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선경은 괜찮지 않았다. 리라의 상담이 끝난 날을 기점으로 그는 일주일 간 병가를 내고 완전히 은둔했고, 덕분에 아녜스 센터의 상담 일정들은 전부 조정되었다. 그나마 중요한 일을 분담할 대표직이 원래 넷이었기에 한 사람이 휴가를 내도 메꾸기가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물론 어떻게든 가능하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건 아니다. 짧고도 긴 공백의 마지막 날, 시현은 각종 학생 친화 연구소에서 온 제안서와 학생 적대적 커리큘럼을 수행하는 연구소들에서 온 항의서에 각자 도장을 찍고 답신을 보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도 짙었던 눈 밑 그늘은 이제 거의 턱 끝에 닿을 듯 늘어져 있다.
"어이구, 시현 선생님. 땅 꺼지겠습니다그려." "꺼졌으면 좋겠네. 그대로 묻혀서 잠이나 자게." "조금만 더 힘내십쇼. 저도 돕고 있잖습니까." "경훈 선생님은 회사 괜찮아? 대표 없다고 난리 나는 거 아냐? 둘이서도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까 무리하진 마요." "방금까정 죽는 소리 내 놓고 무슨. 그간 잘 쌓아놨으니 좀 자리 비워도 일주일은 거뜬합니다. 새벽이나 밤에도 틈틈히 일 보고요." "그러니까 그게 무리하는 거 아니냐고." "경 선생님 일인데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침묵. 그 공백을 채우려는 듯 약 5분간은 타건 소리가 더욱 경쾌했다. 이윽고 급한 업무들이 마무리되자, 시현은 몸을 돌려 경훈을 응시한다. 타이밍 좋게도 상대 또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경 선생님 괜찮으시냐고 물어보려 했지?" "아니,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다미 선생님이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있는데 아직까진 문제 없대요. 집 밖으로는 안 나오시지만 문고리에 걸어둔 생필품들은 가져가고 계시고." "그건 다행이네요. 걱정 많이 했는데."
걱정될 만한 일이지. 시현은 복잡한 얼굴의 상대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다시 서류를 뒤적인다. 센터 대표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전부 선경의 사정을 어떻게든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니까.
"......괜찮으실까요?"
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러지 못했다.
센터의 불이 모두 꺼진다. 시현은 창문과 문을 마지막으로 단속한 후 뒷마당으로 나와 입에 담배를 물었다. 매캐한 연기가 폐를 채우는 감각에 하루의 피로도 조금은 흐려지는 것 같다. 드물게 사람이 없는 한밤중의 센터는 지독하게 적막하고 캄캄해서 과거의 편린 하나를 떠올리게 만들기 적합한 환경이었다. 시현은 아이들의 벽화로 메워진 담벼락을 멀찍이 서서 응시하다가 빨아들였던 연기를 뱉는다. 어설프게 누덕누덕 기워 그린 어린이들의 벽화에서 스트레인지의 화려하고도 위협적인 그래피티가 겹쳐 보이는 것만 같다.
"센터 내에서는 담배 금지."
그러니 익숙한 목소리에서도 기어코 과거를 읽어내고 마는 것이다. 시현의 고개는 즉각적으로 움직여 발화자를 찾아낸다. 그새 조금 초췌해진 낯에 마른 입술, 그러나 여전히 다정한 눈동자를 가진 여성이 그 자리에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늦은 동시에 한참 이른 시각이다.
"벌금 내셔야죠, 시현 선생님?"
시현이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선경은 손부터 내민다. 시현은 그런 상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해진 만원 권 한 장을 꺼내다가 선경의 손바닥 위에 올렸다.
"오늘따라 좀 많네요? 저 없는 동안 종종 피웠다고 자수하시는 건가요?" "피운 횟수에 비해서 적게 낸 겁니다." "어머, 당당하기도 하셔라."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말투지만 시현은 가까워진 선경의 목소리가 조금 쉬어있음을 인식한다. 동시에 그의 주변을 맴도는 담배 냄새에 그 이상으로 독한 알코올 냄새가 스미는 것 또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일찍 나오셨네요. ...좀 괜찮으십니까?"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대신 차가운 가을 바람이 두 사람의 살결을 긁고 지나간다. 시현은 거의 다 타들어간 연초를 휴대용 재떨이에 털어넣고 손을 휘저어 좋지 않은 냄새를 날려보낸다.
"춥습니다. 들어가실까요." "음, 조금만 더 있으면 안 될까요? 오랜만에 쐬는 바깥 공기고. 시원한 게 썩 나쁘지 않네요." "전 춥습니다." "괜찮아질 거예요." "......그건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이십니까?" "어느 쪽이라도 같은 답변을 할 거랍니다. 전 어느 정도는 서서히 괜찮아질 거고, 어느 정도는 평생 아파하며 살아야겠지만 센터는 평소와 같을 거예요. 지난 일주일 간 못다한 만큼 사무쳐하며 깨달았어요. 그게 제 아이가 원하는 일일 거라는 걸."
다시 한 번, 바람이 뺨을 할퀸다. 시현은 어깨를 떠는 와중에도 두 사람의 몸에 밴 어지러운 냄새들이 한 꺼풀 더 떨어져 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리라가 류빈이의 학창시절 친구를 만났다고 했어요. 그 친구는 류빈이가 설령 자신이 그렇게 되었다 한들 누구도 원망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겪은 억울한 일들을 제때 알아차려주지도, 해결해주지도 못한 못난 어미는 미워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정말 그렇다면 지금 하는 이 일을 계속해야겠죠. 제 딸아이가 겪은 일과 같은 일이 두 번 반복되는 일이 없게 하려면요."
이어지는 긴 이야기를 듣는 동안 시현은 다시 과거를 걷는다. 이런저런 그림이 잔뜩 그려진 담벼락을 배경으로 이루어졌던 첫만남이 현재의 장면과 오버랩 되어 눈 앞에 펼쳐진다. 다만 다른 점은, 그때 그곳에서 눈물 흘리며 바닥을 구르던 여인이 이제는 한결 단단해진 표정으로 서 있다는 점이겠지. 그게 썩 마음에 들고, 동시에 씁쓸해진다. 성장하는 인간이란 존재는 아름답지만 엄시현이란 놈은 그 단어와 살 맞댈 일 없는 족속이었으니까.
"그럼 내일부터 다시 잘 부탁드립니다, 시현 선생님." "저도 다시 잘 부탁드려요. 추운데 이만 들어갈까요." "담배 냄새 다 빠지기 전에는 안 돼요." "겉옷이라도 가져오게 해 주실 생각은... 예,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