는 농담은 아닐 것 같아서 그렇네."
상대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서야 거한은 잠깐 고민하는 것처럼 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네는 내가 도망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상대는 그 말의 의도를 생각했다. 무언가 이유가 있어 피하려는 이유일까. 아니면 정말 순수한 도망의 의미일까. 그 말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려 머리를 굴리다가, 곧 포기한 듯 말을 뱉었다.
"무슨 뜻이신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내가 말하는 것에 무슨 뜻이 있다고.. 그냥, 그렇다는 의미지."
상대는 조심스럽게 거한을 살폈다. 그 분위기를 읽지 못한 것이 이후에 어떤 표현으로 돌아올까 모를 탓에 그 눈치를 살핀 것이다. 그러나 썩 어려운 농담을 던진 것과는 달리 거한의 표정은 농담을 하기 전과 똑같았다. 농담이란 것은 상대를 웃기거나, 화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면서도 감정에 변화가 없다. 이것은 일종의 시험같은 것일까 싶어 거한의 상대는 고민을 이어갔다.
"아마... 소가주께서 도망치신다면, 쫓지 않겠습니까."
거한의 표정이 흥미롭다는 듯, 그 눈썹이 살짝 치켜들렸다.
"쫓는다....?" "예. 제가 지금까지 지켜본 소가주께서는 마치 호랑이의 등 위에 올라탄 것처럼 내달리는 분이셨습니다."
상대는 자신의 비유가 맞을까 천천히 말을 추렸다. 그것이 이상하지 않았으니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람은 목표 아래서 좌절하고 절망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위치에서 자신들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그것이 스스로를 괴롭힌다면 쉽게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거침없이 말을 잇는다.
"그러나 제가 지켜본 소가주께선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마치 사람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었지요. 마치 한 번 실패한다면 두 번쨰 계획을 세우고, 세 번째 계획의 그림을 그리시면서. 그 자리까지 도달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돌연 거한의 표정이 미묘한 변화를 띄었으나, 상대는 이미 멈추기에는 너무 많은 말을 하였단 사실을 알았다. 말은 어느 순간에는 끊어내기 쉽지만 그 능선을 넘어서면 더이상 쉽게 멈추기 어려운 것이 된다. 어쩌면 좀 미움을 살지도 모르겠지만, 그것 때문에 말을 멈춘다면 자신을 등용할 이유가 없었기에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 채로 답했다.
"거대한 대호의 등 위에 탄 사람은 앞의 풍경을 보거나, 뒤의 풍경을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호는 모든 것을 살피게 해줄만큼 너그러운 동물이 아니고, 거기서 선택하지 못한다면 등에서 떨어져 죽는 것이 더욱 당연할테니."
상대는 그 말을 하면서 분위기를 깨우려는 듯 멋쩍은 미소를 짓고 중얼거렸다.
"농담이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시험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 사이의 약속이 이어지는 한, 저는 소가주를 배신하지 않을테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둘 사이에 오묘한 정적이 가라앉는다. 벌써 몇 년, 두 사람은 꽤 많은 계절을 지나왔다. 그것은 변화를 지켜봤음을 담고 있기도 했다. 상대가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를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 자신들이 봐온 모습들이 있었다. 후덥한 정적이 잠시 둘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깨어진다. 거한은 웃으며 자신의 배를 부여잡았다.
"하하하하하하, 아, 미, 미안하네... 크흐흐......그냥 농담에 자네가 너무 신중한 듯 하기에 무슨 말을 해야하나 고민을 했더니."
웃음이 터져나오고 말았단 것처럼 거한은 웃었다. 그 표정은 미묘한 무표정의 웃음에서 벗어나선, 꽤 즐거운 것처럼 보였다. 상대는 그때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말이 무언가의 도화선을 건드렸단 것을 말이다. 그러나 그 미묘함을 말로 꺼낼 수 없었다. 그 시간만큼, 둘은 친하지 못했다. 군신관계, 계약관계. 그런 말이 어울릴 둘의 사이에 걱정이나 다른 말들은 나올 수 없었다. 상대는 그저, 거한을 잘 보좌해야만 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말이다.
