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2 그녀는 말없이 한결의 등을 두드려줍니다. 그 행동에서, 지금 자신이 향하게 될 곳이 어떤 곳일지. 조금은 이해가 가고 있습니다.
" 몬스터 웨이브는... 초대형 게이트 이하의 게이트들이. 내부에 있는 몬스터들을 모두 쏱아내는 형태에 가깝단다. "
한결은 그 말을 듣자마자 심장에 A랭크의 대미지가 가해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833 검을 들어올립니다. 자세는 꽤나 어울리지 않습니다. 검끝은 제대로 균형을 잡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중구난방으로 흔들리기도 하고, 만약 이렇게 알렌이 검을 휘둘렀다면 카티야는 알렌에게 검의 재능이 없었더라도 말했겠죠.
하지만 리겔은 침묵하고 알렌의 검을 바라봅니다.
감정이란 주물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됩니다. 쉽게 마모되며, 쉽게 휘발되고, 그로 하여금 쉽게 흩어져 사라지는 것에 속합니다. 그렇기에 사람은 행동에 그 감정을 담습니다. 화가 난다면 폭력적으로 행동하고, 슬플 때는 늘어집니다. 기쁘다면 행동거지를 크게 하고, 짜증난다면 표현이 날 것에 가까워집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행동은 알렌의 근원적인 행동일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답답할 때면 검을 휘둘렀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검 중에서 '아름답다'를 느낀 검들이 몇 가지가 있었다. 알렌은 그 순간을 떠올리면 두 가지의 감정이 떠오르곤 했다. 하나는 잘 다듬어진 유리의 모습처럼 반짝이는 모습이었고, 하나는 공포에 속하는 경외감의 검술에 가까웠다.
떠올렸다. 지금은 묻어냈던 기억을.
여섯 개가 넘어가는 검이 단 하나의 형태로 뭉치고. 그것을 휘두를 때는 하나이면서, 여섯 가지의 검술을 펼쳐낸다.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힘겹게 검을 쳐내더라도 검은 부드럽게 새로운 검들을 펼쳐간다.
그것은 알렌이 도망치며 잊었던, 한 괴물의 기억입니다.
그의 검이 갑자기 왜 떠올랐는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름다웠고, 또한 기이했으며, 공포에 압도되었던 그 검. 알렌은 그 검이 두려워 도망쳤던 것을 떠올립니다.
그렇습니다. 누군가는, 공포로부터 도망치고. 그로 하여금 지켜내는 법도 있는 것입니다.
툭, 서걱.......
흐릿하게 떠오르던 기억을 휘둘렀을 때. 알렌은 두 손을 바르르 떨면서 떠오르는 공포를 묻어냅니다. 힘겹게 고개를 떨군 알렌을 향해 리겔이 가볍게 다가옵니다.
" 그 감각을 잊지 않도록 해라. 네 감정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것을, 단지 검을 향해 바깥으로 표현하는 것. 네 의지가 곧 검 바깥으로 전달되는 것. "
리겔은 알렌의 다리를 툭툭 두드려줍니다.
" 아심我心. 그것이 네가 휘두른 검의 이름이다. "
아심我心 - 공포恐怖(-) 모든 검을 다루는 이들은 그 마음에 한 자루의 검을 묻어두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것을 검의 극의로 설명하고, 누군가는 이것이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검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아심의 검은 곧 나의 검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바깥으로 끌어내어 휘두를 수 있을 때. 그 감정에 어울리는 검이 자연히 움직이게 되는 것. 그로 하여금 나의 검을 만들어가는 과정. 곧 이 검을 완성하는 것으로 하여금 완전한 한 자루의 검이 되는 것이 바로 이 검의 목적입니다. 당신은 그중 하나의 검을 겨우 깨우쳤습니다. 공포. 공포는 곧 두려움과, 잔혹함을 상징합니다. 이것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된다면, 당신은 공포 그 자체가 될 것입니다. 오직 념을 사용한 상태에서만 발동할 수 있으며, 전투 중 단 1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공포의 감정. 그것의 힘을 검을 통해 세상에 펼쳐낼 수 있습니다.
막놈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합니다. 비록 그게 진짜 심장이 아닌, 겨우 강림체라 하더라도 시윤은 그것이 강림하려 할 때 자신의 근원이 흔들리는 듯한 감각을 느낀 바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친절한 방식에 속하겠지만, 그의 근원이 시윤의 근원을 이길 정도의 힘을 가진 까닭일 것입니다.
" 의념인지 뭔지 하는 힘은 우리들을 세상에 존재할 수 있게 했지만, 반대로 다른 세계의 신성들 역시 이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했지. "
에수스는 웃으면서 막놈을 향해 말합니다.
" 그 입은 쉽게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네놈이 망나니니 어쩌니 할 정도의 존재는 아니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