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메이사, 떠날 때에는 피투성이였지. 지갑도 나중에 보니 가방에 있었고... 어떻게 지내는가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기댈 곳이 있었던 듯해서 다행이다. 내가 생각한 것만큼 나쁜 일이 아니었어서. 이러니 저러니 해도 피가 이어진 가족은 질기고 든든하니까 말이다. 좋은 할머님이시구만.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쓰레기 할머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맞선이라니 제정신인가. 메이사가 몇 살인데. 내가 메이사 나이 땐 말이지... 결혼이고 뭐고 생각도 안 하고서 그냥 엮이는 대로 연애했단 말이다. 혼활도 스물 후반, 번듯한 직장이 생긴 이후에나 시작했지 그 전에는 결혼 생각도 없었다고. 할머니 미쳤구만 어이... 노망났으면 츠나지로 내려가시지... 남의 할머니에 대고 불경한 생각이나 하게 된다.
"...하하, 너도 해보니까 알겠지? 혼활 힘들다고. 나도 그래서 중간에 관뒀잖냐."
물론 내가 관둔 원인의 반은 메이사였다. 원래도 의무감으로 하던 일이었지만...
메 {유우가아) {뭐해?) (혼활중}
하면 이상하게 답도 드물어지고, 다음날 조례 시간에 눈이 죽은 채로 날 응시하거나 했으니까. ...유성우가 온 이후에는 메이사랑 있으면 마음이 편하니까, 피가 이어지진 않았지만 가족처럼 소중한 녀석이었으니까, 그런 애가 싫어하는 건 하고 싶지 않아서 관둔다고 했었지.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메이사를 좀 이해하게 된다.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별로였다고 말하는 메이사를 죽은 눈으로 내려다보다가, 소소하게 불만을 담아서 턱을 꾹 눌렀다. 앗, 이마 비벼준다. 그리고 내가 좋대. 그 말에 또 금세 마음이 풀리긴 했지만.
그래도 메이사가 다른 녀석이랑 어울리는 건 싫어.
"...그럼 이제 혼활 안 할 거지?" "나랑 키스까지 해놓고 결혼은 다른 녀석이랑 하겠다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지?"
물에서 팔을 꺼내 메이사를 끌어안았다. 속이 불편했다. 뭔가 계속 마음에 안 들고. 껴안고 있어도 부족해. 메이사의 정수리에 이마를 대고 앓는 소리를 냈다. 역시 그 녀석 앞에서 제대로 뺏어버렸어야 했어... 불쑥 드는 음험한 마음이 불을 당겼다. 질끈 감고 있던 눈을 지그시 떴을 때 솜털이 난 목덜미가 보여서 그대로 입술을 갖다박았다. 평소보다 좀 길게. 물론 부족했지만, 자국을 남겨 놓고 나니까 조금 속이 풀렸다. 아주 조금.
사실, 유우가를 만난 시점에서 혼활따윈 이제 절대로 안 할 생각이다. 할머니가 분명 뭐라고 하겠지만 그래도 절대로 안 할거야. 난 유우가만 있으면 되니까. ....그치만 엄청 반대하시겠지, 할머니. ..그럼 반대해도 어쩔 수 없게 해버려야 하나. 이미 전 남친—이라고 생각하기도 싫지만 대충 그런 관계였던 사람이 보고라는 이름의 항의를 했을 게 분명하니 감추기도 어렵겠고, 어쩌지... 잠시 그런 생각에 잠겨있느라 꽤 길게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 사이에 유우가는 팔을 올려서 나를 끌어안았고, 정수리 쪽— 귀 바로 옆에서 앓는 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간지러운 느낌에 귀가 파닥파닥 움직였다.
—그리고 곧바로 삐죽 곤두섰다. 귀도 꼬리도, 어쩌면 전신의 털도.
"햣!?" "윳, 유우갓!?"
