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본적으로 상황극판의 규칙을 따릅니다. 2. 모니터 뒤에 사람 있음을 알고 언행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3. 무언가 요구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도록 합니다. 4. 15금 어장으로 도가 지나친 선정적, 잔인함을 유의하여 활동합니다. 5. 활동에 있어 밝히기 어려운 질문은 웹박수를, 그 외는 캡틴에게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안내드립니다. 6.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생긴 문제는 속에 담아두지 말고 말해야할 것은 말하도록 합니다. 7. 무조건적인 반응은 아니더라도 인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도록 합니다. 8. 모두 현생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건강도 챙겨가며 즐기도록 합니다.
망각이 축복이라고 하는 이들은 그 누구도 나만큼의 기억을 쌓아온 사람이 없다. 물론 평생의 기억을 전부 가지고 가는 것도 충분히 괴로운 일이니까 딱히 그들이 건방지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뿐이다. 그리고 아델이 운을 떼자 나는 그의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다음에 얘기해주겠다며 화제를 돌려버린다.
" 조금 기대했는데, 다음엔 더 살이 붙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려는거죠? "
안그런것 같아보여도 당장 어제쯤엔 죽을 것 같은 부상을 입고 들어온 환자였으니 길게 얘기하면 당연히 몸에 좋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약속했으니 그때를 기약하며 나는 아델의 묘사에 의문을 표했다. 마치 얘기하는 것이 신을 얘기하는 것 같지 않은가.
" 아델, 당신은 영을 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요? "
보통 종교를 믿는 이들이 그렇게 얘기하곤 했다. 의심하지말라, 부정하지말라 같은. 절대적인 믿음이 종교에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덕목이니까. 그리고 지금 그가 얘기하는 모든 것이 종교인들이 하는 얘기와 비슷했다. 마치 영을 신으로써 숭배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 ... 아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네요. "
내 나름대로의 가능성은 0이라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의 믿음을 깰 생각은 없다.
" 삶이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니까요. 생각보다 질긴 편이라 조금이라도 이어져있다면 무사히 건널 수 있답니다. "
알레프의 뺨은 무언가에 베인듯이 깊게 갈라져있었다. 아까 그 돌이 스쳐지나간 자국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흐르는, 아니 맺혀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은 점성이 있는듯한 액체는 피처럼 붉지도 않았다. 오히려 무지개빛이 어른거리는 백색을 띄어 자신의 신성을 강렬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정말로 그녀는 신이 맞는 것일까.
" 일단 안으로 들어가요. 눈에 띄어봤자 좋을 것 없으니까. "
나는 일단 알레프의 어깨를 살짝 짚어서 여관 안으로 향하게 했다. 주변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내 행동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함부로 덤벼드는 이는 없었다. 목줄 풀린 미친 개를 건드리려면 마찬가지로 잃을 것을 각오해야한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준 것뿐이었다. 그 정도의 판단을 할 이성은 남아있을테니까. 비어있는 테이블에 알레프를 앉힌 나는 마시에게 달달한 음료를 부탁하고선 알레프를 바라보고 말했다.
" 지금은 눈에 띄어봤자 좋을 것 없으니까요. 다음부턴 조심해야해요. "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선은 알레프의 뺨에 가있었다. 저것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만약에 내가 있던 세계였다면 그것을 채취해서 성분이 무엇인지 바로 분석하러 갔겠지만 여기는 안타깝게도 그럴만한 시설이 없다. 알레프는 정말로 신이 맞는 것일까, 그 사실을 생각하니 속이 조금 안좋아진다.
" 아, 고마워요 마시. "
그동안 부탁했던 달달한 음료가 나왔다. 따뜻하게 뎁혀져 나왔기에 나는 그것을 알레프의 앞에 놓아주고선 손을 뻗어서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려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가장 놀란 것은 그녀일테니까.
이어지는 사내의 말은 가히 충격적인 것이라, 자신도 모르게 감았던 눈을 떠버렸다. 크게 치켜올라간 눈썹. 당황이 섞인 아, 하는 탄식. 사내는 탁한 눈으로 가만히 그를 바라본다. 실로 기묘한 이야기였다.
