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뭔가 다르다. 리라는 화려하게 흩날리는 꽃잎과 꽃가루를 보고 기묘한 느낌을 받는다. 평소보다 더욱 실감나고, 그래서 더더욱 환상처럼 느껴지는 이미지. 실제하지만 실제하지 않는 그림. 꽃잎의 폭풍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가 마지막 확신을 준다.
이치가 비틀어졌다. 비로소 상상이 현실이 된다. 그는 또다시 한 발짝 올라가 새로운 기점을 맞이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때문에 목구멍 내부에서 느껴지는 씁쓸한 쇠비린내와 외부의 급박한 상황을 두고도 기쁨과 고양감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멈출 수 없다.
@강철현 [두더지 로봇같은 걸 만들어서 땅을 파서 나가는 시도를 해봐] [네 도움이 필요해] [음파 발생장치, 하늘을 나는 보드, 에너지 흡수 장치] [필요해]
철현의 메세지를 읽은 리라는 그대로 쥐고 있던 펜대를 올린다. 종이 없이 공중에 그어지는 직선과 곡선은 형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물건으로서 실체화 된다. 짙은 쪽빛의 음파 발생 장치. 형태는 정육면체. 가장자리에 금테를 두른 청동 색의 공중부양 보드에는 발을 고정할 수 있는 벨트가 마련되어 있고, 에너지 흡수 장치는 평소와 같은 형태이나 묘하게 사실성이 더해져 있었다.
"철현 선배님!"
보드에 물건들을 올린 리라는 그것을 철현이 있는 쪽으로 날려보낸 후, 이어셋을 통해 들려오는 랑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였다. 포세이돈이 온다. 그들은 발전기와 에너지를 노리고 있으며, 검은 샹그릴라를 소지 중이다. 리라의 눈동자는 그 즉시 주위를 훑는다.
"당연히 믿고 말고요."
샹그릴라. 아직 섭취한 게 아니라면 미리 없애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리라는 채찍이 펼쳐지는 소리와 랑이 간 발자국을 곧장 따라 밟는 동시에 손가락을 펴서 공중에 그림을 그린다. 검은 샹그릴라만을 찾아내 갉아먹을, 동시에 섭취자에게 울렁거림을 유발할 연분홍색 가루를 뿌리는 하얀 나방 하나. 그 나방을 열 마리씩 한 군집으로, 총 30마리를 만들어 실체화 시킨다. 이 나방들은 자신들의 먹이로 설정된 샹그릴라에 이끌릴 테니 자연스레 저지먼트의 추적 또한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안] 새봄은 컴퓨터와 USB를 통째로 마시멜로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여로는 그것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세 사람은 빠르게 밖으로 대피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입구 부근에서 빨간머리와 딱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입구를 수정으로 막아뒀고, 눈앞의 빨간머리는 그 너머에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은우는 다른 곳으로 간 것일까요? 어쨌든 빨간머리는 중지 손가락을 위로 세웠습니다.
"핫. 또 너냐? 그래. 너 잘 만났다. 전에는 아주 고약한 꼴을 보여줬었지? 오늘은...그때의 복수를 해주마."
이어 빨간머리는 품에서 나이프를 꺼냈습니다. 상당히 위험해보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안 무섭지 않나요? 그리고 랑은 때마침 이 건물 입구에서 이 빨간머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밖] 철현은 몸을 숙여서 수연의 공격을 회피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싸우고 싶지 않다고 강력하게 어필했습니다. 수연은 그 모습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한양은 수연의 팔을 비틀었습니다. 하지만 기계라서 그런 것일까요? 조금도 그녀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습니다. 공격은 조금도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어 그녀는 검은색 샹그릴라를 손에 꽉 쥐었습니다. 하지만 서연의 말에 순간 움찔했습니다.
"거짓말 하지 마." "그럴리가 없어." "이걸 먹으면... 너희들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했어." "...리더가 그랬단 말이야."
"그러니까 무서운데도 불구하고 이걸 챙겼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분명한 부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한편 혜우 쪽은 여전히 대치중인 상황이었습니다. 선혜는 그 말을 들으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지그시 응시하는 그녀에게 지지않도록 선혜 역시 혜우를 응시했습니다.
"...목줄?" "목줄이라면 늘 차고 있었는데?" "아. 당신은 그런 거 없구나? 그런데 주변에 한 명 있잖아?" "이제와서 뭘 그런 것을 물어?"
별 이상한 것을 묻는다는 듯이 그녀는 가만히 오른손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뭔가를 쥐고 있는 손을 밖으로 빼냈다.
"꽤 여유롭네?" "나 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다 이거야?" "하긴, 당신을 이기긴 힘들겠네. 당신의 능력은 계속되는 회복이니 말이야. 그래도... 나도 일단은 레벨5인데... 조금은 저항해볼까 싶은데?"
한편 바닷물은 점점 더 뒤로 빠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깊은 지대까지 보일 정도입니다. 이어서 한양은 빠르게 자신의 몸을 띄워서 날아가기 시작했고 좀 더 안쪽 바다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 특정한 곳에 바닷물이 모이는 것이 보입니다. 이내 바다가 점점 위로 솟구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한양의 바로 코앞에 번개가 떨어졌습니다. 만약 조금만 더 앞에 갔다면 제대로 직격해서 바다에 추락했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서부터는 출입금지야. 한양아."
그리고 보이는 것은 번개 속에서 모습을 보이는 민우의 모습이었습니다. 그의 모습은 이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진지해진 상태였습니다.
"...여기까지 오다니. 그 애의 계획이 들켰나? 하지만 알았다고 한들...아무것도 안 바뀌어." "...이번엔 그냥은 못 보내줘."
/오늘자 진행은 여기까지! 다들 수고했어요! 반응레스는 내일 스토리 시작하면 작성해주세요! 브금은 한양이 쪽 전투 상황인 것으로! 여기서 결판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번외편 1:1 대결이라는 느낌으로!
안티스킬 호출은 간만이다. 전기차에 불 났을 때 쓰는 이동식 수조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수조의 성능을 조작해서 판매한다는 내부 고발이 들어와 수사 중이었단다. 근데 회사 측에서 불량 수조들은 전량 회수해서 폐기했대고, 현재 판매 중인 수조들은 제품 검사를 통과한 수조와 비슷한 성능이며, 제품의 회수 및 폐기를 구매자한테 고지한 시점도 내부 고발 이전이란다. 그래서 의도적인 조작으로 볼 증거가 부족한데, 신고자들이 수사를 더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나? 그게 다 사실이면 내가 더 밝힐 수 있는 게 있나? 영문을 모르겠어서 멀뚱히 보고만 있자니 안티스킬이 귀띔해 주었다. 신고자들이 공유하던 정보가 샜을 가능성은 없는지 사이코메트리해 보라고. 진즉 그렇게 알려 주시지!!! 신고자들이 회사 안에서 내부 고발을 의논한 적은 없다기에 그들이 모여서 의논했다는 식당, 술집, 카페를 하나하나 사이코메트리 해 봤는데, 거기선 딱히 이상한 점을 못 찾았다. 다음으로 신고자들이 모였던 날 복장이랑 소지품이 출근할 때랑 퇴근할 때 달랐는지를 사이코메트리로 확인해 봤더니, 세 번째 모임에서 신고자들의 옷에 투명 스티커 같은 게 붙어 있었다. 그 얘길 해 줬더니 안티스킬은 그거 도청 장치라며 확인한 내용 거짓말 탐지기에 검사받고 가란다. 그니까 내부 고발자들에게서 수상한 낌새를 채고 도청 장치를 붙였다는 거지? 그래서 내부 고발이 효과가 없도록 불량품을 회수한 거고? 법대로 처벌받았으면 좋겠다.
Q. 비밀의 방에 무엇이 있는가? A. 신데렐라랑 스트레인지에서 연이 좀 깊었던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작게 마련한 방.
신데렐라가 자신에게 도망치라며 챙겨준 낡고 찢어진 점퍼 서로 기억하자면서 머리카락 일부 잘랐던 거 끈으로 고이 묶어두고 벨벳 위에 올려둔 것도 있고 자신이 기억하는 신데렐라를 토대로 성격과 기억 일부를 복원해둔 안드로이드 AI칩도 있고 4학구에 남아버린 현재의 신데렐라 사진도 있고 라바나의 머리카락도 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선경은 괜찮지 않았다. 리라의 상담이 끝난 날을 기점으로 그는 일주일 간 병가를 내고 완전히 은둔했고, 덕분에 아녜스 센터의 상담 일정들은 전부 조정되었다. 그나마 중요한 일을 분담할 대표직이 원래 넷이었기에 한 사람이 휴가를 내도 메꾸기가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물론 어떻게든 가능하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짧고도 긴 공백의 마지막 날, 시현은 각종 학생 친화 연구소에서 온 제안서와 학생 적대적 커리큘럼을 수행하는 연구소들에서 온 항의서에 각자 도장을 찍고 답신을 보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도 짙었던 눈 밑 그늘은 이제 거의 턱 끝에 닿을 듯 늘어져 있다.
"어이구, 시현 선생님. 땅 꺼지겠습니다그려." "꺼졌으면 좋겠네. 그대로 묻혀서 잠이나 자게." "조금만 더 힘내십쇼. 저도 돕고 있잖습니까." "경훈 선생님은 회사 괜찮아? 대표 없다고 난리 나는 거 아냐? 둘이서도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까 무리하진 마요." "방금까정 죽는 소리 내 놓고 무슨. 그간 잘 쌓아놨으니 좀 자리 비워도 일주일은 거뜬합니다. 새벽이나 밤에도 틈틈히 일 보고요." "그러니까 그게 무리하는 거 아니냐고." "경 선생님 일인데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침묵. 그 공백을 채우려는 듯 약 5분간은 타건 소리가 더욱 경쾌했다. 이윽고 급한 업무들이 마무리되자, 시현은 몸을 돌려 경훈을 응시한다. 타이밍 좋게도 상대 또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경 선생님 괜찮으시냐고 물어보려 했지?" "아니,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다미 선생님이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있는데 아직까진 문제 없대요. 집 밖으로는 안 나오시지만 문고리에 걸어둔 생필품들은 가져가고 계시고." "그건 다행이네요. 걱정 많이 했는데."
걱정될 만한 일이지. 시현은 복잡한 얼굴의 상대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다시 서류를 뒤적인다. 센터 대표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전부 선경의 사정을 어떻게든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니까.
"......괜찮으실까요?"
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러지 못했다.
센터의 불이 모두 꺼진다. 시현은 창문과 문을 마지막으로 단속한 후 뒷마당으로 나와 입에 담배를 물었다. 매캐한 연기가 폐를 채우는 감각에 하루의 피로도 조금은 흐려지는 것 같다. 드물게 사람이 없는 한밤중의 센터는 지독하게 적막하고 캄캄해서 과거의 편린 하나를 떠올리게 만들기 적합한 환경이었다. 시현은 아이들의 벽화로 메워진 담벼락을 멀찍이 서서 응시하다가 빨아들였던 연기를 뱉는다. 어설프게 누덕누덕 기워 그린 어린이들의 벽화에서 스트레인지의 화려하고도 위협적인 그래피티가 겹쳐 보이는 것만 같다.
"센터 내에서는 담배 금지."
그러니 익숙한 목소리에서도 기어코 과거를 읽어내고 마는 것이다. 시현의 고개는 즉각적으로 움직여 발화자를 찾아낸다. 그새 조금 초췌해진 낯에 마른 입술, 그러나 여전히 다정한 눈동자를 가진 여성이 그 자리에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늦은 동시에 한참 이른 시각이다.
"벌금 내셔야죠, 시현 선생님?"
시현이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선경은 손부터 내민다. 시현은 그런 상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해진 만원 권 한 장을 꺼내다가 선경의 손바닥 위에 올렸다.
"오늘따라 좀 많네요? 저 없는 동안 종종 피웠다고 자수하시는 건가요?" "피운 횟수에 비해서 적게 낸 겁니다." "어머, 당당하기도 하셔라."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말투지만 시현은 가까워진 선경의 목소리가 조금 쉬어있음을 인식한다. 동시에 그의 주변을 맴도는 담배 냄새에 그 이상으로 독한 알코올 냄새가 스미는 것 또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일찍 나오셨네요. ...좀 괜찮으십니까?"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대신 차가운 가을 바람이 두 사람의 살결을 긁고 지나간다. 시현은 거의 다 타들어간 연초를 휴대용 재떨이에 털어넣고 손을 휘저어 좋지 않은 냄새를 날려보낸다.
"춥습니다. 들어가실까요." "음, 조금만 더 있으면 안 될까요? 오랜만에 쐬는 바깥 공기고. 시원한 게 썩 나쁘지 않네요." "전 춥습니다." "괜찮아질 거예요." "......그건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이십니까?" "어느 쪽이라도 같은 답변을 할 거랍니다. 전 어느 정도는 서서히 괜찮아질 거고, 어느 정도는 평생 아파하며 살아야겠지만 센터는 평소와 같을 거예요. 지난 일주일 간 못다한 만큼 사무쳐하며 깨달았어요. 그게 제 아이가 원하는 일일 거라는 걸."
다시 한 번, 바람이 뺨을 할퀸다. 시현은 어깨를 떠는 와중에도 두 사람의 몸에 밴 어지러운 냄새들이 한 꺼풀 더 떨어져 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리라가 류빈이의 학창시절 친구를 만났다고 했어요. 그 친구는 류빈이가 설령 자신이 그렇게 되었다 한들 누구도 원망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겪은 억울한 일들을 제때 알아차려주지도, 해결해주지도 못한 못난 어미는 미워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정말 그렇다면 지금 하는 이 일을 계속해야겠죠. 제 딸아이가 겪은 일과 같은 일이 두 번 반복되는 일이 없게 하려면요."
이어지는 긴 이야기를 듣는 동안 시현은 다시 과거를 걷는다. 이런저런 그림이 잔뜩 그려진 담벼락을 배경으로 이루어졌던 첫만남이 현재의 장면과 오버랩 되어 눈 앞에 펼쳐진다. 다만 다른 점은, 그때 그곳에서 눈물 흘리며 바닥을 구르던 여인이 이제는 한결 단단해진 표정으로 서 있다는 점이겠지. 그게 썩 마음에 들고, 동시에 씁쓸해진다. 성장하는 인간이란 존재는 아름답지만 엄시현이란 놈은 그 단어와 살 맞댈 일 없는 족속이었으니까.
"그럼 내일부터 다시 잘 부탁드립니다, 시현 선생님." "저도 다시 잘 부탁드려요. 추운데 이만 들어갈까요." "담배 냄새 다 빠지기 전에는 안 돼요." "겉옷이라도 가져오게 해 주실 생각은... 예, 알겠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파란머리 승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현 상황은 억까가 맞아요. 데이터를 노리는 척 하는 것+발전기를 박살내는 척 하기+테러인 척 하기+이런저런 소동을 일으켜서 일부러 저지먼트를 모아놓기+포세이돈 출격+포세이돈 채로 발전기를 강탈하기 계획을 달성해서 죽음 직전의 위기로 몰아넣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었는데...
>>188 혜우주 에이~ 혜우가 진행에서 존재감 없었던 적은 없는걸요!! 어쌔신으로도 잘 어울릴 거 같고 독설도 곧잘하고 치료 능력을 공격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존재감은 늘 짱짱했어요~>< 실제로 진행 중에 혜우 똑똑하다는 식의 캐입도 몇 번 했던 거로 기억하고요:) (다독다독)
은우선배 섬에서의 휴가가 끝나고 오랜만에 연구소 커리큘럼에 나갔다. 쉰 기간이 길어서 선생님과 그동안 뭘 만들었는지 보고도 하고, 앞으로의 커리큘럼 방향을 상담하다가, 내 계획 - 스트레인지에 무료급식 트럭을 운행하겠다는 - 을 밝히니, 이전에 했던 것처럼 주에 한번은 내가 능력으로 만든 음식으로 배식하면 어떻겠냐고 하신다. 의외로 반응이 괜찮았나보다. 그래서 오늘은 연습할 겸 백여인분의 전복죽과 등심돈까스를 만들었다. 물론 한꺼번에는 아니고, 30인분씩 끊어서. 죽는줄 알았다... 푸드트럭에는 손님이 몇명이나 올 지 모르니, 역시 레벨 4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정진해야지.
situplay>1597049854>463 파도 소리에 묻힐 줄 알았던 목소리의 속삭임은 예상을 벗어나서 제법 크게 혜성의 귓가를 간질였다. 지극히 소녀스러운 제 비명소리로 인해 발갛게 물들어있던 혜성의 얼굴이 그로부터 몇초도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잘익은 토마토와 흡사한 색깔로 물들었다. 얘가, 얘가 지금 뭐라고 한거야? 지금 이름만 부른거야? 시끄럽게 뛰는 심장은 제것인지, 네것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보며 짓고 있는 그 못된 웃음에 장난스러움이 한가득이라는 걸 혜성은 알았다.
"─ 너..."
놀람과 당혹스러움에 동그랗게 뜬 눈으로 금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던 혜성이 잠시 뜸들이며 천천히 말을 뱉으며 매달린 팔 하나를 풀어 금의 양볼을 한손으로 아프지 않게 꾹 잡았을 것이다. 제 손으로 인해 홀쭉해져버린 금의 얼굴을 혜성은 여전히 하늘빛이 감도는 새파란 눈동자로 들여다본다. 제 능력으로 불러낸 돌고래는 뭍에 가까운 위치까지 헤엄쳐와서 유백색의 주둥이를 수면 위로 치켜올려 특유의 울음소리를 냈으나 혜성의 시선은 금에게 고정된 상태였다.
"앞으로는 이름만 부르지마."
혀끝에 맴도는 기분이 뭔가 이상하다는 이유는 끝까지 입밖에 내지 않고 느릿하게 속삭이고 나서야 혜성은 잡고 있던 금의 뺨을 한번 쓰담은 뒤 가볍게 꼬집고 놓아줬다. 연하에게 이름만 불리는 기분이란. 싫은건지, 좋은건지 단순히 묻는다면 싫은 건 아니었으나 묘한 기분이 느껴진 건 분명했으니까. 눈 느릿히 깜빡이다가 제 뺨에 닿는 입맞춤에 혜성은 눈 가늘게 뜨고 돌고래를 한번 내려다봤다.
유백색의 주둥이에 혜성의 손끝이 스치듯이 닿았다가 떨어진다. 돌고래는 크게 원을 그리며 수면 아래를 유영하다, 깊은 수심으로 도로 멀어졌다.
그 물살을 헤치는 소리를 들으며 혜성은 금의 목 뒤로 느슨하게 제 팔을 걸치고는 얼굴을 기댔다.
[안] 새봄은 컴퓨터와 USB를 통째로 마시멜로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여로는 그것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세 사람은 빠르게 밖으로 대피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입구 부근에서 빨간머리와 딱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입구를 수정으로 막아뒀고, 눈앞의 빨간머리는 그 너머에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은우는 다른 곳으로 간 것일까요? 어쨌든 빨간머리는 중지 손가락을 위로 세웠습니다.
"핫. 또 너냐? 그래. 너 잘 만났다. 전에는 아주 고약한 꼴을 보여줬었지? 오늘은...그때의 복수를 해주마."