모,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묘한 감각에 몸을 움찔 떨었다. 그리고 웃기는 소리도 내버렸어. 으..으읏.... 이, 이, 이건 내가 예전에 자주 하던 그... 그거겠지...? 당하는 쪽은 이런 느낌이구나. 유우가는 내내 이런 느낌을 느꼈던 거구나... 어쩐지 그런 생각이 머리를 훑고 지나갔다. 유우가가 떨어진 다음에야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더듬거려본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 올라가서 거울을 보면 자국이 남아있겠지. ....어쩐지 기쁜데.
뻐억, 뻑,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사람을 패는 소리다. 어지간해야지 뭐 저렇게 패나. 너무 일방적인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옆에 있던 형에게 물어봤다. 둘이 잘 지내드만 와 갑자기 저래 싸웁니까? 형이 입에 담배를 문 채로 말했다. 애인이 뺏겼다안카나. 것 뿐이가, 하더니 목소리를 죽여서 속닥거렸다. 아도 뱄다카데.
오, 그럼 패야죠. 하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사람을 반주검 꼴로 만들어놨던, 빼앗긴 쪽의 형이 속닥거린 형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아구창을 터트려놨으니까.
문득 떠오른 옛날 기억이다.
몇 살이 되도록 독점력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던 나였지만, 저 때는 바로 "그럼 패야죠" 하는 대답이 떠올랐다. 그야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까. 많은 걸 말끔하게 없애버릴 수 있는 게 요즘 세상이라지만 심경이라는 것까지 그래 말끔하게 수복되진 않는다. 그러니까 메이사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면―
"할머니가?"
머리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 그것과 별개로 머리는 아주 차분했다. 늙어빠진 인간의 고집을 꺾는 많은 방법을 떠올릴 수 있을만큼. 손주의 좋은 혼처를 찾고 싶어하는 사랑, 그걸 꺾을 수 있는 건 역시 손주가 더 잘못되지 않았으면 하는 더 큰 사랑이 아닐까. 그런 숭고하다못해 갸륵한 생각을 했단 거다.
메이사를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목이 팔꿈치 안에 꼈다. 부족했다. 이만큼 껴안아도 부족해. 물이 찰박거리는 소리가 났다. 메이사는 더 말을 잇지 못한다. 이대로 3분만 더 껴안고 있어볼까 하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아니지만, 놔줬다.
"미안, 너무 세게 껴안았지." "많이 놀랐어?"
기침하면서 돌아보는 메이사에게 슬쩍 웃어보였다. 안경을 벗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나쁜 얼굴을 하고 있지는 않을 거다. 근거없는 그런 믿음이 있었다.
"그렇네, 할머니를 설득하는 게 우선이겠지 그럼."
나는 메이사에게 찔렸다. 학원에 제출하기 위헤 떼어뒀던 입원 서류도 있고, 날 신고해줬던 이웃의 증언도 있다. 내가 말하기만 하면 된다. 범인은 메이사라고. 그러면 메이사는 살인미수죄, 혹은 폭행죄로 송치될 가능성이 크다. 넘치는 자본으로 빠릿한 변호사들을 고용하겠지만 메이사에게 의지가 없을 거다.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끔찍이 아끼는 손주에게 빨간 줄이 그이게 하고 싶지는 않겠지. 그게 가족이지 않나.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메이사."
나의 완벽한 계획을 메이사에게 이야기하자, 메이사는 고개만 끄덕였다. 온천욕을 너무 많이 해서 기운이 없던 모양이다. 결국 정식도 걸렀으니까.
...당연하게도 그 계획은 소용없었다. 내가 장난을 다큐로 받았으니까. 그리고 저녁도 거르게 만들었고...