"...기사는 은퇴하거나, 그만둘 수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경의 기사도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군요. 실로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사내는 그리 말하며, 제 심장 위로 손을 올려 예를 표했다. 헌데, 그렇다면 어째서, 그의 말에서 아주 희미하게 부러움이 묻어 나왔을까. 사내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크게 얻어 맞은 것 처럼, 둔탁한 충격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동안의 고뇌가 해결되는 것 같은 한 마디였기에.
"실례가 아니라면, 맹세하신 기사도를 여쭙고 싶습니다만."
"아아, 이거, 실례. 제가 맹세한 기사도는... 세가지."
"선한 일을 행하리라. 두번의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
"악한 자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그리 말하며, 사내는 살풋 미소 지은 채, 이어지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짧게 덧붙였다.
"저는, 왕국을 멸망시켰습니다, 경."
"섬길 주군도 충성을 바칠 왕국도, 나아가야 할 순례길도 없음에, 스스로를 어찌 기사라 칭하겠습니까."
이는 자조적인 말투로, 대답을 기대하기 보단 스스로를 책망하듯 하는 말투였다.
정주 기사가 드물다라.
"같은 기사이거늘, 속했던 세계가 이리 다를 줄이야. 정주기사라는 호칭은 드문 것이라, 처음 들어봅니다."
"순례라면, 어떤 이야기신지."
그러다, 무용담 따위로 삼기에는 재미없는 이야기라는 말이 이어지자, 사내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더 캐묻는 것 역시 실례일 터.
"사과 하실 것 없습니다."
사내는 그리 말하면서 빙긋 웃어보였고, 곧이어 만나봤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에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이런 전개에서 상식적으로 나올 만한 대사다. 작가들이 자신들이 써내리는 글에 개연성과 분량을 더하고자 할 때 으레 삽입하는 전개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이런 낯선 이방인들끼리의 조우에서 나올 법한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이 거짓 신과 길 잃은 순례자 사이에서, 길 잃은 순례자는 이 이방인에게 그 말을 도무지 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 자신이 알고 있는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각이, 이 여인이 자신과 마찬가지 처지에 놓여있음을 뚜렷하게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의도했건 아니건 세계선을 이동했고 그 결과─
"당신도 떨어진 거군. 이 세계에."
그것이 경계를 풀 근거로 충분할 것인가? ─모른다. 아무 것도 모른다. 그러나 페일은 그러면 가던 길 갑시다, 라고 말할 수 없었다. 자기와는 달리 자신을 지킬 것 아무것도 없다고 털어놓는 그 여인의 말을 거짓이라 여길 수 없었다. 이 세계가 이방인에게도 친절한 우호적인 세계였으면 모르겠으되, 지금은 저 여인이나 자신같은 이들을 향한 이유 모를 증오가 이 세계에 팽배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마치 세계 자체가 추락자들을 불쾌하게 여기고 있기라도 하듯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지킬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페일은 그것을 묵과할 수 없었다. 그때 윈터에게 날아들던 칼날을 손을 내뻗어 막아내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페일은 횃불을 들지 않은 쪽의 손을 들어 얼굴로, 정확히는 머리에 쓴 투구로 가져갔다. 그리고 잠금장치를 풀고, 볏을 거머쥐고는 투구를 찬찬히 들어올렸다. 아아루와 별다를 바 없는 사람의 얼굴이, 피로에 찌들어보이는 창백한 피부의 남성의 얼굴이 횃불의 불빛 아래에 드러났다.
"...그건 곤란한데. 원인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 세계의 주민들은 왜인지 모르겠으나 우리와 같은 이방인들을 매우 적대시하고 있소. 모르긴 모르나 당신도 예외는 아니겠지."