이어 빨간머리는 품에서 나이프를 꺼냈습니다. 상당히 위험해보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안 무섭지 않나요? 그리고 랑은 때마침 이 건물 입구에서 이 빨간머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밖] 철현은 몸을 숙여서 수연의 공격을 회피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싸우고 싶지 않다고 강력하게 어필했습니다. 수연은 그 모습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한양은 수연의 팔을 비틀었습니다. 하지만 기계라서 그런 것일까요? 조금도 그녀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습니다. 공격은 조금도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어 그녀는 검은색 샹그릴라를 손에 꽉 쥐었습니다. 하지만 서연의 말에 순간 움찔했습니다.
"거짓말 하지 마." "그럴리가 없어." "이걸 먹으면... 너희들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했어." "...리더가 그랬단 말이야."
"그러니까 무서운데도 불구하고 이걸 챙겼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분명한 부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한편 혜우 쪽은 여전히 대치중인 상황이었습니다. 선혜는 그 말을 들으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지그시 응시하는 그녀에게 지지않도록 선혜 역시 혜우를 응시했습니다.
"...목줄?" "목줄이라면 늘 차고 있었는데?" "아. 당신은 그런 거 없구나? 그런데 주변에 한 명 있잖아?" "이제와서 뭘 그런 것을 물어?"
별 이상한 것을 묻는다는 듯이 그녀는 가만히 오른손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뭔가를 쥐고 있는 손을 밖으로 빼냈다.
"꽤 여유롭네?" "나 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다 이거야?" "하긴, 당신을 이기긴 힘들겠네. 당신의 능력은 계속되는 회복이니 말이야. 그래도... 나도 일단은 레벨5인데... 조금은 저항해볼까 싶은데?"
한편 바닷물은 점점 더 뒤로 빠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깊은 지대까지 보일 정도입니다. 이어서 한양은 빠르게 자신의 몸을 띄워서 날아가기 시작했고 좀 더 안쪽 바다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 특정한 곳에 바닷물이 모이는 것이 보입니다. 이내 바다가 점점 위로 솟구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한양의 바로 코앞에 번개가 떨어졌습니다. 만약 조금만 더 앞에 갔다면 제대로 직격해서 바다에 추락했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서부터는 출입금지야. 한양아."
그리고 보이는 것은 번개 속에서 모습을 보이는 민우의 모습이었습니다. 그의 모습은 이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진지해진 상태였습니다.
"...여기까지 오다니. 그 애의 계획이 들켰나? 하지만 알았다고 한들...아무것도 안 바뀌어." "...이번엔 그냥은 못 보내줘."
선배는 피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코뿔소 팔찌의 불이 하나 둘 꺼져갔다. 아프기도 겁나 아프다... 절로 신음이 나오는데도 나자빠지지 않은 건 정말로 다치지는 않은 덕일까. 이딴 뻘짓이 효과가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 지금이라도 쏴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리라 총 안드로이드한테도 통하는데
그때 강수연이 거짓말 말라며 검은 샹그릴라 복용을 리버티의 리더가 권했단 소릴 했다. 리버티의 리더면 박형오 따까리잖아? 그럼 검은 샹그릴라가 제로 시리즈 전용이란 거 뻔히 알 텐데?
" ......수박!! "
리버티 가담자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더니 이 정도였어?! 철저하게 쓰고 버리는 패 취급이잖아!! 아니면 더 지독해서, 차일드 에러 5명으로 벌인 실험으론 성에 안 찬다고 이 자들로도 실험해 보려는 거야?(제로 시리즈를 위한 약이고 제로 시리즈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 그것들한테 직접 복용시키는 게 더 확실한 테스트일 텐데도 굳이 인간을 실험체로 삼은 건, 제로 시리즈 하나에 비하면 인간 하나가 하잘것없어서고??)
" ...당신네 리더가 구라는 안 깠어요. " " 그거 먹으면 초능력이 퍼클 급으로 상승하긴 한대요. 사이코메트리 해 보니 그렇다데요. " " 딱 6시간 동안만. 그러니 당신네 리더 말대로 지금 우리한테 대항하긴 충분할 거예요. " " 근데 그 뒤는 당신네 리더가 얘기 안 했겠죠... "
서연은 일전에 홍서아의 연구소 근처에서 챙겼던 검은 샹그릴라를 꺼내 보였다. 해독제를 만들든 생산을 중단시키든 하고 싶어서 챙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 무능함의 상징이라 들고 다니면서도 내내 꿀꿀했는데 이렇게 꺼낼 줄이야.
" 나도 있어요. 검은 샹그릴라. 근데 왜 안 먹었게요? " " 먹은 뒤에 어떻게 되는지 알아서예요. " " 당신이 그걸 먹으면 저흰 당장 궁지에 몰리겠죠. 그래도 만에 하나,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약을 먹으려 든다면! "
하면서 선배를 힐끗 봤다. 그것만은 싫다. 하여 검은 샹그릴라를 집어던지고는 잘근잘근 밟아 으깼다.
" 못 살아요. 내가 혀 깨물고 죽는 게 낫지 사랑하는 사람이 폐인 되는 꼴은 못 봐요... " " 믿든 말든 당신 자유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고 당신을 진짜로 위할 사람은 당신네 리더도 저도 아니라 당신이니 신중하게 생각하길 바래요. "
소장님을 데리고 탈출하려니, 탈출구는 막혀 있었고, 적과 마주쳐버렸다. 일전의 그 빨간머리였다. 내 손에 달콤해졌던. 뭐, 그건 파란머리도 마찬가지지만. 날 보자마자 법규부터 날리는 걸 보니 아주 한가해보이네. 나이프라. 고작 그걸로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하나? 전에는 수정 만들고 레이저도 뿜고 난리 부르스를 췄던 걸로 기억하는데. 소장님께는 숨어계시라고 속삭인 뒤, 빨간머리 녀석에 손에 들린 나이프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게, 꽤 고약하긴 하더라." "근데 너 한가하니?"
나이프와 앞을 가로막고 있는 수정 벽을 젤리로 만들기 위해 능력을 전개했다. 그런 다음 바로 테이저건을 꺼내 빨간머리 녀석에게 한발 쏘았다.
>>231 새봄주 젤리 맛있겠네요~ 무슨 맛일까요 (배고파서 제정신 아님) 새봄이가 열심히 보호 중인 소장님이 사실은 리버티랑 한통속이거나 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뉴트로미니컬 에너지 개발하는 측에 리버티랑 내통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암귀가 있어서(먼눈)(죽은눈)
>>232 태오주 모비딕 소환사(???) 오셨다!!! 기왕 주무신 거 몸이 현생을 살아내기 위해 꼭 필요한 수면이었다고 좋게좋게 생각하시길요(다독다독)
>>243 새봄주 빨간맛이군요!!! 한통속은 아니길 바라고 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 에 에에 감사해요... 먹을 것도 아니고 생산을 막는 데 써먹지도 못하고 해독제(???)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갖고 있어 봤자라고 걍 부숴 버렸어요^^;;;;;;; 저지먼트에 챙긴 부원 많으니 나중에 어케든 써먹겠죠
[안] 새봄은 수정과 나이프를 아주 가볍게 젤리로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테이저건을 쏘았고 빨간 머리 남성에게 맞췄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빨간 머리 남성은 움찔하면서도 크큭...하는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한가하지.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서 있는 거 아니겠어? 이런 시시한 잔재주 따위에 맞춰주면서 말이야. ...다른 겁쟁이들은 모두 벌벌 떨기나 하지만 난 떨 마음이 없기도 하고..."
호문쿨루스라고는 하나 어쨌든 생명체. 테이저건에 맞은 부분이 아픈지 점점 표정을 일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하는 듯이 표정을 찡그리는 것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더 이상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분명히 새봄을 향해 있었습니다. 이내 건물의 바닥이 수정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뭐야? 고작 그 정도야? 좀 더 해 봐. 좀 더. 이전의 기세는 어디로 갔나? 고작 젤리 정도로 뭐가 되겠어? 응?"
이어 그는 팔을 천천히 움직인 후에, 나이프를 새봄 쪽으로 힘껏 던졌습니다. 그야말로 별 거 아닌 나이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세은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뭔가 이상해. 새봄아. 방심하지 마. ...뭔가 노리는 것이 있어. 뭔진 모르겠지만."
[밖] 철현과 서연의 필사적인 외침을 들은 수연은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었습니다. 둘은 공격 능력이 전혀 없는 능력자. 하지만 적어도 그런 둘이었기에 조금이나마 수연의 마음에 조금 더 말이 와닿은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역시 쉽사리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다는 마음에 가까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이제와서 나에게 대체 어떻게 하라는건데?!" "당신들은 적이잖아! 우리들이 이러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적이잖아! 차라리 징징대지 말고 먹을 거면 먹으라고 해!" "당신들이 뭔데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하고, 여기서 그만둬야 한다고 하고 예전처럼 웃을 수 있다고 하는 건데?" "봄의 그 사건 이후로 많은 것을 잃고, 절망 속에 빠졌는데도, 아무도 관심조차 안 가지고.. 나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었는데... 이제 와서 당신들이 뭔데 그따위로 동정하는 척 하는 건데?!"
이어 그녀는 다시 크게 외치면서 쇠붙이를 힘껏 띄워올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철현과 서연에게 총알처럼 발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검은색 샹그릴라를 꼬옥 쥐고 있던 손의 힘이 풀려 검은색 알약이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 정도입니다.
혜우의 말을 들은 선혜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들개들은 크게 으르렁소리를 내면서 혜우를 위협하듯, 천천히 혜우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선혜는 알 수 없는 단어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ㅡ마치 개의 울음소리 같은 느낌입니다.ㅡ 들개들은 일단 그 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하지만 독수리가 혜우의 바로 뒤에 위치했고, 일부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소리를 내며 근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싸울 생각이 없으면 대체 여기엔 뭐하러 온 거죠?" "긴장? 제가 왜 긴장을 해야 하죠?" "지금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이 누구라고 생각해요? 목숨? 마치 자신은 뭐든지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네?" "그래. 좋아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데?"
어디 이야기라도 해보라는 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선혜는 주머니에 다시 손을 넣었습니다. 딸깍 소리가 들리자, 주변에 있는 동물들의 공격성이 조금 더 떨어졌고, 그들은 모두 일제히 얌전해졌습니다.
"...시간 끌기인지, 아닌지는 당신이 판단할 것은 아닐 것 같고... 시덥잖은 이야기를 꺼내면, 그땐 알죠? 계속해서 회복한다고 해서 아픈 것이 없진 않을 것 같은데... 혼자서 얼마나 버티시려나?"
한양은 민우와 제대로 대치했습니다. 그리고 민우를 도발하는 그 말에 민우는 오른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크게 웃음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한양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습니다.
"너 봄에는 안 그러더니 언제부턴가 꽤나 유치찬란하게 바뀌었구나?" "복수심에 눈이 먼 거 인정할게. 그런데... 왜 그러면 안돼?"
이어 그 순간 그의 몸은 파직하는 느낌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한양의 어깨를 하얀 번개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첫번째는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내 뒤에서 바로 파직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한양의 심장을 향해 빠르게 번개가 총알처럼 질주하듯 발사되었습니다.
"양보는 잘 받아들일게. 그렇게 입을 털지 말고 여기까지 왔으니 실력을 보여봐. 넌 졸라 강하니까... 이 정도는 가볍게 대처할 수 있겠지?" "입만 산 거 아니잖아? 늘 뒤쳐지던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여전히 말이 많네. 근데 바닥이 또 수정으로 바뀌었다. 또야? 그나저나 예전의 기세는 어디갔냐니. 난 똑같은데. 숨을 깊이 들이쉬고 연산하기 시작했다. 수정으로 바뀐 바닥을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최대한 쿠키로 만들면서 세은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뭔가 노리는 거라... 그러고보니, 저 녀석도 검은 샹그릴라를 숨기고 있을 지 모르겠다.
"그 고약한 거 한번 더 맛보여주마."
나이프를 피하면서 빨간머리에게 접근해, 녀석의 옷과 소지품을 솜사탕으로 만들어버리고자 연산했다. // >>255 임팩트 엄청났지 뭐야>< 그럼그럼! 새봄이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서형이 필요로 한다면 줄 수 있고 말야><
직접적으로 공격해오진 않고 멀리서 의미 없을 나이프만 던지는 것이라. 한가하다는 상대의 말에 금은 눈살을 찌푸린다. 뭔가를 의도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진 모르겠다. 바닥은 점점 수정으로 변해가고, 또다시 나이프를 던지며 한껏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에 금은 상대가 원하는 걸 얻어내기 전에 제압하자 결론짓는다. 발화 에너지를 모아 상대의 바로 아래에서 화염을 일으키려 한다. - 연구소 안으로 합류할게요.
서한양은 번개같이 빠른 움직임으로 다가오는 민우를 느끼며, 순간적으로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한양은 방금 지나간 번개에 섬짓함을 느끼며, 출력은 자신보다 근소우위라는 걸 알았다.
" 아, 언제부턴가 복수심에 눈이 먼 건지 정말 궁금하네. 그래서 민우, 너 이렇게 열심히 번개나 쏘고 다니는 거야? 대단하다, 정말. 그런데 있잖아, 너 지금까지 한 게 뭐야? 복수? 사랑하는 사람을 끌어들이면서까지? "
한양은 자신이 있는 곳부터 저 멀리까지, 정신에너지를 전개하면서 민우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는 것이 아닌, 느끼려고 했었다. 뒤에서 파지직 소리가 들림과 함께, 한양은 지금까지 꺼내지 않은.. 오직 저 빠른 민우를 상대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을 쓰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구름을 이용해서 번개를 쏠 녀석인데, 굳이 근접전을 실행하려고 한다. 겉으로는 여유로운 척을 하면서도... 제대로 긁힌 거야, 저 녀석.
" 너 말이야, 복수심에 눈이 멀어서 죄없는 연구원 습격하고, 애인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와, 진짜로 C급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악역 같은데? 아니, 그보다 더 못한가? 어쨌든... 대단하다, 민우. 이렇게 끝까지 추락할 줄은 몰랐네. "
서한양은 자신 주변의 공간을 염동력으로 왜곡시키기 시작했다. 이 공간왜곡은 물리적으로 그 영역 내의 시간 흐름을 변형시키기도 했다. 공간이 왜곡된 영역에서는 운동 속도가 느려지며,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격도 동일한 영향을 받았다. 그러니깐.. 민우의 번개와 민우는 한양이 전개한 영역에 들어온 순간부터 속도가 거의 '0'에 가깝게 느려지는 것이었다. 정작 빠져나가려고 해도, 이미 물리적인 속도가 느려졌기에 불가능한 일.
서한양윽 공간왜곡은 단순한 굴절이 아니라, 더 복잡한 원리로 작동했다. 이 공간을 조작하면, 그 안에 들어오는 모든 에너지는 일종의 '시간 지연' 효과를 겪게 됐다. 이것은 번개의 속도를 거의 0에 가깝게 느리게 만들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고 했다. 이 원리를 응용하면, 공간을 왜곡함으로써 그 안의 시간이 느려지게 만들 수 있었다. 즉, 공간을 왜곡하면, 그 안의 시간이 느려져 번개가 한양에게 도달하는 속도가 극도로 느려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빠르게 번개를 쏘거나, 움직여도.. 이 공간을 조작하는 한, 공격은 한양에게 닿기 전에 힘을 잃게 될 것이었다.
서한양은 여유롭게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 난 졸라 강하니깐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네 목을 칠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지. 너 참 멋진 인생 살고 있네, 그거 하나는 인정해줄게. 근데 어쩌지? 네가 그렇게 열심히 살아도, 결국엔 나한테 막히는 거잖아. 어차피 네 인생은 여기서 끝날 텐데, 그동안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냐? 참, 불쌍하다, 민우. "
한양은 오른손으로 염동력을 쥐고 민우의 턱을 향해 펀치를 뻗는데.. 어째 손이 턱에 닿질 않았다. 애초에 턱을 맞추려는 의도가 아니라듯이.. 바로 허공의 공간을 주먹으로 쳐서, 그 공간이 강하게 밀리는 힘을 민우의 턱에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직접 치면 감전당할 수도 있잖아. 혹여나 이 근접전은 페이크고, 위에서 번개가 날아올 수도 있으니깐 상하좌우로 전부 공간을 왜곡해두었다. 이러면 위에서 번개가 날라와도, 일정공간부터는 눈으로도 쉽고 여유롭게 피할 수 있는 것이니깐.
빨간 머리가 있는 쪽은 연구소 안. 랑은 자신의 감각이 이끄는 대로 달려 빨간 머리의 남성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새봄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볼 수 있었다면, 그리고 빨간 머리 남성의 뒤를 잡을 수 있었다면. 랑은 곧바로 채찍을 휘둘러 나이프를 던지고 주변을 수정으로 바꿔대는 녀석의 팔을 휘감고 곧바로 전류를 흘려 넣으려고 했다.
갖고 있던 마약을 부순 건 선배가 먹는 것만은 못 보겠어서였다. 미처 생각 못했던 건... 선배도 그때 그 마약을 챙겼다는 것. 선배가 그 마약을 꺼내자 눈앞이 아찔했다. 소름끼치는 말들이 귓가를 맴돌아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당장이라도 저 약을 뻬앗아 부숴버리고픈데 다가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선배를 향해 고개를 저어 보이는 게 고작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서야 겨우겨우 한숨 돌릴 기력이 났지만, 무섭긴 매한가지였다. 강수연 저 수박이 행여라도 마약을 먹어 버리면...!!!
그때 강수연이 울화통이 터진다는 듯 악을 쓰며 쇠붙이를 날려 댔다. 코뿔소 팔찌도 위태로워 허둥지둥 피하면서도 황당했다. 이제 와서 어쩌란 거냐니? 그걸 내가 어케 알아;;;; 난 이제 당신이랑 두 번째 보는 거거든??;;;;;; 동정하는 척이고 뭐고 그 약의 효과랑 부작용을 고지했을 뿐이라고!!!
" 당신이 어째야 하는질 제가 어떻게 알아요!! " " 건 당신이 알아서 해야죠!! " " 글고 제가 미쳤나요, 그 약 먹으라게?! " " 당신이 먹으면 선배도 먹겠다잖아!!! " "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죽으면 죽었지 그 꼴 못 본다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한 순간 숨통이 트였다. 강수연이 마약을 떨어뜨렸다. 살았다......다리가 풀릴 뻔한 걸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 동정도 뭣도 아니에요. 난 당신 이제 두 번째 본다고요. " " 난 당신 사정 모르고 당신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거리도 없어요. " " 그저 6시간 동안 짱 쎄지는 대신 남은 생을 폐인으로 살고픈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하고, 누구나 돌이킬 수 없고 중대한 결정을 할 때는 관련된 정보를 정확히 안 뒤에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
그나저나 이거 더 맞다간 진짜 뼈도 못 추릴 거 같다. 엄폐물 없나? 엄폐물? 바위든 나무든 날아오는 쇠붙이를 막아 줄 만한 지형지물을 찾는데, 선배가 강수연의 공격을 보드로 막으며 접근하는가 싶더니, 보드가 망가지고도 무대포로 계속 갔다. 코뿔소 팔찌가 있다지만 저건 너무 무모하잖아!!!! 그것만도 기함하겠는데 심지어 팔찌를 벗어 버린다.
" 선배!!!! "
앞뒤 가릴 틈이 없었다. 그저 늦지 않게 선배를 감쌀 수 있길. 그 한 가지만 바라며 달려나갔다.
주저앉은 내 주위로 들개는 물론이요 독수리와 갈매기들까지 다가왔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동물들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으니 선혜가 뭘 했는지 조금 기세가 줄어드는게 보였다.
