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근데 진짜로 거짓말 안하고.. 저의 고영과 비밀폴더와 손을 걸고 말씀드리는데(?) ..멧쨔는 정말... 그런 체질이겠지.....🫠라고...... 생각했단 말이죠..... 근데 아무리 후히히 플로우(?)라도 이걸 말하면 우와 키모;; 대체 무슨 생각을.....🤢라는 말 듣지 않을까 싶어서&상어에게 콰작콰작 잡아먹힐 것 같아서 진짜 상상만.. 망상만 했는데.......
저 너무 행복해요....😇 진짜.. 진짜 감사합니다.... 어디 계신지 몰라서 동서남북으로 절 한번씩 올렸습니다..진짜 감사합니다
🤔........................ 그러면 달아줘야 하는 건가........... 아니면.......... 떼어줘야 하는 건가............................ 이 집단지성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에 마사바주는 어디간 거야! 빨리 나와서 지혜를 빌려달라고 어이!
🤔 멧쨔랑 유우가가 2인 동업 체제로 수련도 하고 퇴마사로 일도 하고 전국영능력협회에서 퇴마사로서 인정도 받았고 순탄대로일 것만 같았는데 🫠 수련도 끝나고 둘이 후히히한 이야기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 길가에서 아주 자연스레 대요괴를 조우하는 거죠 전투를 하고는 있으나 고대요괴 멧쨔가 고작 대요괴 주제에 건방지다고는 하면서도 쪽을 못 써서 폐공장지대까지 일단 도망치고...😏 라는 느낌은 어떠신가요?
오늘도 카페 27 아래에서 아다치 씨의 식신들과 엄청난 사투를 벌이고 온 참. 요즘 식신들이 묘하게 색기를 띠기 시작한 것 같아서 물어보려 했는데 까먹어버렸다. 왜냐, 카페 27에 맡겨둔 나의 퇴마사 라이센스가 도착했기 때문에.
- 3개월 공부하고 라이센스를 따내다니 참... "왜요? 뽀록은 아니라면서요." - 그래서 더 씁쓸한 거야. 재능의 벽을 느낀달까. "아하." - 아무튼 이제 너도 어엿한 퇴마사가 되었구나. 이제 요석으로 거래도 가능하겠고 영영통판도 쓸 수 있어. "그럼 퇴마만으로 먹고 살기 쌉가능인 건가요?" - ...너한테 이런 말 하기 싫지만, 일단은 그렇지. "아싸." - 그래도 자만하지 마. 훈련은 꾸준히 해야 해. 네 옆의 요괴년을 잡아두고 있기엔 역부족이니까.
- 명심해, 넌 여전히 협회의 눈엣가시야.
요괴년이라는 말에 뭐라고 입을 떼려고 했지만, 아저씨의 그 엄포에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듣자하니 협회는 천계와 긴밀히 연이 있다던가. 그리고 메이사는 천계가 내린 벌을 멋대로 때려치고 나온 거고. 그러면 눈엣가시기야 하겠지. 좀 억울하지만, 그 이전에 무서웠다. 그야 어른 영능력자 여럿이 나한테 달라붙어 팔 다리 하나씩 잘라가면 누군들 안 무섭겠나. 그 기억이 떠올라서 나는 사장에게 반박할 수 없었다. 아저씨가 내 편의를 많이 봐주고 있는 것도 맞고, 덕분에 수배당하던 메이사와 내가 겨우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도 맞지만.
"―그래도 너한테 요괴년이라니, 아저씨는 요괴 차별이 진짜 심하다고."
반요괴 염소쨩도 임금체불당하고 있다고 들었다. 미친 악덕사장. 돌아오는 길에 메이사에게 투덜거리면서 아저씨에 대한 험담도 늘어놓았다. 오늘은 식신 여럿한테 무자비하게 다굴맞았고, 발에 모래주머니 차고 순보를 쓰라는데 못 써서 10km는 달린 것 같다는 그런 뒷담.
"아― 역시 열받아서 안 되겠어!!! 메이사! 불닭 사자! 그리고 야식으로 먹자! 라무네도!!!!"
혈기왕성한 나잇대의 소년은 운동도 잔뜩하고 열까지 받자 식욕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편의점에서 내 몫과 메이사의 몫까지 사오고 나왔을 때.
