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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문 앞에는 왠 바닷속이 펄쳐져 있었다. 순간적으로, 이 문을 통해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온 것 아닐까 싶을 만큼 정교하고 세밀한 바닷속 풍경의 홀로그램이 태오의 집 안을 덮고 있었다.
심해는 아닌지 완전히 어둡지는 않았지만 위에서 빛이 비추고 일렁이는 효과도 있어서 군데군데 거뭇하게 어두워지고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집 안의 구조에 맞춰 암초와 해초들이 배치되어 있고 각종 열대어들이 진짜 살아있는 것 마냥 집 안을 헤엄쳐 다녔다. 부엌엔 음식이 차려진 식탁이 있었는데 크고 작은 열대어들이 마치 먹기라도 하듯 음식 위를 톡톡 오가는 모습도 있었다.
무엇보다 잔잔하게 깔리는 물소리와 선율이 현실감을 더욱 북돋았다.
이런 걸 보여주려고 집을 빌려달라 한 걸까 싶을 때 태오의 앞으로, 위에서부터 하얀 실루엣이 잠수하듯 흘러내려왔다.
그것은 물보라를 가득 일으키며 내려와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포르르- 물보라가 흩어지고나자 한 사람의 형상이란게 드러났다.
하얀 단발머리에 하얀 얼굴, 하얀 드레스, 그러나 검푸른 눈을 가진 여성, 의 홀로그램이었다. 침잠한 눈빛을 한 여성은 태오를 똑바로 보며 미소지었다. 눈높이가 태오와 비슷했지만 머메이드 핏의 긴 치맛자락이 아래로 길게 일렁이는 걸 보아 바닷속이라는 배경에 맞춰 부유하기 때문인 듯 했다.
여성의 생김은, 다리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느러미도 없었다. 손에 갈퀴도 없고, 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지느러미가 있지도 않았다.
기묘한 백색의 여성은 드레스 자락을 쥐며 다소곳이 인사했다. 실시간으로 물결에 흔들리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생생하게 구현한 움직임이었다.
차분히 인사를 한 여성은 곧 장난스럽게 태오 주위를 빙그르르 돌았다. 여성의 소리가 들렸다면 천진난만한 웃음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여성은 손에 잡히지 않는 걸 알 듯이 닿을락말락, 몇 번인가 바닷속을 투영한 허공을 유영하더니 거실 쪽으로 사르르 흘러가며 손짓했다. 아마도 테이블이나 그런 건 걸리지 않게 치운 듯 작고 동그란 해저 공간이 된 거실에 아마 들어올 땐 안 보였을 커다란 조개가 있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조개에 여성이 사뿐- 걸치듯 앉았다.
다소곳한 자세에 하얀 드레스 자락이 스르르 말려올라갔다. 그 안은 여성의 체구가 아담히 딱 맞아들어가는 사이즈였고 조개를 기다렸다는 듯 서서히 껍데기를 닫았다. 여성은 아무런 두려움도 걱정도 없는 표정으로 태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윽고 고개를 숙이며 웅크리는 여성의 위로 검은 조개 껍데기가 완전히 닫히자 그대로 실내도 암전되었다.
순간 펼쳐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태오의 정면으로, 하얀 손이 불쑥 나와 허공의 어둠을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그렇게 쥔 손을 천천히 뒤로 빼다가 단숨에 확 당겨버리자-
부그르르-
수많은 거품 빠지는 소리와 함께 다시 실내가 확 밝아졌다. 조금 전까지 어두컴컴하던 실내가 단숨에 밝아지니 시야가 꽤나 시렸지 않을까.
겨우 어둠에 적응해 앞을 보면 저 먼 수면 위 빛이 일렁이던 수중 풍경은 햇빛이 쨍하게 내리쬐는, 지중해 해변 같은 풍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검은 조개가 있던 자리엔 검은 베일에 진청색 원피스 차림의 내가, 하얀 홀로그램이 아닌 진짜 내가 얕은 파도의 포말 부서지는 그 자리에 서서 손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들고 태오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어서 와. 오빠. 오늘 하루 즐겁게 보냈어?"
부디 그랬길 바랐다. 오늘만큼은 아무런 걱정도 염려도 없는 하루였었으면.
"오빠가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오늘 오빠 생일이야. 그래서 조금 특별한 축하를 해주고 싶었어. 오빠나 나나- 태어난 거 자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잖아. 그래도 태어나지 않았으면 만날 일도 없었을 거고, 오빠를 오빠라 부를 일도, 내가 나로 불릴 일도 없었겠지. 그러니까-"
이것만큼은 축하하게 해줬으면.
"처음 만났던 그 날부터, 오늘까지, 오빠로 와줘서 고마워. 곁에 있어도 아니어도, 오빠로 있어줘서 고마워. 오빠가 오빠라서, 진심으로 기뻐."
무언가 들고 있던 손을 태오에게 내밀자 손 위로부터 부드러운 조명이 밝아졌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예쁜 스테인드글라스 갓의 스탠드 조명이었다. 엷은 하늘 아래 분홍 꽃 곱게 피어난 그림이 은은한 조명빛에 비추어지고 있었다.
"오빠가 돌아갈 곳이 무저갱의 어둠이라 해도, 항상 올려다 볼 수 있는 빛이 되어줄게. 언제 올라와 기대어도 좋을 양지 바른 곳으로 있어줄게."
내가 스탠드를 내밀었을 때부터 풍경을 이루던 홀로그램이 가장자리부터 서서히 흩어지며 원래의 집 안 모습으로 돌아왔다. 화려함은 사라지고, 밝기를 낮춘 조명이 은은하게 집 안을 비추는 가운데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이 참 환하기도 했다.
태오가 스탠드를 건네받거든 가까이 다가가 옷깃에 무언가도 달아주려 했다. 녹색 끈, 녹옥과 연분홍 옥 장식, 팔각 옥장식 위에 자개로 표현한 작은 풍경화가 담긴 태오의 여느 차림에 참 잘 어울릴 법한 노리개였다. 녹색의 긴 수술이 잘 늘어지게 달아주곤 싱긋 웃으면서 말했겠지.
"그거까지 내 선물. 자, 이제 식사하자. 기다리느라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
축하는 오늘이 끝날 때까지니까.
식사가 둘 뿐이었을지, 다른 누가 있었을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 근래 먹었던 어떤 식사보다도 즐거운 식사였을 것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잠에 들 준비까지 하여 이윽고 잠드는 그 순간까지 "오늘"이라는 날이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날이기를 간절히, 그리고 절실히, 바랐다.
아 뭐지 아침부터 이런 귀한 글 정말 이런 귀한 글 뭐지 🥺... 태오보다 오너가 더 감동 받았ㅅ어 진짜로 우 우웃... 아 진짜 뭐야 나 진짜 아~~~~~~~~~ 이러기 있어???🥺🥺🥺🥺 오늘 꼭 월루하면 답독백 쓰고 만다... 진짜 쓰고 말 거야...🥹🥹🥹🥹🥹🥹🥹🥹🥹 감동이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