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이 쨩, 미안한데 오늘만 카구라(神楽) 대타 들어가 줄 수 있어?」 「으······ 나중에 아이스크림 사 주세요, 그럼.」
▶ 이전 스레 : >1597049511> ▶ 진행 중인 이벤트 : >1597049290>1 ● 포털 시트스레 : >1597049288> 임시스레 : >1597049227> 위키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서머타임%20래그타임 웹박수 : https://forms.gle/EKHngwiTNwTSqz2h9
여름하면 가리가리군이 생각날 정도로 중독성 있는 식감에 서서히 중독되는 호리이 하나요입니다. 느릿느릿, 마이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느끼는 데 온전히 감각을 집중했습니다. 햇빛은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시원해지는 입안입니다.
"그거 곤란했겠네~~~ 응, 응!!"
여름에 아이스크림이 떨어지다니, 마침 아이스크림이 먹고싶을 때 냉동실이 비어있다면 청천벽력같은 일이 될 것이라고 하나요는 생각했습니다. 코하네 쨩이라는 것은 마이의 친구이려나? 가까운 곳에서 아이스크림 종류를 파는 가게를 하는 집안의 아이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아~~"
사무실에서 느껴지는 냉기에 하나요는 소리내어 즐거운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럼, 오늘도 실례할게~"
사무실로 마이를 따라 들어가는 하나요입니다. 사뿐사뿐한 걸음걸이이지만 유난히 즐거워 보입니다.
"가리가리군만 산 거야, 마이 쨩? 다른 건 안 샀어~??"
소다맛 가리가리군의 푸른 얼룩이 남아있는 막대를 들고서, 냉동고를 들여다보던 하나요가 묻습니다. 편지의 이야기를 잠시 잊은 듯 합니다.
마시로의 토달대는 소리에, 이번에도 평탄하기 그지없는 팩트가 철판때기마냥 날아든다. 어이거 왠지 아픈 고양이 입에 약 밀어넣는 집사 느낌 아닌가? ...왠지 미카즈키도- 미카도 거기에 생각이 닿은 건지, 이번에는 결국 다독이는 말 한 마디를 덧붙여 버린다.
"...치료 다 끝나면 포카리라도 한 캔 줄게."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훈련하는 기운찬 고교 운동부 아이들의 덕아웃에는 으레 얼음물에 담긴 시원한 포카리 캔으로 가득찬 아이스박스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고사기에도 나와 있다. 한쪽 다리가 흔들흔들거리다가 가슴팍을 톡 치자 미카는 무표정한... 아니 살짝 뚱한 무표정 얼굴로 마시로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고, 시침을 뚝 떼는 마시로를 보고 시선을 떨어뜨리고는 반창고를 마저 붙였다. 마시로의 내면에서 찰랑거리는 기시감이 만들어내는 파문이 전해지기는커녕 느껴지지도 않는 것만 같은, 무심한 상냥함이다.
...아니, 그러나 그 파문이 이 차가운 손의 소년에게 전해졌을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카? 하고 되묻는 마시로의 말에, 두 번째의 알콜 스왑을 족집게로 집어 마시로의 이마의 상처를 톡톡 두드리던 손이 잠깐 멈췄기 때문이다.
"알려줬었는데."
분명 그 기억이 있다. 매미가 찌르르르 울던, 올해는 아닌 어느 여름날- 그때 반창고를 붙이고 뒤돌아가던 네가 갑자기 이름을 물어왔을 때, 지금은 불가능할 정도로 목청을 높여서 그 때의 이름을 외쳤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3인칭화에는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의 미카쨩은 이미 그날 죽었고,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미카의 남은 삶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나가쿠모 미카즈키뿐이니까.
