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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네의 무언가 확인하는 듯한 시선 움직임에도, 미카즈키는 스즈네를 가만히 바라본 채로 음료수 캔을 내밀고 있었다. 이내 스즈네가 그것을 받아들고 나서야, 미카즈키는 자기 몫의 음료수 캔을 그제서야 쥐고 마저 칙, 하고 딴다.
"별말씀을."
차갑다 할 정도까지는 아니나, 아직 시원한 그것은 혹독한 일사 아래 있던 몸을 한결 식히기에 충분한 온도. 풍성한 탄산과 함께 입안에 사아아, 하고 절묘한 달기의 사과맛이 퍼진다.
한 손에는 캔을 쥔 채로, 미카즈키는 링링이라고 불리고 있는 무릎 위의 고양이와, 아직 통성명하지 않은 이 고양이 주인으로 보이는 소녀가 입씨름을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간식 금지라는 말을 알아들은 듯 불만스레 꿍얼거리던 링링이 미카의 무릎을 꾹꾹 누른다. 미카즈키는 가만히 손을 대려다가, 그만뒀다.
붙임성좋은 고양이 나란히 그늘 아래 앉아 즐기는 산들바람 풀벌레 소리, 파도 소리, 바닷바람 소리 그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토키와라의 여름날 자신은 여전히, 여기에 발 들일 자격 없는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그래서 미카즈키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음료수를 마저 마시기를 택했다.
그러던 소년의 귀에 걸린 것이 잇치 할아버지라는 호칭이었다. 오늘 찻잎을 가지러 오기로 한 잇치 할아버지라... 야구선수 중에서도 수비 포지션을 전담하는 선수들은 유능하면 유능할수록 어떤 기벽이 생긴다. 사소한 것에도 무언가 짚이는 것을 느끼고,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지 않고선 찜찜해 배기지 못하는 고약한 기벽이.
매미는 길게 울고, 여름의 뙤약볕은 투명한 눈동자를 그대로 투과한다. 밝은 색감의 눈은 양광의 찬란함을 이기지 못해 조금 더 색채를 잃었다. 허리를 숙일 적에야 검은 머리카락과 할머니가 챙겨준 넓은 챙 달린 밀짚모자가 차양을 드리우니 송골송골 맺힌 구슬땀은 가려지고 잃어버린 색감을 되찾는다. 온몸을 덮친 7월의 더위는 시원한 물에 발 담글 적에야 사라진다. 누군가는 낚시를 하고, 또 누군가는 루카스처럼 물에 발을 담갔다. 처음 해보는 일은 아니다. 전학 수속을 밟기 전, 숲 근처에서 만났던 마이마이와 가재를 잡았던 날이 불과 며칠 전이기 때문이다. 얼마 안 됐지만 그때의 감각을 되살려보고자 손을 조심조심 뻗는다. 그리고 단숨에 낚아챘을 적, 루카스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혼잣말하며 으슥한 곳에서 포스터를 보고 있는 포스터애 나온 당사자는 그리 이야기헸다. 근데 당사자에게 주는 것보다 붙여놓은게 더 빠르다니 뭐하는거야 집행부..라고 생각할 무렵 라인이 울리자 보낸 것은 카나 오빠 히힛하고 장난꾸러기처럼 웃고는 찰칵하고 셀카를 찍은 다음 예이-하는 답장으로 보낸다. 이번에도 비율이 이상해 브이자와 포스터만 찍혀있고 그 옆의 벽 비중이 60%를 차지히는 것은 신경쓸 필요없으리라. 그러고는 이 포스터를 보고 누가 쓰다듬으려 한다면 카나 오빠와 코하 언니 그리고 타에미 더 그레이트 보이스가 아니면 별로네-하고 생각하고는 이내 그 자리를 떠났다.
구름은 항상 어디선가 흘러와 다시 어디론가 흘러간다. 그리고 다시 그 자리에 스며든다. 스즈네도 그랬다. 친구라 부를 마을 아이들과 대부분 그렇게 만났다. 제각각인 연결고리를 휘어감아 그것을 관계로 만들었다. 만남과 이별, 그 사이 남은 인연. 그것은 또한 오래 전부터 토키와라에 뿌리 내린 이들의 삶이기도 했다.
"링링이는 바보야 바보~" "우우웅." "흥이다 모~" "에웅!"
소년이 말없이 음료수를 마시는 동안 스즈네와 링링이의 주고받기는 틈틈히 이어졌다. 두 존재 사이에 오가는 말은 마치 소년이 그 자리에 없는 듯이 구는 것 같다. 대화 속에 소년이 연결될 것이 없었다. 그러니 스즈네가 남은 음료수를 마시고 길을 기웃거리며 흘린 중얼거림이 소년에게 닿은 것은 어쩌면 천운이었을까.
흐름이 어찌되었건 스즈네는 소년이 말을 걸자 흔쾌히 고개를 돌려 소년을 보았다. 잿빛 섞인 갈색 눈동자가 위로 봉긋한 반달처럼 접혔다. 입꼬리가 위로 말려 살짝 고양이 입매 같아졌다.
"어라~ 어떻게 알았어~? 텐이치로 할아버지~ 잇치 할부지~"
스즈네가 소년의 조부를 부르는 호칭은 제 가족을 부르듯 친근했다. 링링이도 할부지랑 알지~ 하자 한덩이 식빵이 된 고양이가 먘. 하고 대답한다. 아구 착해~ 손을 뻗어 링링의 복실한 정수리를 복복 쓰다듬은 스즈네가 소년에게 물었다.
"그런데에 왜~? 어떻게 알았어어~?"
스즈네의 시선은 색이 진한 눈동자에 비해 한없이 맑았다. 눈동자도 마찬가지다. 순수한 호기심, 그 외엔 담기지 않은 눈동자가 소년을 마주보기 위해 살며시 기울었다.
"오늘 잇치 할부지랑 차 마시기로 한 건~ 할부지랑 나랑 약속인데~"
니히. 하고 웃는 동그란 얼굴이 장난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마냥 즐거워 보이기도 했다. 고양이 링링이 거리낌 없이 소년의 무릎을 차지했듯, 스즈네 또한 소년과의 이 순간이 그냥 좋은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