하지만 저... 메이사가 열쇠로 푹찍하고 있을때도 🙄이거 신고당하면 멧쨔는 바로 구속수사 받겠지... 맨션엔 CCTV도 있을 거고 유우가랑 같이 들어왔다 혼자 피투성이 돼서 나가는 거도 다 찍히겠지..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CCTV 적다지만 없는 건 아니니까... 멧머니가 돈으로 어떻게 무마하려나... 같은 생각 하고 있긴 했으니까요...🫠
더 강하게 끌어안겨졌다. 특히 목이. 팔꿈치 안에 껴서 점점 조여지는 숨통에 나는 다급하게 유우가를 불렀다. 아니, 부르려고 했지만 입에서 나온 것은 말이 되지 못한 무언가 뿐이었다. 그뿐인가, 폐에 고여있던 마지막 숨까지도 전부 뱉어버려서, 그런데도 들이쉴 수는 없어서 그저 발을 버둥거리고, 유우가의 팔을 잡아 떼려고 이리저리 움직여볼 뿐이었다. 뱉어낼 숨조차 없어서 쇳소리를 닮은 소리만 흘리던 목이 풀린 것은 조금 뒤의 일이었다. 다급하게 숨을 들이킨다. 발을 버둥대고 숨을 삼키는 일련의 동작들이 이어져 욕탕에 파도를 만든다. 파도가 높은, 태풍이 올 즈음의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학..하아... 콜록콜록... ...유, 유우가...."
많이 놀랐냐고 물어보는 유우가를 보는 내 얼굴은... 어쩌면 울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눈 앞이 조금 뿌옇게 흐려져 있었으니까. 세게 껴안은 정도가 아니잖아. 작정하고 목을 조른 거 아니야? 그렇게 나오려던 말은 쏙 들어갔다. 그치만, 유우가 웃고 있는 걸. ...그, 러네... 분명 세게 껴안은 건데, 하필 그, 키 차이라던가... 그래서... 그런 거겠지....
"괘, 괜찮아... 응..."
하지만 그 뒤에 들은 계획이란 건, 차라리 목이 졸린 끝에 기절해서 듣지 못하는 쪽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입술을 꾹 물고서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맞아. 난 유우가를 찔렀지. 찌르고, 그대로 차가운 복도에 방치해두고 떠났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보니 죽으라고 방치해둔 거나 다름이 없는 짓이었다. 뭐라고 말해도 변명밖에 더 되지 않겠지. 그리고 유우가는... ....날 용서하지 않은 거겠지. 아니다, 내가 감히 용서를 바랄 입장인가. 그냥 나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는 거다.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사라질 때까지, 평생 속죄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겠지.
그런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서, 유우가가 뭐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온천에 너무 오래 들어와 있었나, 어지럽기까지 했다. 탕을 나와서도, 유카타를 입고 저녁밥이 차려진 뒤에도 어지러움은 사라지지 않아서 결국 저녁밥을 거르고 말았다.
"........난 그냥.. 할머니가 뭐라고 못하게, 기정사실을..."
자기 전에 그렇게 중얼거렸던 거 같다. 넉넉한 이불 속에서 유우가의 품에 딱 달라붙어, 귀를 축 내린 채로. 사실 몽롱했던지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니 유우가가 도게자를 박고 있었다. ...어째서....
"아침부터 갑자기 왜...."
잠버릇에 오비가 풀리고 어깨가 내려간 유카타를 다시 고쳐입으며 물어봤다. 하루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아주 반듯하고 예의바른 도게자 자세에 힘이 풀린다. 슬쩍 고개를 들고 메이사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화 안 내?" "안 걷어차? 안 찔러...?"
메이사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럴 만한 상태긴 했다. 방에 올라와서는 기운을 못 차리고 이불에 고개를 처박고 자기만 했으니까. 어쩌면 뒤집힌 채로 자서 뇌에 산소공급이 안 된 걸지도. 내가 도로 뒤집어주긴 했지만...... 한동안은 그러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화는 안 난 거 같아 다행이지?
"오...오비를 다시 묶어드리겠습니다 일단."
헐렁한 목깃을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목을 잘 덮게끔 잘 여미고, 당기면 풀리는 매듭으로 잘 묶었다. 날이 쌀쌀하니까 위에 조끼도 잘 걸쳐주고. 무릎 꿇은 채로 일단 브리핑했다. 대충 내가 멍청했고 독점력에 눈이 멀었었다고.
"제가 어제 장난을 다큐로 받아서 너무 진지했지요...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 이 잘못은 두고두고 속죄하도록 하겠습니다요..." "...그래도 뻔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혼활하게 하는 건 말도 안되잖아. 그것도 별로 시원찮은 녀석들만 데려와놓고서 그런 것들이랑 결혼하라니 말도 안 되지. 할망구 보는 눈 별로라고."
