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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잠깐 본 그림체로 보자면 맘에 안 든다고 할 이는 없지 않을까 싶어. 사실 그려준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는지라 진짜 말도 안되는 캐붕을 일으키거나 악의적으로 그린 결과물이 아닌데도 마음에 안든다고 하면 그건 상대방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애초에 공짜인걸.
ㅋㅋㅋㅋㅋ 츠키주...ㅋㅋㅋ 부럽다! 나는 비슷한 분위기로 만드는 것이 고작이라서 말이야!
꾸벅꾸벅··· 행여나 목이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엔도 선생님도, 일찌감치 사복차림인 키타토라 양도, 와중에 축제 준비는 해야 하는 집행부원들도 어떤 의미로든 움직여야 할 때가 되었다.
"탓쨩도 차암···~ 요즘 애들은 재촉하면 오히려 튕겨져나간다구···~ 하지 말라면 하지마루요···~"
세상에서 제일 한가한 녀석들, 이라며 행여나라도 빠져나갈 궁리를 했을 부원들을 딱잡으려 하는 엔도 선생님의 말에 그녀는 느긋하게 손을 휘적이며 한참 어른일 터인 선생님을 애칭으로 부르는 너스레를 떨고 있었다.
그렇다곤 해도, 행사가 지척이니 이런 때라도 도울수 있는건 조금이라도 손을 보태야 한시라도 빨리 끝내거나 하지 않을까? 기왕이면 먼저 해결하는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낫겠지 싶었던 그녀는 키타토라 양의 발걸음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신사 뒤 오솔길을 조금만 걸어간다면 곧 보이게 되는 헛간, 요는 길의 특성상 사람이 직접 날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정도야···~ 일단 짐같은건 아무렇지 않게 나를 수 있기도 하고···~"
하루만 해도 어디로 튈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동생들을 찾아 끌고오거나 들쳐업고 왔던 그녀인만큼··· 고등학생이랄까, 어른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실루엣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차라리 중학생이나 초등학생이라 하는게 나을 것 같은 네 척을 겨우 넘긴 작은 키의 그녀라도 숨겨진 힘은 확실하게 있었다. 애초에 그러지 않았다면 저보다도 한 척 가량은 차이가 나는 동생들에게 무시당하기 십상이었겠지.
야스라 가의 피는 그녀에게서 빼앗아간 것이 있는만큼 새로이 부여해준 것들도 있었다. 마치 제 조모가 그러하였듯이,
쿠레비야마의 밤은 유난히 음침했다.
여기저기서 울어대는 쏙독새의 커다란 입속에 갇힌 것처럼 느껴지는 묘한 기운에 부원들은 서두르기 급급한 마음으로 일제히 흩어지려 했고, 그것을 알아챈듯 키타토라 양은 부산스러운 발걸음을 멈추게 하며 경고와도 같은 충고를 해주었다.
"그치이···~ 이맘때쯤이면 가는 발도 잡히는 철이라니까···~ 길을 잃어도 혼자만 아니라면 빠져나올수 있듯이, 조심해서 나쁠건 없는 거야···~"
과하다싶을 정도로 진지해진 키타토라 양의 분위기, 한낮과는 다르게 등골을 스치는 여름밤의 한기 탓에 즈려밟는 낙엽마저 마냥 서늘하게만 느껴졌을테다.
주변을 옥죄며 들끓는 기운은 무대의 분무기에서 나오는 싸한 연기처럼 폐를 가득 채웠고, 이끼 낀 석등롱의 기이할 정도로 눈을 아리게 하는 백열광은 점점 더 그 기이함을 끄집어내려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사랑새는 팔랑 사랑새는 팔랑···~"
금지된 길을 내딛으며 허공을 맴도는 한쌍의 눈동자는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을 곳에 놓여진 놀라우리만치 정제되어있는 코멘트들에 이끌리고 있었다.
새콤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해도 베리가 각자의 향과 새콤함을 주로 내세운다면 다수의 열대과일들은 달콤함에 집중한 느낌이었다. 물론 개중엔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었지만···
"응···~ 분명 그것도 맛있을 테니까···~"
시럽 특유의 자극적인 총천연색은 생긴것만큼의 맛을 내포하고 있었지만, 분명 누군가에겐 그것도 한철나기의 친구··· 그리고 그것에 대한 추억은 그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요리에 대해서 유달리 어렵다 생각하는 요리치의 경우도 그녀 역시 심심찮게 봐왔지만, 어지간히 재능이 없는게 아닌 이상 대부분은 잘못된 행동만 바로잡아주면 곧잘 따라왔을지도 모른다. 주방에 손만 댔다 하면 초토화를 시켜버려 할머니에게 혼나는 일이 많았던 그녀의 동생 중 한명처럼···
"아무래도 그렇지···~ 그치만 왠지모르게 뿌듯한 느낌도 들고···?"
힘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손이 많이 가는 디저트를 택했으니까,
이즈미는 완성된 4가지 맛 크레이프 케이크의 경계를 따라 정확하게 4등분을 했고, 그것을 다시 2등분하며 각자의 몫을 배분하고 있었다.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산뜻한 느낌이 벌써부터 느껴지는 것 같아···~ 역시 이즈미 군은 천재인게 아닐까···~"
소리없는 손가락 박수, 말간 웃음이 표정으로 내어지며 그녀는 완성된 결과물에 대해서 감탄하고 있었다.
단순히 과일로만 치부할수 있는 수많은 열매들을 각자의 속성에 맞게 묶어두는 것도, 그것을 또 미묘한 식감의 차이로 나누어 저마다의 취향으로 분류하는 것도 그녀에겐 흥미롭고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물론 난 결과보단 그 결과로 이끄는 과정을 조금 더 재밌어하지만···~"
무언가를 떠올리다 이내 생각을 고쳤는지 살짝 고개를 젓는듯한 이즈미를 보며 의아한듯 한쪽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매만지던 그녀는 살짝 내걸린 미소와 함께 그런 말을 덧붙였다.
"적당한 거려나···~ 그래도 요즘은 그 적당한 것조차 힘겹다 생각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말야···~"
당연히 그럴거라 생각했던 것들은 쉽게 부정되거나 신기하다는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물론 사람들이 살아가는데에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런 규칙이 있다 한들 따르는 이는 더더욱 찾기 힘들었으니까,
그녀는 딱히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편견 같은건 없었지만, 그럼에도 자아 역시 확실했기에 자신과는 다른 패턴으로 짜여진 그림들을 무심하게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같은 가족도, 저마다의 색깔을 가진 동생들도 각자 캔버스에 그려낸 것이 다른데··· 그것이 타인의 캔버스라면 더더욱 생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떤걸 그려내었는지 알고싶어지는게 아닐까?
"역시 오리지널을 먼저 맛보는게 좋겠지이···~"
케이크의 한부분, 그 어떤 토핑도 없이 생크림만 덧대어 겹겹이 쌓았기에 다른 조각들보다 낮은 것을 먼저 권하는 이즈미의 말에 그녀는 그것을 느릿하고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귀여운 케이크, 잘먹겠습니다···~"
아직 입으로 들어가기 전이지만, 그녀의 표정은 이미 농밀한 퐁당 오 쇼콜라를 맛보았던 작년 겨울 같은 황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