사슴이 있었다.
아니, 이걸 사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슴이라기엔 거대했고, 길었다. 기린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러나 역설적으로 목은 짧았다. 본 적 없는 도쿄타워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네발 동물의 뿔이 툭 떨어졌다. 사슴처럼 솟아오른 뿔이 머리 째.
툭 떨어져 데굴데굴 내 앞으로 굴러들어온 1m 정도의 머리. 그건...
- 기린...
메이사가 읊조렸다. 전설의 동물로 전해지는 기린이겠지. 그 목재 조각상은 피에 절어서 끔찍한 냄새가 났다. 그러자, 머리를 얹고 있던 목이 기도를 뻐끔거리며 말을 걸었다. 피로 가득 차있던 틈에서 공깃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왔는데, 그 소리는 이렇게도 들렸다.
포 포 포
뭘?
이라고 묻기도 전이었다. 메이사가 나를 집어던졌고, 내가 있던 자리에 사슴의 발굽이
투쾅―!!!!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내리꽂혔다.
( * 팔척귀신이 모티프인 창작요괴입니다 🫠 사슴이 기린 흉내를 내려고 어디의 조각상을 멋대로 얹고다닌다~ 같은 느낌으로 생각해주세요 😌 원래는 이렇게까지 강하지 않은데 인터넷의 팔척귀신 괴담과 맞아떨어져 대요괴가 엄청 버프를 받았다...는 설정도 완전 OK 설정 임의로 더 붙여주는 것도 멧쨔 환영입니다)
직감적으로 내던지길 잘했다. 조금 전까지 유우가가 있던 곳엔 힘없이 짜그러진 불닭 큰컵과 바나나 우유가 조각난 콘크리트 조각과 섞여 있었다. 날아드는 먼지를 손으로 대충 저어서 치우며 한쪽 입꼬리를 히죽 올린다.
"이런, 조심해야지. 나라奈良는 저어쪽이라고? 여긴 사슴공원이 아니란 말이다."
농담섞인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진땀이 흐른다. 위험하구만. 이녀석. 유우가가 지금까지 마주쳤던 자잘한 잡요괴랑은 결이 다르다. 그래. 결이 다른 것이다. 버거워 보이기는 하지만 '기린'을 얹고 다니면서 신수의 권능을 일부라도 빌릴 수 있는 자질이라면 평범한 요괴는 아니다. 대요괴의 범주에 들어가는 녀석이지. 다만 저렇게 떨어져버린 것을 보면 이제는 한계에 가까운 것 같고, 대요괴라고 해도 나보단 급이 낮으니 얼마든지 상대할 수는 있다. ....예전이라면 말이다.
"....유우가. 인적이 제일 드문 곳으로 달려. 당장."
예전이라면 그냥 여우불 한 번도 아니고 손가락 한 번 튕기는 걸로 반은 죽여놨을텐데 말이지. 지금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이런저런 이유가 많지만 가장 큰 건 요력의 손실이 꽤 컸고, 그걸 제대로 보충하지 못했다는 점. 그나마 있던 것들도 그동안 잡요괴를 상대하며 써버렸으니 지금은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다. 빠르게 제압할 자신은 없다. 그러니 피해가 가장 적게끔 인적이 드문 곳으로 유도해서... ....최선을 다해봐야겠지.
유우가가 달리기 시작한 것을 확인하고, 피투성이가 된 조각상을 집어들었다. 끔찍한 냄새가 난다.
포 포 포 포 포 포 포 포 포 포 포 포
피거품이 부글부글 일어나는 기도로 그렇게 말하며 녀석이 달려든다. 유우가가 달려가는 방향으로, 인적이 가장 드문 곳으로 녀석을 유인하며 달렸다. 검붉게 변색된 생기없는 조각상의 눈이 탁한 밤하늘을 쭉 응시하고 있었다.