미...미... 미친 할망구 네가 잘못했잖아! 아, 나 사과하고 있었지 참.
"그, 음, 뭐야, 몸은... 괜찮, 괜찮은 거지?"
손을 안절부절 가만 두질 못하는 채로 꼼질거리며 물었다. 껴안고 싶은데 싫어할까봐. 유기견같은 몰골을 한 채로 눈썹을 축 늘어뜨리고선 물었다.
"안아도 돼...?"
그렇게 말했다가, 혼자 찔려서는 "아 아니아니아니그그런의미가 아니고, 나, 나는 그냥 너를 껴안고, 응, 껴안고 싶어서..." 라고 횡설수설하고, 그러다가 다시 도게자 자세로 회귀했다.
손을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미쳤습니까 휴먼? 어제 그렇게 미안하다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 이래놓고 또 찌른다고? 내가 생각해도 그건 너무한데?? 그보다 대체 내 이미지 어떻게 된거야!? 발로 차거나 찌르거나 둘 중 하나냐고!!
"....뭐어, 내가 굳이 그 상황에서 그렇게.. 오해하게 말한 것도 잘못이니깐..." "......그건, 그렇지만... 우리 다시 만나기 전엔 그, 다신 못 만나겠지 싶어서.. 그리고 할머니한테 신세지고 있으니까, 나도 뭔가 해야겠구나 싶었고... 그래서 맞선도 보고 그랬던 거니까."
할머니는 내가 집을 이어가길 바랐던 거지. 트레이너와 츠나지로 내려가서 사는 마마랑 다르게. 할머니 기준으로 괜찮은 사람과 결혼해서, 여기에서 할머니의 뒤를 이어가길 바랐던 거겠지. 싫다고 하기엔 갑작스럽게 찾아와 신세를 지게 된 것도 있으니, 거절하기도 좀 그랬고. 어차피 유우가랑은 이제 만날 수 없을테니까, 하다못해 유우가를 조금이라도 닮은 사람하고 산다면 그건 그거대로 괜찮지 않나 싶었다. 뭐, 정작 만나보니까 조금 닮은 정도로는 절대 무리, 유우가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만 깨닫고 말았지만.
"....아~ 어쩌지이~ 목이 좀 뻐근한 것 같은데~"
몸은 괜찮냐고 물어보는 유우가를 힐끔 보다가, 히죽 웃으면서 괜히 다른 곳을 쳐다보고, 뒷목도 좀 잡으면서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마무스메는 의외로 튼튼해서 그 정도로는 후유증도 없지만 유우가가 쩔쩔매는거 오랜만에 보기도 하고, 어쩐지 그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조금 장난을 치게 되네. ...이러다 어제처럼 또 당하고 또 침울해져서 또 잠든채로 하루를 보내는 일은, 음, 없...겠지?
그러다가 횡설수설하는 유우가를 보고 풋 웃음이 터트리고 말았다. 사실 그렇게까지 잘못했다고 생각 안 하는데. 왜냐면 내가 더 많이 잘못했으니까. 응...
"....유우가. 일어나 봐." "자, 안아줘."
도게자를 한 유우가 앞으로 슬그머니 다가가서, 양팔을 벌린 채로 기다렸다. 안아달라는 뜻이었다.
"다른 의미로 안아주는 것도 좋고. ....기정사실 만들어가면, 할머니도 뭐라고 못할테니까."
기다려도 기다려도 안 와서, 찾으러 가자고 결심할 정도로. 양팔을 벌린 메이사를 슬프게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꼬옥 껴안았다. 이번엔 숨막히지 않게 적당히. 어제 그렇게 독점력을 발휘하고 나니까 그럴 힘도 없었다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발언 철회. 있더라고. 온천물이 정말 좋긴 좋은가보다, 적게 자고 과로했는데 이렇게 회복되는 걸 보니까.
"그렇겠지."