페일은 눈길을 힐끗 자신의 발치로 돌렸다. 날카로운 관통 화살촉이 달린 화살이 발목의 갑옷 틈새를 꿰뚫고 있는 것이 보였다. 뽑으려면 언제든지 뽑을 수 있으되, 지금 뽑아버리면 지혈수단이 전무하기에 그는 자신이 숲속에 꾸려둔 캠프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소녀는 라클레시아가 이끄는 대로, 고분고분 여관 안으로 따라들어간다. 테이블에 앉는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소녀의 뺨을 향하고 있었다.
"아..."
그제서야 소녀는, 뺨의 '상처'를 인지하고 별 거 아니라는 듯 그 부위를 손으로 슥 훔친다. 그러자 액체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흉터마저도 원래 없었던 듯 말끔한 피부로 돌아온다. 놀랐을까? 괜히 쓸데없는 걱정이 든다. 이윽고 머리로 향하는 그의 손길에 소녀는 고개를 푹 숙인다. 많이 놀란 데다가 꽤나 기운 없는 눈치다. 그래도 쓰다듬어주는 게 싫진 않은지 얌전히 있고.
"분명 다들, 처음엔 친절했는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꺼낸 말은, 현재 상황에 대한 울분과 한탄이다. 그 말대로였다. 그때는 간단한 심부름만으로 고기 완자를 몇 접시씩이나 얻어먹을 수 있었고. 그들이 며칠, 몇 주만에 그리 돌변해버린 이유는 뭘까? 단순히 인간(을 비롯한 인간형 생명체)의 변덕, 이중성 탓인지. 슬그머니 고개 쳐든 소녀는 제 앞에 놓인 잔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시만이 한결같이 친절하구나.
사내는 그리 말하면서 씁쓸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결국 완전한 이해란 불가해의 영역이다. 나 자신도 잘 모르겠거늘 어찌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한단 말인가. 나는 눈 앞의 사내가 어찌 생겼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저 사내 역시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두렵다. 저 사내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영원한 기억. 영생을 사는 하이엘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영원히 그렇게 남을 것만 같아서.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할 죄 임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러나... 너무도 두려웠다. 영원히, 한 왕국을 멸망시킨 죄인으로 기록되는것이. 자신은 또 도망침을 선택한다. 아랫입술을 꾹 하고 깨물다가, 피가 배어나오자 아, 하고 소리내며 행커치프로 슥, 입가를 닦았다. 아무 일도 없던 것 처럼.
"예. 다음번에는 반드시."
싱긋, 미소 짓고. 이어진 의문에는, 오히려 의아한 듯 물었다.
"영 님이 신격의 존재가 아니시라는 말씀이십니까."
화를 내는 말투도, 당혹스런 말투도 아니었다. 그저 덤덤한 말투였다. 사내는 지극히 평온했다. 신이 아니다라. 사내는 오히려 의아한 듯, 가능성이 없는것은 아니라는 말에 질문으로 대답한다.
"그분께서 스스로를 칭하는 말씀을 들어보셨습니까? 저는 그것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고대 엘프들의 주문과도 닮아있으나, 한낱 생명으로써는 범접할수 없는 영역. 그 언어."
"그 아가페에. 저는 진심으로, 신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미 다른 신이라고 주장하는 이 역시 만나 보았으니."
"영 님께서 신이어도, 신이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저는 맹목적이지는 않아서요. 다만."
내가 신경 쓰고 있는 것을 알았는지 알레프가 뺨을 슥 훑는다. 그러자 상처는 언제 있었냐는듯이 말끔하게 없어지고 본래의 하얀 피부만이 남아있었다. 눈치 못챈 사이에 치유 마법이라도 쓴걸까? 아니, 그랬다면 이전에도 사용하는걸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붙는 것은 마치 뒤집어쓴 가죽을 수선하는듯한 느낌이-.
" 인간이란 원래 낯선 것에 대한 경계가 심하니까요. "
자신들과 다른 것들은 배척하는 것이 기본으로 깔려있는 종족들이었다. 모든 인간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이 취하는 태도는 그러했다. 인간들끼리도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내전이 일어난게 한두번이 아니니까. 그래서 몇번의 역사에선 연이은 내전으로 인간들의 공화국이 그대로 멸망해버린 일도 있을 정도였다.
