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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에는 서로 서로 안면도 익힐 겸 먼저 연락도 하던 나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단톡방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거르기 일쑤였다.
요근래 내가 먼저 연락을 보낸 사람은 한 손으로 꼽고도 손가락이 남았다.
그랬던 톡에 새로운 대화창이 생겨났다. 부른 이는 김서연, 저지먼트 부원이었다. 그저 할 말이 있다는 이유로 부실에 와달라길래 간단히 답장으로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갈게요]>
무슨 용건일 지는, 예상이 되고 있었다. 이 사람의 능력을 생각해보면.
...오래지 않아 부실에 도착하니 잘 준비된 다과상과 함께 서연이 있었다.
인사말 대신 고개를 까딱이며 들어가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 아마 새봄표인 디저트와 까만 커피가 나름 신경 써서 준비한 티가 났다.
그 다과상과 서연을 번갈아 보다가 먹으란 권유가 들리자 쿠키에 손을 뻗었다. 포슬포슬 부드러운 버터 쿠키는 제법 잘 먹는 것 중 하나였다. 일부러 천천히 먹었는데도, 쿠키를 한 세 개쯤 먹었을 때에야 서연은 나를 부른 용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뭐, 예상한 내용이었다. 중학교 시절까지 조사한 건 예상 밖이었지만 생각해보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지 않나 싶고.
할 말이 많아 보이길래 일부러 말을 아꼈다. 쿠키를 우물거리며 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 말, 속 시원하게 다 털어놓을 때까지 듣고만 있었다.
아, 물론 듣고 있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마저 말 하란 듯 손짓을 하기도 했다. 기분 나쁘다던가, 화가 난 티는 전혀 없었다. 톡을 받은 순간부터 줄곧, 내 상태는 평온했다.
어느덧 접시에 담겨있던 쿠키가 움푹 줄어들고 서연의 말이 지극히 당연할 질문으로 마무리 되자 잠자코 손을 뻗어 케이크를 한 조각 집었다.
그래, 초콜릿 케이크 조각 하나를 그대로 손으로 집어들어와 입가로 가져가며 내 말을 시작했다.
"일단, 사과하실 거 없어요. 그런 사건과 소문이 들리면 진상이 어떤 건지 궁금해서 찾아볼 법 하다고 생각해요. 선조사 후보고이긴 한데, 자진해서 얘기를 해주니 뭐라고 할까, 기분이 나쁘다기보다 존경스럽네요. 감탄스럽기도 하구요. 그 행동력이."
그제야 싱긋 웃어보이고 케이크를 한 입 먹었다. 달콤한 크림과 빵의 조화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기분 좋게 케이크를 삼키곤,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보자. 질문을 몇 개 했었죠. 제일 먼저 인첨스타의 비공계에 대해서 아는지. 네, 알아요. 중학교 때 내게 환심을 사려던 어떤 멍청이가, 지랑 만나주면 이런 말 안 돌게 해주겠다면서 보여줬거든요. 웃기지 않나요? 그걸 보여줬다는 건 지도 그 계정을 팔로우 했다는 건데, 그 안에서 그들과 똑같이 나를 씹었다는 건데- 만나주면 거기를 조용하게 만들어주겠다? 계정주와 팔로워 전부 죽이기라도 할 셈이었을까요? 거짓말이겠지만."
앞서 서연이 보냈던 녹취 파일을 잠깐 틀자 양아름의 목소리가 들리길래, 바로 껐다.
"정말 철두철미하게 증거들을 모으긴 했지만, 이런 대답을 하게 되서 미안하게 됐어요. 선배. 나는 학폭위도 고소도, 하물며 복수도 할 생각이 없어요. 뭐라고 해야 할까. 그런 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거든요. 분명 몇 년을 시달렸고 앞으로도 시달릴 거고, 이제부터는 더한 일도 당할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을 해도, 복수심이라던가 억울하다던가,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 사건도 선처로 넘어간 거구요."
후후, 작게 웃고 케이크를 또 한 입. 이럴 때 당분은 참 좋은 성분이었다. 그저 평범한 다과회를 하듯 계속 말했다.
"난 단 한 순간도 참은 적이 없어요. 참을 것이 없었거든요. 그 시절에-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더라. 어쩌면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살았을 지도 모르겠네요. 말 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주변과 통하질 않아서. 걔들이 나 말고도 다른 타깃을 잡고 있다면 나 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겠네요. 그러면 그 부분을 찾아서 그 부분으로 걔들을, 음, 단속해 주면 좋겠네요. 내 일은 아무래도 좋으니까요."