둘은 같은 대호에 올라타 있었다. 그러나, 중원이 대호의 머리를 쥔 것과 달리 신채훈은 대호의 등 위에 올라타 있었을 뿐이다. 그 미묘한 듯 큰 차이가 두 사람의 거리였다. 그래서, 신채훈은 여전히 모용중원을 이해할 수 없다.
3.
그렇게 도망치는 나를 따라 걸으려 하면, 나는 내 팔이 무겁단 것을 느낀다. 그건 내 오른쪽에서부터 느껴지는 무게이다. 그곳에는 하나의 의수가 있었다. 무게부터, 길이까지. 팔에 어울리는 형태로 있는 그 의수로부터 느껴지는 무게가 있다. 아니. 사실은 고개를 천천히 돌려보면 의수의 아래로부터 수많은 얼굴들이 나를 바라본다. 그 얼굴들은 내가 아는 얼굴들이기도 하고, 몰랐던 얼굴들이기도 했다. 그들은 나를 향해, 물음을 던진다.
- 왜, 왜? 왜? -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네 목적을 위해 우리들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 왜 넌 도망치려고 해?
- 왜?
그 얼굴은 희생된 이들의 얼굴이다. 내가 살아오기 위해 지나친 이들의 얼굴이었다. 아버지를 내치려는 나를, 거친 방법으로라도 말리려다가, 방법이 없어 날 죽이려 했던 삼촌의 얼굴이 나의 팔을 붙잡고 있다. 그를 내가 죽였다. 나에게 웃으면서 먹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보던 숙수의 얼굴도 있었다. 그는 피눈물을 흘리면서 머리 한 편이 깨진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가족을 인질로 잡혀 내 음식에 독을 탔기에 그는 내 앞에 가족들과 함께 잡혀왔다. 나는 그의 가족들을 죽이면서 그의 뒤를 사주한 이들을 물었다. 그는 그것을 말하지 않고, 머리 한 쪽을 내려치며 죽으려 하다가 실패했다. 마지막에 그는 나를 저주했다. 네 아비를 죽이려던 네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이렇게 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를 내가 죽였다.
죽였다. 많이, 뛰어난 오성으로도 모두 기억하지 못할 만큼 많이, 죽였다.
목표를 위해서 죽였다. 살아남기 위해서 죽였다. 나를 배신한 자들을 죽였다.
그 피의 무게가 의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 무게에 눈을 돌려 떨어지지 않은 왼팔을 바라보면, 그 팔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에게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 나에게 자신을 의탁한 사람들, 나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던지던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용진철의 얼굴이 나를 바라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내가 당연히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안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내가 가야할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궁지원의 얼굴이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내가 길을 알고 있으리라는 듯이 믿음을 전하고 있었다. 류호의 얼굴이 보인다. 좋은 세계를 만드는 것에, 자신에게 지혜를, 힘을 빌려주리라고 아는 것처럼. 그 흉한 얼굴을 살짝 숨기고 나의 어깨를 손으로 받치고 있었다.
그리고, 도연의 팔이 중원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 무게로부터 온기가 전해졌다. 이제는 놓칠 수 없다는 듯 감싼 채로 표현이 전해졌다. 그 짐을 나눌 수는 없겠지만, 넘어지려 하는 것을 막아줄 수는 있다고 했다.
나는 먼 거리를 뛰어가는 나를 바라본다. 그는 해방감을 만끽하며 저 밝은 빛무리 속으로 뛰어가고 있다. 그 끝이 어쩌면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르면서도, 그는 행복하게 내달린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나는 이전에 내가 걸어오던 얼룩진 길을 바라본다. 그 길 끝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얼룩진 빛이 있다. 이것은 행복일지 절망일지 모른다는 것처럼 빛을 내고 있었다.
나는 무게들을 감당한 채로 얼룩진 길을 걷는다. 그 길 끝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를 받치는 사람들과 나를 붙잡는 무게가 있는 한은 나는 이 길을 아직 벗어날 수가 없었다.
4.
아직은 도망칠 수 없었다. 아니. 아직은 나를 기대하는 사람들을 배신할 수 없다.
그러니 나는 여전히, 얼룩진 길로 향한다. 그 끝에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결과가 이뤄진다 한들, 나를 뒷받친 이들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