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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뒤적여 보는데, 보통 수풀 안에 박힌 야구공은 그 자리가 푹 파여 주인님 찾아가주세요-같은 느낌으로 눈에 띄지않나. 이건 수풀 너머로. 그러니까 야구공의 여름 휴가는 아주 멀리 떠나버렸다는 뜻이다. 큰일인데,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필요하다는데 불필요한 오지랖으로 멍청하게 훼방을 놓지 않았나. 이대로 안녕하고 떠나버리면 꺼림칙하고 수치스러워서 단맛 없는 미지근한 수박을 먹게 될 것 같다. 조금만 더 찾아보다 이실직고 할 생각으로 여즉 뒤적거리다 태양 아래 이글거리는 더위 때문인지 심한 현기증에 세상이 어질한 착각이 든다. 아니, 착각이 아닌가? 뭐?
“.........”
상상도 못한 상황 전개에 마시로는 뒤집히는 순간 '으에' 하는 조그만 외마디 외에 찍소리조차 내지못했다. 아니, 낼 수 없었다. 그야.. 아니. 투명한빛의 연갈색의 눈이 정말 휘둥그레해져서, 얌전히 손목을 모은 채로 멀뚱하게 소년을 잠시나마 응시했다. 단호한 목소리에 금방 시선을 거두고 어버버거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처음에야 우연히 구조된 올빼미처럼 얌전히 담겨 동그랗고 선한 얼굴이었지. 곧 마시로는 눈을 치켜세우고 보란듯이 소년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것이다. 속으로는 소녀처럼 비명지르지 않은 본인의 담력을 높이샀다.
“너, 멋대로네.”
어차피 그의 덩치로 보아선 떽떽거리거나 발버둥 쳐봤자 무해하고 성가시기만 한 행동일 뿐이라는 것을 금방 인정하고 다른 행동을 취한다. 마시로는 손을 높이 뻗어 그의 야구 모자를 멋대로 벗겨내려 했다. 물론 그가 고개를 움직이며 피한다면 피할 수 있을 정도의 나약한 손짓이겠지만. 이렇게 멋대로 굴고 있으면서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듯한 그 잘난 낯짝을, 그늘지지 않고 드리운 햇볕 아래 피할 곳 없는 저 멀건 낯짝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의사없이 운반 당하는 기분을 이 녀석도 알아야 할 텐데. 평생 모르고 살 듯해서 얄밉기 짝이없다.
“왜 유난이야.”
기다리라고 했잖아. 무릎이 깨진 건 맞지만 이 정도는 힐긋 보아도 흐르는 물로 대충 씻어내면 언제 다쳤는지도 모를 상처다(그러기엔 지혈이 되지 않고 있다). 마시로는 심기 불편한 목소리로 피곤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운동하는 남자애들은 이런 방식으로 여자아이들을 꾀는 걸까, 그래서 경기마다 응원소리가 그렇게 시끄러운 건가. 하지만 마시로가 겪어보니 소통 불가 판정 받은 다친 야생 동물 취급 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마 정중앙에서 흐르는 땀이 빠르게 콧등을 따라 주르륵 흘러내렸다. 매우 묽은게 거슬려서 손으로 슥 닦아내고 보니 아. 당연히 땀이 아니다. 대충 닦아낸 피로 조금 엉망의 얼굴이 되었다. 마시로는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깊은 짜증을 느끼며 자포자기한 얼굴로 한숨을 토해낸다.
>>40 기운 빠지게 추욱 늘어진 목소리는 여전하네. 장난감 같은 선글라스를 위로 들어올리며 잔챙이들의 작은 물장구에 희미하게 이는 여울을 힐끔 쳐다본다.
“물고기 보고 있었다고?? 너도 코이케인가 뭔가하는 꼬맹이랑 같은 취향이냐?”
미화 프로그램인지 뭔지. 거기에 심취해버린 모양인가. 예전부터 주변 분위기를 많이 타는 애라. 그냥 그러려니 하며 막연하게 화두를 던졌다.
“나 생강밭 할망한테 싱싱한거 한포대 업어가는 길. 할일 없으면 따라와. 같이 생강이나 까게.”
뭐 하냐는 물음에 어깨에 짊어진 커다란 포대를 들썩이며 마치 '이거 귀한거야.'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햇생강이 나왔다고. 처음 수확한 것을 잔뜩 싸줬다. 거리로 치자면 그렇게 가깝지도 않은 이웃이지만 거금 들여 살걸 이렇게 잔뜩 실어주는데 거절하는 녀석이 바보지. 아무튼 그렇게 다리 아프게 앉아 있을거면 가게 와서 일손이나 하나 더 거들라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마이를 내려다보았다.
캡틴과 상의는 안 됐지만, 마이의 기억 속에는 코이케와 함께 숲에서 열매도 따고, 나무를 올라가서 잣도 따고(나중에 들켜서 혼났다), 물고기도 잡아서 먹었다. 그러니까 코이케랑 같은 취향이냐고 묻는다면 마이는 맞다고 대답하는 수 밖에.
"대장, 여전히 힘 세네. 응. 갈게."
냇가에 앉아있을 이유도 방금 막 사라졌으니, 타케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손을 털고 일어섰다. 물방울이 여기저기 튀어 옷 조금을 적셨다. 어쩌면 타케루의 것도. 마이는 따라가기 전 잠시 눈을 감고 냄새를 맡았다. 흙냄새, 그리고 약하게 느껴지는 생각냄새.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적기의 햇생강의 것이다. 특유의 생각없어 보이는 미소를 지은 마이는, 타케루의 뒤에 섰다. 예전에도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