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이 쨩, 미안한데 오늘만 카구라(神楽) 대타 들어가 줄 수 있어?」 「으······ 나중에 아이스크림 사 주세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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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넓고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 우리 스레에 그런 이가 상당히 많아보이기는 해! 그리고 친구에게 조언도 하는구나! 착하다! 타에미! 그리고 컬렉션이라. 이건 따로 기억을 해둬야겠다! (메모메모) ㅋㅋㅋㅋㅋㅋ 9해줘요...ㅋㅋㅋㅋㅋ 옛날에 본 개그지만 그래도 빵 터졌어!
의문과 호기심과 질문이, 스즈네의 눈 한 번 깜빡이고 고개짓 한 번 할 때마다 튀어나온다. 마치 다섯살배기 아이가 한창 세상을 바라보며 왜?를 남발하는 것 같다. 닮은 부분이 있으나 다른 부분도 있었다. 스즈네와 다섯살배기의 차이는, 모든 물음표에 답을 요하냐 아니냐였다. 왜냐는, 바쁘냐는 물음에 미카즈키가 의도적으로 답을 피했어도, 스즈네는 방긋 웃었다.
"그렇구나~ 나아두 마마 닮았는데~ 같다아~"
순진무구하게 휘어 접힌 눈동자는 단지 그 대답을 해준 것이 기쁜 듯이 깜빡였다.
"우히~ 별 말씀을~" "우웅."
링링이의 챙김으로 재차 밀짚모자를 쓴 스즈네가 미카즈키를 이끌어 나아가기 시작했다. 키 차이 탓에 보폭이 답답할 수도 있겠으나 정수리와 어깨에 쬐이는 햇빛을 생각하면 딱 적당한 폭이지 않았을까. 스즈네로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걷고 있었으니 그런가보다, 할 수도 있겠고, 정 답답하면 둘 사이를 절묘하게 간격 맞춰 따라가는 링링이에게 시선이 갈 수도 있겠다.
링링이는 스즈네의 혼잣말에 마치 말이 통하듯 소리를 냈다. 중간에 딴길로 빠지려 하자 머리로 다리를 건드려 가던 길 제대로 가게 하는 역할도 했다. 양치기견과 양의 위치가 바뀐 것 같달까. 그래도 연신 들리는 바보 소리는 싫은지 링링이 스즈네의 다리로 쫑쫑 다가가 발목을 긁듯이 무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히약! 하고 스즈네의 작은 비명이 이어졌다.
"히잉~ 너무해~"
우는 소리 하는 스즈네를 뒤로 한 링링이 미카즈키의 곁으로도 와서 다리에 정수리를 슥 부비려 했다. 걷는 중에 이러는게 익숙한 듯 멈춰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고 빠졌을 것이다.
그 뒤로도 두어번 정도 스즈네의 정신이 다른 곳에 팔릴 때마다 링링이 소리를 내거나 발목을 건드려 옆길로 새는 것을 막아주었다. 그 때마다 짤막한 대화 같은게 이어져, 사람과 고양이 콤비의 기묘한 만담과 함께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다. 바다가 보이는 길을 따라 쭉 걸어 어느새 야트막한 산의 기슭 같은 곳으로 풍경이 바뀌고, 현대식 주택들과는 거리가 조금 멀어졌을 쯤, 스즈네가 고개를 반짝 들며 저 앞을 가리켰다.
"저어기~ 가 우리 집~ 키리야마다요~"
스즈네의 손이 가리킨 곳엔 그리 높지 않은 돌담이 있었다. 조금 길게 이어진 돌담을 따라 걸으니 전통적인 기와 지붕 달린 대문이 나오고, 대문을 폴짝 넘어가자 조경이 잘 된 앞마당과 고풍스러운 전통 가옥이 눈 시야에 펼쳐진다. 퐁당퐁당. 대문에서 가옥의 현관까지 이어지게 깔린 조경석을 땅따먹기 하듯 뛰며 나아간 스즈네는 불투명 유리 현관문을 드르륵 열었다. 방범 의식이 약한건지 원래 잠금이 없는 건지. 어쨌든 도착했으면 그만이란 듯 스즈네가 안으로 들어갔다. 빈 현관에 게다를 방정맞게 휙휙 벗고 마루로 성큼 올라서서 미카즈키를 돌아보았다.
"미카즈키 군도 올라와~ 정원 보면서 같이 차 마시자~"
현관과 마루의 높이만큼 올라온 스즈네의 시선이 미카즈키를 올곧게 바라본다. 찻잎만 받아서 가겠다던 소년의 말을 그새 잊었는지. 혹은 스즈네가 가서 생각하자고 했으니 재차 대답하길 바라는 건지. 의도와 의중을 알 수 없는 스즈네의 얼굴에 다시금 방긋 미소가 피었다. 잡고 온 손을 여전히 꼭 잡은 채였다. 미카즈키가 놓아야만 놔주지 않을까. 어느새 현관으로 올라간 링링이도 스즈네의 옆에 앉아 미카즈키를 응시하고 있었다. 동그란 밀크초코브라운의 눈동자가 깜빡깜빡. 했다.