주변에 인적이 드물어졌다. 구시가지와 인접해있는 폐공장 단지. 사람들이 대체로 꺼리는 장소지만, 이런 곳에도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원래는 사람을 물리는 결계라도 펴겠지만 지금은 정말로 여유가 없어서, 혹시라도 유우가가 생각해낸다면 대신 해주기를 바라며 발을 멈췄다. 도발이 잘 먹힌 건지, 연신 포포포하고 비둘기라도 되는 양 울면서 따라온 녀석이 냅다 뛰어올랐다. 이녀석은 짓밟는 식으로 공격을 하는구만. 하긴, 들이받기에는 머리통이 나한테 들려있으니. 어쨌든 간발의 차이로 피해 흙먼지가 자욱할 때 잽싸게 옆으로 튀어나와 조각상을 치켜들었다.
"어이쿠, 위험하지 않느냐. 그렇게 날뛰다간... 이거, 새까맣게 타버릴지도 모른다고?"
치켜든 조각상 아래에는 여우불이 일렁거린다. 한쪽 뿔의 끝이 새까맣게 그슬리고 있는 것을 본 녀석이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발을 마구 굴러대기 시작했다. 다음 공격은 좀 강하겠는데... 유우가는 어디있지? 슬쩍슬쩍 재빠르게 주변을 훑어 유우가를 찾아본다.
그래. 강적을 앞에 두고 잠시 방심했었다. 왜냐면.. 나는 지금껏 이런 요괴들과는 급이 다른 삶을 살았었고, 머리로는 지금 위험하다고 아는데도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대로 행동해버리니까. 그래서— 유우가를 찾느라 한눈파는 걸 녀석이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쎄한 느낌에 고개를 다시 돌렸을 땐 이미 늦어있었다. 녀석의 발굽이 이미 내 배를 꿰뚫고 있었으니까.
"—카...학...."
그대로 뒤쪽으로 날려진다. 핏방울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 뒹굴다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제법 아픈데.... ....이거 유우가가 맞으면 즉사잖아.. 다행이다. 내가 맞아서.
메이사의 분위기가 역변했다. 저 녀석은 싸움이 일어나면 늘 그런 느낌이지. 상대를 얕보고 히죽거리는 건 여전하지만, 잘못 건드리면 뼈도 못 추리게 만들 거란 예감이 드는, 뭐 그런 성깔이 있다. 달리 말하자면 요괴답달까.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는 메이사를 보곤 그렇게 생각했다. 내심 나는 안심하고 있던 거다. 메이사는 짱 쎄고 어떻게든 해결할 거라고, 요괴의 문제에 한해서는. 그녀가 나랑 함께 지내면서 애를 먹어왔던 건 천계와 인간들이라는 교활한 천적들 때문이리라 안일하게 생각해왔던 거다.
그런 메이사가 서늘한 목소리로 나에게 지시를 했을 때, 그래서 나는 반사적으로 달려나갔다. 모래주머니를 묶고 달려댔던 탓에 온 몸이 욱신거리지만 느리진 않았다. 영능력자들 평균에 비하면 턱도 없었지만.
하지만 그 빠른 보법이란 거 정말 못 하겠다고! 뭐가 기초 중의 기초라는 거야, 못 해먹겠는데!
턱에 숨이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리고, 종종 뒤돌아보며 메이사의 동태를 확인했다. 메이사는 어쩐지 술래잡기 같은 느낌으로 녀석을 유인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편의점 앞에서 승부를 볼 녀석이 왜 그러는지는 명확했다.
'...그러니까, 요괴라고 다 나쁜 건 아니라고. 아저씨.'
달리다보니 가로등이 드물어진다. 드물은 가로등마저도 제대로 켜져 있는 것이 많이 없다. 스산한 바람이 불면 슬레이트 지붕이 신음하는 소리를 낸다. 물이 똑똑 떨어지는 조그만한 소리도 크게 울리는 곳은... 츠나지의 골칫덩이인 폐공장지대. 갈아엎어서 새 것으로 만든다 만든다 말은 하지만 실행되지는 않은 채로 10년은 지나 잔뜩 녹이 슬은 버려진 곳.
어느새 다리를 건너왔다.
다리의 시작지점에 끈을 묶었다. 아저씨가 마련해준 쇼트컷 주술도구. 여기다 하나, 그리고 또 멀찍이 달려가서, 저기다 하나. 그리고 다른 한 곳에 묶어서 삼각형을 만들면 간이 결계가 완성인데, 어디에―
공장을 휘이 둘러보는 내 시야를 가로지르는 게 있었다. 쐐액하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선 거대한 파이프통에 처박혔다가 아래로 뚝 떨어졌다. 철제 파이프가 쩌엉 하고 울리는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메이사!"