요즘 아메랑도 못 놀아준지 좀 됐는데. 이거 끝나면 보러 가야겠다.
초콜릿 하나 더 꺼내 입에 물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너 딱 봐도 긴장했잖냐. 나 의사 공부만 10년 가까이 해서 대충 다 보인다? 아니 뭐, 저지먼트에 속한 의무를 하러 온 건데 꼭 싸워야 하나. 생각해보니까 난 원래 서포트 지망이었어. 어쩌다 그런 망나니가 되어서 날뛰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다시금 어깨를 으쓱이고 잠깐 고민했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싶었다.
"음- 다 아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나도 그런 적이 있으니까려나. 샹그릴라니 뭐니 나오기 전에 나를 약물에 담글 생각을 했었거든. 복수라는 명목으로. 그런데- 괴롭고 힘들었던 건 나 만이 아니었더라. 나를 그렇게 내버려뒀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고, 그런 와중에도 나는 그걸 몰랐으면 해서 숨겼다는 걸 알았는데, 그런데 어떻게 복수를 하냐. 염치없게."
앉은 다리에 팔꿈치를 대어 턱을 괴곤 선혜를 지그시 응시했다.
"내가 뭘 모르긴 몰라도,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네가 이래야겠다 싶으면 할 거라는 것 정도는 알아. 그런데 아직 안 했잖아. 그 약은 먹으면 돌이킬 수 없는 거 너도 잘 알잖아. 리버티를 관두라고는 안 해. 그런데 적어도, 딱 한 사람만은 생각해 봐. 너에게 목줄을 채워서 지금까지 힘들었을 사람, 네가 리버티여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던 사람, 그 사람이 우는 얼굴, 너 때문에 힘들어 우는 얼굴, 상상할 수 있겠는지, 잘 생각해 봐."
[밖] 새봄의 능력으로 붉은 머리의 옷과 소지품은 모두 솜사탕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가지고 있던 검은색 샹그릴라도 포함해서입니다. 그것에 붉은 머리를 칫, 소리를 냈습니다. 이어 금은 그대로 아래에서 화염을 일으켜서 단번에 붉은 머리를 불태웠습니다. 옷은 물론이고 소지품이 모두 잿더미가 되었고, 그의 몸의 흉터나 이전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이를 빠드득 갈긴 했지만 이내 붉은 머리는 꾹 참았습니다. 하지만 불타는 느낌은 그대로 느껴졌는지 그는 크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랑은 팔을 채찍으로 휘감은 후에 전류를 흘려넣었습니다. 크아아악! 하는 소리를 내는 듯 했으나 이내 붉은 머리는 피식 웃었습니다.
"이미 끝났어!!"
새봄과 세은, 그리고 금이 밟고 있던 쿠키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가 땅바닥에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쿠키 부분을 시작으로 지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건물 기둥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천장이 무너지며 땅이 꺼지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쿠키로 땅을 바꿀 것은 예상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처음에 지하에 깔아둔 수정을 지금 이 타이밍에 무너뜨려서 지면을 붕괴시켰지! 너희들은 전부 끝이다!! 지하에 파묻혀버려라!!"
하지만 그 순간이었습니다. 지하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몸을 살며시 띄워올리고 있었습니다. 무너질 것 같은 건물 파편들도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공중에 떠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생각도 못한 사태에 붉은 머리는 당황하며 두 눈을 깜빡였습니다.
"...오빠?"
"뭐야?! 뭐인건데?! 왜 안 무너지는거야?! 왜 갑자기 떠오르는건데?!"
[안] 서연과 철현의 외침에 수연은 이를 꽉 악물고 고개를 아래로 숙였습니다.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상당히 쓰린 모양입니다. 이내 철현은 리라의 팔찌를 벗어던졌습니다. 그리고 서연은 그에 깜짝 놀랐는지 철현을 감쌌습니다. 그 모습에 크게 당황한 것일까요? 수연은 바로 능력을 해제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대로 고개를 아래로 숙였습니다.
"내가..내가...." "...나는...나는..." "폐인 같은 거 되고 싶지 않아. 이런 거 먹고 싶지 않아. 이것 때문에.. 이것 때문에... 이것 때문에!!!" "나는...나는...그저...그저... 이런 것이 아니라..그저..."
-역시 당신은 마음이 너무 약해. -그렇다면...제가 도와드릴게요.
그 순간, 대체 무엇을 들은 것일까요? 수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의 기계파츠가 일제히 붉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빠르게 서연과 철현을 향해 질주했습니다. 기계 다리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팔의 기계장치가 작동하면서 주먹을 꽉 쥐었고 그 위에 나이프가 솟아올랐습니다.
"도망쳐어어어!!"
그대로 철현의 가슴을 있는 힘껏 후려치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 주먹은. 하지만 그건 틀림없이 그녀의 의지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선혜는 혜우의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어 그녀는 한숨을 약하게 내쉬다가 적대적인 눈빛을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힘들었을 사람, 원망하지 않았던 사람. 그 사람이 누구를 의미하는지 선혜는 분명하게 알아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를 빠드득 갈았습니다.
"언니를 여기서 거론하다니. 너무 비겁한 거 아닌가요?" "애초에 언니는 내가 아니라 당신들을 택했잖아. ...그런데 여기에 와서 나를 흔들기 위해서 언니를 거론해요?" "언니는... 이미 내가 어떻게 되건 알바 아닌 사람이야. ...내가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걱정하는 것은 폭탄 때문이야..." "핫. 하핫. 하지만 이제 코드를 얻었다는 것 같으니까 해제했을테고... 내가 어떻게 되어도 정말로 아무래도 좋겠네. 에어버스터와 당신들의 편을 들 사람이니까!" "그래. 버림받은 내가 우습다 이거죠?! 그런거죠?!"
뜬금없는 급발진을 하며 선혜는 허리에서 나이프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 혜우를 향해 겨눴습니다.
"듣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였어. ...유언 있어요? 아. 걱정마요.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짓밟아줄테니까. 아무리 당신이라고 목과 몸을 분리하도록 물어뜯게하면 죽겠지. 내 말 틀려요?"
어쩌면 이 중에서 가장 어린 존재. 중학생이었기에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어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한양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공간을 왜곡시켰습니다. 자신에게 번개가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여기저기서 그를 노리던 번개는 그에게 닿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빠르게 각도를 틀어서 계속 주변을 멤돌았습니다. 몇 번은 한양을 일부러 공격하는 듯 했지만, 그럼에도 빗나가면 빗나가는대로, 스쳐지나가면 스쳐지나가는대로 계속해서 번개는 몰아쳤습니다.
이어 주변의 공기에서 강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몰아치는 번개는 닿지 않았지만, 주변의 공기는 스파크로 공명하고 있었습니다.
"너 되게 말이 많다?" "저번에 나에게 말이 많니 뭐니 하던 애 맞아?"
이어 민우는 번개 상태에서 다시 인간의 형태로 모습을 바꾼 후에 피식 웃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팔짱을 끼더니, 가만히 한양을 내려다봤습니다.
"혹시라도 있을 불안감 때문에 그러는 거야? 아니면 졸라 강해서 방심하는거야?" "이전에 너에게 공격이 닿지 않는 것을 봤는데, 내가 똑같은 방법을 쓸리가 없잖아."
이어 주변의 공기에서 튀는 스파크는 더욱 강하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제히 그 근방의 공기가 '파란색'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아래에서 위로 전기 에너지가 마치 기둥처럼 솟구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블루 제트'. 비행기도 단번에 관통해서 추락시켜버릴 정도로 아주 강력한, 번개로 이뤄진 강력한 일격이었습니다. 닿지는 않더라도, 공기 자체에 가해지는 타격은 그대로 한양을 노렸을 것입니다.
만약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았다면 번개에 맞지 않았어도 그 충격과 열 에너지로 인해 한양은 치명타에 가까운 데미지를 입지 않았을까요?
"닿지 않으면 그 공간 자체를 날려버리면 그만이야. 한양아." "...너만 레벨5라고 생각해?"
한편 혜성은 바다에 서서 자신의 능력을 발동했습니다. 그리고 초음파를 발사했습니다. 바다 속을 탐사하기 위한 초음파는 바다에 번지며 주변으로 퍼졌습니다. 하지만 혜성의 눈에는 당장 뭔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다 속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어쩌면 힘들지 않을까요? 아니. 그걸 넘어서서 너무나 멀리 있는 곳일지도 모릅니다. 바다 속의 이미지는 보일지도 모르나... 파동의 흐름은 생각보다 강하게 번지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아파옵니다. 애초에 이건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 아닐까요? 어딘지도 알 수 없는 바다 속을 어떻게 초음파 하나로 탐지할까요?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고급 시설이 있는 배도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일부라면 모를까. 어디에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잠수함을 어떻게 찾을까요?
-...뀨... -뀨...뀨.... -뀨...뀨...뀨...뀨....
그 순간이었습니다.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것은 다양한 초음파의 집합입니다. 아니. 초음파만이 아닙니다. 바다속에 퍼지고 있는 생명체들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것은 일제히 연산으로 인해 초음파로 변환됩니다. 바다 속이 보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속이 보입니다. 원래라면 보이지 않는 저 멀리.. 바다 그 자체의 이미지가 보입니다.
약 15km 떨어진 곳. 그곳을 향해 바다가 모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물기둥에 천천히 오르고 있는 검은색 수중 전함이 보입니다. 그 안에 탑승한 이들이 보입니다. 가장 앞에 탄 것은... 푸른머리. 그녀의 모습입니다. 그녀는 가만히 컴퓨터를 향해 한양과 민우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수중전함에는 그물이 달린 어뢰, 그리고 전기를 방산하는 장치도 달려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다른 소리를 초음파로 변환하여 그 소리가 닿는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초음파로 바꾸는 이치'가 생성되고 있었습니다.
가방에서 활과 화살을 꺼낸 뒤- 둥실, 떠올랐다.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바람. 이것이 누구의 힘인지는 부러 입에 담을 필요도 없다. 백색은 옅은 한숨을 뱉고 붉은 머리의 남성을 바라보았다. 그 후, 지금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도록 잠시, 기억을 통째로 날려버리려 했다. 오래 지속될 힘은 아니지만, 밖으로 올라갈 때 까지는 정신이 나가있겠지.
단번에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도 올해 들어 갖은 과정을 겪고서야 알게 된 사실이자 결과였다. 당장 아무 것도 이루지 못 한, 그것도 아직 중학생인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었다.
이해하기엔, 나의 고통과 상처가 더 크고 아팠으니.
"하지만 그 사람만큼 너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너도 알고 있잖아. 그 사람이 왜 너와 같이 리버티가 되지 않고 돌아섰을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변 동물들이 다시 경계하거나 이빨을 드러낸다 해도 개의치 않고 선혜를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너를 위해서야. 네가 언젠가 마음을 돌려 돌아서고자 했을 때, 돌아올 곳이 되어주기 위해. 네가 언젠가 죗값을 치러야 할 때, 너를 기다려주기 위해. 정말로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그 말, 직접 묻고 대답을 들어보긴 했어? 주고 받지 않은 말은 의미가 없어. 확인하지 않은 마음은 섣불리 결론지어선 안 돼."
물리고 쪼이고 치이더라도 꿋꿋이 선혜에게 다가갔다. 바로 앞, 숨소리도 들릴 앞까지 다가가 여린 어깨를 감싸 안아주려 했다.
설령 내가 찔린다 해도.
"너는 버림받지 않았어. 세상 전부가 네게서 돌아서도, 단 한 사람만은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지금은 그 사람의 뒷모습 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네가 부르면 언제든 돌아봐 줄 사람이야. 너도 알잖아. 그렇기 때문에 네가 그 사람이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된 거란 걸."
지금의 나는 고통스러울까. 잘 모르겠다. 그저 선혜를 다독여주려 하며 말했다.
"너의 분노와 복수심은 정당해. 그걸 포기하라고는 안 해. 그렇지만 돌이킬 수 없는 짓 만큼은 하지 말아. 보고 싶지 않잖아. 상상도 하기 싫잖아. 네게 늘 미안해하고, 너를 소중히 여겼던 사람이, 너로 인해 슬퍼하고 우는 거, 말로 꺼내는 것조차 싫잖아. 그러니까, 그것 만은 하지 말자."
고통스러워하는 상대를 보는 것이야 전혀 즐거운 일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 빨리 끝내자고. 화염 제압하려고 했을 때, 바닥이 무너지면 금은 비틀거리다 자세를 낮춰 바닥을 짚으며 버티려 한다. 바닥에 금이 가고, 건물 기둥이 무너지면 입술을 잘근 깨문다. 바닥을 수정으로 바꾸고 했던 것이 이것을 노리고 있었던 것인가. 최대한 살 방법을 찾던 도중 공중에 갑자기 떠오르면 금은 놀라며 주변을 살핀다. 새봄의 말에 출구로 향하면서도, 빨간 머리를 노려보며 그의 좌표에 화염을 일으키려 한다.
소리는 만능이 아니다. 퍼질 수 있는 범위의 한계가 분명하게 존재했다. 바다는 너무 넓고 방대한 것에 비해, 제 능력은 미비하다. 감히 혜성은 제 능력으로 제 눈앞에 있는 바다를 모두 탐색할 수 있을 거라 자만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평소 능력을 사용할 때와 다른, 두통이 진통제의 효력을 관통하여 뇌를 두드린다. 뒷목과 손끝이 차갑게 오그라드는 감각이 지긋하리만큼 익숙했다.
이대로 연산을 계속하면 위험하다고 몸뚱이가 경고를 날리는 게 분명했으나,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값비싼 탐지기가 탐재되어 있는 잠수정도 하지 못할 일임에도 여기서 자신이 해내야한다고. 혜성은 이를 꽉 물며 연산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경고는 위험신호가 되었고, 혜성은 코 점막이 시큰해지는 섬찟한 감각이 흐르는 걸 느꼈다. 눈살만 찌푸리고 혜성은 시큰한 감각이 감도는 하관을 손으로 덮었다. 그와 동시에 혜성은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바다 전체를 물들이는 어지러울 정도로 다채로운 색체의 물살이 쏟아졌다. 소리들이 섞여서 만들어내는 지독하리만치 아름다운 풍경이자, 신경이 따끔거릴 정도로 아름다운 선율이다.
"...─아.."
한곳으로 모여드는 바다에서, 찾고 있던 것을 찾아낸 혜성이 감탄인지 감격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유없는 탄성인지 모를 소리를 단말마처럼 뱉어내고야 말았다.
혜성은 손을 뻗었다. 바다가 찾아낸 저것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가. 저 멀고 먼 곳까지 전달된 저 소리들은 오롯이 제것인가. 바다속 생물들이 낸 모든 소리들이, 제 뜻대로 움직여줄 것인가.
포세이돈을 찾아낸, 자신 외의 누구도 보지 못하는 소리들이 포세이돈의 이동을 늦출 수 있도록 혜성은 방금전과 똑같이 손가락을 튕겼다.
뒤따라간 곳에는 붉은 머리의 소년이 있었다. 리라는 또다시 드러난 그의 몸을 보고 숨을 삼킨다. 그러나 어떤 감상을 떠올리기도 전에 친구들이 밟고 있던 바닥이 무너지고, 그대로 추락한다.
저 아래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막아주지 않았다면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리라는 순간적으로 멈춘 붕괴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즉시 공중이 손가락을 그어낸다. 저 모든 사람들을 받을 만 한 크기의 공중섬 한 덩어리를 머릿속에서 그려내고, 색채를 씌우고, 실체화 시켜 모두의 발 아래에 띄우려 한다.
동시에 반대 손에 들린 펜은 또 다른 것을 그려냈다. 검은 샹그릴라만을 찾아내 갉아먹을, 동시에 검은 샹그릴라 섭취자에게 울렁거림을 유발할 연분홍색 가루를 뿌리는 하얀 나방 하나. 그 나방을 열 마리씩 한 군집으로, 총 30마리를 만들어 실체화 시켜 날려 보낸다.
"......저기요. 당신, 그거 먹으면 죽을지도 몰라요. 아니. 거의 확정적으로 죽을 거예요. 그게 그쪽이 바라는 거예요? 복수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해요. 내가 당신이어도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이 복수가 과연 당신과 타인의 생명을 다같이 태울 정도의 가치가 있는 행위인가요?"
짧은 숨을 들이키면 조금 전 수정을 변화시켜 날리게 했던 꽃가루의 달큰한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리라는 또다시 펜을 들어 그어내렸다. 이번에는 형태 없는 손짓이 아니다. 공중에 빛나는 선부터가 실체화 되고, 그게 이어져 면이 되는 순간 머릿속에서 그린 모습 그대로 현실에 튀어나왔으니까.
커다란 거미 한 마리가 붉은 머리에게 접근하려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거미줄을 뱉어 그의 몸을 구속하려고 했을 것이다.
"죽지 않고 살아볼 마음은 없어요? 태어난 건 당신이 선택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앞으로의 삶은 어느 정도 당신 선택에 달려 있잖아요."
결국 바닥이 무너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지만, 그게 상황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아래로부터 바람이 불어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떨어지지 않게,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도록. 랑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채찍을 있는 힘껏 잡아당긴 뒤 빨간 머리의 목에 팔을 휘감아 단단히 팔을 걸어잠그고 기도를 압박해 기절시키려고 했다.
서한양은 민우의 블루제트를 굳이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롭게 다가오는 블루제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에도 공간왜곡을 시도하는 것이 민우에게도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순히 방어적으로 사용하려는 왜곡이 아니었다.
공간의 밀도를 높여 전기 에너지를 흡수하고, 민우의 공격 경로를 변경시키기 시작했다. 블루제트의 전기 에너지를 압축된 공간에 갇혀 점점 밀도를 높이려는 것이었다. 염동력을 통해 특정 지점의 공간 밀도를 변화시키는 것인데, 이를 통해 전자기파, 즉 전기 에너지가 이동하는 경로를 변경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전기 에너지가 밀도가 높은 공간을 통과할 때 에너지가 흡수되거나 반사되는 것인데, 이를 통해 민우의 번개 공격이 서한양에게 도달하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또, 어느 지점은 오히려 공간을 확장하였다. 확장된 공간은 에너지 밀도가 낮아져 공격력이 약해지니깐 말이야.
민우의 번개들을 직접 조작하여 피할 수는 없으니, 공간의 밀도를 조절해서 피해지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었다.
" 응ㅎ 방심하는 거야. 사실 너라면 똑같은 방법을 쓸 줄 알았어. 이거는 내가 인정. 그러길래 좀 나타날 때마다 잘하지 그랬어? 이러니깐 우리가 너를 깔볼 수 밖에 없잖아. "
이번에는 단순히 방어의 용도가 아니었다. 공간의 밀도를 조절해서 단순히 전기를 피한다? 그렇다면 민우의 입장에서는 한양의 출력이 다 될 때까지 공격을 퍼부으면 되는 것이었다. 한양의 진짜 의도...
에너지의 역이용.
공간을 압축시켜서 밀도를 높이면, 영역에 있는 에너지를 고도로 집중시킬 수 있었다. 전기 에너지는 압축된 공간 안에 갇히게 되며, 에너지 밀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이를 통해 민우의 전기 에너지를 흡수하고.. 방출할 수 있었다.
서한양은 흡수한 전기 에너지를 염동력으로 고도로 압축한 후, 한순간에 방출하여 강력한 전기 충격파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압축된 공간에서 방출된 에너지를 민우에게 되돌려주려고 하는 것이었다.