나기사는 대강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많다면 많은 대로 손이 가서 귀찮긴 하겠지만···.
“헤에··· 우리 사이에 예의 안 차려도 되는데.”
친구니까···. 그래도 마냥 좋은지 히죽대는 나기사. “으응, 알았어···. 양념은 부탁할게.” 그리고 이즈미의 말에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이고선, 가재와 버터를 차례로 꺼내두었다. 버터는 잘 녹도록 실온에 놔두고. 기절한 가재는··· 어느샌가 가져온 식칼로 더듬이를 손질해낸다. 입 쪽을 갈라 체액 빼주는 것도, 솔로 박박 문대어 헹구는 것도 잊지 않고.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해주면··· 그 많던 가재는 어느새 손질이 끝난다. 역시 해산물은 손이 많이 가서 귀찮아···.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되는... 사이라고 하시지만... 그래도 신경쓰고 싶은걸요?" 양념 비율을 대충 대충 넣고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딱 멈출 때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에는 치트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 같군요.. 아 물론 대충 먹은 완제품의 원료를 줄줄 읊는 수준은 안됩니다.
소스를 적절하게 만들어놓은 다음. 가재를 삶을 물을 올린 다음(+소금과 맛술) 가재손질에 동참합니다. 가재를 벅벅벅 씻는 느낌인데 괜찮을까요?
물론 버터도 삶을 물 옆에 가져다둬서 적당히 녹이는 중입니다.
"그러면 갈릭버터치즈구이... 허브버터구이.. 정도겠네요." 버터가 녹아가는 걸 곁눈질합니다.
덜그럭, 덜그럭.. 하던대로 하다보니 어느새 어깨높이까지 생강산이 쌓였다. 뭐야 이거 왜 안줄어? 가뜩이나 심술궂은 내면의 버럭이가 주방에 오니 2배는 까칠해져서 미간이 꽈악 찌푸러진다. 평소와 같은 표정과 말투. 저 유루이함에 아니~ 뭐 했는데?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소수를 세며 화를 삭힌다.
“야아.. 빌딩 무너지것슈.”
약간 강매하듯 끌고 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일 도와주는 애한테 아버지 화내듯 대하긴 너무 인성 파탄이고. 그저 시선은 먼산을 바라보듯 마치 석탑처럼 쌓인 생강탑을 넌지시 가리킨다.
“힘으로 뽀개지 말고 이 이걸 비틀어서! 에? 아이 너무 쉬워라~ 에?”
처음 해서 그런건가. 나 하는거 보라고. 손바닥만한 생강을 들어서 뚝 뚝 작은 조각으로 떼내어 대접에 담아내며 억척스럽게 손짓을 한다. 나름 친절하게 알려준다 해도 주방 버프에 욱 치수가 너무 빨리올라가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사백안이 되어 입술을 파르르 떨어댄다. 결국은 쌓인 것부터 해결한다고 나란히 서서 같이 까는 형상이 됐다..
“야야야, 즙 나오는거 봐 이거. 햇생강은 그냥 생으로 먹어도 맛있는거 알아?”
마음속 버럭이가 잠시 식어버리면 또 언제 그랬냐는듯 하이텐션으로 껍질 덜 벗겨진 생강을 와그작! 씹고 순식간에 💩 씹은 표정이 된다. 좀 많이 오바했다..
"무너지는거야?"
당황함 가득한 표정으로 건물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마이. 물론 지진이라던가, 그런 징조는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 있으면 위험하다! 왜냐면 주방은 가스관이 지나가잖아. 어떡하냐는 눈빛으로 타케루를 보며 떼던 생강도 손에서 놓아버리고는 허둥거린다.
"아-"
비틀어서 따는 거구나. 마이의 일생에서 생강을 다뤄 본 것은 작은 녀석들을 칼로 다지거나 편 썰은 경험 밖에는 없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틀어서 생강을 분리해본다. 으으음, 아, 됐다. 속도는 훨씬 빨라진 것 같다! 물론 주방에서 일인분 할 정도의 속도는 아니지만.
"그러네, 몰랐어."
생각을 딴 단면에는 타케루의 말 대로 즙이 몽글몽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생으로 먹어도 맛있다고? 타케루가 직접 시범을 보이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합 하고 입 안으로 생강 덩어리를 넣고 씹었다. 아삭아삭거리는 식감이 조금은 사과같다는 생각이 들면 생강 특유의 매운맛이 입안을 강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