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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세 료코입니다, 편한대로 불러주세요 선배님! 싹싹한 대답,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 안에 들어선다. 밖과는 달리 적절한 시원함을 가진 산뜻한 공기. 새로운 공간을 눈에 띄게 두리번 대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한쪽 다리를 꿇고 한쪽 다리는 피고 있는 엉거 주춤한 자세로 앉는다. 예의는 차리고 싶으나 무릎 한 쪽이 불편한 료코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오렌지 주스로 부탁드려도 될까요?”
먹을 것은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 응당 당연한 일. 헤실헤실 웃는 동안 주스는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갔으니 일주일에 한 번만 먹으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어렴풋이 떠올랐지만 지친 여름날 당분을 거부할 수 없게 되는 건 불가항력이다. 충치 같은 것으로 괴로워 하는 어린 아이도 아니고, 건강한 것만을 먹으며 살 수만은 없다고 스스로에게 되내인다.
…그러고보니 역시 그건 뭐였을까? 무언가 들어엤는 의문의 봉투를 건네는 엔도 선생님과 주인의 붉은 머리. 그러니까 니시키리 선배. 부엌으로 돌아갔다 다시 돌아오는 그의 모습을 빤히 바라본다. 봉투에 들어있었으니 비밀스러운 물건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물어봐도 괜찮을런지.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지나치게 오래 그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 뒤늦게야 깨달아 버리고 장황하게 말을 늘어내고 마는 것이다.
“그러고보니까 선생님 덕분에 처음 선배님 집에 들리게 되었는데 빈 손으로 와버렸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도 사오는 건데, 아하하…“
엄마는 오늘 친구들이랑 놀러 가고, 히라무는 혼자서 집에 있다. 히라무는 밥 지을 줄도 모...르진 않고 밥을 지을 수는 있다. 설정상 그렇다. 그래도 어차피 밥을 먹으려면 반찬이 있어야 하는데, 집에 있는 반찬은 먹다 남은 고기감자조림 뿐. 나머지는 모두 아직 조리되지 않은 날것의 채소들이다. 가지랑 시금치, 양파...히라무는 엄습하는 귀찮음에 도로 문을 닫았다.
밥 해먹긴 귀찮고 거실에 쌓아둔 책을 넘겨보기를 몇 번. 개중에는 미사토가 얹어놓고 간 초보자도 할 수 있는 냉장고 털이 집밥레시피 100선도 있었다. 히라무가 보는 역사책과 교과서를 넘겨보다가, 레시피 책도 열어보았는데 열어본 페이지에 오므라이스가 나와 있다.
오므라이스...오므라이스...아오군 오므라이스 잘하는데.
[점심에 집에 있어?] [나 양파 있는데 오므라이스 해먹자]
오늘 특별히 일정 없다고 했으니까, 아마 집에 있겠지? 히라무는 아오에게 메일을 보내놓고 집에 남은 야채를 챙겨 아마네 가로 향했다. 양파랑 남은 당근 쪼가리...면 오므라이스 재료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혹시 몰라 감자도 가져왔으니까 아오가 어떻게든 해줄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비장의 수도 있고!
"그러면 오렌지 주스랑.. 쿠키로...." 오렌지 주스 병과 컵. 그리고 쿠키를 담은 접시를 쟁반에 담아 들고 오려 합니다. 상에 놓은 다음에 료코를 바라보고는 앉은 자세를 살짝 봅니다.
"아. 소파에 앉아도 괜찮아요." 소파에 천이 씌워져 있긴 하지만 그냥 천 위에 앉아도 되는 건데 그걸 모르는 이들은 정리중인가 싶어할 수도 있다 보니.. 이즈미는 가볍게 소파에 앉으려 합니다.
"뭐라도 사오는 건..."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꼭 사오지 않아도 괜찮은걸요. 같은 집행부... 이기도 한걸요." 정작 이즈미는 꼭 뭘 들고가려 할 것 같긴 한데? 봉투를 부드럽게 열어봅니다. 그렇게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이 상 위에 놓아두기는 합니다만.. 호기심이 있으면 물어보고 싶을지도 몰라요?
사각, 사각. 방에서 펜 소리가 울린다. 귀에는 에어팟 낀 상태였고, 흘러 나오는 노래는 https://www.youtube.com/watch?v=Xu3CY_2jkZI 이 노래. 어디보자. 그러니까... (가) 는 중앙 아프리카 지역에서 대서양과 인도양에 이르는 식민 제국 건설 계획을 수립하였다... 휘릭, 하고 펜 돌아가는 소리. 사각, 사각. 문제 읽어나가며 푸는 소리. 그러던 중, 핸드폰에서 메일 알람이 울린다.
무슨 메일일까. 마저 정답을 적어내고는, 핸드폰을 책상 위에서 집어들고는 화면을 킨다. 동생은 아닐테고. 누나... 일리는 없나. 그 사람, 핸드폰 죽어도 못 쓰니까. 어찌어찌 보냈을수도 있겠다. 가끔 이렇게 다른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러면 그 때마다, '적어도 일본에는 있어줘' 같은 생각을 하곤 했다. 만나러 갈 수도 있을테고. 솔직히 걱정이 아예 안되는 것도 아니니까. 물론 알아서 잘 하겠지만. 삑, 하고 메일함을 열어보니.
[점심에 집에 있어?] [나 양파 있는데 오므라이스 해먹자]
히라무였다. 그런가, 벌써 슬슬 그런 시간인가. 끄응, 하고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너무 편한 복장보다는 조금은 갖춰입는게 낫겠지. 적어도 어제 바닷가를 갔던 복장이랑 비슷하게는 입어야겠다. 흰색 반팔에 흰색 추리닝 긴바지. 간단한 차림새로 갈아입고서는 메일 답장을 보낸다.
아오가 현관문을 열자 히라무는 비닐봉지를 들어 보였다. 사실 비닐봉지를 강조할 의도는 없었고 습관적으로 인사를 하려다 보니 오른손이 올라갔는데, 비닐봉지를 들었다는 걸 깜빡해서다.
"뭐 했어?"
아오가 입고 있는 옷은 완전히 홈웨어는 아니고, 눈에 익은 외출복이다. 약속도 없었다고 했고 어디 나갔다 왔냐고는 묻지 않았다. 아오는 집에 있어도 친구라든지 손님이 찾아오면 착실하게 옷을 갖춰 입어두는 편이다. 어른들뿐 아니라 히라무 같은 동네 친구들한테도 그랬다.
히라무는 현관 안으로 들어섰다. 햇빛이 없는 것만으로 살짝이나마 시원해져서 머리가 살살 녹는다...앗, 이럴 때가 아니지. 빨리 밥 해먹어야지. 히라무가 신발을 벗으려고 현관에 올려둔 봉투 안에는 감자가 몇 개 굴러 떨어지고 있다...몇 개? 봉투 안에는 가지만 두 개, 양파랑 감자가 다섯 개씩 있다. 양을 생각 안 하고 가져온 게 틀림없어 보였다. 그리고 당근이 있는데 이건 왜 반갈죽 된 쪼가리 하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