" 우리는 그들에게 낯선 존재이고 마침 도시엔 불길한 일이 연이어 일어났으니까 ...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 "
하지만 그것이 너무 갑작스럽다는 것이 문제였다. 보통 그런 일이 있다면 징조라도 있기 마련인데 이번엔 그런 것도 없이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기보단 누군가 뒤에서 조종하는 느낌이 들었다.
" 알레프가 잘못한건 없어요. 그냥 그들이 그런 존재일뿐. "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눈앞의 소녀가 정말로 신이라면 나는 이렇게 평범하게 그녀를 대우할 수 없을텐데도 편안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다. 어쩌면 이것도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신격의 존재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신을 옆에서 돕고 영접까지 했던 나에겐 무언가 다르다는 것만 느껴졌다. 허나 그것은 나의 세계에 있는 신에게만 해당될뿐 영이 정말 신일수도 있었다. 그때는 신성모독이라고 처형이나 당하려나. 어떤 전개던지 재밌을 것 같다. 그리고 난 아델이 하는 말을 덤덤히 듣고 있었다.
" 신이라서 믿는 것이 아니라, 믿기에 신이라는 것인가요. "
나는 그 말에 살짝 웃어버렸다. 그것은 마치 비웃음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표정은 금방 원래의 미소로 돌아왔고 이내 입술에 피가 난 것을 발견한 나는 손을 뻗어 치유마법을 사용해주려했다. 사용할때마다 무언가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은 영 익숙해지질 않는다.
" 축복을 앉힐 자리가 다 닳아버려서 깃들기도 전에 미끄러질 정도랍니다. 그러니 제 축복도 흘러버리기 전에 당신이 가져가세요. "
눈 앞의 사내가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도 어떤 사연이 있을테고 그것은 정말 가벼울수도 정말 무거울수도 있다. 하지만 축복은 그런 것을 가리지 않고 깃드는 법이다. 아직 그에겐 닳지 않은 어떤 곳이 있기를 바라며 축복을 빌어주는 것뿐이다.
" 아, 시간이 다 됐네요. 어디 물건을 가져다주기로해서. "
마침 마시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테이블에서 일어난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 그럼 다음에 또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아델라이데 씨. "
그렇게 나는 부엌쪽으로 향했다. 경비원에게 도시락을 배달해달라는 마시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서.
그가 그 말을 내어놓은 것은, 실로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하는 아델라이데의 찬사가 끝나고 나서도 몇 초가 지나서였다. 실로 부끄러운 이야기이다만, 그렇다고 묵과하고 넘어가기에는 그것은 너무도, 너무도 잘못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 말을 꺼내어놓고야 마는가. 그대가 그대의 이야기를 꺼내어놓았으니, 나 역시 상응하는 이야기를 해야 하겠지.
"운명이지."
문득, 바람이 멎는다. 새소리가 멎는다. 그들의 처지를 비웃듯 야속하게 내리쬐며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내리던 햇살이, 일순간 떠가던 구름에 가리어 그들의 사방으로 고요한 그늘이 드리운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저주를 읊듯, 제문을 읊듯 하는 한 마디가, 아델라이데의 귀에 와닿는다.
"노예요, 우리는. 우리는 운명의 노예야."
나직한 말소리가 어떤 언령마냥 되울리는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샌가 되울림이 끝나고, 햇살은 다시금 구름 너머로 고개를 내밀며 내리쬐고 있다.
"그에 반해 그대는 그대 스스로 택할 수 있지 않소."
"스스로 자신의 죄악을 마주보고 기꺼이 짊어지고 있지 않소. 도망치거나 내버리지 않고 품고 있지 않소."
"그대 스스로가 버린 이름이나 명예를 억지로 강요할 생각은 없소만, 그대에게는 아직 권리가 남아있소. 그대의 운명을 그대가 결정할 권리가."
페일은 문득 새삼스레 헛헛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왜 아델라이데를 부러워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