리버티고 뉴트로미니컬 에너지고 모르겠다. 선배만 안 다쳤음 좋겠다. 당장 떠오르는 모든 신에게 빌면서 눈을 꽉 감았는데
" ? "
너무 잠잠하다. 뭐지? 의문이 또렷해질 찰나 등 뒤로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 왔다. 잘은 모르겠지만 마약을 먹을 생각은 버린 것 같고, 정말 하고팠던 일은 따로 있는 모양이다. 선배의 설득이 먹혔다...?? 죽다 살았네!!
한숨 돌리며 강수연에게로 돌아서는데 강수연의 몸에서 붉은 빛이 비치더니, 강수연이 이쪽으로 돌진해 왔다. 본인의 뜻이 아니라는 듯 자지러지는 외침. 그러고 보니 안티스킬의 파워슈트에 귀신 들렸을 때도 저런 빛이 났던 것도 같다?? 그때처럼 조종당하는 거겠구나!! 그럼 저걸 어째?;;;;;
머리가 텅 비었는지 터질 거 같은지 모르겠는데, 강수연의 주먹에서 칼날이 솟자 정신이 번쩍 난다.
허겁지겁 리라의 총을 꺼냈다. 이거 안드로이드도 30초는 저지 가능해! 능력자한테 조종당하는 기계까지 막아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리라가 애써 넣어 준 조준 보정 기능에 힘입어 칼이 솟은 손을 노린다. 제발 맞아라!! 그리고 멈춰 줘!!!
바다의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사념은 노인의 것이었고, 느껴지는 감각은 거대한 지느러미를 담았다. 태오는 바다를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긴 머리가 바닷물에 젖어 들어간다. 자연의 섭리를 받드니 하해와 같음에 감읍합디다. 마지막으로 보낸 생각은 깊은 감사를 담고, 절을 한 차례 올린 뒤 자리에서 일어난 태오는 몸에 묻은 모래를 가벼이 털며 몸을 돌렸다.
"……."
동시에 걸음을 내디뎌 소란과는 조금 먼 장소로 가고자 했다. 동시에 소리를 원껏 열었다. 들어오는 모든 심상을 귀로 듣고자 하며 동시에 고개를 올려 사념을 퍼뜨려보고자 했다.
[안] 모두가 위로 솟아오르자 리라는 빠르게 공중섬을 생성하는데 성공했고 모두를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은우 역시 옥상 쪽에서 아래로 착지하며 하늘섬에 섰습니다. 붉은 머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빠득 갈았습니다. 검은 샹그릴라는 이미 모두 제거되었기에, 리라가 만든 나방은 별 효과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대비를 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거미를 생성했고, 그녀가 만든 거미는 성공적으로 붉은 머리를 구속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자 빨간머리는 빠르게 몸을 바둥바둥거렸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써서 벗어나려는 듯 했지만 타이밍 좋게 이경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기억을 통째로 날렸습니다. 그래서 일시적이지만 그가 능력을 쓰는 것을 막아냈고, 완전히 구속할 수 있었습니다.
"너 따위가 뭘 알아! 너희 따위가 뭘 알아!" "이런 곳은 애초에 존재해서는 안돼!! 만들어지고... 폐기처분되어야만 하는 이의 마음을 알기는 해?! 핫. 그래! 좋겠네! 너희들은 인간이니까!!" "실험체로 만들어져서 갑자기 죽어야만 하는 내 기분을 알기나 해?!" "...이런 곳이 있는데, 내가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언젠가 붙잡혀서 폐기처분되지 않으면 다행이지!" "살고 싶냐고? 그래. 살고 싶어." "하지만 살 수 없잖아!! 폐기처분되는 운명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 ...지금도 붙잡히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애초에 나는 왜 만들어진건데?!" "왜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건데?!"
리라의 말을 강하게 반발하는 것과는 별개로 금은 화염을 일으켜서 붉은 머리를 공격했습니다. 붙잡혀있었기에, 붉은 머리는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다시 한 번 몸일 불탔습니다. 그리고 랑은 단번에 붉은 머리를 기절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하..하하... 소용없어. ...소용없다고... 포세이돈이 온다." "...너희가..포세이돈을 당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거냐..." "전부...전부...죽어라... 나를 만든 인간도... 인첨공도 모두 멸망해버리란 말이다!! 하하하하하하!!"
광기어린 목소리를 끝으로 그는 그대로 기절하듯 쓰러졌습니다. 그 사이에 새봄은 젤리 벽을 녹차로 만들고 모두를 탈출시킬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 다른 이들은 모두 밖으로 나왔습니다.
"자. 일단 바다와는 멀리 떨어지자! 여기에 계속 있으면 위험해!"
이어 은우는 이어셋을 이용해서 모두에게 통신을 보냈습니다.
[상황이 끝난 이들은 모두 여기서 대피해. 그리고 바로 옆구역에 있는 2학구 수중연구소로 집합해!] [상황이 끝나지 않은 이들은 최대한 빠르게 상황을 마무리하고 2학구 수중연구소로 집합해!]
[밖] 아무래도 두 사람이 예상한대로 수연은 조종당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철현은 자신을 향해서 공격하는 수연을 바라보며 음파 발생기를 최대 출력으로 날렸습니다. 그러자 수연은 천천히 뒤로 밀리기 시작했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서연은 리라의 총을 발사했고 칼이 솟은 손에 명중시켰습니다. 칼날은 음파 발생기의 힘과 서연의 공격으로 인해 박살났고, 수연의 몸에 장착된 기계 장치 역시 철현의 음파 발생기로 인해 고장이 났는지, 검은색 연기가 모락모락 일어났습니다. 이어 작은 폭발과 함께, 그대로 수연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나는...나는...그저..." "...그저... 평화롭게..." "...그렇게 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런 중얼거림을 마지막으로, 수연은 그대로 눈을 감았습니다. 숨을 쉬는 것으로 보아 죽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혜우는 선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선혜는 나이프를 들고 그녀를 향해 약하게 휘두르면서 위협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결국 움직임이 천천히 멈췄습니다. 너를 위해서야. 라는 그 말에 동요했고, 버림받지 않았다는 그 말에 멈칫했습니다. 다른 동물들 역시 일제히 선혜를 바라볼 뿐, 특별히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혜우는 선혜를 다독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말에 선혜는 멍한 표정을 지었고, 혜우는 나이프를 놓게 하는데도 성공했습니다. 이어 선혜는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잡았습니다.
"그만둬..." "...차라리 버림받았다고 비웃으란 말이야." "...뭐야... 대체 뭐야!!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거야!! 당신!" "나는...나는....." "언니...언니...언니......언니...."
보라. 지금 이 자리에 없는 그녀를 떠올리며 선혜는 눈을 꽉 감았습니다. 이어 그녀는 이를 악물고 혜우를 강하게 밀쳤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 후에 중얼거리듯이 이야기했습니다.
"...승아..." "그 여자를 조심해요." "...그 여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고... 사실상 리버티를 이끌고 있는 부리더니까..." "퍼스트클래스도, 그 사람의 위크니스도 결국 승아 그 작자의 손아귀 안엔서 굴러가고 있어." "...애초에 우리 모두를 모은 것도 바로 그 사람과... 리버티의 리더인 그 사람의 삼촌이니까..." "......그러니까... 조심해요. 이대로 싸울거면." "포세이돈의 오른쪽 문... 그곳이 그나마 얇은 곳이에요."
이어 선혜는 이를 악물고 바로 뒤로 돌아 냅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이끌던 동물들 역시 일제히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이쪽도 어떻게든 해결이 된 모양입니다.
태오는 자신의 사념을 조용히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들개들과 갈매기, 그리고 독수리가 태오에게 다가왔습니다. 아마도 독수리는 태오에게 이런 생각을 전달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또 뭘 위해서 부른거냐. 인간이여.
그 순간...동물들의 시선은 모두 태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말을 잘 하면... 어떻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혜성은 좀 더 정신을 집중했습니다. 돌고래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녀가 만든 초음파는 그대로 포세이돈을 지목했습니다. 그녀의 시야에 돌고래들이 일제히 그 포인트를 향해, 그리고 커다란 고래가 돌진하는 것이, 그것을 떠나서 다른 물고기들, 상어까지 모두 그곳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을 것입니다. 일제히 강한 충격이 가해지고, 포세이돈은 순간 움찔하며 그 움직임이 잠시 멈췄습니다. 그녀가 보낸 초음파가 목적지가 되었고, 초음파로 소통하는 이들이 그에 응해 그녀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포세이돈이 서서히 뒤로 밀려나는 듯 했지만 그래봐야 시간을 잠시 끄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한양은 민우가 쏜 번개를 흡수하고 공간 왜곡을 이용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여러가지 과학적 이론. 즉 이치를 벗어난 이론을 이용해서 그는 전기 에너지를 염력을 이용해서 고도로 압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방출해서 민우를 때리려고 했지만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번개는 반대로 한양의 몸을 관통했습니다. 심장은 간신히 피하긴 했지만, 반대편 가슴이 엄청나게 뜨겁고 아픈 것이 느껴졌을 것입니다. 숨을 쉬기도 조금 어렵습니다. 아니. 숨은 쉴 수 있지만, 정신을 놓으면 그대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정말 입만 살았구나." "...내가 번개고, 번개가 곧 나인데, 번개를 이용해서 나를 공격하려고 했어?" "한양아. ...바보 아니야?"
이내 전기 충격파는 그대로 다시 한 번 한양을 덮치려는 듯, 그대로 뒤에서 기습했습니다. 이번에는 심장을 노리는 것이 분명합니다. 공간 그 자체를 때리는 일격. 오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이쪽도 레벨5. 이치를 벗어나는 힘. 번개로 공격하려고 한 것이 아무래도 그의 유일한 실수가 아니었을까요?
"잘 가. 마틸다."
피식 웃는 가운데 번개는 그대로 갈라지더니 여러 방향에서 한양을 노리듯 기습했습니다. 파란색 번개는 그야말로 상당히 위협적 느낌. 그 자체입니다.
후퇴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마침 모두의 이어셋에 은우의 요청이 들어왔으니까요. 아니면 이대로 더 싸우겠습니까?
잔뜩, 아주 잔뜩 자신의 고통을 토해내고 쓰러진 그를 보며 백색은 뒤늦게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폐기가 예정되어 있는 삶이라면 얼마나 구슬픈지. 하지만 그에 대한 위로는 대체로 얄팍할 것이며, 마음 깊은 곳에 닿지도 못할 것이다. 백색은 잠시 고민하다 그 남자를 어깨에 들쳐매려 하였다. 이대로 둘 수는 없으니 가는 길에 한 명 정도는 괜찮겠지. 백색은 들쳐맨 그가 생각보다 가벼워서 아주 조금, 놀랐다. ..아마 객관적으로 전혀 가볍지 않겠지만!
이윽고 백색은 은우의 명령에 따라 대피를 시작했다. 동시에 그곳으로 가며 붉은 머리의 기억을 천천히 살펴보기로 하였다.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는가? 포세이돈이 온다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인가? 그러니까, 맹목적인 날개가 되어버린 리버티의 계획은 무엇인가? 백색은 그것을 대피하는 도중에 읽으려하였다.
이경은 붉은 머리의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랑이 읽은 것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해일을 일으켜서 단번에 연구소를 쓸어버리면서 바다가 되어버린 부지를 포세이돈이 들이닥치고, 그 상태에서 발전기를 강탈, 혹은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이 여기에 온 3인방의 목적입니다.
저지먼트 멤버들이 남아있으면 모두 어뢰 그물을 사용해서 포박한 후, 이어 전기를 투하해서 모두를 단번에 죽여버리는 것.
그 모든 것이 바로 이전에 본 적이 있었던 파란 머리. '승아'가 짠 계획입니다.
그 계획을 듣는 붉은 머리의 귀에 이런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에너지를 흡수하건 흡수하지 않건 상관없어." "최후에는 내 '이치를 비트는 힘'으로..." "포세이돈으로 모든 것을 정리할테니까."
빨간머리는 고래고래 소리지르다, 금 선배와 랑 선배의 공격에 쓰러졌다. 처지가 딱하기야 하다만 지금까지 해온 짓들에 대한 정당화는 될 수 없지. 이경이가 빨간머리의 신병을 확보한 걸 확인하고 은우선배의 지시대로 수중연구소를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수중 연구소에 뭐가 있나? 가보면 알겠지.
광기와 울분 어린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숨이 턱 막히는 듯하다. 리라는 의식을 잃은 붉은 머리를 응시하다가 공중에 원을 그린다. 옅게 라벤더색이 감도는 커다란 비눗방울 하나가 실체화 되고, 곧 쓰러진 붉은 머리의 몸을 감쌌다.
본인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착잡함이 혀끝을 쓰게 스친다. 정말 그렇다 한들 인간과 인간 아님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증오의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게 아니니 속만 쓰려올 뿐이다.
그는 상대의 기분을 이해할 수 없다. 말마따나 제작된 사람이 아닌 태중에 잉태되어 태어난 사람이고 언제 죽을지 몰라 숨 죽여본 적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이 정도다. 붙잡혀 죽지 않도록 해 주는 것. 저지른 일에 대한 처벌이 아닌 단순한 '폐기 처분'은 피해갈 수 있게끔.
단단한 비눗방울은 붉은 머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가두며 공중을 유영한다. 리라는 저를 따라오는 비눗방울을 쳐다보다가 이내 커다란 양탄자 하나를 실체화 시킨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탈 수 있도록.
총을 겨누고 쏘면서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선배가 음파 발생기를 조작한 순간 귀가 먹먹해지면서도 마구 후비는 듯한 통증에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캐퍼시티 다운과는 또 다른 타격이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총을 못 쏠 뻔했다.)
그래서일까. 효과는 굉장했다! 미친 거처럼 돌진하던 강수연이 뒤로 밀려나더니 기계 파츠가 고장난 듯 잿빛 연기가 솟아올랐다. 저 정도면 더 안 싸워도 되겠지? 했을 때 폭발음이 났다.
" ??!? "
어어? 폭발까진 곤란한데?? 괜찮은 거야?! 쫄리는 맘을 부채질하듯 유언스러운 주절거림이 들려 왔다. 잠만잠만!! 후다닥 쓰러진 강수연에게로 달려갔다. 죽진 않았겠지? 아무리 기계 장치에 이상이 생겼대도 소음으로 죽다니, 그건 아니잖아?! 숨 죽이고 지켜보자니 다행히 숨소리는 들린다. 아이고, 간이야;;;;;;;; 그 와중에 선배는 태연스레 터프하네 어쩌네 하니 안심되면서도 야속하다.
@강철현 " 농담이 나와? " " 선배 다칠까 봐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
그때 부장의 통신이 와 닿았다. 여기선 대피하고 2학구 수중 연구소로 집합하란 안내였다. 여기서 대피하라는 건, 여기가 위험하단 의미겠지? 그럼 얜 어쩌지? 리버티가 아주 대놓고 쓰다 버리는 패 취급이었어서, 죽든 말든 내버려 둘 거 같은데;;;;; 그렇다고 기계가 태반인 인간을 혼자 옮기는 건 노답이고... 뻘뻘거리다 선배에게 물었다.
@강철현 " 이대로 뒀다간 죽고 말 거 같은데, 일단 안전한 데까진 옮기는 게 좋지 않을까? "
철현이 동의했다면 강수연까지 2학구 수중 연구소로 옮길 수 있도록 있는 힘 없는 힘 짜내며 도울 것이다.
초음파는 이정표이자, 목적지가 되었다. 초음파로 소통하는 생물들은 제 의지대로 움직인다. 들리는 것보다 보이는 것에 익숙한 혜성의 눈앞에 바다 생물들을 이끄는 제 초음파가 만들어낸 색채들이 가득했다. 온갖 바다 생물들의 움직임에 포세이돈이 뒤로 물러서는 기미가 보일 때, 혜성은 이어셋을 통해 들려오는 은우의 말에 생물들이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길을 만들어낸 초음파를 연산으로 수정했다. 궤적을 바꿔야한다. 여기서 저 포세이돈의 움직임을 제제하지 못하더라도 더디게 만들 수 있다면, 해봐야한다.
"다들 먼저 대피해."
초음파의 색채가 바뀌었다. 혜성은 바다 생물들이 포세이돈에게서 최대한 멀리, 거리를 두고 물러나라는 초음파를 전달하며 이어셋을 통해 말을 전달했다.
"해일이 좀 크게 들이닥칠지도 모르겠으니까."
바다 생물들이 대피했다면, 혜성은 연산을 통해 초음파를 이용해 만들어낸 수중 지진을 포세이돈의 근처에 일으키려 시도했을 것이다.
" 쿨럭...! 그거 난이도 맞추려고 한 거 모르냐.. 쿨럭.. 내가 너 상대하는데.. 가슴 하나는 내줘야되지 않겠어? "
서한양은 피를 토하며 말했다. 이어서 이어지는 은우의 통신. 한양은 이에 답한다.
[금방 끝내고 올게. 그리고 잠시 무전 안 될 거야]
" 그런데.. 잠시 바보는 맞긴 맞았네.. 너를 상대할.. 너 간단한 방법이 있었는데 말이야.. "
서한양은 번개가 치직이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고, 날아오는 번개를 보며 힘없이 서서히 눈을 감기 시작했다. 이내 번개가 서한양에게 닿기 직전.. 서한양은 눈을 부릅뜨면서, 눈빛에서는 묵색의 빛이 진하게 나기 시작했다.
" 너를 상대하려면 공간을 조작할 필요까지는 없었어. " " 바보였지. 원자도 간단하게 조작하는 나인데, 왜 그걸 몰랐는지. "
" 전기장 말이야. "
이내 서한양의 정신에너지가 민우를 넘어서 꽤 넓게 퍼졌고, 이내 서한양의 염동력은 그 일대의 전기장들을 왜곡하여서, 전하의 분포를 변화시키고, 전기장의 경로를 왜곡하여 민우의 번개 공격을 무력화시키려고 했다. 민우의 번개가 서한양에게 닿기 직전에 다른 방향으로 튕겨지고, 민우의 번개 능력도 잠시동안 무력화시키려고 했다.
더불어 서한양은 염동력을 사용하여 민우 주변의 전하 분포를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민우가 생성하는 전기장이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못하도록 하려고 했다. 또한 자신의 염동력으로 민우의 전기장에 반대되는 전하를 생성하여 전기장을 중화시키켜서, 민우의 번개가 일시적으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했다. 염동력을 사용하여 민우의 위치에 있는 전자를 모으거나 제거함으로써 전하를 생성하는 것이었다. 전자를 제거하면 양전하가 남게 되고, 전자를 추가하면 음전하가 생성되는 것인데, 염동력은 전기장의 제거는 불가능한 능력이니, 민우 근처의 전자를 다른 데로 돌리거나, 주변의 전자를 민우에게 옮기는 것이었다. 이렇게 민우의 반대 전하를 생성해서 전기장을 중화시켜서 상쇄시키는 것이었다.
대신에 이 넓은 일대를 커버하니깐 뇌를 일부 태우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됐다.
" 너나 잘 가. "
" 물이나 많이 드시고. "
서한양이 저레벨 때 많이 쓰던 방법. 한양은 일시적으로 전자 에너지를 못 쓰게 만든 틈을 타서, 염동력으로 민우를 잡아서 바다로 처박으려고 했다. 물에 들어가서도 끝까지 놓지 않고, 기절할 때까지 말이다.
