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그렇게 꽉 막힌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에 일단 안도하며 감사인사를 하고서 나는 철창에서 벗어나 쓰러져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 내 입장에선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아 저들과 이미 아는 사이인 사람들도 존재하는듯 싶었다. 나는 초면이니까 일단 거리를 둘까싶어서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데려오는 것을 지켜보려 했다.
" 여왕이시여, 당신의 말에 의하면 저희는 ■■■를 쫓아가는 것이라 했습니다. "
제대로 발음조차 안되는 이 단어는 뭘 지칭하는 것일까. 할당되지 않은 단어라고 했으면 좀 할당해주면 어디 덧나는걸까. 어쨌든 상대방한텐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었기를 바라면서 물었다.
"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세계로 다닌다는 뜻입니까? "
알레프에게 듣기론 추락자는 각자 다른 세계를 다닌다고 했었다. 그렇기에 같은 세계에 이렇게 많은 추락자가 모이는 일은 드물다고 했었는데 ... 이런 일도 누군가 의도한 일이라면 충분히 설명되는 일이다.
이어지는 여왕의 목소리에, 소녀는 당장이라도 퉁명스레 쏘아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사람들이 '침입자'랑 관련 있다는 증거 있느냐고. 하지만 심기를 더 거슬렀다간 정말 어떻게 될 수도 있고, 명백한 증거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정말 저 이름 모를 추락자와 다윈이 나쁜 마음을 먹었던 걸 수도 있다... 그새 두 추락자는 새장에서 풀려난다. 소녀는 주변 눈치를 살피다가, 그나마 안면이 있던 다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앞에 쪼그려앉아 그를 검지로 콕콕 찔러댔다.
대답해주기 싫은 걸까? 돌아오지 않는 반응과 불편한 듯한 반응에 더 캐묻지는 않기로 했다.
그사이 갇혀 있던 두 추락자는 풀려나고 그는 당장은 더 물을 말이 없었다. 대화에서 한 걸음 물러나 주변의 상황을 살피자, 몇몇이 쓰러진 사람들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는 그 광경 가만히 지켜보다 한 박자 늦게 그리로 향했다.
“도와줄까?”
질문은 알레프를 향한 것이었다. 알레프가 직접 이 이름 모를 사람을 부축하거나 들기에는 힘이 드는 게 아닐까 싶어서. 물론 알레프도 어쩌면 저보다도 힘이 셀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겉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니 말이다. 질문을 한 뒤에는 쓰러진 사람의 팔을 제 어깨 위에 얹으려다가…… 이 사람도 키가 크네. 지난번 아델라이데를 옮기며 그가 깨달은 바가 하나 있었다. 그는 이리저리 들었다가 내렸다가 자세를 바꾸며 의식 잃은 사람을 갖고 한참을 몸씨름을 하다…… 마침내 다윈을 어깨 위에 둘러 짊어지기에 성공했다!
그새 소녀는 의식 잃은 다윈을 부축하려고 시도해봤지만... 건장한 남성을 부축해 옮겨놓기엔 힘이 턱없이 모자랐다.
"부, 부탁해..."
때마침 도와주겠다는 네차흐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불현듯 추락자의 동질감이 느껴졌다. 소녀는 주변 둘러보며 다른 추락자가 끌려왔나, 살폈지만 그런 움직임은 없었고. 그 동질감이 여왕에게서 느껴지는 것(어쩌면)임은 뒤늦게 깨달았다. 여왕도 추락자인 걸까? 하지만 지금은 다시 말 걸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수틀리면 그것이 무슨 행동을 할지 몰랐기에. 대신 소녀는, 네차흐의 어깨에 둘러메진 다윈을 계속 쿡쿡 찔러댔다... 일단은 깨우는 게 우선이라 생각되어서인지.
정신 잃은 사람을 깨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묵직한 체구를 짊어지며 짧게 생각했다. 지치는 몸이 아니니만큼 그리 힘들지는 않다. 잠이 든 것과 비슷해 보이는데, 깰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려나. 그렇다면 이대로 두어도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대로 추락자들이 모인 자리에 돌아가려 하던 순간.
왜인지, 여왕에게서 이제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익숙한 동질감이 불현듯 느껴졌다. 설마 저 사람도 추락자였던 걸까. 혹은 추락자들과 여왕 사이에 ‘조각’이라는 연관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의문에 집중하기도 전, 곁에서 환자를 쿡쿡 찔러 대는 알레프를 보자 상황에 맞지 않게도 웃음이 새어 버리고 만다.
“조심해.”
알레프에게 그리 말해주고는 그가 자세를 고쳤다. 칼이 휘둘러지며 갑작스레 상황이 변했으니 말이다.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게 된다면, 짊어지게 된 이 사람을 데리고 몸을 피해야 할 테니까.
아델라이데가 미하엘을, 영과 알레프가 다윈을 부축하는 순간에 아델라이데의 한 마디가 홀 내를 울립니다.
부웅, 뜨는 감각이 느껴지는 것도 잠시입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급변합니다. 가라앉고 진중했던 분위기는 한순간에 날아간 것처럼 가벼워졌고, 아델라이데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에는,
“아휴, 쓰러진 척 하는 것도 힘들다니까~”
기절한 줄 알았던 미하엘에게서 전격이 튑니다.
조심하라는 영의 경고에 알레프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라클레시아 테시어는 제때 반응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그보다도,
이것들이이이이이───!
여왕의 본 모습이 드러나는 것에 집중해야하지 않을까요.
여왕에게 입혀져 있던 홀로그램이 무너집니다. 녹아내리는 것처럼 무너져 내리는 홀로그램 속에서 30cm는 될까 싶은 곰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곰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리던 것과는 다르게 평범한 목소리로 들려옵니다. 아델라이데의 심검은 곰의 머리 바로 위, 홀로그램으로 치면 인간의 형태의 가슴 쪽을 베어나갔습니다. 곰이 머리를 웅크리더니 이윽고 큰 형체가 곰의 뒤에 나타납니다.
“감히! 감히! 감히이이이!”
곰은 굉장히 분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여왕의 실체라면, 생각보다 할만할지도 모릅니다. 곰의 뒤에 드러난 거대한 형체가 앞발을 휘두릅니다. 놀란 미하엘이 비명을 지르며 아델라이데를 이끌고 바닥으로 굴러 떨어집니다. 다시금 재차 곰이 앞발을 휘두르면, 영과 알레프에게로 향한다는 것을 라클레시아 테시어와 당사자들은 알 수 있습니다.
미하엘 양에게 말하면서, 다른 이들쪽으로 얼굴을 돌려 묻다가. 곧이어 두근거리는 심음을 듣는다. 한 척즈음 되는... 짐승인가. 저것이 추락자란 말이더냐. 사내는 의아한듯하면서도, 곧이어 분노하는 그것의 앞발 휘두름에, 미하엘의 비명과 함께 뒤섞여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하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미하엘 양."
"저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을 것입니다. 전투가 끝난 뒤에, 또 다시 긴 물음에 대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왕 폐하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체력이 빨려나가는 기분이 든다. 여전히 자신의 모자람을 실감하고 있었다. 속전속결로 끝낸다.
사내는 다시금 빠르게, 달려들어 그것을 향해 미끄러트리듯 검을 휘두른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향해 일직선으로 찌르려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