먹고 있는 케이크와 달리 내 말과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 서연에게 과연 내 말들이 어떻게 들릴까 궁금했다. 아마 평생 알 수 없겠지만.
"저지먼트에서 의무를 다하고 있는 건 내가 그러기 위해 여기 있기 때문이에요. 저지먼트 활동을 하기 위해 저지먼트에 들어왔으니, 당연한 일이잖아요? 당연한 일에 대해 역으로 의무를 받을 이유는 없다고 봐요. 아, 물론 선배가 보고서를 올리든 어딘가에 이 사건을 공론화 하든, 선배가 손수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거니 자유롭게 해주세요. 난 또, 조사부터 마음대로 해놓고 뭘 그런 걸 묻나 했네요."
손 안에서 점점 작아지며 뭉그러지는 케이크 조각을 조심조심 입 안에 밀어넣고 씹었다. 혀로 누르기만 해도 무너지는 그 잔해를 꿀꺽, 삼켰다. 손에 남은 크림 덩어리를 혀끝으로 살짝 핥곤 말했다.
"다음은 뭐더라, 아, 건강 문제. 원래 체질적으로 약했고 후유증이 꽤 남긴 했는데, 내 능력이랑 약만 잘 먹으면 사는데 지장 없대요.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이 이상의 치료도 가능해진다니 그 때까지 살아만 있으면 되겠죠. 아마. 그리고 다음 질문은-"
스트레인지 관련이라. 흠, 하고 숨을 한 번 고르고, 대답을 이었다.
"죽고 싶어서, 정확히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서, 그럴 만한 곳을 찾아다녔죠. 이 도시에서 스트레인지만큼 그러기 좋은 장소도 달리 없으니까요."
후후후! 무슨 농담이라도 한 듯 웃었다. 크림의 유분이 번들거리는 손을 티슈로 닦기 시작했다.
"선배, 나는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으로도 온전치 못 한 인간이에요. 딱히 그런 일들을 겪어서가 아니에요. 태어나면서부터거나 혹은 아직 자아도 의지도 없는 시절에- 머리인지 마음인지 혹은 둘 다인지, 망가뜨려졌고, 그래서 어딘가 좀 많이 어긋나 있어요. 내가 그런 일을 겪는 건 내가 살아있기 때문이니 죽으면 된다고 생각한게 예시죠. 거기에 아무런 희노애락도 없어요. 내겐 그게 보통이자 이성적인 판단이거든요."
다 쓴 티슈를 뭉쳐 부실 쓰레기통으로 휙 던져넣었다.
"그리고 소문이란 건 말이죠, 한 번 퍼진 이상, 거둘 수도 자를 수도 없는 거에요. 더는 내 귀에 들리지 않게 되었다고 해서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전혀 아니죠. 갓 뿌려졌을 때면 모를까, 이미 4학구까지도 뻗친 소문을 무슨 수로 거둘 수 있겠어요."
가볍게 말하며 표정 또한 가볍게 미소지었다. 커피를 마셔 입가심을 하곤, 말을 조금 덧붙였다.
"별 거 아닌 개인적인 일을 이렇게나 파헤치고 나름 진지하게 생각해 준 것은 고마워요. 하지만 그건 확실히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나는 이 일에 대해 수습이나 대책 같은 건 바라지 않아요. 보고서를 올려 대책을 생각하고 실행하는 건 저지먼트나 선배의 자유지만, 조금 전 선배가 말했듯이, 선배가 원하고 저지먼트가 원했기 때문에 했을 뿐인 거에요. 하지 말라곤 안 해요. 단지 '나를 위해서' 라곤 말도, 생각도 하지 말아주세요. 아, 내 일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의 일어날 지도 모를 사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거라면 오케이네요. 바로 바로 대입하기 쉬운 사례가 있으면 대안과 방법을 찾기도 쉬우니까요."
양아름은 역시나 오늘도 현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짜증과 불만 가득한 얼굴로 투덜대며 건성으로 빗질을 하고 있다가 서연이 다가오자 순간 경계했지만, 곧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아, 아- 안녕하세요, 선배. 아 배 엄청 고프죠! 잘 먹을게요-"
서연이 쿠키를 내밀자 양아름은 선뜻 집어먹었다. 저번의 만남으로 서연이 완전히 자기 편이라 생각한 것일까. 그런 걸 보여줬는데도 추가적인 제재나 징계가 없었으니. 청소 진짜 짜증나요- 같은 얘기를 하며 쿠키를 잘만 먹었다.