태오는 걸음을 멈춰 제 사념을 들은 존재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들개와 갈매기, 독수리를 본 태오는 어렵지 않게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었다. 리버티에는 동물을 다루는 아이가 있었지. 누구였더라, 불렛의 위크니스였나. 이 동물들이 이쪽으로 왔다는 것은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도달했다는 것일 테고. 태오는 동물들을 보며 천천히 소매를 모으더니 정중히 고개를 조아렸다.
- 명령을 내려 휘두르고자 부른 것이 아닙니다. 대화를 요청하고자 이리 부름을 청하였습니다.
동물이라 멸시하지 않는다. 동등하게 대하되 조금 더 높고 정중하게 모시는 듯 사념을 전달했다.
- 한낱 고깃덩이보다 몇 배는 예민하신 분들이니 생명의 위협을 누구보다 강하게 느꼈을 것인즉 이대로면 모든 생명이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우리는 고립되었고, 도움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치를 뒤트는 힘이 동물의 속내를 읽었으니, 읽은 것을 토대로 설득하는 수밖에.
- 위대한 바다의 존재들 또한 막고 있으나 역부족입니다. 창공과 대지의 주인의 힘이 필요합니다. 어머니 자연의 품에서 태어난 형제자매여, 부디 날개와 앞발을 빌려주시옵고 함께 하여 주시옵소서. 다만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모든 것은 목줄 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법이니, 의견을 존중합니다.
태오는 천천히 손을 뻗어보았다. 함께 할 것이면 제 팔 위로 날아들며, 발치로 달려와 손길을 허락해달라는 듯.
상대도 결국 살아가려고 발버둥 치는 것뿐이다. 그렇지만 상대가 한 일, 그 결과가 이렇게 된 이상, 상대가 날뛰게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기절하는 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밖으로 나오며 금은 한숨을 내쉬며 입술을 잘근 깨문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계속해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무너진 건물을 바라보던 금은 이어셋에 들려오는 집합 명령에 몸을 돌려 이동한다.
수연은 서연이 챙겼고, 붉은 머리는 리라와 이경이 챙겼습니다. 대부분의 이들은 모두 바로 근처에 있는 수중 연구소로 향했습니다. 그곳에 도착한 이들을 확인한 은우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이들을 체크하고서 다시 한번 통신을 보냈습니다.
[모두들 빨리 이곳으로 와! 만약 오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최대한 그곳에서 대피해!]
그와는 별개로 연구소 입구에서 기다리는 것은 은우의 담당 연구원이었습니다.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던 남성이었기에, 익숙한 이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어 그는 모두에게 인사를 하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안녕. 저지먼트 제군! 전에도 만난 적 있지? 일단 나는 에어버스터의 담당 연구원이야. 에어버스터가 빨리 준비를 해달라고 해서... 일단 어떻게든 여기까지 몰고 오긴 했는데... 일단 따라 와."
"가자!"
연구원과 은우는 앞장서서 연구소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만약 모두 연구소 안으로 들어왔다면,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보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탑승하자 엘리베이터는 큰 소리를 내며 천천히 지하로 향했습니다. 이어 연구원은 모두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수중전함 포세이돈. 그것에 대한 자료를 에어버스터가 나에게 줬었어. 그리고 그때 에어버스터는 나에게 의뢰를 했어. 저것에 지지 않는 수중전함을 만들어달라고 말이야. 하...정말 곤란했다니까. 그리고 어제 경에 어떻게든 만드는데 성공했어. 물론 아직 시운전을 많이 한 것은 아니라서 조금 불안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에어버스터가 가지고 와달라고 했으니까."
"...네? 언제 그런 것을?"
"아. 하하. 나름대로 비밀로 한 거거든. 그래서 이제야 밝히는 거야."
세은의 물음에 연구원은 웃으면서 괜히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이내 엘리베이터가 지하에 도착하고,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바다에 떠 있는 아주 거대한 느낌의 초록새 잠수함의 모습이었습니다. 거대한 전함을 닮은 잠수함은 새로 만들었는지 광채가 반짝였습니다. 얼핏 봐도 안전해보이는 잠수전함의 입구는 머리 쪽에 달려있었습니다. 그곳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듯 합니다.
"스펙은 거의 비슷할거야. 일단 에어버스터가 가져온 자료를 참고해보면 말이야. 맨 앞쪽에서 앵커를 발사해서 통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만약에 포세이돈에 명중시키고 고정시킬수만 있다면 포세이돈에 들어갈 수도 있을 거야. 물론 쉽진 않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너희들의 초능력을 분석한 데이터를 이용해서, 너희들이 사용하는 초능력의 에너지를 닮은 어뢰를 쏠 수 있게 해뒀어. 물론 일반 어뢰도 발사 가능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잠수함은 '뉴트로미니컬 에너지'를 이용한 전함이야. ...즉, 중간에 에너지가 떨어지는 일은 없을거야."
"포세이돈이 정말로 다가온다면...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이걸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대로는 리버티를 막을 수 없으니 말이야."
"그 말대로야. 뱅크를 노린다고 했었던가? 만약 정말로 뱅크가 없어진다고 한다면... 인첨공은 사실상 끝이나 마찬가지야. 모든 과학 데이터가 사라지는만큼, 말 그대로 인첨공은 처음으로 리셋될테고, 경우에 따라서는 2학구가 통째로 없어질 수도 있겠지. ...수많은 이들이 죽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이 '으누호'를..."
"잠깐만. 이름이 뭐라고요?"
"아. 으누호. 에어버스터가 의뢰한거니까 말이야!"
"......."
"......."
은우는 세은의 도끼눈 시선을 살며시 회피했습니다. 일단 설명은 여기까지 듣고 어서 탑승하도록 합시다. 포세이돈을 막으러 가야할테니까요.
[그 외] 한양은 생각보다 부상이 심했습니다. 피를 토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한양은 물러나지 않았고, 오히려 번개 공격을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민우는 피식 웃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해?" "우리의 목적이 달성된다고 해서 네가 손해를 보는 것이 뭐가 있어? 애초에 너는 우리의 타깃 자체가 아니었어." "왜 그렇게 이 인첨공을 지키지 못해서 안달이 난건데?" "에어버스터가 바로 옆에서 고통을 받는다는 것도 알고, 인첨공이 생각보다 썩었다는 것도 잘 알면서...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건데?!" "그렇게 죽을 힘을 다해서 싸운다고 해서 대체 네가 얻는 것이 뭔데?!"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이 민우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양은 그대로 염동력으로 민우를 붙잡아서 바다로 집어넣으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민우는 피식 웃었습니다.
"뭐. 좋아. 승부는 다음으로 미루자. 일단...지금 중요한 것은 너희가 아니니까." "똑똑히 봐라. 우리의 날개가 인첨공에게 진정한 자유를 선사하는 순간을!"
그대로 민우가 바다에 빠지긴 했지만, 이내 바다에서 더욱 강한 에너지 기운이 흐르는 것을 한양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염동력이 강제로 해제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안에 있는 포세이돈에 탑승을 한 것일까요? 그와는 별개로 혜우는 근처까지 올 수 있었고, 한양을 회복시켰습니다. 한양의 출혈이 점점 멎어들고 고통도 천천히 가라앉았습니다. 다만...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이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한편 태오는 모여있는 동물들에게 자신의 사념을 전달했습니다. 동물들에겐 딱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독수리는 그대로 날개짓을 하더니, 단번에 태오의 팔 위에 날아들었고, 그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들개들은 일제히 태오의 근처로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이내 태오는 독수리의 사념을 읽을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뭘 하면 되는거지? 인간이여. -우리는 바다로 뛰어들 수 없다. 그런 우리에게 뭘 해주길 바라나. 인간이여.
그리고 혜성은 그 시각, 바다 생물들에게 초음파를 전달했습니다. 그러자 바다생물들은 일제히 초음파를 듣고 재빠르게 멀리 달아나듯 모습을 감췄습니다. 대피가 끝난 것을 확인한 그녀는 초음파를 이용해서 수중지진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일까요. 포세이돈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수중전함이라는 이름이 폼은 아닌 모양입니다. 그와는 별개로 커다란 물줄기가 이곳을 향해 오는 것을 혜성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포세이돈이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슬슬 이곳으로 오려는 모양입니다. 이대로 계속 여기에 있어도 되는걸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또 다시 수중 생물들이 나타나서 포세이돈의 앞을 가로막고 몸으로 움직임을 막으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혜성은 그 순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포세이돈은 전에도 말했다시피 초능력 차단 필드를 치고 있어서 초능력으로 때릴 수는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으누호의 공격만이 유효하게 들어간답니다. 물론 직접 타격을 하지 않고 다르게 서포트를 할 수는 있겠지만요.
으누호의 공격은 모두 해당 캐릭터의 초능력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공격으로 이뤄져있어요. 이를테면 혜우가 공격을 하면 으누호의 체력이 회복되고, 금이가 공격을 하면 강하게 폭발하는 어뢰를 연속으로 발사하는 식으로요. 물론 공격 능력이 없는 이들은 일반 어뢰도 발사할 수 있답니다. 혹은 레이저포라던가. 방어벽을 칠 수도 있을테고요.
포세이돈 전 한정.. 배틀에 다이스가 들아갈 예정이에요. 포세이돈엔 체력이 있고, 그 체력만큼 수치를 깎으면 된답니다. 으누호도 체력이 있고, 으누호의 체력이 모두 깎이면 으누호는 침몰하겠지만요.
죽을 거 같애 죽을 거 같애 죽을 거 같애!!!!! 이 날씨에 바다에 또 뛰어들다니 내가 바보 멍텅구리지... 강수연은 또 왜케 무거워 기계 몸이라 근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낑낑거리는 순간순간 걍 내팽개치고픈 마음이 올라오는 걸 수박수박하며 질질 끌다시피 옮겨 온 서연이었다. 가까스로 부장이 안내한 곳에 도착하니 부장이 보였다. 살았다!!!! 그대로 강수연을 떨구려다 울며 겨자먹기로 마지막 힘을 쥐어짜 느릿느릿 내려놓았다.
@최은우 " 부장, 저기 이 사람요, 그, 뭐시냐 리버틴데;;;; 냅두면 죽을 거 같아서 데꼬 왔거든요? 어따 묶어 놔야 할까요?;;;;;; "
본인은 싸울 동기가 사라진 듯도 했지만 언제 또 조종당할지 모르잖아. 귀신 붙은(???) 기계는 이제 사절이라고!!! 그렇게 한바탕 징징대고서야 주위를 살필 정신이 든 서연이었다. 웬 낯선 사람(부장의 담당 연구원이란다)이 인사했다. 지칠 대로 지쳐서 겨우 고개만 꾸벅여 인사치레나 했는데, 그 연구원이 모여 있는 부원들을 지하로 안내하며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소릴 했다. 박형오가 만들었다는 초거대 잠수함에 맞설 수 있는 잠수함을 만들었다고라? 박형오네 연구소에서 그 잠수함의 설계도를 입수한 지 한 달이나 됐나? 그 사이에 비슷한 규모의 잠수함을 만들 수 있다고? 심지어 무슨 통로며 저지먼트 부원의 초능력을 본뜬 어뢰며 별별 기능까지 다 넣었네. 이런 게 어제 완성? 거 성능 멀쩡한 거야??;;;;;;;;;
" 어, 그, 저... 죄송한데요. 그 포세이돈인가 뭔가 겁나 컸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런 잠수함을 이케 빨리 만드는 게 가능한가요? 안전성은 확인됐나요?;;;;; "
중간에 물 새어 들어오거나 해서 침몰하면 빼박 물귀신행이잖아...타도 되는 거 맞아?? @ㅁ@;;;;;;;; 서연으로선 으누호 같은 이름보다, 이 잠수함의 내구성이, 이 잠수함이 개발자가 의도한 동안 버틸 수 있는지가 넘사로 떨떠름했다.
사이코메트리 장비에 문제가 생겼단 연락에 길벗 상담 센터로 갔다. 가 보니 수집한 데이터의 해석에 어려움이 있어서 곤란한 모양이었다. 내 능력의 최고 구멍이 나인 거랑 비슷하네. 한숨 나와도 어쩌겠어? 그간 쌓인 사이코메트리 데이터를 해석하고 유형별로 분류하는 노가다를 했다. 사이코메트리 장비 역시 내 해석에 기반해 앞으로의 데이터를 해석하게 될 터라 뒷맛이 께름칙한 과정이었다. 내가 좀 더 똑똑했다면 좋았겠지만... 아이고, 모르겠다!!
센터장님과 노가릴 까면서도 꿀꿀하긴 마찬가지였다. 수능은 보고픈데 수능 공부는 싫다니 센터장님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었을까? 그리 생각하면서도 나오는 대로 툴툴거렸다. 상담심리학과에 관심이 있었지만 영어 수학 너무 싫고!! 알바 중에 만나는 진상도 지긋지긋한데, 진상들이 마음 고쳐먹기까지 공감하고 노력해야 하는 직업 가졌다간 홧병 나 죽을 거 같다고!!
그랬더니 센터장님은 본인도 다시 입시하라면 못 한다며 요즘 학생들 공부하는 내용 정말 어렵더라 웃으시면서도, 너무 다 잘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셨다. 애초에 사람은 타인이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내담자가 변화할 계기를 스스로 만들면 그게 대박 친 거지, 내담자가 변화하지 않는 게 상담 실패는 아니라고. 그러면서 내담자의 변화를 돕기 위해 꼭 능동적으로 뭔가 할 필요는 없고, 내담자가 얘기할 의욕을 잃지 않도록 잘 듣기만 해도 충분하단다.
믿기지 않는 소리였다. 센터장님을 비롯한 상담사는 상담이 직업이잖아! 듣기만 하는데 돈 내 가며 상담한다고? 내담자 수는 생계와 직결될 텐데 안 쫄리시나? 그 말씀을 드렸더니 센터장님은 맞말이라며 또 웃으셨다. 밥줄 안 끊기려면 내담자의 얘길 경청하고 기억하긴 해야 한단다. 상담에서 말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건 잘 듣는 것이고, 내담자 상당수는 자기 얘길 할 기회를 바라기에, 맘껏 얘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유의미한 상담이란다. 길벗 상담 센터가 안 망하고 굴러가는 것도 그쪽으로 입소문 난 덕이라나? 그러면서 상담사가 되기 싫다면 억지로 공부할 필욘 없으니 앞으로의 커리큘럼이나 잘 부탁한다셨다. 내담자의 변화를 유도하지 못한 상담이라도 실패는 아니고 꼭 능동적으로 뭔가 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 곧이곧대로 믿어도 될지 의문이다. 또 영수 공부는 여전히 토나온다. 그래도 달리 내키는 학과가 안 생기면 상담심리학과를 고려해 보긴 해야겠다. 거기 나온다고 꼭 상담사가 되는 건 아닐 테니 맛보기 해본다 치고
물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을 거란 생각도 해봤다. 으레 생존이란 자기 살기 중요한 법 아닌가, 번식으로 하여금 대를 잇고 번성하여야 마땅할 존재에게 어찌 인간이 희생을 강요하겠는가. 불가능하다면 돌아가고자 했으나, 팔 위로 날아드는 독수리와 발치로 모여드는 들개로 하여금 태오는 눈을 감았다 떴다. 조용히 자리에 무릎을 굽혀 쪼그려 앉은 뒤, 남은 한 손을 뻗어 들개 무리가 불쾌하지 않을 선에서 주둥이와 귀,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바다로 뛰어들지 않아도 됩니다.
애초에 인간의 싸움에 동물을 끼게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 아니한가……. 그렇지만 태오는 인간이 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하여 짐승이라 한다면 그것도 아니다. 민담 속의 박쥐처럼 이것도 저것도 아니니, 차라리 그 사이에서 할 일을 하는 수밖에.
- 어머니 자연을 망가뜨리고자 하는 자가 있습니다. 바다의 존재를 무참히 공격하는 존재들이 창공과 대지 또한 망가뜨릴 겁니다. 그러니 부디 손 뻗어주시되 동료들을 모아주십시오.
2학구에 온 순간부터 이미 때려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빛을 저버리게 만들고자 하는 존재가 있는 이상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태오는 독수리를 한 번, 들개 무리를 한 번 시선을 마주보려 하더니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 대지와 창공의 동포를 모두 모아 이 주변의 인간들을 내쫓도록 도움을 주십시오.
2학구 인원을 대피시키는 수밖에.
- 방법이 어떠하든 개의치 않습니다. 애당초 인간에게 해묵은 한이 있다면 지금 풀 때도 되었지 않습니까. "아가, 이리 온."
자캐를_글로_표현해보자 : 여기... 여기서 뭘 더 표현해야 하나요...(주륵) 진짜 여기서 뭘 더 표현해야 하지🤔 위키를 보고 오시오(이러기)
휴대폰_액정이_깨진다면_자캐반응 : "……."
태오는 핸드폰 액정을 확인하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었다. 하여튼 세상 참 요란하다. 손에서 미끄러져 계단을 구를 적엔 가슴을 졸이며 액정 나가진 않았나 황급히 집어 보면 멀쩡하더니만, 오늘처럼 그냥 툭 떨어뜨린 건 또 작살이 난다니, 핸드폰 화면이 지직거리는 걸 보니 메인보드가 죽은 듯하다. 태오는 손을 들어 제 머리를 벅벅 헝클고는 다시금 깊은 한숨을 쉬며 터덜터덜 주머니에 핸드폰을 쑤셔박은 채 발길을 돌렸다. 주변에 센터가 어딨더라? 칩으로 전화 받으려면 알림 다 켜야 해서 귀찮은데. 모든 것은 유한하고 덧없다지만 하필 오늘같은 날에, 재수도 없지!
자캐의_여름휴가_장소 : 은우네 섬에서 휴가를 보냈...으면 좋겠는데 그땐 시트가 없어서 자기 집에서 보냈을~~~~~~ 듯?
>>588 견적 대충 내보고 새로 사는 게 더 편한 녀석이라 그럼(도랏맨) 귀찮은 거 맞다(?)
머 라고 어케이런달달하고귀여운질문을하지요???
1. 백서휘 잠깐 고민하다가 "처제, 내가 하나 묻고픈 게 있는데요……. 내가 이런 거 좋아하는 거 알고 말한 건가?" 하면서 기깔나게 데이트 즐기고 한결이랑 같이 기 다 빨린 현뱜미 업어옴(?) 2. 동생이라서 화 안 냄 어차피 '이참에 다시 치우면 되는 걸...'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 대신 "무얼 그리 재미나게 하고 놀았을까요." 하고 무자비한 복복 머리 봑실봑실 정전기형은 피할 수 없다
열린 문 앞에는 왠 바닷속이 펄쳐져 있었다. 순간적으로, 이 문을 통해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온 것 아닐까 싶을 만큼 정교하고 세밀한 바닷속 풍경의 홀로그램이 태오의 집 안을 덮고 있었다.
심해는 아닌지 완전히 어둡지는 않았지만 위에서 빛이 비추고 일렁이는 효과도 있어서 군데군데 거뭇하게 어두워지고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집 안의 구조에 맞춰 암초와 해초들이 배치되어 있고 각종 열대어들이 진짜 살아있는 것 마냥 집 안을 헤엄쳐 다녔다. 부엌엔 음식이 차려진 식탁이 있었는데 크고 작은 열대어들이 마치 먹기라도 하듯 음식 위를 톡톡 오가는 모습도 있었다.