나도 그럴 생각이긴 했다. 그래서 껴안은 채로 슬그머니 밀었다가,
- 꼬르륵...
하는 소리에 멈칫했다. 아 이거 글렀다. 메이사도 웃겨하는 거 같고, 나도 메이사가 웃는 걸 보니까 웃음이 실실 나와서 이거 분위기가 다 깨져버렸다. 그러고보니 메이사는 어제 저녁부터 못 먹었지.
"일단 아침부터 먹어야겠네. 세수하고 내려갈까?"
그래도 일단 밀었으니까 뭐라도 해야겠지 싶어서 메이사의 이마에 쪽 입맞췄다. 세수 안했다고? 괜찮아 괜찮아, 매일 보던 건데. 이런 메이사도 보고 싶었다고.
"그리고 씻고 담갔다가... 오늘은 쭉 같이 있자."
어제랑은 또 다른 느낌의 분위기, 좋은 탕이어서 최고였습니다. 역시 순애 온천 료칸은 최고구나 싶었다. 조금 사고가 있었지만 저녁 정식도 제대로 먹고 엄청나게 순애했다. 차고 넘치고 충분할 정도로. 돌아오는 신칸센에서는 창가에 메이사를 앉히고 어깨를 내어주고 와서 또 행복했다.
프로미넌스 가의 저택 대문을 지나오기 전까진 그랬다.
"...잘 되겠지 메이사?"
사실 우리가 저지른 사고가 이만저만이 아니긴 하다. 전남친을 바람맞히고 할머니 카드로 21만 6천엔을 멋대로 결제하고, 신칸센 비용까지. 게다가 전남친에게 전화해서 고맙다고 말하는 시간까지 가졌으니 그 업보를 정산해야 할 때가 왔다.
회피하고 싶다... 할머니에게 '당신의 손주, 시커먼 아저씨의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포기하십시오. 임산부에게 노약자석을 양보하시오.' 라고 선언해야 하다니.
사실 나도 할머니 잘 모른단 말이지. 그게, 같이 지낸지 1년도 채 안 됐고. 일단 손녀니까 잘 해주시긴 하는데, 파파 얘기를 할 땐 좀 무섭다고 할지, 파파가 지금까지 암살 안 당하고 잘 살아있는 게 신기하단 생각까지 들 정도였고(?).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사실 이게 제일 걱정이다. 할머니는 마마랑 파파의 일로 한번 치를 떨고 난 뒤인데, 손녀인 나까지 이렇게 되면.... 처음엔 경황이 없어서 놓쳤다고 해도 두번째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지. 즉, 유우가랑 내가 사랑의 도피를 하면 이번엔 확실하게 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아니 왜 자연스럽게 도피하는 쪽으로 가는 거지 나. 도망치고 싶은 건가....
"키는.. 나랑 비슷하시고, 엄청 동안. 사실 나도 처음엔 할머니라는 말 못 믿었으니까. 뭐 보면 알 거야." "그리고, 그, 우리 파파의 전례가 있어서 아마 유우가한테는 좀, 그, 말을 좀 심하게 하실 수도 있고.... 파파를 거의 찢어죽일 놈이라고 하셨거든....... 그러니까 놀라지 말고."
그런 말을 하며 현관문을 열기가 무섭게 저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달린다고 할까, 기모노를 입고 있어서 종종걸음으로 오는 게 분명한데 소리가 마치 레이스장의 최종직선마냥 두다다다다 들리는 게 벌써 두렵다.
- 메이사!! 대체 어떻게 된 거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게야??
그렇게 외치며 할머니가 빠르게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계셨다. 나랑 비슷한 키에, 비슷해보이는 얼굴(연령적인 의미로), 올려서 쪽진 머리는 하얗게 새어 있지만 군데군데 갈색이 남아서 원래는 나랑 비슷한 갈색이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 그리고 오른쪽 귀에는 주홍색 멘코. ...뭔가 딱 보면, 할머니의 유전자는 마마를 건너뛰어서 나한테로 왔구나 싶은 그런 느낌.