그러나 다 먹고 나서, 서연이 말을 시작하자 언제 표정 밝았냐는 듯 팍 찡그리며 욕부터 튀어나갔다.
"미X, 중학교까지 가서 조사했다고? 저지먼트 이거 완전 또X이 집단 아냐? 아니다, 너 하나만 그런가? 능력 대단해서 좋으시겠어요 아주. 그 좋은 능력 가지고 한다는게 몰래 가서 여기저기 쑤시기나 하고, 그 조사 정식으로 허가 받고 한 거는 맞아? 들어보니 아닌 거 같은데, 졸업생 자격으로 문의 함 해볼까?"
양아름은 서연의 말들에도 되려 당당했다. 물론 불쾌함이나 짜증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니가 그렇게 고개 뻣뻣이 들고 그러면 어쩔 건데- 다 봤다며? 우리가 뭘 하든 천혜우 그 미XX 아무 것도 안 하는 거. 걘 평생 그럴 걸? 그런 씹기 좋은 애를 놓고 니를 왜 씹겠니? 지가 무슨 그 정도로 대단한 줄 아나 봐. 능력빨 믿고 깝치고 다니는 것부터가 웃긴데. 우린 앞으로도 천혜우 말곤 아무도 안 건드릴 거고, 그 X은 앞으로도 닥치고 살게 뻔하니까, 그만 이 쪽에 신경 꺼. 뭘 할 수 있는데? 너나 저지먼트나."
서연의 면전에서 킥킥대며 웃더니 선전포고조차 코웃음으로 흘려넘겼다.
"야, 처음부터 믿지도 않았어. 해주면 병X이겠거니 할랬는데 쫌 똑똑했네? 그래서 어쩌라고. 저지먼트가 내 구라 좀 알았다고 해서 이미 퍼진 소문은 뭐 어떻게 될 거 같아? 그리고 당사자도 아니면서 지X이야, 지X은. 아, 귀 따가워. 녹취? 그거 다 했으면 꺼X."
양아름은 뻔뻔한 태도를 고수하며 서연에게서 돌아섰다. 앞으로도 천혜우 한 명만 타깃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 그 모습에서 비췄다. 행여나 서연이 뭔가 더 말하거나 반박해도, 아예 무시하며 마저 청소를 한 후 유유히 사라졌을 것이었다.
//양아름에 대한 반응은 이번 턴으로 마무리 짓고자 해- 위 내용처럼, 이 이상은 어떤 말로 접근해도 뻔뻔한 철면피로 대응할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을 거야
양아름 : 뭐? 진심 개또X이네. 저지먼트는 돈 없어서 그런 걸로 만들어먹나 봐? 응 제발 탈 안 나길 빌어- 탈 나면 무조건 저지먼트 고소할테니까- 증거는 니가 했다? 그 녹취? 양아름 : 급식 건 알려줘서 고맙다 얘. 애들한테 얘기해서 민원 폭탄 넣어야겠네! 꺄르륵!
양아름 막반응 짤막하게! 이후 교무실이랑 행정실에 학생 민원 빗발치고 급식실 한동안 썰렁하지 않았을까 하는-
>>281 혜우주 녹음 끄고 말했는데^c^;;;;(전 턴에 보는 앞에서 껐으니요~) 근데 저 녹취 내용 바탕으로 서연이가 추가로 탄원 넣어서 정학 같은 징계를 더 맥이는 건 가능할까요? 선처받고도 반성의 기미 없이 피해자를 욕한다 학폭으로 정학 먹으면 향후 진학이나 취업에 지장이 없진 않을 텐데요
>>284 아니 그 먹으라고 권한 부분 말하는거야 완전 처음 부분 서연이 먹으라고 권해서 먹었다 이것만 있어도 서연의 고의성이 입증될 테니까 이미 학교 측에서도 종결 낸 거라 탄원을 낸대도 반려될 거같은데 서연이 피해자 본인인 것도 아니고 한다면 아마 학교 측에서 혜우한테 물어볼거 같은데 혜우는 당연히 추가적 처벌 원치 않는다고 할 거니까 아무 일도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