무엇보다 잔잔하게 깔리는 물소리와 선율이 현실감을 더욱 북돋았다.
이런 걸 보여주려고 집을 빌려달라 한 걸까 싶을 때 태오의 앞으로, 위에서부터 하얀 실루엣이 잠수하듯 흘러내려왔다.
그것은 물보라를 가득 일으키며 내려와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포르르- 물보라가 흩어지고나자 한 사람의 형상이란게 드러났다.
하얀 단발머리에 하얀 얼굴, 하얀 드레스, 그러나 검푸른 눈을 가진 여성, 의 홀로그램이었다. 침잠한 눈빛을 한 여성은 태오를 똑바로 보며 미소지었다. 눈높이가 태오와 비슷했지만 머메이드 핏의 긴 치맛자락이 아래로 길게 일렁이는 걸 보아 바닷속이라는 배경에 맞춰 부유하기 때문인 듯 했다.
여성의 생김은, 다리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느러미도 없었다. 손에 갈퀴도 없고, 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지느러미가 있지도 않았다.
기묘한 백색의 여성은 드레스 자락을 쥐며 다소곳이 인사했다. 실시간으로 물결에 흔들리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생생하게 구현한 움직임이었다.
차분히 인사를 한 여성은 곧 장난스럽게 태오 주위를 빙그르르 돌았다. 여성의 소리가 들렸다면 천진난만한 웃음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여성은 손에 잡히지 않는 걸 알 듯이 닿을락말락, 몇 번인가 바닷속을 투영한 허공을 유영하더니 거실 쪽으로 사르르 흘러가며 손짓했다. 아마도 테이블이나 그런 건 걸리지 않게 치운 듯 작고 동그란 해저 공간이 된 거실에 아마 들어올 땐 안 보였을 커다란 조개가 있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조개에 여성이 사뿐- 걸치듯 앉았다.
다소곳한 자세에 하얀 드레스 자락이 스르르 말려올라갔다. 그 안은 여성의 체구가 아담히 딱 맞아들어가는 사이즈였고 조개를 기다렸다는 듯 서서히 껍데기를 닫았다. 여성은 아무런 두려움도 걱정도 없는 표정으로 태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윽고 고개를 숙이며 웅크리는 여성의 위로 검은 조개 껍데기가 완전히 닫히자 그대로 실내도 암전되었다.
순간 펼쳐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태오의 정면으로, 하얀 손이 불쑥 나와 허공의 어둠을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그렇게 쥔 손을 천천히 뒤로 빼다가 단숨에 확 당겨버리자-
부그르르-
수많은 거품 빠지는 소리와 함께 다시 실내가 확 밝아졌다. 조금 전까지 어두컴컴하던 실내가 단숨에 밝아지니 시야가 꽤나 시렸지 않을까.
겨우 어둠에 적응해 앞을 보면 저 먼 수면 위 빛이 일렁이던 수중 풍경은 햇빛이 쨍하게 내리쬐는, 지중해 해변 같은 풍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검은 조개가 있던 자리엔 검은 베일에 진청색 원피스 차림의 내가, 하얀 홀로그램이 아닌 진짜 내가 얕은 파도의 포말 부서지는 그 자리에 서서 손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들고 태오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어서 와. 오빠. 오늘 하루 즐겁게 보냈어?"
부디 그랬길 바랐다. 오늘만큼은 아무런 걱정도 염려도 없는 하루였었으면.
"오빠가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오늘 오빠 생일이야. 그래서 조금 특별한 축하를 해주고 싶었어. 오빠나 나나- 태어난 거 자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잖아. 그래도 태어나지 않았으면 만날 일도 없었을 거고, 오빠를 오빠라 부를 일도, 내가 나로 불릴 일도 없었겠지. 그러니까-"
이것만큼은 축하하게 해줬으면.
"처음 만났던 그 날부터, 오늘까지, 오빠로 와줘서 고마워. 곁에 있어도 아니어도, 오빠로 있어줘서 고마워. 오빠가 오빠라서, 진심으로 기뻐."
무언가 들고 있던 손을 태오에게 내밀자 손 위로부터 부드러운 조명이 밝아졌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예쁜 스테인드글라스 갓의 스탠드 조명이었다. 엷은 하늘 아래 분홍 꽃 곱게 피어난 그림이 은은한 조명빛에 비추어지고 있었다.
"오빠가 돌아갈 곳이 무저갱의 어둠이라 해도, 항상 올려다 볼 수 있는 빛이 되어줄게. 언제 올라와 기대어도 좋을 양지 바른 곳으로 있어줄게."
내가 스탠드를 내밀었을 때부터 풍경을 이루던 홀로그램이 가장자리부터 서서히 흩어지며 원래의 집 안 모습으로 돌아왔다. 화려함은 사라지고, 밝기를 낮춘 조명이 은은하게 집 안을 비추는 가운데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이 참 환하기도 했다.
태오가 스탠드를 건네받거든 가까이 다가가 옷깃에 무언가도 달아주려 했다. 녹색 끈, 녹옥과 연분홍 옥 장식, 팔각 옥장식 위에 자개로 표현한 작은 풍경화가 담긴 태오의 여느 차림에 참 잘 어울릴 법한 노리개였다. 녹색의 긴 수술이 잘 늘어지게 달아주곤 싱긋 웃으면서 말했겠지.
"그거까지 내 선물. 자, 이제 식사하자. 기다리느라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
축하는 오늘이 끝날 때까지니까.
식사가 둘 뿐이었을지, 다른 누가 있었을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 근래 먹었던 어떤 식사보다도 즐거운 식사였을 것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잠에 들 준비까지 하여 이윽고 잠드는 그 순간까지 "오늘"이라는 날이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날이기를 간절히, 그리고 절실히, 바랐다.
아 뭐지 아침부터 이런 귀한 글 정말 이런 귀한 글 뭐지 🥺... 태오보다 오너가 더 감동 받았ㅅ어 진짜로 우 우웃... 아 진짜 뭐야 나 진짜 아~~~~~~~~~ 이러기 있어???🥺🥺🥺🥺 오늘 꼭 월루하면 답독백 쓰고 만다... 진짜 쓰고 말 거야...🥹🥹🥹🥹🥹🥹🥹🥹🥹 감동이야... 고마워...🥹
어제 진행 정주행하다 situplay>1597050131>234 situplay>1597050131>278 에 관해 궁금해져서 if일지 situplay>1597050131>492의 연장선상일지 애매한 썰 겸 질문 하나 던져 봅니다
서연 : 농담이 나와? 서연 : 진짜 그 마약 먹을 작정이었어? 서연 : 강수연한테 죽어 줄 작정이었고?! 서연 : 선배 그렇게 인생 버려도 되는 사람이야?!! 서연 : 밑도 끝도 없이 복수의 대상이 돼도 좋은 사람이냐고??!! 서연 : 내가 얼마나, 얼마나...!!! (철현의 가슴팍에 주먹질을 하려다 멈칫) (팍 쪼그려앉아 무릎에 머리 박고 훌쩍임)
>>650 수경주 병원 예약과 연차 확정이라니 반가운 소식이네요. 오늘은 일단 잘 쉬시고, 예약일에 검진 잘 받으셔서 건강 제대로 챙기실 수 있길요!!!(다독다독)
>>651 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 강수연씨 반응이 @ㅁ@;;;;;;;; 크리에이터가 맡아 주는군요. 그럼 감옥 가더라도 목숨은 보존하겠네요~♪ 안전하다니 다행이네요. 천재 과학자라는 박형오의 비밀 병기(???)가 그렇게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건 아닐 듯했는데 급하게 만드는 통에 결함이라도 있으면 어쩌나 쫄렸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퇴근까지 화이팅인 거시에오오오오 89898ㅁ98989
>>652 이경주 안녕하세요오오오오 >< 캡께서 이름 선착순으로 모집할 때 청윤주께서 붙여 주신 이름이에요 ㅎㅎㅎㅎ 태오주 말씀마따나 후방에 '초보 운전', '학생들이 타고 있어요'를 넣어도 좋을지도요 ㅋㅋㅋㅋㅋㅋ
10월의 마지막 주는 쌀쌀하다. 습기 하나 없는 메마른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고, 단풍을 털어낸 나무들은 일시적인 죽음을 위해 앙상한 몸을 드러냈다. 이제 겨울이 온다. 벌써부터 해만 지면 뽀얀 입김이 허공을 수놓기 시작했고, 바람도 여간 예사로운 게 아니다. 가디건을 걸치면 얼어 죽고, 패딩을 걸치면 쪄죽던 애매한 날씨도 며칠만 지나면 뭘 걸쳐도 얼어 죽을 날씨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눈도 내리겠지! 이르면 다음 주, 늦으면 2주 뒤. 어쩌면 수능 당일에 눈보라가 휘몰아칠 수도 있다. 수능 한파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 생각을 하니 괜히 몸이 부르르 떨렸다. 몰아칠 한파처럼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는 학교도 마찬가지다. 교실에서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잔뜩 긴장하거나, 아예 긴장을 놓은 학생들로 나뉘어 제각기 11월을 대비하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문제집에 한 번이라도 더 시선을 주느라 여념이 없지만, 태오는 어깨 위에 흘러내린 담요를 고쳐 감싸며 마른 낙엽이 나뒹구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대학이라. 15주년 축제 때 마주한 할아버지는 태오에게 대학은 반드시 가라 으름장을 놓았지만 태오는 큰 관심이 없었다. 이미 정해둔 미래가 있었고, 저지먼트의 업무는 학업에 신경 쓸 만큼 여유롭지도 않았다.
애초에 끽하면 죽는 세상에서 대학이 무슨 대수인가, 당장의 현실이 더 중요하다.
그나마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던 달콤한 휴가도 이젠 없다. 섬에서 육지로 다시 발을 내딛기가 무섭게 현실의 일들이 휘몰아쳤다. 세상은 저지먼트에 속한 모든 학생을 가만히 내버려두는 법이 없었고, 무자비한 현실을 겪은 건 태오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텀 세레니티에 출품할 작품을 숨겨 경매장에 인계하는 것부터 시작해 정보 수집에 상납까지 겹쳤다. 처음엔 혜우가 바빠 연락도 제대로 못 받는 상황에 풀이 죽었지만 현실을 거칠수록 오히려 바빠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2번 남은 상납 중에서 한 번을 채웠을 때는 이 장면을 들켰으면 둘 중 하나는 죽었으리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빌어먹을 암리타 프로젝트가 뭐라고, 혈청 주사를 맞은 태오는 서휘의 품에서 몸을 벌벌 떨며 고통을 견뎠다. 서휘는 그런 태오가 또 어여쁘다며 몇 번을 어르고 달랬고, 태오는 서휘의 어깨 가죽이 찢어져 피가 날 때까지 꽉 쥐어뜯으며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제발 살려달라 몇 번이고 빌었다. 그때 그 백 년 묵은 구렁이 같은 양반이 차라리 죄 쏟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속삭이는 게 어찌나 끔찍하던지! 기어이 태오가 빈속에서 희멀건 위액만 토했을 때 서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태오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누가 창문을 연 것처럼 부르르 떨었다. 취향 한 번 고약한 사람 같으니라고. 제사장의 소재만 제대로 파악하면 이 지랄맞은 일도 없을 텐데…….
"……."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제사장과 연관된 바즈라로 생각이 넘어갈까 싶기가 무섭게 망막에 알림이 떴다. 눈을 감아 무시하려 했지만 알림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오렌지색 불빛이 깜빡여 시야가 요란했다. 깊게 심호흡을 하고 눈을 뜨니, 커리큘럼 윤리 이수와 정신 감정의 날이 돌아온다는 단조로운 문자가 증강현실을 통해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이번에도 바즈라의 부소장이 직접 교육을 진행할 것이며, 교육 이후에는 적절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란 안내 메시지를 확인한 태오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수능 끝나고 뭐 할 거야?" "어……."
주변에서 태오의 표정을 확인한 학생들은 수다를 떨다가도 입을 꾹 다물었다. 저 양아치는 사람 쫄리게 표정이 왜 또 저런담? 들려오는 속내를 무시한 태오는 책상에 고개를 파묻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 산 넘어 산이다. 상납이 끝났더니 이제는 바즈라가 사람을 잡는다. 리버티인지 뭔지가 왜 바즈라는 건드리지 않고 애먼 데 마레만 건드렸는지 의구심이 든다. 사실 누구보다 비윤리적 커리큘럼을 사랑하는 건 아니었을까? 이참에 죄다 접시 물에 코를 박고 죽어버리면 안 되는 걸까 간곡히 바란 태오는 고개를 비비적대며 옆으로 돌렸다. 창밖의 하늘은 꼭 눈이 시릴 만큼 파랗고 공허한 캔버스 위에 흰 물감을 개어둔 붓을 뭉갠 듯한 구름이 수 놓여 있었다. 몹시도 아름다운 하늘이 야속하다 생각하며 태오는 눈을 감았다. 고단한 하루 일과도 그렇게 중턱을 넘어가고 있었다.
하굣길, 태오는 골목에 적당히 숨어들어 전자 담배를 빼물었다. 상쾌한 멘솔 섞인 포도 냄새가 공기 중에 흩어지고, 오늘 있었던 환장할 일들도 날숨에 섞여 조금씩 흐드러지듯 사라지는 것 같았다. 태오는 벽에 등을 기대며 돌아가서 할 일을 곱씹었다. 일단 바즈라의 커리큘럼 윤리 이수 교육과 정신 감정은 미루지 않기로 했다. 이대로 계속 미루면 어른이 되어서도 질질 끌려다니는 꼴이 될 게 분명하거니와 손톱 두어 개 정도는 류시원이 이따금 술술 풀어주는 정보에 비하면 싼 값이었으니까. 가급적이면 어텀 세레니티 이후로 일정 조정을 해야겠다. 그리고 겸사겸사 제사장의 소재도 파악하고, 또…….
"아."
태오는 망막에 뜨는 남색 알림에 입에 문 담배를 급히 빼 연기를 뱉곤 핸드폰을 꺼냈다. "응, 우리 아가." 목소리엔 여전히 기운이 없지만 어조가 몹시도 부드럽다. 부드러운 깃털처럼 간드러지는 어조와 함께 태오는 담배를 잠시 멀리했다.
"잠깐… 쉬고 있었어요…… 어떤 부탁이길래 오빠한테 전화했을까?"
점심부터 저녁까지 집을 빌려달라고? 태오는 내일의 일정을 잠시 고민하다가도, 이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우리 우화 부탁이면 당연히 그래야죠, 응…. 그러면 점심에 집, 비워줄 테니까…… 마음껏 써요."
동생의 부탁에 자신의 일정이 굳이 필요하겠나? 과거라면 피해 다니느라 바쁘겠지만 이젠 아니다. 이젠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고, 최대한 많이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단 것도 안다. 태오는 아예 전자 담배를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집으로 가는 걸음을 재촉했다. 오늘은 뭐 하고 지냈어요, 바쁘진 않았고? 일상을 얘기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어느새 집 청소를 안 한 곳이 있나 기억을 더듬고, 집에서 뭘 하는진 몰라도 초콜릿이라도 먹으며 쉬게끔 해야겠으니 저번에 서휘가 말한 4학구 초콜릿 가게에 들러야겠단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한편 서휘는 난데없는 날벼락에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다음 원고를 집필하고자 막힘없이 전개를 구상할 적 전개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버렸고, 어떤 것을 선택해야 다음 시리즈로 매끄럽게 진행이 될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참사가 벌어진 탓이다. 이걸로 진행해도 괜찮을 것 같고, 그렇지만 또 이 전개로 쓰면 극적일 것 같고. 평소 명확한 계획을 세운 뒤 글을 쓰곤 했지만 모든 글 쓰는 사람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전개의 망령과 이건 끼워 맞추기의 악마가 동시에 겹치면 천하의 백서휘도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손을 싹싹 모아 신내림을 간곡히 빌곤 했다. 글이 안 써진다, 머리에는 여러 전개와 하이라이트까지 빼곡하게 있지만 도저히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신이 있다면 제발 오늘만큼은 전개를 뚫게 해달라……. 눈을 질끈 감은 서휘는 세상이 하얗게 빛나는 것을 느끼곤 드디어 신내림이 내렸구나 생각했다.
"…허?"
신내림은 신내림인데, 다른 부류의 것이 내린 듯하다. 서휘는 망막에 맺힌 메시지를 하나하나 읽어보다 새붉은 눈을 가늘게 휘었다.
<[우리 처제도 잘 쉬었나요?] <[그런데 우리 처제] <[묻고픈 게 있는데요] <[내가 이런 거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담?] <[열심히 즐기고 올게요.]
그래, 이참에 쉬다 보면 신내림이 내리겠지. 서휘는 저장 버튼을 누르며 노트북을 덮었다.
동시에 한결 또한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능력 개화 이후 뭔가 잘못됐는지 말하기 어려운 증세들이 이따금 한결을 곤혹스럽게 만들곤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언가 딱 막힌 느낌이다. 뇌를 잘못 건드렸나? 그렇다기엔 스캔 이후 별다른 이상 증세는 없었는데. 어찌 됐든 논문에 추가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 탓에 가뜩이나 더 색이 옅어진 머리를 감싸 쥐며 입모양으로 추가할 내용들을 정리하듯 중얼거리던 한결은 마시면서 하라며 팥차를 건네는 태휘에게 진저리를 내며 정전기를 따닥거렸다.
무자비한 정전기 공격에 몸을 비틀던 태휘는 누군진 몰라도 연락을 준 사람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했고, 한결은 정전기를 사용하는 통에 잔뜩 일어난 머리카락을 뒤로 핸드폰을 켜더니, 손을 들어 비구를 덮어 가렸다. 추위에 민감하다, 라.
<[귀한 선물이네요 (●'◡'●)] <[날이 쌀쌀한데, 혜우 학생도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요!] <[그렇지만 태오 학생이 추위를 잘 타는 건 몰랐네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같이라면 좋아요.]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른 연락에 눈을 굴리고는 드물게 눈웃음만 쳤다. 아하, 그렇구나. 어디에 있든지 달력을 본 두 형제는 연락을 슬쩍 주고받고는, 거의 동시에 답했으리라.
[당연히 비밀로 해야죠.] [우리가 잘 구슬려둘 테니 걱정 말고 준비해도 좋아요.]
"한결 쌤, 왜 혼자 웃- 악! 따가워! 악!"
태휘의 비명과 함께 하루가 저물었다.
화창한 날이다. 가을 하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아름답고, 날은 쌀쌀하다. 어젯밤, 어쩐 일인지 서휘와 한결이 동시에 데이트를 신청한 터라 태오는 수월하게 자리를 비울 수 있게 됐다. 타이밍도 좋게, 어쩐지 석연찮게 술술 진행되는 일 때문에 미심쩍게 생각한 적도 있지만 무자비한 두 형제의 담요 공격에 흐물흐물 녹아버린 태오는 의심할 겨를도 없이 다음 날에야 눈을 뜰 수 있었다.
"우리 아가."
태오는 품에 제 동생을 안으면서도 시선을 물끄러미 내렸다. 폭 안기는 감각이 평소와 다르다. 뭐가 달라진 걸까 가늠하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손을 천천히 내리고, 등허리에 닿은 길쭉한 손가락이 날개뼈를 툭 건드렸다. 말랐다. 손에 닿는 느낌도 다르고, 육안으로 봐도 핼쑥하다. 요즘 바쁘긴 했지만 어쩜 이런 일이 다 있을까. 날개뼈를 손가락으로 쓸던 태오의 손이 올라가 혜우의 뺨을 가볍게 쓸었다.
