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 스레 : >1597049770> ▶ 진행 중인 이벤트 : >1597049673>85-86 ▶ 시스템 공지사항 : >1597049673>87 ● 포털 시트스레 : >1597049288> 임시스레 : >1597049227> 위키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서머타임%20래그타임 웹박수 : https://forms.gle/EKHngwiTNwTSqz2h9
시원함만 생각해본다면 이것이 더 낫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며 카나타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장 중요한 것은 츠키의 취향이자, 그녀가 연출하고 싶은 스타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 와중에 '남자 눈엔 어떤 것이 좋은지 확인하고 싶다'라는 말에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가만히 팔짱을 끼고 다시 한 번 원피스와 그녀를 매칭하듯이 바라봤다.
"...네가 입는 옷인데 왜 남자 시선을 확인하는 거야? 보여주고 싶은 남자라도 있어?"
반 친구? 아니지. 지금은 여름방학이잖아. 이 녀석도 이제 2학년이라서 이런저런 신경이 쓰일 나이인가? 그런 애늙은이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하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고작 1살 차이밖에 안되는 애한테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 이상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남자 눈도 좋지만, 네 취향에 맞는 것으로 골라. 그리고 네가 원하는 스타일을 맞추는 것도 좋고. 어떤 스타일로 입고 싶은데? 넌?"
한편, 그녀의 놀리는 듯한 말투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가만히 카운터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찔리긴. 난 사실만 이야기 한 거야. ...오늘만 유난히 한가한 것 뿐이야."
정말 그뿐이라는 듯이 한번 더 강조하듯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근처에 놓아둔 물을 다른 컵에 따른 후에 한 모금 천천히 마셨다.
마시로 키에서는 히라무가 안 보였겠지만 히라무 키에서는 마시로가 보였다. 마시로도 여자애 치고는 키가 작지 않은 편이고, 분명히 초등학교 때는 엇비슷했던 기억이 있는데. 얼굴이 안 보인다는 마시로의 불평 같은 것이 히라무에게 둘의 키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오솔길에 밤이라서 여름인데도 서늘한 건 맞다. 그렇다고 마시로가 진짜 추워서 자기 윗옷을 벗어달래는 건 아니겠지만. 히라무는 티셔츠 귀퉁이를 잡아당기는 마시로를 흘깃 내려다보았다. 아까는 진짜 재채기였으나 이번엔 신칸센 타고 지나가다 들어도 공갈 소리나 내고 말이야. 히라무는 왠지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 쓰러지면 안 되지."
히라무는 옆바닥에 들고 있던 상자 셋을 잠시 내려놓았다. 마시로한테 들고 있으라고 안 하냐면, 아무리 히라무라도 마시로가 못 든다는 자각은 한다. 별반 힘든 기색도 없이 제대로 허리 말고 무릎을 굽혀서 놓고, 마시로가 잡고 있던 허리춤 티셔츠를 잡아챘다.
"이리 줘봐!"
그리고 냅다 티셔츠를 말아 올리...려는 척.
"안 해. 너 아오 군한테 이를 거잖아."
아슬아슬하게 배꼽이 드러나기 직전에 히라무는 티셔츠를 놓았다. 산길에 등불으론 살까지 안 보이겠지 뭐. 히라무는 놨던 박스를 다시 영차 안아들었다.
"집에 가자, 길치 마시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앞장은 히라무가 섰다. 알고 있다. 원인은 마시로가 아니다. 히라무는 키타토라 양이 한 말을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혼자는 위험하니 둘이 내려가세요...야간 산행이 위험해서도 어린애들을 못 믿어서도 아니고, 걱정하는 바는 따로 있었고, 그건 사람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마시로가 핸드폰이 불통이라며 투덜거릴 때쯤 그 의심은 더욱 강해졌다.
"여기, 옛날처럼 막 첩첩산중이고 이러진 않아. 우리 돌아다니던 때처럼..."
그땐 광케이블 매설지 하나가 없었는데. 남이 보기엔 뜬금없이 흐흐 웃던 히라무가 다시 상자를 내려놓았다. 마시로 말대로 두고 가려는 건 아니고...
"두고 가? 내가 보고해 줄게. 집행부 아즈치 양이 산골짜기에 비품 버려두고 왔습니다, 라고."
핸드폰도 확인해 보고 하려고. 히라무는 핸드폰을 두드려 켰다. 전파가 안 잡힌다. 이건 글렀고. 힙색을 열어 뒤적이다 꺼낸 것은 나침반인데 이것도...무슨 메트로놈처럼 갸우뚱거리고 있다.
"...남성의 눈에 매력적인 옷이라. ...옷보다는 입는 사람과 어울리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
아무리 예쁜 옷이라고 해도 입는 사람이 받쳐주지 않으면 결국 남자들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말기 마련이었다. 물론 카나타의 그 생각이 모든 남자를 대변할 순 없지만,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제 눈앞의 소꿉친구는 아무래도 단조로운 것보다는 조금 포인트가 잘 살아나는 옷들이 좋지 않을까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기에 아까전 그 옷보다는 원피스가 낫다고 생각한 것이고. 생각을 정리하며 그는 다시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였다.
