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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야기하면서 키득거렸다. 알고 있다. 네가 날 형으로써 좋아하고 있다는것 쯤은. 사실 존경까지는 잘 모르겠다. 자신이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이던가.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자신은 아직 철 없는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요즈음 들어 그걸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존경받는다는것이 어색했다. 너는 빙글 웃어 보였고, 나는 그런 너를 바라보며 오므라이스를 한입 더 입에 넣었지. 다 씹고 나서야 말을 했고.
"어."
짧은 대답 이후에 "글쎄?" 그리 말하면서 흥, 하고 괜히 네게 투정부리다가. "넌 어떤데." 그리 이야기하면서 괜히 숟가락 깨작거리며 오므라이스를 휘저을 뿐이었다. 그러다 짧게 한숨 쉬고.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너 말야."
"별 다른 일은 없지?"
눈에 띄게 화제를 돌리면서. 마시로에 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건, 그 아이의 입으로 듣고 싶었다. 무엇이 되었든. 그러니까. 티 나게 화제 돌린다 하더라도 좋다. 적어도 지금으로써는.
"일급 호텔에 재워줄게."
"맞아, 히라무."
"어디에서든 기다릴게. 얼마나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형제야. 그렇지?"
널 보면서 괜히 웃어보이고. 그래, 이걸로 되었다. 쓸데없는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노파심에 말을 얹어 그르치는건 사양이었다. 그저 조용한 고양이처럼 곁에 있고 싶었다. 다시금 한입 크게 오므라이스를 떠 입에 넣었다.
스즈네가 마주친 것은 분명히 어떤 한계선이었다. 그것은 어떤 높이 치솟은 벽이나 깎아지른 낭떠러지 같은 것이 아니었다. 살얼음판이었지. 부주의하게 더 내딛어버리면, 와장창 깨져서는 당신에게 차가운 물을 한가득 끼얹어버릴 살얼음판. 스즈네는 현명하게 잘 멈추어섰다. 그때 스즈네의 귀에 들린 체념한 듯한 소년의 발언은, 살얼음판 너머에 쓰러져 있는 상처입은 짐승이 내는 신음소리였을까, 아니면 살얼음판에 금이 가는 소리였을까?
"......"
그것이 어떤 소리였건 간에 스즈네는 대답했고, 미카즈키는 스즈네를 바라보고 있었다. 공허하기 짝이 없는 푸른 눈 안에 담긴 게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놀라움? 동질감? 경계심? 아니, 아직 무엇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섣부른 일일 듯하다.
"...그러다가 또 누군가 상처입을지도 모른다고, 그게 무서워서요."
마치 오히려 그게 당연한 일이기라도 하다는 듯한 말투다. 틀린 말도 아니다. 몇 마디 말을 섞어본 바, 확실히 그 소년은 어딘가 고장나 있었고, 어딘가 깨어져 있었으니까. 깨어졌으니 당연히 뾰죽한 부분도 있고 날선 부분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 소년도, 깨어진 자리가 아물기를, 하다못해 닳아서 무뎌지기라도 하기를 바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스즈네의 제안에, 미카즈키는 찻잔을 내려놓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마시로랑 있으면 아오도 금방 오빠가 된다. 오므라이스도 만들어 주고, 오토바이도 태워주고. 히라무랑 있을 때도 그러지만 히라무 앞에서보다 더...이런 말은 실례지만, 젠체하는 게 보인달까? 오해는 금물이다. 히라무는 아오의 그런 모습도 제법 좋아한다.
"왜, 마시로도 아오군 오므라이스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서는 이런 능청스러운 태도로 말하지도 않는다.
"나? 내가 뭐?"
히라무는 오므라이스를 열심히 먹으면서 아오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냥 말 돌리려고 한 얘기겠지만 히라무를 떠보려는 의중도 없는 게 아니다.
"난 어린애라고 들어도 상관 없어. 마시로한테는 특히. 원래 사람은 자기가 제일 듣기 싫은 말로 흉보는 거라고 했지."
그래놓고 히라무는 코로만 흐흥 웃었다. 입은 오므라이스를 먹어야 돼서 바빴다. 착한 동생이 되려면 이쯤에서 멈춰야겠지만 아오도 히라무에게 착한 동생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히라무는 그와 별개로 화제를 돌리는 아오에게 맞춰주려고 했다. 둘의 문제는 둘의 일이고 아마 아오는...다시 말하지만, 히라무는 이런 아오를 보는 게 즐겁다.
이런 얘기를 아오로부터 듣는 건 별로 즐겁지 않다.
어느새 오므라이스는 바닥을 보이고 있다. 히라무는 입에 든 분량을 우물거리면서 아오를 보았다. 기다린다는 말은 대체로 히라무가 듣는 말이라기보다는 하는 말이다. 가끔씩 나오는 이런 말은 소중하다. 아오는 이런 부분에서 거짓말하지 않는다. 정말 히라무를 어디에서든 기다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