그러니 지금, 미카는, 미카즈키는... 약간 두려워하고 있다. 이것은 미카가 남긴 미카의 추억이며, 이제 더 이상은 미카즈키에게 소용없을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 기억하지, 맞지. 하고 추궁해오는 이 까만 고양이 앞에서, 미카즈키는 바른 대로 말할 수 없었다. 말할 수 없는 진실과, 말해야 하는 진실이 배터리*처럼 한 쌍으로 묶여있다. 그래서 미카즈키는 쉽사리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러나 도망칠 곳도 없다. 다시 면봉과 연고를 집어들고 들어올리던 머리가 마시로의 양손에 딱 잡혀버렸기에. 이제 얼굴에 그늘을 드리워줄 모자챙도 없고, 손끝에 잡힌 차가운 얼굴과 마시로의 눈 사이를 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익숙한 모질의 반반 가르마를 탄 곱슬머리뿐. 이나마도 진실을 가리는 장막보다는 진실을 위한 또다른 단서에 불과하다. ...미카즈키는 찬찬히 입을 열었다.
"...기억한다면?"
고민 끝에 나왔다는 게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 뺨치는 싸구려 멘트라는 점이 참 애석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381 응, 맞아. 아버지가 직접적으로 유발한 건 아니지만, 시기가 거의 겹쳤어. 아직 독백으로 못 푼 거긴 한데, 할아버지네 집에는 미카의 어머니가 쓰시던 방이 아직 그대로 남겨져 있어. 할아버지가 미카더러 청승 그만 떨라고 갈굴 때 보면 보통 미카가 어머니 방의 방문 앞에 물끄러미 서있음..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는 어느 길거리. 제 눈높이까지 오는 상자 위로 겨우 시야를 확보한 소녀가 비척비척 걸음을 옮긴다. 분명 곧은 길임에도 소녀는 쭉 나아가지 못한 채 자꾸만 좌우로 몸이 흔들린다.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어깨를 따라 품에 안긴 상자도 움직이길 반복한다.
"아~~~ 아....."
덥다. 무겁다. 귀찮다. 하고 싶은 말은 잔뜩이었으나 문장으로 만들어 입밖으로 내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그러기에는 걷는 것만으로 이미 에너지를 잔뜩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음으로 길게 이어지던 목소리는 곧 얼굴마저 짐을 지탱하는데 사용하느라 상자에 묻혀 사라진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정도 곧 나타난 익숙한 건물 덕에 고지가 보이는듯 하다. 느릿하지만 분명 이전보단 빨라진 걸음으로 카페의 문 앞에 도달한 소녀는... 금세 또 난관을 만났다. 양팔로 상자를 안은 채로는 평소처럼 문을 열 수가 없다. 내려놓거나, 어깨에 힘을 주거나. 두 가지 선택지가 앞에 놓인 소녀의 결정은.
손님이 하나둘 찾아오는 시간대. 카나타는 카페에서 부모님을 도우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일이라고 하더라도 거창한 것은 아니고, 청소를 하거나 정리를 하거나, 쉬어야 할 것 같은 고양이나 개를 안으로 들이거나 카페 규칙을 어기고 험하게 고양이와 강아지를 대하는 이들에게 주의를 주는 정도의 일이었다. 그러는 와중, 갑자기 손님이 드나드는 정규 루트가 아니라 배달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생들이 드나드는 뒷문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나타! 카나타! 문! 무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카나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강아지들 중에서는 그 목소리를 알아듣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벌써부터 뒷문으로 이동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안돼."
강아지들이 뒷문으로 오지 못하도록 유리문을 확실하게 닫은 후, 카나타는 뒷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자 품에 상자를 안고 있는 제 소꿉친구인 코하네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어 그는 일단 능숙하게 상자를 받은 후에 코하네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안녕. 코하네. 네가 배달왔구나."
다른 이들보다는 조금 더 밝은 미소가 그의 입가에 녹아내렸다. 동갑 소꿉친구였기에 어떻게 보면 츠키보다 조금 더 편한 상대. 하지만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하는 존재.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잠깐 들어가서 쉬다가 갈래? ...카페에 들어가서 애들이랑 놀아도 되고, 그냥 음료만 먹고 바로 가도 상관없고."
어느 쪽이건 편한대로 해도 좋다는 듯, 카나타는 들어올거면 들어오라는 듯이 그렇게 말을 남기고 일단 문 쪽으로 들어갔다. 안고 있는 짐을 내려놓기 위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