파이프에는 검붉은 피가 뿌려졌다가 지익 끌리며 내려온 흔적이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달려갔다. 강아지처럼 깨갱거리며 내 품에 안긴 메이사, 의 배에는...
"헉. 메이사, 이, 이거, 괜찮... 아니, 회복! 회복하면 되잖아. 정신차려. 주술 좀 부려보라고...! 메, 메이사 눈 좀...!!"
깜박거리는 눈, 힘없이 늘어진 몸이 그렇게 뻐겨대던 대요괴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차가웠다. 가벼웠고, 얇아서, 어쩌면 평범한 여자아이처럼 이대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 ㅍ, 피. "응, 메이사. 피나는데. 이, 이거 어떻게..."
- 피해.
그 말을 듣고나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가로등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메이사를 공주님처럼 안아들은 채였다.
"어이 허접. 정신 좀 차려봐."
메이사의 이마에 쪽 입을 맞추는 여유, 히다이 유우가한테서 이런 여유가 날 리가 없는데. 씩 웃고 있는 앳된 소년은 분명 유우가였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구슬 아껴쓰고, 별 거 아닌 거로 요력 낭비하지 말라니깐 서방님 말 안 들어서 결국 이 꼴이잖아."
저 아래에서 고개를 휘저으며 파이프에 머리를 쾅쾅 처박는 사슴.
"저런 거에 애먹다니 정말...... 바보 같긴."
허공을 딛어 십 리를 한 달음에 가는 보법, 순영보瞬映步로 사슴의 머리 위를 요령좋게 지나쳤다. 몇 걸음으로 금방 의식이 깜박거린다. 그야 이중인격이라는 간편한 장치라면 좋겠지만 그런 게 아니니까. 지금의 나는 어디까지나 임시 자동 저장 파일 같은 거다. 예전처럼 클라우드에 이중 백업하고 환생하던 게 아니라서 말이지. 무리했다간 또 강제종료 되어버리겠지.
조금 떨어진 폐건물에 메이사를 내려놓았다. 아직도 피가 흐르는 배에다 손을 올리고 피만 멎게 해뒀다. 간단한 주술을 쓸 뿐인데 뼈가 깎여나가는 것 같다. 그야 호환되지 않는 몸이니까. 난 업데이트라던가 유지 보수가 끝나버린 OS고, 내 몸에는 히다이 유우가라는 제대로 된 운영체제가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
"사람 무리시키고 말이야. 예전처럼 냅다 잡아먹으면 되잖아. 다 컸는데 뭔 상관이야."
하지만 그 녀석에게 맡기기엔 못 미더워서, 꺼질락말락하는 의식을 잡고 버텨보지만 쉽지 않다. 흐린 시야로 메이사를 내려다본다. 얼굴 조차 잘 보이지 않아서 눈을 뜬 건가도 긴가민가하다. 메이사가 정신을 차렸다면 좋을 텐데. 그래서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미처 말하지 못하고 죽어버렸으니까.
"나도, 이 녀석도 널 좋, 좋... ㅇ..."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나니까 모르는 건물 안이었다. 퀴퀴한 먼지 냄새가 풍겼다. 메이사의 배는 여전히 구멍이 뚫려있는 데다가 축축했지만, 꿀럭거리며 올라오는 출혈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건지.
"―메이사, 괜찮아? 그, 치유술 잘 쓴 거야? 왜 이 정도 밖에..."
불현듯 드는 생각. 장난처럼 하길래 나도 넘겼었던 말들.
- 서방님이 섭섭하게 해서 아무 녀석이나 잡아먹어야겠다니까. "...치녀." - 유우가가 밥을 안 주니까 그렇잖아! 키스로는 부족하다고 키스로는. "...역시 치녀."
어쩌면 그건 장난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나는 메이사가 숨이 넘어갈락말락 하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결국 그 한 마디를 뱉고만 거다. 남이 보면 웃음을 참지 못하겠지만, 나는 진지했다.