그런 할머니는 처음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오다가, 내 옆에 서 있는 유우가를 보자마자 조금씩 인상을 찡그리기 시작했다. 우와, 이렇게 찡그린 할머니는 처음 봐.
"아, 그, 다녀왔습니다아..." - ...그 옆에 있는 사람은, 설마..
설마.. 라고 하며 유우가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할머니. ...하긴, 내가 처음에 왔을 때부터 '나 유우가를 찔렀어어어 어쩌지이이 도와주세요오오'하고 왔었으니까. 할머니도 알고 계시긴 하겠지. 아닌가? 아님 말고.
"응. 유우가야. 나, 이 사람하고 결혼할 거니까." "이미 기정사실도 생겼어."
....사실 생긴 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럴 땐 좀 뻔뻔하게 나가야 하지 않나 싶어서 일단 던지고 봤다.
- 기, 기, 기정사실?! 그, 그, 긋, 그럼 그, 그 녀석하고...!!! "..................응. ...이틀동안 열심히 했어." - 앗, 와, 아와와와와와와와와와와왓!?
입을 떡 벌린 채로 굳어버린 할머니를 보니 조금 심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음.... 미, 미안 할머니..... 하지만 원래 교?섭이나 협?상이나 부탁 같은 거 할 땐 무리한 걸 먼저 던지고 그 다음에 비교적 덜한 쪽을 보여줘야 잘 먹힌다고 그러잖아....
>>279 멧머니를 안아올려서 비행기태우면.. 엄청난 발차기와 깨물기가 덮쳐올지도..😏 어쩐지 멧머니는 축벽(박차기)에 교벽(깨물기)에 게이트에 안 들어가려고 하는 버릇도 있을 것 같단 말이죠🤔 현역 시절에는 게이트에 안 들어가려고 버텨서 결국 스태프 5명이 달라붙어서 밀고 당기고 해서 간신히 넣었을 것 같은.... 악벽의 집합체.. 하지만 그런만큼 경주 성적은 좋았을지도🤔🤔🤔
>>280 ................프로키온씨가 생기고 나서 칼찌를 당한 쪽이군요 🤔 이쪽은 유우가처럼 쓰레기짓해서 찔리진 않았을 거 같고 순수하게 찔리셨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아빠가 그렇게 되는 걸 보고서 조용히 도피를 결심하신 거겠지 프로키온씨...
>>281 이런 괴팍한 로리바바도 결국 잠들면 북북뿡하실 거란 점이 뭔가 멧쨔 귀여운데요wwwwwwwwwwww 이렇게 악벽부리다가도 갑자기 메이사처럼 정색하고 얌전해지는 경우가 있을 거 같아요 우마무스메였으면 이중인격 기믹 무조건 들어갈지도wwwwwwww 멧쨔의 히죽거리다가도 급정색하는 그 성격은 할머니한테 물려받았다던가... 생각하게 되네요 🤔 이렇게 또 새 캐릭터가 나오니까 멧쨔 행복한wwwwww
.....🤔 멧머니.. 어쩌면 헷쨔랑 비슷한 구석이 있는 걸지도.. 멧쨔도 찌르고서 하나가 된 거 같아 우헤헤~ 했던 거 생각하면.. 멧머니는 그런 기질이 더 강했던 거 아닐까요🙄 프로키온씨도 독점력을 물려받긴 했지만 아버지쪽을 더 닮았던걸로..🙄
헉... 프로키온씨.. 멧쨔가 커갈수록 멧머니를 닮아가는 게 보여서 역시 피는 못 속이나..🫠하고 생각한 적 많을 것 같단 생각이 번뜩...
아니wwwwwwwwwwwwwwwwwww멧머니 북북뿡wwwwwwwwwwwwwwwwwwww 그 그건 피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너무wwwwwwwww상상하니까 웃긴wwwwwww 악벽가득한 멧머니를 진정시킬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인 그랜드멧버지... 그랜드멧버지는 좀 눈치가 없어서 멧머니가 급정색 급얌전 속은 지옥불구덩이로 변해가는걸 모르고 있다가 그만.............같은 것도 생각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