한편 안 들어오냐는 듯이 유리문 너머를 바라보던 강아지와 고양이들은 이내 흥미를 잃고 다시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중에는 안에 있는 손님들에게 다가가는 이들도 있었고, 자신에게 마련된 집에 들어가서 몸을 웅크리고 쉬는 이도 있었다. 그 중 리카는 에어컨 바람이 좋은지, 냉큼 높은 곳으로 올라가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 바람을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카나타는 오른손으로 입을 막고 키득키득 웃었다.
"귀엽긴. 응? ...뭐야. 요즘 남자들 답지 않다는 것은. 내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이 문제 될 건 없잖아."
취향 존중해. 취향 존중. 괜히 불평하는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하며 카나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쩌겠는가. 자신은 이런 분위기가 좋은 것을. 화려하고 시끄러운 것이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이런 분위기가 그로서는 가장 좋았다. 적당히 쉴 수 있고, 적당히 생활 소음이 들리고, 고양이와 강아지가 많은 이곳이야말로 그에게 있어선 천국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나 같은 취향을 가진 남자들도 많거든? ...요즘 남자들이라고 해서 다 시끌벅적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야."
그거 편견이야. 편견. 그렇게 말을 덧붙이면서 그는 컵에 담겨있는 물을 모두 마시면서 그 내용물을 싹 비웠다.
애 늙은이라는 말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절대로 그 사실만큼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는 불만족스럽게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가 다시 안으로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반론이나 반박은 하지 않고 그는 괜히 웃음소리를 냈다. 이런 식으로 티격태격하는 대화를 그는 좋아했다. 편안하기도 하고, 늘 볼 수 있는 평소대로의 일상 그 자체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자신은 정말로 이곳 체질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은...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며 카나타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고 작게 하품했다. 아침부터 계속 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 조금 피곤하긴 한 것일까? 하지만 조금도 졸지 않으며, 그는 크게 기지개를 쭈욱 켰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응. 리카. ...서열 1위라서 저런 자리도 마음대로 차지해. ...다른 애가 저기에 오면 상당히 싫어하고."
그래서 다른 고양이들은 근처에도 못 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가만히 리카를 바라봤다. 몸을 완전히 웅크려서 자신의 자리라는 것을 과시하며 에어컨 바람을 즐기는 그 고양이의 모습에 그는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너희도 좋아하고. 츠키와 코하네. 어린 시절 가장 많이 놀았던 두 명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는 그렇게 단언했다. 물론 다른 친구들도 많았고, 그 애들과도 잘 지내지만 역시 가장 친한 이를 꼽자면 1번째가 코하네이고, 2번째가 바로 츠키였다. 사실 둘의 차이도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동갑인 애가 동갑이 아닌 애보다는 조금 더 편했으니까.
"...그것보다 사과해. 전국에 있는 동물 애호가들에게 말이야."
진짜 큰일날 소리 한다. 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동물을 좋아한다고 애늙은이인가. 그건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그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좋다는데 뭐가 문제야.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다시 한 번 쭈욱 기지개를 켰고 살며시 등 뒤로 돌아 남은 사료가 얼마나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 서랍장을 열었다.
다양한 동물 사료가 바로 그곳에 있었고, 그는 그 중 한 포대를 잡은 후에 가볍게 흔들었다. 안의 내용물이 아직 많이 남았는지 무게가 묵직했다. 당분간 사료를 살 걱정은 없겠구나. 그렇게 안심하면서 그는 서랍을 닫고 다시 츠키를 바라봤다.
키타토라를 따라 도착한 작은 헛간은 신사의 뒤로 들어와서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스즈네 또한 이런 곳이면 차가 못 들어오지~ 하고 고개를 끄떡끄덕했다. 키리야마 차밭도 어느 지점까지는 수레에 실어서 가져와야 하니까 말이다. 차밭을 돕는데 익숙한 스즈네였기에 헛간의 짐 옮기기도 흔쾌히 참여했다. 물론 옮기기 전의 정리도 말이다.
"아~ 그거 여기~ 응~ 그건 여기에 놓자~"
스즈네가 평소에 바보짓을 잔뜩 하고 다녀도 이럴 때는 또 상급생의 티가 물씬 풍겼다. 키타토라의 지시 아래 각 학생들이 창고 안 물건들을 잘 정리하도록 도와주었다. 말로만 그러지 않고 스즈네가 직접 가서 쇼쇽! 대신 해 준 다음 얼른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도 했다. 각자 들고 갈 박스가 잘 테이핑 되었는지 너무 무겁지는 않은지 하나하나 살펴주고 한 명 한 명 무리하지 않도록 짐의 배분도 도왔다. 그렇게 함께 온 집행부 학생들을 먼저 보낸 뒤 스즈네도 장식천 따위가 든 박스를 머리 위에 얹고 뒤늦게 퐁당퐁당 걸어나왔다.
그리고 이상한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으응~?"
어둑한 숲길을 생각없이 나아가던 스즈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거기엔 아마네 밖에 없었다. 어라~ 하고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자 새까맣게 빛이 저문 숲과 스즈네와 아마네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는 것을 깨달았다.
"헤에~"
아마네의 괜찮냐는 물음이 무색하게 평소같은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스즈네는 이내 히히 웃으며 말했다.
"이거 무슨 일일까나~ 나는 괜찮다요~ 세이쨩은~?"
몇걸음 떨어져있던 스즈네가 통통 튀듯 걸어서 아마네의 근처로 다가갔다. 어스름히 보이는 얼굴엔 이 상황이 마냥 즐거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