어쩐지 그리운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물론 유우가의 목소리야 언제나 똑같았지만, 전생도 현생도 똑같지만... ....그립다는 느낌이 들었다. 깊은 잠에서 아주 잠깐, 어렴풋이 깨어 들은 거라 정확하진 않았지만.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계속해서 흐르던 피가 멈추자 깊게 가라앉아 가던 정신이 조금씩, 조금씩 수면을 향해 부상한다. 이윽고 간신히 고개를 빼꼼 내밀어 숨통이 트였을 땐, 눈을 떴을 땐 이미 그리웠던 그 무언가는 사라진 후였다. 약간의 아쉬움을 느낄 새도 없었다. 아직도 감기려고 하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려 주변을 살폈다.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유우가가 안고 옮긴 건가? 치유술 잘 썼냐는 물음에도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도 아물지 못한 배를, 거기에 뚫린 바람구멍 주변을 잡고 간신히 숨을 뱉는 것이 전부였다.
"후우... 하...."
위험해. 이 정도 상처는 금방 회복했을 터인데.... 요력이 정말로 바닥나버린 건지. 간신히 피는 멎어 있었지만 이것도 내가 한 것은 아니겠지. 그걸 할 정도의 힘도 없으니까. ...유우가가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유우가가 한 것도 아닌가. 누구인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당장 급한 건 요력의 보충이었다. 턱없이 모자라지만 일단 키스라도, 그거라도.... 하면서 힘겹게 입을 떼려던 그 순간, 유우가가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먼저 말을 꺼냈다. 줄까? 라고.
잠시 눈을 크게 떴다가,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서 유우가를 끌어당긴다. 내 손에 묻어있던 피가 유우가의 볼에 길게 자국을 남겼다.
".....빨, 리이...."
그렇게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말하고 바로 입을 맞춘다. 그동안은 유우가의 리드에 맞춰 적당히 했었지만, 이번만큼은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어서. 본능이 갈구하는 그대로 격하게, 거칠게, 그야말로 잡아먹듯이. 배를 뚫린 탓에 입까지 울컥 올라왔던 피의 비릿한 맛이 입안 가득히 퍼진다. 유우가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습기찬 소리가 텅 빈 폐건물 안을 채워간다. 내려다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배에 난 커다란 상처가 천천히 아물어가고 있는 걸. 그렇게 한참을 하고 나서 입을 떼어놓았을 땐 완벽하게 회복한 뒤였지만, 모자랐다. 그래. 모자라다. 그동안 조금씩 아끼며 먹었던 것을 처음으로 마음껏 베어문 뒤에는 더 이상 제어할 수 없는 그런 기분.
"...유우가아...." "미안... 역시 이걸로는 모자라니까....."
턱을 타고 흐르는 것을 낼름 핥으면서 웃었다. 하지만 유우가가 먼저 준다고 했으니까, 괜찮지? 이제 더는 무를 수 없다고—
기린의 위광을 빌려 날뛰는 사슴, 널리 퍼진 괴담이 섞여 사슴도 기린도 인간의 형태도 그 무엇하나 뚜렷하게 갖추지 못한 그것이 핏자국을 따라 한 건물에 다다른다. 피거품이 이는 기도가 움찔거리고 벙긋거리며 소리를 뱉는다.
포 포 포
무엇이 본체였는지는 모른다. 상서로운 신수였던 것이 사람들에게 잊혀진 끝에 뒤틀린 것이 먼저인지, 신수를 동경한 요괴가 이름과 모습을 빌리던 끝에 스스로를 기린이라 믿게 된 것이 먼저인지, 혹은 괴담으로 널리 퍼져 새로이 생명을 얻어 나타난 요괴가 끝없이 밀려드는 정보의 파도 속에서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은 채 기어나와 버린 것이 먼저인지. 혼탁하게 섞이고 섞여 분간할 수 없게 되어 스스로도 무엇인지 모를 것이 되었지만, 확실하게 아는 것이 하나 있었다.
삼키고 섞이면 강해진다. 강한 것을 삼켜 제것으로 만들면 더욱 더 강해진다.
저것은 이상하리만치 열세에 몰린 여우지만 제법 강한 녀석이니, 저것을 삼키면 더 강해진다. 본능이라고 칭해도 좋을 욕구에 이끌려, 핏자국을 찾아, 피냄새를 따라 이곳에 도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녀석을 맞이한 것은—
"이야아, 오래 기다리게 했구만."
