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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의 차이가 여실없이 드러나 버렸습니다. 아니 같은 장소에서 엇비슷해 보이는 사이즈의 상자를 골랐건만! 그보다 알면서 하고 있었던거네요?! 아니 믿고 있었는데!!! 루나짱을 믿고 있었는데!!! 무게감 때문에 조금 눈치를 채는게 늦기는 했지만 확실히 제법 오래 걸었는데도 비슷한 풍경들 밖에 보이지를 않네요. 분명히 계단을 내려가는 중인데도 뭐라고 할까 길다고 해야하나? 어? 여기 평소에도 이렇게 길었던가요? 으아아, 안돼. 한 번 신경써버리니까 뭔가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 전부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요!!!
“아니,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안 그래도 신경 쓰고 있었으니까!”
척척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정말이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누가 겁이 많다는 둥 공포물에 약하다는 둥. 이런건 그냥 금방 내려가면 그만…인데…
>>821 앗 히라무주!!!! 위에 >>367 레스보면 마시로가 같이 걸으면서 길치냐고 시비거는 레스가 있는데 여기에 대답하는 느낌으로 히라무가 스타트 끊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엇대:3???
2주 동안이니까 느긋하게 하루 하나씩 이어도 괜찮을 것 같고..(흐릿 근데 나도 히라무주도 둘다 밀린 답레가 있어서 ㅋㅋㅋㅋㅋㅋㅋ꼭 오늘 안에 안 써도 되고 내일부터 돌려도 괜찮을 듯..한..^^.. 히라무 만날 생각에 쫌 행복해짐..^^ 아 근데 내가 선레쓰는것도 당근 괜찮아~!!!!!
마시로라면 같이 내려가는 데 심심하진 않겠다. 정 심심하면 내려가는 동안 가위바위보라도 해서...물론 그러면 상자를 잠시 내려놔야 한다. 어쨌든 그렇게 돌계단 내려가기 내기를 해도 되고, 수다만 떨어도 되고. 그래서 히라무는 마시로를 산길 파트너로 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심심할 만하기도 전에 쉴새없는 컨텐츠가 두 사람을 덮친다ー!
"추워?"
뒤에서 무슨 새 우는 듯한 재채기가 들리기에 히라무는 마시로를 돌아보았다. 따뜻한 남자라면 여기서 뭘 벗어줘야 옳겠으나 유감스럽게도 히라무도 반팔티 한 장 입고 있다. 히라무는 반팔티를 슬쩍 당겨 보였다.
"이거라도 벗어줄까?"
성질내라는 의도가 다분한 권유였다. 왠지 마시로쨩은 곤란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진다...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어렸을 땐 반대였나? 그럼 어렸을 때 복수라고 치지.
더욱 시급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까부터 멀쩡하게 내려오던 산길이 이상해졌다. 내려오던 길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지대는 낮아진 게 맞는 듯도 하고...아직 나무에 형광 띠가 걸려 있으니 조난을 당한 것까진 아니지만, 갑자기 키타토라 양의 엄중한 경고가 히라무의 머릿속에 울린다.
"나?"
나 길치 아닌데. 히라무는 즉각 반박했다.
"마시로가 길치잖아."
봐온 게 있는데. 이는 지극히 히라무의 판단에 기초한 서술이다. 물론, 이건 아무래도 누구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는 유추도 히라무의 머릿속에 있었다.
너는 나를 물끄럼 마주보다 씩 웃어버렸다. 그 모습에 "하아, 정말. 어쩔 수 없다니까." 그리 말하면서 키득여버렸지.
"헤에, 재밌는 곳 보고 있네. 그 쪽이 재밌긴 하지. 로마 쪽."
워낙 유명하니까. 아마네는 진심으로 히라무를 칭찬했다. 시험 범위로부터 조금 엇나가 있다고는 하지만, 공부 자체에 흥미를 가지는건 중요한 일이니까. 시험이 모든 인생의 정답은 아니다. 자신처럼 도쿄대를, 아주 높은 곳을 목표로 한다면 모르겠다만. 히라무는 그런 것도 아니니까. 거기에, 히라무는 똑똑하기도 하고.
"좋아. 그 쪽으로 얘기하자. 밥부터 먹고 느긋하게 하자고."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흐응."
짧게 덧붙이며 물끄러미 너를 바라보았다. 너는 쓰다듬어지는 손길을 따라 내 눈을 피한다.
"자주 놀러 올 거니까, 걱정하지 마, 히라무."
"여전히 아기같다니까. 왜, 형 벌써 보고싶어졌어?"
장난스레 이야기하면서 싱긋 웃었지. 자아, 이제 요리 할 시간이다. 우선은 야채를 다질까. 탁, 탁, 탁... 정갈하게 다듬는 소리가 즐거이 귓가에 울려퍼진다.
매양 잔소리지만, 그래도 아오 군처럼 히라무를 가까이에서 보아 주는 사람도 몇 없다. 히라무의 여러 가지를 알고, 그걸 받아들여 주고...이렇게. 도시국가 전쟁사나 로마 제국 쇠망사를 들춰보고 있다는 얘기에도 공감해 주는 친구인걸.
"그렇지? 흥미진진해. 유물도 그렇고 정치체제도 그렇고. 로마는 말이야, 그런 고대에 이미 거의 완성된 중앙집권체제를 갖추고 있었던 걸,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랑 비교하면...그으, 그러니까. 그냥 그렇다고. 1차대전 하자, 1차대전."
역덕에게 역사의 역 자를 꺼내면 신공 안 물어본 비교역사학 줄줄 읊기를 들을 수 있다. 곧 오므라이스를 만들어야 해서 참을 수 있었다. 히라무는 충분히 아오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 아오가 구태여 어디론가 떠나지 않아도...히라무가 그걸 따라가지 못해도.
"그...거겠냐고!"
히라무는 덥수룩한 머리칼을 흔들어 손을 털어냈다. 물 젖은 털을 털어내는 동물인 양. 목에 매달린 열쇠가 같이 달랑달랑 춤을 춘다.
"나도 놀러 갈 수 있는 거고, 형이 나갔다 들어오면 나야 좋지..."
그럼 뭔데? 히라무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도 당장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 뭐가 불만인데? 아오가 도쿄로 가든 무슨 상관이며, 해외로 가든 무슨 상관이야. 히라무도 대학교는 옆동네 교토를 생각하고 있고. 돌아오기만 하면 되지, 히라무가 그렇듯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 토키와라에 지금처럼.
돌아오겠지? 형은 돌아온다. 아버지는 한 달마다 귀가하고, 형도 멀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지? 히라무는 찾으러 못 간다. 열쇠가 있는 한은. 아오는 돌아오지 않아도 되지만 히라무는 꼭 돌아와야만 한다. 불공평하게. 야채 써는 소리에 히라무는 아오의 뒷모습을 보았다. 아오는 키가 크고 유도도 해서 뒤태가 멋있다. 완전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