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이 쨩, 미안한데 오늘만 카구라(神楽) 대타 들어가 줄 수 있어?」 「으······ 나중에 아이스크림 사 주세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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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껍질 까는 쪽에. 목소리가 향하는 방향은 마이에게로. 아무리 운동에 미쳐 살았다지만 처참한 수준인 질문이다. 혹시나 이 단순한 아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상대를 무시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다나 마저 마시고 가든가!! ..여기 오래 서있으면 교복에 간장 냄새 배겨.”
그런 것까지 나한테 물어보냐고- 으르렁거리며 손에 잡힌 생강을 못살게 군다. 각종 식재료나 조미료로 잔뜩인 한두평 정도 협소한 부엌에 오래 있어봐야 좋을거 없다고. 상냥함과는 거리가 먼 ‘훠이훠이~’ 손짓까지. 방금전까지 마이에게 변한게 하나도 없다고 흉을 봐놓곤 자기도 똑같다.
“그렇게 뭐라도 도와주고 싶다면. 야, 미야마. 너 먹을거 좋아해?” “이거. 새로운 메뉴에 넣을건데. 제대로 해본건 이번이 처음이라. 사실 나도 맛보기가 두렵거든. ...해볼래?”
말 중간에 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고 냉장고 아래 놓인 작은 옹기를 조리대 옆 작은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열린 뚜껑 안으로 빨갛게 절인 김장김치가 꾹꾹 눌려담겨있다. 몇 블록 건너 나루카미씨네한테 어깨 너머 배워둔걸 이제야 꺼내본다. 알려주신 레시피대로 해보긴 했는데.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진한 색감이라. 도저히 맛볼 엄두가 안난다.
"우리 고등학교 여름 축제 있잖아, 그거 도와주는거래. 자세히는 뭐 하는지 나도 잘 몰라서 카나타한테 물어봤어."
타케루의 질문에도 미야마 마이는 큰 반응 대신 조곤조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 했다. 문제는 그 알고 있는 부분도 많이 적다는 점에 있었지만, 아예 모르고 있는 타케루에게는 도움이 되었을지도.
"에- 아! 맞아 메론소-다-"
정확히 두 입 마시고 후다닥 뛰어왔음을 기억해냈다. 타케루가 손을 휘적거리기 무섭게 부엌에서 총총걸음으로 나가 메론소다 앞에 다시 앉았다. 아직 보글보글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수분이 응결된 차가운 유리를 검지로 톡 건드리고는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먹을거 좋아해. 뭔데?"
자리에서 일어나 발꿈치까지 들어서 타케루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바라보려 노력중이다. 그리고 그 빨간 김치가 눈 앞에 내오자 마이는 우선 눈을 감고 킁 킁 냄새를 맡았다. 젓갈냄새. 마늘, 그리고 알 수 없는 것들도 잔뜩. 최근 먹은 빨간 녀석은 시푸드 보일과 마라롱샤였는데 둘 모두 맛있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상태였기에 마이는 조심스레 젓가락을 들었다. 얼굴을 들이밀고 애벌레라도 되는 듯 콕 하고 찔러보았다가 입 안으로 들어가 씹었다. 잠시 우물거리고, 삼킨 다음, 메론소다를 잔뜩 마셨다.
마이의 반응에 귀신 들린것처럼 얼른 뚜껑을 닫아버렸다. 코앞이라서 그런지 바로 냄새가 훅 올라와버려서. 요즘 다른 도시 이자카야에선 이런 제대로된 한국풍 요리들이 인기가 높아지고들 있다니까. 한번 도전해볼까 했는데 역시 무린가. 돈테키나 고명 마늘 정도는 정말 맛있게 먹어줄 수 있겠는데. 아무리 맛도리라지만 나에게는 아직 너무나 머나먼 레벨이구나. 싶었다.
“이건 저리 치우고. 축제, 나 그거 포스터 봤는데. 세이야랑 1학년에 그 눈 동글동글한 여자애. 맞나? 둘이 축제 홍보 때리는거. 아아. 엄청난 일 맡아버렸네. 그거 뭔가 엄청 복잡해 보이던데. 축제 관리하는 애들. 근데 호시노도 그 집행부인가 뭔가 하는거야?”
외주 맡겼나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는데. 고교생 작품이라면. 만약 그게 나라면. 당장 학교따위 때려치우고 바로 광고회사나 취칙했을거다. 옹기를 제자리에 갖다두며 중얼거렸다. 집행부.. 초딩도 한큐에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명료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넌지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