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금을 모티브로 하고있지만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상황극판의 기본 규칙과 매너를 따릅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오고 가는 이에게 인사를 하는 자세를 가집시다. ※상대를 지적할때에는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아' 다르고 '어' 다릅니다. ※15세 이용가이며 그 이상의 높은 수위나 드립은 일체 금지합니다. ※특별한 공지가 없다면 스토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7시 30분~8시쯤부터 진행합니다. 이벤트나 스토리가 없거나 미뤄지는 경우는 그 전에 공지를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도중 반응레스가 필요한 경우 >>0 을 달고 레스를 달아주세요. ※계수를 깎을 수 있는 훈련레스는 1일 1회로, 개인이 정산해서 뱅크에 반영하도록 합니다. 훈련레스는 >>0을 달고 적어주세요! 소수점은 버립니다. ※7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 경우 동결, 14일 연속으로 갱신이 없을경우 해당시트 하차됩니다. 설사 연플이나 우플 등이 있어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존 모카고 시리즈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에서 이런 설정이 있고 이런 학교가 있었다고 해서 여기서도 똑같이 그 설정이 적용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R1과도 다른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개인 이벤트는 일상 5회를 했다는 가정하에 챕터2부터 개방됩니다. 개인 이벤트를 열고자 하는 이는 사전에 웹박수를 이용해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는 계수 10%, 참여하는 이에겐 5%를 제공합니다.
정인은 커리큘럼실 안에서 고글을 끼우고 연구소 외부로 날려보낸 새 모양 드론의 시야를 공유 중인 리라를 매직미러 너머에서 지켜보다가, 다시 모니터를 노려보고 한숨을 쉬었다. 여태까지의 감소 수치로 보면 이쯤에서 레벨의 변화를 맞이했어야 하는데, 그의 담당 학생은 야속하게도 계수 20에서 정체되어 있었다.
어째서?
"젠장."
제대로 형태 잡히지도 못한 뭉그러진 한탄이 입 밖으로 툭 튀어나온다. 변화 없는 그래프와 비슷한 내용만 적혀 있는 차트를 보면 울화가 치민다.
"왜 이제 와서. 거의 다 왔는데."
와득. 손가락 사이에서 차트의 용지가 구겨졌다. 설마 이게 끝인가? 아니, 그럴 리 없다. 가망도 없어 보이는 레벨 0에서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만큼이나 올라왔는데, 고작 여기서 멈출 리가. 그래서는 안 된단 말이다. 나는 실적을 쌓아야만 하는데. 지금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그분의 뜻을 이어야만 하는데. 그로 하여금 그분을 이해하지 못한 자들이 땅을 치고 후회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는.
"커리큘럼 시간 종료입니다. 정리하고 나오세요."
독한 위스키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 속을 데운다. 서늘한 지하의 향기가 맴도는 어두운 실내에는 어슴푸레한 조명만이 유일하게 공간을 식별 가능케 하는 존재로 자리잡고 있었다. 정인은 얼음도 들어있지 않은 유리잔을 한 바퀴 돌렸다가 내려놓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3학구 외곽에 위치한 이 고급 바는 과거, 그의 스승이 종종 그를 데리고 방문하던 단골 가게였다.
"후우..."
평소에는 커리큘럼 진행자의 의무를 무리없이 수행하기 위해 음주를 멀리해왔지만 오늘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의 담당 학생이 에어버스터의 인솔 하에 일주일 간의 기나긴 휴가를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짙은 벌꿀색 술이 다 비워진 원통형 잔 안에 다시 채워진다.
저지먼트의 단체 휴가 같은 일은 이전에도 종종 있어왔으니 새삼스럽지도 않다. 다만 이번만큼은 예전처럼 무던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앞자리가 바뀌기 직전에 멈춘 성장. 그간 정체기가 아예 없던 건 아니지만, 그게 하필 이런 시기라는 건 정인의 마음을 배로 불안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커리큘럼 시간을 더 늘리거나 보다 다양한 방식을 사용해서 이 정체기를 가능한 빨리 꺾어보고자 했거늘, 휴가라니!
"빠질 순 없습니까?" "......네. 다 같이 가는 거라서요, 빠지면 안 된대요."
빠질 수 없다는 말만 아니었더라면 휴가 기간 동안 커리큘럼에 전력을 쏟도록 설득했을 텐데. 결국 손쓸 도리 없이 담당 학생을 보내버린 정인은 지난 일주일 간의 변동 없는 계수 그래프와 커리큘럼 과정을 정리하는 표만 몇 번 끼적거리다가 이른 퇴근길에 올랐다. 그리고, '요즘 따라 되는 일이 없군.' 이라는,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다 머릿속을 스친 생각 한 자락이 삭막한 자택으로 향하는 핸들을 꺾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여기까지 도착했거늘, 가장 처음 접했을 때와 같이 위스키는 영 입에 맞지 않는다. 정인은 재차 비워낸 유리잔을 응시하다가 턱을 괴고 바 테이블에 반쯤 엎드렸다. 소장님, 보고 계십니까. 이끌어줄 당신이 사라진 나는 이렇게나 정체되어 있습니다. 슬슬 꼬여가는 혓바닥 위에서 맴돌던 불평 내지 한탄이 입 밖으로 튀어나갔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생각—또는 문장—이 흘러간 직후, 정인의 바로 옆자리가 채워졌다.
"좋은 저녁입니다." "......뭡니까, 다른 자리도 많은데."
적대적인 목소리를 내는 정인과 달리 마주 앉은 자의 표정은 무던하다. 그게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정인은 반쯤 엎드린 몸을 일으키고 자세를 바로잡는다.
"당신과 대화를 해 보고 싶어서요." "제가 그다지 대화하기 좋은 상대는 아닐 겁니다." "음, 그건 해 봐야 아는 거죠. 우리 초면이잖아요."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못 알아듣나 봅니다? 누구랑 얘기할 기분 아니라고요."
뭐지, 이 미친 놈은. 탐탁찮은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다가 혀를 찬 정인은 몸을 일으키려 한다.
다음에 이어진 말만 아니었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글쎄요, 윤정인 연구원님. 속는 셈 치고 몇 마디만 나눠보시지 않을래요? 전 윤정인 연구원님께 지대한 관심이 있거든요. 지금 당신이 몸담고 있는 그 연구소보다 훨씬 더 많이." "......당신 누구야."
정인이 대꾸하자,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새하얀 얼굴에 비로소 미소가 걸린다.
"반갑습니다. 시즈의 진정한 후계자, 윤정인 님. 저는 시화 박사님의 친구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당신의 친구가 될 사람이기도 하죠. 정중히 고개 숙이는 상대를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가 가늘어진다.
"이제 대화할 마음이 좀 드세요?" "사기꾼 새끼가 감히 누구 이름을 입에 올리는 거지. 너 같은 놈 시즈 안에서 본 기억 없어." "그러시겠죠. 전 시즈 소속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연락도 되지 않는 구 시즈 연구원들보다 제가 당신을 더 잘 이해할 거라고 자부한답니다. 청산유수로 흐르는 말이 불쾌하다. 그런데도, 술김이라는 건 꽤 치명적인 모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