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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로가 개중에서 죽이 잘 맞을 것 같은 이를 골라 안녕- 하는 저녁 인사를 건넨 뒤통수는 분명 낯익은 부숭부숭한 뒤통수 였다. 그러나 마시로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부숭부숭이는 쌓아 올려진 3개의 상자 괴물이었고.. 쿠궁. 효과음과 함께 어리둥절해진 마시로가 미간을 살짝 구기며 히라무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기울였다.
“히라무, 얼굴이 안 보여.”
동행하자며 친숙한 말투로 말을 걸어 오는 것은 분명 히라무의 목소리가 맞는데-. 단순한 키 차이 때문에 마시로의 시선에선 히라무의 얼굴이 상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사실 히라무의 상자는 그의 하관을 조금 가리는 높이로, 시야를 가릴 정도로 높은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아무리 히라무라고 해도 밤의 산길을 내려가는데 위험하잖아 그런건...(애초에 한꺼번에 상자 3개를 드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응. 히쨩 벗어.”
나 쓰러져. 히라무가 제 옷을 당겨서 보여주었듯 마시로 역시 히라무 옆에 가까이 붙어 상자를 한쪽 품에 안아들고 남은 손으로 그의 아래 옷자락을 옷이 늘어나지 않을 선에서 쭈욱 잡아 당기려 했다. 부러 인위적인 재채기 소리도 낸다. 마시로도 만만치 않은 능구렁이다. 그가 정말로 윗옷을 벗어 준다면 마시로는 적잖게 당황하겠지만 이미 상자를 3개나 들고 있잖아? 마시로는 승리를 예감한 얼굴로 빙글 웃는다.
“..이번엔 나 아니야.”
확실히 그가 길치가 아니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앞장 선 사람은 히라무잖아. 마시로는 인정하기 싫은 얼굴로 히라무를 조용히 노려보다 마지못해 삐죽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도대체 길치라는 유언비어를 누가 흘리고 다니는지 모르겠는데, 잡히면 흠씬 깨물어 줄 생각이다. 물론 마시로는 어릴 때부터 주변에 사람이 많았으니 혼자 돌아다니는 경우가 적어 길을 잃을 확률이 낮았고, 홀로 길을 잃더라도 본인이 자각하지 못했거나 남이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똑똑한 것과 방향감각은 별개의 문젠가 보다.
그나저나 골치 아픈데. 오밤중 산속이다 보니 휴대폰 전파도 잘 안 잡힐테고. 폰을 꺼내 한 손으로 문자와 전화를 꾹꾹 눌러보던 마시로는 그럴 줄 알았다며 어깨를 으쓱하고 도로 집어 넣는다. 치즈도 없는 덫에 보기 좋게 걸린 꼴이다.
“이거 버려도 돼?”
숲속에서 길까지 잃었는데 계속 들고 다녀야 해? 게다가 히라무는 세 개나 된다고. 괜히 심술을 부리며 상자 안에 넣어둔 잡동사니들을 뒤적거려 본다. 배고파.
//다음 레스에 히쨩이 다이스 굴려서 어디든 움직이는 내용 적어주면 될 것 같아 <:3~!!! 나는 원래 사담이 많아서... 짧게 편하게 이어줘도 됨니다
물론 자신이 원체 존재감이 없다시피 하는 인물인지라 종종 잊혀지는 경우가 많다곤 하지만··· 고개를 홱 돌리며 이쪽을 바라보는 타케루의 표정이 어째 평소보다도 심상치 않은 것이, 이미 본인 스스로가 소리높히며 말했듯 왕성해져버린 장내활동 때문에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닌듯 싶었다.
"응··· 역시 지금만큼은 가만히 있는게 나을거 같아 야나기 군··· 그러다가 정말로 큰일날지도 모르니까···~"
당연하게도 있는 힘껏 문을 두드리니 그 반동은 그대로 움직임이 왕성해진 장에 전해졌을테고, 구륵구륵 거리는 비둘기가 뱃속에 잔뜩 들어있다는듯 타케루는 배를 부여잡고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다만 그런다고 해서 문은 좀처럼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스산한 까마귀소리에 더해 바깥에서부터 이곳 안쪽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에··· 그치만 나, 야스라인데···~"
잔뜩 힘을 주고 있는지라 충혈된듯한 눈을 부릅뜨며 주변을 뚜릿뚜릿 살피다 이내 이쪽을 돌아보며 휴대전화를 두드리고 있지만··· 그녀 또한 딱히 아는 바는 없었다.
"글쎄에···~ 나도 이만-큼 짐을 나르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지금, 전파 문제라도 있는지 권외지역이라고 뜨니까 말야···~"
그녀도 타케루에게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며 몇사람 없는 연락처를, 그리고 누르려 해도 통화가 불가능하단걸 보여주고 있었다.
랜턴의 빛은 거의 사그라들었고, 어둠엔 적응했지만 여전히 입구와 주변을 인식하는게 고작인 창고 안···
그리고 마치 그것을 비웃는다는듯 까악거리는 소리가 점점 많아지고, 커지고, 가까워지는 기운에 그녀 역시 고민에 빠진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등불님은 길을 알고 있나요···~"
꺼져가는 랜턴을 쓰다듬으며 속삭이는 그녀의 눈빛은 완연한 밤을 가리키듯 혼탁해져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