"우리 아가의 주치의는…… 영 쓸모가 없는 것 같아……."
태오의 표정은 여전히 잔잔했다. 적개심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고요하고, 손톱 거스러미를 보듯 거슬린다는 시선이라기엔 그마저도 과분한 무언가가 희미하게 일렁이다 사라졌다. 태오는 혜우의 주치의와 언쟁을 벌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여력은 없다는 듯, 태오는 느릿하게 뺨을 비비며 품에 조금 더 가까이 안았다. 인간, 동생, 따뜻하다. 단순한 생각이 스쳤다.
"따뜻해서 조금만 더 이러고 있고 싶은데…… 저번에 섬에서 해준 미트볼, 맛있었어……. 그러니까 조금만 더 여기에 있으면… 아."
칭얼거리듯 나지막이 중얼거리기도 잠시, 태오는 두 형제, 정확히는 서휘의 성격을 익히 아는 탓인지 입을 고이 다물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가, 작업실은 위험하니까 들어가서는 안 돼요. 잠긴 방에도 위험한 게 많아요, 들어가면 다칠 수도 있으니까 들어가지 않기예요, 약속. 아무리 혼자 치료할 수 있다고 해도 우리 우화가 오빠 집에서 다치는 건 싫어……. 주의사항이라 해도 온통 동생 걱정이요, 가는 길까지 미련을 놓지 못하던 태오는 건물 밖으로 사라지는 순간까지 시선을 떼지 못했다.
다만 즐기는 건 열심히 협조한 듯싶다. 중간중간 두 형제가 태오의 사진을 보내며 근황을 보고했으니, 한결 덕분에 농구 게임으로 커다란 인형을 받은 채 얼굴을 붉히는 사진이 있는가 하면 서휘의 사격으로 머리띠를 받아 떨떠름한 표정으로 토끼 귀를 만지작거리는 영상, 그리고 결국 패배했는지 일루미네이션의 빛무리 속에서 몹시도 희미한 미소를 짓는 사진까지. 여러 사진에서 태오는 섬에 있었을 때처럼 순간의 근심도, 걱정도 내려놓은 듯싶었다.
<[곧 갈게. 조금 이따 봐요.]
그로부터 대략 20분 뒤, 곧 도착할 것 같다는 연락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태오는 오늘 하루가 어땠느냐며 상냥하게 묻는 두 남성의 목소리를 외면하며, 지친 기색을 애써 삼켰다. 오늘따라 두 사람의 애정공세가 깊은 것도 있었지만 평소보다 몇 배로 눈치를 보는 것 같단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심중을 파고들어 의중을 파악해 볼까 싶어도 귀신같이 눈치채며 볼이며 손등이고 입술까지 남아날 생각이 없으니 놀이공원 내부에서 쏟아지는 두 남자의 애정공세와 대어를 무려 둘이나 낚았다는 시선에 너덜너덜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두 남자를 뒤로 팍팍 밀어내며 문을 열었을 적, 태오는 잠시 제 눈을 의심했다. 바다. 그 깊은 곳이 펼쳐진 탓이다.
"……아."
혜우가 집을 빌려달라 한 이유는 이것 때문일까. 집을 새로운 거처처럼 누비는 열대어와 해초, 일렁이는 바다와 빛무리……. 태오는 기이하되 몹시도 익숙한 정경을 하나하나 눈에 담다가도 새하얀 존재를 가만히 마주했다. 동시에 익숙함을 느꼈고, 그 익숙함이 제 여동생을 몹시도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에서 기인됐음을 깨달았다. 안드로이드처럼 새하얀 몸이 금방이라도 흩어질 듯하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검푸른 눈 탓일까. 차분함과 장난스러움, 순진무구함이 느껴질 적 태오는 불안함을 느꼈다. 몹시도 순진무구하고, 몹시도 말간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불안한 것인가. 걸음을 따라 홀린 듯 족적 하나 남기지 못하고 더듬더듬 걸어갈 적 그 불안의 정체는 명료해져만 갔다. 상실의 불안이다. 외려 순진무구하기에 두려움을 느꼈다. 제아무리 동생을 아끼고 품는들 그간 겪은 일들이 없던 것이 아니다. 본능에 가깝게 새겨진 공포는 이렇게 화려한 순간, 행복을 느끼면 그럴 자격이 없다는 듯 거대한 존재가 물어 채가는 것을 안다는 듯 체념과 절망을 준비했다. 자신이 그런 것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듯 운명의 너울이 흉포하게 몰아칠 것이다. 여성이 조개에 들어설 적 태오는 딱딱하게 굳어버렸고, 두려움과 걱정이 없는 표정에서는 한때 망가진 듯 잠에만 빠져 어떤 것도 하지 못하던 제 동생을 떠올렸다. 그리고 암전 속에서 태오는 잠시 숨을 멈췄다. 갈피가 명확한 공포가 등골을 타고 뇌를 잠식하려 들었다.
"흐앗."
그리고 공포에게 자신을 내어주기 직전, 흰 손이 불쑥 튀어나오자 태오는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다가도 눈을 질끈 감았다. 명순응되는 눈과 함께 태오는 가늘게 눈을 떴고, 공포는 어느새 등골에서 쑥 사라진 듯 온데간데없었다. 어안이 벙벙한 듯 눈을 깜빡이던 태오는 조그맣게 벌어진 입과 함께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다가도, 조개가 있던 자리에 서있는 혜우를 보며 서서히 수륜을 좁혀갔다. 눈꺼풀이 조금 더 넓은 간격으로 벌어지며 그 안의 나침반 명확한 눈동자가 작아질 적, 태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주먹을 말아 쥐었다.
아, 그랬구나. 그러하였구나.
본성 깨닫기 전의 과거라면 모를까 생세일을 기뻐한 적이 있었나. 한 번도 원하지 않는 숨을 시작한 날이라 생각하며 스스로의 존재에 의문을 품지 않았던가, 그렇게 의문에 대한 답을 삼키고 하루만큼 꾸역꾸역 살아간 날이라 생각하며 위안을 얻다가 기어이 잊지 않았나. 만나지 아니하였더라면 평생 그리하였을 것을 서로 송두리째 바꾼 날이기도 하지 않은가……. 태오는 더듬더듬 혜우의 이름을 불러보려 입술을 벙긋거리다가도 몸을 움찔 떨었다. 그리고 품에 안겨주는 스탠드 조명을 고이 품고 한참을 침묵할 뿐이었다.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것이 천지의 빛을 머금은 것 같이 아롱거릴 적, 태오는 굳게 다물린 조개처럼 입을 열지 못하며 단어만 곱씹었다.
"……."
일순 세상이 바다처럼 일렁인다. 공막에서 투명한 물이 차오른 탓이다. 의지를 가질 새도 없이 혼자 후드득 떨어지는 물방울이 굵다. 주체할 수도 없이 쏟아지던 것은 점차 줄기가 되어 흘렀고, 시야는 몇 번이고 일렁이다 돌아오길 반복했다. 태오는 눈을 깜빡이고 나서야 자신이 울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돌아갈 곳이 무저갱의 어둠이라도 너는 그 위를 비추는 빛이니 너는 나의 유일한 천지를 비추는 명주明珠요 이는 태양이다. 나를 등용문에 올리고도 너는 끝까지 나를 구원하는구나. 소리를 내려는 것에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생기고, 단단히 메여 목구멍을 비집고 나오지 못하는 단어들이 혀를 애써 맴돈다.
"나, 나는, 그러니까."
스탠드를 조심스럽게 한 편에 둔 태오는 더듬더듬 말을 잇다가도 입술을 꾹 다물며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갔다. 조금 더 가까이, 더 가까이. 그렇게 팔을 벌려 품에 안았다. 조금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쉬이 부서질 보물을 품은 듯 몹시도 조심스러운 태도였고, 덜덜 떨리는 몸이 사시나무와 같았다. 겨우 비집고 나온 어성은 애써 고운 척을 하지만 결코 곱다고 할 수 없다. 짐승이 인간의 소리를 흉내 내듯 겨우 더듬거리며 뱉은 단어는 또 한참의 침묵에 잠겨 사라졌다.
"……고마워."
몇 개의 단어, 몇 줄의 문장이 머리를 맴돌고, 그 모든 말을 뱉고 싶었으나 태오는 단 한 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눈물에 일렁이는 눈을 감고 태오는 연신 속삭였다. 고마워, 고마워……. 눈에 박힌 나침반이 마침내 길을 정했으니, 순한 짐승처럼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고개를 숙인 태오는 혜우의 뺨에 제 입술을 대더니 그대로 입술을 벙긋거리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행복해. 다시는 잊지 못할 것 같아…."
그 어떤 순간도 오늘만큼 행복할 리가 없다. 태오는 고개를 느릿하게 비비며 조금 더 떨어지지 않을 듯이 끌어안았고, 슬쩍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두 형제도 조심스럽게 다가와 남매를 품고는 거봐, 아직 애라니까. 싶은 시선을 교환했다. 그러든 말든 태오는 축축한 뺨 너머로 말갛게 미소 지었다.
"응, 우리 우화 배고프겠네. 어서 먹어야지, 응……."
증오스럽던 나의 생세일을 뒤집은 네가 나의 보주요, 내가 너로 하여금 승천의 기로에 발 디뎠노라.
"그럼 커리큘럼은 이제 끝나는 건가요?" "끝내고 싶은가 봅니다?" "이 과정을 좋아하는 학생은 아마 없을 테니까요. 저도 평범한 학생일 뿐이고요." "......"
짧은 정적이 흐른다.
"계수 19면 아직은 더 나아갈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저도, 이 연구소도 그렇게 생각해요." "꼭 더 나아가야 하나요?" "이리라 학생은 여기서 만족하는 겁니까?" "일단은요." "이유는?" "충분한 것 같아서요." "갈 수 있는 길이 아직 남아있는데도요." "남았다고 꼭 가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게 유의미한 행동인지 아닐지 모른다면 더더욱."
둥굴레차의 수색이 짙어진다. 리라는 조금 식은 차를 한 모금 넘겼다. 따스한 액체가 목구멍을 부드럽게 데운다.
"나아가기 싫다는 게 아니에요. 다만, 이젠 앞만 보고 무작정 달리는 것보다는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고 싶다는 거죠." "......변했네요. 이리라 학생." "전 꾸준히 변하고 있었어요."
그걸 당신이 얼마나 잘 알고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개인 시간을 늘리고 싶다면 커리큘럼은 주 2회로 줄이죠." "거기에 더해서 능력 활용 훈련 위주로 프로그램을 짜고 싶어요. 머리를 연다거나, 약물을 사용한다거나 하는 건 이제 와서는 사실상 불필요한 커리큘럼이니까요." "그건 학생이 아니라 연구원이 판단하는 겁니다. ...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니... 일단 좋아요. 하지만 이전에 한 말은 변함 없습니다. 새 병원, 새 상담소. 예약일은 이번주 주말입니다. 데려다 줄 테니 정오까지 연구소 앞으로 오세요."
리라는 차를 한 모금 더 넘긴다.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적어도 이 시점에선 상대에게 와닿지 않을 게 분명하고, 그렇다면 전문가의 입을 빌려 증명한 다음 합리적으로 끝마치면 된다. 급할 건 없다.
"조금 의외네요." "그건 또 무슨 말이죠." "음. 그냥, 느낌일 뿐이었지만... 연구원님은 제가 레벨 5를 달성하면 어딘가로 떠나버릴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그러지 않으셔서요." "그러길 바란 겁니까?" "딱히요."
침묵.
"어쨌거나 난 굿위치의 담당 연구원이니까요." "그렇죠." "커리큘럼 시간 종료됐습니다. 귀가할 준비 하세요."
그간 헤쳐왔던 시간이 어땠는지 고려하면, 조금은 심심하게도 느껴지는 레벨 갱신 시간이었다.
... ... 위이잉—
띡.
저벅, 저벅, 저벅.
달칵.
타닥. 타닥. 타닥. 딸깍. 딸깍.
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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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1연구소] ㄴ 소속 학생 명단 ㄴ대분류: 리얼리티 매니퓰레이션 (1명) ㄴ소분류: 드로잉 액츄얼라이즈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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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열람] [해당 데이터는 목화고등학교 제 11 연구소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허가받지 않은 외부로의 유출은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름: 이리라] [대분류/소분류: 리얼리티 매니퓰레이션-드로잉 액츄얼라이즈] [계수: 19] [판정: 레벨 5] [학년/반: 2-n] [소속: 목화고등학교 저지먼트, 목화고등학교 댄스부] [담당 연구원: 윤정인] [...] [비고: 위 인물은 레벨5로 귀중한 인재입니다. 「굿위치」라는 이명으로도 불립니다.]
>>660 >>661 리라주 리라 5렙 공식으로 인증됐군요 >< 그러면서 갠서사도 마무리라~☆ 리라도 애썼고 리라주도 애쓰셨어요오오오오 >< 그나저나 리라가 저래 저체중인 건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강제 관리를 당해 와서인가 인첨공 와서 커리큘럼에 저지먼트에서 처했던 위기에 갖가지 고생을 해서인가 헷갈려요 @ㅁ@;;;;;
죽여보라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한 도박은 오너가 약간의 캐붕을 섞어서 예상이 안된게 당연해요! 강철현은 '낭만'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기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런 도박은 안해요! 하지만 수연의 저 대사가 너무나 안타까워서! 최대한 강철현답게 겉은 낭만을 연출하지만 속은 이렇게 안전장치를 마련해놨다는 게 되어버렸네요! 네! 하남자랍니다!
철현: 내가 그거 먹으면 오히려 수연이는 다른 부원들 퍼클 만드는 거 막으려고 날 죽이려고 들텐데? 철현: 협박은 안 해야 협박이지. 철현: 진짜 해버리면 상대는 대응책을 준비해버려. 철현: 팔찌는 내 실수야. 철현: 분위기 타버렸어...
(힘 없이 밀림) 철현: 아, 맞다.
(매달리는 서연이 포옹하기) 철현: 아마...미쳐버리는 줄 알았겠지? 철현: 이런...나도 널 완벽하게 믿는 건 아닌가봐... 철현: 아니, 실수야. 철현: 나는 널 믿지만 그렇다고 걱정하지 않는 건 아니야.
(수연이 운반 중)
철현: ... 철현: 이미 아물어서 회복할 수 없나? 철현: 그러면 그냥 그 부분만 도려내면 어떻게 될까? 철현: 이미 기절했는 데 그냥... 철현: 그냥 옮기자..
선배는 이성적인데 철현주께서 열혈이신 셈이네요ㅎㅎㅎ 전 태오주께서 희야로 강수연을 구해 줬었는데 강수연이 통수 쳤다...정도로만 알고 있다 보니, 또 통수 치면 어쩌지? 하는 의심암귀부터 붙었거든요(먼눈)(옆눈) 진행할 땐 엄청 쫄렸지만 정주행하면서는 (낭만인 줄만 알았을 때도) 흥미로웠어요:D 개인적으로 무턱대고 낭만적인 캐보다는 플랜B까지 대비하는 캐를 더 선호하기도 하고요!!! 근데 블러핑 효과적으로 하는 법 잘 설명하다 분위기 타서 벗었다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터졌습니다
(협박은 진짜로 저지르진 않아야 효과 있단 얘기에 눈 똥그래짐) 서연 : 선배 대단하... 서연 : ...................................(아연실색)
(선배가 팔찌 다시 찰 때까지 쫄아 있을지도요?) (안기면 마주 안겠지만요) 서연 : 믿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걸... 서연 : 진짜로 스스로를 망가뜨리려는 게 아니라도 서연 : 언제 어떻게 의도치 않은 일이 터질지 모르니까 서연 : 무섭고 걱정되는걸... 서연 : 그니까 가능하면, 아까같은 얘긴 뻥이라도 하지 말아 줘... 서연 : 이런 얘기 해서 미안
강수연 옮기는 과정에 저런 비하인드 스토리 있었다고 상상하니 즐겁네요~ >< 과연 저런 입장 차이가 좁혀질까요?👀👀👀
"어라-?" "아하하, 그렇구나아. 으응, 그랬구나아……. 이시미가 레벨 5구나. 친구가 되어주라고 말했더니 부단히도 노력한 걸까. 응, 역시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네……. 아닐 리가 없지, 과연 어떨까아……." "하여튼 다들 레벨 5가 되면 동네방네 소문을…… 쓸모없는 것 사이에서 쓸만한 것 나와서 기쁘다지만……." "뭐어, 덕분에 이런 정보도 아아주 쉬입게 얻네에."
늦은 가을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궂은 비에 사람들 일찍 물러나 스산한 거리, 우산도 없이 걸어가던 여학생이 누군가와 부딪혔다.
퍽-
"아 이 씨X 눈은 장식" "인 건 너인 거 같은데? 양아름."
푹 젖은 금발머리와 가지런히 찰랑이는 검푸른 머리가 마주섰다. 퀭하게 파인 눈을 부릅뜬 금발, 양아름이 먼저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
"너, 너!!! 천혜우 너!!!!! 내가 너 때문에 이런 꼴이 됐어!!! 너 하나만 없었으면! 너 하나만!"
마주한 청흑발, 천혜우가 웃었다.
"그게 왜 내 탓이야? 네가 좋다고 도박하다 빚 져 놓고서."
그리고 뻗어지는 손. 바닥으로 나동그라지는 우산과 빠듯하게 잡힌 멱살. 그 위로 오가는 무의미한 언쟁.
"왜?! 왜냐고?! 니가 니 오빠한테 꼬리쳐서 날 여기까지 떨어지게 만들었잖아! 하! 안 봐도 뻔해, 그 x레 같은 면상에 눈물 좀 달고 앵겼겠지. 야, 니네 오빠 졸라 웃기더라? 내가 안겨도 안아주던데? 거기 도박장에서 날 지켜줬던게 니네 오빠야 미xx아." "아- 그랬구나- 넌 거기 들어가봤구나? 난 안 가봤는데. 오빠가 나를 워낙 귀하게 여겨서, 그런 곳에 발 들이는 것도 안절부절하거든. 오빠 걱정시키기 싫어서 난 가본 적 없어서 모르겠다. 그런 곳 안 가도 안아달라면 충-분히 안길 수 있고." "자기합리화 개쩌네 XXX이! 니가 귀해서 그렇다고? 야, 착각도 작작해, 너한테는 보여줄 가치가 없으니까 그런 거 아냐?!" "착각? 네가 하는 걸 왜 나한테 그래. 직접 봐놓고 아직도 현실을 못 보네. 아, 이러는 것도 참 시간 낭비인데." "이 씨XXX이!"
양아름의 손이 멱살을 놓더니 크게 휘둘러졌다. 그러나 여유롭게 물러난 혜우로 인해 치고자 했던 목적도 달성하지 못 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고여있던 구정물 위로 볼품없이 넘어진 양아름을 보며 혜우는 작게 웃었다.
"후, 흐흐, 후후후후." "X발... 내가 웃겨...?" "그럼, 웃기지. 봐봐, 네가 그렇게 더럽히고자 했던 나는 이토록 깨끗한데, 정작 깨끗하려 했던 너는 오물투성이잖아." "이깟거 씻어내면 그ㅁ"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거칠게 대꾸하던 양아름은 순간 등골 오싹함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넘어진 탓에 자연스럽게 혜우를 올려다보게 되었는데 그 아래에서 보는 그 하얀 얼굴이 그 시선이 분명, 사람의 것이건만 그 뱀의 눈동자만큼이나 소름끼쳐서-
"아름아."