아까와는 다른 존재인가, 그렇게 느낄 정도로 달라진 여우요괴였다. 삼키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구가 단번에 무언가에 눌린다. 그것 또한 본능이었다. 호랑이를 앞에 둔 개가 처량하게 울부짖는 것처럼,
"재정비도 끝났으니 마저 놀아보자고."
—삼켜지는 것은 자신이라고, 도망치라고 호소하는 본능의 외침에 응답하기도 전에— 뜨거운 불길에 휩싸인다. 조각상을 그슬리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거센 여우불에.
여우불이라는 귀여운 말로는 부족했다. 이건 용광로처럼 무섭게 타오르는 불과, 그 안에서 사슴 구이가 되어가고 있는 팔척사슴. 건물 멀리서 그 광경을 내다보며 "우와아..." 하고 감탄했다. 그리고 찰칵찰칵 벨트를 채웠다.
'......졸업해버렸다.'
아니, 일단은 반쯤 졸업인가. 너무 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지... 떠올리니까 부끄러워져서 괜히 벽에 쾅쾅 머리를 찧었다.
'그래도 이렇게 졸업하긴 싫었는데...'
물론 우리 여우는 OO니까 언젠가 잡아먹히겠지 하는 예감은 있었는데―
- 행동 중지. 돌아보지 말고 손 들어.
등 뒤에 겨눠지는 감촉에, 조용히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잘 벼려진 칼끝이 옷을 지직지직하고 섬유를 끊어내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으니까. 이게 현명한 일이다. 그러니까 이 공장지대에는 들어오지 않는 건데 젠장... 아무리 퇴마사여도 말이지, 여기서는 무력한 한 명의 일반인일 뿐이다.
- 오물은 소독이라고? 귀여운 말을 하네 아가씨! 자기가 오물인 주제에.
쾌활한 남자의 목소리가 공장지대에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훌륭한 발성법,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많이 말을 해봤는지 부드러운 목소리에다 멋들어진 말씨. 유우가랑은 다른 어엿한 청년의 목소리. 그 위를 올려다 보면―
보름달을 등진 금발의 사내와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공장 굴뚝 위에 서있었다.
- 미즈, 보조를.
지시하다시피하며 훌쩍 굴뚝에서 뛰어내린다. 맵시 좋은 정장을 펄럭거리며 허공을 가르고, 딱, 하는 구둣발 소리만 남긴 채 사뿐히 내려앉는다. 그 사내의 옆구리에는
"...미안 메이사. 잡혔어."
수갑이 채워진 유우가가.
- 자암깐잠깐잠깐. 여우 아가씨, 잠시만 진정하라고. 봐봐. 아가씨의 애착OO 아주 말끔하다고. 보험 삼아 데리고 온 거니까 이야기부터 들어줘.
양 손으로 워워 하는 시늉을 하는 재수없는 녀석이다. 생긋 웃으며 일단 자기소개부터 한다.
- 나는 유진, 목사, 기자, 탐정... 좋을 대로 생각해. -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 난 일본영능력자협회의 썩은 부분에 대한 증거를 찾고 고발할 생각이야. 하지만 끈끈한 내부결속과 내가 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영 그 내부를 알아낼 수가 없지. - 그래서 이레귤러인 너희의 협력이 필요해.
"그건 다시 말해... 아저씨를 배신하란 거잖아."
- 아저씨? 아, 그 카페의 교활한 할배 녀석 말인가? 배신이랄 것도 없지. 너넨 애초에 그 녀석한테 목줄이 잡혀있었다고. - 도축당할 위기인데 배신을 논하다니 순진하네.
내 등을 훅 떠미는 사내. 메이사에게 터덜터덜 걸어갔다. 뭔가 힘 빠지네. 물론 힘을 많이 뺀 하루이기도 했지만...
- 생각해보고 답해줘. 미즈가 찾아갈 테니까.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은발 소녀의 머리를 북북 쓰다듬었다. Ms.라는 존칭을 쓰는 거 치고는 존중하지 않는 태도... 뭔가 석연찮네. 어쩔 거야, 메이사? 난 마음에 안 드는데. 그런 마음을 담아 메이사를 곁눈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