소름 돋는 자비로움이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너와 나의 위치는 정해져 있었던 거야. 이제라도 잘 알았길 바라. 갈 길이 멀잖니."
혜우는 겉옷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 안에서 오만원권을 제법 두툼하게 꺼내 손수 양아름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걸로 따뜻한 밥 먹고 몸 잘 챙겨. 알았지? 다신 그런 곳 가지 말고-"
그러나 손에 쥐인 돈과 그 순간의 맛을 양아름이 잊었을까. 혜우는 그저, 양아름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 준 뒤, 떨어뜨렸던 우산을 챙겨 유유히 거리를 걸어갔다.
>>743 빵칼 들고 있는 심해냥이는 사람을 해쳐?(이거아님) 현생에 치즈가 되어버린 머리를 굴리라 하면 쉽게 굴려지지 않아영🫠🫠 그냥 이혜성 없는 사이 샹그릴라 불법 운송책들 섬멸하고, 이혜성이 레벨 5 찍었다는 소문을 듣고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단원들이라던가 하는 슴슴한것만 떠오르는걸
그리고... 이혜성 수능 성적은 평균치보다 살짝 높게 나왔다는 설정 가지고 올 생각이야. 근데 오너가 빡대가리라서 표현을 못함.
오늘 훈련은 간만에 보람있었다. S 공사업체와의 협력이었는데, 폐건물을 철거하고 난 폐기물을 전부 음식으로 거였다. 쓰레기도 줄이고 그걸로 회식도 할 거라나 뭐라나. 폐건물이라길래 오늘에야말로 코피 터지는구나, 하고 갔더니 내가 바꿀 폐기물은 생각보다 사이즈가 조그마했다. 내가 과자집으로 바꿨던 컨테이너 하나 정도. 순간 어리둥절했으나 의문은 바로 풀렸다. 재활용 가능한 자재들은 뺀 양이구나. 메뉴 선정을 위해 의견을 모아보니, 다들 부대찌개가 땡기신단다. 부대찌개를 담을 큰 냄비 여러개를 준비한 다음에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햄, 소세지, 어묵은 살짝 대쳐주고, 베이컨은 가볍게 볶아준 다음 베이크드 빈즈랑 라면사리랑 넣어서 고추장과 고춧가루, 다진마늘, 간장, 설탕으로 맛을 낸 양념장과 함께 육수를 넣고 끓이면... 완성! 공사 폐기물이 순식간에 부대찌개가 되어 냄비에 담기자 다들 신기해하면서도 먹어도 되는지 반신반의하시길래 배고픈 김에 먼저 한그릇 퍼먹었다. 그제야 삼삼오오 모여서 드시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동나는 걸 보니 우쭐해지기도 했다. 부대찌개가 생각보다 효율이 좋다. 레시피도 간단하고 맛도 있고. 염분만 아니면 무료급식 메인메뉴로 삼는건데. 그래도 한번쯤은 별식으로 배식해봐도 좋겠다.
광공즈는 그거 보면서... 백서휘는 .oO(흠, 기술력도 좋고 예쁜데? 사업 아이템으로도 좋을 것 같은데.)를 생각하고 백한결은 .oO(예쁘다. 준비 열심히 했구나!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T와 F의 그런... 생각 함... 근데 둘 다 T인게 문제(?) 아 ㅋㅋ 애... 현태오가 88% 애고 12%의 혜우도 애구나 포함 왜 애라고 생각하냐면
서프라이즈! 하고 오빠 울리는게 딱 응애들임... 현뱜미 우에엥 울어버리는 것도 딱 응애고😏😏😏😏😏
situplay>1597050131>758 ㅎ ㅎㅎ ㅎㅎㅎㅎ...하나마나인 소리가 될 거 같았는데 역시나군요(먼눈) 서연이도 짐작은 할 거고 그래서 쫄리겠지만👀👀 자기가 암만 무섭고 애타도 선배의 판단이나 의지를 자기가 감히 어쩔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거 정도는 알 거라, 그 대답으로나마 정신승리(;;;;;)하고 말지 싶어요^^;;;;;; 굳이 더 잔소리 한다면 " 팔찐 빼지 마... " 정도?
사이코메트리로 검은 샹그릴라의 원료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책 내용은 파악되는 이유가 뭘까? 약의 원료나 책 내용이나 전혀 모르긴 마찬가지였는데 왤까? 뭔가 억울해 연구원한테 툴툴댔더니 연구원이 뚱한 표정으로 날 보다가, 표지부터 속지까지 온통 영어에 맘만 먹으면 둔기로도 쓸 수 있을 법한 책을 하나 던져 주고 사이코메트리 해 보란다. 결과? 영어로 뭐가 적혀 있다, 말곤 1도 모르겠더라;;;;;;;;;;; 내 감각에 잡히는 걸 해석하는 거까지가 사이코메트리라, 아는 게 없으면 써 봤자 소용없단 거구나... 아는 게 많으려면 이거저거 공부해야 하고. 만물에게 도움받는 능력이라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제대로 써먹으려면 유식해야만 하는 능력이었다. 수능 공부도 벌써 질리는데 능력 때문에 갖가지 지식을 더 쌓아야 하다니...수박이다.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류시원도 ㄹㅇ 지팔지꼰이긴 하다 헤어지고 얌전히 있었으면 바즈라에서 왕노릇은 계속하고 살았을건데 미리 X를 눌러 joy를 표하는 바입니다 조의 아니고 joy임 ㅇㅇ
아 태오 아방한거 왤케 귀여워 죽겠지 누가 그렇게 이쁘게 울래요 자꾸 울리고싶게 ㅋㅋㅋㅋ 서휘 말에 으! 했다가 한결이한테 "쌤 한대더요" 할듯 그리고 태오 안아서 일케 달래줘야지 "오구 놀랐어- 근데 어쩌지 농담은 아닌데" < 불난데 기름붓기 잠깐 고민하다가 태오한테 소근소근 하지만 백씨형제한테도 다 들리게 "이따 둘만 있을 때 얘기해줄게. 나 자고 갈 거니까, 그래도 되지?" 말 잘못한 서휘 탓에 덤으로 귀가당할 한결이였다 근데 이래놓고 까먹은척 태오 그냥 재우려고 하면 안 자고 버티나
그렇지만 꾹 참아야만 했다. 그는 고개를 슬쩍 내려 손에 남은 반지 자국에 시선을 두었다. 그는 최근 몹시도 귀애하는 상품에게 자신이 졸업할 때까지 어떠한 활동도 하지 말라는 거래를 제안 받았고, 대가로 상품의 삶을 받았다. 겨울까지만 잘 버티면 훌륭한 상품인 수석 엔지니어가 그의 품에 돌아올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이번 사건들에 끼지 못해 허공에 날린 손해는 감수할 수 있었다. 마침 오늘은 메트로폴리스로 오겠다 했으니 잔뜩 예뻐해줘야겠다. 최근 처제와 찰싹 붙어 다니니 예뻐할 시간이 없지 않았던가? 심지어 그것의 생일에는 매정하게 쫓겨나기까지 했다. 그걸 생각하면 이번엔 가지 못하게 붙잡기라도 해볼까 생각이 든다. 적당히 붙들고 손목이든 뭐든 묶어두면 이 양반 또 이러는구나 생각하며 얌전해지겠지
아니 자잘자잘하게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생일선물이라고 안겨주는 게 거의 다 바다느낌인거 너무 너무야ㅋㅋㅋㅋㅋㅋ 휴대폰 케이스 뭔데뭔데 너무 예쁘다! 푸른색 액체 찰랑거리는거나 바다생물 모형이 들어있는거나 너무 내취향....안에 들어있는 건 돌고래겠죠? 돌고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망토 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혜성 실내 복장 원픽되겠다. 리라 센스 미쳤냐구
빼빼로도 좋아하긴 하지만, 수제초코가 더 선물느낌 물씬 나니까 그쪽 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아니 이사람아 아니 미쳤나봐(극찬)
>>941 리라가 건네준 선물이 대부분 돌고래투성이인거 보면 이혜성 오랜만에 함박웃음 지을 것 같아. 돌고래 좋아하는 이혜성은 후배의 선물이 마음에 들었대용😉 해왕성..........크아악 극찬은 밈미를 부끄러워녹아버리는 치즈로 만들어요🫠🫠 교실에서 덮고 있어야하냐구ㅋㅋㅋㅋㅋ혹시 알아 수능 끝난 고3 교실 근처에 왔다가 이혜성이 선물받은 돌고래 망토 담요 어깨에 두르고 복도를 누비는 걸 볼 수도 있어. 몇없는 친구들이랑 복도에 서서 쓸때없는 잡담질을 하고 있었는데 2학년 후배들한테 들켜라
>>946 꺄아악 안돼요 맛없어요 먹지말아요 싫어요(토스트 위에서 꿈틀거리는 녹은 치즈)(한입먹힘) 기분이 둥실둥실해진대ㅋㅋㅋㅋㅋㅋ아 이런 후배가 있는 학교생활이라니 부럽다 이혜성 아니 >>금이 따라가거나<< 어째서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금이 보고 슬쩍 웃다가 리라 보고 이혜성 잠깐 멈칫한다? 당황해하면서 매점간식 한입 베어먹으려다 말고 슬슬 친구들 사이로 숨어버릴지도 모름(??)
수능 전날, 서연은 약속했던 합격엿을 만들어 보겠다고 부실로 갔다. 레시피를 찾아다 그간 몇 번 연습도 했기에 자신은 있었다. (새봄이한테 부탁할 수도 있지만, 이번만은 혼자서 하고 싶었다. 혹시 몰라서 연습을 지켜본 토실이는 머리에 얹고 갔지만)
물엿과 설탕과 땅콩의 비율은 1:1:1.5 팬에 물엿을 넣고 약한 불로 서서히 가열하다가 설탕을 물엿에 녹이면서 졸인 뒤 땅콩을 넣고 재료들이 잘 섞이게 볶는다. 그런 다음 오일을 바른 트레이에 넓적하게 펼치고 펼쳐진 모양대로 엿이 굳어지도록 1시간 남짓 기다린다.
그러고 있자니 자연스레 이제까지의 일을 곱씹게 됐다.
처음은 어땠지? 수습 부원일 때 얼핏 스쳤던가? 한눈에 봐도 몸이 다부지고 탄탄해서 태진 선배처럼 신체적인 힘이 능력인 줄 알았다. 그게 오해였단 건 나중에야 알았고
그 첫인상이 기억에 남아 마주칠 때마다 인사만은 꼬박꼬박 했었지만, 부실에서 마주친 적은 별로 없었던 거 같다. 어쩌다 귀동냥으로 듣는 선배 얘기도 저지먼트 소속인데 소속이 아닌 거 같다, 평소엔 도통 부실에 안 온다 정도였다. 근데 샹그릴라 사건 땐 활약했단 얘기도 있어서 묘했던 기억이 난다.
제대로 얘기해 본 건 선배가 울 점포에서 진상을 쫓아 줬을 때가 처음이네. 순발력도 치열하게 공부하는 점도 감탄스러웠는데 정작 선배는 그런 얘길 안 좋아하는 눈치라 의아했다. 쪼렙의 고충 얘기에 멋대로 동질감 느껴 버려서 이 참견 저 참견 해댔는데도 쿨하게 넘겨 준 건 고마웠고.
그러다 성하제 때 선배의 사정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 내 레벨이 선배를 괴롭히는 요인임을 알았을 땐 정말 머리가 텅 빈다는 게 이런 감각이구나 했다. 근데도 내 흑역사는 평범하게 받아들여 주고 걱정해 주니, 혼란스럽고 미안해서ㅡ 선배가 평온했으면 해서ㅡ 어째야 할지 도통 모르겠으면서도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였지. 합격엿이랑 찹쌀떡 얘길 꺼낸 게. 지금 생각하면, 계속 가깝게 지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싶었던 거 같다. 그 허락을 받는다면, 선배한테 내가 싫어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아니겠거니 믿어서...
얼마쯤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부탁했던 일인데 그게 지금처럼 들뜨면서도 달달한 과정이 될 줄이야. (만드는 내내 부실에 단내가 아주 진동을 했다.)
내일 인첨공에서 수능이 무사히 열린다면 인생 1차 목표는 달성하는 셈인데. 그때까지 아무 일 없게 해 주세요. 하나님, 부처님, 알라, 그 외 생각나는 모든 신에게 기원하며 잔뜩 어질러 놓은 걸 사부작사부작 뒷정리했다. 어차피 엿이 굳기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그런 끝에 땅콩엿이 단단해지자 트레이에서 빼낸 다음 자르기 시작했다. 도끼날은 사다리꼴. 도끼 자루는 길쭉이 네모. 당 딸릴 때 편하게 먹으라고 베어 물 만한 사이즈로 자르고는 날과 자루를 딱 붙이면 도끼 완성~☆ 하필 도끼 모양인 건 모르는 문제 잘 찍었으면 해선데, 그 난리를 피우고도 미니 도끼 3개밖에 안 나오네. 그래도 개별 포장 했더니 그럭저럭 괜찮게 보이는 거 같기도??
근데 찹쌀떡은 어쩐다? 요 며칠 검색해 보니 수능날에 먹다간 체할지도 모른다고 비추하던데. 휴지랑 거울도 미신적인 의미는 넘치지만 실용성은 그닥... 짐 잔뜩 안기는 것도 뭔가뭔가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 되겠다. 한 입에 들어가는 미니 초콜릿들만 챙기자.
그리고 또 뭘 챙기면 좋을까? 도시락, 따뜻한 물, 핫팩... 무릎담요 같은 건 없어도 괜찮으려나? 체크 리스트를 한 번 더 확인하며 내일의 계획을 차근차근 되짚었다. 수능날 건더기 음식은 안 넘어가더란 후기가 많았으니 내일 24시간 죽집에서 소고기야채죽 포장해 와야지. 모닝콜도 하고 싶은데... 사실 선배가 늦잠잘까 걱정은 안 되는데 (걱정은 무슨? 상상도 안 된다. 칼기상도 그런 칼기상이 없다고...) 긴장해서 밤샐까는 걱정된다. 오늘만큼은 진짜 세상 꿀잠 자야 할 텐데. (난 시험장에 안 늦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하고;;;; )
" 선배 보고 싶다~ "
토실이에게 푸념하다 제 머리에 셀프 꿀밤을 놓았다. 오늘은 컨디션 관리에 집중하게 방해 안 하기로 맘 먹었는데!! 의지 박약인지 전화는 괜찮지 않을까. 톡은 괜찮지 않을까. 합리화할 구실만 자꾸 찾게 된다.
인생 1차 목표가 달성되기 바로 전날. 그런데도 감사하긴커녕 바라는 게 늘어만 나 어쩔 줄 모르는 서연이었다.
>>973 스펙타클허네 목줄 채워서 관리해야만 그럼 조건부 일반 연구를 허락해줄테니 얌전히 영락 산하 병원에서 의사 노릇하쇼 하면 하는거? 월급줌 윤리적 인도적인 선에서 연구 지원도 해줌 외출도 허락은 해주는데 뒤로 딴짓하다 걸리면 님 존재말소★가 조건인데 뒤로 비윤리적 연구를 안 할까 결국은 다시 하게 될까?
발단: 일하는 곳에 고라니 죽어있음. 전개: 지자체에 연락해도 안 치우는데 도로 한가운데에 무릎 꿇고 목 돌아간 고라니가 더 터질까 두려움 저건 폭탄임 위기: 우리가 일단 도로변에 치워두고 다시 연락하게. 태오주씨! / tlqkf 제가요? 절정: 서러워서 살겠냐 진ㅉ 아 tlqkf 모노노케 히메도 아니고 사슴신 대가리 든 태오주가 되다 결말: 현재 여기
그러고 보니 오늘 점심 시간에 참 재밌는 일을 겪었어요. 점심 시간에 밥 먹으려고 근처에 있는 식당에 갔는데 자리가 바글바글하더라고요. 2명이서 앉을 수 있는 일반 좌석이 있고, 길게 늘어진 바 느낌의 테이블이 있는데... 제가 먼저 들어가고, 그 뒤에 커플로 보이는 이가 들어오더라고요.
주문 바로 넣을 수 있는 기계가 일반 좌석에만 있어서 거기 들어가려고 하니까 갑자기 커플 남자 쪽에서 뛰어가더니 딱 자리를 잡고 앉고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자기 여자친구를 불러다가 앉히는 것에 캡틴 어이없음 모드였어요. (흐릿)
수능 전날, 철현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아니, 일주일 전부터 서현의 능력이 아니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느린 수면 시간이 문제였을까? 아니다. 이미 8시간 수면에도 익숙해졌다. 오히려 몸 상태도 더 건강했고 스트레스도 적었다.
모든 것이 파괴된다는 두려움이었을까? 아니다. 이미 그런걸로 두려워할 때는 아니다.
그에 대한 원인은 철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실패에 대한 불안함이 그 원인이었다.
ASMR을 틀어도 오히려 소음이었다. 따뜻한 우유 한잔을 마셔도 그저 속이 더부룩할 뿐이었다. 침구류를 바꿔도, 온도와 습도를 바꿔도, 똑같았다.
마지막 날까지 서현의 능력의 도움을 받을 경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일어날 수 있기에 최대한 피하려고 했다.
철현은 한숨을 쉬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본다. 자연스레 이제까지의 일을 곱씹게 되었다.
사실 이렇게 수능에 대한 걱정을 할 수 있는 것도 기적이다. 처음으로 안 된다고 생각하고 능력개발을 포기했을 때, 처음으로 쉽게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는 유혹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레벨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사람을 바라보는 이를 만났을 때, 처음으로 나를 사랑하라고 말해준 사람을 만났을 때, 그리고, 처음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준 사람을 만났을 때
추억 하나하나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하게 열심히 사는 후배였다. 그리고 빠르게 레벨이 올라 질투할 수밖에 없는 후배였지. 나 스스로를 좀먹게 하는 후배이기에 미운 감정도 들었지만 한편으로 너무나 착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에게 미움을 품은 나 스스로가 더 미웠다. 그러던 그녀가 가르쳐주었다.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것을. 몇 번이고 듣던 이야기지만 흘려들을 수밖에 없었던 그 말을, 그녀는 내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알려주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그냥 호감 있는 후배라고 생각했었지. 누가 알았을까? 나를 좋아해줬음을 내가 사랑했음을
문득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새벽 1시다. 정말 이제는 자야한다. 철현은 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불안감을 없애줘.” “에휴...마음이 편해져라!”
이윽고 전화 끊어지는 소리.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이런저런 추억들이 떠오른다.
“서연이 보고 싶다.”
따뜻한 이불 속에 파고들며 작은 고치가 되어본다. 인생 1차 목표가 달성되기 바로 전날이다. 긴장과 홀가분함이 뒤섞인다. 내일이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과 오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뒤섞인다.
마대자루에 넣고 데려가죠. 좋아요... 일단 머리랑 몸 들어서 넣고 버립시다 그래도 될까요? 상태가 안 좋아보이는데... 일단 해보죠. 저 토할 것 같아서... 들게요? 마대 벌려주세요 네네 하나 둘 아악 tl발 엄마아악 < 결국 욕했음 으아악 아아악 팀장님 어떻게 좀 해주세요 아악 빨리 넣어 빨리 아 다물지 마요 마대 열어!! 아악 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